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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4-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덕분에 영화 잘 보고 올게요.^^

transient-guest 2013-04-03 03:44   좋아요 0 | URL
즐감하세요..ㅎ
 

지난 주와 이번 주 초에 일을 많이 해놓은 덕분에, 지금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내일까지 넉넉하게 끝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몇 가지 이유들을 떠올려 봤는데, 우선 마음이 바쁜 것이 큰 이유가 된다.  정신없이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난 후, 휴식을 취하며 책을 펴보지만, 일처럼 빨리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뽑아낼 것 같은 기세로 책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속독 아닌 속독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러면,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머리에 남지도 않기 때문에, 바로 내려놓게 된다.  또 하나는, 그간의 축적으로 인해, 읽을 책이 꽤 넉넉하게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책이 많이 쌓이다 보니, 읽어야할 것 같은 조바심은 커지는데 비해, 재미있게 한 권을 잡고 읽는 마인드가 생성되지 않고, 정신이 분산되어 이것저것을 집었다 놓았다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와 함께 이런 저런 일상의 일들로 인해, 내 독서는 사방으로 중구난방 난삽하게 흩어져 전혀 포커스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근 2주 정도를 지낸 것 같다.  주말에는 여유를 잡고 한 권에 충실해봐야겠다.

 

김영하 작가의 데뷔작이며, 영화화된 적이 있다.  영화의 성공은 모르겠지만, 그 만큼, 김영하 작가의 인지도가 높다는 증명이 된다.  지금에는 그리 파격적이라고 생각되지 않겠지만, 책이 나왔던 1995년에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무엇인가 의의를 끄집어내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 있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만, 소재 자체의 파격성과 구성을 높이 쳐주었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 혼자만의 팟캐스트를 들을 때에는, 그리고 그의 글을 볼 때에는 몰랐지만, 빨책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김영하 작가는 확실히 이제는 젊은 작가가 아닌, 비교적 중진의 대열에 들어가는 작가의 냄새가 난다.  무엇인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익숙하고 스스럼없어 보이는, 그런 냄새가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매우 대단한 구라쟁이 내지는 학원강사같은 달변을 보여준다.  역시 책을 읽는, 다소 어눌하고 어두운 목소리로는 추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말을 잘 한다라기보다는, 내 표현 그대로 구라쟁이 같은 느낌을 받는다.  좋다 나쁘다의 이야기가 아닌,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느낀 내 기분 그대로 그런 것이다.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는데서 데뷔작이니만큼 빠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  데뷔작이니만큼 뒷날의 작품에서 보이는 세련미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전개는 기대할 수 없지만 말이다.

 

전 세기 초에 하버드 총장이 구성하고 실현한, 그 당시 지식인의 교양을 얻기 위해 추려진 책을, 저자는 하나씩 읽어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다소 이상하거나 부족해 보이는, 또는 왜 포함되었는지 모를 책들도 있지만, 교육의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지성과 교양을 위해, 최소한의 권수로 인류 인문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모았다는 고상한 목적이 참 마음에 든다.  그 이상, 이런 시도가 제대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졌었다는 것은 아련한 추억마저 느끼게 한다.  모든 인간의 지상목표는 취업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에는 볼 수 없는 모습.  저자의 말에 의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대의 잔상을 보는 것 같다. 

 

책 자체는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저 이런 책들이 있구나, 이런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정도?  저자의 글이나 위트도 평이하다고 느꼈고, 죽어가는, 그리고 죽은 이모의 이야기와 책읽기를 오버랩할 때는 문득 '혼자 책읽는 시간'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조만간 기회가 되면 이 하버드 인문학 서재의 책을 구해서 일년 project를 삼아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amazon에 보면 used로 대략 350-700불이면 전 권을 구할 수 있다.  당장 사들여봐야 읽지도 못하고, 부모님 댁 한켠에 쌓아놓게 될 터이니, 신중하게, 정말 읽을 수 있을때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그 전에 사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다 읽고나서 큰 교양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려운 단어가 가득한 책들을 읽어내면서 개발될 뇌의 능력이 더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프로젝트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상아탑이 취업학원으로 바뀐 오늘날에는 무리일 것이다. 

 

책을 좀 읽고 싶다.  주말에는 정말이지 다 던져놓고, 한적한 카페에 한 나절 앉아서 책을 읽도록 해야겠다.  여유도 어쩔때에는 일부러 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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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03-2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영화 <주홍글씨>의 원작인가요? 김영하는 사실 젊음과 만나야 하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기발한 상상력이 세월과 만나면 더 잘 익을지 쇠퇴할진 잘 모르겠어요. 팟캐스트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3-03-29 21:29   좋아요 0 | URL
이름 그대로의 영화가 있더라구요. 정보석이랑 누가 나왔던가 하는데 그리 흥행되지는 않은 듯 합니다. 팟캐스트는 처음보다는 정성을 덜 들이기는 하네요. 최근의 것들은 주로 책을 읽어줍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면 팟캐스트라능...ㅎㅎ

알케 2013-03-2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수없는 소리지만 ㅎㅎ 저는 김영하가 늘 별로였어요 ㅎㅎ 에피고넨같아서.

transient-guest 2013-03-29 21:30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유추하는지는 모르지만요.ㅎ
 

역시 3월은 바쁜 한 달이 되려는 듯 싶다.  한 주간 책을 꾸준히 읽기는 했지만, 끝낸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주는데, 바쁘기도 하거니와, 머리가 복잡해서 한 권을 오래 잡고 있지는 못하고, 이 책, 저 책 사이를 방황하면서 근근히 독서인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금요일인데도 client meeting이 두 개나 잡혀 주말답지 못하게 양복차림으로 오전 내내 바쁘게 일하고, 잠깐 숨을 돌리면서 오후에 잡힌 두 개의 미팅을 기다리고 있다.  점심도 먹어야 하는데...

 

그냥 짧게 떠오른 생각.  책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니까, 서재인데, 책 얘기보다 다른 것들이 더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이는 조금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올리지 않을 바에야, 이걸 오픈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  좀 이해해 달라는 말입니다요...-_-:

 

김미경 논문표절:

어제 김미경씨 사건에 대해 좀 심한 말을 올린 것 같다는 후회가 살짝 온다.  하지만, 사실 논문표절이라는 심각한 이슈가 발생한 것을 보면, 그녀가 썼다는 책들의 원저자가 과연 그녀일지 의심이 된다.  꽤 오래전에 art에 관한 책으로 좀 이름이 난 한모씨의 사건이 기억이 났기 때문인데, 원저자인 이슈제기 당사자의 말에 의하면 아이디어, 구상, 메모/노트 같은 정리가 덜 된 contents를 한모씨에서 받아 실제로 책을 써낸 사람은 자기였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모씨가 버젓히 저자로 나와있음은 물론이었고, 실제로 출판계에서 흔한 풍경이라 하였다. 

 

재판/합의가 어떻게 되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경우가 흔하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누구나 책을 읽는 사람, 혹은 책을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이디어, 노트, 자료, 메모같은것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버무려서 자기만의 색깔과 구성으로 책을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한모씨같이 책을 낸다면 난 일년에 열 권도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명인사의 자서전 같은, 누구나 대필임을 아는 경우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한국의 현재 출판풍토에는 문제가 있다.  서구권의 경우 직접 쓰는 자서전은 당사자가 저자로 나오지만, 구술하거나 자료를 가지고 다른 전문 writer의 도움을 받는 경우 개똥이 with Writer의 형식을 빌려 이를 분명히 한다.  즉, 예를 들면, 이명박씨가 자서전을 이런 방법으로 출판할 경우 이명박 with Writer가 되는 것이다 (이명박씨가 개똥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찌질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작은것에서부터 하나씩 고쳐져야 하는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명박씨가 개똥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예를 든 것임을 분명히 한다. 

 

전산마비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평소에 무슨 일만 있으면 북한이 했다고 하니까,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데도 정부의 말이라면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종일 북한의 사이버부대의 위용(?)에 대해 개거품을 물던 언론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북한소행이 아닌 것으로 발표가 났다는 것을 알리는 신문은 무려 하나!  네이넘이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기에는 좀 심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굿판이나 벌이고 국정원은 부정선거라는 초유의 이적행위에 몰두해 있으면서 국민의 안보의식에 구멍이 났다는 소리를 하는걸 보면 황당하다고 해야할까, 허무하다고 해야할까.  참고로 80년대의 학생개그책을 보면 황당과 허무의 차이에 대해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황당함: 방귀를 뀌려고 힘을 주는데 응가가 나오는 경우

허무함: 응가를 하려고 힘을 줬는데, 방귀만 나오는 경우

 

그럴리는 없겠지만:

국가차원을 넘어 내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1) 천안함, (2) 4대강 비리, (3) BBK, (4) 저축은행건, (5) 농협전산망, (6) 청와대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7)  2012년의 각종 부정선거정황에 대해 자세하게 까발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냥 궁금해서라도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이미 심증은 굳게 갖고는 있지만, 속 시원하게 밝혀져서 복권될 사람은 복권되고 갈 사람들은 다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  물론 그렇게 될리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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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3-2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바빠서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네요. 짬짬이 책을 읽기는 하지만 앉아서 감상을 적을 여유도 없고. 님도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transient-guest 2013-03-23 12:25   좋아요 0 | URL
다행스러운 일이죠..ㅎㅎ 바쁜게 좋아요. 바쁘게 지내다가 짬을내서 무엇인가 좋아하는걸 할때가 최고같아요.ㅎ

숲노래 2013-04-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유명인 아니라 하더라도
직접 책을 쓰는 사람은 생각 밖으로 참 드물답니다.
한국에는 대필작가 대단히 많거든요......

대필이 아니라 하더라도
편집자가 고쳐서 나오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이궁..

transient-guest 2013-04-04 02:57   좋아요 0 | URL
편집자가 교정하는건 문제가 없지만, 마구 쓴 것을 편집자가 교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쓴다면 그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유교전통이 있는 나라에서 왜 이리도 대필이나 학력위조 같은게 만연한건지요...
 

몇 권인가의 책을 읽고 난 후, 또 리뷰가 밀려버렸다.  무슨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서재를 만든 이유가 책을 읽고 난 후 정리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기에, 그리고 근 2년간 꾸준히 해온 일이기에 아무래도 밀리면 좀 그렇다.  읽고나니 '가족'이라는 테마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있지 않나 싶다.  순서보다는 그냥 생각난 것들에 맞춰 정리해 본다.

 

천명관 작가는 꽤나 unique한 작가로 내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일단 그의 책은 지금까지는 모두 재미있다.  그를 단숨에 등단작가로 만들어준 '고래'가 아닌 최신작이자 화제작이었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로 시작해서 거꾸로 읽어간 것에 더 가깝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 책도 단숨에, 한 호흡에 다 읽어버렸는데, 열정적으로 읽히는 책은 열정적으로 단숨에 쓰인 책이라는 장정일의 말대로라면 천명관 작가는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책을 써내련간 것이 분명하다.

 

가족은 무엇일까?  소위 핵가족시대의, 거의 모든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어가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의 50에 가까워가는 막장인생의 큰아들, 그리고 실패한 영화감독인, 역시 나이를 꽤나 먹은 화자, 그리고 시든 물장사 출신의 여동생, 그들 모두는 각각 배다르고 씨다른 형제들.  공통점이라면, 뭔가 일이 될때는 엄마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고, 힘에 부치면 - 일컨데, 도입부에서의 화자처럼 더 이상 팔아먹을 것도 없어진 상태 - 집으로 기어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구식 연립주택에서 아웅다웅하면 인생의 후반부를 잠깐이지만 다시 함께 보내게 되는 이 '고령'가족을 이어주는 이는 역시 엄마다.  그것도 자식들이 돌아온 것이 못내 싫지만은 않아보이는, 어디서 난 돈인지, 고기를 구워주고, 좋아하는 반찬을 올려주는 그런 엄마 말이다. 

 

이 책을 보면, 그래도 믿을건 피붙이뿐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사건이 터지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른 구성원은 인생의 어떤 시기의 위기를 넘겨왔으며, 넘길 것이니 말이다.  가족예찬소설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스토리 전체에서 흐르는 끈끈한 가족의 정이랄까, 의리랄까 그런게 있었다. 

 

다 늙어, 황혼을 넘어가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잠시나마 그녀의 사랑과 함께 하는 장면은 그래서 쓸쓸하면서도 일견 아름다운, 좀 찡한데가 있다. 

 

이 책은 지난번에 읽고 간략한 후기를 남긴바 있지만, 어제 빨책에 나온 김영하 작가와 이동진 DJ의 대담을 듣고 몇 개 생각난 것이 있어 다시 올리게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뜬금없이 14-5세기경의 유명했던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일종의 illusionist계열의 마술인데, 마술사가 하늘로 던진 밧줄을 타고 올라간, 그리고 조각나 죽어 떨어진 동자를 살려내는 것이 핵심인데, 원나라 황제앞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도 잘 속은 황제는, 그래서 즐거웠던 황제는, 어린 내시를 죽이고 과연 마술사가 이를 살릴 수 있을까 보고 싶어한다. 

 

내시가 동강나는 것을 본 마술사는 다시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다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의 상징성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책에서도 언급된 바, 남겨진 동자의 운명에 대한 것.  소설속에서는 그 엄청난 초능력같은 것을 보인 리더, J가 떠난후 남겨진 자들의 운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  또 하나는,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작가의 복선인데, 에필로그를 보면 르포타쥬의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이 사실은 '뻥'이란 것을 미리 깔아놓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신약성서에서, 그리고 그가 헌병생활을 하던 수원의 빈민촌 아이들, 너무 가난해서 17세 정도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에서 나와 정글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 맨몸으로 던져지는, 필경 술따르는 여자와 용역철거반, 룸싸롱 웨이터 등, 몸뚱이로 하는 온갖 험한 일을 할 labor pool의 주요 공급원이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찾았다고 한다.  소설일까, 르포타쥬일까 모호하게 보이기를 원한다는 그의 말처럼, 나도 처음에는 취재소설로 생각을 했다.  깊이 의미를 따져가며 상징성을 찾기에는 얕은 내 독서력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점을 두는 에필로그 - 40페이지에 달하는 - 보다도 나는 왠지 작가의 말은 프롤로그에 있다는 생각.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마도 당신은 잘 속은 것, 그러니 사실유무를 확인하려 드는 것은 마술을 보고 즐거워하며 내시를 죽여 마술사가 이를 다시 살리는가를 보려하던 원나라의 어린 황제의 멍청한 짓 같다는 것.  아닐수도 있지만, 내내 그 생각을 했기에 적어놓았다.

 

젊은 시절과 훗날 나이가 좀 든 빌 브라이슨의 좌충우돌 여행기라고 보면 되겠다.  좋던 시절, 좀더 심플하던 시절의 여행과, 이 책을 쓰던 당시의 여행이 오버랩되면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단상과 함께, 그가 겪은 유럽사람과 나라의 이야기, 그리고 항상 그를 투덜거리게 만드는, 그러나 위트있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버린 수 많은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다.  

 

천국같은 나라로 생각되는 곳이 꼭 그렇지만은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는 좋은 유럽과 미국인의 관점으로 보는 좋은 유럽은 분명히 시각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한다.  

 

김중혁 작가가 그랬다.  자기는 여행에서 하는 고생이나 겪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그걸 소재로 해서 글을 쓰면 그만이니까.  사실 잘 된 여행은 글의 소재가 되기 어렵다고.  이 책을 보면, 일견 이해가 되는 말이다.  하다못해 여자를 꼬시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을때, 스웨덴의 무성의한 역무원때문에 겪은 고생, 기차안에서의 불쾌한 동행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많은 실패담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은 최근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의 책도 조만간 모두 거두어들이고, 영문판도 구해서 비교해보고 싶다.  못내 아쉬운 번역부분이 좀 있어서이다.  

 

기자생활을 거쳐 지금은 DJ가 본업인 이동진의 책이다.  내용은 사실 빨책에서 많이 인용되어 하나도 새롭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이동진 DJ와 김중혁 작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이동진 DJ를 보면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정리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인다.  어떤 impression으로 형상화하여, 한 두마디의 문장으로 딱 정리가 되는건데, 이게 사실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에 단순한 '글쟁이'도 되지 못한다는 그의 너스레가 말 그대로 너스레이고, 실상 그는 상당한 장서가이며 독서가, 그리고 글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승옥 작가를 가장 좋아해서 그의 글은 모두 읽었다는 사람의 내공이 그리 얕을리가 있겠는가?  비록 wisdom house의 발음을 mister mouse같이하여 매우 오래 나를 헷갈리게 했지만, 영어는 한국의 국어가 아니니까 패쓰!  조금은 상업적이지만, 깔끔한 글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나도 그처럼 마구잡이로 책을 사들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마구잡이라고 할 사람들, 내 주변에 여럿있다만, 뭐 그렇다는 거지).

 

그 밖에도 지금 읽고 있는 영어책을 몇 권 소개하려 했으나, 워낙 오래된, 그러나 별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서 그런지, 알라딘에 reference가 없다.  oh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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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3-17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알고, 스스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눈여겨 읽을 줄 안다면,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 되리라 생각해요.

transient-guest 2013-03-19 02:50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ㅎ

달사르 2013-03-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책 정리의 의미, 좋아요. 그렇게 정리를 한 번 하면 책 내용이 더 오래 간대요. 그리고 두고두고 생각나구요.
저도 간만에 책 한 권 읽는 중인데, 중간중간 정리의 의미로 막막 포스팅하고 있어염. ^^

트란님은 여전히 바쁜 와중에도 책 많이 읽으시네요. 힛.

transient-guest 2013-03-25 03:02   좋아요 0 | URL
정리를 해도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요. 어릴때하고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그때만 해도 책이 귀한펀이라서 있는 책을 읽고 또 읽고 하긴 했었지만요.. 그저 꾸준히 읽는다라는 행위를 이어가는거지요.
 

 지극히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김영하 작가의 단편 모음집.  팟캐스트에서 처음으로 들었고, 2012년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도 실려 있었기에 너무도 낯익었던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읽는 내내, 내가 이걸 어디에서 봤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옛 시대의 작품들이 사회정치의식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통해 민주화의 열망과 군부독재에 대한 항거를 나타내려 했다면, 김영하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의 작품들은 무너져가는 가정, 불안한 사회, 혼란, 이런 종류의 테마를 꽤 능숙하게 다루어 상징적이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상당히 흥미있는 소설을 그려낸다.  

 

김영하는 읽을 때마다 하루키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면 조금 이상한 것일까?  팟캐스트로 들리는 조금은 어두운 톤의 목소리와 함께 내가 김영하의 책을 더 읽고 싶어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김영하와 하루키는.  둘 다 미국에 가서 일정 기간 생활을 해보고 (교환교수/학생 비슷한 걸로), 작품도 써보고, 여행기도 쓰고, 조금 혼자서 노는 사람 같은 냄새도 나고, 국내에 소개된 하루키의 많은 작품들은 그가 3-40대에 쓴 것들인데, 김영하의 나이대가 딱 그 정도라는 점 (40대 중반이던가?)을 보아, 더욱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일수도 있겠다.  그의 세 번째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말로만 듣던 그 발칙한 이야기들을 처음으로 읽은 소감은 그저 무지하게 웃긴다는 것. 두 번쨰로 읽었을때에는 젊은 시절의 여행과 시간이 흘러 이를 반추하면서 다시 이어가는 장년의 여행의 갭과 추억을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9-11전인 90년대에도 나라와 도시에 따른 이방인 배척이 있었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지금은 경제혼란과 장기전이 되어버린 실체없는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더욱 심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세계 각지를 여러 차례 돌아다니고 싶은 나로써는 신경이 쓰이는 이야기.  특히나 피부색이 하얀 브라이슨도 '미국놈' 또는 외지인 취급을 받았다면, 피부색이 건강한 나는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어는 능숙하고, 영어는 이곳에 사느니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만, 유럽에 가려면 독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어를 하면 유럽과 중남미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고 나머지는 제각각.  다만, 이탈리아어는 묘하게 늘어뜨리는 엑센트가 왠지 모르게 유쾌하여 마음에 든다.  배워보고 싶은 말.  로마제국과 그리스의 흔적을 따라 돌아다녀보고 싶다.  글로만 읽고 TV로만 접하던 것들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감동, 나는 언제나 느껴볼 수 있을까?  

 

쓰고 나니, 역시 나는 리뷰는 어렵다는 생각.  스토리도 적당히 간추리면서 느낌을 집어넣고, 그러면서도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잡지나 영화기자의 글쓰기는 아직 어렵다.  이동진 기자의 팟캐스트를 들을 때마다 이 사람은 참 정리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하루키니까 다른 말이 필요없다.  거의 다 이미 읽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읽으니 새롭고, 특히 그의 소설을 거의 다 읽어낸 지금은 중간 중간에 소설의 모티브로 쓰인 그의 평상시 생각들을 볼 수 있다.  신간도 좋고 구간도 좋고, 그저 한 권씩 쌓야가는 그의 책 - 만은 아니고, 모든 책 - 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다.  

 

사진으로 올리지는 못했지만, 구매는 언제나 읽기를 앞질러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주말의 사건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주말에 logos에 가서 재즈 CD 몇 개를 집어들고 - 쳇 베이커 - 지하서고로 내려간 나는 습관이 된 SF코너와 Mystery 하드커버 코너를 둘러보다가 이안 플레밍의 James Bond시리즈가 옛 문고판 하드커버로 9권이 들어온 것을 보고 냉큼 집어왔다.  권당 5불이니까 매우 싸게 집어온 것인데, 책 상태가 50년대에 출판된 것 치고는 양호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좀 오래된 스타일의 책 디자인 - 책 페이지가 들쑥날쑥한 - 도 마음에 들어, 어느새, 지금 사들인 것들을 좀 읽을때까지는 자제해야겠다는 지난 달의 각오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 에휴~ 속이 다 시원하다.  좀더 심층적이고 멋진 리뷰는 다른 분들께 맡겨두고, 이런 페이퍼로 남기는 것이 지금의 딱 내 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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