[eBook]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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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에서 재밌는 단편 모음집이었다. 생각보다 장르가 다양하고, 결말이 아리송한 것도 있어서 의외.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현남오빠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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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0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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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12-21 00:03   좋아요 1 | URL
여러단편이 제각각 엮여서 길게 말하기가 좀어려웠습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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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신잡2를 보며 왜 김영하와 정재승을 뺐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들을 어느 누가 대체할 수 있다고.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접해보는 것도 좋지만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 유현준이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의 공간구조를 비교하고 설명하는 부분을 보고서 생각은 곧 바뀌었다. 그리고 구입한 그의 책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우리는 방이나 집, 그리고 거리나 다양한 건물 같은 많은 공간을 접하고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그 공간에 대한 이렇다할 생각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저 좀 보기 좋으면 이쁘다. 덥다, 춥다. 답답하다. 아름답다 정도의 표현밖에 못하는 소위 공간문맹론자나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그런 공간들을 읽고 해석하는 눈을 어느정도 갖게 해준다.


1. 유현준이 말하는 공간

 사람은 자연상태에서는 공간을 지각하기 쉽지 않은데, 그저 뻗어가는 하늘이요, 밤이되면 그마저도 암흑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지하기 어려운 공간에 건축이 등장하여 벽과 기둥을 높고 지붕을 얹으면 공간을 비로소 분명히 인지된다. 

 저자인 유현준은 공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공간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 사람마다 같은 공간을 다르게 받아들이는걸 들수 있는데 영어정보가 잘 인지되지 않아 한국인에게는 멋지게만 보이는 라스베가스의 무수한 네온사인들이 정보를 인지할수 있는 현지인들에게는 어지러운 과다 정보로 인해 볼품없어 보이는 공간으로 인지되는게 그 예다. 

 따라서 건축공간은 정보의 해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인식의 산물이며 공간을 구성하는 정보들은 3가지다. 첫째는 보이드로 물리적인 양이자 실제적인 공간의 볼륨이다. 둘째는 심벌로 글자그대로 간판이나 조각, 그림 같은 상징정보다. 셋째는 액티버티로 공간에서의 사람들의 활동이다. 

 이런 특징을 갖는 건축공간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 역시 3가지로 제시하는데 첫번째는 실제적 관계로 그 공간을 볼 수 도 있고, 실제로 가볼수도 있는 경우다. 둘째는 시각적 관계로 볼수는 있지만 그곳에 갈수는 없는 경우다. 마지막은 심리적 관계로 볼수도 없고 갈수도 없지만 머릿속으로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인식할 수 있는 관계다. 


2. 걷고 싶은 거리의 특징

성공적인 거리와 걷고 싶은 거리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유명하고 비싼거리지만 그닥 걷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강남대로나 광화문 광장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스케일때문인데 걷고 싶은 거리들이 대개 휴먼스케일로 사람이 체험할 만한 아기자기한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반면 큰 스케일의 거리에서는 그런 것이 좀처럼 없다. 

 유럽의 경우 걷고 싶은 거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유럽은 미국에 비해 역사가 길어 도시의 거리들이 사람과 마차의 속도에 맞춰 발달해왔다. 때문에 거리마다 결절점이 많고 교차로와 코너가 존재하여 걷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경험과 선택을 제공한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와 함께 거리가 형성되어 블록이 크고 교차로가 적다. 

 우리나라로 대입하면 강북의 거리와 강남의 거리가 그러한데 자연발생적인 강북의 거리가 좁고 구불구불 하며 민간자본으로 개발되어 필지가 작은 편이다. 반면 대규모 기업자본으로 개발되고 자동차 중심의 강남의 거리는 필지가 크며 블록규모가 크다. 때문에 강북의 거리가 휴먼스케일이자 사람중심적인 거리라 할수 있다. 

 정리하면 사람이 걷고 싶은 거리는 다음의 특징이 있다. 우선 이벤트의 밀도가 높아야 한다. 이벤트의 밀도가 높다는 것은 거리에 점포의 출입구가 많아 선택의 개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높은 이벤트는 보행자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변화의 체험을 제공하며, 매번 같은 거리를 가도 새로운 체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음은 속도인데 거리를 지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도 안되며 너무 느려도 안된다는 것이다. 


3. 공간에 대한 점유, 개방과 폐쇄

펜트하우스는 가장 비싼데 그 이유는 자신은 남을 볼수 있으면서 남은 자신을 볼수 없는 위치에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비슷한 위치의 옥탑방은 가장 저렴한데 옥탑방은 위에만 있을뿐 사방이 트인 개방적 공간으로 쉽게 관찰되며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싼 공간은 이렇게 다른 공간과 자신을구분을 짓는데 과거에는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수공간을 썼다. 성당입구에 놓인 성수와 궁궐이나 절에 들어갈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길과 다리가 그것들이다. 

 펜트하우스는 남들이 볼수 없기에 비싸고, 옥탑방은 볼수 있기에 쌌지만 보이는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뉴욕 센트럴 파크와 보스턴의 코먼이다. 센트럴 파크는 규모가 상당히 크고 녹지가 많긴 하나 이로 인해 85%의 지대가 사각지대이다. 때문에 낮이 아니면 이용이 불가능한 편이나, 보스턴 코먼은 거의 전역이 주변 건물에서 내려다보여 치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보이는게 보안이란 면에서 오히려 좋은 것인 셈이다.

 공간의 개방과 폐쇄와 관련해서는 호텔과 모텔이 있다. 호텔은 거의 완벽한 개방공간으로 대부분 큰 유리창을 써서 밖에서도 안이 잘 보인다. 이는 호텔에 묶는 사람들이 밖을 내려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자체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으로 즉, 과시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반면 모텔은 보여지는 것은 원치않는 공간으로 낮이든 밤이든 항상 밤같은 내부 분위기를 연출하여 창이 거의 없다.

 폐쇄공간에는 클럽이나 도박장, 체육관, 공연장, 교회 ,백화점등이 있는데 클럽이나 도박장은 내부가 보여지기를 원치 않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공간들은 바깥과 안을 차단하여 내부의 사람들이 안의 일에만 집중하기를 원하기에 이런 식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는 도시화로 도시의 공간이 매우 비싸지면서 공간을 시간이나 일별로 대여하기도 하는데 주로 연인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모텔이나 카페가 대표적인 예이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집보다 공간을 저렴하게 점유하는 방법으로 자동차가 있다.


4. 동과서의 건축차이

 동양은 상대적이고 관계적인 철학을 발전시켜온 반면 서양은 이데아나 기독교의 신 같은 절대적인 가치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수학을 강조시켜왔다. 이 같은 차이는 건축에도 영향일 미쳐 동양의 건축이 자연과의 관계 및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서양은 자연과 어울리기 보다는 삼각형, 원,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건축이 발달했다. 

 기후도 영향을 미쳤는데 동아시아는 몬순기후로 비가 많이 내리며 계절에 따른 기온 변화가 심하며 이로 인해 땅의 변화가 심하다. 때문에 땅이 물러 땅에 기초를 단단히 하는 방식의 건축보다는 땅에 주춧돌을 놓고 나무로 기둥을 세우는 방식의 건축이 발달했다. 비가 많이 오기에 지붕은 급경사여야 했으며 흙벽이 빗물로 젖어 무너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긴 처마도 필요했다. 벽과 긴처마사이에 툇마루를 놓은 것은 가히 신의 한수라 할만하다. 또한 사각형의 방을 모듈화하여 여러개를 놓는 방식으로 건물의 크기를 키우기 때문에 각 건물은 마당과 쉽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간의 관계 맺기에 용이한 구조를 갖게 된다. 

반면 서양은 벽 중심의 구조체로 과거 건물들은 창을 가로로 길게 내면 하중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에 세로로 긴창이 많이 발달하였다. 

 이 같은 건축양식의 차이는 대표적 건축물은 절과 교회에서도 나타난다. 서양의 교회는 예배를 통한 집회를 중시하기에 거대한 내부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신의 권위와 현신함을 드러내기 위해 밝은 채광도 중요했는데 그래서 등장한 것이 스테인글라스다. 스테인글라스는 문양으로 알고 있찌만 실은 기술의 부족함이 낳은 것이다. 과거 서양은 투명한 유리를 만들기 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이 부족했는데 그러다보니 색을 띤 유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이를 그대로 그림으로 이용한 것이 스테인 글라스다. 

 반면 동양의 절은 개인별 방문의 형태이므로 거대한 집회공간이 필요치 않다. 거대한 집회가 있는 부처님 오신날이 늦봄으로 기후가 온화해고 햇살도 강하지 않아 경내 마당으로 충분하다. 건물은 큰 것이 필요없어 작은 것이 여러개 있으며 건물 사이사이 공간이 있어 돌아다니면 마치 공원에 간 느낌이 든다. 물론 문화유적으로서의 역사성도 있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종교불문하고 절로 관광을 가는 것이다. 거기에 교회는 건물 구성상 매우 권위적인 느낌이 들어 일반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으며 절은 그 반대다.


이외에도 책에는 우리가 왜 한강고수부지를 가기 어려워하는지, 냉장고의 발달이 거리의 발달에 미친 영향,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등 다양한 건축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매우 쉽고 재밌있으며 알차다. 추천사 부분을 통섭을 주창한 최재천씨가 하였는데 초기엔 의아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이해가 간다. 유현준씨 자체가 건축에 매우 통섭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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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 카너먼 :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들 지식인마을 11
안서원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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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신도 믿기 어렵지만 난 한때 경제학과의 학생이었다. 물론 최종선택은 내가 한 것이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건 IMF라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었다. 좀처럼 나랑 어울리지 않는 학문이었는데, 경제학과 시절 교수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거 였던 것 같다. 바로 '만약'이다. 가끔 '만일' 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잘 이해는 안가지만 경제학은 뭔가 그럴듯한 모델을 하나 만들어내기 위해 무수한 가정을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깔끔한 수학식으로 뭔가를 설명하기에 현실에는 계산과정에 넣어야 하는 무수한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님들이 IF를 사랑하신 것은 경제학의 이런 어쩔수 없는 면 때문이었다. 만약을 통해 다른 무수한 변수를 고정시키고, 효과를 알고 싶은 변수 몇개 만을 허용하고 움직여 법칙이란 걸 만들어 내는 학문이라는게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제학에는 문화란 문제도 있었다. 문화라는 것에 따라 사람들에게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적 가치나 효용이라는 것의 개념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친화적 문화를 가졌던 아메리카 토착민에게 경제학이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을 경제학의 기본전제인 사유재산 개념도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다음은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인데, 인간을 마치 컴퓨터 기계처럼 철저한 이성으로 무장한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한다는 것이다. 역시 IF가 들어간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들은 이 점을 파고 들었다. 우리 인간은 합리적인 척 하지만 본질적으로 상당히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이 결정이나 선택, 의사결정,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에  있어 제한된 합리성을 갖고 있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았는데 이를 휴리스틱이라고 칭했다. 휴리스틱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정보처리능력과 연산능력이 완전하지 못한데서 발생한다. 외부환경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모두 처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은 적은정보로 편향된 빠른 판단을 한다.

 휴리스틱이 생기는 두번째 이유는 인간이 정서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책에 등장한 예로 카드 게임이 있는데 한 종류의 카드는 뒤집었을시 그 결과가 이득과 손실에서 위험성이 높은 리스크가 강한 카드였으며 다른 한 종류의 카드는 반대로 리스크가 낮은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초기 두 카드의 특성을 모르고 별 긴장없이 뒤짚었으나, 곧 특성을 파악하고는 리스크가 높은 카드의 경우 회피하거나 긴장하며 뒤집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감정부분을 다루는 뇌가 손상된 환자의 경우 위 게임에 참여했을때 리스크가 높은 카드와 낮은 카드에 대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인간이 판단및 문제해결에 있어 위와 같은 경향성을 갖게 된 것은 진화상 매우 당연한 일이다. 모든 외부 정보를 연산하여 최대한의 효율적 판단을 할만큼 두뇌가 커지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이며, 설사 그게 가능하더라도 외부환경이 그리 오래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생물은 행동을 함에 있어 목적을 갖고 가치 지향적으로 외부의 것에 대응하는데 이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존에 유리한 경험을 주는 외부대상에는 쾌의 감정이 반대의 것은 불쾌의 감정이 쌓이며 이러한 경험이 향후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진화상 지극히 유익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이먼과 카너먼은 이러한 휴리스틱에 대하여 거의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사이먼은 마치 진화론자의 용어처럼 이것을 적응적인 것으로 보아 제한된 합리성으로 비교적 효율적인 문제해결을 할수 있게끔하는 좋은 기능으로 파악하였으며 카너먼은 반대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았다. 둘다 맞는 말이다. 

 카너먼은 인간의 판단과정이 두 가지의 형태라고 보았는데 시스템1과 시스템2이다. 시스템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정신적 노력을 요하지 않는 대신 통제나 수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반면 시스템2는 느리고 계열적이나 정신적 노력을 요하고 의도대로 통제되며 융통성있고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다른 학자들도 용어만 다를뿐 거의 비슷한 구분을 했는데 시스템 1,2보다는 다른 학자가 말한 직관과 분석이 사실 개인적로 더 직관적으로 와 닿는다. 

 카너먼의 판단과정중 휴리스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시스템1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2라고 해서 휴리스틱에서 완전히 벗어날수는 없겠지만 휴리스틱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수 있는 과정을 기대할수 있다. 어려운 수학문제가 나타났을때 문제를 읽고 순간적으로 답을 내놓는 것은 1일 것이며 오랜 고민과 계산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2가 될것이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시스템 1을 먼저 만들어내고 점차 2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것인데,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2의 발달이 더욱 촉진되고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처럼 시스템 2를 구현하기 위한 갖가지 도구가 생존기계를 뚫고 나왔을 것이다. 인류의 여러가지 계산도구나 가장 최종 버전인 컴퓨터가 그것일 것이다.

 책은 행동경제학의 기반학문부터 출현 배경,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사이먼과 카너먼의 이론을 간략하게 잘 소개한다. 읽으면서 행동경제학이 인간 본성을 무시한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심리학 부분에서 출발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인간이 그러한 본성을 어떻게 해서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 진화론이라는 점에서 행동경제학과 진화론간에 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좋은 점이면서 나쁜점인 것처럼 입문서이다보니, 매우 친절하지만 역시 방대한 내용을 압축할수 밖에 없다보니 따라가기 좀 어려운 면도 있다. 이 책도 상당히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볼때마다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생각이다. 시리즈가 나온지 이미 10년인데 새로운 지식인 마을 버전이 나올때도 되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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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12-14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문에서 만약...은 경제학뿐만 아닌 것 같습니다. ^^

닷슈 2017-12-14 20:34   좋아요 1 | URL
옳은 말씀입니다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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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를 보던 영화를 보던 이렇게 주인공이나 핵심인물의 나이가 어느덧 내 나이보다 아래거나 비슷하면 기분이 묘하게 착잡해진다. 이렇게 다루어 질 정도면 사회에서 꽤나 나이가 들었단 말인데, 나도 그렇겠구나 라는 심정이 들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주는 처음 느낌은 그러했다.

 책은 한국사회에서 그리 예전도 아닌 80년대 초반에 태어나 자란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성 때문에 겪는 여러가지 차별과 부조리가 담겨져 있다. 다 읽고 나니 느낀건 성차별이 이정도였나라는 마음과 아래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였다. 이게 가능했던건 책이 매우 화가나는 사안에 대해서 정말 무덤덤하게 다루면서 더욱 끓게 만들고, 김지영씨란 사람이 정말 흔한 그 이름처럼 내 주변 누군가이것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책에서 다루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한 지극히 평범한 한국 여성이 당한 성차별이 나에게 예상보다 새로웠던 것은 내 삶이  성차별 부분에 있어 단순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김지영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의 변두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여성과 남성이 내삶에서 특별히 다르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집에는 여자형제가 없었고, 어머니 역시 직장생활을 하며 살림도 담당했지만 우리아버지가 워낙 가사분담을 잘하셨기 때문이다. 또한 김지영씨의 어머니도 그랬듯 당시엔 그런건 당연한 것이었다. 

 학교의 여자친구들이 특별한 존재로 슬슬 느껴질 무렵, 이런걸 잘 간파한 어른들은 묘하게 남여공학임에도 이 시점에 남여반을 분리했다. 그래서 내가 처음 남여를 다르게 느끼게 된 건 여성의 특별함보단 남성의 특별함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폭력성이다. 묘하게도 작년만해도 남여합반상태에서 조용하던 남자아이들이 일년만에 상당히 폭력적으로 변모했다. 호르몬의 변화일까, 아니면 짐승 같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사라져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수컷들끼리 모이니 새삼 동물스럽게 서열정리라도 필요해서 였을까

 하여튼 남고로 진학 후, 이런 폭력성은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대학진학시점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성이 이성적으로 남성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갖게되었다. 이 생각은 대학진학후 거의 확신처럼 굳어졌는데, 하필이면 진학학과가 남성중심의 경제학과였기 때문. 희한하게도 동기녀석들은 이상스레 어린나이임에도 하이에나 마냥 장차커서 돈벌궁리만 하고 있었다. 당시 나에겐 이 것은 폭력 및 서열정리의 고급버전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답답한 학과생활에 들어간 곳이 교내 신문사. 여자 선배들이 많았다. 동아리가 신문사이다 보니 지적으로 세련되고, 심지어 운이 좋아서인지 대부분 아름다웠다. 역시 여성이 확실히 났구나. 라는 생각이 콘크리트처럼 굳어질 무렵 군대를 갔다. 군대야말로 남성을 가장 남성스럽게 만드는 곳이기에 여성이 남성보다 이성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은 이젠 강철수준까지 변모하였다. 

 그러다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이곳은 여성이 다수인 곳이었다. 드디어 남성들에게서 해방이란 생각으로 상당한 기대를 하고 갔건만 희망은 오래지 않았다. 대학내 여성들이 오랜 나의 편견과는 다르게 상당히 이기적이고 보신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었던 여성들에게 마져 다소 실망을 하게 되니 이젠 남성들이 예전보다 났게 보였고, 사고 방식이 상당히 남여중심적으로 변모해갔다. 

 졸업후 취직한 직장 역시 그들이 그대로 모이는 곳이었기에 이런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직장은 여성이 다수인 곳이고 급여 및 대우에 있어 거의 모든 것이 완전히 남여평등적인 곳이다. 이렇게 삶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편평하기에 김지영 같은 삶은 내게는 마치 다른 나라의 삶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아내에게 넘겼는데, 후딱 다 읽고나서 아내 역시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괜스레 죄진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나에겐 아무소리도 안했다는 것. 내가 생각보다 양성평등적인 남편이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알라딘 달려라 책 이벤트로 받은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넘긴 것인데, 아내에게 다음엔누구에게 넘길 것이냐고 물어보니 직장 상사에게 드린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니 최근 그분이 성차별은 아니지만 부당한 요구에 대해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란다. 이런 좋은 책 달리기가 계속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뭔가 바뀔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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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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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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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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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12-11 11: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 모두가 쉬쉬하던 똥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리처드 존스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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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인간이 똥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상당한 거부감과 혐오감이다. 이런 혐오감은 진화적으로 매우 유익했기에 생겨난 것인데 똥에는 엄청난 박테리아들이 서식하는데다가 기생충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똥을 혐오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지극히 유익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똥을 비교적 혐오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구의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동물 전체를 보고 굳이 호불호를 가린다면 오히려 똥은 선호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똥떵어리가 갖는 하나의 엄청난 매력 덕분인데 바로 똥이 영양분 덩어리라는 점이다. 그 오랜 진화와 상상초월의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소화능력은 아직 다른 이웃들을 식량으로 삼아 다시 자신의 몸과 에너지로 재구성하는데 익숙치 않다. 그러기에 똥에는 아직 본래 에너지의 70-80%가량이 잔존해있다. 충분히 노려볼만 한 것이다. 

 책 '버려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에는 이런 똥을 식량이자, 새끼의 둥지, 자신의 짝짓기 장소, 혹은  삶의 터전, 그리고 그것도 아니면 먹을 것들이 많이 모이는 사냥터로 삼는 녀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똥을 사랑하는 녀석들은 주로 절지동물들인데 똥딱정벌레, 파리들,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나비까지 있다. 


1. 여러 초식동물들의 똥

 우선 책은 현 지구상의 주요 똥 공급원들의 똥의 특징에 대해 언급한다. 가장 대표적인게 소인데 소똥은 수분이 75%정도로 사람의 대변과 거의 수분함량이 유사하다. 그럼에도 소의 섬유질 소화능력이 워낙 강해 변에 섬유질이 거의 남지 않다보니 형태가 잘 유지되지 않고 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이후에도 약간의 덩어리진 웅덩이 같은 느낌을 준다.

 다음은 말의 변이다. 말은 소정도의 섬유질 소화능력을 갖추지 못해 변이 덩어리져 나온다. 수분함량은 소와 비슷함에도 말이다. 말은 소와 달리 되새김질도 없고 소화능력도 떨어지다 보니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소보다 풀을 믾이 뜯게 된다.

 다음은 양의 변인데 양은 건조지역에서 진화한 동물이다 보니 몸의 수분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건조한 65%수분 함량의 변을 만든다. 이 같은 변은 배변시 몸에 변이 묻지 않아 위생적이고 다리에 구더기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마지막은 토끼인데 이 녀석들은 소장과 대장 사이의 맹장에서 섬유질을 흡수한다. 하지만 맹장의 크기가 충분치 않다보니 영양소 흡수가 부족해 토끼는 자신이 초변을 배변과 동시에 바로 입으로 흡수해 재소화한다. 우리가 보는 소위 토끼똥은 이미 초변이 아닌 재변인 셈이다.(집에서 키우는 토끼에 함부로 뽀뽀하지 말자.)


2. 사람의 대변이 갈색인 이유는?

우린 우리 자신들의 대변이 갈색이다보니 당연히 변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의 똥은 파란색에서 초록색, 흰색까지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가끔 봉변을 당하는 새똥만해도 흰색에 검은색이지 않은가. 사람의 대변이 갈색인 이유는 소화과정에서 밝혀진다. 사람의 소화과정에서 음식물은 위를 지난 후 소장에 들어가면서 쓸개즙에 노출된다. 쓸개즙의 역할은 녹지 않는 지방덩어리를 잘게 부수어 동그란 덩어리의 유화액을 형성하는 것인데 이 쓸개즙은 노란색이다.

 그 이유는 오래된 적혈구가 간에서 파괴되는 과정에서 헤모글로빈에서 빌리루빈이란 노란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화기관에서 이 빌리루빈은 스테르코빌린이라는 짙은 갈색의 물질로 변화하는데 이 색이 우리의 똥색이다. 이 어두운 갈색 색소로 인해 포유류의 똥색은 우리가 아는 똥색이 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사향고향이의 변을 이용한 루왁커피에 대한 설명도 짧게 나온다. 18-19세기 자바, 수마트라 섬 등지에서는 커피재배가 이루어졌는데 당시 커피가 워낙 고가의 사치품이다 보니 정작 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커피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당시 그 지역엔 야생 사향고양이드링 제법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간혹 커피를 따먹은 모양이다. 커피는 사향고양이의 몸속에서 제대로 소화되진 않았지만 커피의 단백질이 변성되어 기존에 쓴맛은 사라지고 은은한 향이나게 되었다. 커피에 굶주린 인부들이 먹기 시작한 고양이 똥 속의 커피가 지금의 루왁커피다. 워낙 귀해 kg당 700$선이라고 한다. 이러니 인간이 사향고향이, 그리고 코끼리한테까지 커피를 강제로 먹이는 짓을 하는 것이다. 


3. 똥딱정벌레의 진화

명확하진 않지만 학자들은 똥딱정벌레의 이름에 똥이 붙게된 시점을 6천만년정도 전으로 본다. 이 시기는 공룡의 시대가 끝나고 포유류의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풀의 등장과 이의 섭취를 통해 초식포유류는 충분한 영양을 갖추고 딱정벌레가 좋아할만한 성분과 독성이 적은 똥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똥딱정벌레는 이에 걸맞추어 공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공룡시대에도 딱정벌레가 진화했을 거란 의견도 있긴하다. 하지만 현대의 똥딱정벌레들이 파충류와 조류의 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조류와 파충류는 포유류와는 달리 소변과 대변을 구분하지 않고 배설강이란 곳에서 똥을 만들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독성물질인 암모니아, 인산염, 탄산등의 물질이 생기게 되며 똥딱정벌레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초식공룡의 경우 거대한 섬유질이 가득한 똥을 만들었을게 분명하며 이것은 덩어리졌을 것이고 똥딱정벌레에게 큰 요기거리였을 것이다. 또한 겉씨식물에서 속씨식물로 식물이 진화하며 이들 초식공룡들은 더 높은 영양분을 얻었을 터인데, 이는 그들의 똥 역시 더욱 영양가가 있어질 거란 의미다. 똥딱정벌레가 이를 높치지 않았을 거란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4. 똥과 똥딱정벌레

 똥이 들판에 나타나면 가까운 시간내에 이 향기를 맡고 똥딱정벌레를 비롯한 여러동물들이 몰려온다. 똥딱정벌레는 후각기관이 따로 없고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데 그 감각의 정도가 10억분의 1수준을 탐지하는 정도다. 이들의 감각기관이 이리도 민감한 것은 서둘러야 하기 때문인데 막 생성된 촉촉한 똥은 곧 마르기 시작하고 냄새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똥이 마르면 이를 섭취하는데 큰 장애가 생기며 냄새가 사리자면 똥 자체를 찾지 못하게 된다. 

 똥이 촉촉할때 모인 동물들은 영양분이 가득하고 박테리아 건더기 까지 가득한 이 똥즙을 빨아먹는다. 똥 딱정벌레는 물론, 똥파리 거기에 아름다운 몇몇 나비종까지 이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몇몇 포식자들은 이 똥의 유혹에 빠진 이들을 사냥한다.

 똥딱정벌레는 똥을 잘게 잘라 둥글둥글한 경단을 만드는데 이러한 경단은 자신들의 자식을 위한 것이다. 똥딱정벌레는 경단을 만들자마자 종에 따라 똥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전략을 택하기도 하며 땅으로 굴을 파서 경단을 옮기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식량인 똥을 경쟁자들로부터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함이다. 

 똥딱정벌레는 수컷의 경우 뿔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덩치가 크다고 해서 뿔도 큰 것은 아니란점이 독특하다.  애벌레에서 성체로 변태할 시기에 애벌레는 뿔의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자원배분의 한계때문인데 큰 뿔을 갖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뿔이 머리에 위치하는 종의 경우 눈과 더듬이가 작아지며, 가슴에 위치하는 경우는 작은 고환과 날개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뿔을 없애거나 작게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큰 뿔을 갖으면 똥자원의 확보 및 암컷차지의 용이성으로 똥자원의 탐색과 강한 생식력이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 반대로 뿔이없다면 똥자원과 암컷차지의 확보에서 밀리게 되지만 뛰어난 똥 탐색능력과 잦은 교미로 이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전략을 똥딱정벌레는 번데기시절 선택해야 한다. 이는 애벌레시절 환경압박에 따른 후성유전학의 결과가 아닐런지.

 똥딱정벌레는 대량의 알을 낳아 새끼를 대량으로 번식하는 다른 곤충들과는 다르게 적은 새끼를 낳아 심지어 양육한다. 이는 이들이 똥을 경단으로 만들고 둥지까지 짓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끼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새끼를 소수정예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똥딱정벌레는 경단하나에 대개 알하나를 낳는데, 이 알은 경단안에서부터 똥을 먹어치우고 자라나며 마지막엔 거의 껍데기만 남은 경단을 부수고 나온다. 이 안에서 자기 똥까지 먹었음이 분명하다. 

 

5. 만약에 똥딱정벌레가 없었다면

가장 대표적인 똥인 소똥의 붕괴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생물학적으로 활발한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20kg짜리 코끼리 똥마져 2-3시간 내에 사라지는 반면, 추운 캐나다에선 소똥이 처리되는데 무려 1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모두 똥딱정벌레와 똥을 먹는 동물들로 인해 가능한 일인데, 이들이 없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호주다. 

 호주는 오랜 격리의 역사로 개척시기에 이민자들이 함부로 도입한 생물종으로 오늘날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 역시 마찬가지 였는데, 소의 문제라기 보단 바로 소똥문제였다. 유럽에선 쌓다하면 조만간 사라졌던 똥이 호주에선 이상하게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호주가 오래 따로 격리되 생물군이 진화하다보니 호주의 딱정벌레가 건조형 똥에 맞춰졌기 때문이었다. 

 캥거루를 포함한 호주의 유대류들은 이미 구대륙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들의 똥은 건조 기후에 적응한 결과 매우 수분함량이 낮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똥에 적응한 호주의 오리지널 똥딱정벌레에게 소의 설사와도 갖은 똥은 처치불능이었다. 

 소의 똥양은 생각보다 엄청나서 고작 5마리가 연간 1에이커의 토지를 오염시켰고, 매년 소똥으로 인해 2000km2 의 목초지가 오염되었다. 이 때문에 호주정보는 조심스레 구대륙의 똥딱정벌레의 도입을 시작했고, 오늘날엔 성공적으로 도입종의 54%생존하여 정착하였다. 이들은 4가지 역할을 하였는데 소똥을 제거하였고, 영양분을 순환시켜 풀의 성장을 도왔고, 이는 자연스레 소와 우유의 생산을 증가시켰다. 또한 소가 자신의 변을 다시 먹을 경우 기생충에 재감염되는데 똥을 처리하여 이를 줄이고, 똥을 매개로 번식하는 덤불파리의 개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책은 똥을 통한 공진화를 다루고 있으며 매우 흥미로웠다. 책의 뒤 100쪽 정도는 여러 동물의 똥의 모양과 특징, 그리고 똥을 매개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도감이 수록되어 있어 볼거리 역시 많다. 주로 초식동물의 똥에 대하여 다루었는데 육식동물의 똥을 매개로 살아가는 생태계 역시 다루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책의 원제는 'call of nature'인데 아무 생각없이 직역하면 자연의 부름이다. 도무지 한국제목과 연상이 안이루어져 찾아보니 call of nature는 똥이 마렵다는 뜻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영어로 I answer the call of nature 라고 말하면 화장실 가고 싶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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