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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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의 타계 15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이 소설집은, ‘쥬디 할머니‘라는 중의적 표제를 필두로 10편의 대표 단편소설집으로 단칼로 치듯이 인간의 오욕칠정을 낱낱이 샅샅이 기만과 위선과 모질고 끈질긴 생명의 풍속도를 속사포처럼 쓰디쓴 명품 에스프레소처럼 각성시킨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내일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는 놀랍고 감사한 소설집. ‘모든 체험은 시간과 함께 뒤로 물러나 원경이 됨으로써 말초적인 것이 생략되는 대신 그 전모를 드러낸다.‘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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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의 대여 서점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2
다카세 노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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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책쾌 조생이 있었다면, 에도 시대에는 ‘책을 단속하는 세상‘에서 막부의 단죄로 조각사 아버지를 잃고 혈혈단신으로 ‘사케와 책밖에 모르는‘ 세책점 ‘우메바치야‘의 주인인 특출난 여성 세책업자 센이 있었다. 책이라면 모든 것을 걸고 지키는 센의 이야기는 1장의 제목처럼 ‘때때로 흠뻑 빠져 읽나니‘처럼 애독가들이라면 흠뻑 빠져 읽을 수밖에 없는, 가독성과 호쾌함과 뭉클함을 모두 안겨주는 시대 미스터리 비블리오 소설. ˝나는 뒷골목을 누비며 반딧불이의 희미한 빛을 후세에 남기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책만 빌려주고 다니는 게 아니에요. 책을 지키는 거예요.˝ (66쪽). ‘선한 이도 악한 이도 같은 책을 보고 울고 웃는다. 그렇게 읽고 나면 그 책을 잊고 다들 현실로 돌아간다. 책이란 본시 그런 것. 그러므로 센은 세책점 주인으로 책을 지켜야 한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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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길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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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의 詩人이 사과나무 열매인 ‘사과‘의 한살이에 대해 쓴 가감 없으면서도 명쾌한 ‘현존‘을 통해 사과의 길과 같은 모든 생명의 길에 대해 쓴 詩 ‘사과의 길‘에, 가장 전통적인 기법으로 가장 현재적인 모색을 펼친 김세현 화가의, 구체적 재현의 지극한 아름다움과 묵직함과 가벼운 상승감을 통한 아름다운 하모니로, 근원적인 기쁨을 만나게 해준 멋진 책. 문득, 1971년에 나온 ‘둥글게 둥글게‘ 를 들으며 이 책을 선물할 꼬마 나윤이에게는 맥도날드의 빨간 사과 그림이 있는 애플파이와 사과즙을, 나에게는 애플진에 이가진 토닉을 섞어 어른 버전 사과의 선물로 마실 궁리를 하게 하는 뜬금없는, 바람 세찬 주말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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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인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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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인‘ 공연 날 오페라 단장이자 프리마돈나가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유리.미쓰기 콤비의 활약과 다채로운 서사, 기발한 트릭, 시간의 모순성들로 음험하고 교묘한 범인이 ‘혐의의 면역성‘을 위해 세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일으킨 계획 살인이 유리 린타로의 ‘파이프의 곡예‘로 밝혀지는 정교하고 치밀하고 지적인 추리 미스터리소설. 추가 수록된 초역 단편들도 오싹하면서도 낭만적 몽환적 여운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풍성한 소설들로 연말의 끝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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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김민정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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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 전무. 생생하고 싱싱한 문장들. 속시원한 울림과 방향을 가리키는 연말의 너무나 좋은 冊. 발칙하면서도 진중하고 세상에서의 삶에서 ‘사람답지‘ 않는 너무나 무겁고 ‘후진‘ 것들을 낱낱이 상기시키고 일깨워 주는 책. 일부러 빨리 읽지 않는다. 그의 글에서 ‘허망하고 민망하고 부끄러운 느낌이 턱끝까지 차올랐던‘ 탓이다. 누가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의 시인 아니랄까봐. 100자평 썼는데 뭔 이유인지 갑자기 싹 날아갔다. 함께 날아간 ‘좋아요‘ 주신 분들께 진심 감사 드린다. ‘역시 나에게는 쓰기도 쉽고 알아먹기도 쉬운 역지사지가 단연 최고였다. 네가 총을 쏘았으니 나도 총을 쏠 게 아니라 네가 총을 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배포, 욕심일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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