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은 압축된 언어로 표현된 예술이다. 독자는 시를 읽고 그림을 보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나타내는 상징과 은유를 해석해야만 한다. 당연히 온전한 나만의 해석으로 읽어내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다른 사람이 해석해 놓은 것을 참조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떠 먹여 주는 것도 편하지는 않다. 건조하고 어렵게 서술된 글이 재미없고, 시나 그림을 칼로 분해 하는듯한 감상이 싫다. 그럼에도 잘 모르니까, 또는 나의 해석이 완전히 틀릴 수도 있으니 평전이나 해설서를 펼쳐보게 된다.

 

내가 화가 에드워드 호퍼를 알게 된 건 최근이다. 그의 그림이 현대적이고 독창적이라 관심 가지게 되었는데, 마침 호퍼 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림을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전에 대충이라도 호퍼에 대해 알고 싶었다.

 

빈방의 빛(원제는 HOPPER)은 시인이 쓴 호퍼의 그림에 대한 글이다. 저자인 마크 스트랜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호퍼 그림에 대한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마크 스트랜드가 시인이지만 미술을 공부했고, 말년에는 미술가로 활동했기 때문인지, 그의 글은 시적(詩的)이기보다 상당히 세밀한 호퍼 그림에 대한 분석에 가깝다. 시인의 독자적인 감상이 대다수 공감되었지만, 어떤 경우엔 납득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마크 스트랜드는 왜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호퍼의 그림 앞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감동(p.13)’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나는 호퍼의 그림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가장 많이 보았다. 특히 옷을 잘 차려입은 여자들이 더 고독해 보였다. 그들에게 집이나 침대, 여행 중의 기차 안, 호텔은 편하게 쉬는 곳이기 보다 더 소외되고 외로움을 주는 장소처럼 보인다. 마크 스트랜드는 호퍼의 그림에서 나타난 등변사다리꼴 구조를 강조했지만, 나에겐 긴 수평과 강렬한 수직이 교차되는 직사각형의 구조가 더 눈에 들어왔다.

 

에드워드 호퍼에게도 인상주의화가처럼 이 중요한데, 화가 모네가 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호퍼의 빛은 계산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그림이 상당히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호퍼의 그림은 즉흥적이라기보다는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계획된 것이고, 그의 빛은 축하의 빛이라기보다는 기념의 빛이다. 그의 빛이 기하학적인 견고성을 갖추게 된 것은 빛이 흩어지지 않도록 빛에 어떤 생명을 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빛은 오히려 빛이 저항하고 있는 대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에게 빛은 결국 어둠이라는 더욱 강한 세력의 휴지(休止)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p.59]

 

롤프 귄터 레너의 에드워드 호퍼는 여러 참고문헌을 인용해 호퍼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은 보통의 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어렵다. 미술 사조나 용어의 뜻을 계속 검색해가며 읽었다. 미술 전공자에게 더 좋은 책인 것 같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나타난 자연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 그러나 오히려 동떨어진 느낌이 들며 음산하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한 발만 내디디면 내가 그곳에 빨려 들어가 사라질 것 같다. 금방이라도 무시무시한 존재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인간의 마음에서 오는 불안과 초조, 갈등 등 심리적 모습들을 자연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호퍼의 그림 중 책과 신문을 읽는 사람들!

그들은 집중하고 있지만, 왠지 고독하게 보인다.

나만의 느낌일까?


호퍼의 그림을 보다보니 산책길에서 만난 구립 어린이집에서 그의 그림이 연상되었다.

햇빛이 비치는 이층집과 비슷하다.



코로나 시국의 영향으로 미술 전시를 관람하려면 날짜와 시간까지도 정해 예약해야한다. 유명 뮤지컬이나 콘서트처럼 예약하기도 힘들다. 시간이 날 때 미술관에 가서 그림이나 볼까!’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갔다가는 많이 기다리거나 못 들어갈 수도 있다. ‘에드워드 호퍼전은 워낙 인기가 많아 친구 비아가 겨우 예약에 성공해 가게 되었다.

 

호퍼의 그림은 시대별로 다양하게 전시되었고, 그의 습작품이나 데생도 많았지만, 우리가 더 좋아하는 호퍼식 특징의 그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당연 에드워드 호퍼이지만 난 호퍼의 부인인 조세핀 호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에드워드와 미술대학에서 만난 조세핀은 화가이기도 하면서, 호퍼의 뮤즈이자 모델이었고 조력자였다. 화가로서, 예술가의 아내로 산 여자의 삶이 궁금했다.


호퍼의 그림에는 당연히 조세핀이 모델이 된 그림이 많다. 전시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햇볕 속의 여자는 찍을 수 있었다. 이 그림에서 나체로 서 있는 여자역시 조세핀이다. 당시 조세핀은 78세였다고 한다. 78세에 저런 포즈로 남편이자 화가의 모델이 되어준다는 게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예술가의 뮤즈역할을 자청한 건지, 아님 호퍼의 요구를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크 스트랜드는 빈방의 빛에서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여자의 몸은 매끄럽지도, 완곡한 곡선을 이루고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빛이 만드는 곱지 않은 경계선이 다소 남성적인 그녀의 근육질 몸 위에 머무른다......햇볕 속의 여자에서 묘사된 여자는 그 누구의 미적 관념에도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는 엄청난 존재감으로, 방 안을 다소 울적하고 사색적인 에로스로 가득 채운다.

-p.65]

 

78살이나 먹은 여인은 당당한 모습으로 담배를 들고 서 있다. 나이에 비해 몸매가 탄탄하지만 전혀 에로스적이지는 않다. 정면으로 빛을 한 몸에 받고 서 있는 여성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그 누구의 미적 관념에도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온 세월을 육체 속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이 여자는 무척 아름답고도 숭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 에드워드 호퍼전은 관람 동선이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전시실에 의자가 하나도 없어 쉴 공간이나 오랫동안 그림을 감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관람객이 그저 그림을 빨리 보며 지나가기를 바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서울 시립미술관 전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오래 전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와 두 아들은 엄마의 생일을 맞아 런던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으로 그림을 보러 간다. 세 남자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어 미술관에 가기 싫었지만, 엄마의 생일이라 할 수 없이 따라 나섰다. 처음엔 시큰둥하고 재미없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을 보며 서로 장난도 치고, 아빠와 닮은 그림도 찾아낸다. 그들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고 나중에는 모두 다 즐겁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앤서니 브라운은 미술관에 갔던 날에 엄마와 그림놀이를 했으며 그때 자신이 커서 무엇을 하며 살지 결정했다고 한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처럼 미술관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닐까! 유명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그곳에서 추억을 쌓게 하고 그림에 감동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나중에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곳......

그런 미술관에 가고 싶다.











*사진속의 그림은 '빈방의 빛', 에드워드 호퍼', '행복한 미술관'에서 발췌했고, 페이지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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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18 1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호퍼의 그림들이 고독과 불안에 놓인 개인을 잘 표현한 것 같네요.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 보기 좋은데요? ^^ 저도 전시회 가면 잠시 앉아 여유롭게 감상하는 걸 즐기는데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니!

페넬로페 2023-07-18 19:00   좋아요 3 | URL
사진이라 그림에 담긴 내용을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쉬워요~~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 넘 좋죠!
저런 그림을 보면 화가의 아내도 괜찮은 듯 해요~~
전시회장의 동선과 서비스가 넘 맘에 들지 않았어요 ㅠㅠ

그레이스 2023-07-23 21:57   좋아요 2 | URL
의자 필요해요
뒤피전 보러갔다가 갑자기 쥐가 나는 바람에 의자 없었으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어요 ㅋㅋ
남들 조용히 관람하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서 딸이랑 다리 주무르고...
나중에서야 창피함이 몰려왔다는! ㅋ

의자 얘기에 생각이 나서...^^

책읽는나무 2023-07-18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 옆의 방> 그림도 있었나요?
전 전시회를 가게 된다면 그 그림이 너무 보고 싶네요. 호퍼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가서 볼까? 고민하며 숙소랑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붐비는 장소에서 제대로 감상이 안 될 것 같아 굳이 돈 들여가며 서울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도 계속 고민 중인데 페넬로페 님의 관람 후기 그리고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그림책 이야기를 읽으니 갈등이 해결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페넬로페 님의 눈이 부럽습니다.^^
산책하다가도 어린이 집을 호퍼의 그림과 접목시키시다니..ㅋㅋㅋ

페넬로페 2023-07-19 00:19   좋아요 1 | URL
‘바다 옆의 방‘은 없었어요.
생각보다 주요작품이 빠져 있고 그 대신 데생이나 습작품이 많았던 것 같아요.
미술작품 그리시는 책나무님은 도움이 되셨을 것 같은데 저같은 사람에게는 작품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도 행복한 미술관처럼 상설전시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호퍼전은 제 감상이니 책나무님, 기회되시면 보러 오세요 ㅎㅎ
저와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자목련 2023-07-19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도 이 전시회를 다녀와서 주요작품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하더라고요.
페널로페 님의 글로 호퍼의 그림을 읽고 감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3-07-19 10:41   좋아요 0 | URL
많이 기대했었는지 조금 아쉬움이 남는 전시였어요.
그래도 그것과 연관되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으네요^^

새파랑 2023-07-19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전시회 가셨군요~! 저도 가보고 싶었지만 그냥 이 책 읽은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
저는 그림을 전혀 모르지만 호퍼 그림은 좋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3-07-19 22:51   좋아요 1 | URL
호퍼의 그림이 독창적이라 우리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자가 시인이라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을 잘 서술해서 역시 글 쓰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선 2023-07-20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시회에 간 건 좋았지만 조금 힘드셨군요 그림책처럼 그림을 보면서 이런저런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면 더 좋겠네요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보러 사람이 많이 와서 빨리 보고 빨리 가기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20 07:28   좋아요 1 | URL
호퍼의 그림은 역시나 좋았어요. 그런 좋은 감정들을 미술관의 동선이나 기능들이 지켜주지 못하는 점이 많이 안타까웠어요~~

레삭매냐 2023-07-20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퍼의 그림 좋네요.

예전에 그림 보겠다고 뮤지엄
찾던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페넬로페 2023-07-20 13:45   좋아요 1 | URL
네, 호퍼 그림의 이미지나 상징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전시회 가서 직접 그림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 P32

"보통 우리는 쉬운 길로 가고 싶어 해요. 하지만 우리가 행복할 때는 약간 어려운 일을 할 때거든요. 핸드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은늘 중요한 것보다는 쉬운 것을 제안하는 물건을 언제나 주머니에넣고 다니게 된 거예요" 수네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 자신에게 더 어려운 것을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 P54

그러나 똑같은 신문을 온라인으로 읽을 때는 보통 모르는 이야기를 건너뛰고, 내가 이미 아는내용과 관련이 있어서 대충 훑어볼 수 있는 단순한 기사를 클릭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우리가 점점 더 삶을 속독하고 있는 것이아닐까. 점점 더 적은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여기에서 저기로 허겁지겁 건너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55

"실제로 생각하는 데 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작업 전환에 시간을 쓴다면 뇌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즉 스크린타임 기능이 하루 핸드폰 사용 시간이 네 시간이라고 알려준다면,
사실 우리는 집중력을 상실함으로써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잃고있다는 뜻이다. - P61

가는 곳마다 자신을 방송할 뿐 다른 정보는 수신하지 않는 사람들로 둘러싸이는 느낌이었다. 주의가 부패하면 나르시시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아에만 집중된상태가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 P75

스키너는 이 원칙으로 인간의 행동을 거의 설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리는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고 믿는다. 자신이 선택을내린다고,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하는 복잡한 정신을 가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다 환상이다. 우리와 우리의 집중력은그동안 살면서 경험한 강화 훈련의 총합일 뿐이다. 스키너는 인간에게 정신(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는의미에서의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든 현명한 설계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재설계될 수 있다. 오랜 시간이지난 후,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사용자에게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씨앗을 더 먹기 위해 강박적으로 왼쪽 날개를 펼친 비둘기처럼 사용자들도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까?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스키너의 핵심 기술을 수십억 사용자에게 적용했다. - P83

그는 이러한 상태에 ‘몰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몰입은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 몰입은 우리가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 P85

그 순간 우리 모두가 두 가지 강력한 힘, 즉 분열과 몰입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열은 우리를 더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몰입은 우리를 더 크고 깊고 차분하게 만든다. 분열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악한 보상 때문에 춤추는 데 주의력을 낭비하는 스키너의 비둘기가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정말로중요한 것을 찾아냈기에 집중할 수 있는 미하이의 화가가 되고싶은지. - P95

"실제로는 환경의 변화만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절제가 주요 해결책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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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없다. 돈은 지금의 세상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큰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물질의 평가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합리적 가격 시스템은 편리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가치 평가에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라는 고전적 문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정한 가격의 기능과 기본 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위적이고 비도덕적인 개입, 거대한 자본의 은밀한 전쟁에 세계와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가격이 급변할 때다. 가격이 급격히 흔들리면 질서가 무너지고 혼돈이 벌어지며, 우리가 견고하다 믿었던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격은 급작스러운 대기근과 대규모 난민을 유발하거나 지배 계급을 갈아엎는다. 가격은 폭동과 혁명, 전쟁을 일으키고, 왕실과 경찰국가 그리고 외세의 침략에 자금을 댄다. 가격은 우리의 빗장을 열어 괴물을 풀어놓는다.

-p.15]

 

원제가 PRICE WARS인 이 책의 저자 루퍼트 러셀201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무수한 혼란의 원인을 괴물과 다름없는 몇 명의 지도자와 가격 시장을 교란시키는 금융 투기로 보고 있다. 그는 아랍의 봄, IS, 브렉시트 투표, 우크라이나 전쟁, 베네수엘라, 미국 국경 지대의 위기를 따라가며 가격이 일으키는 마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나비의 날갯짓과 단 한 알의 모래로도 연쇄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되먹임의 고리가 된다.

 

2010년 아프리카 튀니지의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빵 가격의 폭등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쌓인 문제점이 동시에 폭발된 것이었다. 아랍 전역으로 퍼진 민중의 분노는 정부의 과격한 진압으로 내전과 난민의 생성, 국가의 붕괴, IS의 발흥으로 이어졌다. 석유를 가진 비교적 여유 있는 산유국들은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식료품을 무료로 배급해 그들의 독재를 유지시켰다.

 

식량 생산이 전 세계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충분한 양이고, 원유 역시 산유국들이 감산하지 않았음에도 그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원자재 거래소에 모여 든 거대한 금융자본이 움직인 결과에 수많은 세계의 시민은 고통 받고, 극소수의 사람만이 돈 잔치를 벌였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괴물 지도자들은 그런 투기꾼에 협력하고 자신의 권력을 더 강화시키며 거뜬히 살아남았다. 원자재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그것이 주는 돈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지 않게 괴물들은 세계를 위협하고, 그 덕에 금융투기자의 재산은 엄청나게 불어간다.

 

투기자본이 벌어들인 비정상적인 돈은 다시 취약한 곳을 찾아 들어가며 악덕 사채업자가 된다. IMF, 세계은행, 미국 연준, 영국 영란은행은 투기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각국의 중앙은행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조차 국민이 아닌 채권자들을 두려워했다.

 

[가격이 사용한 마법의 도구는 순식간에 증식하는 파생상품이라는 서류였다. 세계 경제에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리라 여겨지던 파생상품은 세 번의 폭발을 연달아 일으켰다. 2007년에는 주택에서, 2008년과 2010년에는 식량에서 전 세계를 가난과 굶주림에 빠뜨리는 충격파가 발생했다. 식량에서 일어난 세 번째 폭발은 결국 중동을 혼란의 가장자리 너머로 밀어넣었고, 공포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p.107]

 

금융자본의 손실을 막고자 무분별하게 만든 파생상품과 원자재 인덱스펀드의 공매도, 헤지펀드는 그것과 직접 관계가 없는 먼 곳의 사람들을 난민으로 전락시키고, 아이를 키울 돈이 없는, 지독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불임수술을 받게 한다.


요즘 웬만하면 커피 한 잔에 5000원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내가 체감하는 커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정작 과테말라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토레스(p.319)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으려고 했다. 기후의 변화로 인한 커피 녹병, 대출금에 따른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이다. 케냐도 마찬가지이다. 2018년 폭락한 커피 가격으로 그들은 자신의 땅을 지킬 수가 없었다. 내가 지불한 커피 가격은 도대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커피 시장은 기록적인 약세 포지션을 구축한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공매도로 어려움에 빠져있다. -p.324

 

투기자들은 커피 가격을 끌어내림으로써 이미 혼돈의 가장자리에 있던 과테말라가 임계점을 넘도록 몰아붙였다. 게다가 과테말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커피 산업은 기후 변화로 더 불안정하고 취약해졌으며, 국제 커피 가격에 가해지는 작은 충격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생존에 필요한 임금을 찾아 떠나는 이민자가 급증한 것은 자명한 결과였다. -p.325]

 

빈곤의 가격2008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파생상품의 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혼란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이론가들을 만나고, 현장으로 찾아가 취재한 사례들이 생생하게 적혀있다. 이 책에 씌어진 내용이 주로 2010년대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지금 우리역시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그 원인은 중요하다.



 

 

 

 

 

 







전작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마찬가지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역시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손녀 조라와의 대화를 통해 지금 현재 우리가 겪는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한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역사를 살펴보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을 잠식해왔는지를 설명한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본주의가 주는 피해와 불평등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소수만을 위한 자본의 힘과 결국 그것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자본주의시대뿐만 아니라 고대로부터 인간이 누리는 잉여가치는 결코 스스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노예, 농노, 식민지 시대로 이어지는 수많은 수탈과 억압에 의해 거대 자본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현대 금융자산의 밑바탕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은 금융투기가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빈곤의 가격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똑같이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을 금융투기자본으로 보고 있다.



 

 

 

 

 

 







소설가 김연수는 그의 단편소설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p.34)”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뭘까? 루퍼트 러셀이 튀니지의 카페에서 만난 한 남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기본 욕구를 채우는 거예요. 먹고 입을 것 말이예요(빈곤의 가격, p.387)”라고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평범한 미래는 최소한 기본욕구 정도는 채우며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금융투기가 계속되고 그들과 결탁한 괴물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루퍼트 러셀과 장 지글러가 서술한 문제점들은 우리가 대충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들이 일으키는 돈의 파장에서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나란 사람은 최소한의 영향만 받기를 원하는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세계시민이다.  

 

자본주의의 전복까지도 원하는 지글러가 내놓은 해결책은 지극히 소박하다. 그는 비아 캄페시나, 여성운동 모임, 그린피스, 아탁, 엠네스티 인터네셔널(p.168/188,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같은 사회운동으로 연대하자고 주장한다. 1780년대 말, 경제 위기에 직면한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삼부회를 소집한다. 프랑스의 가난한 자들과 불만 가진 자들의 요구 사항을 기록한 진정서가 작성되었지만 정작 민중은 직접 나서지 않고 부르주아 자본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일을 위임한다. 지글러는 이런 민중의 소극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같은 집단을 삼부회가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결정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회의 진행을 방해하기만 할 것이다.....불쾌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헐벗은 모습, 우리가 걸친 구역질 날 정도로 끔찍한 누더기를 보게 될 것이며 우리 몸을 뒤덮고 있는 이가 옮겨 붙을까 봐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신 영주들 사이에 우리의 대표를 보낼 마음이 없다. 비록 우리 역시 자연과 주님의 은총이라는 질서 속에서는 당신들의 형제이며 권리에 있어서 동등할지라도 말이다.

-p154/188,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이 두 책은 우리에게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미 우리나라도 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세계를 제패한 금융투기 세력은 국민에 대한 복지를 싫어한다. 채권자는 채무국의 국민을 쥐어짜 빌려준 돈을 회수해 가며, 그들의 절대적 도움이 필요한 정치가들은 그들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양극단의 선택만 하는 우리들은 더욱더 정확한 인식을 해야만 한다. 평범한 미래를 위해 적어도 민중의 소극성만은 버려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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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08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세계를 상대로 돈장사를
벌이는 USA 과잉 자본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의 고착화야말로 독점
자본이 노리는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별그램에서 테구시갈파가
(과테말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의 하
나라고 하더니만, 그 이유가
있었군요. 커피 농사가 유일
한 먹고 살 길인데 높은 이자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결국
국경을 넘어야 하는 신세가 참...

페넬로페 2023-07-08 23:15   좋아요 1 | URL
‘빈곤의 가격‘에 엄청 많은 내용이 더 있는데 제가 그것을 많이 표현하지 못했어요.
금융회사의 ceo가 되려면 15%(?)이상의 이익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책에 나와 있어요.
과잉자본과 함께 그들의 끝없는 탐욕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과테말라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도 사정이 좋지 않더군요. ㅠㅠ
남의 일같지가 않습니다.

희선 2023-07-09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굶는 사람이 있기도 하죠 잘사는 나라는 먹을 게 남고 못사는 나라는 먹을 게 없는...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와 나눠 먹으면 좋을 텐데, 잘사는 나라는 그러지 않는군요 지구를 한 나라로 생각하고 모두가 지구 사람이다 생각하면 좋을 텐데, 자기 나라만 생각하고 자기 집안만 생각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건 한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군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지만...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모두가 잘사는 것보다 굶지 않는 것만이라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7-09 08:15   좋아요 1 | URL
네,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가 정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이론적으로는 많이 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어야하지만 그것도 정책상 어려움이 많고 제약을 많이 받더라고요.
누구나 기본적인 삶이라도 누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ㅠㅠ

새파랑 2023-07-09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극성을 버리면 안되는데 점점 소극적(?)이게 되는거 같습니다 ㅎㅎ
뭐 거창한 미래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왜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페넬로페님과 같은 깨어있는 사고가 필요한 시대인거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09 12:35   좋아요 1 | URL
정말요, 거창한 미래가 아닌 그냥 기본 정도만 누렸으면 좋겠는데~~
사는게 점점 팍팍해져 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저도 깨어있지 않은데 한번씩 이런 책 읽으며 각성하고 있어요 ㅎㅎ

서곡 2023-07-1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예쁜 마들렌...ㅎ 오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7-11 16:41   좋아요 1 | URL
비가 많이 옵니다.
서곡님께서도 오늘 오후 잘 보내시길요.
잃.시.찾 덕분에 마들렌이 눈에 보이면 맛보고 싶더라고요 ㅎㅎ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나에게도 백수시절이 있었다. 마침 그때는 평생 은행에 잘 다니다가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2년 만에 쫄딱은 아니고 집 빼고, 거의 가진 재산을 탕진한 아버지로 인해 집안의 가세가 많이 기울어진 시기였다. 부모님에게 눈치가 보이고 미안하기는 했지만 당장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백수생활에 젖어가고 있었다.

 

백수라 당연히 시간이 많아 자연스럽게 중, 고등학교 동창 중 백수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다. 대학을 다닐 때는 각자의 인생에 몰두하느라 잘 만나지 못했었다. 그 시절의 백수는 나처럼 취업을 하지 못한 능력제로 백수, 적당히 놀다 선을 봐서 결혼하기를 원하는 자발적 백수, 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교대나 사범대 출신의 국가적 백수로 나누어진다.

 

친구 H의 부모님은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고, 당신들은 1,2층에서 목욕탕을 운영했다. 살림집은 5층에 있었는데 H는 자발적 백수에 속하는 친구였다. 새벽부터 목욕탕을 지켜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두 남동생을 케어하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했다. 부모님이 지인들의 모임이라도 가야 하면 언제라도 카운트 업무도 봐야했다.


우리 백수 친구들은 자주 H의 집에 모였었다. 1층에 들어서며 친구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면 항상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H의 집 5층 창문엔 긴 줄에 연결된 바구니 하나가 달려 있었다. 우리가 오면 친구가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고 바구니를 창문으로 통해 1층으로 내린다. 그러면 친구의 부모님은 목욕탕 고객들을 위해 준비한 찬 음료수를 가득 담아주시고 친구는 줄을 5층으로 끌어올린다. 친구가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해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찬 음료수를 마셨다.

 

H는 시간이 많고, 자신의 집 1층에 공중목욕탕이 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목욕도 했다. 그 시절 목욕탕엔 매일 목욕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친구는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서로 등을 밀어주는 사이가 된다. 대학에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밟는 A언니도 그 중 한명이었다. 목욕탕에 오는 아줌마들과 달리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여성들이었기에 서로 더 잘 맞아 친해지게 되었다.

 

백수인 우리들은 H에게 A언니를 소개받고 언니를 리더로 한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다. 책선정은 A언니가 했는데, 우리가 제일 처음 읽은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사상사 판 상실의 시대였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주로 읽은 책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황석영, 조세희 작가의 시대소설이었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어머니같은 읽으면 가슴에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러시아소설도 있었다. 과 선배들의 주도하에 사상서적으로 세미나도 많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때 처음 읽은 하루키의 글로 소설에 시대의 문제의식이 들어있지 않아도 소설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점심에 돈가스를 먹었다라는 일기에나 적을 수 있는 문장이 버젓이 소설 속에 들어있을 수 있는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것에 만족하고 묵묵히 걸어가는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도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고,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주인공의 쿨한 성격이 너무 좋았다. 그렇다고 이기적인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이기도 했다.

 

[하루키 본인의 캐릭터가 상당 부분 반영된 듯한 이런 주인공은 사실 그의 작품에 꽤 자주 등장한다. 이를테면 휴일에는 자신만의 순서에 따라 세탁과 청소를 한 뒤 혼자 파스타를 능숙하게 해 먹을 것 같은 인물. 집에 클래식과 재즈 LP판이 잔뜩 쌓여 있고 좋아하는 브랜드 한두 군데에서만 꾸준히 옷을 사 입을 듯한 인물. 자신의 취향과 질서로 쌓아 올린 세계가 확고하면서도 그것을 타인에게 자랑하기는커녕 오히려 수줍어할 듯한 인물. 말하자면 하루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 말이다.

-‘아무튼, 하루키’, p.62/166]

 

 

중학교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성장하고 일문과를 나와 지금은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는 아무튼, 하루키의 저자 이지수는 단연 하루키 작가의 오래된 팬이 맞다. 하루키의 글과 함께 그녀의 삶이 지나왔으니 말이다. 이지수의 일상 모든 곳에 하루키 소설의 문장이 존재해서 언제라도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하루키는 저자의 이 되어주었다. 이 책은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혔다. 내 젊은 날의 소중한 한 부분도 소환해주어 고맙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지인과 함께 나눈 양을 쫓는 모험에 대한 대담이 약간 지루해 아쉬웠던 것 빼고 나머지는 다 좋았다.




 

 

 

 

 

 

 






최근에 민음사판의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었는데 20대에 느꼈던 그 감정은 들지 않았다. 하루키 소설은 젊었을 때 읽어야 한다지만 단지 내가 나이 들어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어떤 책을 하도 많이 읽은 나머지 삶의 곳곳에서 그 책의 문장들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 될(12/166-’아무튼, 하루키)‘정도로 이지수 작가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만 미흡하고 맥락없는 서사와 약간의 억지스러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동안 좋은 소설을 많이 읽어왔고, 특히 최근에 읽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과 비교되어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은 마음에 들며 나 또한 그렇게 살기로 매번 결심을 한다.

 

[주인공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내가 이걸 바꿨고, 내가 이렇게 변했어!”라고 피력하지 않잖아. 끝까지 거리를 두는 점이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해줘. 멋져 보이는 느낌은 거기서 생기는 것 같아. 메시지를 주입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주인공 는 좋거나 싫은 것도 없지. 이런 과정 끝에 이렇게 됐다, 하고 산뜻하게 끝내잖아. 익숙한 구조에 신선하고 세련돼 보이는 이야기, 산뜻한 거리감. 근데 다 떠나서 처음 읽었을 때는 확실히 취향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

-p.136/166, ‘아무튼, 하루키중에서]

 

 

백수시절 독서모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실의 시대말고는 어떤 책을 더 읽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우리는 벚꽃을 구경하러 가기도 했다. 그 날에 찍은 사진에 한껏 멋을 낸 우리들이 벚꽃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찍혀있다. 내 머리에는 벚꽃 잎이 몇 장 떨어져 있다. 잠깐의 백수시절을 마감한 후 난 여지껏 지겨운 밥벌이를 하고 있다. 정말 지겹고도 지겹다.

 

내가 처음 만났던 하루키의 소설은 글보다는 색깔로 남아있다. 강렬한 빛이 있는데도 많은 것이 흐릿했던 내 젊은 날의 모습을 나타내주는 것만 같다. H는 연애결혼을 했다. 지금 내 옆에는 봄날의 곰만큼 사랑해를 남발하는 친구가 있다. 아무튼, 하루키는 여전하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p. 143,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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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6-27 1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왠지 하루키의 느낌이 가득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페넬로페 2023-06-27 12:51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
우리도 소설 한 편씩 쓸까요? ㅎㅎ

stella.K 2023-06-27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세희, 조정래ᆢ시대를 대표했던 문학의 아이콘이었죠. 하루키는 언제나 나이들지 않는 것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소설은 갈수록 관심이 줄고 대신 에세이는 아직 관심이 있어요. 그 특유의 궁시렁거림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ㅋ

페넬로페 2023-06-27 12:55   좋아요 3 | URL
하루키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보다 왠지 하루키 작가의 삶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저도 하루키의 소설에 완전 몰입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글을 잘 쓰는 작가이니 에세이를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3-06-28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실의 시대>를 아주 좋아라 하지만, 하루키 소설 중 상실의 시대만 약간 현실적이고, 다른 좋은 소설은 판타지 느낌이 강하죠 ㅋ 우물, 꿈, 양사니이, KFC? ㅎㅎ

전 비현실적인 하루키 작품이 더 좋더라구요~!!

페넬로페 2023-06-28 11:52   좋아요 1 | URL
하루키의 작품이 비현실적인데도 저는 주인공 캐릭터가 좋아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문장도 좀 유치하지만 그래도 옳은 말인 것 같아요 ㅎㅎ

희선 2023-06-29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더 오래 했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게 아니었다 해도 좋은 기억이 많이 남은 것 같네요 함께 벚꽃을 보러도 갔다니...


희선

페넬로페 2023-06-29 09:35   좋아요 1 | URL
그 시절 짧게 만난 모임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고 많은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ㅎㅎ
벚꽃보며 찍은 사진 보면 정말 젊더라고요^^

Conan 2023-07-01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상실의 시대‘는 인생 책 중 한 권 입니다. 읽던 당시 한동안 소설속의 장면들이 머리속을 맴돌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느끼고 있기도 하구요~

페넬로페 2023-07-01 10:09   좋아요 1 | URL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시간이 지나니 더 와타나베가 지향하는 삶이 마음에 와 닿아요.
아둥바둥 살 필요없이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계속 밥벌이 하려면 건강해야합니다.
Conan님
더운데 건강 유의하십시오^^

유부만두 2023-07-04 0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가 실망스러웠어요. 페넬로페님 감상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목욕탕집 친구분 모임 이야기 너무 좋으네요. 아마 저도 비슷한 연배라 그럴까요? 맴이 따땃하고… 그래요. 하루키는 이제 됐고 페넬로페 님 이야기 더 읽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3-07-04 10:06   좋아요 1 | URL
하루키의 작품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더 많이 읽었을텐데 상실의 시대를 읽고 더 읽은 작품이 몇개되지 않아 안타까워요.
근데 그것을 떠나 하루키는 제 젊은날의 상징중의 하나라 떨쳐 버릴수가 없는 작가예요 ㅎㅎ

저의 이야기를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여기서 이런 얘기들을 쓰면 될까 고민도 되는데 책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저와 연결시키려고 해요 ㅎㅎ

서니데이 2023-07-04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날씨가 덥더니 비가 많이 오네요.
하루키 책 중에는 노르웨이의 숲이 인기가 많지만, 그 책보다는 다른 책들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노르웨이의 숲 보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 때문에 읽었다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고요.
오래전 학생시절부터 알던 작가라서 그런지, 하루키 선생 책은 신간 나오면 거의 사게 되네요.
페넬로페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7-05 09:28   좋아요 2 | URL
하루키 책 중 노르웨의 숲이 워낙 한국 독자에게 알려져 있어 유명한데 더 좋은 다른 작품이 많죠. 에세이도 그렇고요.
기회 있을때마다 다시 읽어야겠어요.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잔뜩 흐리네요.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7-09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칠월도 하루하루 잘 가네요 장마철 건강 조심하세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09 08: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께서도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2023-07-11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1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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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던 조카가 불임클리닉을 다닌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시험관아기 시술도 여러 번 했지만 실패했었다. 작년엔 아예 1년간 직장을 휴직하고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안되었고 올해 다시 회사에 복직을 해야만 했다. 그런 조카에게 최근 아이가 찾아왔고 그것도 자연임신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지만 아직 조카에게 축하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가 너무 소중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말을 꺼낼 생각이다.

 

반면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집의 냉동고에 유아시신 2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기를 안고 15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아빠도 있다. 누군가에게 아이는 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 존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버거울 정도로 아이가 넘쳐난다. 그것이 어떤 경우에 속하든 분명 아이에 대한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랑보다 더 끈질기고 오래 붙들려 있어야 하는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세상 부모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은 클레어 키건의 짧은 소설의 제목인 맡겨진 소녀, 특히 맡겨진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우리는 소설의 반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아이, 그것도 소녀를 맡겨야하는 상황은 말을 안 해도 뻔하다. 부모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거기에서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나, 아니면 그 반대로 아이의 집보다 훨씬 좋은 가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아이를 맡아 기르다의 뜻인 ’foster’이다. 압축되고 절제된 문장에서 소녀를 위탁 양육하는 킨셀라 부부의 인성과 생각이 느껴져 작가가 제목을 붙인 이유를 이해했다. ‘조성하다, 발전시키다의 의미와도 잘 맞다. 하지만 이 소설의 화자가 소녀이고 그녀의 마음과 인간으로서 성숙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기에 맡겨진 소녀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이를 기르고, 버터 만들기, 저녁 식사 준비, 송아지 이유식 먹이기, 밭을 갈고 일굴 일꾼 부르기, 돈 아껴 쓰기, 알람 맞추기(p.19) 등 하루에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소녀의 엄마가 또 임신을 했다. 당연히 이 집의 경제적 사정도 좋지 않다. 엄마의 수고와 한창 먹성 좋은 아이들 중 한 입을 줄이고자 소녀는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소녀는 자신의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과 인격적 대우를 받는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소녀의 외가 쪽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하룻밤 만에 두 사람의 머리가 하얗게 셀 정도로 그들에게는 고통이었고, 그것은 현재 그들의 삶에까지 무거움을 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그리고 다시 아이를 데려간다는 것은 소녀의 부모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과 파렴치함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아저씨가 웃는다.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늘 밤은 모든 것이 이상하다. 항상 거기에 있던 바다로 걸어가서, 그것을 보고 그것을 느끼고 어둠 속에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아저씨가 바다에서 발견되는 말들에 대해서, 누구를 믿으면 안 되는지 알아내려고 사람을 믿는 자기 부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다.

-p.73]

 

존과 에드나 킨셀라는 소녀에게 사랑이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것을 가르쳐준다. 삶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힘들지만 침묵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소녀에게 심어준다. 소녀는 우물에 빠질 뻔한 사실을 끝내 자신의 부모에게 말하지 않음으로 배움을 실천하고 그들과의 의리를 지킨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 전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신시아 라일런트그리운 메이 아줌마가 생각났다. 어릴 때 엄마를 잃어, 엄마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을 맡아 길러준 메이와 오브 아저씨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분명 자신을 듬뿍 사랑했을 것이라고 는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보고 싶어했나 보다.......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날 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그리고 그 때 받은 넉넉한 사랑 덕분에 나는 다시 그러한 사랑을 보거나 느낄 때 바로 사랑인 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p.9, ‘그리운 메이 아줌마’, 사계절]

 

맡겨진 소녀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킨셀라 부부에게 받은 사랑으로 성숙해지고 삶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게 된다. 존과 에드나 역시 이 소녀와 함께 함으로써 자신들이 가진 고통을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준 사랑은 아이가 자신을 업어준 것 같은, 없던 불빛이 생긴 것 같은(p.74~75)’ 희망으로 돌아온다.

 

그리움으로 절절할 그들에게 여전히 현실의 두꺼운 벽이 남겠지만, 소녀가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결정한 아빠라는 말로 소통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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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26 0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초반부를 읽으면서 ‘킨셀라 부부 왠지 수상한데? 범죄이야기인가?‘ 하고 의심했었습니다 ㅋ 제 마음이 좀 삐뚤어졌나 봅니다. 이 작품은 괜찮았지만 단편 딱 하나만 수록하고 있어서 종
좀 그랬습니다. 단편집이라면 10편정도는 수록되어야 하는 편견이 있어서 ㅎㅎ

페넬로페 2023-06-26 09:41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예상대로 이 소설이 전개되었으면 더 재미 있었을 것 같아요 ㅎㅎ
이 소설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저한테는 완전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이 훨씬 좋아요^^

새파랑 2023-06-26 10:02   좋아요 2 | URL
저도 윌리엄 트레버 단편이 훨씬 좋았습니다~!!

미미 2023-06-26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식을 소유로 보는 심리가 동반자살이나 영아살해와 관련이 있다는데 차라리 고아원 같은데 맡겨주면 좋겠어요. 특히 동반자살의 경우 그 아이가 느낄, 믿었던 부모에 대한 극한 공포와 절망이 어떤 것일지ㅠㅠ... 신만이 짐작하겠죠. 저도 윌리엄 트레버를 읽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3-06-26 10:59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자기 옆에 꼭 두려는 심리가 있어요.
이 소설에서도 저는 소녀를 킨셀라부부의 딸로 입양시켜주는 건 어떤가도 생각했거든요.
트레버의 단편엔 여운이 많이 남아 좋았어요^^

책읽는나무 2023-06-26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큰 올케와 남동생도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데...지켜보면 좀 안타까웠어요. 굳이 아이가 생기지 않음 둘이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있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길 하긴 했는데 이 말도 상처가 되려나? 싶어 조심되더군요. 그러면서 저출산이라고 큰일 났다고 뉴스를 볼 때면 이게 뭔가? 싶어요.
더군다나 아동 학대, 영아 살해 뉴스는 더욱....ㅜㅜ
이 책은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읽어야 할까요? 읽으면서 마음이 좀 편치 않겠단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3-06-26 17:18   좋아요 1 | URL
이 책의 내용은 뉴스에 나오는 사건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그냥 ‘맡겨진‘의 평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따뜻함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다시 돌아간 소녀가 행복하지는 않을듯한,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도 아플 것 같아요.

저는 아이를 한 명밖에 키우지 않았지만 아이 키우기가 매번 버거운 느낌이라 아이없이 사는 부부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매번 해요.
참 자식이라는 존재는 어렵네요.
있으면 행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희선 2023-06-27 0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바라는 사람한테는 아이가 생기지 않고 아이를 바라지 않는 사람한테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딱 맞게 아이가 가면 좋을 텐데... 집안 사전이 어려워서 집을 떠났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네요 아이는 그 시간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걸로 아주 끝은 아니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6-27 08:56   좋아요 2 | URL
세상이 참 공평하지 않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다 잘 기를 수 있는것도 아니고요.
이 책의 소녀가 경험한 좋은 감정이 그녀에게 평생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요. 어쩌면 그것으로 삶을 비교하며 괴로울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