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에게 선물받기를 즐겨하는, 여친과 같다. 등급의 수치가 올라갈 때마다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수치가 내려갈때 서서히 식어가다, 수치가 제로일 때 싸늘히 차가워진다.

 전기장판,이란 물건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을 가졌었는데 올해 어찌하다 내가 그의 몸을 깔게 되니 의외로, 그의 쿨함에 매번 양가감정을 가지며 웃는다.

 

 

 

 어느날, 화분에서 나온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민달팽이 '민달'이와 그의 새끼 달팽이 1과 2가 아침에

거실 벽을 오르더니 지금은 다시 마리안느 화분 속으로 쏙 들어갔다. 식구들은 매번 창밖으로 버리라고 아우성을 치나 안될 말이다. 생명이 있는 그들을 어찌 차가운 밖으로 내던질 것인가. 봄이 오면 마당의 부드러운 흙으로 이사를 시킬 때까지 오늘도 나는 얇게 저민 푸른 오이 두 조각을, 화분 흙 위에 조용히 얹어 놓는다. 아...그들의 잠은, 지금...얼마나 고요할 것인가.

 

 

 

  아침에 네이버를 보다, '자식 위해 빵과 사프심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란 기사에 눈이 머문다.

 

 -공사판을 돌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A씨는 이날도 새벽 5시에 인천 간석동 인력소를 찾았지만

 일거리가 없어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중학생 아들은 아침밥을 거르고 학교에 가면서 사프심과 30cm 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A씨는 심한 자책감을 느껴 집 근처 마트에서 빵 2개와 과자 2개, 사프심 1개, 30cm자 1개, 깐밤

 1개, 치킨 1개를 훔치다 보안요원에 의해 적발됐다.

 

 훔친 물품 가격은 5만7860원 어치, 하지만 A씨의 주머니에는 합의할 돈이 없어 마트 측은 증거

 물을 압수하고 A씨를 경찰에 넘겼다. -

 

 

  문득, A씨가 훔친 물품의 내역을 보다가 갑자기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나는.'

  지난 밤을 열심히 달렸으니 이제 잠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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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2 1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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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2 1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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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2-02 22:32   좋아요 0 | URL
신랑은 더워해서 전기장판은 저만 사용하는데, 올해는 전기장판에서도 자더라고요. 가장 낮게 낮추긴하지만..^^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달라지나봐요. 마흔 넘기고는 내복도 챙겨 입더라고요.ㅎㅎ

추운날 따뜻한 전기장판키고 책읽으면 참 좋아요. ^^

appletreeje 2013-02-03 09:48   좋아요 0 | URL
ㅎㅎ 보슬비님께서도 전기장판 켜시는군요~^^
남들은 전자파니 뭐니 해서 잘 안쓴다는데 나만 뒤늦게,은근...ㅋ,

보슬비님! 그쵸~? 추운날 전기장판키고 책읽으면 참 좋아요.^^

프레이야 2013-02-03 14:22   좋아요 0 | URL
달팽이 안단테, 참 좋은 책이에요. ^^
전기장판, 저는 쓰지 않지만 왠지 몸이 으슬으슬할 땐 좋을 것 같아요.

appletreeje 2013-02-03 14:55   좋아요 0 | URL
예~~저도 참 아끼는 책이예요.
달팽이, 좋아하는데 이 책 읽고 더 마음이 가네요.*^^*

ㅎㅎ 전기장판, 이번 겨울에 애용하고 있어요~^^

착한시경 2013-02-21 00:40   좋아요 0 | URL
이 책...제목이 예뻐서 구입해 놓고~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바로 읽어봐야겠네요~ 전 네이버 기사가 너무 맘 아파요ㅠ.ㅠ 예전에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쳤던 적이 있었는데~6월 초 약간은 무더운 날씨에..두툼한 목티를 입고 땀을 흘리는 친구가 있길래~왜 그런지 물었더니 부모님 모두 가출하셨고~할머니랑 사는 친구였어요..초등1학년이었는데 아침에 학교도 혼자 일어나서 준비하고 온다는 말에~어찌나 맘이 짠하던지~이 글을 보니 그 친구가 생각이 나네요
 

빚은 불상들의 전시가 있었다. 이 전시회의 표제인 '來如哀反多羅'는 신라 향가인 風謠[功德歌]의 한  구절로서, '오다, 서럽더라'의 뜻으로 새겨진다. 당치도 않은 일이지만, 이 이두문자를 의역하면 '이곳에 와서, 같아지려 하다가, 슬픔을 맛보고, 맞서 대들다가, 많은 일을 겪고, 비단처럼 펼쳐지다'로 이해되는데, 그 또한 본래의 뜻과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다. 오래전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들을 같은 제목으로 엮어보고 싶은 은밀한 바람이 있었다

 

                                                                 2012년 겨울 이성복/ 시인의 말.

 

 

 

 

                                  선생 2

 

 

 

 

                         종강하던 날 영문과 여학생이 준

                         사탕 봉지에 카드가 들어 있었다

 

                         선생님께서 그토록 열심히

                         가르쳐 주셨건만, 형편없는

                         시만 쓰고 졸업하게 되었군요

 

                         그래, 그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공부했지만,

                         되도 않은 시나 쓰면서

                         그게 바로 시라고 가르쳐 왔으니

 

                         제사 때마다 나 글 잘쓰게 해달라고

                         빌던 어머니 보시기에도,

                         지 애비 신문 났다고 무슨 경사

                         난 줄 아는 자식 놈들 보기에도

 

                         나는 부끄러운 시만 써왔으니,

                         오래도록 영문과 여학생의 말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P.25 )

 

 

 

 

 

 

 

                             이별 없는 세대 2

 

 

 

 

 

                             당신의 눈자위에 어른거리다가 잔잔한 나무가 되렵

                          니다 바람 부는 들판은 내 앞에 있고 안개 속에서 늙

                          은 여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제부터 나의 몸체는 흔들립니까? 나라의 가난한

                          변두리를 떠나지 않고 흔들립니까? 어둠을 확인할 만

                          큼 애매한 빛 속에서

                             당신의 눈자위에 어른거리다가 잔잔한 나무가 되렵

                          니다 순수한 굴절과 不動이 나의 꿈이지만 잠자던 痛

                          覺들은 깨어났습니다

                             내가 신음하면 당신은 나를 잊어버릴 테지요 큰 소

                          리로 당신이 나를 부르기 전에는, 그러나 입안에 溫

                          氣가 남지 않아요  (P.37 )

 

 

 

 

 

 

                             돌에 대하여

 

 

 

 

 

                             돌은 제 얼굴을 만질 수 없다 아, 얼마나 답답할까

                           돌은 제 그림자를 숨길 수 없다 아, 얼마나 난처할까

                           돌은 제 눈물을 삼킬 수 없다 아, 얼마나 서러울까 전

                           에는,  전에는 ......   돌은 더듬거린다    여기는, 여기

                           는 ...... 돌은 두리번거린다 돌은 부딪쳐도 부서진 줄

                           을 모르고, 돌은 으스러져도 제 피를 볼 수 없다  (P.106 )

 

 

 

 

 

 

 

                            來如哀反多羅 6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무엇을 헤아리는지 모르면서

 

                            끓는 납물 같은 웃음을

                            눈 속에 감추고서

 

                            한낮 땡볕 아스팔트 위를

                            뿔 없는 소처럼 걸으며

 

                            또 길에서 너를 닮은 구름을 주웠다

                            네가 잃어버린 게 아닌 줄 알면서

 

                            생각해보라,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헤어져서,

                            다시 못 만나는지를  (P.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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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0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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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2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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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2-01 13:00   좋아요 0 | URL
'래여애반다라' 이 책 요즘 자주 알라딘에 노출되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제목 때문에도 많이 어려운 느낌이라 선뜻 손에 가지 않을것 같아요. -.-;;

오늘 나부늘보님과 앤님이 추천해주신 시집 2권이 도서관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답니다. 비가 와서 오늘은 집에 있으려했는데, 도서관에 다녀와야할것 같아요. 도서관 때문에라도 간단하게 걷게 되는것 같습니다.ㅎㅎ


appletreeje 2013-02-01 20:36   좋아요 0 | URL
ㅎㅎ 부드러운 시집은 아니예요.
그래도 시인의 관조가 좋았어요.

즐거이 읽으시길 바래요.^^ 그 시집의 서문 중,
사랑은 지금이다. 사랑은 '하였다'도 '하리라'도 아니다. 언제나 '한다'이다.라는 귀절이 마음에 남아요.

보슬비님! 좋은 밤 되세요.*^^*

2013-02-01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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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2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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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2-01 21:43   좋아요 0 | URL
이성복을 열심히 읽었던 예전이 생각나 오랫만의 시집을 반갑게 손에 들었는데 생각만큼 잘 읽히지 않더군요.

최승자의 시 중에 '시인 이성복에게'라는 시를 최근에 보게 된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시인과 나, 둘 중에 하나는 필히 변한듯 싶습니다.

appletreeje 2013-02-01 23:43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 이성복을 읽은 것은 '남해금산'의 '序詩'였던 것 같습니다.
최승자의 '이 時代의 사랑'을 펼쳐 '시인 이성복에게'를 다시 읽어 봅니다.
바다의 날개.....
하늘의 지느러미....)
저도 그렇군요.

단잠님, 좋은 밤 되세요.*^^*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거북살스러웠다.

 "아, 예."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내 그림에는 소금창고가 없었다. 그릴까 말까 망설이던 순간이 되짚어졌다. 협궤열차의 공간을 설정하는 데 소금창고가 없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염전이 있는 이상 당연히 있어야 한다. 나는 소금창고를 좋아했다. 높다란 지붕 아래, 세월에 찌든 낡은 목조 건물은 소금을 저장하기 위한 게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기 위한 곳간 같았다. 시간을 어떻게, 왜? 어쨌든 순간이 마지막 휘발되기 전에 갈피 지어 차곡차곡 쟁여 둠으로서 추억을 발효시킨다. 소금창고에는, 기억을 갈무리하듯 시간을 갈무리하는 곡두라도 살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그 옆을 지나갈 때면 어둠 속에서 지난 일들을 들려주는 두런거림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 사랑은 어둡고 숨겨진 장소에 깃들여 새로운 숨결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소금창고 속 소금이었다. (P.255 )

 

                                                                 -<깊은 밤, 기린의 말>, 윤후명 '소금창고'-

 

 

 

                 버려진 소금밭에서

                    -시인 이가림과 사진 작가 김경옥에게

 

 

                 바다로 뚫린 물길 양편 둔치에

                 가을엔 듯 노을엔 듯 허벅지까지 붉게 익은 나문재

              들이

                 퍼질러 자리 잡고 앉아 있다.

 

                 물길에는 흐린 물이 가다 서다 흐르고

                 늙어가는 시인 둘과 중년 사진작가 하나가 걷다 서

               다 한다.

                 조심스런 물길 양편 들판 가득

                 내색 없이 허옇게 쇠고 있는 갈대들,

                 길이 길에서 놓여났다 어느샌가 다시 잡혀 길이 되

              곤 하는

                 빈 소금 창고 하나 을씨년스럽게 버린 배처럼 떠

              있는 나체의 들판,

                 앞뒤로 뻥 뚫린 노을,

                 여기저기 잔바람만 나다니다 들키는 이 한데에서

                 시인들과 들판이 무언가를 주고 받았다.

                 무엇을?

               안저(眼底)까지 환하게 달구던 소금밭의 새하얀 빛

                 인가,

                 빛바래기전 세월 어디쯤 소금 빛에 취했던 시인의

              모습인가?

                 물어보려 몸을 돌리면

                 양쪽 다 고개를 흔든다.

                 과장 없이 무엇인가 주고받으니 그냥 좋은 거다.

                 지금은 속없이 소금 냄새만 풍기는 너른 벌판과

                 오랜 동안 계속 입김 불어내 가벼워진 시인들의 지

              금이

                 그냥 어울리는 거다.  (P.58 )

 

                                            -황동규 詩集, <사는 기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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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1-31 00:02   좋아요 0 | URL
한국문학 요즘엔 잘 읽지 못하고 있어요. -.-;;
항상 읽은 책 리스트를 쓰다보면 반성하면서도 잘 읽히지 않네요.
어느 순간 장르문학에만 치우치는것은 아닌가..하다가도..
그냥.. 즐거운 탐독을 한다고 위로한답니다.

나무늘보님, 행복한 꿈꾸세요~~

appletreeje 2013-01-31 00:37   좋아요 0 | URL
앗, 수정 중에 다녀 가셨네요?;;
저도 그냥..끌리는 대로 즐거운 탐독을 하고 있어요~~^^
보슬비님이 다녀가신 걸 아니 더 기뻐요.^^
좋은 밤 되세요.*^^*

2013-01-31 0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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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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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1-31 09:20   좋아요 0 | URL
기억을 갈무리하듯 시간을 갈무리하는 곡두와
소금창고속의 소금과 같은 사랑...가슴 깊이 다가오는 언어입니다 ㅎㅎ
나무늘보님의 페이퍼는 가끔 제 가슴을 뛰게 해요 ㅋㅋ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ㅎ

appletreeje 2013-01-31 10:36   좋아요 0 | URL
울 드림님께서는 언제나 핵심을, 콕 포착 하시지요~?!
드림님의 글은 늘 제 가슴을 뛰게 하는 것 잘 아시지요?^^
오늘도 멋진 날 되세요.*^^*

수이 2013-01-31 09:37   좋아요 0 | URL
쿨럭;;;; 벌써 사는 기쁨 읽고 계시는 건가요;;;

appletreeje 2013-01-31 10:44   좋아요 0 | URL
예~~. 어디선가 자꾸 새로 나온 시집들을 보내 주시네요.
황동규 시인의 시는, 마종기 김영태 시인들과 함께 '평균율' 동인시집부터
좋아했었는데(저는 사실 金榮泰 시인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요.) 세월이
가도 더욱 좋군요. 이번 시집은, '몸과 더불어 사는 기쁨'의 언어들.
앤님! 좋은 날 되세요.*^^*
 

 

 

                     '하물며'라는 말

 

 

 

 

                    
하물며라는 말이여, 참으로 아름답도다.

                     그 말에는

                     슬픔 가득한 서광의 눈동자가 들어 있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다시 한 번 돌아다보는 사랑이 들어 있다.

                     비천한 것들에 대한 굉장한 비탄이 들어 있다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는

                     하물며가 없다.

                     마음이 마음이 아닐때 들려오는 말이여,

                     하물며라는 증오를 거부하는 말이여,

                     아무것도 아닌 네가 아무것도 아닌 나를

                     한 번 더 은은히 돌아보는 눈길 같은 말이여

                     한없는 바닥에서 굉장히 쟁쟁한 말이여  (P.29 )

 

 

                                            -김승희 詩集, <희망이 외롭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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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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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0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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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1-30 07:27   좋아요 0 | URL
희망이 외롭다- 장바구니에 총총 :)

appletreeje 2013-01-30 10:15   좋아요 0 | URL
정말 희망은 우리에게 마지막 여권, 뿌리칠 수 없는 종신형인가보다.-란, 시인의 말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는 아침입니다.

앤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3-01-30 09:24   좋아요 0 | URL
아 하물며 ~ 가 극한 사랑의 아름다움의 표현일 수 있군요 ..
가슴 가득 느껴지는 이 느낌은 .. 하물며 ~
멋있어요 !~~ 저 이 시집 담아놓을게요 .. 아침부터 감동 한바가지 ~ ㅎㅎㅎ

appletreeje 2013-01-30 10:15   좋아요 0 | URL
앗, 드림님! 저는 드림님의 방문으로 아침부터 감동 두바가지예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3-01-31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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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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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을 읽다가, 맨 마지막 최일남의 '국화 밑에서'를 읽으며 온갖 잡설(雜舌)과 부유(浮游)의 마음이 쿵, 쿵 달아나 버린다. 좋은 소설이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1932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수료. 1953년 <문예>에 단편 <쑥 이야기>추천.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소설 <파양>이 추천되어 등단. 소설집 <흐르는 북> <서울 사람들> <타령> <아주 느린 시간> <누님의 겨울>, 장편 소설 <거룩한 응달> <숨통> <만년필과 파피루스> 등 다수. 월탄 문학상, 한국소설상, 한국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

 

 최일남 작가의 소설들을 다시 찾아서 천천히 잘 읽어 봐야겠다.

 문득, 녹두죽에 식혜를 끼얹어 먹고 싶다.

 

 

 

                   윤재철 시인의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노래가 맞춤한

                예다.

                  '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는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

                   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오는 것처럼 슬그

                   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

                   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

                   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서 환해진다'.    (P.381)

 

 

 

윤재철의 한 마디

내일이면 첫서리가 내린단다. 산간에는 얼음이 언단다.
이제 작별을 고하마. 잘 가거라 나팔꽃이여
너를 땅속 어둠으로 다시 돌려보내며
나도 겨울 들판으로 난 쪽문을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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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1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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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0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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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1-30 09:26   좋아요 0 | URL
문학을 잘 몰라서요 요즘 인문보다는 문학을 좀 읽으려고 하는데요
나무늘보님 방에 오면 늘 읽고 싶은 문학책들이 줄을 서네요 ㅎㅎㅎㅎ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ㅎㅎ

appletreeje 2013-01-30 10:18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드림님 덕분에, 인문학의 즐거움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가는 중이지요.^^ 정말 감사드리는 거, 잘 아시지요~?! ㅎㅎ

lkj 2013-09-26 18: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시.....언제 published 됀거예요?

appletreeje 2013-09-27 09: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lkj님!
저 시는 2007년에 나온 시집, <능소화>에 들어있습니다. ^^
lkj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