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47호 - 2016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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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선거를 앞두고…]

선거다. 곧 있으면 또 하나의 중요한 선거가 있다이제 열흘도 안 남았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녹색당을 알리려고 많이 노력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녹색당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녹색당이 꼭 국회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녹색당을 지지하게 된 원인은 바로 정기적으로 읽는 녹색평론 때문이다. 얼마 전에 녹색당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초대손님으로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나왔는데, 그 또한 녹색평론을 읽고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나도 "저도요~~"라고 속으로 이야기했다. 이 녹색평론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영혼에 녹색이 덧칠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녹색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국회 제 1 당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는 결선 투표 없는 소선거구제로써 소수정당의 기회를 박탈하는 선거구제다. 대의 민주주의라면 백성들의 뜻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백성들의 정당의 지지율과 국회의원의 정당 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을 어찌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국회의원이 300. 만약 정당 지지율이 3%인 경우,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국회의원 300명 중 3% 9명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녹색당이 3% 득표를 하더라고 국회의원 자리는 1. 이건 말이 안된다. 이럴 바에야 이번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하고, 그 전에도 여러분 언급이 되었던 제비뽑기, 즉 추첨제 민주주의가 더욱 대표성을 띠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지금의 집권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이니 그들이 바꿀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암울하다. 이번 선거 결과도 이미 누구나 예상하고 있듯 야당의 참패로 끝날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하나? 정의 당의 선전과 녹색당의 국회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두 가지만 이루어져도 이번 선거를 대패해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희망고문이 아니길…

 

[()을 살리는 세계로]

이번 녹색평론 147호의 주제는 바로 "()을 살리는 세계로". 농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해마다 농업에 대한 정책은 뒤로 가고, 그로 인해 힘없는 농민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와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언론의 펜 속에 숨은 칼을 맞아야 한단 말인가. 정말 슬픈 대한민국이다. 작년에 그런 농민들이 시위하다가 백남기라는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서 정신을 잃고 중태에 빠지셨고,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정부 또한 그 사건에 대한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백남기 선생이 어떤 분일 줄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젊은 시절은 민주화에 청춘을 불태웠고, 그 이후에는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 평생을 다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숙연해졌다. 그는 중앙대에 입학을 했고, 당시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에 연루되어 오랜 시간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나와서, 그 이후에는 농촌에 내려가 농사를 지내며, 여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는 민주화에 앞장서면서도 우리나라 땅을 사랑하셔서 아이들 이름을 백도라지, 백두산이, 백민주화 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왜 찬 바닥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야 하는가?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 그 시위를 진압했던 경찰들은 진급을 했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싶다.

농촌 살리기.. 결코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로컬 푸드의 개념을 확대하여 로컬의 개념을 국가로 확대해서 시행하자는 의견도 좋은 의견인 것 같았다. 그보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가 되었던 농민기본소득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농업은 어찌 보면 국가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이 무너지면 국가도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농민들에게 국가가 일정 정도 소득을 보장해주는 농민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주는 국민기본소득이 어렵다면 국한적인 기본소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성남시에서는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농민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죽어가는 농업의 마지막 인공호흡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해방 후 정치인 전진한이 1950년대 후반에 내세웠던 자유협동주의를 소개하였는데, 그 내용을 읽어보니 그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내용이 자유협동주의를 잘 설명하는 부분인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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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균점권을 주장할 때 전진한 선생의 논리는 아주 명쾌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노동을 상품으로 간주하여 자본에 예속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매우 고루한 사상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참신하고 용기 있는 발언이에요. '노동력=상품'이라는 관념은 19세기적 발상이라는 거예요. 시대를 그렇게 앞서 나갔던 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진보적 지식인이 이렇게 과감한 논리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맑스를 공부한 사람들도 늘 노동력 상품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평생의 화두로 안고 살잖아요. 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 노동은 상품이다, 라는 명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지는 않고 말입니다. 그러나 전진한 선생은 그것을 고루한 사상이라고 단정하고자본가가 돈을 출자했다면 노동자는 자기의 '노력'을 출자한 또하나의 '자본가'라고 선언합니다. 노동자도 출자자라는 거죠출자자와 출자자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고르게 나누는 것즉 균점(均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당한 권리다, 이런 논리죠.'노동자=임금노예'라는 진부한 공식이 이 명쾌한 논리로 단번에 척결돼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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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은 어떻게 될까?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농촌의 유권자들은 농촌을 그렇게 만들어놓은 이들에게 다시 표를 던지고 있으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4월은 세월호]

이젠 또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 무섭기까지 하다. 세월호 사건이 벌써 2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위로도 없었다. 이젠 국가는 그것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도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청문회에도 정부 관련자들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올해는 선거철이라고 더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그들은 좋겠구나. 선거로 세월호가 감쳐줘서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런다고 숨겨지나?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트라우마를 준 사건이 말이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는데, 그보다 시 한 편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시를 다시 한번 발췌했다. 이제라도 잘못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과할 사람들은 사과하는, 그런 이해가 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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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묻지 않으리

 - 시천주 2014 4 16

 

                            홍일선

 

길섶 풀 한 포기

외진 곳 몽돌 하나이

응달 습생들 벌레 한 마리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공경의 말씀 이 땅에 누대로 계셔서

은빛 갈대들이 기꺼이

마을숲이 되어주었던 강마을

앉은뱅이꽃으로 만든 집 울타리

아기들 옹아리도 뉘엿뉘엿 지는 노을도

그 마을 저녁 연기 만나 지극했으리라

그러하온데 갈대숲 너머

단양쑥부쟁이들이 스러지던 봄날

 

연둣빛 신생의 아픔이 그믐달처럼

그 집을 찾아주신 것

이기지 못하고 늘 지는 것들 쓰라린 것들

그것들 슬픈 눈빛들이야말로

온 생명 보듬어 안아야 할 대덕이시라고

어머니시라고 그리운 님이시라고

한 농부에게 조용히 일러주신 것

그 농부 그믐달이 이윽한 마당에서

그리하여 흙님 숲님 강님 햇빛님 곡식님께

삼가 무릎 꿇어 삼배 올린 것

하늘 아래 생명 가진 것들에게는

하늘님이 계시다고 그 농부 믿게 되었을 것이다

 

산천 오랜 기다림들이

꽃망울 터뜨리는 봄날

2014 4 16일 봄날

그 집에선 어미 닭들

줄탁동시 산고가 있더니

병아리들이 세 마리 다섯 마리

아홉 마리 열네 마리

목숨의 꽃들을 꼬옥 보듬어 안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룩한 봄날을 뵈옵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러하온데 진도 어디라 했던가

어여쁜 꽃들로 가득 찬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리가 들려왔던 것

울음이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들려왔던 것

그 집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들었을 것이다

앉은뱅이꽃 울타리 홍씨도 들었을 것이다

못자리 물을 대던 이장도 들었을 것이다

아욱 씨를 파종하던 새마을 지도자도 들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손보던 김씨도 들었을 것이다

배꽃이 영 글렀다고 한숨짓던 배씨도

밀린 사료값 때문에 밭 한 두락 내놓은 황씨도

4대강 공사가 끝난 뒤부터 양수장 물이 말렀다고

투덜대던 강씨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 모두 들었을 것이다

살려달라는 소리 들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대저 에프티에이가 무엇이기에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고 또 묻던 구노인회장도 들었을 것이다

대처 나가 사는 아들 내외 온 김에

땅콩이며 강낭콩 옥수수까지 심어 한시름 놓았다는

홀로 사는 충주댁 할머니도 들었을 것이다

부녀회장님 당나귀 다정이도 들었을 것이다

언평 벙어리 내외도 들었을 것이다

 

오호라

거룩한 봄 날

꽃 피는 봄 날

소용없는 그리움이었을까

처음부터 부질없는 비나리였을까

이 나라 귀태鬼胎들의 시간 어디였을까

가여운 가여운 팽목항에

붉은 동백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질 때

마침내 우리나라 꽃이 다 질 때

밭에서 일하는 게 큰 죄를 짓는 서 같아

일찌감치 집에 들어와 귀 세우는 시간

앉은뱅이 꽃집 어미 닭의 일곱 시간은 

지극한 생명의 시간이었는데

꽃이 지기 시작한 오전 아홉 시부터

꽃이 가뭇없이 진 오후 다섯 시 그때까지

거룩한 생명의 시간이었으리

 

이제 다시는 박근혜 그에게 묻지 않으리

오늘부터 쓰러진 것들에게 물으리

아픈 강물에게 물으리

시든 풀들에게 물으리

깨진 몽돌들에게 물으리

쓰라린 생명들에게

공경의 말씀으로 물으리

누구는 봄날이 간다고 설워하기도 하지만

이 땅 또 찾아주신 붉은 진달래꽃이 고마워서

시천주로 고요히 호명하노니

봄날 어린 꽃들이여

우리나라 꽃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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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서평에서 소개된 책 네 권은 모두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리영희 선생의 삶을 쓴 <비판과 정쟁 - 리영희의 언론 사상>,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관점에서 쓴 생존기(?)를 그린 <동물 인문학>, 그리고 귀농에 관한 <귀농, 참 좋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던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책인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라는 책... 다 괜찮았지만, 그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동물 인문학>이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실었는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심정을 동물들의 시각에서 적은 글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이 읽고 싶어서 바로 주문했다. 이 책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한 책이 또 있는데, 그 책은 서평에서 소개해 준 책이 아니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여러번 이야기한 책이다. 전에 녹색평론을 통해 장일순 선생을 알게 되고 <좁쌀 한 알>을 읽은 적이 있는데그 책을 읽으면서도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중에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여러번 이야기된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도 같이 주문했다. 그 책들이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114쪽)
그(장일순)의 결혼 주례 이야기도 남다르다.

오늘날 세상은 온통 경쟁으로 가득 차 있네.
너나없이 남보다 한발 앞서서 남을 밟고 이겨야 해가 산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채 살고 있어.
그렇지만 삶이란 건 일등부터 골찌까지 다 저마다 할 일을 하며 함께 도우며 사는 거라.
이 이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사람만이 아니고 자연과 더불어 이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모두가
서로 존귀하게 여기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야.
그게 참다운 공생의 삶인 거지.
오늘 새로 결혼하는 두 사람도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천지신명과 더불어 그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133쪽)
장일순의 글을 인용하면서....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봐라.
이루려 하면은 헛되니라.
자연은 이루려 하는 자와 함께하지 않느니라.
나는 한적한 들에 핀 꽃 밤이슬 머금었네.
나를 돌보는 사람 없지마는 나 웃으며 피어났네.
누구를 위해 피어나서 누구를 위해 지는 것일까.
가을바람이 불면 져야 해도 나는 웃는 야생화.

(177쪽) <토마스 페인, 한 혁명가의 삶과 사상> 中에서
개인재산은 사회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사회의 도움 없이 한 개인이 개인재산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그가 땅을 처음 만들어낸 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개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그에게 하나의 섬이나 대륙을 소유하도록 해보라.
그는 개인재산을 결코 획득하지 못한다.
그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처럼 수단과 목적은 분리할 수 없다.
수단이 없으면 목적도 없고 목적이 없으면 수단도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스스로의 손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모든 개인재산의 축적은 그가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함으로써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정의와 감사와 문명의 원칙에 의거해 볼 때, 그가 축적한 재산의 일부는
그 모든 것이 거기서 유래하는 사회로 다시 되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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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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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드디어 기계를 만들다]

1권의 마지막에서 세계 메시지 컨소시엄을 열었었다. 직녀성으로부터 신호 분석에 관한 컨소시엄이었다. 그 컨소시엄 이후에 세계 각지의 천문대에서는 신호를 계속 받았다. 그런데, 어느날 드디어 맨 처음 받았던 신호가 다시 들어왔다. 직녀성에서 보낸 신호가 다시 처음부터 되풀이되고 있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지구에서 받을 수 있는 신호는 다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었다. 엘리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예상은 그 메시지들 속에 암호를 풀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메시지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엘리는 엄청난 부자이자 암호 해독 전문가인 헤든이라는 사람을 찾아갔다. 엘리는 헤든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든은 암호를 풀 수 있는 몇가지 단서를 주었다. 그리고 헤든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기계를 만들게 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텐데, 그 돈을 자신이 대겠다고 했다. 자신이 기계를 만들겠다고 적극 나선 것이다. 그의 제안은 자금 마련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한 개인의 소유로 간다는 점에 문제가 있어서, 엘리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엘리가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다시 연구소로 돌아온 엘리는 헤든이 준 단서를 가지고 신호들을 해석해보았다. 그랬더니 불가능한 줄 알았던 신호 해석이 되었다.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그 신호들은 어떤 기계를 만드는 매뉴얼이었다. 그런데 그 기계는 아주 정밀한 기계였다. 그 기계를 만드는 매뉴얼만 수천 페이지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그 기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 그런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저 과학자들은 그 기계가 직녀성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기계의 이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불러왔던 대로 그냥 '기계'라고 부르기로 했다. “더 머신”. 이 기계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 기계는 한두 해로 되는 일이 아니다. 수 년 아니 십 수 년이 걸려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돌발 사고]

세계 각국의 관련자들은 이 기계를 미국과 소련에서 각각 만들기로 했다. 만의 하나 누군가 나쁜 예측을 한 것처럼 이 기계가 폭발할 수도 있으니,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기계에 탑승할 수 있는 사람 5명은 미국인 한 명, 소련인 한 명, 중국인 한 명, 인도인 한 명, 한 명의 자리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럽과 일본은 기계의 부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계 제작에 대한 우려는 지구를 폭발하려는 음모일 수도 있다는 걱정 이외에 기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서 세계 경제에 안 좋을 거라는 예상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 맞서, 이 기계 제작은 그동안 지구에 없던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로 결국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기계에 대한 전 지구인의 호기심을 누가 막겠는가?

미국인 탑승인 한 명. 미국 탑승인의 최종 후보는 드럼린과 엘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그들 둘이 가장 이 기계와 관련이 깊었으니까 당연한 것이었다. 최종 결정은 엘리에게는 안타깝지만 드럼린이 되었다. 엘리는 실망을 했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빛의 속도로 가도 26년이나 걸리는데 나이 많은 드럼린이 가면 안되고 했다. 하지만, 광속으로 여행하는 이들의 시간개념은 지구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이 이제 상식이다. 상대성 이론 말이다.

몇 년이 지났다. 여전히 기계를 만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드럼린, 엘리도 그곳에서 기계를 점검하는 일을 같이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공사 도중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큰 폭발이 일어났고, 그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죽은 사람들 중에는 드럼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드럼린은 엘리를 보호하려고 했고그의 그런 행동으로 엘리는 살아 남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 폭발로 미국에서의 기계 제작은 잠정 중단이 되었다. 또 안 좋은 소식은 소련에서도 결함이 발생하여 기계 제작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과연 기계는 다시 만들 수 있을까.

 

[드디어 탑승]

앞서 이야기했지만, 기계를 만들면서 습득된 기술과 기계로 인한 우주에 대한 많은 관심 때문에 지구에서는 우주 여행이 보편화되었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 암호 해독의 중요한 단서를 주었던 헤든은 지구의 위성 궤도에 있는 우주거주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헤든 뿐만 아니라 노후를 보내려고 오는 이들도 있었다. 엘리는 헤든을 방문했다. 그리고 헤든의 돈 많은 일본인 이웃을 알게 되었고, 헤든과 그 일본인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일본에서도 그 기계를 몰래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거의 제작도 끝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기계 탑승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탑승자 다섯 명 중에 미국인 탑승인인 드럼린이 죽었기 때문에 그 자리는 엘리가 대신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계가 만들어졌다. 그 기계의 탑승일은 새로운 천 년을 코앞에 둔 1999 12 31일로 정했다. 지금의 시점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1999년은 이미 먼 과거가 되었고, 당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설을 썼던 1985년을 기준으로 1999년은 먼 미래였고, 지은이 칼 세이건은 그런 미래를 상상했던 것이다.

엘리를 비롯한 탑승객 5명은 기계를 타고 출발했다. 그들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기계가 회전을 하면서도 어떤 구불구불한 통로를 가는 듯했다. 엘리는 그 통로를 블랙홀이나 웜홀이라고 생각했다.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중간중간 서기도 했다. 마치 지하철 역처럼... 거대한 중앙역 같은 곳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그곳은 어떤 행성이었다. 지구와 아주 비슷한 행성의 바닷가였다. 백사장이 있고, 야자수도 있고, 바다도 있었다. 사람과 같은 생명체는 없었다. 그들은 마친 휴양 온 사람들처럼 그곳에 있다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 해안가에 의문의 문이 하나 생겼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젠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고 하는 그들은 그 문을 열고 한 명씩 들어갔다. 엘리는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혼자 남았다. 혼자 있는 엘리에게 누군가 멀리서 다가왔다. 엘리는 깜짝 놀랐다. 바로 엘리의 아빠였다. 엘리는 그 사람이 진짜 아빠인지는 모르지만, 직녀성에 그가 살고 있고 딸에 대한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의 아빠는 신호를 보낸 것도 자신들이 한 것이고, 엘리의 아빠가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해 가능한 말들과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했다.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문으로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혼자 온 것이 아니고, 다들 다른 일행을 한 명씩 더 데리고 왔다. 그 사람들은 모두 죽은 가족들이나 자신이 동경하던 인물이었다. 중국인 탑승객은 진시황을 데리고 왔다. 사람들은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 이곳 직녀성으로 오는 것 같다. 그들 열 명은 한 자리에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기계에 탑승을 했다. 그리고 2 3일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기계에 탔다. 그 기계는 다시 통로를 통해 지구로 돌아왔다. 엘리를 비롯한 탑승객들은 환희에 찼다. 그들은 진짜 직녀성 주변의 행성을 다녀온 것이다. 인류 역사의 정말 커다란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무사 귀환한 것에 환호도 했다. 그렇게 그들의 여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

 

[꿈인가]

하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이 탑승한 이후로 기계는 회전하는 듯 하다가 그러면서 모두 통신이 끊겼고, 20분 정도 흐르고 나서 기계는 멈춰섰고, 그들이 기계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밖에서 기계를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엘리를 비롯한 다섯 명은 흥분해서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다들 죽은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고 하니 누가 믿겠는가? 그리고 고작 20분이라니... 2조 달러를 쏟아붓고 난 결과가 이것이라니밖에 지켜 본 사람들은 엘리를 비롯한 탑승객의 경험을 조작이고,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들은 격리되어 각 국가의 정부요원에게 심문을 받았다. 엘리는 이 기계 만드는 것, 처음 신호 받은 것까지 모두 사기극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사기극에 엘리도 포함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이 사기극의 배후에는 헤든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헤든은 돈 버는데 일인자였으므로, 이런 사기극을 만들고 기계 만드는데 참여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엘리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믿어주지 않았고,

그가 찍어온 카메라의 내용은 모두 지워지고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계는 한번 동작으로 하고 다시 동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엘리는 억울하지만, 그들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다시는 그 기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그냥 연구소에서 연구만 하라면서 엘리에게는 어떤 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연구소로 돌아온 엘리. 요양소에 있다가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편지 속에, 엘리의 진짜 아빠는 어렸을 때 죽은 아빠가 아니고, 계부였던, 자신과 평생 각을 세웠던 존 스터튼 이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있었지만, 엘리가 직녀성을 다녀온 경험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없을 것이다. 다시 엘리는 멀고 먼 우주의 지적 생명체로부터 또다른 신호를 기다라면서 우주를 연구하고 있다. 그렇게 소설은 끝났다.

외계 생명체 진짜 있을까? 개인적으로 진짜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무수한 별들 중에, 아무리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확률이 극히 낮다 하더라고 그 확률을 뛰어넘을 만큼 별이 많지 않는가. 당연히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몰래 지구에 숨어 들어와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만약 없다면, 지구에 있는 우리가 전 우주에 있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면~~ 이건 말이 안된다. 지구의 인류는 우주의 나이로 보자면 곧 멸망할 것인데, 이 오묘하고 광대한 우주를 인식하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섬뜩할 정도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무도 없는 이 광활한 우주가 팽챙만 하고 있다? 상상이 안간다. 그렇게 되면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지구의 인류가 생겨나기 전에, 우주를 알아주는 이는 누가 있었을까? 그냥 무심하게 별들이 생기고 사라지고 팽창하고 그랬을까? 아무도 없이?

사실 나는 이 우주의 지적 생명체보다 이 우주 자체가 무엇일까가 더욱 궁금하다. 이 우주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고,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간이라는 개념이 무한하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와 닿질 않는다. 우주에 관련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좀 더 그렇다. 그래서 회사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곤 하면, 범 우주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한다. 이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한낱 사람이, 촛불 연기처럼 살다가 살 터인데,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냐고 말이다.

 

[영화 <콘택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콘택트>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내용이 영화와 완벽하게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은 소설도 괜찮았지만, 살짝 각색한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엘리 혼자 기계에 탑승하고, 아무도 엘리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캠코더에 아무 신호없이 녹화된 것이 17시간이었다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엘리의 경험이 진짜였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더 크면 이 영화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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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a 2016-04-03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의 저자의 작품이네요. 책과 영화 보고 싶네요. 덕분에 재밌는 책을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bookholic 2016-04-03 10:1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이유로 읽었습니다. 영화도 재미있습니다~~ 즐감하세요~
 
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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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칼 세이건 예찬]

아주 예전에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읽은 과학 관련 서적 중 한두 손가락에 뽑을 만한 책이다. 책의 내용도 알차지만, 쉽게 쓰여서 읽고 나서 정말 감동을 받은 책이다. 그 이후로 누군가 과학에 관련하여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스스럼없이 이 책을 가장 먼저 알려주었다. 그 책을 읽기 전에도 지은 칼 세이건이라는 분의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는 지은이 칼 세이건에 대해서 더 알아보았다. 사진 속의 밝은 미소와 달리 그가 이미 운명했다는 소식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골수성 백혈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가 지은 책들 목록을 보면 낯익은 제목이 하나 있다. <콘택트>. <콘택트>는 참 재미있게 봤던 영화다.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바로 칼 세이건이 썼다. 천문학자였던 그가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소설까지 쓴 것이다. <코스모스>를 읽고 나서, 언젠가는 <콘택트>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금방 흘렀다. 이제서야 그 소설을 읽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SF 과학 영화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생각나는 것만 해도,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이 있다. 그 영화들을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콘택트>라는 영화가 생각났고, 원작 소설을 읽기로 다짐했던 생각났다. 최근에 영화들 중에는 <인터스텔라> <콘택트>와 비슷한 성향의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웜홀을 통한 시공간을 여행하고, 아버지와 딸 사이의 각별한 사이도 그렇고 말이다. 아무튼 이번에 이 소설을 보면서 칼 세이건에 대한 존경심도 다시 생기고예전에 보았던 영화 <콘택트>도 다시 생각났다. 한번 더 보고 싶다. 칼 세이건이 운명한 것은 1996, 영화 <콘택트>가 개봉한 것이 1997... 영화가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1985년에 출간한 것이고, 내가 읽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2001년에 출간한 책이다. 책표지에 리즈 시절의 조디포스터와 <인터스텔라>에서도 열연했던 매튜 매커너히의 젊은 시절 사진이 있어 반갑기도 하고, 세월의 무상함도 느꼈다.

 

[세티 프로젝트]

세티(SETI)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를 하는 활동이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이 소설은 그 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야기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 역시 그런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주인공 엘리.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소녀였다. 직접 라디오를 분해해보고, 수리도 하곤 했다. 그러다가 시골에서 별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별에 대한 일종의 동경을 갖게 되었다. 엘리의 호기심은 사춘기가 되어도 여전했다. 중학교 때 π가 무한소수인 이유를 선생님한테 질문했다가 답은 받지 못하고 무시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엘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에 가서 직접 알아보기도 했다. 잠깐 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원주율이라는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π는, ‘π/4= 1-1/3+1/5-1/7+...’라는 신기한 식이 있다. 엘리는 그런 것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π가 초월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초월수가 뭐였더라? 나도 들어는 봤는데, 정의는 잘 떠오르지 않아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초월수는 정수 계수로만 이뤄진 유한 차수 다향식의 해가 될 수 없는 수들을 말한다고 한다. 정의도 쉽지 않다. 그러니까 유한 차수 다항식이라고 하면 흔히 고차 방정식을 이야기 하는 것 같고... 그 계수들이 모두 정수인 경우, 그 고차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없는 값들그런 값들을 초월수라고 하는 것이다. π 가 그 초월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지?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와서… 엘리는 초월수가 아주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엘리는 호기심이 많은 소녀였다. 그렇게 호기심 많은 평범한 엘리에게 어느날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어느날 갑자기 뜻하지 않게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2년 뒤, 엄마는 존 스터튼이라는 물리학자와 재혼을 했다. 그런 엄마에게 실망하기도 했지만, 존 스터튼이란 사람은 엘리를 여자라고 무시를 했다. 특히 엘리가 공학과 수학 공부하는 것에 대해 무시했다. 그래서, 엘리는 그것에 반항의 의미로 공학을 더 열심히 공부했다. 엘리는 존과 계속된 갈등을 빚었고, 하버드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독립하여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버드 대학교 시절 우연히 전파망원경을 보고 나서, 그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칼텍 연구소에서 전파천문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그 석사 과정에 유명한 교수님들도 알게 되었는데괴짜에 독불장군 같은 드럼린 교수, 자상한 교수 발레이언 등을 알게 되었다. 특히 발레리언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엘리도 그를 통해 틈틈이 외계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높여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외계생명체의 탐사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티 프로젝트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 직녀성으로부터 온…

엘리는 박사학위 후에는 푸에르토르코에 있는 전파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있는 아르고스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외계생명체 탐사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것은 끈질기고 지루한 작업일 수 있지만, 엘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외계 생명체와 연락이 닿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이 광활한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지구에만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드럼린 교수가 찾아왔다이 비싼 망원경들을 이용하여 외계생명체 탐사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하면서, 전파망원경을 퀘이사, 우주의 기원 등에 쓸 수 있도록 양보해달라고 주장을 했다. 엘리는 자신이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파 망원경의 신호 경보음이 울렸다. 직녀성 부근에서 9GHz 의 신호가 강하게 퍼져왔다. 엘리를 비롯한 연구소 사람들은 이 신호로 흥분을 했다. 그 신호가 진짜 우주로부터 오는 신호인지 면밀히 확인을 했다. 먼저 연구소 주변의 공군 등에서 오는 잘못된 신호인지 먼저 확인해봤다. 하지만, 전혀 그런 신호는 없었다. 분명 직녀성 부근에서 오는 신호였다. 직녀성은 우리가 밤하늘에 보는 별 중에 가장 별이고, 26 광년 떨어진 별이다. 그리고 별의 나이는 4억년 정도 되는 비교적 젊은 별이었다. 그렇게 나이가 적은 별의 행성에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웠지만, 신호는 분명했다. 불분명한 것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되니까 외부 발표는 조심스러웠다. 직녀성에 오는 신호를 계속 받기는 하는데, 지구가 자전을 하니 직녀성이 지구 건너편으로 사라지게 되면 신호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관측소에 부탁을 해서 직녀성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받아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어온 파동을 확인해보니 이진수로 나타낼 수 있었고그 이진수를 십진수로 바꿔보니 59, 61, 71, ... 등 소수의 연속이었다. 소수란 1과 자신 이외의 나눌 수 있는 약수가 없는 수들, 2, 3, 5, 7, 11,…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소수들만 보낸다는 것은 절대 우연일 수 없다. 누군가 고의로 보내고 있다는 신호다. 외계 생명체 말이다. 엘리는 이제 확신을 가지고 학계와 정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백악관 과학 고문, 정부 관련자와 드럼린, 발레리언 등 학계 등 많은 사람들이 아르고스 연구소로 모여들었다. 독불장군으로 각을 세웠던 드럼린 교수도 호의적이었고, 신호에 대한 해석에 온 힘을 쏟았다. 그들의 이런 움직임을 언론도 눈치를 채서, 이 소식은 온세계의 뉴스거리가 되었다.

드럼린은 전달되어오는 파동에 편광 성질이 있다고 했고그것을 분석했더니 어떤 영상 파형이 잡혔고, 그 영상을 해석해보니 충격적이게도 1936년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 개회식 선언이었다. 그곳에 보여 있던 이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의 모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상의 충격이 가라앉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다. 세계 최초 TV 방송은 바로 베를린 올림픽 개회식에서 히틀러가 개회선언을 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이 전파는 무척 셌다고 하고, 이 전파는 전우주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26년이 지나 이 전파는 직녀성에 도착을 하게 되었고, 직녀성에서는 이 신호를 받아서 다시 지구로 쏘아 보내면 다시 26년에 걸쳐서 지구에 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전파를 잡은 것이라는 것이다. 직녀성에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는 증거가 더 확실해졌다.

 

[메시지를 분석해라]

이후 엘리는 정부의 지원하에 직녀성으로부터 오는 전파를 받았고, 드럼린 교수, 발레리언 등과 함께 전파에 대한 분석을 했다. 그러면서, 엘리는 대통령 과학 자문인 데어 헤르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참고로 이야기하면 이 러브라인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큰 주된 것은 아니다.

메시지가 계속 들어오는데 직녀성이 지평선 건너편으로 지고 나면 못 받으니까 다른 나라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 이 직녀성으로부터 오는 신호에 대한 연구는 전 지구적인 활동이 되었다. 교류가 끊겼던 소련의 천문학자들과도 다시 만나 같이 연구했다. 엘리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베게이 등 많은 과학자들과도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협력은 또 다른 성과를 이루어냈다. 직녀성에서 오는 신호 속에서 또 다른 신호를 잡아낸 것이다. 그 신호들을 해석해보니, 무슨 도면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떤 기계를 만드는 매뉴얼 같은데, 메시지를 정확하게 해독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직녀성에서 오는 반복되는 신호 속에 그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신호가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모든 신호를 저장했다.

그리고 세계 메시지 컨소시엄이 열렸다. 그것은 직녀성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분석하자는 전 지구적인 모임이었다. 참가하고 싶은 나라는 모두 참석을 할 수 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모여서 메시지를 분석하기로 한 것이다. 과연 그들은 직녀성으로부터 온 메시지가 어떤 내용인지 분석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들 중에는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 기계를 만들면 그 기계가 지구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고 말이다. 트로이 목마처럼... 그래서 만들지 말자고 하는 부류들도 있었다. 아주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도면에 도면에 다섯 개의 의자가 있었는데, 만약 기계를 만들게 되면 그 의자에 누가 앉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모두 뒷이야기이고, 그보다는 우선 메시지 해독이 먼저였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이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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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90대 80대 70대 60대 4인의 메시지
피천득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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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있음.

 

 


 

[반가운 만남]

이 책은 알라딘 인터넷 중고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알게 된 책이다. 지은이가 네 분 중에 법정 스님과 최인호를 워낙 좋아해서 눈이 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먼저 주문해갈까 싶어 얼른 주문했다이런 것 또한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또 다른 즐거움인 듯하다. 일명 보물찾기.

이 책은 월간 <샘터> 400호 기념으로 엮은 책이다. <샘터> 잡지라고 하면, 예전에 공공기관 등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읽었던 기억들이 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읽었던 기억도 있다. 학창시절 사촌형 집에서 봤던 기억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샘터>를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만큼 유명하고 오래된 월간지이다. 검색해보니, 여전히 샘터는 계속 출간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2016 4월호가 창간 46주년이라고 한다. 책 가격도 놀랄만큼 싸다. 아메리카노 한잔보다 싸다. 다음에 책 주문할 때 같이 구입해 봐야겠다. 그런 <샘터> 400호 기념으로 2003 4월에 피천득과 김재순, 법정스님과 최인호의 대담을 하였고, 그 대담을 엮은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책이다.

피천득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인연>이라는 수필로 유명한 수필가이고, 김재순은 몰랐던 사람인데, 국회의장도 지낸 정치인이자, 샘터사를 창간하였고, 지금은 고문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샘터>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정스님과 소설가 최인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책이 출간될 당시 피천득은 90, 김재순은 80, 법정스님은 70, 최인호는 60대여서이 책의 부제가 <90 80 70 60 4인의 메시지>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재순을 제외한 나머지 3분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되셨다. 법정스님의 책들은 대부분 다 읽었고, 최인호의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모르고 있던 그들의 책을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 줄 몰랐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외진 골목길에 우연히 만난 그런 기분이다. 이 책은 지은이들이 말씀하신 내용 그래도 적어놓아서 눈을 감으면 그들이 서로 마주보면서 말씀하시는 장면이 눈에 떠오른다. 오랜만에 법정스님과 최인호의 육성을 듣는 기분이어서 정말 좋았다.

 

[90대와 80대의 대화]

수필가 피천득.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고,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학창시절 배운 <인연>이라는 수필이 내가 읽은 그의 유일한 작품이다. 솔직히 나는 <인연>이라는 수필에 큰 감동을 받지 못해서, 그가 대작가라는 것은 알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교과서에 나온 수필의 지은이라는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피천득 선생님의 삶을 다룬 책이나 그가 쓴 수필집을 한번 정독을 해봐야겠다.

피천득과 김재순이 나눈 대화...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나누셨고두 분 사이의 오랜 친분으로 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하셨고, 우리 나라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김재순이 정치에 몸을 담기도 해서인지,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당시의 정치와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늘날의 정치와 언론을 생각하면, 그시절의 정치는 더욱 민주주의에 가까웠고, 언론 또한 그렇게 자유로웠던 시절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스컴, 즉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언론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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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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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요즘 이것에 관해 가끔씩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세월의 빠름을 깨달았고, 체력의 저하를 자주 느껴서인지, 간혹 나이듦에 대해 생각을 한다. 나이 든 모습. 우리 아이들이 자란 모습의 상상. 피천득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젊음 날의 방황과 욕망, 분노, 초조감 같은 것들이 지그시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의미라고 하셨다. 나는 아직도 작은 일에 분노하고 초조감을 자주 느끼니 아직 젊다고 해야 하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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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금아(피천득) : 나이가 든다는 건 젊은 날의 방황과 욕망, 분노, 초조감 같은 것들이

지그시 가라앉고 안정된다는 의미이지요.

인생을 관조하고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요.

늙음이란 물론 젊음만은 못하겠지만, 잘 늙는 경지에 이르면

노년도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어느 순간 죽음이 닥쳐와도 두렵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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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와 60대의 대화]

법정스님과 최인호의 대화가 2부로 이어진다. 최인호는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한때 불교에 깊게 빠져서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라는 책을 쓰기도 하고, 경허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길 없는 길>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최인호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편으로 천주교 신자로써의 믿음도 깊다. 그래서인지 두 분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했고, 상대방의 종교를 이해를 해주셨다. 두 분처럼 상대방의 종교를 이해해준다면,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 분쟁, 종교 전쟁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분의 말씀은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인생의 가르침이라서, 한 자 한 자 빼먹지 않고 가슴에 새겨야 할 말씀들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법정스님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어쩌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자신도 모르게 욕망에 빠지고 욕심에 휩싸여 그 진실을 잊고 살지도 모르겠다.

===================================

(72~73)

법정스님 :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인호 : 행복의 기준이나 삶의 가치관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

지금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죠.

사실 빈곤과 궁핍은 불행이잖습니까.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은, 행복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같은 온도에서 추워 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서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특히 행복은 전적으로 마음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최인호가 법정스님의 하신 예전의 말씀을 다시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그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생각에서 말이 나오고말에서 습관이 나오고습관이 성격이 되고성격이 운명을 이룬다.” 이 말씀이 너무 공감이 가서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다.

올해도 여지없이 봄이 왔다. 봄이 오면 한번쯤은 장영희 교수님이 생전에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남은 생에 봄이 몇 번이나 더 올까 생각을 하면, 이 아름다운 봄을 만끽해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 올 봄은 좀더 많은 시간을 식구들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인호는 같은 봄이라도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다르다면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그 벽 속에 갇혀 있으면서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도 못 본다고 하셨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 또한 마음 안에 큰 벽이 있는 것 같다. 그 안에 갇혀 지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작은 일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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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최인호 : 사람은 다 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의 벽 속에 갇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는 것이죠.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정말 다르거든요.

평소에는 바보의 벽에 가로 막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만, 그 벽을 부서뜨려야만 사람은 변화할 수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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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집에만 오면 아빠를 찾는 아이들이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 외로움이 그리 싫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그렇다고 스님은 되지 말라는 미소 짓게 하는 충고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내가 이상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이 책에서 법정 스님은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하여 공감하였다. 외로움에 너무 갇혀 있으면 안되지만, 외로움은 옆구리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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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법정스님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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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대화가 너무 짧게 끝이 나서 아쉬웠다. 이젠 두 분의 대담을 볼 수 없어서 더 아쉽고… 어쩌면 저 세상에서 만나 지금도 활짝 웃으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중간중간에 대담 당시 촬영한 지은이들의 사진들을 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여유롭고도 슬기로운 모습에, 지성까지 묻어나는, 아름답게 늙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지금 이 순간 이 아름다움 봄을 같이 즐겨야겠다는 다짐하였다. 그런데, 내일 미세먼지가 잔뜩 끼면 어쩌나? 한편으로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우암(김재순) : 정치뿐 아니라 매스컴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인데요.
매스컴 얘기를 하니 저는 `저널리즘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권력에 아부하는 것,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시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선생님께서는 요즘의 매스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금아(피천득) : 매스컴은 우선 거짓과 왜곡을 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든 정직해야 되고, 또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요.
다른 것을 가져다 붙이거나 하지 말아야 하지요.

(72~73쪽)
법정스님 :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134쪽)
최인호 : 사람은 다 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자기의 벽 속에 갇혀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는 것이죠.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보는 봄의 풍경은 정말 다르거든요.
평소에는 바보의 벽에 가로 막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벽을 뛰어넘어야만, 그 벽을 부서뜨려야만 사람은 변화할 수 있고,
남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40쪽)
법정스님 :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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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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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있음.

 

 



 

[기록 문학]

이 책은 녹색평론 146호에 실린 서평을 통해 알 게 책이다. 책의 제목과 지은 사람들만 보고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소위 기록 문학이라는 하는 르포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일들을 직접 현장에서 기록한 글이다. 이 책의 부제는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이다. 책 제목인 <민중을 기록하라>도 잘 지은 제목인데, 부제인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도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아주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역사서는 권력자들의 움직임을 따라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그들에 의해서 국가적인 사안이 결정되는 일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역사의 진보는 민중들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런 민중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런 민중들의 운동을 기록한 이들이 이 책의 지은이들이다.

르포. 르포라고 하면 생각나는 책은 공지영의 "의자놀이"란 책이다. 그 책은 쌍용자동차 해고 사건에 대한 르포인데, 그 사건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그 동안 읽은 르포들이 어떤 것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작년에 읽었던 세월호 사건에 관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란 책과 역시 작년에 읽었던 히로세 다카시란 사람이 쓴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민중을 기록하라>의 머리말에 외국의 유명한 르포에 관한 책들도 여럿 소개해 주었는데, 그 책들 중에 읽은 책도 있었다. 그 책은 바로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그저 고전 문학으로 읽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책도 르포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은이 조지 오웰이 직접 전쟁이 참여하면서 그 전쟁에 대한 기록을 세세히 남긴 글이니까 말이다.

 

[민중의 역사]

암튼, 이번에 읽은 <민중을 기록하라>. 이 책은 그 두께와 무게만큼 책의 내용 또한 진중하고 강한 가슴과 머리에 울림을 주었다. 명저(名著). 이 책을 보고 크게 느낀 바는 역사를 진보하기 위해서는 민중들이 큰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60, 70년대 노동 운동, 80년대 민주화 운동 모두가 결국 민중들의 큰 움직임, 그리고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 역사가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날을 생각해봤다. 권력은 권력을 이용하여 국민들로부터 자유를 빼앗는 등 나쁜 짓을 많이 하고 있지만, 옛날과 달리 민중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다들 가만히 있는다. 물론 몇몇은 움직인다. 그리고 같이 움직이자고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다들 가만히 있는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날 민중들은 사회부조리에 큰 움직임이 없다. 무엇이든 수긍하는 자세. 갑자기 이해심이 많아지셨는가? 그래서 오늘날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최근의 르포는 민중들의 큰 흐름에 관한 기록이 아니고 사건 중심의 기록이다. 대부분 정상적인 국가라면 일어나지 말아야 사건들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

오늘날 우리가 이런 사회에서 살게 된 것은 앞 세대 민중들의 일구어놓은 것이 크다. 그들이 자갈길 같은 우리나라 시스템을 시멘트 길 같은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 세대는 빚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갚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날의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한다. 시멘트 길을 고속도로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바꾸기 어렵다면 그것을 바꾸려는 사람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오늘날 가장 큰 모순덩어리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핵발전소와 그에 따른 방사능이다. 이 책을 펴기 전에 이 책에서 탈핵에 대한 르포가 있었으면 바랬는데, 빠져 있어서 아쉬웠다. 우리 사회에서, 우리 미래에,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핵발전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핵발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결국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소수의 시민 단체나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 주민들만의 목소리는 너무 작다. 좀 더 많은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갖게 되고, 다 같이 힘을 모아 소리를 질러야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다. 핵발전소를 없애기는커녕 늘리려고만 한다.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정당이 압도적인 일등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하나의 선거를 앞두고 있다. 탈핵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결과는 벌써 눈에 보이듯 뻔하다. 너무 암울하다.

올해 선거로 인해 2주기가 되는 세월호 사건도 묻히게 될 것 같다. 점점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르포는 싣지 않고 정우영이란 분의 시로 대신했다. 슬프다. 아직도 이런 모순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희망이 잘 안 보인다는 것에 더욱 슬프다.

...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는 맞지만 모두 지나간 것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읽을 때는 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글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많이 변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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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언제부터 한국인은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들로 되어버렸을까.

나는 자책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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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이라는 글쓴이의 비판에 나도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했다. 사실 나 또한 바쁜 회사 생활을 핑계로,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의 이유 등으로 지금의 자리에 불편한 안주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작가의 역할]

이 책의 실린 글들의 지은이는 대부분 소설가나 시인이다. 그래서 글들은 참 쉽게 읽혀진다. 공지영, 김남일, 이원규, 안재성 등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반가웠다. 우리나라에 이런 르포들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랐다. 그러면서 이런 르포들은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책 마지막에 이 책의 출처들이 적혀 있었다. 문학계간지 등 문학잡지에 실렸던 글들이 많았다. 최근 문학관련 잡지를 하나 구독을 해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2009년 용산에서 자신들의 집과 가게를 지켜려다가 공권력에 의해 목숨들을 잃은,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한 르포를 실으면서 당시 작가들이 한 선언을 실었다. 그 선언이야말로 시대를 대하는 작가들의 역할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정래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던 산소 같은 작가의 자세. 이런 작가들이 있다면 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선언이 작가 뿐만 아닌 모든 민중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희망은 곧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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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 200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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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수정하여 작성함.

(39쪽)
언제부터 한국인은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는 데 비겁하고 옹졸한 인간들로 되어버렸을까.
나는 자책감을 느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래의 근로자들로부터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편의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듯한 노동운동이 되고 있어요.
이래서는 되지 않습니다.
근로자들이 밑에서부터 자기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학생들이 근로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운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하여튼 전태일 씨의 분신자살은 획기적인 살신성인의 의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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