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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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든 나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과 공부했던 것들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수학과 물리학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물리학은 화학과, 화학은 생물학과, 생물학은 뇌과학이나 심리학과, 심리학은 인문학과, 인문학은 우리의 사고 활동, 우리의 삶과 깊이 연관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모든 앎은 이어져 있으며 나와 여러분도 서로 이어져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문학 작가 출신인 저자가 나이 마흔 무렵 과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몸소 느꼈다.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만큼 가슴 떨리는 일이 있겠는가. 무궁무진한 지식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저자가 느꼈을 떨림을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만나 본다.


어둠의 의미


“인생의 반고비에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은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제자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당시의 단테는 30대 중반이었는데 그 시절의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인생의 반고비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요새 나이로 따지자면 마흔 정도일 듯 싶다. 공자 말씀에도 마흔쯤 되면 불혹不惑이라고 했으니 누구나 인생의 반고비를 살았다는 생각이 들만 할텐데, 살아온 시절을 되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참으로 복잡다단하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어두움이란 삶의 과정에서 겪는 어려운 시절이나 역경을 상징하는 은유어인 셈이다. 어두움을 헤쳐나오면 빛을 만나게 되고, 삶은 다시 환하게 밝혀진다. 또 빛과 어둠은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빛은 지혜와 최고를, 어둠은 무지와 밑바닥을 상징한다.


살다 보면 조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결국 최적의 경로였던 경우가 많다. 삶의 최적 경로는 직선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언제나 곧은길로 앞으로만 나아가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삶의 여정은 무수히 많은 구불구불한 곡선들로 가득 차 있다.


돌아가는 길이 결국 지름길이다


등산할 때의 산행길를 떠올려보라. 직선거리이지만 올라가기엔 매우 힘들고 어려운 길이 있고, 비록 직선거리가 아니라 좀 돌아가지만 결국엔 더 빨리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 두 길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하겠는가? 지혜로운 사람은 당연히 더 빨리 갈 수 있는 우회 경로를 택할 것이다. 이처럼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야 결국엔 돌아가지 않게 된다.




현재 시점에서 늘 과거 모습을 보며 살아간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인인 우리의 눈까지 도달하려면 8분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리얼타임의 태양이 아닌 8분 전의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도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모두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약에 태양이 폭발하거나 갑자기 사라진다면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를 과학적으로 답하자면 불과 8분밖에 안 된다. 밤하늘에서 우리가 보는 별빛도 까마득한 과거의 모습들이다. 현재 그 별이 소멸되었을지언정 우리들의 눈에는 당분간 여전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일 거라는 사실이다. 즉 과거 시점에서 출발한 빛이 현 시점의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유예되는 셈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의 경이로움이다. 과학적 시간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들의 생애도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물체의 본성, 정지인가 움직임인가?


질문을 해보자. 물체는 정지한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계속 움직이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물체는 움직이다가 결국 멈추게 되므로 정지 상태가 물체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정지한 상태, 즉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으므로 주변 하늘이 우리를 기준으로 빙글빙글 돈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움직이는 물체에 따로 멈추는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물체는 영원히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의 배후를 생각했던 것이다.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지구 역시 일정하게 계속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멈추는가?’ 하고 물었다면 갈릴레이는 ‘왜 안 멈추는가?’ 하고 물었기에 올바른 원리를 본 것이다.




1광년은 얼마나 되는 거리인가?


“무거운 물체는 시공간을 출렁이게 한다.”


아득히 먼 곳,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했다. 13억 광년이란 빛의 속력으로 13억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감이 오는가? 1977년도에 발사한 보이저호가 45년 동안 날아간 거리는 빛의 속력으로 하루면 갈 수 있다. 여기에 365배를 해야 1광년 거리가 된다. 하여튼 광년 단위로 떨어진 곳은 아주아주아주 멀다.


아득히 먼 어느 은하銀河에서 충돌한 두 블랙홀로 인해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고, 충격이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 파동이 사방팔방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지구에도 그 파동이 마침내 전해졌다. 이를 ‘중력파’라 부르는데, 2015년에 지구의 과학자들이 이를 관측했다. 현대 과학 기술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그 바탕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있다.


닮은 꼴 찾기


사람들은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 똑같지 않으면 유사성을 찾아내려고 한다. 정치판에서도 서로 못잡아 먹어서 으러렁대다가 동맹을 맺어야 할 상황에선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쳤다. 기하학은 사물이나 현상을 특정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알컫는다. 초등학생이 연주하는 트라이앵글, 편의점 삼각김밥, 삼총사의 모습 등에서 기하학자의 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삼각형이다.


이웃 사람들이 함께 걷는 아빠와 아들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아빠랑 똑같네.” 닮은 데야 있겠지만 똑같은 건 아닐 텐데 왜 똑같다고 말하는 걸까. 이는 외모가 복사기로 찍은 듯 일치한다는 게 아니라, 뭔가 본질적인 유사성을 공유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것이 기하학자가 찾는 것이다. 붕어빵들보다는 그 붕어빵 틀을 찾고자 하고, 틀보다는 그 설계도를 찾고자 한다.




생명의 원리


복제도 사람의 일이라 실수가 생긴다. 10억 번 시도 중에 한 번꼴로 불량품이 생기는데 이렇게 불량 복제된 세포는 암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원래 설계도에 맞지 않는 불량품이 거대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진화의 실마리가 된다. 기존 모습과 완벽히 일치한다면 진화도 없기 때문이다.


항구에 잘 정박된 배는 안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박하는 일이 결코 배를 만든 목적은 아니다. 파도가 넘실대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 위험에 맞서며 움직이고 일을 해야 뭔가를 해낼 수 있다. 고정된 원래 상태 그대로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아들이 말에서 낙상해서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전쟁터러로 나가지 않는 행운을 잡았다. 처음엔 불행이라 여겼던 일이 나중에 행운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 인생사는 어찌 될지 모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생도 그러하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확실한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과학 공부다. 나보다 어린 세대에게 모른다는 말 한마디를 잘 하려고 먼 길을 돌아오는 게 인생 공부다. 인류의 선조 호모 사피엔스는 상호 돕고 보살피면서 진화해왔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삶이 더 풍부하고 아름다워졌다. 이것이 인생의 공리公理이다.



#과학의위로 #이강룡 #수학 #과학 #인문학 #인문교양 #인생공부 #어른수업 #40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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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그림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 어쨌든 미술 1
박혜성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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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주기에 그림 감상에 큰 힘이 되는 미술교양도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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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머리 공부법 - 맞벌이 쌍둥이네, 서울대 둘 보낸 문해력 공부법
김선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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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쌍둥이네는 아이들 교육에 고민이 많았다. 공부 뒷바라지 시간이 부족했기에. 그래서 쌍둥이네는 아이들이 소리내어 글을 많이 읽도록 훈련시켰다. 이로 인해 문해력이 향상되었고 공부로 이어져 둘 다 서울대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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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머리 공부법 - 맞벌이 쌍둥이네, 서울대 둘 보낸 문해력 공부법
김선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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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소리내어 읽을 때 뇌가 이렇게 많이 활성화된다면, 당연히 아이들의 뇌력, 집중력, 기억력, 암기력, 독해력, 문장력, 발표력 등이 강화될 것이었다. ‘후천적 공부머리를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 하나만 패자.” 바쁜 맞벌이 엄마는 오직 하나 문해력, 그중에서도 ‘소리내어 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 ‘머리말’ 중에서




맞벌이 가정은 아이들 양육에 고민이 많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의 학력 배경이 평범하거나 그 이하라면 더욱 그러하다. 부모를 닮아 공부마저 못하면 나중에 힘든 삶에 지치고 고달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맞벌이를 멈출 수가 없으므로 곁에서 자녀 공부에 매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맞벌이 가정이 더구나 쌍둥이 둘을 최고의 학부인 서울대학교에 입학시킨 성공 사례가 있다. 이들 부모는 말한다. 맞벌이 가정의 공부법은 단순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국어를 이해하는 문해력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그 공부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생각의 끈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언어의 재능은 50% 정도 유전되며, 이중에서도 읽기와 정확한 글쓰기 능력은 20%만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소위 공부머리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고작 20% 정도 뿐이다. 즉 후천적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그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공부,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오래 생각하는 힘, 바로 ‘생각의 끈기’다. 이를 위해서 맞벌이 쌍둥이네는 아이들이 두 번 소리내어 읽어본 다음에 스스로에게 두 번 더 생각해 보는 그런 힘을 길러주었다. 처음에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거듭되는 읽기와 생각하기를 통해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의 공부에 드는 시간이 초등 저학년의 경우 겨우 1~2분밖에 안 되지만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아이가 좀더 오래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갈 수 있다. 이것이 성장하면, 중고등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30분, 1시간, 2시간 넘게 매달리는 끈기가 생기게 된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자기 일을 할 때에도 이 ‘끈기의 힘’은 이어질 것이다.


소리내어 읽기


읽기 발달의 5단계는 맨 처음 소리로 시작해서 문자로 넘어 간 뒤 소리와 문자를 통해 이해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이후 빠르면 초등 5학년엔 독해 능력이 생기며, 최종적으로 ‘숙련된 독서가’가 되는 최고의 단계에 도달한다.





아이들의 언어 지식은 ‘소리→문자→뜻’ 순으로 발전한다. 과거 조산시대로 되돌아가보자. 지금 우리들은 동네 서당 앞에 서 있다. 담 넘어로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이란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그렇다. 소리를 통해 문자와 뜻을 이해하는 공부법인 것이다.


맞벌이 쌍둥이네는 소리내어 읽기를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갔다.이는 기초 체력의 훈련과도 같다. 2002년 월드컵 축구팀의 감독을 맡은 히딩크는 전술 훈련을 하지 않고 기초 체력 훈련에만 집중한다고 국내 언론에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렇다. 아이의 읽기 뇌가 초등 5학년, 중학 2학년의 독해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읽기의 기초 체력 연습을 계속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읽기의 기초 훈련이 바로 소리내어 읽기이다.


쌍둥이네 엄마는 이런 훈련에 솔선수범했다. 아이들이 중고등 때, 엄마는 뉴스 기사를 소리내어 읽었다. 집에서 무료할 때, 또는 가족들과 함께 남편이 장거리 운전을 하는데 심하게 정체될 때는 지루함을 못 느끼도록 기사를 낭독하곤 했다. 주로 경제기사나 문화기사, 트렌드 기사 등이었다. 기사를 하나 읽는데, 길어봤자 10분 정도이다.


초4, 요란한 공부법 1단계

교과서를 소리내어 한 번 읽는다

이때 읽은 글에서 중요한 것에 밑줄을 친다

인형 앞에서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 가르친다




결국 글쓰기다


앞서 요란스럽게 강의식 공부를 했던 이유는 언제든지 말과 글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되어야 진짜 지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수행평가는 거칠게 말하면 결국 ‘글쓰기’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결국 ‘생각하기’다.


수행평가에 설문조사가 들어가든, 실험을 하든, 문화재 탐방을 하든, 동영상을 만들든, 수행평가는 결국 거의 대부분 글쓰기다. 동영상 만들기 수행평가도 아이디어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정보 수업 시간에 앱을 만들어 발표하는 수행평가기 있었다. 마찬가지였다. 앱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앱의 시나리오, 앱 소개 발표 동영상도 글쓰기로 연결된다.


반복의 힘


반복의 힘과 아이 스스로 여백을 채워가는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하다. 맞벌이 쌍둥이네 아이는 문과형과 이과형 둘로 나뉜다. 두 아이를 모두 다독多讀으로 이끌려고 많은 노력해 왔지만, 문과형 아이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교과서 낭독과 강의식 공부는 꾸준히 해왔다.


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자 친구들이 다니는 국영수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학원의 효과일까? 성적의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동안 교과서라도 반복해 소리내어 읽으면서 쌓아왔던 양적 변화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드디어 질적 전환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동안 국어 과목이 성적이 참 안 오르는 것은 ‘읽기의 양적 축적’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국어 과목은 반드시 읽기의 양적 축적이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양적 축적이 있어야만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요령이 빛을 발하며 질적 비약을 이루게 된다. 사실 최근 수능 국어 영역은 독해력뿐만 아니라 사고력 자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이에게 주는 교훈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하이테크 필름 메이커의 천재’, ‘흥행의 제왕’이란 별명에 걸맞게 최첨단 기술을 영화에 접목해 영상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의 스토리는 부모들에게 독서의 힘과 아울러 다독이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고등학생 때 SF 소설에 빠져 있는 아이를 보면 대체로 아이의 부모들은 독해 문제집을 보라고 충고하거나 심하면 나무랐을 것이다. 그런데 제임스 카메론은 고등학생 시절에 읽었던 SF 소설의 행복한 기억 탓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을 때, 전공한 지식도 인맥도 없을 때, 도서관의 영화 책들을 떠올렸고 독파했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고, 진정한 다독이다.


문해력은 애들에게 주는 ‘예금통장’이고, ‘책이 있는 공간과 행복한 기억의 연결’은 애들에게 주는 ‘보험’이다. 이것은 마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냥 씨앗으로 죽고 말 수도 있지만, 언젠가 내 아이가 뭔가에 꽂혀 제임스 카메론처럼 그 씨앗을 꺼내들고 도서관을 찾아 관련 책들을 독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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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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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코노미스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죽음의 질' 지수에 있어서 한국은 18위다. 그런데 이 18위라는 것도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완화의료 정책에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나온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영국은 1위를 차지했다. 쉽게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팔십대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은 거동이 불편해지고 온몸이 아파오면서 급격한 노화가 찾아오자 더이상 이런 모양새로 질기게 살고 싶지 않아서 안락사를 계획하고 병원을 찾아 이를 신청하게 된다. 이때 병원의 의사가 노파에게 이같은 결정적인 조언을 내놓는다.




이를 계기로 할머니는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에는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인연과 기회를 잡는다. 즉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희망을 느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상처는 언젠가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 거절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지만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더욱 아끼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때라도 사람과 연결될 시도를 그만두어선 안 된다는 사실 등을 말이다.


나의 구십대 모친은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형제들이 순번을 정해서 면회를 가서 건강 상태와 불편한 점 등을 점검한다. 사실 노화 탓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휠체어에 의존하며, 청력 또한 매우 악화되어 보청기에도 불구하고 대화에 늘 불편을 느낀다. 더구나 치아조차 부실해서 불안정한 틀니를 끼고 하는 식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식들과 며느리, 그리고 사위가 면회를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씀이 ‘빨리 죽어야 하는데....’이다. 서열 둘째인 내가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면 나는 요즈음은 백세시대라서 더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친께선 ‘오래 산다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고통이다.’라고 하신다. 그래서 유도라 할머니의 ‘자발적 안락사’ 신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나의 노모에 비해 10년 이상이나 젊은 유도라 할머니는 매일 수영을 즐기며, 매일 아침 8시에 기상해서 늦어도 10시면 외출하는 규칙적인 생활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고양이 강아지라면 칠색팔색하는 어머님은 서울 아들집에 놀러왔다가는 빨리 내려가자고 아버님을 졸라댔다. 내딸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 한마리가 아파트 실내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도라 할머니는 고양이 몽고메리와 잘 지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사실 어머님도 건강이나 신체 등 불편한 점이 많았음에도 아버님과 함께 지내실 적엔 양로원 얘기는 금기사항일 정도로 완고했다. 그런데, 장수할 걸로 예상됐던 아버지가 만 88세로 생을 마감한 후 짝 잃은 외기러기 신세가 된 어머님은 며느리한테 불편을 줄까봐 홀로 본가를 지키다가 이후 급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불안했는지 친하게 지내던 성당 교우가 요양원에 갔다면서 요양원 입실을 원하셨다.


이에 반해 유도라 할머니도 가족과 친구도 없지만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요양원에서 늙어가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이엇던 것이다. 심지어 이에 필요한 약물이 있다면 직접 구매할 의사까지 있었다. 




유도라 할머니의 아버지 앨버트는 독일과 영국 간에 벌어진 전쟁 때문에 집에 대피소를 만들어 준 뒤 곧 태어날 동생과 엄마를 잘 돌보라는 부탁과 함께 집을 떠나 전선으로 향한 후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가 떠난 지 한 달 즈음에 엄마는 심한 산통을 겪으며 동생 스텔라를 출산했다. 밤중에 공습이 벌어지는 통에 이웃 크랩 부인이 대피소를 함께 사용하는 바람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웃집에 뉴페이스들이 이사를 왔다. 열살배기 계집아이 로즈는 이집 딸인데, 유도라 할머니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친구처럼 대하면서 귀찮게 한다. 이에 엄마 매기가 중간에 끼어들어 방 청소를 하라고 종용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 오히려 유도라 할머니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죽음을 앞에 둔 유도라 할머니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두려워 할 대상은 결코 아닙니다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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