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간 아들은 엊그제 3월 27일 상병이 되었고, 금연을 선언했다.
아들은 대학생이 되고 물류센터에서 일주일에 하루 알바를 했었는데,
군대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하는 형이랑 일하면서 담배를 배웠다.
밤새 물류센터에서 일하면 너무 힘들어서 같이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한번 습관이 되면 끊기 어려운 게 담배라,
고2때 결핵에 걸린 전력이 있어 절대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데도 끊지 못했다.
지난 겨울 휴가와서 그릉그릉 가래가 심해 보건소로 보내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이상은 없었다.
객담 배양 결과는 4월중에 나온대서 기다리는데 별 이상은 없을 거 같다.
지난 설에 휴가를 와서 큰댁에 갔을 때,
제 큰엄마가 "宣씨들은 담배는 잘 끊는다"는 말에 작심하고 담배와 라이터를 두고 귀대했는데
두어 주 잘 버티다가 빡센 훈련과 거듭되는 코드에 결국 굴복했다며, 상병이 되는 날 반드시 끊겠다고 했다.
상병이 되면 선임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힘든 일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병이 되면 끊을려고 했다고....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은 상병이 된 3월 27일 담배를 끊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스스로 한 약속을 잘 지키리라 믿으며 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남들은 어떻게 담배를 피우게 되고, 또 담배를 끊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아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데에는 어린 날의 간접흡연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너댓 살 때, 제 아빠가 마당에 나가 담배를 피우면 녀석은 따라 나갔다.
나는 막내를 돌보고 있어 아빠를 따라 나가는 녀석이 나가서 무얼 하는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마당에 나가 보니
담배를 피우는 아빠 뒤에서 아들이 코를 킁킁 거리며 연기를 흡입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어떻게 아들을 곁에 두고 담배를 피우느냐"
난리치고 간접흡연의 폐해를 운운하며 아들을 데리고 들어왔고
다음부터 아빠는 담배 피우러 나가면 아들이 따라 나오지 못하게 했었다.
녀석은 성장해서도 그때 아빠의 담배 냄새가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날 담배 냄새가 좋았던 그 기억 때문에 네가 담배를 피우게 됐을 거야"
라는 엄마의 말에 이의를 달지 않고 순순히 인정했다.
우리아들처럼, 간접흡연 경험이나 기억이 또 한 사람의 흡연자를 만들 수 있다!
갈수록 흡연자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걸 우리는 안다.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저희들끼리만 아는 흡연 아지트도 있다.
우리막내 초등학교 때도 5.6학년 아들의 흡연으로 엄마가 등하교를 시키는 이웃이 있었다.
아빠한테 걸려서 죽도록 매도 맞고, 엄마가 등하교를 시킴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담배를 끊지 못했다.
그 엄마는 아예 방 한칸을 흡연구역으로 정하고, 그곳에서만 담배를 피우게도 했었다.
그렇게 초등 고학년부터 담배를 피우던 녀석은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된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거나 금연을 하는 것도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닌 거 같다.
그래서 자식 키우는 부모는 남의 집 자녀 일을 쉽게 입에 올리면 안되는 거고.
요즘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제약을 많이 받는다.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건물에도 금연구역이 있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
갈수록 흡연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라 서러워서라도 금연하는 사람이 많아지겠지.^^
자신과 가족, 동료와 이웃을 위해서도 금연을 하는 게 최선이지만,
비흡연가의 권리가 있듯이 흡연자의 권리도 있으니까 강제로 금연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편은 군대에서 담배를 배우고 오랫동안 애연가로 살았다.
몇 차례 금연하고 다시 피우기를 반복하며 삼남매의 아빠로 살았다.
그러다 어머님이 암수술을 하고 담배를 끊으라는 간곡한 말씀에 '예'하고는 그날로 끊었다.
어머님은 항암치료를 받으며 힘겹게 버티다 채 2년을 못 넘기고 돌아가셨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벌써 10년이 되었다.
아들의 금연에 이어 손주의 금연도 지켜보고 계실 어머님이 떠올라 울컥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