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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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지나친 기대는 금물]

알라딘 북플을 하게 되면서, 모르는 작가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북플에 사람들이 책을 읽고 올리는 글들을 보면, 그들이 읽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알게 된 책과 작가들도 많아졌다. 시간은 제한적이고 읽고 싶은 책은 많고이번에 읽은 이 책도 북플을 통해서 알게 된 작가다. 이기호. 그의 최신작을 읽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극찬을 했다. 얼마 전에 새로 알게 된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사람의 책도 읽어보았다. 예전에 그가 쓴 <사과는 잘해요>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지은이 이기호는 이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단편 소설들만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이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별로였다. 그리 유쾌하지도 않았고, 단편소설만 써오다가 쓴 장편이라서 그런지단편소설에 살을 붙여 장편 소설을 만든 느낌도 들었다. 두 주인공이 정상인이 아닌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고손 쳐도 이야기가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한편으로 실망을 했다고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의 소설들을 또 만났으면 좋겠다.

 

[진만과 시봉]

주인공 진만이라는 사람은 복지시설에 있었다. 진만이는 지체아였다. 언젠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그를 복지시설로 데리고 왔다. 그곳에서 그는 친구 시봉이를 만났다. 시봉이는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동생과 살다가 봉고차에 실려서 복지시설로 왔다. 그들은 그곳에서 포장하는 일 등을 했다. 시봉의 의지로 온 것이 아니다. , 이 복지시설은 사람들일 납치해와서 가두고 일을 시키는 불법단체였다. 폭력을 일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자의 경우 성폭행도 당했고, 자살한 사람들도 둘이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사람이 붙들려와서는 가만 있지 않았다. 이곳의 실태를 그들이 포장한 물건에 넣어서 밖으로 알렸다. 그래서 경찰이 그 복지시설로 들이닥쳤고, 원장을 비롯하여 불법 복지사들은 모두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 일로 복지시설은 폐쇄가 되었고, 진만과 시봉은 그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복지시설의 반복적인 일과에 익숙한 그들에게 바깥세상은 폭력은 사라졌지만, 그 외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했다. 진만과 시봉은 갈 곳이 없었어. 시봉의 집으로 갔다. 시봉의 집에는 욕 잘하는 시봉의 여동생 시연과 도박으로 돈을 날리는 여동생의 나이 많은 남자친구, 뿔테안경남으로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들은 싸움이 일상이었다

갈 곳 없는 진만과 시봉은 그곳에 살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시봉의 여동생이 그냥 봐줬지만, 며칠 지나자 제발 나가서 돈 좀 벌어오라는 닦달로 인해 거리로 나섰지만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복지시설에서 맨날 얻어 맞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줄곧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신 사과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뿔테안경남은 그것이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서 동참했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것을 의뢰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자신의 전부인에게 사과를 해달라고 했다. 첫 의뢰인이었다. 진만과 시봉은 날마다 그 부인이 운영하는 분식점에 갔다. 그리고 의뢰남의 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의뢰남은 진만과 시봉이 아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에 고마워하고, 비용을 지불했다. 뿔테안경남에게…

나중에 진만과 시봉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의뢰남의 전부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돈은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받은 돈이 합당한 돈이 되려면, 의뢰남의 전부인을 계속 찾아갔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했더니, 전부인이 대신 죽어줄 수 있냐고 화를 내면서 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누군가 죽어야 사과를 받는 것이고, 받은 돈이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그들은 술 취해 정신 잃은 뿔테안경남을 데리고 와서, 목 매달게 해서 죽였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 사건으로 생각하여 종결시켰다.

 

[사과를 못해요]

그들이 머물렀던 복지시설들의 복지사들이 감옥 생활을 청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복수의 화신이 되어 진만과 시봉을 찾아왔다. 그들은 그들의 죄가 낱낱이 써있는 원장의 일기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 일기장은 진만과 시봉이 가지고 있었다. 진만은 시봉만 그들에게 남겨두고 일기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만일 갔다가 오지 않으면 시봉을 죽인다고 했다. 진만은 일기장을 가지러 시봉의 여동생 시연의 집에 왔다가 그는 다시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예전에 시봉에게 미리 해둔 사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 일로 친구 시봉이 죽어도 이미 사과를 했기 때문에 문제될 거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체장애였다. 그래서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이해해야했다. 그런데 시연이 자살기도해서 정신을 잃은 것을 발견했다. 시연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거리로 나선 진만. 곁에 시봉이 없고 혼자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후회를 하고, 시봉이 잡혀 있던 산으로 갔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병원으로 온 진만은 정신을 차린 시연을 얻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잘 몰랐다. 책 뒷편에 평론가의 설명이 있는데, 그것도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결혼은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자. 특히 단편 소설을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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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2 소설 조선왕조실록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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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폭풍 전야의 왕성]

2권의 이야기의 끝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이 소설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주고 있다. 그리고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 그래도 만약을 생각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끝 또한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자를 마중 나갔던 대장군 이성계는 해주에서 낙마를 해서 그곳에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 결국 세자는 먼저 왕성으로 돌아왔다. 왕성에는 이성계가 위독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방원이 낸 거짓 소문이다. 이성계는 거의 회복하고 있었다. 이방원이 거짓 소문을 낸 것은 정몽주 측근들이 어떻게 나오나 한번 떠보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잡아서 처단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방원의 그물에 정몽주의 측근들이 걸려들었다. 정몽주 자신은 예전부터 이성계와 신뢰를 쌓은 사이라서, 이성계가 위독하다고 하니 직접 해주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왕이 만류하여 가지는 못했다. 당시 왕은 공양왕이었는데, 정몽주를 가장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몽주의 측근인 이숭인과 김진양은 이방원의 덫에 걸려들었다. 정몽주를 찾아와 이성계가 위독한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이성계 측근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 그렇지 않으면 이성계 측에서 칼을 뽑게 된다면서 정몽주를 설득했다. 이성계를 신뢰하는 정몽주는 그들의 의견에 절대 반대를 했다.

당시 공양왕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공양왕은 얼떨결에 왕에 오른 자로, 이성계의 역성 소문이 돌자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왕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나약한 왕이었다. 폭군이나 악군은 아니었지만, 겁이 많은 겁군이라고나 할까. 공양왕은 정도전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다. 위화도 회군과 신우, 신창을 제거하고 최영 마저 없앤 일 모두 정도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몽주는 그렇지 않다고 왕에게 이야기했다. 이성계과 정도전이 없는 왕성에서 이방원의 계략을 막을 사람이 없었고, 정몽주는 측근들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그것이 당시 왕성의 상황이었다.

  

[정도전 탄핵]

이방원은 다시 정도전을 찾아왔다. 다시 정몽주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정도전은 강하게 반대를 하고 이방원을 내쳤다. 그리고 정도전은 고심 끝에 정몽주에게 서찰을 보냈다. 서찰의 내용은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야 하는 정당성을 설명하는 글이었다. 정도전과 정몽주가 생각하는 혁명,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양왕이 아니라 이성계가 왕위에 있어야 더 실현하기 싶다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글이었다. 고려의 명맥을 굳이 유지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의 글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한편, 정몽주의 측근의 움직임도 더 다급하게 움직였다. 이방원, 조준, 정도전 등 이성계의 최측근을 탄핵하는 상소를 작성했다. 그 글을 정몽주에게 보여주고, 정몽주는 일단 자신이 보고 그 상소문을 고쳐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몽주의 허락 없이 김진양은 왕에게 상소했고, 왕도 그들이 정몽주의 측근이라는 것을 알고, 정몽주가 허락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단을 보니 평소 자신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서 왕은 그들의 상소를 받아들여 모두 유배를 명했다. 그런데, 그들은 또다시 왕의 허락도 없이 정도전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에 처하라고 거짓 왕명을 보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몽주는 긴급히 정도전에게 서찰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정도전은 감옥에 잡혀오고 곤장을 심하게 맞고, 사형의 일보직전까지 갔다. 이방원이 보낸 사람들이 정도전을 죽음 직전에서 구출해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정도전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도전은 고민 끝내 결국 이방원에게 "뜻대로 하라"라는 내용의 서찰을 보냈다.

 

 [역사의 그날]

이방원에게 서찰을 보내고 얼마 안되어 시간을 맞추지 못한 정몽주의 서찰이 도착하였다. 정도전을 탄핵하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정몽주의 뜻이 아니고, 정도전을 살려주라고는 그런 내용의 서찰이었다. 뒤늦게 정도전은 사람을 시켜 이방원을 막게 하고, 자신도 왕성으로 출발했지만, 감옥에서 심한 고문으로 이동이 쉽지는 않았다.

한편, 왕성에서 일어난 일은 해주에 있는 이성계의 귀에도 금방 들어갔다. 그래서 이성계도 자리를 박차고 왕성으로 돌아왔다. 정몽주는 이성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성계와 정몽주는 서로 신뢰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방원은 기회를 엿보는 자리였다. 이미 "뜻대로 하라"는 서찰도 받은 뒤였으니까 말이다. 정몽주는 이성계의 병문안을 마치고, 다른 일정을 하나 더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삶의 마지막 길이었다. 이방원의 명을 받은 이로부터 선지교에서 철퇴를 맞고 죽고 말았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성계는 이방원에게 분노를 했고, 정도전은 뒤늦게 왕성을 도착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역사의 날로 기록되었고, 고려는 곧 망했고, 이성계의 조선은 세워졌다. 원래 정도전의 생각대로라면 세 개의 튼튼한 다리 위에 세워져야 했지만, 정몽주라는 튼튼한 다리가 없는 상태로 세워졌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 것이다. 1권 리뷰를 쓰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도전의 전체 삶을 알고 싶었던 호기심은 채우지 못했지만, 정도전과 이방원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들의 대략적인 관계는 알고 있었지만,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이런 것에 관한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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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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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정도전이라는 사람]

이 책은 정도전이라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 고른 책이다. 정도전의 삶 전체를 소설로 엮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은이는 그 동안 즐겨 읽던 김탁환이어서, 책에 대한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구입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알고 싶었던 정도전 전체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 4, 이성계가 명나라에 다녀온 세자를 마중 나가기 위해 해주에 갔다가 낙마했던 날부터 이방원의 사주로 정몽주가 선지교에서 암살되기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은 것이다. 김탁환이 예전에 쓴 허균이 죽기 전 마지막 19일을 소설로 쓴 <허균, 최후의 19>과 비슷한 성격의 소설이었다. 아무튼 이번에 읽은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에서는 정도전의 삶을 이해하는 데는 부족했다. 정도전에 대한 삶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을 더 봐야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역사 속 한 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짧은 시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 김탁환은 이 순간이 조선을 만든 결정적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지은이 김탁환이 기획한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번째 소설이라고 했다. 앞으로 지은이는 60여권이 넘는 '소설 조선왕조실록'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 동안 단편적으로 조선시대를 다룬 그의 소설들이 많았는데, 이번 기획은 역사적 고증과 자료를 바탕으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이 기획을 눈 여겨 봐야겠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게 2014년이었다. 그 이후 소설 조선왕조실록으로 더 출간된 책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검색해 보았다. 벌써 10권이나 나왔다. 그런데, 그 중에는 그 이전에 백탑파 시리즈로 나온 책들의 개정판이 6권이나 포함되어 있어다. 나는 내심 조선 초부터 시대순으로 소설로 써 내려갈 줄 알았다는데, 약간은 실망을 했다. 그 소설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역사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인데, 과연 그 소설들에 '소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되나 싶었다. 작년에 출간한 <목격자들>이란 그의 책도 사두었는데, 확인해 보니 그 책도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였다.

 

[고려말 상황은...]

공양왕 4, 1392 3 17공양왕…  공손하게 왕을 양도했다고 해서 공양왕이라고 했다는,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진짜 그래서 공양왕이라고 한 것인지 맞는지는 모르겠다. 고려의 마지막 왕나의 상식의 울타리 안에서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오랜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굴욕적인 역사가 서서히 걷히고 있던 시절이었다. 몇 대 앞의 왕이었던 공민왕은 원나라에 충성을 하라는 뜻으로 왕의 시호에 붙었던 '()'도 떼어버렸다. 고려의 자주성을 되찾고 개혁을 하려고 했지만, 요승이라고까지 불린 신돈을 너무 믿었다가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후 우왕과 창왕이 왕이 되었지만사람들은 우왕과 창왕이 신돈의 자손이라고 생각들을 했다. 우왕 때 이성계는 나라의 명을 받고 명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는데명나라는 이제 떠오르는 태양이고, 원나라는 지는 해라고 생각해서,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나라를 치려는 군사를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려 왕성으로 돌아왔다. 그 유명한 위화도 회군. 이것은 왕명을 어긴 일이다. 그의 행동은 반란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왕성을 지키고 있던 최영의 군대와 일전은 피할 수 없었다. 그 전투에서 이성계가 승리를 거두었다. 그래서 최영은 유배를 갔다가 그곳에서 사형을 당했다. 최영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그렇게 목숨을 잃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위회도 회군 당시 이성계가 왕성에 도착하기 전에 정도전이 최영을 포섭하기 위해서 만나기도 했었지만, 최영 장군은 굳은 의지로 고려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정몽주와 정도전. 정몽주와 정도전은 모두 목은 이색의 제자였다. 그리고 정도전은 정몽주를 통해 이성계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쓰러져가는 고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서로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는 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약간의 생각의 차이는 있었다. 정도전은 누가 왕이 되느냐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고려라는 나라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계를 왕으로 하는 새로운 나라가 그가 생각하는 이상 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몽주는 고려라는 나라에서 개혁을 하려고 했다.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방원의 over]

당시 세자는 명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고감기에 걸린 세자를 마중 나가기 위해 이성계는 해주에 갔다가 그만 낙마하여 심한 부상을 앓게 된다. 정신까지 잃은 중상이었다. 그래서 해주에 며칠을 머무르게 되고, 세자도 해주에 머무르게 되었다. 한편, 정도전은 왕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영주로 유배를 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라의 개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가 생각하는 나라는, 우선 내치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서는 토지를 재정리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당시 폐단뿐인 승려들을 산으로 보내고유학 특히 성리학을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세에 대비하여 군대를 강하게 키우는 강병이 필요하고, 왕권은 약화시키는 대신 신권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면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방원의 서찰을 받았다. 이방원은 자신의 아버지를 왕으로 만드는데 정몽주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여, 정도전에게 정몽주를 죽이겠다고, 동의해달라는 내용의 서찰이었다. 26살의 이방원. 정도전은 성난 말처럼 질주하려고 하는 이방원을 싫어했다. 정도전 자신 또한 이성계를 왕으로 하는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있지만, 이방원과 같은 방법은 아니었다.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에서 정몽주는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정몽주, 그리고 이성계 이 세 사람은 튼튼한 세 개의 기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이성계가 왕이 된다고 해도, 이성계 다음의 왕으로 이방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방원에 호감을 갖지 않았다.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답장을 썼다. 포은 정몽주와 이성계는 서로 신뢰하고 아주 돈독한 관계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정몽주 또한 신우, 신창을 신돈의 씨앗이라며 끌어내릴 때 같이 동참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성계와 자신과 뜻이 같기 때문에 설득하면 돌어설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몽주를 죽이는 것은 아버지 이성계에게도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측근들이 문제…]

해주에서는 이성계의 몸이 다행이 완치가 되어 세자를 모시고 다시 왕성으로 오려 했으나, 이성계는 말 위에서 다시 혼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해주에 머무르게 되었고, 세자만 왕성으로 향했다. 이성계의 낙마소식과 혼절 소식은 금방 왕성으로 퍼졌고, 정몽주를 따르는 무리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확, 이숭인, 김진양 등 정몽주을 따르는 무리들은 정몽주만큼 그릇이 크질 못했다. 그들은 이성계가 부상을 입어 해주에 발이 묶인 지금이 정도전을 비롯하여 이성계를 따르는 무리들을 처단하는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권력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을 싫어하는 정몽주는 그들의 말은 논리적이지 않고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몽주는 이성계, 정도전과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이방원은 정도전이 머무르는 곳까지 찾아와서, 정몽주를 처단할 것을 이야기하였는데, 정도전은 다시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로 격론이 벌어졌는데, 이방원은 결국 설득되지 않고 여전히 정몽주를 죽일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이것을 호응하는 이가 없어서 실행에 옮기는데 부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대충 1권까지의 이야기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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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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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글쓰기 특강 시즌 2]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쁘다. 그래서 리뷰도 늦어진다. 기억력의 유효기간이 워낙 짧아서 빨리 기록으로 남게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시민의 책을 읽으면서도 메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은 따로 발췌해놨다. 발췌한 글들은 공감이 많이 가는 곳이다. 나의 생각을 만들어주었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에서는 신간이 나오면 문자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어서 유시민을 설정해 놓았다. 얼마 전 유시민의 신간 소식을 알려주는 반가운 문자가 왔다. 두어 달 전에 마무리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유시민이 책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그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은 통찰력이 뛰어나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를 그만두고 지금처럼 전업작가를 하는 것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나쁘지 않다. 정기적으로 그의 책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최근에는 여행기에 관한 책도 준비한다고 하는데 무척 기대된다. 이번에 읽은 <표현의 기술>… 이 책은 작년에 출간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펴 낸 후, 강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독자와 소통을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내용을 보태서 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낸 책은 정훈이라는 만화가와 공저이다. 책을 펼쳐보면, 정훈이라는 만화가가 그린 만화가 곳곳에 포함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상당히 많은 분량에 만화가 정훈이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만화로 실어 놓았다. 정훈이는 유명한 만화가인데,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캐릭터가 재미있게 생겼고, 이야기 또한 재미있게 한다.

  

[왜 쓰는가?]

작년에 출간한 책에서는 글쓰기를 왜 하는가에 대한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그럼 글을 왜 쓰는가? 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전문 글쟁이들만 글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쓴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리뷰를 쓰니, 글을 쓴다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하루에 상당량의 메일을 쓴다. 소설가 김훈은 오직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남들이 공감해 주면 고맙다고 한다. 그런데, 유시민은 이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나도 동의하지 않았다. 유시민은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 쓰는 것은 맞는데, 자신의 글이 여론을 형성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쓴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단 한번도 읽는 이를 의식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 글쓰기의 대표격인 조지 오웰의 글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지 오웰의 글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나도 조지 오웰의 책을 세 권 정도 읽었는데, 셋 모두 정치색이 뚜렷한 글인데, 비유와 재미와 긴장감을 모두 주었다. 그래서 나도 조지 오웰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글쓰기의 이유가 있다면, 돈 벌기 위함이라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특히 전업 작가들에게는 특히 그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쓰다보니 글을 읽을 불특정인을 의식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간혹, 책에서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그들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고 보면 나도 어느 정도 정치적 글쓰기를 한 것이다. 그 글들이 조지 오웰이나 유시민처럼 예술성을 탑재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기술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나면 늘 리뷰를 쓰는데, 그런데, 그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어떨 때는 머릿속에 생각한 내용들을 쭉 써내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엉킨 실타래에서 실을 풀어내듯, 복잡하게 엉킨 생각들을 하나씩 살살 뽑아내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 유시민이 글쓰기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글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그가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표현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하는 데 있어 '기술'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것은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기술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술이 있으면 자신의 생각을 좀더 남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기술들 중에 몇 가지가 있다. 먼저 틀에 박히고,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하지 말라고 한다. 맞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금방 식상해진다. 나도 글을 쓰다 보면, 글이 그렇게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쓰게 된다. 유시민은 의식적으로 진부함과 상투적인 생각을 멀리하라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읽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이 쓴 글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서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책을 읽을 때 그 책에 감정 이입을 해서 읽으라고 한다. 이 방법은 나도 공감한다 나도 책을 읽을 때, 언제나 감정 이입을 한다.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서 읽어보고, 비소설인 경우는 글을 쓸 때의 지은이가 되어 글을 읽으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이 읽는 글에 감정 이입하여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다 보면, 자신이 글을 쓸 때도 쉽게 공감가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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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이 펼치는 논리, 그 사람이 표현한 감정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겁니다. 평가와 비판은 그 다음에 하면 됩니다.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글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읽어야 평가와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입해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다음, 자기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 간접 경험을 반추해 보는 작업이 비판적 독해라는 말이지요.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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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이 읽기 어려운 책은 굳이 힘들게 끝까지 들고 있지 말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책들이 아주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유시민의 이 주장에 찬성한다. 예전에 어떤 분은 어려운 책을 만나면 그래도 한번 완독해 해보라고 한 사람도 있어서, 꾸역꾸역 마지막 페이지까지 본 적이 있는데, 얼마 못 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으니, 책을 읽은 게 아니라 활자만 읽은 거니까...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책인데 감정이입이 어려운 경우는 나중에 재도전을 해보라고 한다. 산 오르는 것에 비유하면서, 그 산을 오를 수 있는 내공이 생기고 나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보는 것처럼그래도 안되면 나중에 또 도전유시민은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이며, 이 책을 강력 추천하였다. 나도 예전에 <코스모스>를 읽었는데, 이 책을 많은 이들에 추천하였다. 정말 명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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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높은 산은 오르기 어렵습니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아무나 오를 수는 없어요. 감정을 이입하는 독서를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완전히 재미없고 난해한 책은 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 책이라도 도저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으면 덮어 둡니다. 제가 아직 그 산에 오를 만한 내공이 더 생기고 나면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나중을 기약하면서 또 덮어 둡니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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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써보자.]

이 책에서는 악플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해주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 밖에 여러 상황에 대한 글쓰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그 중에 아무래도 회사원이다 보니, 회사에서의 보고서 글쓰기에 관한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다. 회사의 글쓰기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글이나 보고서를 읽는 독자가 누군가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에서야말로 더욱 글 읽는 사람에 따라 글쓰기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노력은 하는데, 그런 글들이 상대방을 얼마나 만족시키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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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페이퍼든 상세보고서든, 슬 때는 독자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보고서는 보통 윗사람이 읽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시력은 나쁘고, 업무 범위는 넓고, 의사 결정권은 크고, 일반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시선으로 문제를 살피면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문제는 간단하게, 중요한데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자세하게 써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원페이퍼에 가깝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상세보고서에 가깝게 쓰는 편이 현명합니다.(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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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보급된 이래, 우리는 수많은 글들을 쓴다. 그리고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나도 카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듯 글쓰기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좀 글쓰기를 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표현을 잘하는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독서는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이 펼치는 논리, 그 사람이 표현한 감정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겁니다. 평가와 비판은 그 다음에 하면 됩니다.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글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읽어야 평가와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입해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다음, 자기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 간접 경험을 반추해 보는 작업이 비판적 독해라는 말이지요. (153쪽)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높은 산은 오르기 어렵습니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아무나 오를 수는 없어요. 감정을 이입하는 독서를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완전히 재미없고 난해한 책은 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 책이라도 도저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으면 덮어 둡니다. 제가 아직 그 산에 오를 만한 내공이 더 생기고 나면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나중을 기약하면서 또 덮어 둡니다. (162쪽)

원페이퍼든 상세보고서든, 슬 때는 독자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보고서는 보통 윗사람이 읽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시력은 나쁘고, 업무 범위는 넓고, 의사 결정권은 크고, 일반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시선으로 문제를 살피면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문제는 간단하게, 중요한데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자세하게 써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원페이퍼에 가깝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상세보고서에 가깝게 쓰는 편이 현명합니다.(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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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
한홍구 지음 / 돌베개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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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우리나라 사법부]

몇 주 전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점에 갔다가 구입한 책이다. 아이들을 서점에 데려간 이유는 그렇게 큰 서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나도 가 본 지가 오래되어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여유롭게 관심 있는 책들도 보고, 대폭 바뀌었다는 그곳을 구경하고도 싶었다. 그런데, 내가 욕심이 많았나 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잘못하면 아이들을 놓칠까 봐 계속 아이들만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기대했던 여유로운 책읽기는 상상으로만 하고, 각자 책 한 권씩 골라 나왔다. 난 신간으로 나온 이후 계속 눈여겨 보았던, 내가 엄청 좋아하는 역사학자 한홍구가 쓴 <사법부>란 골랐다. 간만에 알라딘이 아닌 다른 서점에서 책을 샀다.

한홍구. 그 분은 정말 한결 같은 분이다.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그 분의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한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었고, 늘 큰 가르침을 주었다. 왜곡된 우리나라 현대사를 바로 잡아주려는 노력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 절대 신뢰!!! 가끔씩 팟캐스트에 손님으로 출현할 때는 꼭 챙겨 듣곤 하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번에 그가 쓴 <사법부>란 책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려주는 내용이었다. 어쩌다 사법부가 이 꼴이 되었다 답답하면서도, 또 희망도 걸어보았다.

사법부

포탈사이트 다음에서 사법부라는 말은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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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주요임무는 분쟁의 해결이다. 법원은 모든 법률문제를 결정해야 하며배심재판을 받을 사안이 아닌 경우에는 사실문제까지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사법부가 분쟁에 대한 판결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민사사건의 대부분은 재판에까지 이르지 않으며 법정 밖에서 해결된다. 그러한 사건에 있어 법원의 기능은 행정적인 것이다. 판결을 요하는 사안인 경우에는 소송당사자를 확정하고 증거를 채택하며, 소송절차의 개시 및 재판단의 배정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규정들에 의한다. 사법절차 자체도 별도의 규칙에 따르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다른 민주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고 그 각각을 별도의 독립적 국가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권력분립, 또는 3권분립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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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전에 충실한 정의다. 그런 사전적 의미로서 사법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꼭 필요한 조직이다. 사람들 간에 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그 분쟁을 법의 잣대로 판결을 내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정치적인 분쟁은 어떨까? 법이란 것이 모든 것을 명확하게 판결할 수 있을 수는 없다. 법이라는 것이 결국 글자로 써 있기 때문에, 그 해석을 사람마다 달리 할 수 있는 거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법을 바탕으로 판결해야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사법부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이 판사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존심을 버린 지는 옛날그냥 권력이 시키는 대로 돈 많이 벌면서 편하게 사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이회영 평전>에서 이회영과 그의 형제들이 걸어간 길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쩌다 사법부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를 밝혀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겨레에 연재했던 것을 편집해서 엮은 책이라고 한다. 그 시절도 신뢰를 잃은 사법부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법부는 백성들과 더욱 멀어지고, 권력과 더욱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놀라운 것은 서슬 퍼런 독재시대의 사법부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독립적이고, 정의로웠다는 점이란다. 이승만 시절은 반대파 정치인을 마구 죽이던 시절이고, 군사 독재 시절때도 독립적이고, 정의로운 판사들이 있었다. 물론 동백림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 등 권력에 고개를 숙인 판결도 많았지만, 그것은 독재 시대 후반부에 많이 있었고, 이승만 시대와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 초반부에는 그래도 사법부가 사법부다웠다고 한다. 그래서 권력이 사법부를 미워할 정도였단다. 박정희 정권과 검찰의 공안사건에 판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막강 자존심을 가지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니, 오늘날의 사법부를 생각하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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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971 6월과 7, 대법원의 국가배상법 위헌판결과 서울형사지법에서 행한 시국 사건에 대한 연이은 무죄판결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만천하에 고취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독립성은 사실 평지돌출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무장군인 법원난입 사건이나 동백림 사건 당시의 괴벽보 사건은, 그때만 해도 법원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권력이 법원을 몹시 불편해했음을 보여준 사례다. 사법파동의 주역이었던 홍성우 변호사나 최영도 변호사는 1960년대 후반부터 사법 파동 이전까지 법관들은 권력의 눈치를 거의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법원으로서는 중정이나 검찰의 눈치를 봐서 그 위세가 무서워할 걸 못한다든가 하는 분위기나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사법파동 이전까지는 상당히 자유롭고 배짱대로 재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누렸다. 그 당시 서울형사지법 단독판사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아서 서울시장보다도 힘이 세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위로는 대법원부터 아래로는 지방법원까지 박정희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자 정가와 법조계에는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사법부를 손볼 것이라느니 정부가 바라는 대로 판결하지 않은 판사들은 다칠 것이라느니 하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그리고 이 소문은 곧 현직 법관 두 명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라는 형태로 가시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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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속 사법부]

정권에 반항하는 사법부에 대해 정권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처음 사법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직접 사태를 처리를 했었지만, 판사들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다. 그리고 유신 정권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권력은 하늘을 뚫을 듯했다. 정권의 비위를 거슬리는 판결을 한 판사들은 좌천되기 일쑤고, 자격 정지를 밥 먹듯 했다고 한다. 그러니, 정권에 손바닥 비비는 판사들만 살아남아서 판사 자리에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인혁당 사건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도 일어나게 된 거다. 당시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반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서면서 남파하는 간첩의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공수사 요원들은 자신들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있지도 않은 간첩을 채웠다고 한다. 조작을 해서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혁당 사건이었다. 유신 반대를 하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사형 선고를 내리고, 선고를 내린 지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 기점으로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고 할 수 있다.

유신 시절, 긴급조치 9호가 발표되었다. 여러 가지 강압조치가 있었는데, 공안 사건을 일반법원에서 판결하도록 했단다. 그 전에는 군법원에서 해서, 일반 법원의 판사들은 부담을 덜 수 있는데, 이제부터는 자신들이 칼을 쥐게 된 거다. 그래서 일부 판사들의 법관 기피가 늘어났고, 더 양심 있는 판사들을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최고권력의 시녀가 된 사법부는 무죄 판결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1976 221명을 판결했는데, 2번만 무죄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무죄 판결을 낸 판사는 좌천되었다가, 판사 자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게 대한민국의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한 종교계에서도 움직였다. 천주교 중심으로 원주에서는 원주 선언이라는 시국선언을 했는데, 당시 원주에 있던 천주교 지학순 주교와 김지하, 장일순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개신교에서도 시국 선언을 했는데, 장소는 교회가 아닌 명동 성당이었다. 권력의 탄압이 여의치 못해서,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수환 추기경이 오케이를 해서 명동 성당에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소가 서울이다 보니, 재야 인사 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치인들도 많이 참여했는데, 그 대가로 구속을 당해야만 했다. 그분이 죽기 전까지 사법부는 점점 권력의 하인이 되는 길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독재의 사법부 길들이기]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분이 세상을 떴다. 그것도 자신의 최측근의 총으로…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혹시 아무도 준비를 하지 못했나? 너무 갑작스러운 독재의 종말을마치 갑작스러운 해방과 찾아온 미군정과 친일파의 재득세처럼… 독재가 가고 또다른 독재가 정권을 잡았다. 독재를 보낸 김재규. 새로운 독재는 사법부를 장악하고, 김재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해버렸다. 김재규의 변호사는 이 사건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단순 살인이라고 주장했지만, 판결은 새로운 독재의 입맛에 맞게 판결이 나왔다. 일부 양심 있는 판사들의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그저 소수 의견이었다.

새로운 독재. 그 또한 무서운 사람이었다. 총칼로 아무런 죄없는 백성들을 죽이면서, 청와대로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이에게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누명을 씌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때 재판이 있기 전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당연한 듯 면직 처리했다고 한다. 이게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사법부의 모든 사람들이 권력의 시녀였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시녀들만 살아남았던 것이다. 권력에 저항하는 일부 판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좌천 또는 면직이었다. 그것은 대법원장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말 안들으면 쫓아버리고, 좌천하고, 어쩔 수 없이 사표 쓰게 하고그리고는 변호사도 못내게 하였다고 한다. 당시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즉결심판이라는 권한을 판사에게 주었는데, 일부 판사들은 양심대로 무죄를 판결하기도 했다는데, 그렇게 되면 바로 안기부에서 해당 판사의 뒷조사를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법복도 많이 벗었다고 한다. 새로운 독재에서 이런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안기부였다.

판사들은 그래도 양심있고 소신을 가지고 있던 판사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검찰은 그야말로 떡검이라는 명찰을 일찌감치 달았다. 요즘도 홍만표라는 이가 무지막지한 범죄를 했음에도 검찰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린 그런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한홍구 선생님이 대한민국 검찰에 대해서도 따로 책을 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업무가 갑자기 바빠져서 책읽는 시간도 많이 줄고, 리뷰 쓸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었다. 혹시 졸필이 되어 버린 이 리뷰를 읽고 한홍구의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이가 있으면 안될 일이다. 이 시대 세금을 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책이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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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6-2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들의 알게됐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bookholic 2016-06-28 00:0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쭈니님도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