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율리시스>에 관한 서평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것만 믿어야 하지 의외로 재미난다는 말로 선량한 독서가를 현혹하는 선동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말로 <율리시스>를 읽고 이해한 지인이 있다면 다른 종교를 믿지 말고 그 분을 신으로 모셔야 한다. 그런데도 왜 독서의 고수들은 <율리시스>를 권하는가? 왜 우리는 <율리시스>를 읽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율리시스>를 읽는다는 것 자체로 이미 당신은 독서가의 최고봉에 등극하기 때문이다. 이해 따위는 필요 없다.


(62)

출판사가 독자에게 하는 가장 불친절한 행위 중에 하나는 러시아문학 작품을 내면서 등장 인물의 이름을 따로 정리해주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 독자가 러시아 고전을 읽으면서 겪는 가장 불편함이 이름의 난해함이라고 생각한다.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을 사랑하는 나는 2000년에 나온 초판, 2002년에 나온 신판, 그리고 2007년에 나온 수집가용 한정판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읽는 것은 휴대성이 가장 좋고 표지가 예쁜 2002년판으로 읽었다. 표지가 뭉크의 그림으로 장신된 빨갱이버전 말이다.


(90)

좋은 책이란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독자에 따라서 너무나 천양지차의 매력과 경험을 느끼게 한다는 것. 어쩌면 내가 머리가 너무 나쁘기보다는 너무 좋은 책이라서 같은 책을 두고 개인에 따라서 극히 독특한 책 소개를 하게 만들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 같은 책을 두 번 주문하긴 했지만 두 번 모두 주문으로 이르게 하는 즐거움과 설레는 책 소개를 읽는 즐거움을 누렸으니 그리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혹시 의학용어로 치매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지 슬며시 걱정되기는 한다.


(120)

오장환 시인은 1937년 시집 <성벽>을 발표했으며 서정주, 이용익과 함께 당시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렸고 심지어 시의 황제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때 많은 문인들이 친일 성향을 보였지만 오장환 시인은 꿋꿋하게 지조를 지켰다. 서정주 시인과 <시인부락>의 동인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우정을 나눈 것이 <화사집>을 출간하는 인연이 되었다. <시인부락> 1936년 당시까지만 해도 문단에서 그럴듯한 명성이나 경력이 없는 서정주가 주도를 해서 창간을 한 소박한 시 동인지였다. 시 동인지에 주소지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오장환 시인도 <시인부락>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서 <시인부락>의 주소지를 자신의 자택 주소로 삼았다.

회원들 또한 서정주와 처지가 다르지 않은 무명 신인들로 김진수, 김달진, 오상원 등이었다. 부락이라는 명칭 또한 무슨 심오한 뜻이 아니고 그냥 여러 민가가 모여 사는 시골 마을을 뜻하는 그 부락이다. 시작이 미약했고 끝도 미약했으나 2호를 마지막으로 종간했다. 오장환은 미당이 친일 활동을 한 이후로는 교류를 끊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더라도 인사도 하지 않으며 친일파라고 대놓고 비판했다고 한다.


(235)

임화는 조선의 랭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윤동주, 백석, 황순원과 일제 강점기 문화계를 대표하는 꽃미남 트로이카 중 한 명이었다. 시인으로서 임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단편 서사시를 시도했다. 그가 쓴 단편 서사시의 대표작은 <우리 오빠와 화로>, <젊은 순라의 편지>, <어머니> 등이 있다. 문학비평가로서 임화는 우리나라 비평의 근간을 구축했다. 임화는 영화 주연배우로도 활약한 다재다능한 예술인이었다. 업적은 화려했지만, 말로는 불우했다.

24살의 나이로 마르크스 문학을 지향했던 카프의 서기장으로 활약하다가 광복이 되고 나서 박헌영과 함께 월북했지만, 남로당 숙청 작업이 한참일 때 미국의 스파이, 친일 행위, 반소련, 반공의 죄를 뒤집어쓰고 총살을 당했다. 북한에서 처형되었던 임화는 남한에서조차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문학가로서는 더 치욕스러울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264)

백석의 시에 대한 가장 찬란한 찬사는 이런 수치보다는 그의 연인이었고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인 자야(김영한) 선생의 한마디다. 김영한 선생은 그 가치가 일천억 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3대 요정인 대원각을 아무런 대가 없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여 사찰 길상사를 세우게 한 인물이다.

기부한 재산이 아깝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1,000원 재산이라고 해봐야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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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0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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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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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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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3 1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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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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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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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증언들>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의 후속이라고 해서, 아빠는 오래된 소설을 재출간된 것인 줄 알았단다. 왜냐하면 <시녀이야기>란 책이 1985년에 출간된 책이거든. 그런데 책 소개를 읽어보니 2019년에 출간된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 해 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했어. 최고령 부커상 수상자라고 해서 찾아보니, 1939년생이시니까 여든 나이에 쓴 소설이로구나. 대단하시구나. 이렇게 34년만에 후속작을 내 놓은 이유는 아무래도, 전작 <시녀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자와 독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원해서 쓰게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전작 <시녀이야기>에 대한 내용은 아빠가 <시녀 이야기>를 읽고 쓴 독서편지에도 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곧바로 <증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마. 소설 <시녀 이야기>의 마지막에 시녀 오브프레드가 임신한 몸으로 길리어드를 탈출하면서 끝이 났었지. 길리어드는 가까운 미래 미국에 생긴 디스토피아 국가이고 말이야. 오브프레드가 탈출하고 난 15년 후의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세 명의 중요 주인공들의 증언으로 소설이 이루어져 있어서, 소설의 제목이 <증언들>로 한 것 같구나.


1.

<시녀이야기>에서 악명 높았던 리디아 아주머니의 증언으로 시작한단다. 길리아드에서 아주머니는 하나의 직책으로, 시녀들을 통제하고 교육시키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란다. 그런 아주머니들 중에 가장 성공한 리디아 아주머니는 석상까지 만들어져서 길리아드 여기저기에 세워졌어. 그런 리디아 아주머니도 몰래 금지된 책들을 읽기도 했어. 걸리면 총살감인데도 말이야.

아그네스 제미마. 아버지는 잘 나가는 사령관. 어머니는 타비사. 어머니라고 해서 타비사가 아그네스를 낳은 것은 아니고, 시녀들이 낳은 아이였어. 하지만 타비사는 아그네스를 무척 사랑해 주었단다. 하지만 몹쓸 병에 걸려 일찍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아버지는 폴라라는 여자와 결혼을 했어. 폴라는 전형적인 못된 계모라고 생각하면 돼. 불쌍한 아그네스친엄마로 알고 있던 타비사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어 충격을 받는단다.

데이지. 데이지는 길리어드 국경 너머 정상 국가 캐나다에서 살고 있단다. 엄마 멜라니와 아빠 닐은 중고 옷가게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갔어. 잠시 캐나다와 길리어드의 관계를 이야기해야겠구나. 캐나다는 정상적인 국가였지만, 경제 상황상 길리어드와 무역을 할 수밖에 없었어. 사람들이 오가는 것도 허락을 했어. 그래서 길리어드에서 진주소녀들이 와서 캐나다에서 활동을 했어. 진주소녀들의 활동은 소녀들을 길리어드의 시녀로 꾀여 데려가는 것이란다.

한편, 캐나다 국민들은 길리어드 반대 시위를 자주 했어. 그리고 길리어드에서 탈출한 이들도 합세하였고, 그들은 길리어드를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도 했어. 일종의 독립운동이라고 할까? 니콜이라는 아이가 있었어. 예전에 길리어드에서 탈출한 아가였는데, 그 아이는 독립 운동하는 이들의 상징적인 아이였어. 그 아이의 사진이 여기저기 게재되고 그랬단다. 길리어드에서도 유독 니콜을 돌려달라고 캐나다에 계속 요청을 할 만큼, 상징적인 아이였던 거야. 그래서 니콜은 길리어드에서도 유명해.

데이지도 친구들과 길리어드 반대 시위에 참석을 했는데, 뉴스에 얼굴까지 나오게 되었어. 얼마 후 데이지의 열여섯 번째 생일 때, 데이지의 부모 멜라니와 닐은 자동차 폭발 사건으로 죽고 말았단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단다. 길리어드의 악명 높은 저드 사령관이 그들을 죽인 것이었어. 테러였지. 멜라니와 닐이 누구였길래 죽였냐고? 그들은 메이데이 요원이었어. 메이데이는 길리어드 여성들의 탈출을 돕기도 하고, 길리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지하 조직이었어. 일종의 망명 정부라고 할까.


2.

아그네스의 계모 폴라는 아기를 낳기 위해 시녀 오브카일를 고용했단다. 시녀의 역할이 이런 것이었어.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것. 오브카일은 아이를 낳다가 위험에 빠졌는데, 아기와 산모 둘 중에 하나의 선택에서 계모 폴라는 아기를 선택했단다. 그렇게 오브카일은 죽음을 당했단다. 아그네스는 오브카일의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전설적인 인물 리디아 아주머니를 보았단다.

데이지는 엄마와 아빠가 죽고 나서 엄마의 동료 에이다가 데리고 갔어. 에이다도 메이데이 요원이었는데, 데이지를 변장 시켜가면서 데리고 갔단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주었어. 멜라니와 닐은 친부모가 아니라고 말이야. 그리고 데이지가 사람들이 그토록 우러러 보고 있는 길리어드 탈출의 상징 니콜이라는 사실도 이야기해주었어. 그러니까 메이데이 요원들은 니콜을 평범한 캐나다 소녀로 위장을 해서 키우고 있었던 것이란다. 니콜의 친엄마는 생존해 있지만, 지금은 안전상 만날 수 없다고 했어. (그 친엄마가 바로 시녀이야기의 주인공 오브프레드란다) 친엄마는 데이지가 자라는 동안 계속 사진을 봤다고 했어.

데이지는 데이데이 요원들인 에이다, 일라이자, 가스 등과 함께 생활했어. 길리어드 내부에서 소식 하나가 날라왔단다. 길리어드 내에 미지의 정보원이 만나자고 내용이었어. 니콜이 직접 자신을 찾아오면 길리어드가 붕괴할 만한 정보가 담긴 문서 캐시를 주겠다는 내용이었어. 니콜에게만 줄 수 있다는 내용이 함정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단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볼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했어. 데이지는 가짜 개종자로 위장해서 길리어드로 들어가기로 했단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무술 훈련도 하고 체력도 키웠어.

….

한편, 리디아 아주머니는 최근 저드가 벌인 테러 소식을 들었단다. 그리고 그 집 딸이 사라진 것도 들었는데, 그 집 딸이 니콜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딸이 니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리디아 아주머니가 영웅 취급을 받다 보니, 그를 시기하는 이들도 있었단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 리디아 아주머니는 몰래 CCTV로 자신을 모략하는 이를 확인했는데, 측근 중에 한 명인 비달라 아주머니도 있었단다.

아그네스의 계모 폴라는 아그네스를 결혼시키려고 예비 신부학교에 보냈단다. 길리어드에서는 여자들을 조혼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긴 한데, 문제가 상대방이었어. 악명 높으면서도 나이 많은 저드 사령관. 특히 저드 사령관의 아내들은 이유 없이 죽었단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저드 사령관의 살인이었어. 죽이고 젊은 아내를 다시 얻으려고 하는 살인. 아그네스가 결혼을 하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었어. 얼마 전에 베카처럼 아주머니가 되는 거야. 베카는 아그네스의 친구였는데, 결혼하기 싫어서 자살 시도까지 했다가 결국은 리디아 아주머니가 데리고 가서 아주머니 양성 교육을 받게 되었어. 그렇게 베카처럼 아그네스도 결혼을 하느니 아주머니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집에서 몰래 도망을 가서 무작정 아르두아 홀을 찾아갔단다. 아르두아 홀은 아주머니들이 지내는 곳이었어. 그곳에서 리디아 아주머니를 만나고 허락을 받았단다. 리디아 아주머니도 아주머니들의 나이들이 많고, 새로운 아주머니를 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베타와 아그네스가 찾아와서 그들을 받아주기로 했단다.

….


3.

데이지는 가스와 함께 노숙자 행세를 사면서 진주소녀들이 접근해 오기를 기다렸어. 이름도 제이드로 바꾸었어. 그들의 작전대로 진주소녀들이 접촉을 해왔고, 데이지는 시녀가 되고 싶다고 하고 그 진주소녀들과 함께 길리어드로 들어가게 되었단다. 이제 그곳에서 미지의 정보원을 만나야 했어. 미지의 정보원이 알아챌 수 있게 사전에 약속한 문신을 팔뚝에 새겼어. 길리어드로 온 데이지는 아르두아 홀에 오게 되었고, 데이지는 초보 아주머니가 된 아그네스와 베카가 보살피게 되었단다. 아그네스는 빅토리아 아주머니가 되었고, 베카는 임모르텔 아주머니가 되었단다.

아그네스는 아주머니가 되기 위한 수업을 착실히 받았단다. 그곳에서 글도 배우고 도서관에 출입도 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그 도서관에서 마치 아그네스에게 보여주려는 듯한 자료를 보게 되었단다. 그 자료는 아그네스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이었어. 아그네스의 친엄마는 메이데이의 중요 요원으로 캐나다에 있으며, 동생이 다름아닌, 그 유명한 니콜이라는 거야. 그리고 니콜은 길리어드에 들어와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어. 아그네스는 그 자료를 보고 엄청 놀래면서도 당황했어. 누가 왜 이런 자료를 자신에게 보여주냐고 말이야. 그리고 그 자료 속에 진실은 더욱 놀라게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 니콜이 자신이 보살피고 있는 말썽쟁이 데이지라고 하면 더욱 놀라겠지.

리디아 아주머니는 제이드, 아니 데이지, 아니 니콜을 불렀어. 데이지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불렀다는 거야. 자신이 메이데이에 연락한 미지의 정보원이라고 말이야. 리디아 아주머니가 그 정보원일 거라는 것은 예상을 했던 것이라 놀라지는 않았어. 리디아 아주머니가 길리어드의 영웅이라고 했지만, 소설의 시작부터 길리어드을 무너뜨릴 사람도 리디아 아주머니라는 것이 증언 속에 담겨 있었거든. 이제 리디아 아주머니는 아그네스와 베카를 불렀어. 그리고 아그네스에게 그 자료를 보았냐고 물어봤고, 데이지가 마로 아그네스의 동생 니콜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시원시원한 리디아 아주머니의 화법 좋네. 리디아 아주머니는 계속 이야기했어. 지금 길리어드는 처음 건국했을 때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 이상의 길리어드는 없다. 타락만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길리어드를 무너뜨려야 한다. 너희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이제 그들 셋에게 할 임무를 주었단다.

이제 데이지를 니콜이라고 부를게. 니콜이 문신을 한 피부 속에 길리어드의 비밀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 닷을 숨겼어. 그리고 니콜은 아그네스와 함께 진주소녀로 위장을 해서 길리어드를 빠져나가라고 했어. 캐나다에 도착하면 마이크로 닷을 메이데이에게 전해주라고 했어. 그동안 베카는 그들이 빠져나갈 수 있게 시간을 끌라고 했지. 위기가 있었지만, 아그네스와 니콜은 캐나다에 도착해서 메이데이를 만났단다. 베카는 안타깝게도 그들의 탈출을 돕다가 죽고 말았단다. 아그네스와 니콜의 이룬 성과를 이야기를 하자면 베카의 희생이 큰 역할을 한 것이지. 니콜과 아그네스가 전해준 자료는 길리어드 권력층의 온갖 비리가 가득 담겨 있었고, 그 자료가 공개되면서 길리어드는 내부로부터 혼란을 가져오게 했고, 그리고 외부의 메이데이 요원들이 길리어드 내부로 진입하면서  길리어드는 결국 무너지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는 사실 길리어드와 같은 국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좀 비현실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총칼을 휘두르며 강압적으로 통치한다고 말이야. 그래도 어찌어찌 해서 그런 나라가 만들어졌다고 치자.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도 못할 것 같아. 잠깐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나라인 듯.. 그런데 모르지, 트럼프 같은 이도 대통령이 되었는데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시녀 이야기>도 한번 보고 싶더구나. 이 암울하고 우중충한 길리어드란 나라를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네.


PS:

책의 첫 문장 : 죽은 사람에게만 석상이 허락되건만, 나는 아직 살아 있는데도 석상을 하사받았다.

책의 끝 문장 : 사랑은 죽음만큼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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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3-02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 님이야말로 서간체의 이 포스트들을 책으로 내시면 정말 정말 좋겠습니다~ 포스트로 읽기도 좋지만
책으로 마주하면 더 좋겠습니다. 정말이에요 :-)

bookholic 2021-03-02 00:19   좋아요 1 | URL
부끄러움을 만들어내는 말씀에 고맙다는 말씀만 전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17)

이 책은 마족의 위대한 공주였던 어느 여마신, 벼락을 마음대로 부려 번개공주라 불리며 오래전에, 우리가 12세기라고 부르는 시대에 한 인간 남자를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녀의 수많은 후손에 대한 이야기이며, 기나긴 세월이 흐른 후 그녀가, 이 세상에 돌아와 잠시나마 다시 사랑에 빠졌다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다. 또한 여러 마족, 남성이든 여성이든, 날아다니든 기어다니든, 선하든 악하든 도덕 따위에는 무관심이든, 아무튼 온갖 마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2 8개월 28일 밤, 다시 말해서 천 날 밤 하고도 하룻밤에 걸쳐 이어졌던 위기의 시대, 혼란의 시대, 우리가 괴사(怪事)의 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 그 시대가 끝난 후 이미 천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 시대가 우리 모두를 영원히 변화시켰다. 다만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우리의 미래가 말해주리라.

 

(196-197)

진정한 현실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는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안다. 세상은 평범한 시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칠고 사납고 기이하다. 평범한 시민은 진실을 외면하고 베일로 눈을 가린 채 무지한 상태로 살아간다. 베일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면 두려워지고, 확신이 무너지고, 기가 꺾이고, 결국 술이나 종교로 도피하게 된다.

 

(210)

이븐루시드가 가잘리에게, 티끌이 티끌에게 말했다. “비이성은 비이성인 까닭에 자멸하기 마련이오. 이성이 잠깐 토막잠을 잘 때도 있지만 비이성은 아예 혼수상태에 빠질 때가 많으니까. 결국 비이성은 영원히 꿈속에 갇혀버리고 마침내 이성이 승리할 거요.”

그러자 가잘리가 말했다. “인간이 꿈꾸는 세상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세상일세.”

 

(231)

모든 사랑은 두 연인이 내심 스스로와 어떤 약속을 하면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상대의 바람직한 일면을 보았으니 못마땅한 일면은 무시하겠다는 다짐이다. 사랑은 겨울 뒤에 찾아오는 봄이다. 사랑은 인생의 혹독한 추위가 남긴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렇게 마음 속에 온기가 혹독한 추위가 남긴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렇게 마음 속에 온기가 피어날 때 연인의 결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예 무의미하고, 그래서 스스로와의 비밀 약속에 서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의심의 목소리는 침묵시킨다. 나중에 사랑이 시든 뒤 이 비밀 약속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꼭 필요한 어리석음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연인들의 믿음, 즉 진정한 사랑이라는 불가능한 이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싹튼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

 

(322)

역사는 얼마나 불완전한가! 반쪽뿐인 진실, 무지, 속임수, 가짜 단서, 착오, 거짓말 등의 오리무중 어딘가에 진실이 묻혀 있으련만 우리는 믿음을 읽어버리기 쉽고, 그래서 다 허깨비다, 진실 따위는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의 절대적 신념이 또 누군가에게는 망언이 불과하다, 그렇게 말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이란 한낱 상대주의 궤변가의 주장만 듣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것이라고 강력히, 정말 강력히 강조한다. 진실은 반드시 존재한다. 당시 걸음마를 시작한 스톰의 신기한 능력도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뚜렷한 증거였다. 스톰의 빛나는 업적을 기리며 우리는 진실이 진실로 탈바꿈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지 못하더라도 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413)    

우리는 이성적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갈등이야말로 오랫동안 인류는 규정하는 서사였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우리 사이의 차이점, 예컨대 인종, 지역, 언어, 관습 따위는 더 이상 우리를 갈라놓지 못한다.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을 뿐이다. 우리는 하나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모습에 대체로 만족한다. 어쩌면 행복하다고 말해도 좋겠다. 우리는-더 넓은 의미의 우리가 아니라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우리는-이 위대한 도시에 살며 이곳을 찬미한다. 강물이여, 흘러라, 그대 사이에서 우리도 흐르듯이, 물줄기여, 어우러져라, 멀리서 왔건 가까이서 왔건 우리 인류의 물줄기가 두루 만나 어우러지듯이! 우리는 여기 물가에서 갈매기떼와 군중과 더불어 즐거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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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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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칼 세이건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듯싶구나. 인문학적 지식과 감성적인 문체로, 광활한 우주와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 <코스모스>를 읽은 이들이라면 그 책을 자신의 독서 목록 열손가락 안에는 꼭 뽑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칼 세이건이 쓴 소설 <콘택트>. 영화로 더 유명한 소설도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단다. <코스모스>란 책이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있고, 그 책에 대한 리뷰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단다.

문득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칼 세이건으로 검색을 해보았단다. 그의 책들이 쭉 검색이 되었고, 우연히 중고서점에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책이 있길래 구입했단다. 지은이가 칼 세이건인데, 책 소개 읽을 필요 있겠니. 장바구니로 직행시켰지. 책제목도 지구의 속삭임. 얼마나 감성적이고 시적이니책을 받고 나서야 어떤 책인지 알게 되었단다. 태양계 밖으로 보낸 우주 탐사선 보이저 호를 지적 외계 생명체가 발견했을 때, 지구에 대한 소개를 위한 디스크가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디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 바로 이 책 <지구의 속삭임>이란다. 지은이는 칼 세이건 혼자는 아니고, 디스크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의 공저로 되어 있단다.


1.

1960년대부터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는 우주 개발에 힘을 많이 썼단다. 그러나 그렇게 우주선을 쏘아 올려도 끽해야 지구 궤도를 도는 게 고작이었고, 그나마 달에 유인선을 보낸 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였단다. 광활한 우주에서 인류가 직접 가볼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었어. 그게 인류의 능력의 한계이고 말이야. 그로부터 50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인류는 더 이상 멀리 가지 못했단다.

비록 사람을 직접 태운 우주선을 달 밖으로 보내지는 못했지만, 무인 우주선을 보낸 적은 있었단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였단다. 1977년 보이저 1호와 2호는 태양계의 외행성들을 탐사하고, 그 이후로 계속 우주로 나아가 태양계 밖에까지 나가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났고, 보이저 2호는 2018년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하는구나. 이 우주선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잘 수행하여, 외행성들의 고화질 사진을 전송하였다고 하는구나. 태양계를 벗어난 그들의 임무는 이제 지구의 속삭임을 우주로 멀리 멀리 보내는 것이란다.


2.

이 보이저 호에는 지구를 외계생명체 알려주는 레코드 판을 함께 실었는데, 이것을 칼 세이건이 제안을 했다고 하는구나. 이 레코드판이 외계인들이 만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만의 하나 만날 것을 가정해서 작업을 했다고 했어. 먼저 오랫동안 보존이 될 수 있도록 금박을 씌웠다고 했단다. 그래서 이 레코드 판을 골든 레코드라고도 불렀어. 그리고 사용법에 대한 내용도 기록해 놓았어. 물론 지구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모를 테니, 그림을 통해 사용법을 적어 두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면 그 곳에 있는 내용들은 무엇일까. 각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자료들을 수집하고 회의를 통해서 선정을 했다고 했어. 지구를 대표할 음악 27,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소리들, 지구와 인류를 알려줄 수 있는 사진 118장을 담고 있다고 하는구나.

이런 자료들에 대한 소개도 이 책에서 자세히 해주고 있단다. 미국의 우주선이지만, 이 우주선은 지구를 대표하는 우주선으로, 각 자료들은 세계 곳곳의 자료들 중에서 엄선했단다. 여러 나라의 인사말도 실려있는데, 우리 한글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 인류와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될 것 같구나. 단지 너무 멀리들 떨어져 있어서 만날 수가 없을 뿐이지. 아마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가 사라지고 태양계가 사라질 때까지도 그런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보이저 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는 찬란했던 지구의 속삭임을 가지고 우주로, 우주로 뻗어가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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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이 흐르면, 지구는 적색 거성으로 팽창한 태양 때문에 이미 숯덩이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저 레코드판들은 그때도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한때-만일 인류가 좀 더 거창한 활동에 나서서 다른 세상으로 이주한 뒤라면 그 전에-머나먼 행성 지구에서 번성했던 오래된 문명의 소곤거림을 간직하고 우리 은하의 어느 머나먼 지역을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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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3)

보이저 탐사의 주된 목표는 이렇듯 대단히 풍성한 과학적 정보를 얻는 것이다. 보이저 탐사는 역사상 최초로 외행성계를 상세히 정찰할 작업이며, 태양계의 다른 행성 가족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영영 바꿔 놓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우주에 대한 미적 감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보이저호에는 또 다른 것도 실려 있다. 전파 발신기가 죽은 지 한참 지난 뒤에도, 보이저 우주선이 태양권계면을 넘은 지 한참 지난 뒤에도, 그 까마득한 미래에도, 지구의 인사를 담은 두 장의 레코드판은 언제나 꿋꿋하게 우주를 항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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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보이저 호와 골든 레코드를 편지를 써서 유리병에 넣어 바다에 띄운 것에 비유를 했는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단다. 끝이 없다고 하는 우주로 쏘아 올린, 지구의 메시지과연 어떤 이가 그것을 받아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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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사람들은 보이저호를 그 속에 쪽지를 담아서 배의 난간 너머로 망망대해에 던져 보낸 유리병에 비교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병은 특수 제작된 것이고 쪽지는 연필이 아니라 컴퓨터에 갈겨 쓴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병을 광활한 하늘에 던져 보낸다. 우주의 해변을 걷던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하는 날이 오기나 할까? 우리 세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답은 우리의 먼 후손이 기대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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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실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이저 호를 발견하고, 골드 레코드를 작동시켜서 지구의 속삭임들을 듣고 보게 되었다면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가정을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이저호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그런 소재를 다룬 유사한 영화가 있더구나.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우주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넓고 넓은 우주를 생각하고 있다 보면 나의 존재가 너무 미미해지면서, 고민거리나 스트레스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단다. 우주는 최고의 명상거리가 아닌가 싶구나. 그런데 도대체 누구 이 우주를 왜 만들었을까? 자연발생적이라고 하기에도 이해가 안가는 점이 많고도대체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던 것일까.


PS:

책의 첫 문장 : 1977 8 20일과 9 5보이저(Voyager)’라는 이름의 두 특별한 우주 탐사선이 우주로 발사되었다.

책의 끝 문장 :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


라지오스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져서 타 버리기까지 버틸 수 있는 수명은 약 800만 년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현재 존재하는 정보의 상당량, 심지어 라지오스 제작 시점과 목적에 관한 정보마저도 소실될 수 있을 만큼 먼 미래다. 그 때문에 미국 국립 항공 우주국(NASA)은 내게 우리의 먼 후손에게 전할 일종의 인사말로서 라지오스에 부착할 작은 금속판을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사말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수억 년 전에 지구의 대륙들은 맨 위 지도처럼 모두 붙어 있었다. 라이오스가 발사된 시점에는 지구의 모습이 가운데 지도와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800만 년 뒤에 라지오스가 지구로 돌아올 때는 대륙들의 모습이 맨 아래 지도와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음을 담아." - P22

인간의 음악이 다른 행성의 다른 지적 생명체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연히 보이저호를 만나고 그것에 실린 레코드판이 인공물임을 인식한 생명체라면 그것이 귀환의 희망 없이 발송된 물건이라는 사실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음악보다도 그 제스처가 우리 메시지를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할지도 모른다. 레코드판은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우리가 아무리 원시적인 존재로 보여도, 그리고 이 우주 탐사선이 아무리 조악해도, 우리는 스스로를 우주의 거주지로 여길 만큼은 알고 있답니다. 레코드판은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무리 작은 존재라도, 우리 안에는 스스로 이미 멸종했거나 못 알아볼 만큼 변했을 게 분명한 머나먼 미래의 미지의 발견자에게 닿고 싶어 할 만큼 크나큰 무언가가 있었답니다. 레코드판은 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이든, 우리도 한때 별들의 거주지인 이 우주에서 살았고, 그리고 당신을 생각했답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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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빅토르 위고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빈곤때문이며, 그 빈곤의 책임은 바로 사회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범죄는 사회의 부조리와 무관용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범죄를 저지른 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빈곤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어린이, 하인, 저교육층이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것도 남편, 아버지, 주인, 고소득층, 고교육층같은 기득권층의 책임이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의 저작권은 위고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27)

<모비 딕>에는 스타벅이라는 이름의 일등 항해사가 등장한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 이름인 스타벅스가 바로 <모비 딕>스타벅에서 따온 것이다.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매우 대중적인 장소가 되었지만, 스타벅이 등장하는 <모비 딕>은 우리나라 독자들이 그리 많이 찾는 고전은 아니다. 그러나 영미권에서 이 소설이 누리는 위상은 대단하다. 미국에서도 작가가 숨질 때까지 이 소설의 존재감은 미미했는데, 작가 사후 재평가를 통해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58)

빅토르 위고는 건축물이란 건축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역량과 상상력이 아니라 그 사회 민중의 삶과 정신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올린 퇴적물이 바로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건축물은 민초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돌로 만든 책이며, 수백 년에 걸쳐 민중이 힘을 모아 쓴 역사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60-61)

위고는 우후죽순처럼 세상에 나오는 책을 바벨탑에 비유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완성해 가는 건축물과는 달리 너무나 쉽고 빠르게 생산해 내는 책의 위험성을 경계한 것이다. 21세기에 와서 책의 바벨탑은 더욱 거대해졌다. 책을 넘어서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생겨났다.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속도, 그리고 그 양까지 15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중세 시대에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는 돌로 된 책을 향유한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정보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졌다. 하지만 온갖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유할 힘을 잃어 가고 있다. 가짜 정보와 가짜 뉴스라는 독버섯에 야금야금 희생당하고 있다. 어쩌면 위고는 이러한 오늘날의 병폐를 화려한 퇴보라고 우려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74)

19새기 장편 소설가들은 주요한 이야기 전개와 관련 없는 부분까지 장황히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단편 소설과 희곡을 즐겨 쓴 체호프는 군더더기 같은 문장이나 불필요한 장치를 결코 끌어오는 법이 없었다. 체호프가 제시한 다음의 총 이론을 보자.

이야기와 직접 상관이 없는 것들은 단호히 없앤다. 1장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총을 꼭 발사해야 하고, 발사하지 못했다면 과감히 없애 버린다.”


(123)

존재 지향형 학생은 교사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머릿속에 주입하지 않고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노트에는 주요 내용만 필기하되,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자기만의 문장으로 풀어 쓴다. 이런 학생은 그날 배울 내용과 관련해 사건에 배경 지식을 찾아보고 교과서에서 왜 이렇게 설명했을까 생각해 본다.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으며 교사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자기만의 지식을 쌓아 간다. 이렇게 쌓은 지식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단순 암기로 쌓은 지식은 쉽게 사라져 버린다.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단연 존재 지향형 학생이 높다.


(132)

루소는 열두 살 미만의 아동기를 감각이 성장하는 시기로 보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전원 환경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며, 책을 통한 교육은 금물이라고 했다. 책을 읽힌답시고 오랫동안 앉혀 두는 것은 감각이 성장하는 데 방해되며, 심지어 재앙이라고도 표현했다. 이는 루소의 교육론 중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학부모들에게 가장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 내용이다. 열한 살이 되도록 책 한 번 펼쳐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135)

루소는 <사회계약론> <에밀> 1762년 연달아 발표했다. 그때 프랑스 정부는 루소의 책을 태워 버리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루소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다. 루소가 책 속에서 강조한 자유와 평등에 대한 논리가 왕과 귀족들의 세상이었던 당시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명령이 무색하게도 <사회계약론>은 프랑스 혁명의 든든한 밑거름이자 버팀목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독립을 하는 데 사상적인 토대가 되었고, 미국은 실제로 사회 계약의 과정을 통해 민주 국가를 세웠다. 그런 한편 <에밀>은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여야 한다는 교육론의 뿌리가 되었다.


(154)

셰익스피어는 500년 전에 오늘날까지도 흔히 쓰이는 단어를 약 2,000개나 만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임진왜란 시기의 조선인이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우리말 단어를 2,000개나 만든 셈이다. 셰익스피어가 만든 대표적인 단어로는 addition(추가), bedroom(침실), belongings(재산), champion(우승자), fashionable(유행하는), gossip(소문), hint(암시), successful(성공적인), swagger(건들거리다)등이 있다.

여기서 마지막 단어 swagger가 바로 힙합 용어로 알려진 스웨그(swag)’ 또는 스웩의 원형이다. 지금은 스웨그가 자기만의 개성적이고 자유분방한 표현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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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2-26 0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정말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2-26 10:33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을 만나고, 그 책에서 좋은 책들을 알게 되었거든요~~
즐거운 금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