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력해도 안 된다는 허무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

 

 이것들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경우의 '태도'입니다만,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는 어떤 사회나 세계를 바람직하다고 생각 할까요. 그것은 '존엄'이라는 것이 의식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유일성'이나 '일회성'이 의식되는 사회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사람을 상품화하여 물건처럼 취급하는 시장경제의 존재방식이나 사람을 이름 없는 군중으로 바꾸고 공공영역을 생략해 버리는 직접 접근형 사회의 문제에도 새로운 빛이 비칠 것입니다.

 

 새로 생겨난 사회 안에서 '거듭나기'의 인생을 오래오래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P.191~192 )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테리 이글턴, [신을 옹호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신생 新生의 힘'내포하고 있습니다. (P.195 )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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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5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5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5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3-02-06 09:46   좋아요 0 | URL
아 테리 이글턴의 말은 곱씹을 수록.. 가슴에 와닿는 말 같습니다 ㅎ
자꾸 머릿속에 맴돌더라구요 ㅋ^^

appletreeje 2013-02-06 10:0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 드림님 리뷰 보고 읽었지요.~^^
좋은 리뷰는 좋은 책들을 자꾸 전파하는 힘을~!!
ㅎㅎ 드림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당~~^^

프레이야 2013-02-06 15:27   좋아요 0 | URL
옮겨주신 글귀만으로 차분하고 진중하게 읽히네요. 좋아요^^

appletreeje 2013-02-06 19:26   좋아요 0 | URL
히히~~프레이야님께서 좋다고 하시니까, 저는 더 좋습니다.^^
늘 프레이야님께 감사드리며 좋은 저녁 되세요.*^^*
 
안녕, 친구야 웅진 우리그림책 21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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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어렸을 때가 생각나는..눈 내린 밤의 눈같이 소복소복.. 예쁜 책. 눈 내리는 밤에 집을 찾아가다 만났던, 커다란 개와 생쥐와 검은 고양이와의 이야기가 인상깊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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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2-04 12:57   좋아요 0 | URL
지민이한테- 아 제 딸 ^^- 이거 같이 읽자, 했더니만 싫어하더라구요 으흠;; 머털도사는 좋아하면서 왜 ㅠㅠ 저도 곧 읽어보려구요. ^^

appletreeje 2013-02-04 20:34   좋아요 0 | URL
ㅎㅎ~~지민이에게도 취향이 있겠지요.^^
이름도 참 이쁘네요, 지민.*^^*

보슬비 2013-02-05 23:16   좋아요 0 | URL
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이예요. 2월 안에 처리되서 볼수 있음 좋겠어요. ㅎㅎ
도서관에 대출할때 바로 읽을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것이 좀 아쉽지만... 다른책들 읽으며 기다려야하는 기쁨도 있어요. ㅎㅎ

appletreeje 2013-02-06 09:3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치요~~? 다른책들 읽으며 기다리는 기쁨.^^
보슬비님의 좋은 마음 덕분에 오늘도, 기쁜 하루 시작합니다~~^^
 
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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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의 정수들로 엮은 책. `깊은 밤, 기린의 말`을 듣다가 `한구레네사람의 수기`를 읽고 `소금창고`에 갔다 삶의 대미인 `국화 밑에서`까지 읽으니 기쁘다. 이 책을 반값에 사 읽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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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모든 우연은 필연이 몸을 감추는 방식이며 또한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까마득한 시간 여행을 통과해, 기나긴 인과의 여정을 거쳐 우리는 지구라는 이 별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내가 당신과 만나거나 혹은 스쳐갈 때,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물의 옆에 가지런히 놓이게 되거나 혹은 포개질 때,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생의 지도가 들숨과 날숨을 쉬며 그 어딘가를 향해 조금씩 뿌리를 뻗고 있는 중인 것이다. 매일 매 순간 조금씩 변하면서 아주 오래전부터 그려져온 몸의 지도, 마음의 지도, 영혼의 지도, 계절의 지도, 인생의 지도, 우주의 지도..... . 우주를 이루는 모든 질료들이 당신과 내 몸에서 그대로 발견되는, 어느날 문득 발견한 내 몸의 점 하나가 별을 부르고 풀씨 하나가 우주를 떠받치며 당신의 몸이 우주가 되는 지극한 비밀을 갖지 못한다면 생은 얼마나 밋밋하고 팍팍하겠는가. (P.194 )

 

 더 빨리 어떤 목적지에 닿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펴 들게 된다면 서둘러 그 지도를 버려야 한다. 자기 앞의 생을 찾아가는 그 모든 과정들이 얼마나 애틋한지를 보여주는 징표로서의 지도는 '거기'를 꿈꾸게 할 뿐만 아니라 '여기'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느린 흔적들의 집이기 때문이다. (P.198 ) / <지도, 시간과 공간이 함께 잠드는 뜨락>.   

 

 

 

 새로운 세계로 가는 배내옷

 

  수의는 이 별에 처음 올 때 벌거벗은 맨몸이었던 우리가 지상에서 걸치게 되는 마지막 옷이다. 그것은 마지막 옷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저편 세계에서 막 태어나기 시작한 이의 최초의 옷이다. 죽음을 통해 순환의 새로운 마디에 들어선 이의 배내옷, 마지막이면서 처음인 옷, 그리하여 수의는 나를 향해 웃고 있는 또 다른 나-'나들'사이의 혼례복이다. (P.206 ) /<수의, 어둠과 빛 사이의 찬란한 배내옷>

 

 

 

  낮은 무릎이 필요하다

 

  고독도 과하면 병이 되고 관계도 과하면 병이 된다. 그저 즐길만한 수준이면 좋다.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와 침묵이 필요하다. '적당한'이란 어느 만큼일까. 어린 시절 종이컵 두 개를 실로 연결하여 만들었던 전화기 같은 것, 방문 이쪽과 저쪽에서 한 쪽은 귀에 한쪽은 입에 대고 무어라 소곤소곤 말하고 듣던 그 거리만큼이면 좋을 듯싶다. 무슨 말이 내게로 건너오는지를 듣기 위해 참으로 진지하게 귀를 쫑긋하던 그 설렘과 떨림의 거리. 그만큼이 전화기라는 사물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거리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 쫑긋거림, 저 편의 숨결까지 감지하고자 온 몸을 기울이는 극진함이 살아있는 세계. 문 저편이 침묵 중이라면 침묵의 언어를 극진한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갖가지 사물과 동식물과 흙과 물의 말 앞에서도 좀 더 극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몸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처럼 나무둥치 속에서도 물이 순환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그것이 나무의 말이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갖가지 사물들이 실은 너무도 풍성한 말을 거느린 언어의 마법사들이라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깨달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극진하게 들을 수 있는 낮은 무릎이 필요하다. (P.237~238 )   / <휴대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김선우의 사물들>-에서

 

 

 

 

 

 이 책은, 공선옥 작가의 추천글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 또박또박 천천히 읽어야 되는  그런 책이다. 스마트폰의 모든 편리한 기능들, 앱으로도 할 수 없는 그런 사물事物들의 고요하고 정지된, 그러나 지도를 펼치고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아득한 체화의 경험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공간'의 책이다.   알고 있었거나, 잊혀졌던 사물의 말들이 나비처럼 날아올라 삶이라는, 공간( 空間)속을 춤춘다.

 작가의 말처럼 - 할수만 있다면, 나도 프로스트가 사랑한 마들렌 과자 맛의 신비처럼, 저 얄쌍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휴대폰을 맛있는 커피 한잔과 함께 먹어치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납작하고 얄쌍한 휴대폰 조각을 커피에 적셔 맛있게 먹어치우고 빈손으로 문 밖을 나서는 순간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먼 길의 첫 번째 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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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2-03 14:05   좋아요 0 | URL
님의 글이 더 좋으네요.^^
휴대폰이 없으면 시간이 더 남을까요?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맛있는 그 시간에 무얼해도 좋겠지요.^^
집에 있는 이 책 예전 것을 펼쳐봐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2-03 14:45   좋아요 0 | URL
앗, 프레이야님! 반가워요~^^
여행 잘 다녀 오셨어요~?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이 책은 우창헌 화백의 그림이 더해졌지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보슬비 2013-02-03 18: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댓글에 동감합니다.
나무늘보님의 글을 읽으니 처음 몇페이지 읽고 덮었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 책 때문에 파리에 갔을때 한개에 1유로 하던 마들렌 한개 사서 먹었는데, 저는 추억이 없어서인지 좀 아까웠어요. ㅎㅎ

appletreeje 2013-02-04 09:32   좋아요 0 | URL
색깔 고운 마들렌은 정말 '상상속의 맛'인 것 같아요.
제게도 마들렌의 맛은 달기만 했어요.^^
언젠가인가 신민아가 나온 '마들렌'이란 영화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영화 역시 추억에 관한 영화였던듯..

2013-02-03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4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3-02-03 20:53   좋아요 0 | URL
스맛폰을 없애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그래서 에스엔에스 어플을 모두 삭제했어요.
언젠가부터 계속 페북이나 트윗 알림에 그때그때 댓글 다는 제 자신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과감하게 삭제했어요.
김선우 시인의 시만 읽었는데 산문도 좋을 거 같아요.

appletreeje 2013-02-04 09:37   좋아요 0 | URL
은근 중독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세상에서 소통의 방식들이요.
돌아서면 뭔가 허탈하지만요.
이 산문집은 정말 오랜만에 또박또박 읽었던 책이였어요.^^
앤님!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수이 2013-02-04 12:59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이 오늘도 행복한 날 되라는 인사해주셔서 그런가 요즘 매일매일 행복해요. 나무늘보님과 소통하게 되어 전 좋아요. 사물과 인생의 밝은 면을 보라고 자꾸 이끌어주시는 거 같아서.

appletreeje 2013-02-04 20:35   좋아요 0 | URL
제가 더 좋아요~~~앤님과의 소통이요.^^
근데..사실은..저..'어둠의 아줌마'..이지요.(앗, 지송!)
 

 

 

                  앉은뱅이꽃의 노래

                                      이정우/李庭雨

 

 

 

 

                     이 저녁시간에 나는

                     길가에 앉아 있습니다.

                     해질 무렵까지

                     내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삶의 고된 길을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 아주 늦게,

                     혼자서 초라하게 지나갑니다.

                     나는 그걸 보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저 들판에서 노을진 하늘가로

                     길 잃은 바람이 불어가고

                     산그늘 속에서 무명無名의 새들이

                     재빨리 날아갑니다.

 

                     노방路傍의 앉은뱅이 나는

                     이젠 정욕도 애욕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내 곁에 와서

                     이 밤을 쉬어 가십시오.

 

 

                                        -이정우 詩集, <앉은뱅이꽃의 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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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2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