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무엇을 원하시오? 나는 업무에 짓눌려 있고, 겨우 스무 살일 뿐이오. 모든 것이 나를 어지럽히고 있소.” 모르파에게 루이가 말했다.

오직 결정을 내리는 것만이 그 혼란을 멈출 것입니다. 지연하는 것은 일들을 쌓이게 하고 심지어 망치기까지 합니다. 미룬다고 해서 일들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하나에 대해 결정하는 그날에 또 다른 하나가 생겨날 것입니다.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전하의 운명이 될 영원한 풍차입니다.” 모르파의 대답이었다.


(80)

시작된 계획을 포기한다면, 연약함과 불행의 연속에 대해 모든 이들과 제가 예견하는 바를 전하께 아무리 반복해서 말씀드려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하, 내부의 혼동에 전쟁의 어지러움이 덧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조용한 바다에서도 방향타를 유지하지 못하는 손이 어떻게 폭풍우의 영향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생각과 의지의 그런 변덕스러움, 연약함 뒤에 항상 따라오는 경솔함이라는 습관을 가지고 어떻게 전쟁을 견뎌 낼 수 있을까요?

튀고르의 문장 하나가 루이 16세의 마음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159)

국민의회

루이는 이 단어를 되뇌고, 앞에 높인 팸플릿과 그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그는 마치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서둘러 그 속으로 내던져질 준비가 된 듯이, 현기증에 사로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의 육체가 망설임과 그 위로 덮쳐 오는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하듯이 앞뒤로 비틀거리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190)

바스티유가 함락되었다. 카니발의 외침을 질러 대며, 창끝에 머리들을 달아 내돌리고 있었다.

반란이야.” 루이 16게가 둔탁한 목소리로 우물우물 말했다.

아닙니다. 전하. 혁명입니다.”


(221)

우리를 나누는 계급이 이제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노트르담에서 파리 국민방위대의 깃발을 축성하며, 포셰 신부가 선포했다.


(338)

로베스피에르는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평민 출신입니다. 정의와 인류와 자유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열정의 하나입니다. 열정이 지배적일 때는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합니다. 황금이나 명예에 대한 갈증과 같은 다른 종류의 열정들에 자기 영혼을 열었을 때는 그것에 영광과 정의와 인류와 백성과 조국,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칩니다. 이것이 인간 마음의 비밀입니다. 이것이 범죄와 정직함 사이에, 폭군과 인류의 은인 사이에 존대하는 차이점의 전부입니다.


(401-402)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1789년의 혁명을 취소하는 새로운 혁명이다. 왕정을 폐지하고, 민주공화정을 만들기로 결심한 듯하다. 이것은 신이 허락하실 때 빠져나오게 될 악과 불행의 연속이 될 것이다…… 주여, 웬 변화란 말입니까! 1715 8 10, 죽기 며칠 전에 루이 14에게 전하, 칠십칠 년 후에는 프랑스 왕조가 파괴될 것이며 프랑스에서 부르봉가의 치세는 끝날 것입니다. 전하는 이 고대 왕조의 끝에서 세 번째 왕이십니다.’라는 말을 전했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470)

악을 치료하기 원하는가? 마침내 확실한 진보를 원하는가? 정의롭고 싶은가? 언제나 근원으로 돌아가시오! 루이 16세를 그의 범죄에 대해 재판하시오. 그에게 능욕을 당한 온 나라에 그의 인신을 통해 보상하시오. 루이의 끔찍한 배우자를 재판하시오. 그녀의 악행과 중죄는 폭군들의 마음을 탐색하는 데 가장 잘 단련된 상상력조차 두려움에 떨게 할 것이오!

국민공회 의원들이여! 프랑스 인들에게 당신들이 그들의 행복을 원한다는 것을 알려 주시오! 유럽 국가들에게 같은 대가를 치를 때에야 동일한 행복을 누릴게 될 것임을 알려 주시오! 정의와 인간적 신중함에 따라 이 사악한 종족을 추방하시오! 그들 모두 영원히 자유의 땅에서 사라지게 하시오! 브루투스라면 타르퀴니우스가()의 친족이나 친구나 어떠한 동맹자도 로마에 남기지 않을 것이오!”


(483)

생쥐스트가 외쳤다. “행복하지 않은 인민에게는 조국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만약 공화국을 세우기 원한다면, 인민들을 부패시키는 불확실과 빈곤 상태에서 그들을 끄집어내는 데 전념해야 합니다…… 빈곤이 대혁명을 탄생시켰고, 빈곤이 이것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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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온다 - 늑대를 사랑한 남자의 야생일기, 2020 우수환경도서 선정도서
최현명 지음 / 양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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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당연히 외국 작가의 책인 줄 알았단다. 우리나라에는 늑대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니, 늑대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외국 사람의 책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은이가 최현명이라는 우리나라 사람이더구나. 그래서 책 소개를 읽어보았어. 늑대를 알고 싶어서, 늑대를 쫓아 한평생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늑대를 쫓은 사람.

최현명. 2002년 여름, 남들은 모두 월드컵에 빠져 있을 그 시간에, 그는 늑대굴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주로 떠날 정도로 늑대에 환장(좋은 의미임)을 한 사람이었단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지은이 소개를 보았어. 조경학을 전공한 평범한 회사원. 어린 시절부터 늑대에 꽂혀서, 무슨 일을 해도 즐겁지 않은 그는, 그의 꿈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고 늑대를 찾아 만주로 떠나게 된단다.

늑대라고 하면 동화책에서 늘 나쁜 역을 도맡아 하는 무서운 동물인데, 말이야. 늑대가 가장 좋은 이미지로 그려진 것으로 생각나는 것은 <정글북>이 유일한 것 같구나. 그는 왜 늑대에 꽂힐 것일까.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늑대를 쫓은 지가 거의 20년이 다 된다고 하니, 정말 늑대에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아빠가 좋아하는 말 중에 미쳐야() 미친다()”란 말이 있단다. 지은이 최현명은 늑대에 미쳐서 늑대의 도를 터득한 사람이었단다. 심지어 결혼한 사람이 식구들을 두고 그렇게 늑대만 쫓아다녔다고 하니, 그 분의 아내 분도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책은 미쳐야 미친다, 늑대편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구나.


1.

2002년부터 오랫동안 늑대를 쫓아 다녔다고 해서, 그 오랜 기간의 내용을 담고 있은 책인 줄 알았는데,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2002년 한 해 그의 일기를 이루어져 있단다. 일기를 이렇게 길고 자세히 묘사를 할 수 있다니거의 소설 수준의 글쓰기였단다. 지은이가 원래 글쓰기도 좀 배우신 것인지 궁금하더구나.

그럼,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월드컵에 빠져 있을 때, 늑대에 빠져 있던 그의 2002년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줄게. 2002 5월 중국 네이멍구의 지인으로부터 늑대굴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은이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함께 그곳으로 날아갔단다. 그쪽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늑대굴을 찾아서 발견하면 돈을 준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독이 될 줄이야.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새치기를 할까 봐 늑대굴에 있는 늑대새끼 일곱 마리를 모두 데리고 왔다는 거야. 그 늑대굴에 가보니 부모 늑대들은 모두 사라지고 빈 굴만 남아 있었단다. 새끼 늑대들은 아직 눈도 제대로 못들 정도로 어린 늑대들이었단다. 이를 어쩌나최현명님은 늑대를 알기 위해서 새끼들 중에 두 마리를 키우기로 했단다. 나중에 국내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어. 어벙이와 깡패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단다. 그리고 이제 다시 제대로 된 늑대굴을 찾아야 했단다.

예전에 만주 벌판에서 일본과 중국이 한창 전쟁을 벌였을 때, 수 많은 시체들이 벌판에 쌓이다 보니, 늑대 개체수는 엄청 늘어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 중국은 늑대 포획 장려 정책을 썼다고 하는구나. 아무래도 늑대는 가축들을 많이 죽이는 등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말이야. 늑대를 죽이면 나라에서 돈도 주었어. 그래서 그때는 늑대만 잡으러 다니는 전문 늑대 사냥꾼들도 있었어. 그런 늑대 포획 장려 정책이 198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늑대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단다.

늑대 포획 장려 정책이 사라지고 나서, 늑대 개체수가 좀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많이 줄어서 늑대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숫자는 줄었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늑대를 나쁜 동물로 인식한단다. 그곳 사람들은 양이나 염소 등 가축들을 키우는 이들도 많은데, 늑대들이 가축들을 잡아 먹기 때문이야. 최현명님이 늑대 새끼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현지인들도 있었어. 늑대들이 가축을 공격하지만, 사람을 공격해서 사람이 피해 입었다는 소식은 거의 없다고 했어. 그 옛날에는 공격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총을 갖게 된 이후에는 사람들을 무서워한다고 했어.


2.

지은이는 몽골 초원을 그야말로 누비면서 늑대를 추적한다. 늑대들을 발견하게 되면, 얼마 안 가 늑대들은 또 도망을 간단다. 늑대들은 사람 타는 것을 무척 꺼리는 것 같았어. 오랜 옛날 늑대들은 사람을 가까이 하면서 사람과 함께 생활한 동료들과 달리 자신들의 삶을 계속 만들어간 아닐까 쉽구나. 사람들에게 길들여진다면 그들의 삶은 편해지겠지만, 그들이 누리고자 하는 자유는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러니까 배부른 개가 되느니 자유로운 영혼이 되겠다. 이것이 늑대들의 삶의 철학이 아닌가, 문득 생각이 들었단다. 그들의 삶이 고달프더라도 말이야.

==========================

(375)

늑대의 삶은 우아하지도 파워풀하지도 않다. 놈들의 삶은 늘 고달프다. 엄격한 계급구조와 힘겨운 사냥, 이웃 무리와의 갈등…… 육식동물의 세계는 초식동물의 그것보다 훨씬 버겁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기, 개는 늑대에 더 가까웠다. 가축을 기르고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늑대는 지금 개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잉여 생산물과 그 찌꺼기로 생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나 다른 가축들에게 공격적인 녀석들은 모두 제거되었고, 녀석들에게 남아 있던 늑대의 본성 역시 철저하게 억제되었다. 그러면서도 늑대의 특성 중 일부는 교묘히 이용했는데, 제 영역과 무리를 지키려는 성질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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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같은 환경 속에서 늑대는 더욱 살기 힘들어질 거야.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 전에 늑대가 멸종되었고, 많은 나라에서도 멸종되었고, 또 되어가고 있단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유명한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가 늑대 보호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리고 늑대에 관한 책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그래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품절이라서 구하기가 쉽지 않더구나.

늑대를 보호하긴 하되, 야생에 방생을 한다면 음…. 그렇게까지는 안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구나. 가끔 산을 가는 아빠가 산을 오르다가 늑대를 한다면 어쩌나하기야 멧돼지들보다는 나으려나? 적어도 늑대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먼저 피한다고 하니까 말이야. 별 걱정을 다하고 있구나.

지은이 최현명님은 늑대 추적을 마치고, 솔직히 말하면 시원한 성과를 얻지는 못해서, 아쉬움을 남긴 채 귀국길에 오른단다. 그 동안 키웠던 아기 늑대 어벙이와 깡패도 꽤 컸단다. 당장은 국내로 데리고 올 수 없어서, 하얼빈 동물원에 맡겼다가 나중에 데리고 오려고 했으나, 국내 들어와보니 사정이 녹록지 않더구나. 야생 협회에서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결국 국내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몽골 초원도 지금은 깜깜한 밤이겠지. 그곳에 한 늑대라 고독을 씹으며 꿋꿋하게 서서 매서운 바람을 맞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은근히 멋있는 동물이라는 생각도 드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 한일 월드컵 열기로 더위가 일찍 찾아온 2002 5 14, 나는 중국 하얼빈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

책의 끝 문장 : 그것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상태의 진화이기도 할 것이다.


동물들은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질 무렵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빛과 어둠이 서로 섞여들 때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이다. 경험으로 보아도 그런 것 같다. 때문에 아침과 저녁 시간은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물론 동물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꼭 아침과 저녁 때만인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그 만남은 우연에 기대는 행운이라 더 기쁘다. - P87

어벙이를 꺼내 녀석과 만나게 하자 녀석들은 신이 나서 난리법석이다. 한참 서로를 핥아대다 몸을 기대고 뛰어다니는 것이 이산가족 상봉보다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고기를 주자 깡패 녀석은 금세 악마로 돌변한다. 고기를 끌어안은 채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하루 종일 굶주렸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 P123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한다. 발자국 하나하나를 쫓기보다 발자국의 전체적인 방향을 보며 속도를 높였다. 이곳은 모래언덕이 커다란 파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언덕을 올랐다가 평지로 내려왔다가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늑대들도 마찬가지다. 언덕을 올랐다가 다시 평평한 초지를 지나야 한다. 풀밭에서는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다음 언덕에 올라 동쪽이나 남쪽의 모래비탈로 가보면 다시 발자국이 나타났다. 일종의 조각그림 맞추기였다.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든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가 지면 일단 멈추었다가 내일 다시 시작해야 했다.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 P273

몽골의 초원이나 숲속을 헤매다보면 대자연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대자연을 낭만적인 눈으로 아름답게만 보는 것이 순진한 태도일 것이다. 저 자연 안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자연 안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곳은 생태계라는 숨 막히는 질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곳, 용서와 배려와 관용 따위는 처음부처 없는 곳이다.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는 것부터 늑대가 사슴을 물어뜯는 것까지, 초 단위 분 단위로 사냥과 죽음이 벌어지는 곳이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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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3-10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저도 읽고 싶네요..늑대..라..늑대.........늑대라니..

bookholic 2021-03-10 21:53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 보세요~~
주의할 점은 늑대의 매력에 빠질 수 있어요.^^

mini74 2021-03-10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늑대가 그렇게 멋있어서 고종때 다른 나라들과 동물교환시, 꼭 늑대를 원했다고 히더라고요. 늑대. 책 표지도 멋있어요 *^^*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

bookholic 2021-03-11 00:3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고종은 다른 나라들과 동물교환시 어떤 동물을 원했을까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mini74 2021-03-11 07:21   좋아요 1 | URL
예전 책이랑 한국늑대를 다룬 다큐에서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오고 그 외 외국과의 동물교환에서 늑대를 원했다고 하더군요. 정확히 어떤 동물이었는지는 기억이 ㅠㅠ 마지막 한국늑대가 일본 동물원에서 사망했는데 다행히 북한에서 우리 늑대가 서식해서, 북한에서 늑대를 보내준 그런 다큐였어요. 아이 어릴 적에 그 다큐보고 책이랑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의 늑대? 비숫한 제목의 다큐였는데 아이렁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bookholic 2021-03-11 23:57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찾을 수 있지 모르겠지만, 한번 잘 찾아보겠습니다~~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영어권 문학상으로 유명한 부커상을 받은 <밀크맨>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가 부커상 수상작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단다. 그리고 이 책을 먼저 읽은 이들의 평가들도 좋았어. 역시책에 대한 취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단다. 지은이 애나 번스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한 문장, 한 문장 호흡이 너무 길어서 읽기 쉽지 않았단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 전개도 무척 느렸어. 그 이야기 전개가 느린 것을 작가의 섬세한 글 솜씨로 메꾸고 있지만, 그 기다림은 아빠한테는 쉽지 않았어. 아무튼 여느 소설과는 다른 문체로 전개되긴 했단다.

그리고 독특한 것은 등장인물의 이름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어. 주인공 가 겪은 일과 생각하는 것으로 소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등장인물도 이름이 아닌 와의 관계나 별명으로 부르고 있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예전에 아빠가 시도해보려고 했던 글쓰기가 생각이 나더구나. 소설가들은 오랫동안 꾸준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같은 글이라도 재미있으면서 길게 늘여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아빠도 한번 그런 글쓰기를 시도해보려고 했지. 그렇다고 소설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고, 취미로 긴 글쓰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지. 어떤 평범한 하루를 세밀하게 묘사해서 아주 길게 써보는 거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다시 퇴근해서 집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줄로 끝낼 수 있는 하루 일과를 아주 길게 한 번 써보려고 했었단다. 결과는 출근하기 전까지 쓰는 것도 못 마치고 그만 두었단다. 역시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이 소설이 약간 그런 글쓰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그것에 대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과 관련된 사람들에 설명 등이 이어졌단다. 이 소설에 대한 호평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졌지만, 이런 늘어지는 글쓰기 때문인지, 미국의 <뉴욕 타임스> “20페이지짜리 단편을 한없이 늘려놓은, 읽기 고통스럽지만 그만한 가치는 없는 작품이라며 이례적으로 혹평하기도 했다는구나.

지은이는 애나 번스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랬을 거야. 왜냐하면 20년 작품활동을 했지만, 작품 수도 적고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 작가였다고 하거든. 이 작품이 부커상에 수상하면서 유명해진 것이야. 더욱이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하다가 간신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그 출판사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무명의 작가로 지내고 있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북아일랜드란다. 북아일랜드라고 하면 영국 연방의 한 국가라는 것만이 아빠가 아는 전부란다. 이 소설을 보면 당시 북아일랜드는 내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았어. 서로 반대편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고 말이야. 주인공 의 가족들 중에서도 죽은 이들이 여럿 있었거든. 그래서 좀 찾아봤단다. 북아일랜드 1970년대 상황이 어땠는지 말이야.

당시 북아일랜드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했어. 영국 연방에 속해 있기를 바라는 조직과 북아일랜드가 독립을 해서 아일랜드와 통일을 원하는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었대. 그리고 두 조직은 서로 무력 충돌도 잦았는데, 그것이 1990년대까지 이어졌고, 이런 무력 충돌로 인해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이 다쳤다고 하는구나. 1990년대라면 불과 수십 년 전이니까, 아직도 당시 아픔을 안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은 것처럼, 각 지명이나 나라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단다. 영국은 물 건너라고 했고, 아일랜드는 국경 건너로 했어. 그밖에 길 건너’, ‘길 저쪽’, ‘길 이쪽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단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동네는 북아일랜드 독립을 원하는 조직이 활보하던 집단이란다. 주인공의 당시 나이는 열여덟 살. 풋풋한 봄과 같은 때로구나. 주인공은 길을 걸으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하는 평범한 문학소녀였어. 10남매 중에 넷째 딸인 주인공.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력 충돌은 식구들 중에 몇몇이 죽었단다. 그런 주인공에 시련이 다가온 것은 한 사이코 같은 사람 때문이야.


2.

무장독립투쟁의 중요 인사이자 그 지역에서 유명한 밀크맨이란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 나이는 마흔한 살. 어느날 그 밀크맨이 길을 걸으면 책을 걷고 있던 주인공에 말을 건 것이었어. 그런데 그것이 한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주인공에게 말을 걸었어. 주인공의 가족을 안는 척 하면서 말을 걸었는데, 주인공은 불쾌했단다. 누가 봐도 수작부리는 것이었어. 하지만 주인공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몰랐어. 동네 어른한테는 늘 예의 발라야 하는 줄 알았지,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야.

======================

(17)

열여덟살 때 나는 개인공간 침해라는 게 뭔지 몰랐고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꺼리거나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는 누가 친절과 애정을 베푼답시고 다가오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빨리 가버리기를 속으로 빌거나 가능한 순간이 오면 내가 얼른 예의 바르게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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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 지나자 밀크맨은 주인공에 대한 사사로운 것과 스케줄까지 다 알고 있었어. 완전 스토커였지. 그런데 이 소문이 어떻게 났냐면, 밀크맨과 주인공이 사귄다. 유부남이었던 밀크맨을 주인공이 꼬셨다. 불륜이다. 이렇게 소문을 내어 주인공은 그 사회에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단다. 가족들도 주인공의 말을 믿지 않았어. 엄마도 소문을 듣고 주인공한테 비난을 했단다. 사실대로 말했지만, 엄마도 주인공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러니까 결혼이나 빨리 하라고 했단다. 1970년대 북아일랜드는 십대 후반이면 결혼하던 풍습이 있었나 봐. 그러니 주인공의 엄마가 이런 잔소리를 하지.

밀크맨을 피하기 위해 남자 친구는 아니지만, 좀 친한 어쩌면 남자친구와 좀 더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어쩌면 남자친구와도 정식 남자친구가 되는 것도 서로 마음이 잘 맞지 않았어. 더 황당한 것은 밀크맨의 여자친구로 소문이 나면서, 반대 조직의 감시 대상이 되기도 했단다. 자신도 모르게 사진도 찍히고 그랬어. 그리고 밀크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들이 주인공을 찾아오기도 하고

그들의 조직 내에는 명망 받고 영웅 대접을 받는 밀크맨그로 인해 더욱 주인공이 받고 있는 피해는 알아주지 않고, 삶과 영혼이 피폐해져 간단다. 그러다가 밀크맨이 반대파에 의해 죽음을 당한단다. 그를 영웅으로 받들던 이들은 슬퍼했겠지만, 주인공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밀크맨의 죽음에 두고 또 소문을 내어 주인공과 엮는단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짜 뉴스들주인공은 이 구렁텅이에서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을까. 그래도 소설을 힘겹게 따라 읽어가다 보면, 마지막에서 희망을 만나게 된단다. 어찌되었든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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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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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밀크맨과 주인공 관계에 초점을 맞춰 짧게 이야기를 했지만, 이 소설에는 엄마와 진짜 밀크맨의 사랑도 나오고, 주인공의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알약 소녀, 핵소년 등 독특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단다. 다만 아주 느리고 섬세한 문체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오늘은 이만힘들게 읽은 책은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기도 힘들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아무개 아들 아무개가 내 가슴을 총으로 찌르고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하면서 나를 쏘려고 한 날이 밀크맨이 죽은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깨어 있고 귀를 세우고 루머건 현실이건 전부 주시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일어난 일에 개입하거나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다. 아는 것은 힘이 아니고 안전이나 안도감도 아니고, 어떤 사람에는 힘, 안전, 안도감의 정반대 것일 수도 있다. 예민하게 깨어 있다보면 자극이 계속 쌓여 고조되기 마련인데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다.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다. - P102

"누구나 사는 게 힘들다는 거. 자기만 힘든 게 아닌데 왜 특별 대접을 해줘야 하니?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자기를 추슬러 존중을 받을 것이지. 그런 사람도 있단다, 딸아. 고통을 한껏 누리는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정신병을 일으킬 이유가 많은 사람, 고통스러운 이유가 더 많은 사람도 있어. 그런데도 어둠에 굴복하거나 한탄에 빠지지 않고 용기 있게 자기 갈 길을 가고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야." - P129

고양이는 개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사람한테 관심이 없다. 사람의 자존감을 북돋워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고양이는 제 갈 길을 가고 제 할 일을 하고 사람에게 굴종하지 않고 사람에게 미안해하는 일도 없다. 고양이가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설령 고양이가 사과를 한다고 하더라도 틀림없이 진심이 아닐 것이다. - P140

그러니까 빛나는 것은 나쁘고, ‘너무 슬픈’ 것도 나쁘고 ‘너무 기쁜’ 것도 나쁘니 따라서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살아야 했다. 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게 하면 안되므로 다들 자기 생각을 저 아래 깊이 안전하게 감추었다. 엄마와 아빠로 말할 것 같으면 아빠는 너무 ‘우울한 얼굴’ 쪽으로 갔고 엄마는 너무 강력하게 ‘위를 바라보는’ 쪽으로 가서 아빠는 주기적으로 신경쇠약을 일으켜 병원에 가야 했고 그 결과 엄마는 ‘위를 바라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아빠가 또 자기를 여기에 버려두고 가버렸다고 화를 냈다. 여러해 동안 나나 동생들은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 그것도 그냥 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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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이처럼 프랑스인은 토착민인 리구리아족과 이베리아족에 켈트족, 로마인, 프랑크족이 혼합되어 형성된 민족이다. 여기에 오늘날에는 세계 여러 나라 특히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지역에서 수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프랑스인의 구성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실로 프랑스는 유럽의 인종 용광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79)

그 과정에서 그들은 백작이라고 불렸고, 그들이 소유한 영지는 백작령이라고 불렸다. 몇 개의 백작령을 합한 대영주들도 나타났는데, 그들은 후작 혹은 공작이라고 불렸다.

이 시기 프랑스는 여러 개의 백작령과 공작령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프랑스 동부에는 강력한 부르고뉴 왕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루아르 강 북부에는 프랑드르 공국이, 서부에는 로베르 르 포르 공국이 있었고, 이 두 개의 공국 사이에는 카롤링거 왕조가 노르만족에게 양도한 노르망디 공국이 있었다. 이런 지역을 다스리는 백작과 공작들은 상위 군주로서 왕을 섬기긴 했지만, 각자 가지의 영역을 다스리는 독립된 세력이었다.


(266)

그러나 그것 역시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다. 전체적으로 18세기의 농민과 노동자들은 계몽사상이나 정치에 무관심했다. 그렇다면 대혁명 이후 그들이 혁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은 계몽사상의 영향 때문이라기보다는 1775년에서 1789년 사이에 악화된 사회적 대립과 경제적 침체의 결과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그들의 혁명적 행동은 정치적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항거였다.


(291-292)

정통주의 해석의 역사학자들, 예를 들면 올라르와 마티에, 르페브르, 소불, 미슐레 등은 프랑스 대혁명을 근대 시민 사회를 탄생시킨 시민혁명으로 본다. 그들에 따르면 대혁명에 의해 절대군주제가 타도되고 대의제가 정착되었으며 합리적 계몽사상이 사회전반에 확립되었다. 그리고 대혁명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해줌으로써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대혁명은 봉건적 특권 사회를 평등한 시민 사회로 전환시킨 사회혁명이었다는 것이 정통주의 역사학자들의 견해이다.

그러나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은 정통주의 역사학자들의 견해를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신화적 해석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그들이 보기에 프랑스 대혁명은 정치, 사회, 경제, 사상에 걸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사회 혁명은 아니었다.

수정주의 해석은 영미 역사 학자들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프랑스 역사학자들의 폭넓은 지지도 받고 있다. 수정주의 해석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코반이었다. 그에 의하면 18세기 프랑스 사회에는 영주제의 잔재가 남아 있긴 했지만 혁명적 부르주아가 타파했다는 봉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지도 않은 봉건제를 타파하고 혁명을 일으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국민의회 의원들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혁명을 일으킨 세력은 부르주아 본래의 의미인 자본가들이 아니라 대부분 관리와 자유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프랑스 대혁명은 부르주아 혁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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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에 헌법 - 이오덕, 우리말로 누구나 쉽게 읽는
이오덕 지음 / 나비(고인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치 뉴스를 보다 보면 헌법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단다. 각종 선거를 치를 때마다 헌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단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은 1987년을 마지막으로 바뀌지 않고 있단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헌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분명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일 거야.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많이 변했단다. 비단 겉모습만 변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식도 변화도, 정치적인 환경도 변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 정세도 바뀌었단다. 바뀌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렵겠구나. 그러니 바뀐 시대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헌법 개정의 1차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그들만의 이해관계가 있어서 쉽게 통과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국민들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 놓은 임시직들이, 그들만의 이익과 손해만 따지고 있으니 화가 나는구나.

...

헌법은 분명 존재하지만,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알고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단다. 예전에 못된 정부들을 내쫓기 위해 촛불시위를 할 때, 외쳤던 제 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것만 익숙할 거야. 아빠도 마찬가지지, 읽어볼 생각도 못해봤고, 어려운 한문투성이가 써 있을 테니, 읽어봐도 이해하기 힘들 거야, 이렇게 생각하곤 했어. 그게 헌법에 대한 일반 국민들이 생각이었을 거야.


1.

그런 와중에 이 책 <내 손 안에 헌법>을 알게 되었단다. 지은이 이오덕 선생님.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오덕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잖아. 우리글 우리말을 사랑하고 지키는 데 한평생 애쓰신 이오덕 선생님. 그 분께서 헌법을 다시 적으신 책이란다. 이오덕 선생님의 책들을 보면, 잘못된 한글 쓰기, 어렵게 쓴 한자말, 일본말들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 주는 예가 많이 실려 있단다. 그런 것처럼 한문 천지인 우리 나라 헌법 전체를 쉽고, 일반인들이 많이 쓰는 말들로 바꿔 쓴 책이 바로 <내 손 안에 헌법>이란다. 이오덕 선생님이 이 책을 쓴 이유를 서문에 적어 놓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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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선 헌법만 해도 그렇지요. 온통 한자말과 일본 말법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아주 새까맣게 한문글자로 써 놓았으니, 누가 이 헌법을 읽겠습니까? 읽어도 알 수 없으니 법이란 본래 이렇게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고는 읽다가도 내던져 버리지요. 법률의 조문이란 정말 이렇게 어려운 말로 써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고시 공부하는 사람이나 머리 싸매고 읽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법을 바로 지키고, 법이 바로 서고, 사회가 밝아집니다.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법을 알 수 없는 글로 써 놓았다면 그 글이 잘못되었으니 마땅히 고쳐야지요. 쉬운 우리말로 누구든지 읽을 수 있게 모든 법률의 조문을 다시 써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됩니다. 더구나 헌법은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이 되는 틀을 짜놓은 법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국민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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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헌법은 그 나라가 서 있는 근본조건이 되는 커다란 원칙을 밝혀 놓은 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든지 우리나라 헌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그 문장이 중국글자를 섞어서 썼을 뿐 아니라 말법이 일본 말법으로 되어 있는 대문이 많아서 국민 모두가 읽을 수 없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그 뜻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대문이 많다. 여기에 헌법을 쉬운 우리말 우리글로 다듬고 바로잡아 본 까닭이 있다. 헌법을 이와 같이 우리글 우리말로 고쳐 쓰면서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왜 법을 만들고 법조문을 글로 쓴 사람들이 쉬운 우리말로 쓰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에라도 헌법을 쉬운 말로 써 놓으면 법에 권위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분명히 우리말과 우리 백성들을 업신여기는 태도라도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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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빠도 이 책 덕분에 헌법을 다 읽어보았단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이 이렇게 짧은 줄 처음 알았단다. 이 책의 구성이 오른쪽 페이지는 온통 한자로 뒤덮여 있는 헌법 원문이고, 왼쪽 페이지는 그걸 한글로 쉽게 옮겨 쓴 내용이란다. 그런데 헌법 원문과 한글로 쉽게 쓴 내용을 모두 실었는데도 200페이지가 안되더구나.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짧으면 아무래도 그 헌법을 이해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가끔씩 헌법 유권 해석이라는 말들이 뉴스에 나오는가 보다 생각했단다. 아빠가 보기에도 너무 두루뭉술하게 써 있는 경우가 많더구나.

일하는 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모든 국민은 사람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 보장, 사회 복지의 증진에 힘쓸 의무를 가진다:”

등등 몇 가지 예만 들어보았는데, 이를 실천해서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고, 국회의원들은 어떤 법률을 정해야 하는가이 밖에 많은 조항들이 아빠가 보기에 너무 두루뭉술했단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한글로 쉽게 풀어주셔서 읽어보긴 했지만, 각 항목들을 위해 국가, 국민, 정치인들이 어떤 일들을 하고 어떻게 해야 그 헌법을 지키는지에 대한 내용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단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헌법 각 조항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지만, 오늘날 시대 흐름과 국민 인식을 반영한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헌법 개정이 이루어질 때, 정치인들은 가급적 참여하지 말고, 국민들이 대거 참여할 수 해서 국민들의 뜻이 반영된 방향으로 개정되었으면 좋겠구나. 헌법 개정을 한다면 헌법 개정 국민 투표를 위해서 하루 공휴일이 생겨도 좋고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올해로 일본제국에서 풀려난 지 일흔한 해째가 되고, 우리 정부가 들어선 지도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책의 끝 문장 : 헌법 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 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곧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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