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닛이 얼마나 위대한지는 포미닛의 춤을 춰 본 사람만이 안다. 나는 춰 봤다. 그것도 현아의 춤을. 내가 소녀시대도 카라도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걸그룹도 제쳐놓고 오로지 포미닛만 찬양하는데는 내가 그 위대함을 춤으로 경험한 몇 안되는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현아의 춤은 대단하다. 그를 둘러싼 지저분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현아의 춤은 현아를 특별하게 만든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아라는 이름만으로 그녀를 부르는 것이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어제부터 현아를 '현아신'으로 부르기로 했다. 현아는 댄스의 신이다.  


용산역 청음매장에 들러 수 시간의 청음 테스트 끝에 무려 5년 동안 보류해왔던 헤드폰 구매를 결정하게 한 것이 현아의 솔로곡 'Change'였다. FC700과 Audio Technica의 art 시리즈, AKG의 오픈형 헤드폰들을 테스트해본 결과 그 중 현아의 'Change'를 가장 높은 해상도로 출력해주는 것은 Shure사의 SRH-240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박한 디자인에 엄청 커다란 헤드폰이지만 이 헤드폰으로 'Change'를 처음 들었을 때의 울림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포미닛의 대표곡은 'Hot Issue'지만 춤을 추거나 몸 속의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기에는 'Musik'이 낫다. 안무도 'Musik'이 훨씬 힘있고 섹시하다.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의 안무에서 현아가 표현해내는 감정은 왜 현아를 댄스의 신으로 불러야 하는지 설명이 된다.  

현아 개인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으나 원더걸스에서 제외된 것은 본인에게 확실히 더 나은 결과였다. 현아의 넘치는 퍼포먼스를 원더걸스의 시덥잖은 춤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원더걸스의 현아보다는 포미닛의 현아가 정확히 2487.7배 더 파워풀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포미닛이 'Huh'로 활동을 재개했을 때 시큰둥 할 수 밖에 없었다.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Musik이나 심지어 Hot Issue보다 후퇴한 것처럼 보였고 노래 자체도 그닥 좋지 않았다.  

잘 만든 댄스곡은 운동중에 확실히 알 수 있는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자전거의 속도가 40km를 돌파하거나 나도 모르게 런닝 머신의 속도업 버튼을 누르고 있다면 그건 훌륭한 댄스곡이다. 그런데 'Huh'는 그렇지 않았다. 분위기가 올라온다 싶으면 웬지모르게 막혀버리는 흥에 해소되지 않는 갈증만 남겼다.  


그런데 어제 'I, My, Me, Mine'을 들었다. 정확히 457번을 쉬지 않고 들었다. 농담이다. 하지만 그 만큼 많이 들었다. I! My! Me! Mine!이 무한의 선율을 그리며 귓가에 맴돌정도로. 그리고 판단을 내렸다. 이 노래는 현존하는 최고의 댄스곡 이라고. 

밝혀두는데 나는 오덕이라던가 씹덕이라던가 아무튼 그런 부류는 아니다. 나는 포미닛의 춤을 춰 봤기에 그 위대함을 알고 있는 것 뿐이다. 

마지막으로 포미닛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비록 소녀시대나 카라 또 뭐냐 거시기 어쨌든 그런 걸그룹만큼 매끈한 팀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어설픔이 나에겐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정말, 현아는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늘 높이 높이 솟아 올라 자신을 멸시하고 박대했던 사람들 위에서 오만하게 내려볼 수 있기를. 표정에는 여전히 뇌 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같은 청결함을 드러낸 채로.  

  

*댄스 음악을 더 화끈하게 듣고 싶으면 속도를 10~20% 정도 빠르게 들어보라. 폭발하는 열기를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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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의 명반이라 하면 Black Album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새까만 바탕 한 귀퉁이에 하얀 뱀 한마리가 그려져 있는 그 앨범 쟈켓 말이다. 이 앨범이 명반이 된 데에는 아마도 Enter Sandman이라는, 메탈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두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노래 덕분일 것이다.  

한 때 고등학교 축제 시즌이 시작되면 각 학교 밴드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음악을 오프닝으로 연주했다. 연주가 쉬운 탓에 주로 오프닝 무대를 책임지는 1학년 밴드부들이 공연하기 적합했고 멜로디가 익숙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탈리카의 오랜 팬이라면 Black Album은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마치 혁명의 불길을 20대의 몸으로 헤쳐나와 중년에 이르러 자유를 쟁취하게 된, 이제는 강가에 앉아 노을지는 붉은 하늘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달리 할일이 없어진 늙은 투사의 느낌을 받곤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Enter Sandman을 들으면서도 입가엔 나직히 Master of Puppets을 읊조리곤 했다. 

Black Album이 Metalica의 음악적 성숙기를 상징하는 앨범이라면 Master of Puppets은 Slash Metal의 파괴력이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열혈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앨범의 명곡은 역시 Master of Puppets이다. 시작부터 후두부를 강타하는 듯한 강력한 북소리와 함께 '지기지기지기지기 징징징'하는 기타 리프는 듣는 순간 500 RPM으로 심장을 뛰게 하여 온 몸에 아드레날린을 나르기 시작한다. 오프닝을 기타와 드럼에 양보한 베이스는 그들의 연주가 30초를 지날 때쯤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 둥둥둥둥 울려오는 투박한  현 소리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오는 파리대왕의 날개 소리 같다.  

이제 바톤은 보컬이 이어 받는다. 탁하면서 동시에 카리스마를 내뿜는 제임스 햇필드(James Hetfield)의 보컬은 이제 막 미치기 시작한 악기 소리를 타고 깊이 깊이 감상자의 가슴에 부딪힌다. 만약 이곳이 라이브 콘서트장의 대형 스피커 앞이라면 그대로 심장이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 한다. 그렇게 3분 40초가 흘러간다.  

이 때쯤 악기들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간주. 초승달 뜬 깊은 밤, 절벽에 앉아 있는 늑대의 울음소리 같은 커크 해밋(Kirk Hammett)의 기타 연주가 울려퍼지면 라스 울리히(Lars Ulrich)의 드럼은 차분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리프를 껴안는다. 드럼과 기타의 말 없는 대화. 기타가 최후의 연주를 끝내고 Fade out 하면 라스 울리히의 북소리가 휴식의 끝을 알리듯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노래 'Master! Master!'.  

이 노래는 8분 30초가 넘어가는 대곡이다. Slash Metal의 교향곡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용솟음 치는 울림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사라지고 드넓은 공연장에 오직 밴드와 나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1986년에 발표된 이 앨범은 메탈리카가 성공적인 음악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적어도 몇 년 안에 메탈리카가 Legend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메탈리카가 현재 '전설'이라면 그건 Enter Sandman 때문이 아니라 Master of Puppets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사실 뿐이다'는 말이 있다. 나는 60이 넘은 U2라던가 70이 넘은 Deep Purple은 상상할 수 있어도 할아버지가 된 메탈리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라스 울리히의 심장을 멎게 만드는 드럼 소리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가 Master of Puppets에서 마모되지 않은 순수한 메탈혼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젊은 시절의 메탈리카가 보여줬던 살 떨리는 파워와 Master of Puppets을 끝으로 시간을 멈춰버린 클리프 버튼(Cliff Lee Burton)의 죽음이 오버랩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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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oon 5는 4인조 밴드 Kara's Flower가 기타리스트 James Valentine을 추가로 영입하면서 만든 미국의 Rock Band 입니다. 이들의 Naming Sense는 기 막힙니다. Maroon 5 라니요 지구를 지켜줄 것 같은 포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의 2000년대 음악 세계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습니다.

Maroon 5 1집 앨범은 'Song about Jane'입니다. 보컬 Adam Levine이 헤어진 여친에 대한 감정을 12곡에 추려 넣었다고 전해 집니다. 곡 구성은 예술입니다. 결코 짧지도 길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1번 Harder to breath 부터 12번 Sweetest goodbye가 마치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것처럼 보입니다. 노래 하나하나의 면면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애절하지만 구성적인면으로 봤을 땐 신인 밴드 답지 않은 -물론 Kara's Flower 시절이 있긴 했지만- 탄탄함이 느껴집니다.

Song about Jane 앨범에서 명곡을 꼽으라면 어떤 노래를 고를 수 있을까요? 라디오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주로 흘러나오던 노래는 'This love'고 그것이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겠지만 사실 진짜 명곡은 8번 Sunday morning과 12번 Sweetest goodbye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Sunday morning은 이별 후 홀로 맞이하는 비오는 일요일을 담담하면서도 진실되게 표현하고 있는 명곡입니다. Adam은 아직도 Jane의 숨결을 호흡하고 그녀의 체온을 느끼는 듯 합니다. 그것은 Jane에 대한 트라우마이고 위험해 질 수 감정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했던 이발사는 죽음을 맞이 했습니다. Adam이 비오는 일요일 오후 사무치는 그리움을 Sunday morning이라는 곡으로 말하지 못했다면 그 또한 이발사의 운명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Sweetest goodbye는 앨범 수록곡 보다는 영화 Love actually의 삽입곡으로 더 알려진 듯 합니다. 당시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으로 This love를 올리는 사람들은 그저 시류를 따르는 사람들이었지만 Sweetest goodbye를 틀어주는 사람들은 Maroon 5의 확실한 팬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Love actually 이후로 너도나도 그 노래를 알게 됐고 저는 마치 제 노래를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으로 Sweetest goodbye와 Sweetest goodbye 했습니다.

2007년 쯤인가에 나온 2집 또한 대단합니다. Makes me wonder라든지 Wake Up Call,Nothing lasts forever 기타 등등. 놓칠게 거의 없는 앨범이었죠. 하지만 앨범의 완성도, 각각의 노래에 대한 수준 및 표현력을 따져 봤을 때 Song about Jane을 넘어 설 수는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007년 이후로 Maroon 5의 앨범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2009년 초에 Call and Response라는 Remix 앨범이 나왔지만 듣기 힘들 정도 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2009년 여름 쯤 Jazz Single이 나왔더군요. 아직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꼭 좋았으면 합니다. 

벌써 활동 10년째를 맞이하는 Maroon 5. 요즘 행보에는 의심이 가지만 이대로 어물쩡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누구의 음악을 들으며 살아가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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