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학교 수학 수업 - 수학적 센스는 어떻게 자라는가 가르친다는 것 1
김진형 지음 / 천개의정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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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교육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늘 학습자 중심과 깊이 있는 학습, 이를 위한 내용의 대강화, 현장의 자율성 등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건 총론에서의 합의일 뿐 이걸 각자 구현할 각 교과의 각론자들은 교과중심주의에 빠져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 수학도 마찬가지인데 그 간 여러 단원의 학년 이동 정도만 이뤄졌다 다시 복귀되기만을 반복할 뿐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즉, 여전히 빠른 시기에 많은 내용을 생활과 연관성이 없는 상태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수포자는 늘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수포자는 대개 초2에서 위기가 오고 초3에서 대량 발생하는데 초2 시기는 누구나 그렇듯 구구단을 몽땅 암송해야 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초3에서 이뤄지는 많은 곱하기와 나누기들은 초2에서 학습한 구구단은 모두 암기한 상태에서 이를 연산에 자유자재로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구구단의 실패는 곧 수포자로의 열림이 된다. 

 초3이 또 어려운 것은 분수의 등장 때문이다. 그저 작은 것들을 다시 하나로 세면 되지 이 것을 굳이 1/3, 1/4로 나눠 표현하는 것은 상당한 혼란을 갖고 온다. 분수 역시 수학 학습의 기본이기에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역시 수포자의 길을 피하기가 어렵다.

 연산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소위 사칙 연산이라는 것은 초2-3시기에 완성되는 것이 거의 전제된다. 때문에 초3안에 이런 연산을 완벽히 해내지 못한다면 이후 학습을 따라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자리한다.  

 수학이 이토록 교육에서 힘든 것은 그 누적성 때문이다. 그 어떤 교과보다도 수학은 앞의 개념을 쌓아가지 못하면 다음 개념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리고 생활과의 관련성도 적다. 사실 수학은 현대 문명과 매우 관련이 깊지만 교과서로 추상화된 개념과 수식, 도형등을 대하다보면 현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지 오래다. 

 그래서 학생들은 대학 가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의 인생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학을 이렇게 장기간 어렵게 강제로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많다. 이런걸 방지하려고 2007년부터 수학 단원 앞부분에 스토리 텔링 수학이라고 각 단원 내용과 관련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붙였지만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리고 실상 학생들도 이것도 결국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예시이기에 별로 의미있게 다가오는 경우도 적다. 

 발도로프의 수학이 다른 것 학습자를 위한 수학수업과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은 대안학교이기에 일반학교의 교육과정과 다른 순서와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리게 갈 수 있고, 깊이 있게 갈 수 있으며, 학습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학습은 느리고 더뎌보이나 깊이 있고, 수학을 내면화 하고 수학적 사고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한국 학생의 수학 능력은 어릴 적엔 앞서나 결국은 서구 선진국 학생들에 뒤지게 되는데 우린 많은 내용과 결과만을 빠르게 가르칠 뿐 흥미와 수학적 사고를 학습시기진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쪽들은 느리지만 수학적 사고력을 확실히 상승시키는 듯 하다. 발도로프는 곱셈구구도 그냥 배우지 않는다. 일반 학교에서 몇가지 구체물을 좀 다루다 바로 암기로 넘어가지만 여기선 계속 구체물을 다룬다. 구체물을 자기가 직접 채집하고 혹은 그려넣으며 곱셈 구구의 규칙을 깨달아간다. 예로 7단을 배우는 학생은 일곱개 잎이 달린 가지를 하나하나 그려넣으며 개수를 늘려가다 점차 이를 추상화하여 그냥 긴 막대 하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뛰어세기를 하면서 음악처럼 곱셈 구구를 학습하기도 한다. 모둠 별로 하는 활동도 재밌었는데 두 개 모둠이 서로 원 두개를 만들어 옆에 앉게 한다. 한 모둠은 돌아가며 숫자를 세며 3마다 박수를 치게 하고 다른 모둠은 4마다 박수를치게 한다. 그러면 공배수마다 박수가 겹치는데 이러면서 학생들은 곱셈구구에서 각 단의 공통되는 수를 깨닫게 되고, 이는 공배수의 개념으로 다가오게 된다. 

 책에는 삼각수와 사각수,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정리, 백분율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배워나가는지가 나온다. 모두 자기 생각으로 표현하고 느리지만 사고력을 가지면 수학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도 수학은 어려워 발도르프에서도 위기는 온다. 하지만 일반 학교와는 다르게 그 위기가 6학년 이후에나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것만 해도 훨씬 낳지 않을까. 모두가 수학적 재능을 타고나진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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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기적인 교사 - 각자도생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를 위한 동력
이지명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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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8일에 교사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교육계의 학부모갑질 사건은 한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갑질의 가해자 학부모는 전교원 50만이 모두 일회 이상 당한 적이 있다고 할 만큼 상당 수지만 그래도 전체 학부모에 비하면 5에서 10% 수준으로 적다. 때문에 많은 일반 국민들은 이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10회 가량 진행되었던 교사들의 추모 및 항의집회는 교원 4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일단 숨을 고루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을 멀며, 공적기관이자, 그 수행자인 교사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존중과 인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은 학교에서 협력하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 다룬 책이다. 물론 책은 올해 초에 출간한 것으로 서이초 교사 사건 이전에 나온 책이다. 만약 그 이후에 나왔다면 이런 책을 내는 것에 대해 시기상으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엔 교사의 업무를 법령에 따른 수업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교육후진국인 한국은 그렇지 않다. 사회가 발전하고 갖가지 요구사항이 폭증하며 많은 일들이 학교에 들어왔다. 80-90년대 근무한 교사들은 일인당 담당 학생은 지금의 두배가 넘었지만 일은 오히려 많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매우 단순하고 수직적이라 교과서대로만 수업했고, 성적도 매우 단순하게 기술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하며, 수업 및 평가도 복잡해졌다. 여기에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폭력, 학교안전, 스쿨버스, 학부모민원대응, 학교급식, 온갖 조례에 의한 안전, 범교과 교육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여기에 업무관리시스템이로 온갖 기관 및 상급기관에 의한 공문시달이 편리해지면서 참으로 학교에 많은 일을 시키기 용이해졌다.

 하지만 이런 교사 본연의 업무와 과다한 잡무의 부과는 학교에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잡무는 그야말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보상도 거의 전무하다. 교사의 수당은 담임수당은 13만원, 부장수당은 7만원에 불과하다. 두 보직을 맡아서 업무가 폭증해도 한 달 20만원 정도의 보상에 불과한 것이다. 안하고 많다가 지배적인 분위기일 수 밖애 없다.

 하지만 학교는 이런 할당된 업무를 반드시 수행하려고 하거나 수행해야 한다. 때문에 자기 살길만 여겨 이런 업무를 기피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 일선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런 잡무를 맡는 교사에 승진가사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승진체계가 바뀌고, 승진을 기피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이런 당근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때문에 많은 학교들에서는 부장교사를 담임교사를 찾느라 매년 고생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돌아가면서 부장을 맡은 부장순환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책은 중등중심으로 써서 중고등학교의 많은 기피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초등은 90%이상의 교사가 담임을 맡아야 해 사실상 담임기피가 불가능하지만 중등은 절반 정도만 맡아도 되기에 기피기 심하다. 여기에 함께 해야 하는 일은 교과별로 다르고 수업시수도 균등치가 않아 갈등이 많다. 교사는 일에 있어 협력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은데, 언급한 것처럼 경제적, 문화적 동기부여도 거의 없을 뿐더러 그런 것에 협력적인 경우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난 적어도 교사들이 업무에선 협력적이지 않을 수 있고 그런 당위성도 있다고 보지만 교육과정과 수업 등의 본연의 업무에선 매우 협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교사 자체가 이기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내부적인 지적이다. 애초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환경이 주어진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그리고 적어도 교육당국은 학교에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전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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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육과정과 수업 디자인 - 2022 개정 교육과정 기반
유영식 지음 / 테크빌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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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2022 개정교육과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은 그간의 시대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2015개정 교육과정을 부드럽게 계승한 느낌이다. 시대는 인공지능과 기술적 변화, 기후 재난 등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이를 위한 학교, 교사 자율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책 2022개정교육과정과 수업 디자인은 이런 2022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친절한 대중해설서 성격이다. 물론 가장 인상적인 학교자율시간에 많은 초점을 두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미래 교육의 실현을 위해 만든 교육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학생맞춤형, 학습자 주도 교육이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 만든 장치가 고교 학점제와 학교자율시간, 깊이 있는 학습이다. 학교는 이제 초중학교에서는 학교자율시간으로 학습자가 원하고 그들이 주도하며 교사와 지역에 맞는 학습 설계가 가능해졌고 고교에서는 고교학점제로 학습자가 자신의 진로에 맞는 경로 이수가 가능하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인간상에서 자기주도적 인간, 창의적 인간, 교양 있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을 제시했다. 2015와 거의 동일하나 자주적인 사람이 자기주도적 인간으로 바뀌었는데 아무래도 학습자 중심을 초점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량은 6가지가 같이 제시되었으며 의사소통 역량이 협력적 소통 역량으로 바뀌었다. 미래 사회에서 단지 의사소통이 아니라 타인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기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기초 소양이 등장했다. 민주시민의 최소 소양으로 기존 3Rs을 강조했다면 이번엔 이를 언어 소양, 수리 소양, 디지털 소양으로 다시 제시했다. 언어 소양과 수리 소양은 기존의 3Rs라면 여기에 디지털 소양이 추가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입학초기 적응활동이 68시간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는 통합교과의 학교 단원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34시간으로 줄였고, 나머지 34시간은 한글 교육강화차원에서 국어과로 옮겨졌다. 세월호 사건 이후 도입한 안전한 생활 64시간은 바른생활 16시간, 슬기로운 생활 16시간, 즐거운 생활 32시간을 교과에 분산되었다. 또한 초등저학년이 신체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 관련 시수를 기존 80시간에서 128시간으로 증가시켰다. 

 중학교는 자유학년을 자유학기로 줄이고 차시는 102시간으로 편성하였으며 스포츠클럽을 연간 34-68시간에서 연간 34시간으로 축소했다. 고등학교는 기존의 204단위 이수제를 192학점의 학점제로 개편하였다. 1학점은 50분 기준 16회로 편성했다. 

 초중고에서 공통적으로 진로 연계 교육이 도입되었다. 초등은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중학교는 고등학교의 고교 학점제, 고등학교는 대학교와 사회진출과 관련한 진로교육을 하게 된다. 창의적 체험활동대 개편되었는데 기존의 자율, 동아리, 진로, 봉사의 4영역이 자치자율, 학생중심 동아리, 진로로 개편되었다. 봉사활동은 학생중심 동아리 영역에 포함되었다. 인공지능 소프트 웨어 교육도 강화하여 초등은 기존 17차시에서 34시간이 되었고 중학교는 68시간 고등학교는 이와 관련한 진로 및 융합 교육선택과목을 신설하였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교과군별(음미체 교과 제외) 20% 범위 내에서 시수를 증감하여 편성 운영할 수 있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이것을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넓혀 교과군과 창체를 포함하여 20% 시수 증감 편성이 가능해졌다. 사실상 교과의 수업 시수를 줄이고 창체를 확장할 수 있어 학교와 지역에 맞는 고유의 교육 재량권이 넓어졌다. 

 2022 개정교육과정 각론의 개발 방향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역량 함양을 위한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삶과 연계한 학습을 강조하고, 교과간 연계 및 통합을 지향했다. 그리고 학습에 대한 성찰을 강조한다. 내용체계표는 기존에 지식과 기능만 제시되었지만 2022는 지식과 이해, 과정과 기능, 가치와 태도로 분화하여 제시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성취기준도 변화했다. 우선 성취기준은 교과학습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결과 혹은 도달점의 성격으로 제시해 일종의 평가준거 기능을 하게 하였다. 또한 내용 체계표와의 정합성을 강화했다. 역량 구현에 적합한 방식으로 진술하였다. 또한 교수학습과 평가의 자율권을 확대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술했다. 즉, 성취기준상 구체적 활동을 제시하기 보단 도달점 위주로 진술하여 그 과정에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다. 

 학교자율시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백미다. 이는 초등 3-6학년, 중학교 1-3학년에서 편성해야 하고 교과가 16+1주로 편성되어 뒷 부분의 1주 분량의 차시가 학교자율시간 시수가 된다. 초등같은 경우 3-4학년은 최대 58시간, 5-6학년은 64시간이 된다. 교과별 학교 자율시간 수는 교과의 편제 시수를 17로 나누면 된다. 

 학교자율시간 같은 것은 기존 시도 교육과정에 이미 등장하였다. 경기도의 학교자율과정, 전북의 학교교과목, 충북의 자율탐구과정, 충남의 학교자율특색과정, 인천의 학교자율교육과정 들이 그렇다. 이들은 거의 최대 20%의 교과시수를 활용가능하게 하여 연간 100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장했기에 2022개정교육과정의 학교자율시간은 오히려 시수면에서 축소된 감이 없지 않다. 

 학교자율시간은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교육과정 분권화와 자율화, 교사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우 교사에게 업무적 과부하가 일어나거나 시수를 감축하는 만큼 기존 교과교육의 부실화 그리고 지역별 학교별 교육과정 편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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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 초등학교 교실에서 책과 친해지는 책 읽기
신현주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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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읽은 '책 읽는 뇌'에서는 인간은 독서를 위해 진화하지 않았고 독서는 그래서 많은 노력과 다른 여러 기능과 신경 통로들이 총체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고급 기능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독서를 하지 않는 지금의 세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말 지금의 아이들이 그러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에 둘러싸여 영상과 함께한 지금의 아이들은 글씨로 가득한 지금의 책에 어떠한 흥미도 보이질 않는다. 책은 재미도 없고 시간 투자가 필요하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만화 정도만이 간신히 그들의 흥미를 끈다.

 하지만 영상이 책을 대체하긴 쉽지 않다. 영상은 책 만큼 길어지기 어렵고 의외로 많은 정보를 간단히 담기도 어려우며 제작도 책보다 훨씬 어렵다. 무엇보다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기에 시청자로 하여금 숙고와 자기 생각을 만들어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에도 책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종이가 되었든 전자의 형태가 되었든.

 그래서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 어릴적부터 책을 가까이 하고 읽어내고 좋아하는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에 실패했기에 한국인은 연간 5권 미만의 책을 볼 뿐이며 그나마도 가벼운 문학과 투자, 에세이에 집중된다. 천천히 스며드는 독서교육은 글자 처럼 바로 책을 대하기 보다는 책을 읽는 아이를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아이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책을 읽는 모습을 관찰하는 활동 등을 통해 접근해 가는 방식이다. 

 최근 아이들은 문해력이 많이 떨어져있는데 이는 상상력의 부재가 한몫을 한다. 아이들은 글을 읽고 이를 상상해 본 경험이 적다. 바로 영상으로 실체를 보여주는 매체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이 언어를 지배하는 지금의 시대는 책을 읽기가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독서 교육엔 더 촘촘한 활동이 필요한데 저자는 책을 읽고 그림으로 이를 묘사하기, 그리고 줄거리를 10줄로 요약하기, 친구들과 모둠별로 5분간 서로 줄거리 발표하기, 한 편의 글을 연극으로 표현하기 등을 교육활동으로 제시한다. 

 책에는 몰입독서 부분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몰입독서는 다른 독후활동을 자제하고 읽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교육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거의 책을 보지 않고 방과후엔 학원을 가며 집에서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기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때문에 반 아이들이 다 같이 집중하여 수업시간에 책을 읽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몰입독서에서 처음에 중요한 것은 잔소리 하지 않기다. 아이들은 책을 자주 읽어 보지 않았기에 초반엔 자주 책을 바꾸고, 좀처럼 앉지 못하고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를 참고 견디며 활동을 지속하면 이런 활동일 놀랍게 줄어든다. 교사는 독서관찰일지를 마련하고 학생이 고른 책들과 읽을 때의 특징을 기록하고, 학생의 취향과 관심사로 읽기 수준을 짐작한다. 몰입 독서 후에는 학생이 읽은 책의 목록과 주인공의 이름, 읽은 횟수, 시간을 정리한다. 학생들은 몰입 독서 후에 이구동성으로 자유와 집중, 성취를 경험한다. 강제로 시킨 것 같은 이 활동에서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골라 자유롭게 시간을 쓰게되니 자유를 경험하고 같이 자신도 놀랄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며 글밥이 가득한 두꺼운 책을 읽어냈다라는 성취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에는 스며드는 독서 교육 뿐만 아니라 수업 중에 이뤄지는 다양한 독서 교육법과 학생들이 학년급별로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수록되어 있다. 독서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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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 학교 - 시스템사고를 통해 본 학교 복잡계 운영
피터 센게 외 지음, 한국복잡성교육연구회 옮김 / CIR(씨아이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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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는 학습이 이뤄지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학교가 학습으로 성장한 경우는 혁신교육 이전의 한국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이는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인데, 대충 3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한국은 국가중심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상세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제공하니 굳이 학교는 학생 교육을 위해 교육 방법과 내용을 만들기 위한 학습을 할 필요성이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강한 공교육 체제다. 미국을 비롯한 지자체가 강하고 공교육 체제가 약한 나라들은 교육 효과가 약한 학교가 수시로 폐교되고 지역의 요구로 생겨나기도 한다. 학교는 지역민의 강력한 요구와 이에 부응하고자 하는 교육장과 학교장의 필요성으로 인해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어느 지역이든 공립학교가 존재하고 공립교사를 배치하니 이럴 필요가 없다. 마지막은 행정업무 위주의 학교 내부구조다 오랜 기간 학생 학습보다는 상급기관에 의해 하달되는 공문 처리가 학교의 중심이었고, 이렇다 보니 교사집단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과 경험의 부족으로 자생력을 잃었다. 이렇다 보니 학습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했다. 교육은 학습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했고 국가 중심 교육은 변화하는 사회와 지역 및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기에 학습은 지역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지역의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어 학교를 꾸준히 변하시키는 학습 뿐이다. 

 책 학습하는 학교는 학습으로 교육 효과성을 높여나가며 성장하는 학교가 갖춰야할 시스템 사고와 핵심 원리 5가지, 그리고 수많은 성공 사례로 가득한 책이다. 책이 거의 1000쪽에 달하고 번역이 좋지 못하며, 앞 부분의 이론적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긴 하나 뒷 부분이 대부분 미국의 사례로 한국의 상황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고 그나마도 대개 20년 전 사례라는게 이 책의 약점이다. 

 책에서 말하는 학습에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하나는 인간이다. 인간은 시스템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인간의 학습엔 리더십이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계속 변화하는 구조다. 시스템 구조가 피드백 되는 순간 자기 동력이 생겨나서 외부자극 없이도 스스로 작동하는 체계가 되는데 그래서 조직은 학습이 중요해진다. 

 저자는 학교가 학습해야 하는 이유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안전하게 학습할 장소로 학교는 여전히 미래 사회에도 필요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세계가 개선되려면 학교가 스스로 학습하여 그 효과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국가나 상급 기관의 명령이나 지시, 규율, 강제가 아닌 학습을 지향해야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고 창조성을 갖게 되며 이것이 바로 학습하는 학교가 된다. 

 시스템 내의 구성원들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바꾸려면 다섯 가지 학습 규율이 필요한데 이는 시스템 사고, 개인적 숙련, 정신 모델, 공유 비전, 팀 학습이다. 이 다섯 가지가 이뤄지고 지속되려면 학습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개인적 숙련은 자기 삶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와 인생에서 성취하고픈 비전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개발하는 실천 방법이다. 어떤 직종이든 자신의 현재 모습을 평가하고 그 직종의 이상적 이미지를 파악하고 현재에서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꾸준한 실천을 한다면 개인적 숙련이 높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공유 비전은 공동 목적으로 구성원들이 함께 창조할 미래상, 전략, 원리, 실천 지침등을 함께 만들어 모두가 조직에 대해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을 개선하고 변화 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모두가 적극성을 가져야 하는데 서로 간의 상황과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같은 방향을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공유 비전은 이들 모두가 서로의 욕구와 목표를 이야기하고 합의를 통해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해나가며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스스로가 합의한 비전인 만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헌신할 수 있게 된다. 

 정신 모델은 현실 세계를 명확하고 정직하게 정의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학교의 주요 임무는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주제를 신중하고 생산적으로 토론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소 번역이 이상하긴 하지만 정신 모델은 결국 현실의 문제점과 현실 그 자체를 정확하게 직시하게 도와주는 능력이다. 개인으로 따지만 메타인지나 자기성찰 능력정도가 될 것이다. 팀학습은 팀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집단의 상호규율, 대화와 숙련된 토론 기술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켜 총체적 변화와 실천을 일으키는 것이다. 학교 현장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같은 것이 팀학습의 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시스템 사고다.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에 대한 사고다. 시스템 사고를 하게 되며 상호작용과 변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행동의 결과를 만드는 동력을 효과적으로 다루게 된다. 

 책의 뒷 부분은 언급한 것처럼 이런 다섯 가지 규율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천한 미국의 구체적 사례와 관련된 책의 소개다. 인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거의 20년 전 사례라 혁신학교가 일반화된 2020년대의 한국 교육 입장에서도 한 번쯤은 경험하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사례보다는 다섯 가지 규율과 시스템 사고에 대한 이해가 책에서 더 중요해 보이며 이것만 정리한 또 다른 피터 센게의 책을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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