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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동물들은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질 무렵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빛과 어둠이 서로 섞여들 때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이다. 경험으로 보아도 그런 것 같다. 때문에 아침과 저녁 시간은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물론 동물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꼭 아침과 저녁 때만인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그 만남은 우연에 기대는 행운이라 더 기쁘다.


(123)

어벙이를 꺼내 녀석과 만나게 하자 녀석들은 신이 나서 난리법석이다. 한참 서로를 핥아대다 몸을 기대고 뛰어다니는 것이 이산가족 상봉보다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고기를 주자 깡패 녀석은 금세 악마로 돌변한다. 고기를 끌어안은 채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하루 종일 굶주렸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273)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한다. 발자국 하나하나를 쫓기보다 발자국의 전체적인 방향을 보며 속도를 높였다. 이곳은 모래언덕이 커다란 파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언덕을 올랐다가 평지로 내려왔다가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늑대들도 마찬가지다. 언덕을 올랐다가 다시 평평한 초지를 지나야 한다. 풀밭에서는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는 다음 언덕에 올라 동쪽이나 남쪽의 모래비탈로 가보면 다시 발자국이 나타났다. 일종의 조각그림 맞추기였다.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든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가 지면 일단 멈추었다가 내일 다시 시작해야 했다.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374)

몽골의 초원이나 숲속을 헤매다보면 대자연 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대자연을 낭만적인 눈으로 아름답게만 보는 것이 순진한 태도일 것이다. 저 자연 안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자연 안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곳은 생태계라는 숨 막히는 질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곳, 용서와 배려와 관용 따위는 처음부처 없는 곳이다.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는 것부터 늑대가 사슴을 물어뜯는 것까지, 초 단위 분 단위로 사냥과 죽음이 벌어지는 곳이다.


(375)

늑대의 삶은 우아하지도 파워풀하지도 않다. 놈들의 삶은 늘 고달프다. 엄격한 계급구조와 힘겨운 사냥, 이웃 무리와의 갈등…… 육식동물의 세계는 초식동물의 그것보다 훨씬 버겁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기, 개는 늑대에 더 가까웠다. 가축을 기르고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늑대는 지금 개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잉여 생산물과 그 찌꺼기로 생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나 다른 가축들에게 공격적인 녀석들은 모두 제거되었고, 녀석들에게 남아 있던 늑대의 본성 역시 철저하게 억제되었다. 그러면서도 늑대의 특성 중 일부는 교묘히 이용했는데, 제 영역과 무리를 지키려는 성질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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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2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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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콜린 매컬로님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3<포르투나의 선택> 2권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2권은 기원전 81 1월부터 기원전 72년에서 7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까지의 이야기란다. 10년의 이야기로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하는데,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도 10년 세월에 어떻게들 변하는지 한번 보자꾸나.

..

아프리카와 시칠리아 전투에서 좋은 성과를 낸 폼페이우스는 개선식을 하겠다고 고집부렸어. 술라가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를 했는데, 그것은 폼페이우스를 한번 떠보는 것이었어. 노련한 술라는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이 한풀 꺾이도록 다른 사람의 개선식을 먼저 하고 곧이어 폼페이우스의 개선식을 열게 했단다. 폼페이우스는 나름 처음 하는 개선식이라서 아프리카에서 직접 잡아온 아프리카 코끼리를 타고 멋있게 로마에 입성하려고 했지만, 로마에 들어오는 개선문을 아프리카 코끼리가 너무 커서 들어오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단다.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재관 술라는 나라의 모든 정책을 직접 정하고, 직책들을 직접 선임하였단다. 1부와 2부에 나왔던 이야기라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술라는 남들에게는 숨겼지만 동성애자이기도 했잖아. 당시 동성 애인이었던 그리스 배우 메트로비오스와 다시 만나기도 했는데, 옛 감정이 다시 살아났지만, 은퇴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단다.

술라는 메트로비오스를 우연히 만나 기쁘기는 했지만, 메트로비오스를 만나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징크스가 떠올랐어.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 그랬고, 첫 번째 아내 율릴라도 그랬어. 그런데, 정말 그 징크스가 이번에도 맞았어. 아내 달마티카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단다. 하지만 술라는 상심할 틈이 없었단다. 이제 자신의 권력을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한 일들을 했어. 눈 여겨 보았던 능력자 폼페이우스를 자신의 가족으로 만드는 것이었어. 임신중인 의붓딸 아이밀리아를 강제로 이혼시키고, 폼페이우스와 결혼하게 했단다. 폼페이우스도 이미 결혼한 몸인데, 술라의 사위가 되기 위해서 이혼을 했지. 아이밀리아는 강제로 이혼하고 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에 심하게 계부를 욕했는데, 폼페이우스가 잘 생기기도 하고, 자신에게 무척 잘 해주어 결혼 생활에 만족을 했단다. 아이밀리아가 이미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아이를 낳다가 그만 아이도 죽고 아이밀리아 자신도 죽고 말았단다. 술라가 옛날에 남몰래 사람들을 여럿 죽인 것에 대해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1.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아시아 속주의 하급 군관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했지. 당시 총독은 마르쿠스 미누키우스 테르무스라는 사람인데, 그는 카이사르의 자신감을 오만함으로 보았고, 카이사르에게 당해보라고 불가능한 미션을 주었단다. 이웃나라 비티니아에 가서 군함 40대를 얻어오라고 했어. 카이사르는 비티니아에 가서, 비티니아왕 니코메데스와 협상을 했어. 설득 반 협박 반. 비티니아왕 니코메데스는 젊고 패기 넘치는 이 로마의 젊은 군인을 마음에 들어 했어. 그래서 카이사르에게 군함 40대를 빌려주기로 약속했단다. 아무도 이 어려운 미션을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카이사르가 해낸 것이란다.

그런데 카이사르를 시기하는 군대의 몇몇 동료들이 나쁜 소문을 냈어. 니코메데스가 동성애자인데 카이사르가 잠자리를 같이 하고 군함을 받아왔다고 말이야. 카이사르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 소문은 계속 퍼졌단다. 나중에 로마에 돌아왔을 때, 카이사르의 엄마 아우렐리아까지 의심하고 물어봤을 정도였어. 카이사르는 그런 언변술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서 전쟁에서 큰 승리를 이끌어서 동료들에게 시민관을 받기도 했어. 술라가 예전에 받은 풀잎관만큼 아니지만 시민관도 영광스런 것이었어. 그리고 시민관을 받으면 원로원 의원 자격이 생긴단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 로마로 돌아와 술라를 만났단다.

술라의 아내 달마티카가 죽었다고 했잖아. 술라는 네 번째 부인 발레리아 메살라라는 여자와 결혼을 했단다. 그리고 폼페이우스의 재혼 상대로 구해주었어. 술라에 반대편에 섰다가 죽은 마리우스2세의 미망인 무키아 테르티아였단다. 폼페이우스는 대만족이었단다.

어느날 술라는 갑자기 독재관을 그만 둔다고 했어. 처음 할 때는 기간도 정하지 않아서 그가 평생 독재관을 할 것 같았지만, 그는 어느 정도 로마가 자기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는지 독재관을 그만 두겠다고 했단다. 술라가 독재관으로 반대 진영의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횡포를 휘두르긴 했지만, 술라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로마를 정상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고, 그 임무를 마치고 자신의 측근들에 의해 로마가 통치될 수 있게 하고 이제 자신만의 삶을 즐기기 위해 은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했단다.

술라는 독재관을 마치고 늘 술과 함께 했단다. 그리고 예전에 약속한대로 그리스 배우 메트로비오스를 불러와 그와 함께 했단다. 숨기는 것도 없이 대놓고 그와 함께 했어. 그동안 이런 방탕한 생활을 참아왔던 것인가. 아내 메살라 마저 그런 술라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단다. 하지만 술과 함께한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단다. 병이 찾아왔고, 결국 죽고 말았단다. 로마와 로마의 속주까지 호령하던 진정한 로마의 일인자였지만, 그의 죽음 또한 허망한 죽음이었단다. 술라의 죽음과 함께 로마의 또 한 시대가 갔구나.


2.

아시아 총독 중 한 명인 돌라벨라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보좌역 베레스가 온갖 횡포를 부렸단다. 보좌역에 불과하면서 말이야. 그것도 권력이라고 말이야. 람프사코스라는 지역에서 난동을 부리고,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지역 유지의 딸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고, 그의 횡포를 막는 지역 유지그러다가 다툼이 있었고, 베레스의 릭토르가 사망하는 우발적 사고가 발생했단다. 베레스는 다른 아시아 총독 클라디우스 네로에게 재판을 요청했고, 네로도 이 재판의 부담스러움을 알기에 미뤘지만, 베레스와 돌라벨라의 계속된 강요에 의해 재판을 했고, 지역 유지와 그의 아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단다. 그리고 그 딸을 차지하려고 봤는데, 그 딸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얼굴도 흉측한 이였단다. 지역 유지는 딸의 흠을 그렇게 숨기려고 했던 것이란다. 이 사건을 옆에서 쭉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카이사르란다. 카이사르는 나중에 로마에 가면 베레스와 돌라벨라를 기소하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술라가 죽은 이후 집정관은 술라 진영인 카툴루스와 술라 반대 진영인 레피두스의 갈등이 심해졌어. 최고 권력자가 죽고 나면 일어나는 현상이지. 원로원 의원 중에 필리푸스라는 사람은 교묘하게 그들의 갈등을 더 증폭시켰단다. 그래서 술라 반대 진영인 레피두스와 브루투스가 반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어. 이렇게 필리푸스를 조정하여 원로원 내부의 갈등을 일으킨 이가 누구냐 하면 바로 폼페이우스였단다. 술라가 죽고 난 다음 폼페이우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권력을 차지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듯 했어. 레피두스와 브루투스는 반란을 일으키고 되고, 폼페이우스도 자연스럽게 이 내전에 참여해서 브루투스를 상대하게 되었어. 그리고 레피두스와 브루투스가 죽으면서 반란은 끝이 났단다.

로마의 북쪽의 속주 중에 가까운 히스파니아와 먼 히스파니아가 있단다. 먼 히스파니아 속주는 메텔루스 피우스가 총독으로 있지만, 가까운 히스파니아에는 마리우스의 측근이었던 퀸토스 세로토리우스가 점령 중이었어. 마리우스의 옛 명성의 부활을 꿈꾸면서 말이야. 세로토리우스의 로마 진군에 대한 움직임이 보였고, 폼페이우스는 또다시 원로원의 필리푸스를 통해서 자신이 진군해서 막게끔 했단다. 이번에는 집정관 대리로 말이야. 원로원 의원도 아닌 사람을 집정관 대리로 하는 전례가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던 원로원은 꺼림칙한 승낙을 해주었단다.

섣불리 출전한 폼페이우스세로토리우스를 쉽게 봤다가 참패의 맛을 보았단다. 먼 히스파니아에서 메텔루스가 다른 쪽으로 협공을 했는데, 메텔루스는 승리를 거두었단다. 폼페이우스는 이 전투의 참패로 겸손을 배웠을까. 폼페이우스는 메텔루스와 만나 전술 작전을 짰단다. 다음 해에 다시 전쟁을 하기로 했어. 메텔루스의 별명이 똥돼지라서 전투에 소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랜 경험과 노련함과 지략을 모두 갖추고 있었단다. 거기에 폼페이우스의 추진력과 당돌함이 더해졌어. 왜 당돌함이라고 했냐 하면, 원로원에 편지로 협박을 해서 돈과 군대를 더 충원 받았거든. 돈과 군대를 지원해주지 않으면 로마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협박했던 거야. 메텔루스가 머리를 써서 세로토리우스 진영에 내분을 일으키게 했고, 결국 세로토리우스는 자신의 부하에게 죽고 말았단다. 그렇게 해서 가까운 히스파니아도 메텔루스와 폼페이우스의 손 안에 들어오게 되었단다.

여기까지 2권의 이야기란다. 술라가 죽고 난 로마는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두각을 내는 것 같구나. 3권에서는 세월이 또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공권박탈 조치에 로마가 충분히 적응했다고 술라가 판단하기까지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 그래, 바로 그거야.


"자네한테는 적이 끊이지 않을 테니까. 복수의 여신들이 가련한 오레스테스를 늘 따라다녔듯, 질투가 자네를 늘 따라다닐걸. 질투 혹은 선망, 뭐가 됐든 남이 가진 것을 탐하는 마음. 누군가는 자네의 아름다운 용모를 선망할 것이고, 누군가는 체력을, 누군가는 훤칠한 키를, 누군가는 출생을, 누군가는 지력을 탐내겠지. 자네가 더 높이 오를수록 질투도 더 커질 거야. 자네는 어디서나 적에 둘러싸이고 친구는 없겠지. 남자건 여자건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될 거야."

카이사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말을 들었다. - P161

"내 뜻을 오해하는군. 나는 지금 현실적인 공직이 아닌 야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네. 카이사르 자네는 스스로 완벽하길 원해. 자네를 불완전하게 만들 일은 어느 무엇도 일어나선 안 돼. 자네는 지금 그 소문이 부당해서 신경을 쓰는 게 아니야. 자네가 괴로운 건 그 소문이 자네의 완벽함을 손상시키기 때문이야. 적절한 시기에 모든 면에서 모든 방식으로, 완벽한 명예, 완벽한 출세, 완벽한 전력, 완벽한 명성. 그리고 자네가 스스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듯 자네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완벽을 요구할 거야. 완벽에서 벗어난 자는 사정없이 내치겠지. 생득권에 대한 내 집착이 날 갉아먹었듯,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자네를 갉아먹을 거야." - P219

"당신 타고난 성격대로 해요. 그냥 붙잡고 해치워버려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며 머뭇거리다간 상황이 제멋대로 돌아가기 일쑤예요.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아요.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걱정하지 말고요. 그러다 일을 그르쳐요."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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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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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콜린 매컬로님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3 <포르투나의 선택> 1권을 읽었단다. 1부와 2부를 읽은 시간이 꽤 되어 줄거리가 가물가물해서 적어 둔 줄거리를 읽으려고 했는데, <포르투나의 선택> 1권 맨 앞에 1부와 2부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가 실려 있었단다. 지은이가 1부와 2부의 줄거리를 직접 적으셨어. 아빠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적으신 것 같은데 배려심도 많으신 분인 것 같구나.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것이 안타까울 뿐이구나.

1부와 2부의 줄거리는 전에 너희들에게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시고, 바로 3 <포르투나의 선택>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책제목을 보면서 포르투나가 누구일까? 이런 생각을 했단다. 포르투나는 운명의 여신이란다. 고대 로마를 사는 사람들은 운명을 많이들 믿었고, 그 운명의 여신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대해서도 많이들 생각했나 봐. 그리고 다들 운명의 여신 포트투나로부터 선택을 받고 싶어했고 말이야. <포트투나의 선택> 1권은 기원전 83 4월부터 기원전 81 5월까지의 이야기를 실려있단다.


1.

2 <풀잎관>의 끝부분은 좀 이야기해야겠구나.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일곱 번째 집정관이 된 이후 폭정을 휘둘렀잖아. 그때 술라는 로마에서 떠나 동방에 있었고. 그리고 마리우스의 죽음과 함께 그의 폭정이 끝이 났고 말이야. 그렇게 2부가 끝이 났지.

당시 동방에 있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그가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향하는 것부터 3 <포르투나의 선택>은 시작된단다. 당시 로마의 집정관은 마리우스 진영의 카르보였어. 그 이야기는 술라의 반대파라는 이야기였어. 술라가 로마로 진군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 대비를 해야 했지. 그런데 원로원 의원들 중에는 다수가 술라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런 사람들은 술라에게 가거나 가지 않더라도 원로원 자리를 비우면서 의사 표시를 했단다. 로마는 이제 내분에 휩싸일 위기였고, 카르보와 술라 중에 한편을 골라야 했어. 그것은 원로원 의원만이 아니고 새로운 부각을 보이는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였어. 야심이 철철 넘치는 폼페이우스는  술라 진영에 합류하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끌던 퇴역병 군대를 다시 끌어 모아 동방으로 떠났단다.

한편 술라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군대를 이끌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로마로 진군했단다. 그런데 술라가 심한 피부병에 걸려 가려움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어. 그렇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하고 해서 몰골은 말이 아니었단다. 피부는 심하게 상하고 말이야. 피부 때문에 햇볕도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그렇게 컨디션이 안 좋아도 로마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점령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단다. 천천히 주변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었지그래서 적군인 스키피오와 잠시 휴전을 하였는데, 그 휴전을 하면서 스키피오의 부하들을 잘 포섭을 해서, 다시 전쟁을 재개할 때는 스키피오의 대부분의 부하들이 술라의 진영으로 넘어와 버렸어. 술라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지?

그런 술라에게 폼페이우스가 군대를 이끌고 찾아온 거지. 폼페이우스는 몰골이 엉망인 술라를 보고 깜짝 놀랐어. 그래도 그를 믿었기 때문에 자신이 온 목적을 이야기했고, 술라는 폼페이우스를 반겼단다. 당시 술라의 측들 중에 대표적인 사람들은 크라수스와 똥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메텔루스 피우스가 있었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엄마인 아우렐리아. 2년 전에 남편이 죽고 혼자가 되었어. 한때 술라가 맘에 잠깐 둔 적도 있었고, 약간 썸씽도 있었는데 현재 둘의 관계는 우정. 아우렐리아가 딸을 만나러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술라의 부대를 만나게 되어 오랜만에 술라와 재회를 하기도 했단다. 술라의 도움으로 다행히 길을 다시 찾고 딸에게 갈 수 있었어.


2.

, 이제 잘생긴 젊은이로 성장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야겠구나. 어린 카이사르의 특출함에 열등감 또는 질투를 느낀 마리우스는 죽기 전에 카이사르가 정치판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유피테르 대제관에 임명했단다. 종신직이었어. 그때 카이사르 나이가 열 세 살이었고, 마리우스의 측근 킨나 어린 딸 킨닐라를 여사제로 임명하고 둘을 결혼시켰단다.

잠깐 카이사르의 집안 이야기를 다시 할게. 카이사르의 아버지는 2년 전에 죽었다고 했잖아. 카이사르의 고모들, 그러니까 아버지의 여동생 둘이 있었는데, 첫째 여동생 율리아가 마리우스의 아내였고, 둘째 여동생 율릴아는 술라의 첫 번째 아내였어. 그러니까 마리우스와 술라는 모두 카이사르의 고모부였던 거야. 그렇게 보니 대단한 집안이구나.

죽은 마리우스의 아들 마리우스 2세도 어느덧 스물여섯 살이 되었고, 그의 아내는 무키아라는 사람이야. 대제관이었던 카이사르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하긴 했지만, 카이사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어. 이제 열여덟 살이 된 카이사르는 군인이 되고 싶어 했어.

집정관 카르보는 동방에서 전진하는 술라를 막기 위해 사람을 끌어 모았단다. 마리우스 2세에게 집정관을 제안하면서 합류를 요청했어. 마리우스 2세를 끌어들이면 마리우스를 따르던 이들도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전쟁 경험이 전혀 없는 마리우스 2. 마리우스 2세의 엄마 율리아를 비롯하여 모든 가족들이 반대를 했단다. 술라와 대적할 실력이 안 된다고 했어. 하지만, 마리우스 2세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정관이 되어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향했단다. 마리우스 2세는 아버지의 옛 부하들과 함께 했어. 하지만 가족들의 말대로 술라의 적수가 될 수 없었어. 전투에서 지고 군단들은 마리우스 2세를 배신하여 술라 진영으로 들어갔어. 마리우스 2세는 간신히 로마로 후퇴를 했단다. 한창 전쟁이던 와중에 집정관 카르보는 몰래 황금을 갖고 아프리카로 도망을 갔단다. 집정관이라는 사람이 이러니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겠니.

..


3.

승기를 잡은 술라는 폼페이우스에게 특별한 명령을 주었어. 시칠리아, 아프리카를 정복하라고 명령 내렸고, 도망간 카르보를 찾아내어 몰래 죽이라는 명령도 내렸어. 폼페이우스는 금방 임무를 완수했단다. 카르보를 몰래 죽이라고 했는데, 어디선가 금방 찾아내어 머리를 보내왔어. ‘몰래라는 임무는 저버리고정말 야심 많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로구나.

전쟁에서 승리한 술라는 로마에 입성을 했고, 반대 진영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잔인한 숙청이 시작되었어. 마리우스 2세도 이때 죽었단다. 술라는 로마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 강력한 권한 가진 엘리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 지도자는 자신이고 말이야. 그래서 그는 로마를 정상화할 때까지 독재관이 되겠다고 했어. 임기도 정해지지 않았으니 어쩌면 종신 독재관이 될 수도 있었어. 원로원 의원 중에는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술라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지.

술라의 숙청은 계속 되었는데, 아주 조용히 이루어졌어. 원로원 의원들과 기사 계급의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거야. 그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도 모르고 누구의 짓인지 몰랐지만, 술라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지. 남아 있는 원로원 의원들도 겁에 질렸어. 언제 자신의 차례가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 술라의 측근에 있었던 메틸루스가 술라에게 질문을 했어. 제거되는 사람들의 명단이 있느냐고 말이야. 술라가 있다면서 궁금들 할 테니 그 명단을 벽에 붙이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명단에 적힌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합법적인 것이며, 돈으로 보상도 하겠다고 했어. 이제 시끄러운 숙청이 시작된 것이로구나. 술라, 이 사람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이제 돈을 벌기 위해서 명단에 오른 이를 제거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어.

독재관의 권한이 얼마나 강력했냐면, 그 동안 선거로 뽑았던 집정관, 법무관, 정무관 등 모든 직책을 술라 혼자 지정을 하겠다고 했어. 종교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도 술라가 모두 지명을 했어. 우리나라 현대사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탱크로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국회의원의 1/3을 자신이 임명했던 사람.

카이사르가 전에 고모부였던 술라를 찾아왔어. 술라는 카이사르의 아내 킨닐라의 아버지가 반역자였기 때문에 로마 시민 지위를 박탈했고, 그러면 킨닐라도 로마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여사제가 될 수 없다고 했어. 그러므로 카이사르에 이혼을 하라고 지시했단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이혼은 안 하겠다고 했고, 오히려 그 전에 마음에 담고 있었던 말, 대제관을 하기 싫다고 이야기했어. 술라는 계속해서 킨닐라와 이혼하라고 했고 그렇지 않다면 카이사르를 죽일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러자 카이사르는 동방으로 도망을 갔어. 대제관은 하기 싫고 불쌍한 어린 아내를 내칠 수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아우렐리아는 술라를 찾아가 아들의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을 했고,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아우렐리아의 말을 냉정하고 거절할 수 없었어. 술라는 카이사르를 죽이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는 방을 붙이고 현상금을 걸었단다.

한편 카이사르는 동방으로 가는 길에 학질에 심하게 걸려 거의 죽을 뻔하다가 돌아왔단다. 술라는 카이사르를 만났어. 카이사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시원하게 카이사르의 족쇄를 풀어주었어. 대제관을 그만 두어도 좋다고 했어. 그 이유는 마리우스가 했던 것과는 무조건 반대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거든. 마리우스가 카이사르를 대제관을 만들었으니, 마리우스를 극도로 미워한 술라는 카이사르가 대제관이 안 되게 해야지. 술라는 카이사르를 하급군관의 직책으로 아시아로 보내기로 했단다.

여기까지가 대충 1권의이야기란다. 아빠의 기억력이 사라지기 전에 2권과 3권의 이야기도 해줄게. 로마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한 것 같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기원전 110, 로마 공화정은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낡은 제도에 갈수록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일어났다.

책의 끝 문장 : 그제야 카이사르는 그의 예사롭기 그지없는 노새에 올라타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술라는 이제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로마를 좋아하지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가가 너무 컸다. 또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그가 가장 갈망한 것은 평화와 여유, 온갖 성적 환상의 충족과 머리가 빙빙 도는 폭음, 관리와 책임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없었는가? 로마 때문에, 의무 때문에, 그토록 많은 임무들을 마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내려놓는 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술라가 말을 타고 텅 빈 대경기장을 따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해야만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일을 해야만 했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다. - P284

저장 선반과 헛간, 저장고와 저장실에 스민, 그곳들이 가득차 있기를 바라는 페나테스라는 신들이 있었다. 항해중인 배들과 교차로들을 모으고 무생물 물체들의 목표의식을 유지시키는 힘들은 라레스였다. 나무들이 바르게 생각하도록 하는, 가지와 잎은 위쪽으로, 뿌리는 아래쪽으로 뻗도록 하는 힘들이 있었다. 물을 달콤하게 하고 강이 높은 곳에서 저멀리 바다까지 아래로 흐르게 하는 힘들이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행운과 복을 주고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보다 덜 주며, 또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힘은 포르투나였다. 그리고 유피테르 옵티무스 막시무스라 불리는 힘은 다른 모든 힘들의 총합이자, 사람들에게는 불가사의하나 힘들에게는 논리적인 방식으로 그 힘들을 한데 묶는 결합조직이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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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 전문성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된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전문가를 뽑는 게 아니라 어떤 전문적 의견이 나한테 좋은가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에 가면 구두 장인들이 여럿 있지만 내 발에 맞는 구두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정책 중에 내가 선택해야 된다, 최종적으로는 탁월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결정해야 된다는 것이요. 우리가 말입니다. 법률이든 정책이든 결국 내가 혜택을 입고 내가 피해를 입으니 내가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접근해서 설명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30-31)

숙의민주주의나 시민의회를 가장 싫어하는 건 제가 보기에 관료집단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 권력이 가장 줄어드는 것이 관료이니까요. 행정관료는 물론이고 판사, 검사도 결국 관료입니다. 물론 선출직 정치인들도 자기 권한이 침해 당한다고 생각하지만 관료집단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시민들에게 권력을 진정으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대신해서 잘 결정해주겠다가 아니라요. 그런 측면에선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몹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32)

민주주의 이야기할 때 흔히 자유민주주의라고 그러잖아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것이죠. 그런데 불완전하게 결합되어 있어요. 실은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반대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이 소위 부르주아혁명 이후 권력을 잡은 부르주아들인데, 이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권한을 갖는 것을 거부했어요. 영국에서는 1830년대 이후 100년 동안 투쟁한 후에야 노동자들이 보통선거권을 쟁취합니다.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마지못해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극우세력 증오정치가 활성화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다시 분리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즉 자유 없는 민주주의가 될 수 있어요. 포퓰리즘으로 분명히 사람들 표를 받기는 했는데 결과가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경우가 있잖습니까? 미국의 트럼프가 그렇고, 유럽에서도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스위스에서도 주민투표로 이슬람식 첨탑을 가진 사원을 못 짓게 했습니다. 민주주의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슬람교 사람들의 기본권을 박탈한 사례입니다. 이게 자유 없는 민주주의입니다. 또하나는 자유는 있는데 민주주의는 없는 경우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때죠. 민주주의는 없는데 대신 경제활동의 자유는 있었죠. 말하자면 부르주아 자유주의 같은 것입니다.


(37)

대의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니까. 정치체계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당이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어버렸어요. 자기들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스포츠로 치면 링 위에 복서 두 명이 엉켜서 서로 껴안거나 반칙만 하고 있는 거예요. 심판이 나와서 떼어놓고 경기를 제대로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에서 선거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어요. 시민들이 나서서 떨어져라, 공정하게 경기를 하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40)

1958 3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세계 최초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313pp이었다. 1992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은 357pp,.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280ppm. 산업화의 엔진에 발동이 걸리고 200여 년 동안 33pm이 높아졌는데, 관측이 시작되고 리우회의까지 34년 만에 44ppm이 증가했다. 2013 5월 마침내 마우나로아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00ppm을 넘어섰다. 리우회의로부터 20여 년간 43ppm이 증가한 것이다.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발표한 2020 11월 평균 이산화탄소 측정값은 412.89ppm, 2019 11 410.25ppm이었다.


(46)

새로운 기후 신세계는 아마도 독재와 풀뿌리 민주주의 두 갈래 길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현명한 독재자가 강력한 권력을 휘둘러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의 국가로 급속하게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런 기후독재정치를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라톤이 주장하는 철인정치는 말이 좋아 철학자 정치지 왕이나 절대자가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는 일은 역사상 부지기수이다. 젊을 때 근본 사회주의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정반대 태극기 부대원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0)

그러므로 생태주의가 오늘날의 환경운동을 넘어서서 혁명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카스토리아디스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심리사회적 태도에서 심원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삶의 목적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고방식-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모멸적인-은 기각되어야 한다. ‘합리적이라고 하는 자본주의적 가정들, 무한한 확장이라는 개념은 폐기되어야 한다. 특히 그런 심오한 변화는 풀뿌리 수준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별적 개인이나 단체들은 기껏해야 가능한 방향을 그려 보여주고 사회가 변화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생태주의적, 즉 본질적으로 혁명적인 운동은 사회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다.


(74)

그저 정말로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민중이 모여 진정한 토론을 하는 세상-바로 이것이 시민의회가 약속하는 것이고, 이것은 세계 전역에서 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들 의회는 투표가 이니라 추첨을 통해서 구성된다. 이들은 미디어 앞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비열한 비판을 일삼고, 로비스트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대신, 진정한 숙의기구로서 기능한다. 이 아이디어는 엉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서구문명 그 자체만큼 역사가 긴 정치제도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행된다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시대가 열릴 것이다.


(87)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보자. 우편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우리 공동체에 봉사하도록 선택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운 좋게도 우리는 추측할 필요가 없다. 시민의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그 경험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한다. 배심원 의무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이 사안의 무게를 인식하고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 집단에나 가끔 있기 마련인 미치광이도 잘 제어한다. ‘평민들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주장들(민중의 무지하다, 민중은 비이성적이다, 민중은 쉽게 조종당한다!)은 과거에 흑인, 여성, 무산자 백인 남성들에게 투표권을 주어선 안된다고 했던 이유와 정확히 같다. 그런 주장은 그때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사람은 어름으로 취급하면 어른처럼 행동한다.


(100-101)

요컨대,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처음에는 권력이 통합되어 있었지만 정치적 영역과 경제적 영역으로 나뉘게 되었고, 그리고 1970년대에 브레턴우즈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는 경제영역도 산업영역과 긍융영역으로 나뉘고 또 증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금융역역의 손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했던 질문 기억하세요? 왜 정치인들이 20, 30, 40년 전보다 무능해 보이는 것일까요? 그 답은 정치영역이 완전히 힘을 잃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제 힘을 갖고 있는 영역은 경제영역이고, 특히 금융영역입니다. 젊고 유능하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이념이나 역사관은 그다지 없다고 한다면) 어떤 길을 밟을까요?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할까요, 골드만삭스 CEO가 되려고 할까요? 후자이겠죠.


(119)

<역사 정치 교육 및 학교 교육의 목표, 목적 및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 권고안을 살펴보면 독일 학교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장소로서 서로의 존엄성을 자원으로 하여,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이 행해지고, 시민적 용기가 강화되고, 민주적 절차와 규칙이 지켜지고, 갈등이 비폭력적으로 해결되는 곳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독일의 학교에서는 지식도 민주적으로 배워야 하며,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경함 역시 민주주의를 익히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긴다. 그래서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일 기본법에 근거하여 경쟁과 성취에 따른 비교보다는 민주주의의 장점과 혜택을 경험하고 자유, 정의, 연대 및 관용과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가치가 경시되거나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체험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자유와 의견을 존중함에 있어 무조건적인 중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46)

패전국 일본의 처지는 전혀 달랐다. 유럽과는 달리 동아시아의 전후처리는 미국이 독주했다. 전승국들이 대등하게 분할해서 점령한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일본은 미국이 사실상 단독으로 점령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도 독일처럼 분할 지배하자던 소련의 요구를 물리쳤고, 대신 민주 쪽으로 남하해 오던 소련군에게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마음대로 떼어주며 무마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남북 분단이 거기서 시작됐고, 일본 패전의 짐을 엉뚱하게 일제의 피해자인 한반도와 오키나와가 뒤집어쓴 형국이 됐다. 한반도 주변에는 영국도 프랑스도 없었다. 장제스 국민당의 중국도 연합국 대접을 받긴 했으나 아무런 힘이 없었고, 그마저 국공내전에서 밀리면서 공산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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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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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는 시를 멀리 했단다. 시집을 읽고 나서 독서 편지를 쓸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구나. 지금도 사실은 아빠가 직접 시집을 고르라고 하면 쉽지 않아. 하지만 좋은 시들만 엮어서 소개하는 책들을 가끔 읽어 보면 시라는 것이 마음을 달래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렇게 직접 좋은 시를 엮은 책들 중에 아빠가 늘 좋게 읽은 시집은 류시화님이 엮은 시집들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영희 교수님이 엮은 시집들이란다. 그분들이 엮어 주신 시집들은 좋은 시를 고르는 고생을 대신 해 주신 것뿐만 아니라, 그분들 아니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아주 좋은 시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단다.

이번에 류시화 시인이 오랜 시간 동안 골라 모은 시들을 엮은 책, <마음 챙김의 시>를 읽었단다. 작년 2020.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 잊지 못한 한 해가 되었을 거야. 코로나라는 듣도보도 못한 못된 손님이 찾아와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우리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잖아.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또 많은 사람들이 죽고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마음 놓고 여행도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참은 것이 벌써 일 년이 되었구나. 코로나 블루라고,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말이야. 다행히 너희들은 집에서도 즐겁게 잘 노니 다행이구나. 아빠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밀린 책 읽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렇듯 저마다 코로나19로 생각들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 소중함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고 말이야. 이 책에서도 읽는 순간 코로나 시대를 그린 시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시가 있었단다. 코로나와 함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늘었는데, 코로나가 끝이 나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구나. 사람들이 지구를 더 사랑하고, 자연을 싫어하고, 경쟁보다는 서로 도와주기를 바라고 말이야. 이젠 우리 생각할 만큼 많이 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다짐도 할 만큼 했으니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코로나19가 어느 날 갑자기 싹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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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고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키티 오메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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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시집의 이름은 <마음 챙김의 시>. 여러 시들 중에 특히 마음에 위로가 되는 시들이 많이 실려 있었단다. 아빠가 책 내용 중에 좋은 내용이 있으면, 책의 앞 면지에 조그맣게 페이지를 적어둔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계속 연달아 페이지를 적게 되더구나. 이 책은 굳이 페이지를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 책도 그리 두껍게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지만, 모든 시를 가슴에 담고 싶더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모험과 도전에 담을 쌓게 하는 아빠에게, 모험이란 기쁨이라고 알려주는 시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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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헙을 걸자.’

<눈풀꽃 루이스 글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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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쉬지 않고 뜀박질을 하고 있는 심장의 고마움을 일깨워진 시도 좋았어.

============================

(17)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을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

<일요일에 심장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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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몸은 나무처럼 평생 자라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평생 자랄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시도 고맙고,

============================

(43)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무제 타일러 노트 그렉스>

============================

내 자신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시도 고마웠단다.

============================

(53)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새와 나 하룬 야히아>

============================

..

그 밖에 모든 시가 좋았고, 그런 시들을 잘 모아서 소개해준 류시화님께 고맙구나.


2.

시 한 권을 읽어 보니, 시를 한 번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 없으니, 내 마음대로 시를 지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가끔씩 독후감을 시로 쓰는 것도 문득 생각이 났단다. 아빠도 독후감을 시로 써볼까?

마음을 챙겨주는 책 한 권

얇다고 탓하지 말라.

두꺼운 백과사전에 없는

사랑이 있고,

울컥함이 있고

휴식이 있고,

따뜻함이 있느니라.


PS:

책의 첫 문장 : 꽃피워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책의 끝 문장 : 비록 여기 이러한 삶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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