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황병기 지음 / 풀빛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초판으로 읽었다.그런데 개정판으로 다시 읽고 싶다.`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를 읽던 시간. 그 유명한 `미궁`과..봄 가을에는`침향무`를,겨울에는`춘설`을 가족들과 같이 들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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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
E.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 중심의 경제학인, `중간기술(中間技術)`을 제창한 슈마허는 사색하고 또 행동한 사람이며, 그 대상은 광범하고 또 절실한 것이었다. 이를 총괄한 것이 바로 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에 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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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뚜막

 

 

 

                    당신은 부뚜막에 살으셨습니다

                    은주발에 담긴 샘물에

                    손 비비는 달이

                    살으셨습니다

                    새벽이슬이 다디단 첫 물이 될 때

                    찰랑이는 불빛이 되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지평선에서

                    얼굴을 묻고

                    불씨를 불고 계십니까

                    정지의 아궁이에

                    타오르는 불빛

                    그곳에서도 자식 걱정이 있습니까  (P.137 )

 

 

                                           - 박형준 詩集,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엄마. 당신은 부뚜막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도 자식 걱정이 있습니까' 라는 귀절에 엄마 생각이 많이 나. 우리 아까 미사때 기도속에서 기쁘게 만났지?

 엄마 이젠 내 걱정 하지마. 난 그런대로 잘 살고 있어. 어느덧 인생의 쓴맛도 맛볼만큼 맛봤고 그 쓴맛이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어.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이나마 삶에 겸손해졌어.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 덕분에 나의 작업도 좀 나아졌어.

 엄마가 그렇게 사랑했던 프란체스코와 현빈이와 동빈이도 다 잘 있어.

 내가 먼 여행을 떠났을 때, 뒤돌아 본 엄마의 손 흔들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그리고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저녁, 나를 기다리던 우리 집의 환한 불빛이 아직도 나를 따뜻하게 살게 하나봐.

 엄마가 풀을 먹이고 호청을 꿰맨, 정갈하고 포근한 예쁜 이불은 아직도 그리워. 이젠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이불 대신 가볍고 푹신한 이불을 덮어. 그리고 엄마와 아침마다 마시던 커피도 많이 그리워.

 엄마가 늘 걱정하던 내 불같은 성질도 이젠 많이 죽었어. 이젠 그 말이 아무리 바른 말인 것 같아도 남을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말은 안해. 대신 좀더 용기를 줄 수 있는 말. 위안이 되는 말. 긍정적인 면을 살려 줄 말을 하고 사는 것 같아. 그러니 이젠 걱정하지마.

 엄마가 그랬지? 엄마가 없으면 내가 많이 외로울거라고. 그래 많이 외로웠어. 그런데 이젠 나도 나의 외로움으로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안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

 나는 늘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었지. 뭐 그렇게 자랑스럽지도 않았지만 엄마에게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딸이었어. 내가 시험에서 실수를 하고 와서 끙끙대면 엄마는, '그깟 시험이 뭐라고 우리 딸이 저렇게 끙끙대나' 더 속상해 했지.

 엄마의 멋진 딸 동렬언니도 여전히 시카고에서 잘 살고 있어. 그런데 나는 이제 대단히 멋지게 살고 싶지는 않아. 그냥 소박하게 다른이들과 순박한 기쁨과 슬픔과 연민을 함께 나누며 살고 싶을 뿐이야.

 엄마가 떠난 해. 출근을 하려고 경비실앞을 나오는데 화단에 자목련이 활짝, 핀 걸 보고 엉엉 울었어.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 없는데 꽃은 여전히 저렇게 피고 있구나, 하고 너무 기가 막혀서 울었어. 근데 이젠 담담해. 아, 꽃이 예쁘게도 폈구나 하고. 나 잘했지. 이제 엄마도 그곳에서 편안히 잘 계시리라 믿어. 그러니 엄마도 이젠 내 걱정 하지마. 나 잘 살고 있어 엄마.

 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내 엄마로 가질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어. 이젠 나도 현빈이 동빈이에게 그런 엄마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잘 있어. 알았지?

 엄마!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합니다."

 잘 살다 갈께요.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요.  So long, 芝

 

                                                         엄마의 막내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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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0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0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2-10 22:28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좋아요~!!
읽는데 어릴적 기억이 나네요.
부뚜막에 앉아서 할머니한테 누렁지 빨리 줘...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appletreeje 2013-02-10 23:24   좋아요 0 | URL
후애님께서 좋다 하시니 제가 더 좋아요.^^
후애님!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13-02-12 15:00   좋아요 0 | URL
님, 저는 이 아름답고 따스한 글에서 부러움이 솟아나요. 제게 엄마는 좀 다른 존재 같아서요. 설연휴 잘 보내셨지요.^^

appletreeje 2013-02-12 18:13   좋아요 0 | URL
저는 프레이야님이 더 부러운걸요.
엄마랑 다정히 사시니까요.
엄마한테 받기만 하고 좀 더 살가운 딸이 되지 못했던 게
너무 후회만 되요.
프레이야님께서도 설연휴 잘지내셨지요? 저도 덕분에 잘지냈어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 감사합니다.^^

보슬비 2013-02-12 20:34   좋아요 0 | URL
저희는 설연휴때 모여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제부는 제 동생이 생각보다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온것에 대해 놀랐다고 하던데, 어쩜 제부와 신랑 그리고 저와 제 동생과 이야기하면서 딸은 엄마에게 아들은 아빠에게 더 애틋한 감정이 있는것 같았어요. 사실 제부 이야기들으며 속으로 뜨끔했어요. 정말 아빠보다 엄마가 돌아가신다면 빈자리가 더 클것 같거든요. 그래서 더 잘해드리려하는데, 딸인지라 여전히 다투기도 하고 그래요.^^;;

나무늘보님 글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느껴져서 가슴한편이 아리네요.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지하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appletreeje 2013-02-12 22:46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합니다.
어머님 모시고 맛난 것, 좋은 곳 다 모시고 다니시는 보슬비님 보면서
늘 너무 예쁘시고 좋아요.^^
그런 것 같아요. 저희도 아이들이 사내아이들이라 그런지 꼬마때와는 달리
은근 아빠를 더 존경하는 것 같아요.^^
보슬비님! 늘 감사드리며 좋은 밤 되세요.*^^*

블루데이지 2013-02-13 00:18   좋아요 0 | URL
맘이 많이 저리네요..appletreeje님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참느라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다 읽고 나니 턱이 얼얼합니다.
한동안 가슴속에 계속 맴돌것같아요^^
설때 바빠서 아빠엄마 못 뵈러갔는데 그게 맘에 더 걸려서 그런가봅니다.
괜찮으시죠? appletreeje님! 토닥토닥 꼬옥~

appletreeje 2013-02-13 09:41   좋아요 0 | URL
예~~이젠 괜찮아요.^^
구정날 저 시를 읽다가 무심코 엄마에게 짧은 편지를 쓰게 된 것 같아요.
이궁, 괜히 심란한 마음 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블루데이지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눈썹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너는 울 때 추운 눈썹을 가지는군

                   한기가 느껴지는 가난한 광선

 

                   내가 울 때 두고 온 눈썹

                   내가 울때 젖을까 심장 속에

                   두고 온 가난한 눈썹    (P.159 )

 

 

 

                                 -박형준 詩集,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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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9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9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2-10 14:16   좋아요 0 | URL
관심가는 시집이 많은데 시가 너무 어려워서 구매할 용기가 안 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appletreeje 2013-02-10 16:30   좋아요 0 | URL
시집들이 많아서 각자에게 맞는 시집을 고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왠지 후애님께는 류시화의 시들이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나 최근에 나온,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도 저는 참 좋았어요.

후애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영육간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우리는 구정이라도 시댁이 같은 동네에 사시고, 명절 당일에 아침식사를 함께 한 후 다함께 성당에 가서 합동차례미사를 드린 후 돌아와 재미있게 놀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 온다.

 오늘 식구들이 전(煎)이 먹고 싶다고 해서 저녁에 전으로 유명하다는 수유시장에 가서 전을 사오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 어느 사람을 만났다. 내리려 교통카드를 대는데 어떤 사람이 툭 쳐서 보니 아주 신심이 돈독한 분이 너무나 웃긴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아는 체를 했다. 나도 환승을 하기 위해 같이 내렸는데, 그 분이 "어디 가세요?" 나는 아퍼서 병원에 가는데" 하시길래 순간, "안 아퍼 보이시는데요?" 했더니 "다행이네요. 아픈 티 나는 거 싫은데. 근데 이 저녁에 어디 가세요?" 또 물었다. 왠지 전 사러 간다는 말이 부끄러워 "예~심심해서 어디 좀 가요" 했더니 그 분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말씀하셨다. "기도하세요.!"

 버스를 다시 타고 생각하니, 왠지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가끔, 그처럼 자신의 삶이나 생각에 단호한 사람들을 만나면 난 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한 듯 하다. 너무나 무엇인가에 확신을 가지고 매사를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뭔가 야코가 죽는 듯하다. 별로 잘 사는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잘못 살지도 않았는데.

 이궁, 결론은 어떤 '단호함' 앞에서 내가 내세울 '단호함'이 희박함을 애석해하는 중이다.

 이것은 신앙심이 강한 그 분 같은, '종교'에 한 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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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9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9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2-09 08:51   좋아요 0 | URL
명절 문화 집집마다 다르지만 참 바람직하고 행복하게 보내시는 거 같아 좋아보여요. 단호함, 예전엔 비교적 그랬다고 생각하는데 나이 들어갈수록 단호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님의 단상이 참 좋아요. 편안한 설날 보내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appletreeje 2013-02-09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젠 점점 단호함에 자신이 없어졌어요.^^
프레이야님의 따뜻한 말씀 들으니 위로가 됩니다.ㅎㅎ
프레이야님께서도 행복한 명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후애(厚愛) 2013-02-10 14:12   좋아요 0 | URL
이 책 선물 받았는데 아직 못 읽었답니다.
미루지 말고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어요.^^

appletreeje 2013-02-10 16:2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중학교때 중간고사가 끝나고 명동 성바오로서원에서 처음 사서 읽었어요. 세월이 많이 지나서 다시 읽어도 변함없이 좋더군요.(그런데 옛 구간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 책에 나오는 '치셤 신부'가 저희 부부의 이상형이예요.ㅎㅎ
후애님께서도 나중에 시간이 나실때 읽어보시면 후회 않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