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야곱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981년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이제 나왔다는 게 안타까웠고, 한편으론 이제라도 책이 나와서 고마웠다.^^ 열네살 미국소녀의 성장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나 흔히 경험했을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간 솜씨에 있을 것이다. 성장기에 형제 자매간 라이벌 의식이나 비교당하는 부당함에 피해의식을 가졌다면 누구나 공감할 소재를 밀도 있게 펼쳐낸다. 성서 '에서와 야곱'의 관계를 쌍둥이 언니 '사라 루이스'와 동생 '캐롤라인'으로 설정해, 신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에서의 관점에서 '사라 루이스'가 화자로 등장한다. 사라 루이스가 느끼는 소외감과 마음의 상처에 감정이입이 된 독자는, 세심한 심리묘사와 상황전개에 마치 루이스가 된 것처럼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거나 기독교적인 요소에 거부감을 가질 것은 없다. 종교적인 부담감 없이 사라 루이스의 감정에 발맞추어 동행하면 된다.

체서피크만의 라스섬에 사는 브래드쇼 부부는 아들을 원했지만 쌍둥이 자매를 낳았고, 건강하게 태어난 언니보다 위태롭게 태어난 동생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늘 부모의 사랑과 애정 표현에 목마른 사라 루이스의 열네 살 갈증을 채워줄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튼튼한 몸과 착한 마음을 가진 루이스는 스스로 알아서 가정을 위해 헌신한다. 학교 생활보다 즐겁고 신나는 게잡이에 열정을 바쳤고, 부모는 호들갑스럽게 표현하진 않지만 늘 고마워한다는 걸 알고 있다. 덕분에 동생은 재능을 살려 성악을 레슨을 받는다. 루이스는 당연하다는 듯 인정하지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 캐롤라인을 끝없이 미워한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으며 자기 마음으로만 자꾸자꾸 미움을 키워간다. 이런 상황을 독자들은 자연스레 공감힌다. 딱히 캐롤라인이 미운 짓은 하지 않아도 뛰어난 자가 갖는 은근한 교만이 있지만, 지혜롭고 재치있는 처신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

사라 루이스의 마음에서만 들끓는 감정의 응어리들이 못내 안타깝지만 착한 아이 마법에 걸린 듯, 루이스는 당차게 항변하거나 거부하지도 않고 상황에 순응해간다. 이런 게 조금은 답답하고 딱하기도 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항상 단짝이었던 콜과 게잡이를 하며 나눈 대화는 유머 수준이 달라 통하지 않는 상황이 우습고도 안타깝다. 그런 티격태격 상황엔 초반에 재미있게 펼쳐지다가, 폭풍이 두려워 돛대를 베어버리고 떠났던 선장 할아버지의 귀환으로 루이스와 콜은 상황이 역전된다. 초반에 콜이 이해하지 못하던 고급의 조크는 콜 수준에 딱 맞는 할아버지의 유머로 루이스만 찬밥이 된다. 이런 사소한 일들을 참 맛깔나게 풀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루이스 엄마 아빠와 괴팍스런 할머니조차 개성이 강한 빛나는 조연이 되어  책의 재미를 더해 준다.

섬에 교사로 왔다가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성실한 아버지에게 필이 꽂혀 불편하고 가난한 섬 생활에 만족하는 엄마의 삶을 루이스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선장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비로소 자신의 삶에 눈뜨게 된다. 늘 하느님의 선택받지 못한 피해자라는 생각에만 빠져있던 루이스에게 번쩍, 번개가 치듯 할아버지의 말씀은 인생 좌표를 바로 보게 했다.
"네 동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어.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거야. 사라 루이스, 아무도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만드는 거야. 얘야, 하지만 먼저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한단다."

엄마는 섬을 택했지만 루이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말리지 않으며, 캐롤라인 보다 더 보고 싶을 거라는 말에 비로소 캐롤라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기 삶을 살게 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갈증났던 루이스에게 엄마의 한 마디는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었다. 루이스가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면 좀 더 빨리 행복을 가질 수 있었는데...

섬에서 나와 공부한 루이스는 간호사가 되어 자신이 원하던 산골로 간다. 그곳에서 굴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아빠의 미소를 가진 남자, 요제프에게 필이 꽂혀 세 아이를 두고 상처한 그와 가정을 이룬다. 결혼 후 아들을 낳고 이웃의 쌍둥이 출산을 돕던 루이스는 생명이 위태로운 둘째를 살리기 위해 몰입했고, 잊고 있었던 첫째가 바구니에 잠들어 있는 걸 깨닫고
"그 아기를 안아 주세요. 할 수 있는 한 오래 안아 주세요. 아니면 아기 엄마가 안아 주게 하세요."
라는 말로 나의 눈시울을 적셨다. 루이스는 자기 출생과 똑같은 아기에게 연민을 느끼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기를 소망했으리라.  

이 책은 열네 살 사라 루이스가 상처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마무리로 잔잔한 감동과 참다운 성장을 완성한다. 부모의 무심한 태도에 내 아이가 상처받거나 아파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하리라.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어날 수 있도록 불끈 힘을 주는 엄마가 돼야지 또 한번 다짐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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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엄마가 되어야 할텐데, 제 스스로 점점 잔소리 대마왕이 되어가는 것 같아 자꾸자꾸 반성하게 됩니다. --;
이 책은 찜해두었다가 읽어보아야겠어요.

순오기 2008-08-29 00:18   좋아요 0 | URL
잔소리 대마왕~ 엄마들의 특권이자 월권이자 자기반성의 근간이죠.ㅎㅎㅎ
결국은 본인들 의지에 달린 것 같아요~ 애들이 머리 커지면서 억지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ㅜㅜ

반달 2008-11-2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들러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입니다. 날씨가 추어지니 마음만 급해지네요. 올 한해 만난 사람 중 가장 가까이서 동침(?)한 순오기님을 어찌 잊을지..ㅋㅋㅋ 요즘 엔화 환율이 엄청나더군요. 요즘 같아서는 문학기행 못갔을 거예요. 좋은 인연 이렇게나마 이어갑니다. 건강 챙기시고 멋지게 사세요. 파이팅!!

순오기 2008-11-29 02:37   좋아요 0 | URL
어머 반달님, 반가워요~~~ 그것도 사흘밤이나 동침한 사이니 보통 인연이 아니지요.ㅋㅋㅋ 조만간 겨울방학에 서울가면 연락할게요~ ^^
 
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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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반지하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산 궁상을 재미있게 그려낸 만화다. 습지로 표현된 자치방의 방세를 분담하느라 만화과 친구들이 비좁게 모여 산다. 등장한 캐릭터는 작가와 친구들의 특징을 살려내어 리얼리티를 더한다. 우리 애들은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가 따로 있다. 막내는 재호가 좋고 아들은 그래도 주인공 최군이 좋단다. 큰딸은 녹용이가 좋다는데 엄마는 긴머리 몽찬이도 좋고, 인상 팍 쓴 최군의 포스도 좋지만 가끔은 단정하고 말쑥하게 차려 입고 등장하는 꽃미남 최군이 더 좋다. ^^

궁상이라 하지만 별로 궁상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눈부신 청춘을 만날 수 있다. 청춘의 특징이라면 가진 거 없어도 기죽지 않는 패기와 당당함, 거칠 것 없는 솔직함일 것이다. 한편 한편에 나타난 이 친구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실소와 폭소를 터트릴 만하다. 게다가 뻔뻔하게 솔직한 녹용이는, 독자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팍팍 터뜨려 준다.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면 엄청 욕먹을 일이지만, 사슴 녹용이가 하는 말이라 슬쩍 웃어 넘기며 찔림을 위장할 수도 있다. 자기 속마음을 대신 해 주는 녹용이한테 반한 습지 팬도 만만찮을 거라 짐작해 본다. 사랑하기엔 너무 뻔뻔하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는 녹용이도 습지의 당당한 주인공이다.

쿨한 척하지만 상당히 쪼잔한 최군,ㅎㅎ 학교에 돈 안내고 정말 장학금으로 다닌거야? 어쩌면 그랬을 거 같기도 하다. 잘자리가 없어서 C8 성공해야지~ 지평선이 생성되는 방에서 매일매일 천바퀴씩 굴러다닌다나~ 나도 내방 갖는게 소원이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 언니가 시집을 일찍 가는 바람에 성취했지만... "못생긴 애를 왜 선생으로 뽑았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보여 줄 의무가 있는 거 아냐? 외모 때문에 놀림받던 초등여교사가 자살기도 했다는 소재를 다룬 '쉽지 않다'에서 녹용이가 하는 반인륜적인 발언에 동감해 버렸다는 교대생 우리 큰딸. 이 책은 이렇게 강력한 펀치를 마구 휘두르기도 한다.

습지는 청춘들의 알량한 자존심과 욕망을 폼나게 포장해 털어 놓지만, 나는 그들의 우정도 감지됐다. 친구에게 마구 해대는 것 같아도 그 밑바탕에는 진한 우정이 있다는 것! 어떤 조건과 상황으로 사정없이 망가뜨려도 인정해 준 친구들이 멋지다. 길에서 주워오는 물건마다 이름을 붙이고 짝사랑하는 재호나, 만날 빤스 차림으로 등장하는 정군, 컴퓨터에 빠져 발만 보이거나 얼굴을 디밀고 기어나오는 홍찬의 캐릭터 등 모두가 개성이 넘친다. 이런 친구들의 일상을 그리며 사회현상을 콕콕 들추어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재미있다고 그냥 웃어 넘기기엔 뭔가 컥~ 걸리는 것이 있다. 만화적인 재미와 사유가 담긴 이런 느낌이 좋다. 역시 최규석이다~~ 이 만화를 보면서 '나도 아줌마를 소재로 이런 만화 한번 그려 봐?' 유혹을 강하게 느꼈다.^^

책 뒤 작가의 습지 보고서에는, 친구들과의 추억과 습지이야기를 담고 있어 도움이 됐다. 습지의 탄생 경위와 컨셉을 설명하고, '습지'로 전세금을 마련해 비로소 '습지'에서 벗어났다니 다행이다. 통장 잔고와 사람 마음의 상관관계를 얘기하는 글에서 오늘의 그를 짐작해 본다.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 대통령상 수상작가라는 띠지의 홍보 문구도 눈에 띄었지만, 이 책을 읽고 역시 최규석은 잘나가는 만화가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끄덕였다. 이제 '대한민국 원주민'으로 만난 최규석을 '공룡둘리를 위한 슬픈 오마주'와 '습지생태 보고서'까지 봤으니, 이제 한불수교120주년 기념 단편만화집인 '아미띠에'를 볼 차례다.^^ 

*우리 아들 아이디로 구매했더니 '구매자'가 안뜨는구나! 나 '구매자'에 상당히 집착하는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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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쾌하고 기발하고 진지하고 따뜻한 보고서
    from 가보지 못한 길 2008-08-18 13:38 
    우리나라에 이런 젊은 만화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끼며 읽은 만화. 최규석이라는 내 또래의 만화가가 경향신문에 2년동안 연재한 만화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는 연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림도 괜찮고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대사가 참 인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일부러 찾아서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미 연재가 끝난 시점이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를 찾아
  2. 따끈따끈한 책 100도씨~ 최규석을 만나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6-09 00:48 
      6월 6일 21주년 결혼기념일에 남편 팽개쳐(^^)놓고 친정엄마 생신쇠러 갔다가 최규석 작가를 만나고 왔으니 순오기는 땡 잡았다.^^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고 필이 꽂혀 자칭 큰누나라며 내맘대로 동생 삼았는데, 최규석 작가 사는 가까이 친정이라 했더니 올라오면 연락하라는 접대성(?)멘트를 달아줬었다. 그걸 기억한 우리딸이 이번에 만나냐고 묻기에 모과넷에 상경한다는 글을 남겼더니 6일 밤 8시 42분 '최규석입니다
 
 
마노아 2008-08-1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공룡 둘리~를 시작했어요. 그림체가 엄청 강렬하더라구요. 오랜만에 보았더니 그림도 낯설어진거 있죠. 다 본 다음엔 습지생태 보고서를 보려고 해요^^

순오기 2008-08-18 00:20   좋아요 0 | URL
공룡 둘리, 사랑은 단백질~ 다들 강하게 다가오죠.
알라딘엔 최규석 팬들이 서식해요.ㅋㅋㅋ

비로그인 2008-08-1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오락가락 합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지만 아직 방학중이라 마음이 쳐집니다.
이제 애들 방학숙제 마무리에 들어가야겠어요.
아마 다음주쯤이면 더 자주 들어올 수 있을거에요.
건강하세요.

순오기 2008-08-19 01:46   좋아요 0 | URL
광주도 비가 오ek 해가 나왔다 갈팡질팡입니다.우리 애들은 모두 25일날 개학이라 막바지 숙제 정비합니다. 사실은 이제 하는 거지만요.ㅜㅜ
잘있죠? 나도 다른 분들의 서재를 많이 찾지 못했어요. 개학하면 더 활발하고 신나게!^^

뽀송이 2008-08-1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ㅎ 저도 순오기님 덕분에 <대한민국 원주민> 보고는 최규석이 무척 좋아졌다는 거 아닙니까.^^ 그의 책들 다 보고 싶군요.^.~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개성있어 보여서 더 궁금해요.^^

순오기 2008-08-18 14:00   좋아요 0 | URL
헤헤~ 알라딘 최규석 매니아들 모임 한번 해야 하나?ㅋㅋ
이번 주말에 인천가면 최규석씨 만날지도 몰라요~ 와서 연락하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연락처도 몰라요.ㅎ호

웽스북스 2008-08-1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책으로 최규석 작품을 처음 만났어요 ㅎㅎㅎ 잘 찾아보면 알라딘에 저도 리뷰 남겼는데 말이죠 ㅋㅋ 너무 사랑스럽죠, 재호군의 미소 ㅎㅎㅎ 그런데 전 역시 최군(최규석)에게 제일 많이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_^

순오기 2008-08-18 14:01   좋아요 0 | URL
네, 웬디양님 리뷰 찾아서 읽고 왔어요~ 작년 7월인가 올렸더군요.^^
하여간 웬디양 덕분에 취규석을 알게 됐으니 정말 고마워요!!

감은빛 2008-08-1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저도 이 책 읽고 끄적인 글 있어서 트랙백 걸었어요. 역시 저보다 훨씬 재미있고 알차게 잘 소개해주셨네요. 그래도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느낌을 가진 사람을 만나니 좋네요. <대한민국 원주민> 봐야지 하고 생각은 하면서도 아직 못 보고 있습니다. 빨리 봐야 겠어요.

순오기 2008-08-18 13:57   좋아요 0 | URL
헉~ 대충 써 놓은게 맘에 안 들어서 좀 수정하고 나니 먼댓글이 달렸네요. 중간에 한문단 추가했어요.^^

치유 2008-08-1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리뷰들 보며 이분 책에 빨려들어가려하고 있어요..ㅎㅎ곧 섭렵하게 될지도..ㅋㅋ

순오기 2008-08-18 22:28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알라딘에서 최규석만화 홍보대사가 됐군요.ㅋㅋ
배꽃님도 얼른 최규석의 블랙홀로 들어오세요~ 대기하고 있을게요.^^
 
마법의 원 올 에이지 클래식
수산나 타마로 지음, 김혜란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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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물창고의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로 오래 전에 예고된 책이라 출간을 기다렸다. 표지의 푸른 숲은 마법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폭풍전야의 숨죽임이 느껴진다. 아~ '마법의 원'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긴장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쓰레기통 옆에서 발견한 사람의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늑대 엄마 구웬디와 릭의 이야기는 정글북의 모글리가 생각났고, 보물창고의 그림책 '와일드 보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또한 교육학 시간에 배운 인도 숲속에서 발견된 늑대어린이 '아밀라와 카밀라'도 생각났다. 혹시 그런 모티브로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성장환경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 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랑과 자유가 있고 슬픔은 없다는 '마법의 원'은, 모든 창조물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도시 공원 안에 있는 숲이다. 인간 세상과 구별된 곳으로 숲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온갖 동물이 살고, 사람들은 가까이 갈 수 없는 공포의 숲이다. 인간과 단절된 곳이기에 사랑과 평화가 유지된다는 설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사랑과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고 정복하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존재로 그려진다.

누군가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걸 소원했기에 별이 떨어져서 생겨났다는 '마법의 원'은 사랑과 행복을 얘기한다. 로켓에 실려 우주까지 날아갔다 온 우르슬라는 이곳의 첫 거주자로 나이도 많고 가장 지혜로운 동물로 인정받은 침팬지다. 어느 날 인간들에 의해 숲은 파괴되어 릭의 늑대엄마 구웬디는 죽는다. 시장으로 출마한 트리폰조는 숲을 파괴하고 개발하여, 인간을 순종하는 로봇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갖고 있다. 세상의 대형 슈퍼마켓과 공중 통신망을 소유한 팔라치치아의 지지를 받으며 일을 밀어 부친다. 마치 불도저로 상징되는 그가 떠오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ㅜㅜ

"깨끗하고 순종하는 세상, 가득 찬 배와 텅 빈 머리"라는 노래로 인간을 조종하려는 그들은 텔레비전의 광고로 쇼핑과 쾌락만 추구하도록 세뇌시킨다. 오직 세뇌되지 않은 어린이만이 세상을 구할 힘을 가진다.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말살하기 위해 텔레비전으로 통제하고 온갖 장난감과 먹을거리로 조종한다는 설정은 정말 섬짓하다. 함께 어울려 뛰놀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지고, 돈이 권력이고 우상이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한 공포감에 오싹해진다. 사랑으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치보다 개인의 욕심과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살벌한 인간 세상의 미래를 경고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도도아줌마로 불리는 고양이 한 마리와,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꽃을 가꾸며 유일하게 세뇌되지 않은 치폴로니 여사가 릭을 도와 음모를 파헤치고 막아낸다. 고양이 도도아줌마와 치폴로니 여사가 릭이나 동물과 말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우리가 꿈꾸는 환타지 세계의 구현이 바로 '마법의 원'이다. 모든 것이 끝날지라도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다시 시작되기 위해 끝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새겨진다.

트리폰조와 팔라치치아가 코끼리 똥에서 나오는 가스로 세상을 파괴하려는 계획은 웃기지만,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죽었지만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릭에게 힘을 넣어주는 구웬디 엄마나, 엄마가 죽은 후 역할을 대신하는 치폴로니 여사는 모성이며 사랑의 표상이다. 또한 끊임없는 릭의 질문에 답하고 지혜를 가르쳐주며 마지막에 구원투수로 나타난 우르슬라... 릭은 파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독자의 바람대로 메시아 같은 절대 구원자는 아니다. 파괴를 막아내려고 용기를 내는 평범하고 순수한 아이다. 

세상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던 릭은 세상은 동그란 원이며 바퀴이기에, 모든 것은 가고 다시 돌아오며, 다시 시작하기 위해 끝이 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좀 더 긴 장편으로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초등 고학년이면 환타지에 빠져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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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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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을 보고 나서 반한(?) 젊은 만화가 최규석을 작품으로 만났다. 단편만화집인 이 책은 컬러와 흑백이 각각 세 편씩 모두 여섯 편이 실렸다. 한 편이 끝날때마다 작품의 이력과 해설을 겸한 비평을 실었다. 읽고 나서 심각해진 독자에게 작품 의도를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과잉(?) 친절이지만, 나같은 아줌마가 따라잡기엔 버거운 짐을 덜어 주어서 좋았다. 또한 작품에 자신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직접 소통하는 것 같은 착각도 나쁘지 않았다. 비겁하게 뒤로 숨지 않고 매편마다 드러난 작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한가지 아쉬움은 글이 작은 부분은 눈이 침침해질(?) 내 나이쯤에는 보기가 좀 불편하지 않을까 싶다.^^

예리하게 날선 수술실의 메스를 내 몸에 댄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메스를 가한 충격이었다. 친절한 안내로 작가의 의도를 간파한 독자라면 결코 편안치 않은 잠자리가 될 거 같다. 참담한 현실에 어떤 형태로든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줄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말이다.ㅜ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 먹은 말복 다음 날 '사랑은 단백질'을 봤으니, 어제 먹은 치킨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모든 먹을거리에 윤리적일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 내가 생존한다는 먹이사슬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비켜갈 수없는 일 아닌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내가 산다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감사는 잊지 않아야 겠다. 첫편부터 풍자와 유머로만 보기엔 작가의 세상보기가 만만찮은 철학적 사유에 바탕했음이 감지된다. 

'콜라맨'은 어린 시절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었을 모질이에게, 크고 작은 권력을 휘둘렀을 유년기의 기억을 끄집어 올린다. 가해자로 나타난 유년기 악동들의 모습을 확대시키면, 그대로 어른들 세계가 된다.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크고 작은 폭력을 저질렀을 가해자의 속죄를 요구하기에 또 편안치 않다.ㅜㅜ

'공룡 둘리'는 그야말로 아기공룡 둘리와 함께 한 독자들의 추억을 산산히 깨부순다. 그는 참담한 현실을 외면하고픈 우리에게 잔인하게 들이댄다. 내 이웃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들을 애써 모른척하는 당신은 지금 편안한가? 라고 묻는다. 중년의 일용잡부가 된 둘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가난하고 소외된, 혹은 이주노동자의 모습으로 슬프게 다가왔다. 추천사에서 아기공룡 둘리의 하느님 김수정은 '누가 아기공룡 둘리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 호통치지만, 최규석의 상상력과 용기를 칭찬하며 충분히 만화가라는 호칭을 쓸만하다고 추천한다.

컴퓨터로 묘사된 '리바이어던'은, 모든 사람들에게 '착한 마음'을 심어 주어 왕이 시키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한 면을 여러 컷으로 나누지 않은 형식에 색다른 맛의 풍자를 담았다. 또한 '선택'에선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양심에 따를 것인가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의 갈등은 고통을 동반한다.

마지막에 실렸지만 1998년 데뷔작이라는 '솔잎'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적용해 봐도 딱 들어맞는다. 기존 질서에 반하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면서 빚어지는 갈등,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것을 알면서도 억지 주장하거나 따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활개친다. 단편집을 읽고 편치 않은 무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참담한 우리 현실을 마구 들이대는 그의 날선 송곳에 찔렸기 때문이리라. 세상보기의 또 다른 안목을 주문하는 단편만화집으로 이해했다면 제대로 본 것일까?

막간에 끼어든 쪽만화 세편은 독자에게 주는 보너스(?)^^ 마지막에 실린 출판사 '길찾기'의 한국만화개척의 발자국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 만화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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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끈따끈한 책 100도씨~ 최규석을 만나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6-09 00:48 
      6월 6일 21주년 결혼기념일에 남편 팽개쳐(^^)놓고 친정엄마 생신쇠러 갔다가 최규석 작가를 만나고 왔으니 순오기는 땡 잡았다.^^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고 필이 꽂혀 자칭 큰누나라며 내맘대로 동생 삼았는데, 최규석 작가 사는 가까이 친정이라 했더니 올라오면 연락하라는 접대성(?)멘트를 달아줬었다. 그걸 기억한 우리딸이 이번에 만나냐고 묻기에 모과넷에 상경한다는 글을 남겼더니 6일 밤 8시 42분 '최규석입니다
 
 
마노아 2008-08-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의 책을 몇 권 쟁여두었는데 올 여름엔 읽어야겠어요. 다 읽을 때쯤 대한민국 원주민을 사야겠습니다. ^^

순오기 2008-08-10 22:57   좋아요 0 | URL
항상 서평 써야 할 책이 밀려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미루게 되는데...이도 저도 안돼서 그냥 최규석부터 읽기로 했어요.^^ 습지생태보고서와 아미띠에 읽으면 돼요. 사이시옷도 리뷰는 안 썼으니 다시 읽고 써야겠지요.^^
 
변신 - 카프카 대표 단편선 클래식 보물창고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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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 책, 보물창고의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로 새로 나온 카프카의 변신이다. 타 출판사의 표지 카프카를 보니 꽃미남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꽃미남을 압도하는 그의 눈빛에 빨려들었다. 우와~ 이 강렬함...... 학창시절, 억지로라도 한번쯤은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을 세대들에겐 반가운 만남을 주선하는 책이다. 한때 문학이나 독서를 한다는 사람이면 빼놓을 수없는 책으로, 아직 '변신'을 못 읽었다면 부끄러운(?) 이력이 되기도 했었다. 자~ 아직 부끄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다면, 새로 나온 보물창고의 '변신'을 만나보자,

이 책은 카프카를 연구했다는 이옥용씨의 번역으로 막힘없이 매끄럽게 읽힌다.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어~ 이게 무슨 말이야?' 되돌려 읽어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번역서에서 발견되는 우리말 표기의 어색함이 눈에 띄지 않았다. 또한 끝에 덧붙인 작품해설에서 카프카의 생애를 친절하게 조명한다. 체코인이나 독일인도 아니었고 더구나 유대인이면서 유대인도 아니었던 그는 평생 어딘가에 속하기를 갈망했던 정체성 결핍의 사람이었다. 그 밑바닥에는 아버지에 의한 억압이 깔려 있었다는 해설로 그가 짠하게 다가왔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카프카의 감정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변신'에 그려진 그레고르 잠자의 아버지와 '선고'에서 아들에게 익사를 내리는 아버지. 추송웅의 1인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알려진 원작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와 그 외 짧은 이야기들, '양동이를 탄 사람, 다리, 법 앞에서' 등에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이 그렇다. 바로 억압되고 굴절된 아버지의 표상이 그렇게 형상화되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변신'뿐 아니라 카프카의 다른 글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집안의 빚을 갚고 윤택한 생활을 보장해주던 실질 가장이었던 그레고르가, 어느 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마리 벌레로 변신해 버린다. 그 황당함과 충격을 당사자인 고레고르보다 가족의 태도와 심리를 관찰하는 고레고르의 진술로 전개된다. 아~ 이 오싹함이라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자신을 살펴보는 일보다 가족의 안위를 더 걱정해야 하는 고레고르 잠자. 하지만 가족들은 그가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해도 살아낼 방도를 찾아내어 나름대로 살아간다. '나 없으면 되는 일이 없어!'라고 착각했다면 그야말로 그건 착각이다. 세상은 나 하나 없어져도 눈하나 깜짝 않고 잘 굴러간다. 가정사도 마찬가지고......

작가는 절대 해충으로 변신한 그레고르 잠자의 모습을 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지만, 책을 읽은 독자는 자연스레 그 끔찍한 해충을 그리지 않을 수없다. 막내와 둘째는 바퀴벌레로 그려지고, 큰딸은 거대한 지네로 그려진단다. 난 그려보는 것 자체가 끔찍해서 충실한 카프카의 독자로 절대 형상을 그려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EBS에서 방영한 영화 '변신'을 봤었기에 거대한 거미?)같던 그 모습이 떠오르는 것까지 지우진 못했다.ㅜㅜ

우리집에선 요즘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벌레라는 말로 다 통한다. 방학이라고 한껏 게으름 피우는 삼남매의 생활이 정말 벌레처럼 흐느적대는 꼴이라서 '넌 벌레야~' 혹은 '넌, 벌레니까!' 라고 말해도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래도 굶어죽지 말라고 먹을거리는 제공하는 분위기? ㅋㅋㅋ어젯밤엔 방학하고 처음으로 셋이서 줄넘기와 훌라후프를 갖고 집 뒤의 공원에 갔다 왔다. 드디어 벌레에서 사람으로 변신하려나 보다!ㅎㅎㅎ

아이들과 만약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벌레로의 변신이 아니라, 가족중 누군가 질병으로 오래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레고르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었다. 요즘 자녀들이 치매노인을 돌보지 못해 시설에 맡기는 일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고 나의 모습일거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으니, 카프카의 변신을 이런 상황으로 받아들여도 이해가 된다.

표제작인 '변신'과 더불어 수록된 카프카의 단상과 우화와 단편들이 당황스러우면서도 공감되는 이유는, 작가가 친구에게 쓴 편지라고 작품해설에서 밝힌 구절 때문이다.

   
  내 생각에 책을 읽는 사람을 꽉 깨물고 콕콕 찔러대는 것만 읽어야 할 것 같아.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자네가 편지에 쓴 것처럼 우리가 행복하려고 읽는 걸까? 맙소사, 설령 책이 한 권도 없다 해도 우리는 역시나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책은 필요할 경우, 우리가 손수 쓸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책이 필요한 거야.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 같고, 우리 자신보다도 더 끔찍이 사랑했던 그 어떤 사람의 죽음 같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뚝 떨어져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 필요하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나는 과연 어떤 독자인지와 더불어 어떤 인간인지를 생각케 하는 카프카의 변신은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으로 접수한 책읽기였다. 내가 만약 벌레가 변신한 인간이라면, 변신하기 이전의 나와 변신한 후의 나는 어떤게 진짜일까? 내가 맘대로 변신할 수 있다면 무엇으로 변신하고 싶을까? 날도 더운데 머리 속이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이 뜨거운 여름이 괴로우면서 행복했다면 된 거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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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8-0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구절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대체 우리 머리를 쳐대지 않는 책을 읽어서 뭐하겠는가 이런식이었는데. 제가 본 것이 더 거칠고 막 나가는군요. 순오기님의 리뷰는 팔을 쭉 펴서 주위에 있는 것들을 보듬는 느낌이 나요.

순오기 2008-08-05 19:58   좋아요 0 | URL
머리를 쳐대지 않는 책은 재미로 읽는다지요~ㅎㅎㅎ거칠고 막 나가며 한대 쳐주는 것도 좋지요. 그래야 가끔은 정줄놓에서 돌아올 수 있겠죠.ㅋㅋ
'팔을 쭉 펴서 주위에 있는 것들을 보듬는 느낌'이 어떤 걸까요? 시니에님 문장은 명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