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연어의 시간>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에 <대구>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어서 언제 나오려나 했는데, 드디어 나왔군요!!! 기다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수전쟁 - 10만 부 기념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분이 세금 체납액이 28억9100만원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분은 먼저 세금부터 내셔야 하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

라이너 쿤체 지음

전영애*박세인 옮김 [봄날의책] (2024)




귀한 시집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 전집  <시>가 출간된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책 몇권(사실 적지 않다. 가끔 산 줄 모르고 책을 또 사는 정도)

가운데 가장 아끼는 책이 2005년에 출간된 라이너 쿤체 시인의 얇은 양장본 시집
<시><보리수의 밤>이다.

















지금은 중고를 구하기 힘들고 그나마 가격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돈독에 오른 책 사냥꾼들에 의해 지금은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탓이다.


우리 부부가 신혼 때 전영애 교수님이 마련하신 여백 서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전영애 교수님이 이 두 권의 책에 축복을 담아 사인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 책 두 권을 가장 아끼는 이유다.



특히 서원을 방문했을 때 전영애 교수님은 

이 시집 <시><보리수>를 각각 200부 밖에 안 찍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말 그대로 얼마나 귀한 시집인지 그 때 알았다.



이후 근 10년이 지나는 동안 전영애 교수님은 부지런히 서원을 가꾸시면서
쿤체 시인의 시 전부를 번역도 하고 고치셨던 모양이다. 

특히 따님이자 동료 연구자이기도 한 박세인 번역가와 함께 한 작업이기에 

이 시 전집은 번역가 두 분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작업일 듯하다. 

한 줄 한 줄 결코 서투르게 지나쳐 옮김 없이 고민하셨을 두 분이기에 

새로 나온 이 시집도 참 귀하게 느껴진다. 



이제 출판사가 바뀌고 쿤체 시인의 시 전집이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 반갑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은 과거에 출간된 얇은 양장본의 표지 재질을 그대로 닮았다. 

다만 책이 합쳐져 두툼해진 것이, 그동안 쿤체 시인과 역자의 연륜과 우정만큼이나 시집 역시 두툼하게 자라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끔 시집을 꺼내 읽을 때마다 

도대체 시인은 그 엄혹한 시절 어떻게 그렇게 버티어 내고도 

이처럼 따뜻한 시를 써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뿐이다. 

억지로 해주는 위로가 아님에도, 큰 위로를 행간에서 읽곤 한다.



라이너 쿤체 시인의 사연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시인이 사모님과 만나게 된 사연이다. 국경을 넘어 라디오로 처음 알아차린 

사모님과 시인과의 인연이 소설 같았던 기억이 난다.



궁금하신 분들은 <시인의 집>(전영애 지음, 문학동네)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또 이 책에는 쿤체 부부와 전영애 교수와의 곡진한 우정과 교류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 쿤체 부부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인상을 남긴 시가 

재미있기도 하고 인상깊다. 


















책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사기 마련이기에 보통 타인에게 꼭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책이란 지극히 취향에 민감한 사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집은, 절판되기 전에 꼭 구하시길!^^



당신의 재테크를 위해서가 아니다.

당신이 살아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는 동안, 시인의 작은 시들을 읽고 

이따금씩 큰 기쁨을 누리는 행운을 느껴보시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건... '어머 이거 꼭 사야해' 시집인 것이다.








#라이너쿤체 #시 #전영애번역가 #박세인번역가 #꼭사야하는시집 #봄날의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7
최치원 지음, 김수영 엮음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벽에 홀로 깨어를 꺼내 읽는다

 

최치원 지음 | 김수영 편역 [돌베개] (2017)

 




member yuji에 실패한 너희 퀴클롭스들아, 너희가 아무 것도 아닌 자’(우티스, outis)라 여긴 국민의 한 사람, 알라딘의 듣보잡 아무개가 너무나 답답하니 내란수괴 및 그 동조자들에게 고한다.

 


대통령을 참칭하는 윤 아무개의 대국민 담화는 알맹이 없이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다짐을 국민들에게 한 것이다. 이에 최치원 선생의 <역적 황소(黃巢)에게 보낸 격문>을 꺼내 소리 내 읽어본다.

 


고운(孤雲) 최치원은 857년에 출생한 신라 시대의 대표 문인이다. 당나라에 유학 가 빈공과에 합격하고 현실 정치에 참여했다. 시와 문()에 모두 능한 신라 시대의 대작가이며 유··선에 두루 통달했던 신라 말기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한다. 뜬금없이 천년도 더 된 시대의 문인을 떠올리게 된 것은, 이번 주 대한민국이 갑작스럽게 겪어야 했던 윤아무개의 내란 사건 때문이다.


 

이번 주의 상황을 보고 최치원의 글을 뽑아 현대적으로 번역한 책 새벽에 홀로 깨어가운데 포함된 <역적 황소(黃巢)에게 보낸 격문>이 생각났다. 예전에 이 글을 읽었을 때,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던 까닭이다. 서재 이웃 겨울호랑이님의 <카틸리나 탄핵문>의 문장들을 보고, 전기에 감전된 듯 최치원의 격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책에 소개된 역적 황소(黃巢)’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자.

황소(黃巢)는 당나라 사람으로 농민 반란을 주도하여 장안에 정권을 세웠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세계사 시간에는 황소의 난으로 배웠던 바로 그 수괴를 가리킨다. 주석에 따르면 이 황소의 난은 거대한 당나라를 붕괴시킨 결정적 사건의 하나로 평가된다고 한다. 내란 수괴와 동조자들이 읽어야 할 글 <역적 황소(黃巢)에게 보낸 격문>에서 주말 아침에 눈을 비벼가며 가려 뽑은 문장들이다. 첫 문장을 시작으로 읽어 본다.


 

광명(廣明) 2(881) 78일에 제도도통 검교태위 아무개가 황소에게 고한다올바름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라 하고 위기에 처해 변통하는 것을 ’()이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하여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슬러 실패한다. 그러므로 백 년 인생에 죽고 사는 일을 기약하기는 어려우나 모든 일이란 마음에 달려 있어 그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94)

 


너는 본래 변방 촌사람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 감히 도리를 어지럽히고, 마침내 불측한 마음을 품고 천자의 자리를 노리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그 죄가 하늘에 닿아 반드시 패하여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94)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력을 쥐고 몸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호령이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듯 요란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서린 듯 자욱하였지만, 잠시 동안 간악한 일을 도모하다가 결국엔 남김없이 섬멸되었다.”(95)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나는 헛된 말을 하지 않으니 너는 잘 들어라. 근래 우리나라는 더러움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허물을 용서해 주는 은혜가 중하여 너에게 병권(兵權)을 주고 지방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거늘 너는 도리어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개가 사람을 물어뜯고 주인에게 짖는 격이다.”(95)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는 나라에 그 받은 은혜를 배신하는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96)


 

()나라 궁궐이 어찌 네가 머물 곳이겠느냐! 장차 네가 어찌하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못 넘기고, 소나기를 하루를 못 넘긴다라고 하였으니, 천지자연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96)

 


너는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하늘이 나쁜 사람을 놓아두는 것은 그에게 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흉악함이 더 심해지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포악함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화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함을 편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아올 줄을 모르니, 말하자면 제비가가 막() 위에다 집을 지어 그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헤엄치지만 곧 삶아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96)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일에 사적인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되고, 길을 헤매는 이를 깨추이려면 정녕 바른말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내 이 한 장 격문을 날려 너의 위급함을 해결해 주려는 바이니, 너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지난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약 땅을 떼어 받아 제후국을 열어 몸과 머리가 동강 나는 화를 피하고 공명을 세우고자 한다면 네 무리를 믿지 말아야 네 후손에게 영화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98)

 


만일 미쳐서 날뛰는 너희 무리가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대가 한 번 휘둘러 박멸함으로오합지졸 같은 너희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벌리 것이요, 네 몸뚱이는 도끼날에 잘려 나갈 것이과 네 뼈는 수레 밑에 깔린 가루가 될 것이요, 처자들은 잡혀 죽고 친척들은 베여 죽을 것이다.”(98)


 

동탁(董卓)처럼 배를 불태울 때가 되어 후회한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잘 생각하고 선악을 잘 분별하라. 국가를 배반하여 멸망하기보다는 귀순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만 네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대장부가 할 바를 힘써 찾아 얼른 생각을 바꾸고 졸장부의 염려는 갖지 말기 바란다


아무개가 고한다.”(99)




고운 최치원 선생이 1140여년 전에 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이 격문은 이처럼 사회의 구성 이치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성과 감성이 담긴 힘있는 문장들이다. 오늘 또다시 당신들의 'member yuji'에만 집착한 다면, 이번에는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알라딘의 듣보잡 아무개가 고한다.




[1]
"광명(廣明) 2년(881) 7월 8일에 제도도통 검교태위 아무개가 황소에게 고한다. 올바름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기에 처해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하여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슬러 실패한다. 그러므로 백 년 인생에 죽고 사는 일을 기약하기는 어려우나 모든 일이란 마음에 달려 있어 그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94)

[2]
​"너는 본래 변방 촌사람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 감히 도리를 어지럽히고, 마침내 불측한 마음을 품고 천자의 자리를 노리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그 죄가 하늘에 닿아 반드시 패하여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94)

[3]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력을 쥐고 몸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호령이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듯 요란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서린 듯 자욱하였지만, 잠시 동안 간악한 일을 도모하다가 결국엔 남김없이 섬멸되었다."(95)

[4]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나는 헛된 말을 하지 않으니 너는 잘 들어라. 근래 우리나라는 더러움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허물을 용서해 주는 은혜가 중하여 너에게 병권(兵權)을 주고 지방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거늘 너는 도리어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개가 사람을 물어뜯고 주인에게 짖는 격이다."(95)

[5]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는 나라에 그 받은 은혜를 배신하는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96)

[6]
"한(漢)나라 궁궐이 어찌 네가 머물 곳이겠느냐! 장차 네가 어찌하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못 넘기고, 소나기를 하루를 못 넘긴다’라고 하였으니, 천지자연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96)

[7]
"너는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나쁜 사람을 놓아두는 것은 그에게 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흉악함이 더 심해지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포악함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화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함을 편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아올 줄을 모르니, 말하자면 제비가가 막(幕) 위에다 집을 지어 그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헤엄치지만 곧 삶아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96)

[8]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일에 사적인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되고, 길을 헤매는 이를 깨추이려면 정녕 바른말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내 이 한 장 격문을 날려 너의 위급함을 해결해 주려는 바이니, 너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지난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약 땅을 떼어 받아 제후국을 열어 몸과 머리가 동강 나는 화를 피하고 공명을 세우고자 한다면 네 무리를 믿지 말아야 네 후손에게 영화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98)

[9]
"만일 미쳐서 날뛰는 너희 무리가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대가 한 번 휘둘러 박멸함으로ㅆ 오합지졸 같은 너희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벌리 것이요, 네 몸뚱이는 도끼날에 잘려 나갈 것이과 네 뼈는 수레 밑에 깔린 가루가 될 것이요, 처자들은 잡혀 죽고 친척들은 베여 죽을 것이다."(98)

[10]
"동탁(董卓)처럼 배를 불태울 때가 되어 후회한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잘 생각하고 선악을 잘 분별하라. 국가를 배반하여 멸망하기보다는 귀순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만 네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대장부가 할 바를 힘써 찾아 얼른 생각을 바꾸고 졸장부의 염려는 갖지 말기 바란다.

아무개가 고한다."(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대가 소멸된 시대에 오뒷세이아를 읽는다는 것


 -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11월 29일)에



호메로스 지음 | 이준석 옮김 [아카넷] (2023)

 



우연한 기회에 벼르고 벼르던 오뒷세이아를 읽었다. 고전학자 천병희 교수가 첫 원전을 번역한 지 40년 만에 나온 이준석 교수의 원전 번역서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처음 읽던 과정에서 눈길이 머문 지점은, 오뒷세우스라는 인물보다 크세니아(Xenia)'라고 불리던 고대 세계의 환대문화였다.


 

오뒷세이아에서 발견하는 고대의 환대문화는 그 구체적인 실천 방식이 아주 특이했다. 우리는 초면인 누군가를 만나면 데면데면하게 어색해하고 때로는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현실에 살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아파트 거주자를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하지만 고대 세계, 특히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이방인을 만나게 되면, 상대방의 정체를 먼저 묻지 않았다. 주인이 가장 먼저 하던 일은, 이방인을 집안으로 초대하여 따뜻하고 안전한 자리에 앉힌 다음 음식을 정성껏 대접해야 했다. 상대방이 만족스럽도록 배불리 먹이는 일이었다. 역자에 따르면, 주인이 아무리 상대방이 궁금하다고 해도, 상대방의 정체를 먼저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이후라야, 주인은 통성명을 하고 이방인에게 오게 된 사연을 들려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주인은 이방인이 하룻밤 묵기를 원하면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심지어 떠날 때는 선물도 얹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습은 분명히 낯선 이를 벗으로 만들어주는전통이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이처럼 말도 되지 않는, 가성비 제로인 고대의 환대 문화가 작동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오뒷세이아를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모든 이방인과 거지들은 제우스에게서 오니까요.”(342)


 

20년 만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온 오뒷세우스가 처음 만난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가문을 위해 일하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였다. 이 말은 그가 아테네의 손길로 허름하고 늙어 보이는 몰골로 돌아온 주인 오뒷세우스를 알아보기 전에 하던 말이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이방인이나 거지들은 제우스가 변장하여 인간 앞에 나타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러한 관습이 지켜질 수 있었다고 이해되었다. 물론 이러한 행동과 관습의 실천이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공동체의 삶을 규제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규범으로서는 작용했을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번에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다음과 같이 덧붙이며 말한다.

 


내 당신을 삼가 존중하고 아끼게 된다면, 그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손님을 보호하시는 제우스를 내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내 그대를 가엾게 여겨서니까요.”(357)

 


그렇다. 이 말에서 한 가지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리 공동체의 불문율처럼 여겨진 환대의 관습이라고 해도 공동체의 규범을 강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역시 환대의 문화는 인간의 본성상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는 아닌 것이다. 공동체의 관습을 강제하는 힘은 바로 제우스에 대한 믿음이었다. 신 또는 신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과 두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뒷세이아를 읽는 동안 거의 3,000년 전의 고대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고대인들이 모르는 상대, 타인과의 만남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그들의 윤리학이 바로 환대의 문화임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고대 그리스의 신이라는 것도, 고대인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한 가지 이해 및 설명 방식으로서 만들어진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대인들에게 제우스혹은 여러 신들이란 세계를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고대 세계의 윤리학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렇게 정리해 본다.


 

특히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환대(Xenia)'라는 전통 혹은 관습에 주목하게 된 것은, 현대의 그리스에는 환대의 전통이 사라져 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스에 있는 여러 섬은 시리아를 비롯하여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EU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고 이 수용소들을 운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그리스가 동방으로부터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을 막는 최전선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은 꽤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몇 년 전 우리 사회의 난민 수용 논란의 양상에서 볼 수 있었듯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그리스는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들을 붙들어둘 수 있는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목숨을 걸고 살아남은 난민들도 이미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오뒷세이아에서 고대 세계의 기본적인 불문율처럼 작동하던 환대의 문화였으나 현재 그리스에서는 이 벌거벗은 생명들인 난민을, 곤궁한 환경에 수용하는 역할을 그리스가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이러니했던 것이다.


 

오늘(1129)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International Day of Solidarity with the Palestine People)이라고 한다. 유엔이 지정한 날로, 유엔은 팔레스타인에게 주권을 부여하고 이스라엘 점령으로부터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 이스라엘은, 2차 대전 이후 나치의 박해 끝에 살아남은 25만 명의 유대인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겨난 국가다. 조금 단순히 말하면 현재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근원은, 영국, 미국,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국제 사회가 나치에 고통받았던 유대인들에게 느닷없이현재의 위치에 살도록 강제한 결과였다. 지중해의 동쪽 끝에서 풍요롭게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국제 사회는 유대인 난민을 데려다 앉혀놓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굴러들어 온 유대인 난민들이 누가 보아도 잔인한 방법으로 박힌 돌’(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면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2007년 부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 봉쇄한 상태에서 첨단 무기를 퍼붓고, 군부의 보호와 묵인 아래 많은 이스라엘 사람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폭행과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모든유대인들이 현 이스라엘 정부의 행태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이스라엘의 인권 단체가 극우적인 이스라엘 정부의 잔인함에 분노를 표출하고 비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더욱 힘든 현실은, 국제 사회가 이 문제의 해결에 친이스라엘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단체는 미국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력한 장악력을 얻은 나머지, 미국의 정치 마저 한 손에 놓고 뒤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일본의 문학 연구자 오카 마리 교수의 책 가자란 무엇인가(두번째테제, 2024)에서 알게 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도 민주당 후보로 나왔을 때, ‘나는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지지합니다.’라고 말하니, 친이스라엘, 친시오니즘 단체로부터 거액의 정치 자금이 흘러들어왔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의 급진 좌파로 여겨지는 버니 샌더스마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무기 공여 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정치가 얼마나 친이스라엘, 친시오니즘 단체에 의해 통제되고 장악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 준다.


 

오늘이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이기에, 최근에 읽은 오뒷세이아환대문화가 생각이 났더랬다. 비록 고대 세계의 크세니아가 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켜진 관습이긴 해도, 낯선 이방인을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게 해주었던 전통은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나 신변의 위협을 느껴 고향을 탈출한 이들이 탄원자가 된 경우, 고대 세계의 이 환대 전통은 탄원자에 대한 존중과 적절한 대우의 의무를 다해야 했던 문화를 오뒷세이아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작품 중에서 알키노오스라는 인물은 오뒷세우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님과 탄원자는 모두 형제들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입니다.”(209)라고 말이다. 나는 이런 대목을 만나면서 고대 세계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 척박하고 고되긴 했을지언정, 어쩌면 지금 우리의 삶보다는 더 인간적이기도 했음을 생각해 본다. 반대로 현대 세계의 현실은 어떤가. 나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청소하기 위해 공공연하게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human monster)’, ‘인간의 모습을 한 동물(human animal)’이라고 언급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집단의 잔인함을 깨닫는다. 충격이었다. 국제 사회가 바라보는 정의가 지나치게 이스라엘로 기울어진 현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환대로 넘쳐나던 고대 지중해 세계의 모습을 다시 상상해본다.


 

내게는 제우스로 대표되는 신이 사라져 버린 것이, 오늘날 환대의 전통마저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조상 대대로 풍요롭게 살아온 장소를 점령하여, 빼앗고, 이들을 착취해 온 서구의 정복자들에게 오뒷세이아에서 발견하는 환대의 전통을 다시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환대는 낯선 이방인을 취약한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했던 고대 세계의 윤리학이었다. 어쩌면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신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한 공존의 윤리학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뒷세이아를 통해 고대의 선조들이 내게 가르쳐준 지혜다. 우리에게는 지금 어느 시대보다도 함께 잘 살도록 도와주는 신이 필요할 때인지 모르겠다. 오뒷세이아에서 그러한 신을 만날 수 있을 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4-11-2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목민족의 손님에 대한 환대가 아직 남아있는 그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초란공 2024-11-29 13:05   좋아요 0 | URL
저도 말씀하신 부분에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보다 더 취약한 조건에서 살아가야 했을 인류의 조상들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처음부터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조심성이 진화한 것일까로도 해석해봅니다^^

stella.K 2024-11-29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야, 이제 좀 알겠네요. 분명 네타냐후 총리가 나쁜 X 같긴한데 왜 그런가 했더니 그런 역사가... 그나마 유엔이 바른 일을하고 있는 것 같긴한데 힘이없으니 큰 일입니다. 저도 책이라도 좀 봐야겠습니다. ㅠ

초란공 2024-11-29 13:06   좋아요 2 | URL
만약 관심있으신 주제라면 <가자란 무엇인가>를 우선 추천해드립니다. 두껍지 않고 강연록이라 술술 읽힙니다. 저도 이 책 먼저 읽고 충격받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속고 살아온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