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엔젤 엔젤 메타포 5
나시키 가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메타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메타포의 다섯번째로 13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엔젤을 세번이나 쓴 제목에서도 읽히듯이 그 중의적 키워드를 찾는 독서로, 두 사람의 화자가 풀어내는 교차진술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체가 달라서 화자가 다른 건 금방 알수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손녀 고짱과 할머니 사와짱의 여학교 시절을 현재 시점으로 풀어내서 그런 듯하다.

엔젤은 표지에서 보이는 열대어 '엔젤'과 엄마의 자랑스런 범생이 딸 '고짱', 또 치매에 걸린 할머니 사와짱을 의미한다. 열대어 엔젤이 약자인 물고기를 공격하는 악마성과, 착하고 모범인 고짱의 정서불안의 원인찾기, 할머니 사와짱의 잃어버린 학창시절 '엔젤' 찾기로 볼 수 있다. 열대어가 있는 수족관과 받침대로 쓰인 책상, 그 서랍에 있던 나무로 만든 천사 조각상이 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다.

고짱은 여고생으로 하루에 서른 잔의 커피를 마시는 중독이다. 커피를 안 마시면 공격성과 절망감, 지나친 자기혐오에 빠져 구원을 생각했고 신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정서불안의 원인이 지나친 카페인 섭취라고 인식돼 커피를 끊고 열대어를 기른다. 두 마리의 엔젤피시와 열마리의 네온테트라가 있는 수족관은 바로 고짱이 창조한 세계다.

할머니 사와짱은 여학생때 친해지고 싶었던 야마모토 고코와 좋아했던 미도리카와 선생님이 입양자매라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심술을 부린다. 또한 집에서 일을 봐주던 친자매 같던 쓰네에게도 질투한다. 질투와 배신감에 심술도 부리고 악마같은 저주를 걸기도 했던 과거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치매에 걸렸어도 유독 과거의 그 일을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읽힌다.

고짱의 수족관에서 벌어지는 엔젤의 악마성과 소심했던 소녀 사와짱의 과거를 같은 현재로 얘기하므로 복잡하지만 소설적 구성과 긴장감은 좋다. 또한 손녀 고짱과 할머니 친구 고쿄를 고짱이란 같은 이름으로 불러 좀 혼돈스럽다. 그래도 할머니 사와짱이 밤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손녀 고짱과 친구나 자매처럼 소통하며 두 사람의 내면세계, 진정한 엔젤 찾기가 진행된다.

엔젤을 진정한 천사로 만들기 위해, 혹은 천사를 돋보이기 위해 악마의 존재가 필요했다. 스스로 창조한 세계에 천사와 악마를 같이 두신 신의 뜻을 발견하기까지, 천사가 될 수 없었던 인간의 악마성은 스스로 상처를 입히며 괴로움 당한다. 신의 용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사와짱은 영원한 안식을 찾아가고, 여학생 고짱은 수족관을 통한 할머니와의 소통으로 내면의 자기를 찾는다.  

단시간에 읽을 수 있지만, 마치 마음속의 악마성을 들킨 듯한 느낌이라 리뷰 쓰기가 어려웠다. 나도 중고등시절에 별것도 아닌 일로 말하지 않고 끝낸 친구가 있어,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 보는 독서는 겁나고 부끄럽다. 짧지만 무거운 주제를 중의적 구성으로 풀어 내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고, 빛나는 10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내면을 짚어보는 엄마로서의 위치를 확인해 준 독서였다.

*전문 번역 기획실이라는 '햇살과 나무꾼'의 번역인데, 흔히 쓰지 않는 우리말을 찾아 쓴 노력은 돋보였지만, 간혹 부사의 쓰임이 어색한 곳과 '시'라는 존칭어를 한 문장에 두번이나 쓴 것은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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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5-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아직 다 못 읽었지만, 흔치않은 표현에 잠시 멈칫했어요.^^;;
요즘 통 책이 읽히지않아 괴로워요.ㅡㅜ
님~ 잘 지내고 계시죠?

순오기 2008-05-06 16:15   좋아요 0 | URL
책이 온날 곧바로 읽었는데~ 서평 쓰기가 거시기 해서 엊그제 다시 읽었어요.
다행히 얇은 책이라 두번 읽었죠.^^
 
메타포 4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컷>이 메타포의 네번째 책으로 나왔다. 청소년기의 예민한 문제를 다룬 전작들이 좋아서 메타포를 기다렸는데, '컷'은 회색표지의 검은손 붉은 핏자국으로 섬뜩하게 다가왔다. 청소년 자해의 거부감으로 초반엔 몰입하기 힘들었으나, 끝까지 조마조마한 긴장감으로 내려 놓지 못했다. 엄마로서의 무게가 더 느껴지는 책읽기여서, 캘리가 아버지와 화해하고 자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에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제목이 주는 이중성, 손목을 칼로 긋는 'Cut'과 자해를 끝내라고 외치는 'Cut'의 울림이 마음에 담겼다. 청소년 성장소설은 독자가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제공하는게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거식증과 약물중독, 자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은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식마인즈'에 오게 된 캘리를 중심으로 같은 그룹인 베카, 타라, 데비, 시드니, 아만다가 나온다. 치료과정으로 정신과의사인 브라이언트와 상담하는데, 캘리는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낸다. 캘리의 심리묘사가 마치 독자도 캘리의 마음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자해하고 침묵하는지 가슴이 아팠다. 의사 브라이언트, 그룹지도자 클레어, 간호사 루비의 친절과 배려에 캘리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인다. 전문가들이 서두르거나 다그치지 않고, 존중하고 기다려줌으로 문제를 치료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좋았다.

식마인즈에서 한밤중 자해를 하곤, 피가 나는 손목을 누르고 간호사 루비에게 달려간다. "오, 아가, 너도 많이 무서웠을거야. 뭐가 널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말해 주면 안되겠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보다 더 아프진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루비가 있어 캘리는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드디어 브라이언트 의사에게 말문을 열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스스로 자해도구를 가져오는 캘리에게 "세상의 모든 자해도구를 가져와도 어딘가엔 남아 있을 거야.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너뿐이야."라는 말로 스스로 극복하도록 조언한다. 참 감동적인 장면으로 침착한 전문가들에게 존경심이 일었다.

착한 소녀 캘리는 동생 샘이 천식에 걸린 것과 부모를 근심하게 하는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엄청 나쁜 아이가 된 자신을 벌주기 위해 자해하고, 짜릿한 통증과 솟구치는 피를 보며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이런 자책감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침묵함으로 아무도 캘리에게 '니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픈 동생 때문에 충분한 사랑과 위로를 받지 못한 외로움이 죄의식으로 발전해 결국 자해를 반복하는 것이다.

엄마의 퀼트선물과 전화에도 사랑이 확인된 듯, 가족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 식마인즈를 빠져나오지만 두려움에 젖는다. 전화를 받고 당장 달려온 아빠의 품에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는 캘리. 아빠에게 샘이 아픈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샘을 돌보지 못한 아빠는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고백한다. 비로소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위로 받은 캘리는 문제를 극복하고 자해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며 식마인즈로 돌아간다.

음, 범죄자들이 책과 영화에서 수법을 배웠다는 말이 생각나, 혹시 자해를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중학생 남매에게 이 책을 읽혀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걱정과는 달리 캘리가 침묵을 풀고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 감동하고 안심되어, 중학생 남매에게도 읽어보라 권했다. 미국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제가 된 다이어트 폐해나 약물중독, 자해하는 소설 속 아이들을 보며 우리 남매는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주고,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은 크고 작은 자기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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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1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그런데 범죄자들이 TV나 다른 매체에서 배웠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꼭 해당 매체가 두들겨 맞잖아요. 청소년 보호법 어쩌구 하면서요. 물론, 여과 없이 다 보여줄 순 없지만요^^;;

순오기 2008-04-14 01:01   좋아요 0 | URL
이중적 의미가 잘 살아나는 작품이었어요.
TV에서 너무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좀 그렇더라고요~ ㅠㅠ
 
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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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만에 낄낄거리며 읽은 책이다. 게다가 걸죽한 입담을 즐기는 독서라니! 엄마보다 먼저 읽은 중1 막내는 엄마가 낄낄거릴 때마다 "엄마도 재밌지?" 소리를 연발한다. ㅎㅎㅎ 만화같은 뻔한 스토리에 제법 묵직한 주제를 얹어서, 가볍게 스치듯 상큼발랄하게 그려낸 김려령 작가에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주었다는 설명에 동감이다.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문학은 더 재미있어야 한다. 아무리 대문짝만한 신문광고를 때리고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외쳐도, 재미가 없다면 청소년에게 외면당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사랑받을 요소를 갖고 있다. 표지부터 청소년의 시선을 끌만한 만화적 캐릭터로 옷 입었고, 등장인물 이름도 완득이, 똥주, 난닝구(남민구)라니 만만치 않다. 한 챕터가 시작되는 페이지에 만화로 요약한 센스도 돋보인다. 게다가 시작부터 담임샘인 똥주를 일주일 안에 죽여달라고 기도하는 완득이가 작정하고 끌어들이는데, 어찌 웃음없이 볼 수 있겠는가? 청소년들이 가볍게 낄낄거리며 즐길 수 있다. 완소 완득, 똥주샘 짱이다.^^

독자들의 리뷰와 신문광고를 보고 책을 읽기도 전에, 중학교 학부모독서회 4월 토론도서로 추천해놓고 은근 걱정했는데 읽고 나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있지만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우리 이웃들, 저소득층이라 불리는 그들과 무언가 하나씩 부족한 사람들,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사회문제, 혼인으로 맺어져도 온전한 한국인이 될 수 없는 외국인 어머니 등, 제법 묵직한 사회문제가 충분히 토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감옥살이 하듯 입시에 매달려야 하는 고딩들의 현실에서 표출할 수 없는 욕구와 불만이 쌓인 그들에게 열어줘야 할 돌출구, 혹은 탈출구의 문제들. 상위권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존중받지 못하는 인권문제. 부모들이 못 이룬 꿈의 대리자로 정작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은 포기해야 하는 진학문제 등, 엄마들이 내 아이처럼 여기며 토론할 거리는 충분할 듯하다. 물론 청소년의 성심리도 엿볼 수 있다.

가볍게 낄낄거리고 책을 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가 한참은 생각하게 된다. 완득이를 혼자만의 세계에서 끌어내는 똥주샘의 교육방식이 그리워지는 현실이다. 심한 욕설같은 반어적인 상말을 마구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아이들은 좋아할까? 체벌 99대, 집행유예12개월을 선고할 줄 아는 똥주샘의 너스레에 학생들은 그 사랑의 깊이를 짐작하지 않을까? 비록 완득이의 보급품인 햇반과 호박죽등을 수시로 갈취(?)하는 선생님이지만, 부자 아버지의 불법체류자 학대에 반대해 그들을 위한 모임과 쉼터를 제공하고 소수자에 대한 애정을 실천하는 삶이 제법 멋져보이기도 한다.

공부는 꼴찌지만 난장이 아버지를 욕한다면 가차없이 몸이 먼저 움직이는 완득이. 어머니의 존재 여부도 모르고 살다 만난 그분(베트남인)의 닳아빠진 분홍신이 마음 아파서 새구두를 사드리는 장면에선 기어이 눈물 한방울 떨구었다. 이런 인간적인 완득이를 좋아하는 일등짜리 정윤하의 짜임은 자연스럽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고개는 끄덕여진다. 사람들은 다 자기에게 없거나 부족한 것에 끌리니까... 내게도 부족한 것을 채워줄 친구가 그~립~다!

청소년성장소설인 이 책은 물론 완득이의 성장을 담고 있다. 난장이 아버지와 어머니인 그분을 인정하고 사랑하기까지 마음의 움직임이 담겨있고, 복싱을 통한 자기 찾기는 TKO패를 극복하려는 다짐으로 보여준다. 또한 완득이와 더불어 주변 사람들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 난장이 아버지 도정복씨와 완득이 어머니인 그분, 난닝구로 불리는 삼촌 남민구와 씨불놈으로 알려진 이웃집아저씨, 똥주 선생님조차도 함께 어울리는 가운데 내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양장본(8,550원)과 반양장본(7,650원)의 가격 차이가 있으니 선택은 자유지만, 구입할 때는 그래도 싼 값의 책을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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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2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알라딘에서 투표할 때 만화인줄 알았어요. 서지 정보를 보니 소설이더라구요. 여기저기 반응이 좋네요. 저도 꼭 읽어볼래요.(이렇게 다짐하고 있는 책이 과장해서 십리라죠^^;;;)

순오기 2008-04-02 18:27   좋아요 0 | URL
흐흐 정말 만화 같아요. 그래도 가슴 찡하게 눈물도 한방울 떨구게 되던걸요.^^ 위 내용에 빠져서 수정해야겠네요.ㅠㅠ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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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방학 책따세 추천도서였다. 중학교 1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제목이 주는 섬뜩함 때문에 손에 잡기가 망설여지지만, 한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좌르르~ 읽게 된다. 독서 속도가 빠르면 한 시간, 정독해도 두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 우리 애들은 이 책을 읽고, 마치 인터넷 소설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참신한 구성과 내용이 중학생들의 정서와 심리에 맞도록 잘 쓴 작품이다. 우리 아이들은 다 읽었지만, 중1 막내의 학급문고로 넣기 위해 중고샵에서 구입했다.

이번에 2박 3일의 수련회를 갔다 온 아이는, 매직기와 고데기를 가져와 머리를 만지고 엄마들처럼 온갖 화장을 하는 친구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중학교 1학년도 중2~3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중학생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데, 아직은 개념없이 그저 멋있고 좋아보이면 따라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참 씁쓸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그런 중학생이 주인공이다. 유미가 선물한 바다빛 파란색 일기장에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로 시작되는 재준이가 미리 쓴 일기,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말썽부리지 않고 범생이 같던 재준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벚꽃처럼 흩뿌려지던 그 전까지의 기록이다. 마치 시체놀이를 즐기듯, 자신이 죽었다고 가정하고 써 나간 일기를 친구인 유미가 읽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죽음의 의미를 찾으려던 재준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고, 남겨진 유미가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형식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2001년 9월 9일 한 소년의 어이없는 죽음에 통곡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다짐하고 2년 후 그 약속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10대 청소년들이 겪는 첫사랑의 아픔, 부모와의 갈등, 선생님과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과 우정이 담겨 있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소통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아픔을 담았으면서 그리 무겁지 않은 느낌이다. 생기 넘치는 그들의 재치에 웃을 수 있는 가벼움이 좋다. 작가가 많은 중학생들에게 읽혀보고 그들이 지적하고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다 고쳤다는 후기를 보고 학생들이 공감하는 이유가 짐작됐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다.

재준이의 죽음을 충격적으로 던져 놓고 그 의미를 풀어가는 형식이 신선해서 읽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슴이 철렁~ 아프고 가슴 무거운 부분도 있다.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재준이 엄마 마음이 내 마음 같아 안타까웠다. 유미가 재준이 일기 읽기를 미루고 미루다 찬찬히 읽어가며 함께 했던 추억을 더듬어 가는데 울컥~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재준이의 죽음이 유미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준다.

질풍노도의 십대들이 읽으며 죽음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개념없이 마구 살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죽었다면 오늘 타인의 삶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급문고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눈시울을 붉힌다면, 학창시절을 알차게 의미있게 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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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3-3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참 궁금했어요. 제목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더라구요. 이런 내용의 책이었군요.

순오기 2008-04-01 02:38   좋아요 0 | URL
음, 제목이 가슴 철렁하죠...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나는 부분도 있지요.
 
링어, 목을 비트는 아이 메타포 3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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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스피넬리'는 '문제아'의 주인공이었던 '징코프'와 같이 각인된 작가다.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는 '링어(목을 비트는 아이)'메타포의 세번째 책을 만나는 즐거움에 몰입했고, 역시 손에서 놓지 않은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라고 외친 소년 '파머'에게 박수를 보내며, 희망적인 마무리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링어라니? 누구의 목을 비튼단 말야~ 섬뜩한 궁금증으로 책을 펼치니 'Wring은 (새의 목 따위를) 비틀다'라는 뜻으로 Wringer(링어)는  '비트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소설은 믿지 못할 웨이머의 일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웨이머에서 일주일간 벌어지는 가족축제 절정인 '비둘기의 날'에 5천마리의 비둘기를 한마리씩 날리며 사격수들이 총을 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면 명사수 트로피를  받는다. 대부분의 비둘기는 총에 맞아 떨어지고, 죽지 않은 새들은 '링어' 소년들이 목을 비틀어 쓰레기봉지에 넣는다. 이 새들은 비료용으로 팔려나가고, 대회 수익금은 이 지역 공원 관리에 쓰인다고.

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가? 하지만 마을의 전통축제로 내려온 이 일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어른들은 명사수가 되려고 사격연습장에 들락거리고, 소년들은 10살이 되면 이 끔찍한 '링어'가 되기를 꿈꾼다. 우리의 주인공 '파머'도 빈즈, 머토, 헨리와 한 패거리가 되어 '스너츠(코딱지)라는 별명을 얻고 불량스런 유년기를 지낸다. 친하게 지내던 도로시를 괴롭히는 일에도 동참하며......

하지만, 파머는 네 살이던 첫번째 '비둘기 날'에 마주친 오렌지색 단추같은 비둘기 눈을 잊지 못한다. '링어'가 괴로워하는 비둘기를 건져주는 거라면 왜 애초에 총을 쏘아 괴로움을 줄까? 총에 맞아 찌울어진 비둘기를 왜 그냥 날려 보내지 않을까? 비둘기를 죽이는 것과 비둘기를 괴로움에서 구해주는 게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과자를 주지 않고 총을 쏘는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해 겨울,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나타난 비둘기 한 마리. 해마다 5천마리나 되는 비둘기를 죽이는 이 마을에 겁도 없이 나타나다니... 파머는 긴장하지만 그 비둘기를 집안으로 들여 '니퍼'라 이름 붙이고 친구가 된다. 가족과 패거리에 들키지 않으려고 평소같이 행동해야 된다는 주문을 걸며 긴장감 속에 지낸다. 비둘기 니퍼와 소통하며 생명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마치 죄라도 되는 양 감추고 지내야 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덕분에, 나도 파머와 같은 긴장으로 책을 내려 놓을수 없었다.

패거리들한테, "내 이름은 스너츠가 아니고 파머야, 절대 링어가 되지 않을거야!"라고 외친 파머의 용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 위기가 몰려오는 순간에 내 눈물샘을 자극한 엄마의 고백, "네가 비둘기를 기르는 걸 알고 있단다." 엄마의 품에 안겨 흐느끼며 얼마나 외로웠는지,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갑자기 때닫는다. "옷장 속에 있던 네 시리얼 박스가 비어갈 때마다 새 허니 크런치가 마술처럼 나타난다는 걸 몰랐니?"(238) 아~ 요런게 바로 부모의 사랑이다. 엄마인 나는, 여기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ㅠㅠ

축제의 마지막 '비둘기의 날' 공원에 간 파머는, 도로시가 바닷가가 아닌 도시의 조차장에 니퍼를 놓아주었다는 말을 듣는다. 아~ 조차장에서 비둘기를 잡아오는데, 그렇다면 니퍼가 잡혀 저 상자속에 들어있다는 것 아닌가? 그때 총에 맞지 않고 계속 하늘을 맴도는 니퍼를 발견한 파머는 탁 트인 경기장으로 나가고, 달려들어 니퍼를 나꿔챈 빈즈는 비둘기를 쏘라고 외친다. 파머는 니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고 꽝~ 총성을 기다렸지만 울리지 않는다. 오직 고요함 뿐...... 끝까지 니퍼나 파머가 잘못되는 것 아닐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역시 제리 스피넬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3년만 있으면 링어가 된다고 좋아하던 꼬마가, "나도 비둘기 한 마리 가져도 돼요, 아빠?"라고 묻는다. 바로 이 꼬마의 말에 작가는 희망을 담은 것 아닐까? 링어를 꿈꾸던 소년이 비둘기 한마리 갖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그래서 아무도 거부하지 않던 전통축제의 살생을, 파머처럼 '아니오' 할 수 있는 용기를 넣어 줄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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