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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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뷰다. 물론 앞에 것 2개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리뷰가 아니지. 왜냐하면 노벨문학상을 받기로 마음먹기 전에 쓴 것이니까. 한 마디로 나는 올해부터 다시 태어났다 이말씀.  

 그런데 웬걸 점심 먹고 큰맘 먹고 눈치까지 먹으며 쓴 리뷰 약 11.2줄 332자의 글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스토리텔링의 비밀 첫번째, 당신이 지금 내 글을 읽으며 쓰고 있던 글의 저장 버튼을 눌렀다면 그것은 당신이 나에게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는 증거. 만약 당신이 구글 크롬의 윈도우 창을 닫고 다시 하던 일을 재개했다면 글쎄, 노벨문학상은 아직도 멀구나.  

보통 사람들이 리뷰를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그건 바로 이 책이 돈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 결론부터 말해주면 나의 경우는 좀 당한 것 같다.  

나는 How To에 대한 지침서를 경멸한다. How To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시간이 없을 때, 깊이를 원하지 않을 때,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고 싶을 때 혹은 돈을 벌고 싶을 때 우리는 책 제목에 '비밀'이라는 단어를 넣는다. -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제목에 '습관'을 넣는다 - 그런데 이 책은 살짝 요령을 부렸다. 비밀 뒤에 '아리스토텔레스'를 붙였으니까. 그리고 내가 낚인 곳도 바로 여기 '아리스토텔레스'니 마냥 허접한 책이라고 보기엔 그래도 뒤끝이 있다 하겠다.  

누군가는 이 책 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문 '시학'을 보라고 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시학'의 내용이 원체 짧은데다 그 핵심만을 인용해 책 전반을 구성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에 두 가지 미덕이 있다면 하나는 '시학'을 비교적 읽기 쉽게 번역,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고 하나는 맺음말을 꽤 진실되게 쓴 점이다. 이 책을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맺음말만 보라. 그 안에 글쓰기의 해답이 들어있다. 결국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한 마디만 해주면 그만이다.  

바로 '너 자신의 이야기를 써라'라는 것.  

언젠가 시오노 나나미가 자신의 책에서 서머싯 몸의 단편 소설을 운운하며 '모르는 것은 쓸 수 없다'라고 했을 때 그녀의 글쟁이로서의 무능력과 또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용기에 조소와 연민을 품었드랬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모르는 것은 정녕 '쓸수 없다.'  

이것은 어느 초보 작가 아니 아마추어 아니 아니 어느 무지랭이의, 고해성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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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 지음, 안소현 옮김 / 디지털미디어리서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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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코스터를 모함하기 전에 한번 더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찮음은 모든걸 무효케 하리라.

'게임을 잘만드는 101가지 방법' 이라던가 '게임 개발자가 알아야할 21가지' 라던가 하는 책은 어딘지 모르게 천박한 냄새가 나고 입시 지옥에서 느껴지는 암기식 영단어처럼 나를 괴롭힌다. 이런 책들은 나의 눈을 의식적으로 피하게 만드는데 그것은 뿌리를 밝혀 내고자 하는 나의 결벽증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프코스터의 '재미이론'은 위에 언급한 책들처럼 거부감을 일으키는 제목은 아니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재미'를 느끼는지 '재미'라는 것은 어떤 감정인지를 밝혀 나가는 책.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이미 어렴풋이 느껴왔던 것들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저그런 책에 불과한 것인가? 한가지만 알아두자

라프코스터가 책으로 정리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아! 이런 것들은 어릴 때 부터 느껴왔던 것들이야!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 라며 우쭐해 지는 것이다.

아! 우리는 얼마나 우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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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숏컷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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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훌륭하게 장르를 요리하는 감독이다 라고 하는 말에는 어딘지 모르게 과장이 섞여 있는 듯 하고 또 지독히도 상투적인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그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이 말이 사실이리라.

난 김지운 감독의 열광적인 팬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영화를 때 맞춰 개봉관에서 본 기억은 '반칙왕'이 유일하다. '달콤한 인생' 같은 경우는 개봉 시기를 놓쳐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봐야만 했는데(신사역 근처의 시네마 오즈) 세상에 30석이 채 안되는 좌석에 벽면에는 집에서 쓰는 PC용 스피커가 달려 있는  극장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도 김지운 감독의 신작을 본다는 생각에 마구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센서티브한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할 얘기가 참 많은데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심해져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김지운일지도 모른다. 아마 말로 했다면 다하지 못했을, 훨씬 재미가 없었을 이야기들이 '김지운의 숏컷' 이라는 책안에서 센스있는 글들로 살아난다.

김지운의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김지운의 팬이 아니라면 그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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