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7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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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7권을 이야기해줄게. 7권부터 9권까지는 제3부인데, 3부의 제목은 <어둠의 산하>란다. <아리랑>을 읽을 때마다 지은이 조정래 님이 대단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12권짜리 대하 소설을 쓴다는 것이 엄두도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이야기의 흐름과 각 등장인물의 성격의 일관성을 놓치지 않고 전개되는 것을 보니 소설 속 세계를 만들어낸 신()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소설 속 주인공의 운명은 지은이 조정래 님에게 달려 있으니 말이야. 뿐만 아니라 소설 곳곳에 들어 있는 역사 상식도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어서 참 좋았단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역사 상식이 저절로... 기억력이 좋다면 오래 간직할 텐데, 그것이 조금 아쉽구나. , 그런 아리랑 7권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

세키야의 첩이었던 보름이는 세키야의 아이를 낳았지만 세키야에게 버림을 받고 떡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단다. 그런데 우연히 외눈박이 백남일을 만나게 되었는데, 백남일은 보름이가 수국이의 언니인 것을 알고 홧김에 폭력을 휘둘렀단다. 이 소식을 들은 서무룡이 백남일 고소했단다. 서무룡이 깡패이긴 하지만 그래서 보름이를 대하는 마음은 진정인 것 같았고, 백남일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백남일이 보름이를 구타했으니 가만 있을 수 없었지. 서무룡은 백남일을 고소하였고, 경찰의 뒷줄이 있는 서무룡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무룡의 뜻에 따라야 했단다. 그래서 백남일은 보름이의 치료비뿐만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정미소에 대한 월세를 서무룡에게 내야 했단다.

 

1.

송수익의 장남 송중원은 3.1운동 후 감옥에 갔다가 2년만에 출옥을 했단다. 장인이자 아버지 송수익의 친구 신세호는 중원에게 일본 유학을 제안했어. 중원은 일본에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사귄 친구 허탁과 함께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해 힘썼단다. 중원이 동경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그 유명한 동경 대지진이 발생했던다. 1923 9 1일이었어. 송중원과 허탁은 공부도 했지만 한편으로 과자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어. 과자공장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그들은 피해 복구를 도와주기 위해 공장에 갔단다. 그곳에서 신문 호외를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그들을 당혹스럽게 했단다.

신문에 적힌 내용은 지진이 발생하여 혼란한 틈을 타서 불령선인(조선인)들이 동경 시내에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단다. 일본은 자경단을 조직하여 조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단다. 이 때 죽은 사람이 6000여 명이라고 했어. 송중원과 허탁도 일단 몸을 숨겨야 했는데, 다행히 그들을 좋게 본 일본인 과자공장 사장이 그의 집에 숨겨 주어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단다.

...

, 이번에는 만주 북간도의 상황을 이야기해줄게. 일본의 밀정인 양치성은 북간도에서 결국 자신의 뜻대로 수국과 살림을 차렸단다. 수국은 어쩔 수 없이 양치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양치성에게 마음을 두지 못하고, 어디선가 고생하고 있는 동생 대근만 생각했단다. 그래서 양치성에게 동생이 있고 지인들이 살고 있는 서간도로 이사를 가자고 했지만, 양치성은 단칼에 안 된다고 했단다.

그런데 장사꾼인줄만 알았던 양치성이 밀정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 수국은 두려워하면서 이번이 어머니와 동료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 몇 달 동안 준비를 했고 만취한 양치성을 찌르고 서간도로 도망을 갔단다. 수국이 당황하여 칼을 한번밖에 안 찌르고, 양치성의 죽음을 확인하지 않고 도망을 간 점으로 보아, 양치성이 죽지 않았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서간도에 도착한 수국은 지삼출과 필녀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그들도 알고 지내던 양치성이 밀정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수국이 서간도에 도착하기 열흘 전 동생 대근은 의열단에 가입하기 위해 북경으로 떠나서 동생은 만나지 못했단다.

당시 만주는 경신참변 이루 독립운동이 와해된 상태여서 대근은 의열단에 가입하기로 마음 먹은 거란다. 대근이 의열단에 가기 전에 송수익이 조언을 해주었는데, 당시 만주의 독립군들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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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그래, 자네의 판단이 정곡을 찌르고 있네. 여기 서간도가 북간도보다 다소 덜할지는 모르나 여기 동포들의 동향도 대동소이하네. 경신년 참변 때 이곳 서간도에서도 학살이 자행됐으니까 그런 생지옥을 겪은 동포들이 그리 서간도에서도 학살이 자행됐으니까 그런 생지옥을 겪은 동포들이 그리 생각하게 된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세. 그런데 독립군들이 이동을 단행한 것은 무고한 동포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더욱 효과적인 전쟁을 수행하려는 작전계획으로, 이는 어느 나라 어느 군대에서나 취하는 군사행동이지. 그 작전에 왜병들은 당당한 작전으로 맞서지 않고 한다는 짓이 양민들을 대량학살한 것이네. 그건 세계 어느 나라 군대에서도 볼 수 없는 비열함이고 잔혹함일세.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네. 그게 무언고 하니, 동포들이 품고 있는 그런 생각이 바로 왜놈들이 대량학살을 자행한 목적이고 노렸던 바란 사실이네. 우리 동포들을 낙담하게 만들고, 공포에 떨게 하고, 또한 독립군을 불신하게 하고, 협조를 못하게 만드는 술수, 그게 바로 왜놈들이 조작해 내는 이간책동술이네. 그러니까 지금 독립군들이 해야 할 일은 무장을 강화하기 위해 동포들에게 무작정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왜놈들의 그런 이간책동을 바르게 알리고 이해시켜 가며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일세. 동포들이 곧 조선이고, 동포들이 없고서는 그 어떤 독립투쟁 단체들도 존속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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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했던 독립군들은 일제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연해주로 이동했어. 하지만 연해주에서는 자유시 참변이라는 사건으로 많은 독립군들이 죽고 말았단다. 자유시 참변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조선공산당의 상해파와 이르쿠츠크파의 갈등이 있었는데, 이르쿠츠파가 적군의 힘을 이용하여 조선공산당 상해파와 다른 독립군을 공격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 사건이었단다. 같은 민족으로 한 힘으로 일본에 저항해야 시기에 상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단다. 이 일 이후 남아 있는 독립군들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어 만주로 돌아왔단다.

송중원의 친구로 함께 3.1운동에 참여했던 이중에 이광민이라는 사람이 있어. 이광민은 3.1운동 이후 만주로 와서 홍범도 부대에 참가해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단다. 홍범도 장군이 나이가 드신 이후 독립운동 일선에 물러난 이후 이광민은 연해주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했단다. 빨치산들은 일본을 상대로 기습 작전을 벌여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썼어. 이런 계속된 공격으로 일본군은 연해주와 시베리아에 철수를 하게 되었단다.(1922.10) 연해주에서 활약하던 빨치산 독립군들의 큰 성과였어. 이광민은 연해주에 머무르면서 윤철훈을 만나게 되어 함께 공산주의 사상을 공부하면서 향후를 도모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윤철훈의 여동생 윤선숙과 사랑을 하게 되지만, 이광민과 윤철훈은 독립운동을 위해 곧 떠나기로 했단다. 이광민와 윤선숙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헤어져야 했어. 사랑을 해야 할 수많은 젊은이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기에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맥이 오랫동안 끊기지 않고 이어져서 결국 해방까지 이어지는데 큰 힘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단다..

..

 

2.

공허 스님은 국내에서 활동을 하던 중 기차 안에서 순사인 장칠문과 마주치게 되었고, 장칠문은 공허 스님을 알아보고 바로 체포했으나 장칠문이 방심하는 사이 공허 스님은 장칠문을 공격하고 도망을 갔단다. 여기저기 도망 다니다가 홍씨 집에 머무르게 되었단다. 홍씨는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공허 스님이 파계하면서 알게 된 여자란다. 장칠문은 도망간 공허 스님을 찾으러 돌아다녔고, 공허 스님과 친분이 있는 송중원의 집에 찾아왔어. 고향에 돌아와 있던 송중원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다짜고짜 유치장에 집어 넣었단다.

...

농장조합의 회장이자, 오쿠라 농장의 지배인인 요시다는 간척사업을 통해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했단다. 많은 조선인들을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고용하여 노동력을 착취를 하면서 간척 사업을 진행했어. 요시다 지배인과 조선인 노동자 사이에는 악랄한 이동만이라는 자가 있었단다. 요시다의 충실한 수하이지만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악마 같은 놈이었어. 요시다는 소작료까지 인상하려고 했단다. 소작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단 행동으로 반발했단다. 소작인들이 그렇게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배후에 사회주의자들이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야. 요시다의 농장 조합은 그런 소작인들을 군대처럼 편성을 하고 서로 감시하게 만들었단다. 소작인들 중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면 연대 책임을 묻겠다고 했어.

한편,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고 간척사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임금까지 체불 당하고, 자신들이 일군 땅을 일본에서 온 일본인에게 공짜로 주고 소작인들에게 주기로 한 땅도 대폭으로 줄어들어 든 것에 불만이 쌓였단다. 이에 정씨 형제의 막내인 정도규와 그의 친구 고서완이 배후에서 조종하여 소작회를 결성하게 했단다. 정도규와 고서완은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공산주의를 받아들여 공부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단다. 고서완의 제자 중에 이경욱이라는 자가 있는데, 그도 철저한 공산주의자이며 항일 정신이 투철한 자였단다. 그런데 이경욱은 악랄한 친일파 이동만의 아들이었단다. 이경욱은 자신의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아버지의 죗값까지 자신이 받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소작인들과 노동자들을 도와주려고 했단다.

차득보 생각 나지? 잃어버린 동생 옥녀를 찾아 헤매다가 공허 스님을 만나 함께 했잖아. 공허 스님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보니 함께 못 있어. 신세호의 집에 기거하면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그런데 신세호의 둘째 딸 월엽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신세호가 아무리 신 지식인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딸을 차득보와 연을 맺어줄 수 없어 크게 반대했단다. 월엽은 신세호와 점지해준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얼마 후 옥녀가 오빠를 찾아 신세호의 집에 찾아왔단다. 그렇게 십 수 년 만에 득보와 옥녀가 만나게 되었단다.

….

 

3.

우려했던 것처럼 양치성은 오른쪽 가슴을 칼에 찔렸지만 죽지 않고 살아났단다. 수국에 대해 복수를 다짐했어. 수국은 서간도에 와서야 자신이 양치성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애를 떼어보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를 했단다. 결국 아들을 낳았고 낳자마자 버리려 했지만, 필녀가 막으면서 자신이 키우겠다면서 아이를 데려갔단다. 하지만 모정을 그리 쉽게 끊을 수 있겠는가. 100일이 지나고 수국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로 했단다.

여기까지가 아리랑 7권에 대한 이야기란다. 우리나라에도 가끔 조선족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일제 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건너간 이들의 후예란다. 친일파의 후예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란다. 그리고 조선족이라는 말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면서 소수 민족들을 부를 때 부르는 말로, 너희들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들은 중국동포나 중국교포라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구나. 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미국교포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요시다 지배인님 드시느만이라우.”

책의 끝 문장: 바다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긴 한숨을 쉬었다.


천지에 가득한 그 아름거림은 꿈결인 양 황홀하면서도 서러운 하소연양 슬픔이 깃들여 있기도 했다. 그 슬픔이 깃들여 있기도 했다. 그 슬픔은 서러움 깊은 사람들의 탄식 같기도 했고, 한 많은 사연 품은 넋들의 승천 같기도 했다. 그건 기실 굶주려 배고픈 사람들의 한숨이고 한탄이기도 했다. 아지랑이가 그리도 숨막히게 흐드러지면 보릿고개의 배고픔도 병이 되도록 사무쳤다. 이미 죽으로도 끼니를 때울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부황이 들고 어질병을 앓았다. 그 배고픈 병이 든 눈으로는 아지랑이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지랑이의 아롱거림은 어질병을 더 도지게 했다. 그 사람들은 속 메스꺼운 어지럼증에 휘둘리며 하늘을 향해 한숨짓고 한탄을 토했다. 배곯고 사는 기구한 팔자를 쓰라려 하고 아파하는 그 한숨과 한탄은 풀릴 길 없는 채 아지랑이에 실려 멀고 먼 하늘로 스러져 갈 뿐이었다. - P56

만주에 퍼져 있는 일본영사관들이 독립군을 잡아 넘겨주는 중국관리들에게 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사실 그대로였다. 독립군 토벌에 실패하고 군대까지 철수시킨 그들은 중국관리들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 계획이 바로 이화제한(以華制韓)이었다. 중국의 힘으로 한국을 제재하자는 것이었다. 그전의 이한제한(以韓制韓)의 수법에다 하나를 더 첨가한 것이었다. 조선인 친일파와 밀정들을 투입하여 독립투쟁 세력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것이 이한제한이었다. - P90

저런 인종들은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종자들인가. 저런 것들이 바라는 것은 도대체 뭔가.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저런 종자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가. 영원히 일본세상이 되어버렸다고 믿는 것인가. 저런 놈들한테 꼼짝없이 끌려가야 하는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은 왜 튀어나온 것인가. 조선인은 허위와 공상과 공론만 즐기고 게으르며 서로 신의와 충성이 없으니 이를 반대방향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 이광수의 주장이었다. 이광수는 왜 저런 못된 인종들을 질타하고 정신차리게 하지 않고 민족 전체를 비하시키고 흉보고 흠집 내고 있는가. 이광수는 3.1운동을 보지도 않았는가. 아니, 지금도 독립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안중에 없는 것일까. 이광수는 왜 그 따위 글을 쓴 것일까. 그건 바로 일본놈들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광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의도나 저의는 무엇일까.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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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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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 평론가 이동진 님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본단다. 수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이자 다독가인 이동진 님은 가끔씩 책들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책에 관심이 좀 있는 아빠도 그 동영상들을 가끔 참고하기도 한단다. 이번에 읽은 마거릿 렌클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이 책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의 짤막짤막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란다. 그 에세이들 중에 하나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뽑긴 했지만, 이 책의 중심 주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우리는 늘 작별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사람들과 하는 작별뿐만 아니라, 동물들, 식물들, 사물들과 작별하고 지금 이 순간과도 끊임없이 작별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 책의 원제를 보니 “Late Migrations”로 되어 있는데, 아빠의 생각에는 원제보다 번역본의 제목을 더 잘 뽑은 것 같았단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새 두 마리와 과일, 꽃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많은 에세이들이 자연과 새들을 많이 이야기해서 그렇게 디자인한 것 같더구나.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 책은 여러 에세이들이 실려 있지만, 모두 지은이 마거릿 렌클 주변의 이야기이고, 시대순으로 정렬이 되어 있어 지은이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어. 그 시작은 지은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1931년 전부터 시작한단다. 이 때는 당연히 지은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지은이의 외할머니가 지은이의 어머니가 태어난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시작을 한단다. 그리고 현재의 지은이의 주변 이야기와 옛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들려준단다.

지은이는 1961년생인데,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도 할머니의 전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단다. 아기의 태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온 가족의 사랑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순간이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빠는 너희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들이 떠올랐단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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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친족들-어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얀 후광 속에 온전히 차분하게 잠겨 있는 외외증조할머니-이 모두 내 주위에 모여 있다. 너무 일찍, 작고 허약하게 태어난 나는 모든 사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그들은 모든 사진 속에서 내 주위에 모여 머리를 기울인 채 내 입술이 또 다시 파래지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너무도 얇게 숨을 쉬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너무 작고 항상 추위를 탄다. 하지만 친족들은 마차 태양인 양 나를 보고 있다. 내 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들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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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 지은이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도 이야기해주는데 이 또한 너희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지은이가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고 할머니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아빠는 너희들이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많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것 같구나. 이제라도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겠구나. 육아일기라도 써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을 읽다 보면 너희들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아빠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는데 아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단다. 안타깝게도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신 분들이 별로 없었어.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습으로 그 시절을 추측하는 하는 수준이지. 그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이 인생에 있어서 참 아름다운 시절이고 사랑을 많이 받던 시절인데,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참 안타깝구나.

다시 책 이야기를 해보면, 지은이는 어려서 시골에 살면서 많은 동물들과 많은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어. 그런데 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지은이의 엄마가 우울증 증세로 고생을 하신 것 같았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할머니 등 친척들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지은이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은 정원에서 만나는 동물들과 식물들이었단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 동물들과 식물들에 관한 글들이 많이 담겨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살아서 지은이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물들과 식물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남아 있는 기억이 거의 없구나. 작가들은 역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지은이가 나이를 들면서, 사랑하는 가족들도 하나 둘 떠나게 되는데 그 슬픔이 읽는 이에게도 느껴지더구나. 아빠는 아직 부모님과 이별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이별은 정말 큰 상심일 거야. 지은이도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이 큰 상심이 되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에 대한 글들을 무척 많이 쓰셨단다. 어머니가 기르던 개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시리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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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어머니의 장례식 2쥐 뒤, 그 개가 가출했다. 얼룩배기 털을 가진 그 개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부르면 절대 한 번에 오지 않았고, 가장 낮은 덤불 밑, 꺾어진 가장 작은 나뭇가지 뒤로 몸을 감추었다. 겁에 질린 나는 정원을 뒤집어 엎으며 그 개를 찾았다. 마침내 길 건너편 어머니 집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뒷문 앞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뛰어오르고 할퀴고 있는 그 개를 발견했다. 얼마나 절박하게 할퀴었는지 문설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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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은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셨다는 마지막 말들도 코끝을 찡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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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37)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한 단어.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우라질.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하지 않은 단어.

콧물.

 

아버지가 좋아한 농담의 마지막 문장.

  , 제기랄. 내가 개똥을 밟았어.

 

아버지가 좋아한 시의 첫 문단.

   토요일의 저녁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

   오말리가 바의 문을 닫고 있다,

   그가 몸을 돌리고

   붉은 옷을 입은 여자에게 말했다.

   “나가요, 당신은 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한 마지막 말.

   고맙다.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

   그만해.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한 말.

   사랑해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사랑해요.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하지 못한 말.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 , 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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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보다 또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어머니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구나. 아니, 아버지들도 그럴 거야. 아빠도 너희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가끔씩 아빠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과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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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어머니는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고, 나도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다. 지금 내 몸은 정확히 어머니 몸의 복제품이다. 내 굵어진 허리에서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의 발이 나를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안 나는 지켜본다. 내 목의 접힌 부분과 눈썹에서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준 반지를 낀 내 손가락의 곡선에서 어머니를 느낀다. 어머니가 절대 빼지 않던 그러나 남겨 줘야 했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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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라는 것 같았어. 심지어 작별하는 순간도 말이야. 그리고 아빠의 글 솜씨가 좋진 않지만 너희들과 보낸 시간들을 좀더 많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단다. 오늘은 대충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단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생명의 순환을 차라리 죽음의 순환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을 것이고, 죽는 모든 것은 먹힐 것이다. 벌레는 파랑새에게 먹히고, 파랑새는 뱀에게 먹히고, 뱀은 매에게 먹히고, 매는 올빼미에게 먹힌다. 이것이 야생의 작동 방식이고, 나는 그걸 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 P13

사랑의 그늘진 면은 늘 상실이고, 비통함은 사랑 자체의 쌍둥이일 뿐이다. 마마 앨리스가 돌아가셨을 때 내 어머니는 열두 살이었다. 파파 독은 포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길가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자라고 있는 장미 덤불을 응시했다. "내 생각에 파파 독은 그때 죽기로 결심하셨던 것 같아."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겨우 한달 남짓 사셨으니까." - P20

그렇기는 하지만, 잔혹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종이다. 2007년에 베트남에서 심한 장애를 가진 선사시대 인간의 화석이 발굴되었다. 그 화석 인간의 골격은 클리펠파일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선천성 질병의 특징인 융합된 척추뼈와 약한 뼈들을 보여 주었다. 그 남자는 사지 마비 환자였고, 자기 힘으로 음식을 먹거나 몸을 깨끗이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동체 안의 다름 사람들이 돌봐 준 덕분에 성년기-알겠는가, 석기시대에 말이다-까지 생존했다. - P101

하지만 겨울이면 플라타너스의 헐벗은 가지들이 자기들이 여름 내내 보호한, 내 머리 30센티미터 위에 있는데도 거의 보이지 않던 흉내지빠귀 둥지를 보여 준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너무도 많이 흩어져 있어서 가로등만이 유일한 방해물이다. 붉은꼬리말똥가리가 차가운 노란 발 위로 깃털을 부풀리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내가 맹세할 수 있는 너무도 고요한 태도로 땅을 조사한다. - P168

내 꿈속에 나올 때 엄마는 저승의 유령 혹은 나 자신이 느끼는 비통함을 반영하는 표정이 아니라, 항상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다. 꿈에 엄마가 나올 때마다 나의 첫 반응은 항상 안도감이다. 오,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가 착각했어요. 당신은 살아 계십니다. 꿈속에서 내가 엄마를 붙잡고 꼭 껴안으며 몇 번이고 "엄마가 왔네요. 엄마가 돌아왔어요. 하느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머니는 항상 놀라고 어리둥절해한다. - P252

그 모든 해를 지나온 후 모성은 여전히 내 안에서 맥박처럼 똑똑 소리를 냈고, 긴 줄에 서 있을 때마다 나는 유령 아기를 팔에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며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 아들들을 본다. 이제는 전부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다. 때때로 그 아이들의 머리가 내 엉덩이 근처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그 아이들의 축축한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에 얽혀 있거나 블라우스 뒷자락을 움켜지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때로는 저녁 식사 중 아이 한 명이 유리컵을 입술에 가져갈 때, 그 아이의 손이 빨대 컵을 붙잡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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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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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잠시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Jiny가 읽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어떤 책인가 읽어보려고 폈다가 앞 부분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와서 읽게 되었단다. 심장이라고 하면 영어도 “heart”라고 하는데, 피를 온 몸으로 펌프질을 보내는 역할적인 측면이 있어서 pump라는 말을 쓰기도 하나 보구나. 이 책의 영어 원제는 <PUMP>란다. 심장이라고 하면 학장 시절에 배웠던 동물별로 심장의 구조가 다른 것이 기억나는구나. 1심방 1심실부터 2심방 2심실까지 다양한 심장의 구조. 사람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2심방 2심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배웠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아빠가 생물과는 거리를 둔 학과와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심장에 대한 심도 깊은 글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구나. 이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구나. 잠시라도 심장이 멈춘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심장은 우리 신체기관 중에 가장 중요한 기관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게 소중한 심장에 대한 책이다 보니, 지식 축적의 목적으로 읽고 싶어서 책을 구입했었어. 하지만 방구석 한쪽에 쌓인 책탑에 무심하게 자리를 차지고 있었는데, Jiny가 읽어 보고 싶다고 해서 아빠도 그제서야 이 책을 들쳐보게 된 거야. 지은이라는 빌 슈트라고 하는 동물학자라더구나.

동물학자이다 보니, 심장의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심장보다 동물들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구나.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끌게 한 책의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도 다름 아닌 고래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란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흰수염고래의 심장 이야기인데,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심장이라고 하는구나. 심장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의 몸집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라고 하는구나.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전체 몸의 0.3% 크기밖에 안 된데. 다른 동물들이 보통 자신의 몸의 0.6%의 크기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작다고 하네.

조류들은 자신의 몸에 비해 심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빠른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동물들마다 평균 심박수도 다르다고 하는데, 벌새의 경우는 분당 1260회를, 뒤지는 분당 1320회의 심박수를 가지고 있다는구나. 저렇게 빨리 뛰는데 심장이 제대로 동작을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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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8)

이렇게 작은 동물들이 조증환자 같은 행동을 유지하려면 세포에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만큼의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하려면 심박수를 늘려서 혈액을 더 자주 펌프질해 산소와 영양분을 신체의 각 부위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 결과 이런 동물들의 심박수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높다. 벌새의 심박수는 분당 1260회에 달하고 뒤쥐는 척추동물 중에서 최고에 속하는 분당 1320회에 이른다. 대략 35세 인간의 최고 심박수의 일곱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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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심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되어 왔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심장이라는 것은 순환기관이라고 한단다. 피와 영양분들을 온 몸에 전달해 주니까 말이야. 그런데 모든 동물이 심장이 있을 필요는 없어. 단세포 생물이나 미생물들은 심장이 없으니 말이야. 그 동물들은 다른 방법으로 영양분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 팔이야. 투구게라는 동물이 있는데 4 4500만 년 전에 살던 동물인데 신기하게도 요즘도 아직 멸종되지 않고 살아가고들 있단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면서 푸른 피를 가지고 있는 쿠구게의 심장은 심장 진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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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하지만 투구게는 회복력이 뛰어나다. 가장 오래된 쿠구게의 화석기록은 4 4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최초의 공룡 출현보다 대략 2억 년이나 빠른 시기다. 투구게는 삼엽충을 포함해 한 때 번성했던 절지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고대 무척추동물일 것이다. 투구게만큼 지구상에서 오래 존재해온 동물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이들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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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심장 구조를 가진 동물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심장이 세 개인 오징어가 있다는구나.

심장이 멈추면 이내 죽고 마는데, 잠시 심장을 멈추었다가 나중에 다시 뛰는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그래서 이름을 송장개구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송장개구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이 멈추었다가 따뜻해지면 다시 심장이 뛰어 살아난다고 하는구나. 이런 동물들이 있어서 SF소설들에게 인간이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다시 몸이 녹으면 살아나는 설정이 많이 나오는 것 같구나. 송장개구리처럼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중에는 심장 박동수를 급격히 줄여서 딱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만 온몸으로 보내면서 겨울을 난다고 하는구나. , 사람도 이렇게 심장 박동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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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박쥐를 비롯해 동면하는 동물들은 겨울철에 산소와 영양분을 덜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온도 외에도 위와 같은 대사율 하락은 동면의 중요한 특징이다. 동면하는 곰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듯이, 평소에 분당 500~700회까지 올라가는 박쥐의 심박수도 동면 기간에는 분당 20회까지 떨어진다. 이 기간에는, 추위에 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쥐도 혈액을 사지로 보내지 않고 몸의 핵심부로 보내 가장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고 온도를 유지한다. 추위에 떠는 사람과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의 심장은 저온저산소 조건에서도 세동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이다. 세동은 심장근육 섬유가 불규칙으로, 동기화되지 않고 수축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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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러 동물들의 다양한 심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고, 이제 심장에 대한 연구와 의학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심장에 병에 생기면 불치병인 경우가 많단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게 되면 좋겠지만 한 개뿐인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단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의사들은 동물의 심장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했어.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심장병 걸린 아기에게 이식을 했었는데, 혈액형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서 아이는 금방 죽었다고 하는구나.

혈액형을 맞추었다고 해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거야. 이종 간의 신체 기관 이식 수술은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이종간의 연구는 지속적으로 해왔고, 최근에는 사람의 심장과 크기가 비슷하고 유전자적으로 비슷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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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돼지의 심장은 크기나 해부학적 구조, 기능에 있어서 인간의 심장과 매우 비슷하다. 암퇘지는 한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는 점도 중요했다. 조직부적합성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실험용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면역계에 의해 거부당하는 사태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시퀀스를 제거할 수도 있다. PERV는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진보다. 최근 들어 연구자들이 이렇게 유전자를 재조합한 돼지의 장기를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게 이식하기 시작했고, 2021년 이후에는 임상 전 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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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대한 연구는 고대 시대부터 꾸준하게 이어졌어.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렇게 이어지던 연구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해부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심장 연구에도 암흑기가 이어졌다는구나. 그랬다가 1600년대에 와서야 해부금지령이 해제되었다고 하는구나. 심장의 역할이 피를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으로 옮기는 것이다 보니, 수혈의 역사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오래 전에 피가 부족하게 되면 피 대신 포도주나 우유 또는 다른 동물의 피를 정맥에 넣는 시도도 했었대. 물론 실패를 했겠지.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시도도 했지만 ABO식 혈액형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

시간이 흐르면서 심장 연구도 계속 발전을 했는데 청진기가 발명되어 심장 소리를 듣고 병을 진단하는 하게 된 이야기부터 인공 심장 이식을 받은 최신 의료 기술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빠가 너희들에게 그걸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안되어 패스해야겠구나. 이야기 하나를 해 줄 것이 있다면 건강한 심장을 위해 먹어야 할 것들을 책에 나온 것을 그대로 발췌해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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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육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전체의 육류 소비량은 지난 50년 사이에 네 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순환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942년부터 1945년 사이에 노르웨이에서는 심장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0퍼센트가 감소했다. 왜 그랬을까? 가축을 모조리 독일군에게 징발당하여 육류나 계란, 유제품을 먹을 수 없었던 노르웨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채소, 곡류, 과일 같이 저지방 식품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 결과 심장질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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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으로 대략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몇몇 적어 보았단다. 책의 앞부분은 재미있는 소재로 흥미롭게 시작하여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전문 용어가 나오고 하니 읽기 그리 쉽지는 않았단다. 지금의 너희들에게도 추천하기 조금 조심스럽더구나. 좀더 큰 다음에 읽어볼 것을 추천하마.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014 4월 중순,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작은 어촌 트라우트 리버에서 눈썰미 좋은 한 주민이 세인트로렌스만 쪽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무리 괴짜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방실판막은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가는 혈액을 조절하지만, 동시에 심실이 수축해서 온몸으로 혈액이 심방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질긴 섬유인 힘줄끈(건삭)을 흰김수염고래의 심장에서 열 줄 이상 볼 수 있다. 진짜 끈처럼 생겨서 심금이라고도 부르는 이 끈의 주요 성분은 콜라겐이라고 하는 구조단백질이다. 힘줄끈의 한쪽 끝은 심실 바닥에 튼튼하게 박혀 있고 반대편 끝은 판막첨판에 붙어 있어서, 심실이 수축할 때 판막첨판이 심방까지 밀려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심방과 심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 P39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가 철과 결합한다. 또 헤모시아닌과는 달리, 헤모글로빈은 혈액 안을 자유로이 떠다니지 않는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라는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데, 적혈구의 수명은 대략 4개월이다. 또한 헤모글로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은 구리가 아니라 철이기 때문에, 혈액은 산화되어도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산소와 결합하는 분자의 색깔 변화는 우리 환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경계나 출입제한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붉게 녹이 스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 P85

다윈이 사망한 이후 14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연구자들이 이 위대한 과학자의 죽음의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진단 내린 병명에는 불안장애의 일종인 광장공포증, 브루셀라증이라 불리는 박테리아 감염증, 만성 비소중독, 만성 불안증후군, 심각한 수준의 만성 신경쇠약, 만성 장 질환인 크론병, 주기성 구토 증후군, 우울증, 극도의 심기증, 위궤양, 통풍, 유당 불내증, 내이의 장애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공황장애, 미토콘드리아성 뇌근육병증, 젖산산증, 뇌봉중양증상, 모계유전의 신경근계 이상, 정신신체증 피부질환 그리고 동성애 억제 등이 있다. - P252

이러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의 패션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치렁치렁하게 끌리던 치마는 집 안까지 박테리아를 몰고 들어온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입지 않았으며, 코르셋은 혈행을 막는다는 이유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복잡한 속옷 역시 결핵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스타일도 영향을 받았다. 구레나룻이든 턱수염이든 병균이 꼬인다고 생각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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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4년 봄호 - 통권 185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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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를 읽었단다. 얼마 전에 또 한 번의 선거가 끝이 났단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지만, 보기 싫은 얼굴들이 대거 당선이 되어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더구나. 얼마 전에 Jiny가 학교 숙제라면서 현대 민주정치의 개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잖아. 쉽지 않은 숙제로구나. Jiny는 먼저 다수결로 결정되다 보니 소수의견이 무시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잖아. 참 좋은 지적인 것 같았어.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로 선거에 뽑힌 사람들이 국민을 대신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단다.

그리고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중요한 국가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어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만 내놓고 있지. 현대 민주 정치의 문제점들이 많지만, 선출직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그래서 녹색평론에서도 늘 이야기하지만, 국민 숙의제도라든가, 정책의 최종 결정을 시민이 할 수 있는 시민 의회제도, 아니면 아예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도 소개해주었었단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끼어들기 쉽지 않은 제도들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선거에 동참하자는 글을 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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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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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는 이제 진짜로 AI 시대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ChatGTP를 필두로 여러 AI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AI가 그림 그림, 사진, 영상, 소설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들을 침범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간단다. AI가 인간 세계에 마냥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오히려 인간 세계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AI의 발전은 기후 위기에 닥친 지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단다. AI를 발전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 센터가 세워질 텐데, 데이터 센터는 많은 양의 전기를 먹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열을 내뿜게 된단다. 데이터 센터의 세울 때 가장 고심하는 것이 어떻게 열을 내리느냐이거든. AI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테고, 그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발전소를 만들 텐데, 쉽게 생각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라는구나.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주식이 오르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었어.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꼭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전기에너지 급증에 대항 우려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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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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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가장 큰 우려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점이란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다 보니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직업군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업군을 너무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판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했으면 좋겠구나.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친 판결을 너무 많이 하셔서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 그런데 지구를 죽이면서까지 A/I가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2.

손주화, 윤현식, 황종규, 하승수 이렇게 네 분이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라는 대담이 실려 있는데, 하시는 말씀들이 좋았단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소멸과 지방자치에 대해 좋은 의견들을 내놓으셨단다. 지방 소멸을 해결하겠다고,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려는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했어. 참석자의 말씀대로 지방이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빠르니까 말이야. 물론 집값 걱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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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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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양대 정당 체제하에서는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척 어렵다고 했어. 지방의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도 했단다. 주민자치를 입법화하여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이번 독서 편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우리나라 현대 민주정치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는데, 주민자치가 살아나야 좀더 직접민주정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단다.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좀 들긴 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의견인 것 같기도 했단다. 우선 실천을 해 나가면서 이상과 현실을 좁혀야 하지 않나,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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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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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외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실었단다. 그런 이야기 중에 바닷가 모래밭의 오사용에 대한 예를 들면서, 국민들이 좀더 정치에 참여하면 그런 오사용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아빠는 바닷가의 모래밭이 그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무슨 말이냐면 바닷가 모래밭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특정 개인에게 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주고 있다는 거야. 그 개인의 땅도 아닌데 말이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빠처럼 바닷가 모래밭에 세워진 상업시설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땅을 특정인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야. 그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지차체에서도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단다. 아는 것이 힘. 지금이라도 관련 지차체에서는 아름다움 모래밭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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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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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녹색평론에서 서너 권의 책 서평을 실어주는데, 이번 호에서는 여섯 권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중에 아빠는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와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란다. 먹는 것이 곧 우리의 몸이 되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니.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를 이야기하고, 음식 쓰레기에 대해 대처하면서 지구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고 했어.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먹거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볼 만 책인 것 같았어.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은 시집이란다. 아빠가 지난 녹색평론 184호에 실린 김해자 님의 <삼십년 후, 소년 소녀에게>라는 시를 너희들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잖니. 그 시도 시집 <니들의 시간>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그 밖에 시의 언어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시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시집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래서 리스트에 올려 놓았단다.

이상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다. 약간 아쉬운 이번 총선의 결과였지만, 국민의 뜻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렇게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과연 그 분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볼까? 아니면 지금처럼 해온 것처럼 철저히 외면할까? 총선 이후 몇몇 언론에 비친 모습과 인선을 보니 변하지 않을 것 같구나. 아직도 3년도 더 남았구나. 너무 길다.


PS,

책의 첫 문장: 인공지능(AI)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다.

책의 끝 문장: 그래야 정치적 승리도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 P6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P2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 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 P40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 P108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P154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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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6 - 제2부 민족혼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정래 님의 <아리랑> 6권을 이야기해줄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리랑>은 너희들도 나중에 꼭 읽으면 좋겠구나. <아리랑>을 통해 일제 시대 역사를 알 수도 있는 좋은 기회는 당연한 것이고, 우리나라 지리에 대한 묘사도 정말 아름답게 하시는 것 같단다. 그런 부분이 여러 곳 나오는데, 오늘은 백두산과 압록강에 대한 묘사한 부분을 소개해 줄게.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뽑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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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양쪽 강변에 완만하고 묵직한 자태로 뻗어나가고 있는 산줄기는 진초록으로 치장한 몸을 압록강에 그림자로 담그고 있었다. 느린 파도의 굽이침처럼 봉우리 봉우리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그 긴 산줄기는 동쪽으로 가면서 점점 높아지고 억세지면서 그 모습을 아스라하게 감추고 있었다. 그 산줄기를 따라서 따라서 가면 이르게 되는 곳, 그곳이 백두산이었다. 그러니까 압록강 양쪽으로 뻗어내리고 있는 산줄기는 사방팔방으로 뻗치고 있는 백두산의 서쪽 일부 자태였고, 압록강 철교 부근에서 자취를 감추는 산줄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드리워진 백두산의 머리카락 그 한오라기 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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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는데, 우리나라 함경도에 프랑스 파리 식으로 만든 도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단다. 물론 아빠가 <아리랑> 20여 년 전에 한번 읽었으니 그때도 알았을 텐데, 다 까먹어 버렸으니 처음 알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나남의 옛 사진을 좀 찾아봤는데, 서양식 건물이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파리식으로 보일만한 사진은 찾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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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남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식으로 꾸며졌다고 했다. 나남은 그야말로 군대가 중심이고 군이니 주인인 도시였다. 군사업무를 총괄하는 건물이 시가지 중앙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있는 원형공원을 중심으로 해서 일곱 개의 도로가 방사선으로 곧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로들에서 다시 가지를 치며 다른 도로가 뻗어나가기도 했다. 나남은 억센 산줄기 많기로 유명한 함경북고의 산들로 에워싸여 있는 자연요새 같은 분지였다. 그 궁벽한 오지에 어찌 그리 멋들어진 서양식 건물들을 즐비하게 세워 도시를 이루어낸 것인지 양치성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런데 나남에서는 조선사람들의 집이라고는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간에 단 한 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온통 서양식 관공서들과 일본식 상점이나 집들로 차 있는 것을 양치성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군산이 개명한 줄 알았는데 군산은 나남에 댈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의문은 한마디의 설명으로 쉽게 풀렸다. 일본군이 처음 나남에 주둔한 것은 노일전쟁이 끝나면서였고, 그때 나남은 조선사람들 30호 정도가 마을을 이루고 산 한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10년 세월 동안에 순전히 일본사람들 손으로 새 도시가 꾸며졌으니 한옥이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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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아리랑> 6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6권이 제2부 민족혼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구나. 일본 정보부 소속 양치성은 장사꾼으로 위장하여 만주로 떠난단다.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군 조직을 색출하기 위함이지. 그 만주땅에는 송수익도 가명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어. 대놓고 독립운동을 할 수 없어서, 겉으로는 대종교로 활동하면서 실제로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어. 국내에서 살기 어려워진 백성들이 만주로 밀려들었는데, 이 중에는 밀정도 있었어. 그래서 새로 오는 사람들은 아주 철저하게 조사를 했고, 밀정으로 밝혀진 이들은 가차없이 죽였단다. 백성들이 만주에 정착한 마을은 통하현, 유하현, 해룡현 등으로 계속 늘어났단다. 그 와중에 대종교 교주였던 나철의 자살 사건이 있어서 독립운동이 위축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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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철은 유서 <순명삼조(殉命三條>를 통해 자신이 왜 목숨을 바치는지를 밝히고 있었다. 첫째 배달민족의 번성이 걸린 대교를 위해 죽는 것이며, 둘째 한배님의 은혜를 갚지 못한 죄로 한배님을 위해 죽는 것이며, 셋째 온 천하의 동포 형제자매가 암흑세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대신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계기로 하여 대종교가 더욱 번창하고, 그 힘으로 일본을 물리쳐 배달민족이 광명을 되찾기를 소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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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에서는 군자금 조달을 하려는 노력이 이어졌어. 박상진이라는 사람은 대한광복단을 만들어 친일 부자들에게 경고 편지를 보내고 강제로 돈을 빼앗는 과감성을 보이기도 했어. 주색잡기에 빠진 정재규도 그 경고편지를 받았단다. 그 편지를 받고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정재규는 주재소를 찾아가 신고를 하고 신변 보호 요청을 했어. 주재소는 이에 서무룡 일당을 보내주었단다. 서무룡 기억나지? 깡패 집단을 만들고 자신이 오야붕이 된 사람. 도둑을 지키겠다고 집안에 깡패 무리들을 끌어들인 거야. 서무룡 일당들은 정재규의 집에 와서 오히려 온갖 횡포를 부리고, 집을 지켜준다고 큰 돈을 요구하기도 했어. 정재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서무룡의 요구를 들어주었단다. 박상진의 대한광복단은 대구에서 육혈포 강도단 사건으로 친일 부자들을 죽이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못 가 체포 당하고 말았단다.

 

1.

일제의 탄압은 점점 심해져서 사사건건 통제를 했어. 당시 전국에 서당이 만여 곳이었는데, 일제는 서당 폐쇄법으로 강력 규제를 했단다. 서당을 중심으로 민족의식을 높이려던 노력도 더 이상 할 수 없었어.

불쌍한 보름이도 생각나지? 장칠문이 첩으로 두었다가 일본의 사찰과장 세키야에게 빼앗겼잖아. 보름이를 서무룡이도 탐내고 있었는데, 서무룡은 보름이가 혼자 있을 때를 틈 타 찾아와 겁탈했단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란다. 불쌍한 보름이는 세키야의 아이를 임신했어.

정재규, 정상규, 정도규 삼형제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줄게. 크게 바뀐 건 없어. 정재규는 여전히 주색잡기로 정신을 못 차리고, 정상규는 재산을 불리는데 혈안이 되어 소작인들을 엄청 괴롭혀서 소문이 났지. 정도규는 이 두 형들을 못 마땅해했고, 자신은 일본에 유학을 하면서 다른 유학생들과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했단다.

다시 만주의 밀정 양치성 이야기를 해줄게. 양치성은 밀정 검사를 통과해서 송수익이 살고 있는 마을 잠입에 성공했단다. 장사꾼을 위장하여 그 마을을 수시로 드나들었어. 그런데 그 사악한 밀정도 보는 눈이 있는데, 그만 수국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단다. 자신이 밀정 일로 그 마을에 오는지, 수국을 보러 오는지 스스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어. 수국에 반한 사람은 양치성 뿐만 아니라, 수국의 동생 방대근의 친구인 김시국도 수국을 좋아했단다. 김시국은 수국에게 고백을 했지만 수국은 거절했어. 예전에 그 일 이후 남자들을 너무 무서워하고 거부했단다.

한편, 송수익은 방대근, 김시국 등과 함께 무기를 얻기 위해 연해주에 왔단다. 당시 연해주는 러시아 혁명 이후 백군과 적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어서 혼란의 시기였어. 연해주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하던 조선 청년들도 이 내전으로 혼란을 가져왔어. 연해주의 이런 혼란으로 무기를 목표량에 한참 미치지 못했단다. 만주에서는 독립운동은 점점 무르익고 있었고 1918 11 18일 만주에서 독립선언을 발표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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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만주땅의 가을은 너무 짧아 9월로 접어들면서 며칠 간 가을빛이 스치는 것 같으면서 나뭇잎들이 와짝 단풍이 들었다. 그 단풍들도 며칠이 못가 낙엽 지며 10월의 문턱에서 얼음이 얼었다. 그리고 설한풍이 몰려오는 11월의 만주땅에 뜻밖의 열풍이 일어났다. 독립지사 39명의 이름으로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된 것이었다. 그 독립선언서는 만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박은식 신채호 박규식을 대표로 하여 중국 전역을, 이동휘 이범윤 등을 대표로 하여 노령 일대를, 박용만 안창호 이승만을 대표로 하여 미주지역까지 포괄하는 그야말로 범민족적 대표성을 확보한 최초의 대한독립선언서였던 것이다. 1918 11 13일 터져오른 함성이었다. 사람들은 그 선언을 무오(戊午)독립선언이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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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19 2 8일에서는 도쿄에서 유학생들 중심으로 독립선언을 발표했단다. 이때 주도한 백관수라는 사람인데, 그가 남긴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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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백관수 : ……오족(吾族)은 생존의 권리를 위하여 모든 자유행동을 수()하여 최후의 일인까지 자유를 위하여 열혈의 투쟁을 불사할 것이다. …… 일본이 만약 오족의 정당한 요구에 응치 않으면 오족은 일본에 대하여 영원히 혈전을 선언하겠다. …… ()에 오족은 일본 또는 세계 각국이 오족에게 민족자결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여 만불성(萬不成)하면 오족은 생존을 위하여 자유행동을 취하여 오족의 독립을 기성(期成)할 것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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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6권에는 삼일운동에 대한 전개 과정을 상세히 잘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삼일운동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란다. 앞서 이야기했던 만주에서의 독립선언, 도쿄에서의 독립선언이 영향을 주었고, 국내외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3.1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거야. 드디어 1919 3 1일 종로에서 3.1 운동의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단다. 33인의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으나 실제 백성들이 모여 있는 종로에는 나타나지 않았단다. 그들의 비겁함은 아빠가 작년에 읽은 <만세열전>에서도 이야기 주었지. 그래서 학생들 중심으로 만세 운동이 전개되었어.

공허 스님도 그 현장에 있다가 이 큰 물결을 전국으로 퍼트려야겠다고 생각하여 군산으로 독립선언서를 들고 내려갔단다. 공허 스님이 군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군산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세 운동을 하고 있었어. 송수익의 첫째 아들인 송중원도 만세 운동에 참가했어. 이 만세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는데, 대부분 학생들과 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되었다고 하는구나.

땅을 일제에 빼앗겨 되찾는 것을 도모하고 있던 박건식, 김춘배도 만세 운동을 통해서 땅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단다. 무리들을 이끌고 주재소까지 밀고 갔는데 일본 경찰들도 강경 대응하였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김춘배도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단다. 뿐만 아니라 경찰에 잡힌 만세꾼들은 공개 처형을 당했단다. 만세꾼들도 밤에 친일파 지주들을 습격하곤 했단다. 호남 친화회 회장인 악질 백종두도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며칠 지나 숨지고 말았단다. 소설 속에서라도 친일파들이 이렇게 처단되는 것이 시원하더구나.

 

2.

수국의 미모는 중국인 지주까지 반하게 하여 수국을 첩으로 삼으려고 했어. 송수익이 잘 설득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단다. 결국 감골댁, 수국, 방대근은 야반도주하기로 했단다. 송수익이 추천장을 써주어 대근의 식구들은 북간도 용정으로 또 이주했단다. 방대근은 대한정의단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했고, 감골댁와 수국도 대한정의단의 살림을 도와주었어.

여자에 눈이 멀면 세상 끝까지 쫓아오는가 보구나. 먼저 방대근의 친구 김시국이 수국을 찾아왔단다. 수국은 여전히 김시국의 구애를 거절했어. 얼마 후에는 장사꾼으로 위장한 양치성까지 찾아왔단다. 양치성은 김치국이 수국에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납치해서 죽여버렸단다.

만세 운동은 국내뿐만 아니라 만주까지 퍼졌단다. 3.1운동 이후 서간도와 북간도에서는 많은 독립단체들이 생겨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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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본국에서 3.1 만세가 일어나고 그 불길이 서간도로 옮겨 붙자 북간도의 여러 단체들은 만세시위를 계획했다. 그 단체들은 대종교의 중광단, 기독교계의 간민회, 공자를 모시는 공교도, 성리교 단체 등이었다. 그들은 시위가 벌어진 그날 저녁 연길현 국자가에서 통일조직으로 조선독립기성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4월에 접어들어 명칭을 대한국민회로 바꾸면서 조직을 개편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이 간부직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광단에서는 그 사태를 묵과하지 않았다. 외래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대종교들로서는 기독교인들의 그런 독주를 용납할 수 없었고, 또 그동안 많은 학교를 세우고 무오독립선언을 추진하는 등 북간도의 독립운동을 주도해 왔던 중광단의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중광단은 5월에 대한국민회를 탈퇴하여 대한정의단을 결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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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립단체들이 생기도 하니, 지향하는 바도 다른 경우도 있는데, 그 단체들 중에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목표가 다시 임금을 받들기 위해서라는 단체도 있었어. 그런 걸 복벽주의자들이었는데, 송수익은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임금 중심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새로운 나라는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아빠도 송수익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주에서 불이 붙은 독립 운동은 무장투쟁으로까지 이어졌단다.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많은 백성들의 가슴을 뛰게 했단다. 봉오동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은 비겁한 복수를 했단다. 원래 일본 경찰은 만주에 직접 들어오지 못하는데, 훈춘 사건을 조작하여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일본 경찰과 군인들이 만주로 들어와서 독립군들을 토벌하기 시작한 거야. 이때 많은 독립군들이 죽었단다. 송수식의 부하이자 필녀의 남편이었던 배두성도 이때 죽고 말았단다.

하지만 이런 일제의 만행에도 여의치 않고 독립군은 또 하나의 전투를 준비했는데 바로 청산리 전투였단다. 홍범도 장군과 김좌진 장군 등이 주도한 이 전투에서도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단다. 방대근도 북로군정서 소속으로 이 전투에 참가했단다. 청산리 전투 이후에 일본은 더 잔혹한 복수를 감행했단다. 조선 민간인들을 마구 죽인 거야. 1920년이 육십갑자로 경신년이었기 때문에 일제의 이 만행을 경신참변이라고 부른단다. 양치성은 이 때가 수국이를 차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수국의 어머니 감골댁을 죽이고 수국이를 뒤로 빼돌린 다음 자신이 보호해준다는 척 하면서 수국을 차지하게 된 거야. 소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겠지만, 양치성이란 놈은 제발 고통스럽게 죄값을 치렀으면 좋겠구나.

요즘 들어 더욱 친일파들이 더 극성인 것 같아 열 받는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없는데, 정부 인사들이나 정치인들 중에 역사를 잊은 이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 되더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압록강은 여름답게 강폭이 넓어져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독립군이 밀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풍문과 함께 사람들은 그 대학살을 경신참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동회는 향촌 어디에서나 저마다 운영하는 마을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동네마다 당산나무가 있듯 동회가 없는 마을은 없었다. 동회에서는 마을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 대소사에서부터 공동의 질서와 규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임이었다.
동네제사 날짜, 계모음, 두레와 품앗이 순서, 농로나 수로 보수의 부역, 명절놀이 계획, 예절과 풍기, 각종 부고, 남녀 품삯, 구휼 같은 것을 결정해서 서로서로 힘을 합쳐 돕고 마을이 화목하고 평온하게 유지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여러가지 마을일들을 결정하는 기본이 되는 규범이 바로 향약이었다.
- P84

윤철훈은 앉음새를 고치며 목례를 차리고는, "제가 동지들을 만나고자 한 뜻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여기 연해주는 사태가 급박합니다. 일본군은 반혁명군인 백군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 조선 사람들을 회유하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선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적군을 지원하면서 일본군을 치는 빨치산투쟁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건 소비에트 혁명을 돕는 길인 동시에 우리 조선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군들을 연해주에서 몰아내야만 우리의 독립투쟁지를 회복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혁명을 도와야 혁명이 완수되면 소비에트는 식민지 약소민족의 해방선언에 입각해 우리의 독립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돕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년단을 조직했고, 단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동지들이 오셨다기에 인사도 드릴 겸 해서 찾아뵌 것입니다." - P109

"예, 그 말언 맞구만요. 허나 독립단체라고 혀서 다 똑겉지가 않다는 것얼 명백허니 알아둬야 헐 것이구만요. 시방 독립운 단체덜언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디, 그것이 무엇인고 허니 보황주의허고 공화주의로구만요. 요것이 무신 뜻이냐 허면 우리가 뺏긴 나라럴 되찾자고 독립투쟁얼 허기넌 허는디, 누구럴 위허는 어떤 나라럴 세울 것이야 허는 중대서럴 논허는 것이올시다. 다른 말로 복벽주의라고도 하는 보황주의넌 나라에 주인언 임금이니 독립운동도 임금얼 다시 받들기 위해 해햐 헌다는 것이고, 공화주의넌 그 반대로 나라에 주인언 백성이니 독립운동도 온 백성의 뜻얼 받드는 나라럴 세우기 위해 해야 헌다는 것이오. 우리 군정부에서넌 공화주의럴 내세우는 것이고, 아까 그 대한독립단언 복벽주의럴 내세움스로 여러분덜얼 끌어갈라고 헌 것이구만요. 그러니 쌈이 안 일어날 수가 있겄소?" - P203

11월의 만주는 한겨울이었다. 북풍은 칼날이었고, 하늘도 땅도 다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엮어내는 소문이나 소식들은 전혀 얼어붙을 줄을 모르고 싱싱하게 살아움직이고 있었다. 서간도의 군정부가 명칭을 바꾸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새로 붙인 이르이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라고 했다. 그 까닭인즉 상해임시정부에서 여운형을 파견하여 군정부도 상해임시정부에 통합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군정부의 총재 이상룡은 하나의 민족이 두 개의 정부를 가져서야 되겠느냐고 간부들을 설득하여 <군정부>라는 명칭을 양보한 것이라 했다. 그것은 곧 상해임시정부를 유일 정부로 인정함과 아울러 그 위상을 높여주는 조처였던 것이다. - P219

그 노랫소리는 금방 독립군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많은 목소리들이 그 노랫소리에 합해졌다.

기다리던 독립전쟁 돌아왔다네

노랫소리는 모든 독립군들의 마음을 끌어잡으며 뒤흔들고 있었다. 노래는 마침내 합창이 되었다.

이때를 기다리고 십년 동안데
갈았던 날랜 칼을 시험할 날이
나아가세 대한민국 독립군사야
자유독립 광복함이 오늘이로다
정의의 태극 깃발 날리는 곳에
적의 군대 낙엽같이 쓰러지리라

탄환이 빗발같이 퍼붓더라도
창과 칼이 네 앞을 가로막아도
대한의 용장한 독립군사야
나아가고 나아가고 다시 나아가라
최후의 네 핏방울 떨어지는 날
최후의 네 살점이 떨어지는 날
네 그리던 조상나라 다시 살리라
네 그리던 자유꽃이 다시 피리라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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