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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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위한 소설]

내가 좋아하는 조정래 선생님의 신작 소설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예약 주문까지 걸어놓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책의 내용도 너무 좋았다. 내가 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쟁만 내세우는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이야기. 우리집 아이들도 곧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그 세계로 빠져들게 될 텐데, 아빠로써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을 가지고 있다. 우리집 아이들이 그 힘든 경쟁 세계에 들어가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같이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이런 교육 시스템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고 말이다. 정말 고민이 많다. 조정래 선생님도 손자가 그런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손자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 온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더욱 악화일로로 가는 교육 현실을 보고, 그냥 있으면 안되었겠다고 생각하시고. 직접 취재를 하고 나서 소설을 쓴 것이 바로 <풀꽃도 꽃이다>라는 소설이다. 조정래 선생님의 글은 늘 그렇지만, 참 읽기 편하게 잘 쓰신다. 이번 소설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소설을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도 대략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다시 한번 시대를 이야기하는 산소 같은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신 것 같다.

 

[강교민]

지은이 머릿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 강교민은 이 소설의 주제를 줄인 말이라고 하시면서 맞춰보라고 하셨다. 소설을 읽다 보니 이름 '교민' '교육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립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강교민. 그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소설은 어떤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현실을 그대로 소설로 갖다 놓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등장인물들이 나왔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이해하면 되는 거다. 강교민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부추기는 것이 성적향상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놓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래서 강교민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장선생님에게 가서 따진다.

일제고사. 지난 MB정권 때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실시한 일제고사. 일제의 잔재라는 것은 둘째 치고도,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후유증만 남기고 사라지긴 했지만, 그 여파로 몇몇 학교에서는 성적표를 벽에 붙이는 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 조정래는 일제고사를 비판하면서, 지난 MB 정권에 대해 전반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쇠고기 수입 정책,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 4대강 사업 등등... 특히 그의 교육 정책의 자사고 확충과 일제고사 부활인데, 이것은 자살을 급증하게 했다고 한다. 칼만 안 들었지, 살인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사고의 경우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는다고는 하는데, 등록금이 엄청 비싸서, 돈 많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가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교육에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새로운 신분제의 탄생이라고나 할까.

MB가 즐겨 사용하던 말 중에 나라의 격이라는 뜻으로 쓴 '국격'이라는 말.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라고 한다. 국어 사전에 없다는 것은 그나마 낫지. 그 말이 일본어라고 한다. 참나.. 앞으로 절대로 '국격'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테다.

 

[엄마의 극성]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엄마의 극성으로 판단하신 것 같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중고등학생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고민거리를 누구와 이야기하겠냐고? 그 순위에서 엄마는 저 밑에 순위를 차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의 대학에 대한 욕심이 아이들을 자꾸 벼랑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다 못해 엄마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도 발생하고… 지은이는 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것을 고발하였다.

어느날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는 친구 유현우가 강교민을 찾아왔다자기 아들 상담 좀 해달라고... 아들이 중3인데, 이번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직전에 알게 되어, 지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집에 가 있다고그 원인은 엄마와 극성 때문이라고그러면서 아들 지원이가 이 쓴 유서를 건네주었다. 무척 두툼했다. 그만큼 지원의 마음은 무거웠고, 많은 생각이 있었고, 준비를 오랫동안 한 것이다. 강교민은 지원의 글을 봤다. 내용은 둘째치고 중3 답지 않은 명문이었다. 지원은 극성인 엄마를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괴물을 피할 수 없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갈등을 한 것은 그 자신이 그래도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강교민은 지원을 만났다. 처음에는 지원이가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강교민은 언제나 학생 편에 서는 선생님답게 지원이가 마음과 입을 열게 만들었다. 지원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데, 엄마는 서울대 법대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지원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은 서울대 법대를 갈 실력이 없는 B급 학생이라고 자신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지원이가 현시점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를 떠나서 대안학교에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라는 사항이었다.

강교민은 지원의 엄마 김희경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흘리는 김희경. 강교민은 자신의 집안의 예를 들면서, 지원의 엄마와 지원의 아빠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주었다. 앞서 지원의 아빠 유현우가 찾아왔을 때 바쁜 아빠가 아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나도 꼭 명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두어 달 너무 바빠서 밤 늦게 들어오기가 일쑤였던 나의 대처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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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찍 아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에 가는 거야. 발가벗은 몸으로 탕 안에서 물장난도 치고, 아이를 끌어안고, 얼굴도 맞부비고 하는 거야. 그보다 더 좋은 스킨십, 깊고 뜨거운 정 나누기가 어디 있겠는가. 거리를 두고 사랑한다는 말 백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지. 그리고 아빠의 등을 밀게 하고, 아들의 등을 밀어주고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거야. 우리 아들이 쑥쑥 잘 크네. 아빠는 매일 너랑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회사 일이 바빠서 그렇게 못하는 것 알지? 아빠가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이 잘 이해할 수 있지? 그런 말 한마디로 아이는 아빠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의 불만이나 서운함도 싹 씻겨나가는 거야. 그리고 떡뽁이 내기 배드민턴도 치고, 아이스크림 내기 축구도 하고, 피자 내기 농구도 하는 거야. 서로 몸 부딪치고, 땀 흘리고 하면서 아빠와 아들의 정이 얼마나 깊어지고 두터워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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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김혜경은 강교민이 건네준 에크하르트 톨레의 글을 보고 느낀 바가 컸을 것이다. 그리고 지원이가 원하는 대로 대안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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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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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김희경의 고딩 때 친구 최미혜도 고민이 있었다. 3 짜리 외동딸 신예린. 최미혜의 문제점은 딸을 못 믿는다는 거다. 신예린은 엄마가 짜 놓은 시간표대로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도 딸이 화장을 하는지 의심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걱정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의심하고… 그 또한 일류대를 꿈꾸고… 하지만, 엄마의 바램과 달리 예린은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예린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앙드레 김이었다. 앙드레 김의 삶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앙드레 김은 대학을 나오지 않고 고등학교의 학력으로 그렇게 성공했다면서, 엄마를 설득하지만 엄마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와 학원 가는 길을 엄마가 차를 데려다 준다고 했다. 공부할 시간을 아끼고, 편하게 해주겠다는 이유로하지만 그것은 예린에게는 24시간 자신을 감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심하게 반발했다. 예린에게는 사업을 해서 성공한 아빠가 있었는데, 아빠가 예린의 든든한 빽이 되었다. 예린은 아빠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모든 게 너무 쉽게 해결이 되었다. 엄마도 어쩔 수 없어 했다. 예린은 그 날로 학원도 끊고, 디자인 공부를 하기로 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는데, 그 이후 예린은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어쩌면 더 큰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지은이는 학교의 또하나의 문제점 왕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지원의 친구 서주상도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일진들의 숙제도 대신 해주어야 하고, 폭행당하고, 모욕을 당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유지원도 분했지만, 자신이 나설 용기가 없었다. 학교 밖에서 따로 만나서 서주상에게 그렇게 고생하지 말고 같이 대안학교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서주상은 자신의 처지를 오히려 자기수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주상은 부모의 꿈과 자신의 꿈이 일치한 아이였다. 의대. 주상이는 이렇게 힘든 생활도 견디는 것이 나중에 힘들게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은 그들을 보호해줄 것은 별로 없다. 그것 때문에 또 가슴 아프다. 왕따의 원인은 참 다양했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왕따를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가 참 구차하다. 강교민의 반 학생 중에 배동기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가 가난하다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였다.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로 또 다른 하루가 시작하는 학생이다. 그는 같이 일하는 아저씨에게 싸움의 기술을 배워서 일진들에게 복수를 가했다. 그에게 당한 일진 친구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부모들은 소년원으로 보내라고 극성을 피웠는데, 강교민이 설득하여 겨우 막았다. 하지만 배동기의 퇴학만은 막지 못했다. 하지만, 배동기는 걱정하지 않았다. 소개로 알게 된 중국집에서 면 뽑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혹시 너무 확대 해석해서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암울하였다. 저런 세상에 아이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휴… 좀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의 부모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2권에서는 희망을 볼 수 있을까? 하면서 1 권을 덮는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이 소설에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가 실려 있었다. 그 시에 감동을 받아서, 아빠 회사 사람들한테 그 시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시가 포함되어 있는 박노해 시인의 책도 구입했다. 자주 읽어보면서, 가슴에 깊이 새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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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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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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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핸드북 삶과 전설 4
힐다 바리오 외 지음, 윤길순 옮김 / 해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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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사진으로 만나는 체 게바라]

얼마 전에 최진기의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을 읽었다. 그 책에서 인용한 체 게바라가 한 말들 중에 가슴을 뛰게 하는 말들이 있었다. 그래서 체 게바라를 읽어보고 싶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체 게바라 평전>을 다시 집어들 수도 있겠지만, 다른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도 체 게바라에 관한 책들은 아주 많이 출간되어 있어서 그에 관한 책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하나 골랐는데, 그 책이 바로 <체 게바라 핸드북>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세 사람이 공저로 되어 있는데,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쿠바 사람들이다. , 지은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펴보는 순간, "와우" 작은 탄성이 나왔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체 게바라 화보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분량이 사진이 담겨 있었다. 생각했던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라서 실망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많은 사진을 통해 체 게바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그의 전 생애에 걸쳐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죽고 난 후, 그의 시신의 사진도 실려 있었다.

겉표지는 그의 우수에 찬 깊은 눈동자를 가진 체 게바라가 시가를 물고 있는 사진인데, 담배 피는 모습이 이렇게 멋있으면 금연 운동에 방해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체 게바라의 사진들을 보면 시가를 물고 있는 사진이 꽤 많다. 그만큼 담배를 사랑했는데, 이유가 좀 의아했다. 체 게바라는 어렸을 때부터 천식을 심하게 앓았다. 그의 천식은 평생 그를 따라 다녔는데, 담배가 천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어서 피었다고 한다. 나는 분명 그렇게 읽었는데,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담배가 천식에 도움이 되는 게 맞나?

그의 사진 중에는 담배를 물고 있는 사진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만큼 또 많은 사진이 있는데, 그것은 책을 보거나 무엇인가 쓰는 사진이다.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에서도 그는 늘 읽고, 무엇인가 썼다. 수첩 같은 것을 늘 갖고 다녔고, 자신의 생각을 썼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많은 어록을 남긴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유시민도 그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수첩을 언제가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나도 그러려고 하는데, 가방이 없는 경우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가방 속에 작은 수첩을 넣고 다녀도 그것을 꺼내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다. 좀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적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해봐야겠다.

 

[]

체 게바라는 알려져 있다시피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그리고 그는 대학 시절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라틴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여행을 했다. 그 여행은 그에게 있어 인생의 항로를 바꾼 위대한 여행이 되었다. 어쩌면 그 여행부터 그는 혁명을 꿈꾸지 않았나 싶다. 그의 이 위대한 여행은 영화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란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그가 여행을 할 때 오토바이를 타고 했고, 늘 일기를 썼기 때문에 그런 영화 제목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보겠지. 세상에는 볼 책들도 많고, 볼 영화들도 참 많구나.

체 게바라는 본명이 아니다. 그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에르네스토 게바라. 니코 로페스라는 쿠바 사람이 에르네스토에게 붙여준 별명이 ''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 것을 보고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대충 "이봐, 자네"라는 뜻이란다. 아무튼, 아주 간단한 이 별명은 나중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본명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는 왜 투쟁을 할까? 그는 무엇을 위해 싸울까? 그는 이미 자본주의가 잘못된 체제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많은 모순점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주의'로 군림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병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자본주의는 제국주의와 맞물려 저개발 국가들을 억압한다는 것이 체 게바라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런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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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와 만난 뒤 체는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사회주의를 위해 싸웠다. 시에라 마에스트라에 있을 때나 나중에 아바나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목표는 제국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고, 그에게 제국주의란 저개발 국가들을 억압하는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였다. 따라서 쿠바에서 투쟁에 참여한 것도 체에게는 그런 투쟁의 일환이었고, 그는 그것이 아메리카에 있는 다른 나라로,

그중에서도 특히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로 확산되기를 바랐다.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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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싸움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민중과 하나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

민중의 영웅은 민중과 분리될 수 없으며, 우상으로 떠받들어져 민중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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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한 다음에도 그는 만족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제국주의의 강압에 억눌려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쿠바 행정부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였지만, 그는 늘 다른 나라들의 억압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또다시 혁명의 길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또 한번의 혁명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의 아이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체 게바라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남긴 유서다. 그가 쓴 글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었더니 울컥했다. 그는 그런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두고 혁명의 길을 떠났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번 리뷰는 그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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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디타, 알레이디타, 카밀로, 셀리아, 에르네스토에게

혹시라도 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이제 너희들과 같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도 세계 어디서든 불의가 저질러지면 그것에 깊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어떤 불의이건 어떤 사람에게 저질러진 불의이건 상관없이

이게 혁명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아이들아, 영원히 안녕. 하지만 넌 아직도 너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단다

사랑을 듬뿍 담은 정다운 입맞춤과 포옹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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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피델 카스트로와 만난 뒤 체는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사회주의를 위해 싸웠다. 시에라 마에스트라에 있을 때나 나중에 아바나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목표는 제국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고, 그에게 제국주의란 저개발 국가들을 억압하는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였다. 따라서 쿠바에서 투쟁에 참여한 것도 체에게는 그런 투쟁의 일환이었고, 그는 그것이 아메리카에 있는 다른 나라로,
그중에서도 특히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로 확산되기를 바랐다. (329쪽)

민중의 영웅은 민중과 분리될 수 없으며, 우상으로 떠받들어져 민중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일디타, 알레이디타, 카밀로, 셀리아, 에르네스토에게
혹시라도 너희들이 이 편지를 읽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이제 너희들과 같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도 세계 어디서든 불의가 저질러지면 그것에 깊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어떤 불의이건 어떤 사람에게 저질러진 불의이건 상관없이.
이게 혁명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아이들아, 영원히 안녕. 하지만 넌 아직도 너희를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단다.
사랑을 듬뿍 담은 정다운 입맞춤과 포옹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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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냐면... 나의 기억력 때문이다. 분명 얼마 전에 읽은 책(이것도 어떤 책이었는지 좀 헛갈린다.)에서 처음 알게 된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전 책장에서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책들>이라는 책을 우연히 펼쳐봤다. 그 책을 읽고 나서 꽤 지났으니, 법정 스님이 추천한 책들을 그 동안 얼마나 읽었나 갑자기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책에 나와 있는 책 목록 중에 이번에 읽은 <행복의 정복>이 있었다. , 이 책을 법정 스님도 추천해주셨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그 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받았었구나. 그런데 모두 잊혀졌구나... 하는 기억력 좌절을 깊게 느꼈다.

아무튼,,,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은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이 1930년에 쓴 책이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1930년은 세계대공황으로 세상 많은 사람들이 불행과 절망의 깊은 늪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혹시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은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행복에 관한 책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 분명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름은 무척 익숙하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남긴 문구들이 여기저기 많이 소개되어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 하면, <행복의 정복>을 읽으면서, 발췌한 글들이 무척 많았다. 공감하는 글들이 정말 넘쳐났다. 그만큼 나도 행복을 절실히 원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하면 난 지금 무척 행복하다. 그런데도 더 행복을 원하는 것인가?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은 수학과 도덕과학을 전공했고,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흔의 나이에는 핵무기 반대에 앞장서고, 시민 불복종 운동에 앞장섰다고 한다. 정말 열정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노벨문학상도 수상했다고 한다.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예전에 우주과학에 관한 책들을 읽고 나서 느낀 바가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힘들고, 걱정을 해도 범우주적으로 봤을 때는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힘들거나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면, 범우주적으로 생각하고 심호흡을 하곤 했다. 그런데 큰 효과를 보곤 했다. 그래서 친한 사람들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울렁증이 있다. 그때도 범우주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하면 그 울렁증이 줄어들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해서 무척 신기했다. 지은이도 처음 강연을 할 때 많이 떨었다고 한다. 그 때 지은이도 우주를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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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강연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이 없으며, 잘하든 못하든 우주에는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리하여 강연의 성공 여부에 개의치 않으면 않을수록 강연이 덜 서툴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분에 점차로 신경의 긴장이 감소되어 결국엔 거의 긴장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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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행이 닥쳤을 대도 우주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러면 나의 불행이나 최악의 상황이 결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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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행이 닥쳐왔을 때 진지하고 신중하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을 직시한 다음에는, 그 불행이 그렇게 두려운 재난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열거해보라. 그런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빠보았댔자 내 한 몸에 일어나는 일이 결코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응시한 후,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 그까짓 것 별 문제 아닐 거야”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을 때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된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은 되풀이해야겠지만 아무튼 당신이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는 데 있어서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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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원인]

이 책은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는 불행의 원인, 2부에서는 행복의 원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만 봐도 1부에서 불행의 원인을 알아보고, 2부에서는 행복의 원인을 알려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제목을 보면, 그가 생각하는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불행의 원인에서 다룬 부분의 소제목들 살펴보면 경쟁,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 등이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들일 수 있지만, 그는 자기만의 사상과 철학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런 것들이 나의 생각과 차이가 나는 것들이 있었지만, 결국 나의 생각이 틀렸고, 그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권태로움에 대한 자세. 나는 권태로움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재미있는 것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은이는 어린이들에게 너무 자극을 많이 주지 말라고 한다. 자극은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을 필요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단조로움에 참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한다. 이 부분을 읽고 우리집 아이들에게 한번 시험해 보았다. 주말에 집에 있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 "멍때리기" 놀이를 해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멍이 날 때까지 때리는 놀이냐면서 농담을 하긴 했지만, "멍때리기"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해주고, 직접 해보니, 오래 있지 못하고 무엇인가 재미를 찾으려고 하였다. ,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멍때리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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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단조로운 생활을 참는 능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 점에서는 크게 비난 받아 마땅하다.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쇼라든가 맛있는 음식 따위의 수동적인 오락을 지나치게 제공하는 반면,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날과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은 주로 약간의 노력과 창의력에 의해서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라야 한다. 예컨대 영화 구경처럼 자극적이지만 육체적 노력이 전혀 필요 없는 즐거움은 아주 드물게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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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2부 행복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열의, 사랑 가족, , 일반적 관심사, 노력과 체념 등이 있었다. 대부분 수긍이 가는데, 일과 체념은 생각해 봐야겠다. 분명 회사에서 생활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다반사인데 행복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은이도 일에 대해서는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그래도 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봤을 때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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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일은 지나치게 따분하며, 과도한 노동은 언제나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일이 그 양에 있어서 과도하지만 않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우리라고 생각한다. 일의 성질과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단지 권태를 덜어주는 것으로부터 가장 시원한 기쁨을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일에는 온갖 단계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대체로 일 그 자체로 흥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에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 우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메워주므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해볼 만하고 보람이 있으며 충분히 즐거운 일을 생각해내느라 쩔쩔맨다. 그리고 그들이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다른 일이 좀더 유쾌하지 않을까 하는 의혹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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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체념...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체념이 왜 행복의 원인인지 곧 알게 되었다. 갖지 어려운 것에 대한 집착... 그것은 곧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집착을 버리고 체념하는 것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고 행복을 주게 되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부분을 컴퓨터로 한 자 한 자 치면서 다시 읽어 보았다. 다시 한번 공감을 갖게 되었고, 처음 읽었을 때 깨닫지 못했던 생각들을 다시 만들어내기도 했다. 누군가 힘든 시절을 지내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리고 지은이 버트런드 러셀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깊게 들었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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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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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있음.

 

[<첫 키스만 50번째>의 스릴러 버전]

이것은 우연히 집어 든 책이다. 여름도 다가오고, 추리 소설들 찾아보다가 집어 든 책이다. 내가 잠들기 전에?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인지 추측이 되질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책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이해가 갔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낯선 곳, 낯선 사람 옆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했다. 그 뿐만 아니라, 당황한 그가 욕실에 가서 거울에 대면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랬다. 분명 자신이 맞는 것은 같은데, 20년은 더 늙어 보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침대에 있던 낯선 남자가 일어나서 하는 말이 남편이라고이름은 벤이라고그리고 크리스틴의 나이는 마흔 일곱이라고크리스틴은 충격적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이십 년 전에 교통 사고를 당해서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새로운 기억도 만들어가지 못하는 질환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이십 년 동안 그랬다는 것이다. 잠들고 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가 하나 생각났다. 드류 베리모어의 매력이 한 가득 발산되었던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란 영화. 그 영화는 이 소설과 달리 로맨틱 코미디물로 하루만 기억하는 드류 베리모어와 그를 사랑하는 아담 샌들러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였다. 그 영화에 나와 좋아하게 된 비치 보이스의 "Wouldn't It Be Nice"라는 노래도 기억이 났다. 그 영화의 여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여주인공도 하루만 기억하는 그런 질환이 걸린 것이다. , <첫 키스만 50번째>의 스릴러 버전이라고 할까? 이 소설도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크리스틴 역할은 니콜 키드먼이 맡았다고 한다.

 

[벤을 믿지 마라]

크리스틴은 자신이 아침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그리고 정말 전혀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남편 벤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상당히 낯설고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까지 했다. 벤이 출근을 하고, 혼자 집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 에드 내시라는 사람이었고, 오늘 만나는 날이라는 것이다. 내시를 만났는데, 그가 말하길 남편 벤 몰래 몇 주 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 벤이 이런 정신과 치료를 반대하기 때문에 남편 몰래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내시는 자신의 논문을 위한 치료를 부탁했다고 했다. 그리고 치료 방법의 일환으로 일기를 쓰고 있었다면서 일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집에 와서, 일기를 보았는데 첫 페이지에 남편 벤을 믿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쓴,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그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 분량이 꽤 되었다. 이 주 전부터 크리스틴은 날마다 내시의 전화를 받고, 일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일기를 읽고, 또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적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첫 페이지에 남편 벤을 믿지 말라니크리스틴은 일기를 읽어보았다. 크리스틴은 기억을 잃긴 했지만, 가끔씩 단편적인 장면이나 환영을 통해서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마다 크리스틴은 일기장에 모든 것을 적었다. 그리고 내시가 이야기해주어 알게 된 사실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단편적인 기억들과 내시가 알려준 사실들이 남편 벤이 이야기한 것과 차이 나는 것들이 있었다. 남편 벤이 자신에게 거짓말한 것이다. 자신이 기억상실증을 걸린 것이 교통사고라고 했지만, 사실은 성폭행 이후 심하게 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기억 속에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벤에게 물어보았다. 그제서야 벤은 아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작년에 아프가니스탄에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했다고 했다. 크리스틴에게 죽은 아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남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기장 맨 앞의 믿지 말라는 말이 걸렸다. 그리고 절친 클레어가 생각났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클레어는 결혼해서 해외로 이민을 갔고 그 이후로는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또 하나의 기억. 크리스틴은 자신이 소설을 썼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남편은 크리스틴이 쓴 소설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내시가 크리스틴이 쓴 처녀작을 구해서 가져다 주었다. 그러면서 남편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들이 죽은 거야 그렇다 쳐도 소설 쓴 것까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옛 기억을 떠올릴만한 사진들이 많지 않았다. 왜 사진이 적냐고 물어보니, 몇 해 전에 집에 큰 화재가 나서 많이 타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거짓말이었을까?

 

[그의 정체]

내시와 치료를 받으면서옛날 살던 집과 병원을 다니면서 조금씩 기억을 모았다. 그 기억들은 고스란히 일기에 적어 놓았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일기를 통해 많은 기억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시가 클레어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남편 벤의 말과 달리 클레어는 같은 나라에 있었다. 그것도 멀지 않은 곳에… 클레어에게 전화를 했다. 클레어도 그 동안 크리스틴에게 연락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클레어와 결국 만났다. 클레어는 너무 반가워했다. 클레어는 남편이 얼마나 크리스틴을 사랑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난 후에 크리스틴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잠시 바람을 피우게 되었고, 그 남자와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때 그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클레어가 그들을 멀리한 이유도 이야기해주었다. 용서를 빌면서크리스틴이 사고가 난 이후 클레어가 크리스틴의 아기 아담을 가끔 보살펴주었는데, 그 때 딱 한번 그와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벤이 쓴 편지를 크리스틴에게 주었다. 그 편지는 이혼을 하면서 쓴 편지였다. 크리스틴과 벤은 이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만나서 살고 있을까? 편지를 읽어 보았다. 편지 속에 벤은 아담을 데리고 요양원에 있는 크리스틴을 자주 찾아갔다. 하지만 그때마다 크리스틴은 발작을 일으키면서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한다. 오히려 그가 가지 않고 혼자 있을 때는 평온하게 잘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틴의 평온을 위해서 벤은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크리스틴은 진정으로 벤이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일기를 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동안 꾸준히 사랑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벤은 다음날 크리스틴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이 묵은 방그 방에 들어가자 그 방이 생각났다. 그 방은 자신이 바로 폭행당했던 그 방이었던 것이다. 하나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기장을 다시 봤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이 칼로 찢어진 페이지들이 있었다. 그 페이지들이 벤의 가방에 있었다. 그 페이지들은 충격적인 내용들이 있었다. 클레어가 알려준 사실들... 클레어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남편의 용모를 물어봤는데, 클레어가 이야기한 벤의 모습과 자신이 오늘 아침에 본 벤의 보습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 아담은 작년에 죽지 않았고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일기를 읽고 나니.. 하나씩 떠올랐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 흉악범의 이름.. 마이크..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 바로 남편 벤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남자그 남자가 바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마이크였던 것이다. 마이크는 다시 한번 그 옛날처럼 크리스틴을 폭행하려 했다. 크리스틴도 온 몸을 다해 싸웠고. 잡히는 대로 던지고 그랬다. 그러다가 그 방에 불이 나고, 크리스틴은 정신을 잃었다.

다시 크리스틴에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다. 곁에 클레어가 있었고, 마이크는 죽었고 모든 게 다 끝났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벤과 아담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소설은 끝났다.

......

사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남편 벤이 범인일 거라 대충 예상을 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추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약간은 뻔한 설정이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지은이 S.J. 왓슨이라는 사람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나중에 그의 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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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램의 희망 - 삶의 매순간은 신성하다
강인식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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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0.1
그램의 희망, 그리고 억만 톤의 슬픔]

이 책은 예전에 읽은 최재천 교수가 쓴 책에서 추천한 책들 중에 하나다. 사고로 인해 목 이하의 모든 몸이 마비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 이상묵 교수.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을 텐데, 이상묵 교수는 사고 난 지 6개월 만에 교직에 복직해서 학생들을 다시 가르치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계속 공부를 했다고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분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이 책을 구입했다. 신문기자 강인식이 이상묵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 그의 삶을 책으로 엮기로 하고 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떻게 저런 몸을 가지시고, 해맑은 웃음을 웃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사람들이 생각나서 희망만을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상묵 교수가 운전을 했던 차 안에 있다가 사고가 나서 죽은 이십 대 초반의 여학생의 부모님들... 그 여학생의 부모님들은 어떠실까? 만일 내가 이상묵 교수라면... 그 여학생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렇게 웃지 못할 것 같다. 사고가 난 것이 2006년이고,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08. 그 정도 시간이라면 자신의 제자의 죽음을 쉽게 잊지 못할 텐데... 나 같으면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지 몰라도, 그 여학생의 부모님에게도 희망을 줄까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0.1그램의 희망보다는 무게로 잴 수 없는 죽은 여학생의 부모님의 슬픔을 보았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에 들어갔는데, 그리고 자신이 틈틈이 번 돈으로 교수님을 따라 미국으로 탐사를 하러 갔는데… 딸을 혼자 미국으로 보내면서, 걱정을 하면서도 교수님과 대학원 선배들을 믿고 보냈을 텐데... 그것이 마지막이라니과연 용서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그 여학생의 부모님, 가족들이 생각이 났다.

 

[평범한 장애인에게도 대우를…]

이 책의 줄거리는? 이 책은 집안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직장을 따라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꼴등을 하다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입학하고또 열심히 공부를 해서 MIT에 들어가고, , 또 열심히 공부를 해서 박사가 되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연구소에서 연구학자로 지구물리학과 해양학을 연구하다가 고국으로 돌아와서 서울대 교수가 되었고, 그러다가 앞서 이야기한 사고가 나서, 전신마비가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속해서 연구를 하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상묵 교수의 이야기다. 정말 대단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구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순응하며, 그 장애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그를 보면서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는 서울대 교수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열정과 의지를 사회가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그냥 평범한 집안의 사람이 평범한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그런 사고를 났을 때, 열정과 의지만 있다고 해서 그처럼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그의 그런 활동들이 우리나라 일반적인 장애인들에 대한 대우를 좋아지게 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가 사고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애인에 대한 처우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있던 지원금도 끊긴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이 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위나 권위이나 재력을 가지고 있어야 대우 받는 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책이었다. 물론 그 분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 시스템이 엉망인데그 사람을 통해서 장애인들이 희망을 보았다는 서평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나는 그랬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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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7-21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런 사고를 당한 학부모의 심정은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많이 슬프고 괴로우시겠지요. 아마 이 교수님도 괴롭겠지만 그런 내용이 책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안타까운 사고지만, 그걸 넘어서려는 것도 책의 목적은 아닐지 생각해 봤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bookholic 2016-07-22 01:27   좋아요 0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 교수님은 희생된 학생의 이름으로 장학금 기금도 마련하는 등 추모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자꾸 희생자의 부모님에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 리뷰를 포스팅할까말까를 무척 망설였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