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속도가 문제인지 전반적으로 느리게 사고하기 시작한 뇌가 문제인지 책을 매우 천천히 적게 읽고 있다. 조금 지친 탓도 있고 계엄 이후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혼란과 때를 만난 것처럼 곳곳에서 기어나오는 바퀴벌레와도 같은 인간들의 모습에 구역질이 나서 그런 면도 있다. 특히 시대가 개차반같다보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음을 기대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머리가 쉴 틈이 없다. 조금 더 희망이 가득한 날들을 맞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건만. 


그래서일까 '잊혀진 책들의 공동묘지'시리즈를 읽는 내내 재미가 주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공안정치시대의 한국을 떠올려야 했다. 그 시대로 회귀하려는 지금의 미국과, 비록 일단 막아내기는 했지만 계엄령을 통해 이를 시도한 어떤 못된 놈과 그 처단과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사회 곳곳에 알박기되어 있는 부류의 인간들을과 소설이 오버랩되어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도 훌륭했고 개성만점에 매력까지 겹한 등장인물들의 서사도 좋았지만 이번 첫 번째 독서에서 이 시리즈는 프랑코시대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까지 이어지는 한국과의 공안정치라는 접점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강렬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어쩌니 화가 나던지. 


책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 거기에 잊혀진 책들로 가득한, 도시 지하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책의 묘지라니. 바르셀로나라는 고도가 품은 역사와 함께 너무도 매력적인 소설이었는데 난 어쩌다 보니 이 소설을 아주 최근에 알게 되어 읽어버리게 된 것일까. 분명히 내 레이더망에 일찍 들어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소설의 시간연대순서가 좀 왔다갔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지장이 전혀 없다. '천국의 수인'으로 중간에 빠진 이야기를 보충한 것은 그야 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작가가 타계하여 더 소설이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번역된 것들은 모두 주문했다.
















유횽준선생의 책 외 두 권의 저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유럽을 가다 1'은 아마 '유럽을 가다 2'를 구상하고 출판되었을텐데 어찌될까. 유홍준선생의 책을 읽으면서 무척 낭만적인 시절을 살았구나 싶어 부러웠다. 주변의 다양한 문인들과 열사들을 벗과 스승으로 두었으니 어렵고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오늘부터는 다시 열일, 열독, 열운동의 모드로 노력하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5-04-12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재를 하시는 분들이 떠나면 많이 난감해질 것 같네요.
전 얼음과 불의 노래의 마틴 옹께서 장수하길 손꼽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70이 넘으신 분이 5부이후 15년째 6부를 간만 보고 계십니다.

transient-guest 2025-04-13 23:54   좋아요 0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드라마 시퀄도 나왔는데 어째 남은 이야기가 책으로는 안 나오네여 말로는 죽어도 다른 작가가 이어서 정리해 줄 수 있게 해놨다고는 합니다만
Wheel of Time 시리즈가 그렇게 1-2권이 작가 사후에 나오긴 했습니다 권당 평균 천페이지에 12-3권으로 되어서 모아놓고 네 권까지 읽다가 중단했는데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아하는 시리즈입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ㅎㅎ
 

시절이 거지같아서 늘 화가 나고 조바심이 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예상한대로 큰소리만 치는 트럼프는 취임 후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주가를 작살내고 사회와 경제를 망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장 탄핵되어 내란수괴로 사형되어 마땅한 굥이 지귀연이란 희대의 판새를 만나 석방되고 심우정이란 희대의 법창의 결정으로 상고를 포기받아 탈옥에 성공했다. 


너무도 당연한 탄핵 또한 그 결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탓에, 그리고 한줌도 안되는 무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전광훈같은 사이비교주들이 주동한 폭동으로 여론전이 시작되었고 그 덕분에 사회 곳곳에서 암약하는 추종세력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 스트레스가 또 만땅이다. 탄핵은 기정사실이어야 하건만 이 또한 보장된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그 불안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나라도 좋고 민족도 좋지만 일단 나는 살고봐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일상의 의무를 다하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해서 긴 싸움을 끝내 이겨내리란 그런 마음으로 조용히 다짐해본다. '싸울테면 싸우자'라고.


이런 시국에도 독서는 계속 되어야 한다. 수집과 읽는 행위는 운동과 기도와 함께 일상에서 큰 기쁨을 주는데 아마 주말에 갖는 혼자만의 와인 마시기와 함께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8개국어를 하고 주은래의 특별한 주선으로 북조선으로 돌아간 덕분에 이런 저런 사유로 자행된 숙청에서도 살아남았고 기구한 팔자로 북조선에서 남한으로 파견한 스파이로 살다가 붙잡혀 전향한 노학자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조만간 그의 자서전을 구입해 읽어볼 생각이다. 평생 찾아 정립하려던 global한 실크로드의 문명사가 미완으로 남은 것 같아서 아쉽다. 여행도 못 다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중남미 일대와 캐러비안의 섬나라들을 맛배기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발생하는 문화, 동질성,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별에서 사는 운명공동체로서 자각하고 국지적인 모든 박해와 적대행위를 멈춰야만 할 것 같다. 현실은 물론 지옥이고 더 나빠지고 있지만 우리의 문명이 살아남으려면, 인류가 멸종하지 않으려면 전 지구의 평화는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목표가 아닌가 싶다. 중남미는 치안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어 언제 가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나마 관광지 위주로 발달한 캐러비안이 좀더 용이할 것 같다. 여기서 알게 된 바 깐꾼을 통해서 치첸잇짜를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건 좀 할만 할 듯.


문학읽기도 느리지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리즈는 비교적 유한하니 (근데 계속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이렇게 조금씩 가다보면 그래도 유명한 작품들을 한번은 만날 수 있겠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은 솔직하게 말하면 그다지 흥미가 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건성으로 읽었을 뿐이다. 좀더 context가 있으면 더 즐길 수도 있었을까. 작가가 워낙 유명하니 한번은 읽어볼 생각을 했다.





'묘보설림'이란 시리즈로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볼 생각을 하게 한 대단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일까, 성장소설일까, 법정소설일까 읽으면서 계속 왔다갔다를 반복했는데 사회소설이 아닐까 싶다. 재미도 충분했고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대만의 현대사와 여기서 야기된 선주민과 이주민들의 충돌, 차별, 정치적인 문제, 더해서 정치와 협잡, 사형제, 이주노동자의 문제, 어업, 남획, 단속에 얽힌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잘 녹아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가끔 이렇게 우연히 엄청난 걸 만나게 되는데 책을 읽고 모으면서 느끼는 큰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내일은 더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읽고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이니까.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하고 나눌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시 볕이 따뜻한 날이 이어지길래 이젠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왔구나 싶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비가 온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라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분다. 지금은 그쳤지만 구름이 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서 이번 한 주간은 바깥나들이가 좀 고달플 것이다. 워낙 가문 2024-25의 겨울이었기에 비가 오니 좋긴 하더라. 완전히 봄이 오고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에 비가 대차게 내려줬으면 좋겠다. 한번 정도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고 싶기 때문에. 


2월의 책읽기는 무척 저조했다. 새로 넣은 주문은 DHL 송장만 뜨고 나서 감감무소식시 볕이 따뜻한 날이 이어지길래 이젠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왔구나 싶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비가 온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라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분다. 지금은 그쳤지만 구름이 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서 이번 한 주간은 바깥나들이가 좀 고달플 것이다. 워낙 가문 2024-25의 겨울이었기에 비가 오니 좋긴 하더라. 완전히 봄이 오고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에 비가 대차게 내려줬으면 좋겠다. 한번 정도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고 싶기 때문에. 


2월의 책읽기는 무척 저조했다. 새로 넣은 주문은 DHL 송장만 뜨고 나서 감감무소식이었는데 알라딘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듯 문의를 넣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이런 저런 설명을 받았다. 그다지 convincing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DHL 배송비가 얼만데 그런 실수가 발생하여 늦은 배송을 받아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대응처리에 그다지 성의를 느끼지는 못했다. 일하는 사람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다만 회사의 일처리에 불만이 있을 뿐이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모두 한번은 읽어보려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번 해의 계획이 단 세 권째에서 진도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 이 책이 희곡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보통 희곡체를 읽을 일이 없어서 무척 낯설게 느껴진 탓에 조금만 읽어도 머리가 피곤했던 것. 어쨌든 어제 속도가 붙어준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햄릿'을 읽었다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대사가 많고 거기에 더해서 수많은 대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준 이야기를 태어나서 반 세기 정도가 되어가는 지금 읽었으니 확실히 고전문학은 너무 안 읽은 감이 있다. 읽으면서 장면을 상상하고 배우들의 동작과 대사를 떠올리니 문득 연극으로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해서 유명한 대사를 보니 영어로 된 것을 읽어야 원작의 느낌을 더 강해게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로 된 건 다른 판본도 갖고 있지만 찾아보니 영문으로 된 셰익스피어는 한 권도 없는 걸 지금 알았다. 조만간 한 권 구해볼 생각이다. 



3부작을 다 읽고서 시리즈의 마지막을 끝냈다. 3부작 시리즈의 중간 어디엔가의 시간대의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편 옴니버스 같으면서도 하나의 큰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태로 기승전결이 꽤 좋았다. 셜록 홈즈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한번 더 비틀어 HP Lovecraft의 크툴루 세계관을 합쳐서 만든 이 세계관에서는 왓슨이 묘사한 홈즈의 행적은 결국 크툴루와 그 추종세력들과 치룬 전쟁을 단순한 범죄사건으로 재구성하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었고 진또배기는 이 시리즈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류의 운명을 건 이 전쟁의 큼직한 이야기들은 앞서의 3부작에서 다 볼 수 있었는데 시리즈가 끝난 것이 너무 아쉬웠던 차에 네 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근데 이렇게 쓰고 생각하니 다른 작가가 쓴 셜록홈즈X크툴루 시리즈가 또 3부작이 더 있는 것을 예전에 구해놓았던 것이 있어 적당할 때 땡기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2월엔 열 권을 채 못 읽었으니 지난 8년 중 가장 성적이 저조했다고 하겠다. 권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은 은퇴 후에는 자연스럽게 좀더 많은 시간을 책읽기에 할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그리 해도 어느 정도 목표치에 맞게 유지가 되어야 80까지 살았다면 40부터 해서 만 권을 읽을 수 있으니까 분발해야 할 것이다. 


이번 달엔 더 노력을 할 생각이다. depth에 못지 않게 quantity도 중요하다고 보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5-03-03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곡 몇 권 읽어보곤 다시는 읽지 않기로 했어요. 독서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게 만들더군요. 저랑은 궁합이 맞지 않나봐요.

transient-guest 2025-03-04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려웠습니다만 기왕에 문학전집독파를 목표로 삼았으니 잘 이해하지 못해도 읽어나가야 합니다 ㅎ 앞으로도 가끔 만날 것 같아요
 

예전만큼 새벽에 잘 일어나지 못하지만 오늘처럼 어쩌다 새벽에 일찍 눈이 떠져 운동을 한 날은 기분이 좋다. 묘한 성취감도 있고 무엇보다 하루가 넉넉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인 일이었는지 어제 저녁부터 일찍 잠이 와서 밤 여덟 시 무렵부터 누워 졸다가 눈을 뜨니 새벽 세 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조금 게으름을 부리긴 했으나 내 잠이 깬 것을 눈치챈 고양이가 달려와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잠이 완전히 깬것. 무슨 storm이 왔는지 비가 많이 와서 새벽에도 빗소리가 대단하여 잠시 재즈를 들으면서 책을 보려고 생각했으나 모처럼 일찍 일어난 새벽이 아까워서 이를 악물고 gym으로 갔다. 가는 것이 어렵지만 일단 가고 나면 공간과 시간에서 오는 에너지 같은 것이 있어서 몸에 힘이 나고 활기가 돈다. 천천히 강도를 잘 잡아가면서 등과 이두운동을 수행하고 돌아오니 고작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업무메일에 회신을 하고 이런 저런 처리를 하고 달걀과 아보카도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커피를 끓였는데도 오전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정도. 재택근무를 하기로 하여 출퇴근에 소요되는 준비와 운전시간이 빠지니 가뜩이나 slow한 금요일의 오전업무가 거의 끝나버렸다. 할 일은 언제나 많이 있지만 적당히 pace를 조절하는 편인데 금요일에는 무겁고 어려운 건 안 하려고 해서 아마 이런 식으로 오늘 하루가 흘러갈 것 같다.


어제 잠시 언급했던 'My Bookstore'에서 소개된 서점들 중에서 (좀더 읽었다) Alabama Booksmith란 특이한 서점을 알게 되었다. 이런 시기에도 책을 엄청나가 팔아댄다는 곳인데 Signed First Edition Club이란 회원제 도서구매를 이용해서 똑같은 책값으로 서점에서 curation한 엄선된 작가들의 First Edition에 사인을 받아서 판매하는 컨셉이다. 서점주인의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서 2005년부터 운영해온 프로그램의 작가들을 보면 내가 아는 이름만 해도 무려 앤 라이스, 폴 오스터, 이사벨 아옌데, 할레드 호세이니, 이민진, 살만 류슈디, 필립 로스 등 후덜덜한 수준이다. 늦게나마 나도 이렇게 한 권씩 서명된 First Edition이 갖고 싶어져서 털컥 가입해버렸다. 연 500불 내외의 수준이니 한 달에 50불이 채 안되는 아주 합리적이고 부담이 없는 가격이니 괜찮을 것 같다. 우리 동네 물가로 말하자면 쌀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팁과 세금까지 합쳐서 23-25불이 쉽게 나오니 쌀국수를 두 번만 안 먹으면 저자의 친필서명본으로 First Edition을 받아볼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개이득 아니겠는가.


이 서점의 주인양반은 원래 재단사로 오래 일했다고 하는데 좋은 재료로 잘 만든 양복을 제대로 된 값으로 파는 것이 영업방침이었다고 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힘이 좋아서 50대를 넘긴 나이에도 직접 100kg 단위로 책을 옮기고 이벤트를 조직하여 성업 중이라고 하니 이런 어려운 시대에도 지역인구의 구매력과 지적 수준에 따라서 서점이 잘 굴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카페도 없고 WiFi나 charging station도 제공하지 않는 대신 하루 종일 매대를 서성거리면서 책을 보고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이라고 하는 이곳의 회원이 되어 뭔가 설레고 있다.
















이따 일을 하면서 친해진 지인과 11시 정도에 만나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정착하기로 하고 퇴사를 했는데 미리 계획하고 만든 여러 개의 쿠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서 당분간은 까먹느라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별건 아니지만 가끔 안부를 묻고 만나서 점심이나 커피를 사주는 것으로 응원하고 있다. 


연휴인데 계속 비가 오니 딱히 할 것도 없고 갈만한 곳도 없으니 밀린 책이나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5-02-15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단사였다 서점 주인된 사람 이야기 진짜 흥미롭네요. 저 미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산 애들 책이 작가 서명이 되어 있는 first edition이어서 깜놀했던 적 있어요. Hatchet 이었는데 문제는 없어졌어요. 아이디어가 진짜 좋네요. 거기는 비가 계속 오는군요.

transient-guest 2025-02-16 00:1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그런 서점들의 이야기로 가득해서 매일 조금씩 읽느라 다른 책을 못 읽고 있어요. 주말부터는 비는 안 오지만 계속 흐려서 춥네요. ㅎ 가끔 First Ed 을 구하면 기분이 좋았는데 정기적으로 규레이션된 서명본으로 받아보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ㅎ

잉크냄새 2025-02-15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곳이든 틈새 시장은 존재하는군요.
nice, good idea!

transient-guest 2025-02-16 00:15   좋아요 0 | URL
나라가 넓어서 그런지 줄어드는 독서인구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꿋꿋히 살아서 잘 돌아가는 서점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죠.ㅎㅎ
 

진도가 많이 더디긴 하지만 여전히 책은 매일 읽고 있다. 문제는 갑자기 다른 책에 흥미가 가서 읽던 녀석들을 던져놓기 일쑤라서 한 권을 제때 읽고 끝내지 못하는 것이다. 


1/3 정도를 남겨놓고 있는 사건집. 3부작으로 기획되어 이미 3권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이후 네 번째로 나온 시리즈의 마지막. 1권에서 3권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위주로 구성했는데 단막극처럼 된 구성이면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형식. 











야심차게 시작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집과 독파의 세 번째가 하필이면 희곡이라서 진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평소에 희곡을 읽는 경우가 없는 탓인지 이야기에 몰입하지도 못하고 한 두 페이지를 읽다가 말곤 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와 외전격인 기갑창세기 모스피다를 짬뽕으로 섞어 나온 Robotech는 80년대 미국에서 최고의 히트를 친 녀석이다. 당시에 Transformers, G.I. Joe, Gobots (가난뱅이들의 Transformers라는 별명이 있는 기괴한 시리즈) 등이 방영되던 미국 TV만화시장에 마징가 Z가 Tranzor Z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도입되어 히트를 친 후 생겨난 일본만화의 침공은 Robotech가 히트를 치면서 유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원작시리즈, 기갑창세기 모스피다의 원작시리즈가 각각 따로 존재하고 여기에 더해서 Robotech 시리즈가 따로 존재할 정도. 소설화된 합본 세 권의 첫 번째를 시작했으나 같은 이유로 진도가 아주 더디다.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히지만 두께로 인해 누워서 보기에 아주 불편하여 잘 잡지 않는 것이 문제. 













결정적으로 이 책을 연 순간 다른 책을 다 미뤄두게 되었다. 유명한 작가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한 꼭지씩 자신들이 애정하는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쓴 건데 놀랍게도 so far 읽은 몇 챕터의 책방들은 아직도 성업 중이다. 


이사벨 아옌데를 알고 있으나 Isabel Allende는 몰랐던 자의 무지로 작가가 소개한 책방을 보고 이름을 읽어보다가 칠레출신, 스페인어권 이름임을 알고 그 발음대로 읽어보니 문득 알아버렸다는 사실. 작가가 이곳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Marin County에 정착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Corte Madera라는 마을인데 이곳에서 오래 산 나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를 꼬박 가야 하니 샌프란시스코보다 위에 있는 동네다. 

https://www.bookpassage.com/ 아직도 성업 중이다.


첫 챕터에 나온 이곳도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한다. 

https://www.odysseybks.com/


이런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5-02-14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학작품은 웬만하면 민음사 책을 구매합니다. 뽀대가 좀 나지요.
희곡은 물론 오뒷세이아 같은 고대 구어체 형식도 참 읽어내기가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2-14 21:25   좋아요 0 | URL
민음사를 기준으로 하고 겹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문학동네, 열린책들, 을유의 문학서적을 구하고 있습니다. 말씀처럼 희곡이나 원전을 그대로 번역한 고전은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천병희 선생의 원전번역본 (절판될까봐 열심히)을 구해서 아직 시작을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