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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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씨앗을 틔우고 돌보는 일의 위대함

- 퀀텀 라이프》(2022)

 



1970년대 당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마치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짐승과 같았다.”(14)


 

나는 거의 엄마의 매버릭 안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다.”(23)


 

여기에서 엄마의 매버릭이란 70년대 미국에서 자동차 회사 포드(Ford)에서 출시했던 소형 승용차를 말한다. 위의 인용문은 퀀텀 라이프의 저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에서 가져온 것이다. 안전한 집 없이 빈민가를 전전하던 어머니와 저자의 어린 시절에 흑인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내린 것 같이 여겨졌다. 분명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삶이다. 학교 친구들과 작별 인사는커녕 엄마의 낡아빠진 매버릭을 타고 매년 다른 학교를 다녀야 했던 생활을 단지 상상해 볼 뿐이다.


 

흑인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발견하곤 하는 사실은 이들이 성장하며 각자의 세계가 커짐에 따라 어느 시기에 반드시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가 어린 시절에 전전하던 지역은 뉴올리언스 주나 미시시피 주의 시골이었다. 이곳은 모든 것이 느리게 변하는 세계였다. 빈민가의 흑인 학생들은 폭력과 마약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운명에 어떤 변화와 개선의 가능성 보다는, 무언가에 단단히 고정되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10대 학생들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이런 상황이 당연한 것으로 내면화하고 있었다. 퀀텀 라이프에는 저자가 편견과 차별,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그가 거대한 벽과 마주하여 어떻게 이를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개인의 성공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어떻게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 향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미국에서 빈민가의 흑인 소년이라는 조건은 마치 정해진 도식과도 같은 삶의 굴레를 예고하는 듯했다. 많은 10대의 흑인 학생들은 마약에 빠지고 학교를 중퇴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후에도 끝없이 나락으로만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들은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빈민의 경계 안에서 맴돌게 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이끌 수 있는 인물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영에 가깝다. 자주 쓰는 표현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결코 아니었던 것. 10대 시절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된 사례는 이 과정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를 반증한다. 하지만 그의 삶을 단순히 아주 드문 가능성에서 벗어나 기적처럼 발생한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암울한 환경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책과 사람 - 희망이란 씨앗


 

책을 읽으며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저자의 높은 지능이나 높은 성적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점이었다. 단지 많이읽은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책마다 닥치는 대로읽었던 것이다. 책이 귀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초등학교 시절 그가 알렉스 해일리의 뿌리 Roots를 발견하고 독파했던 이야기가 인상 깊다. 내가 뿌리의 마지막 부분에서 느꼈던 전율을 저자도 틀림없이 느꼈을 테다. 그의 엄마는 자유로웠던 크리올 출신(흑백 혼혈)이었지만, 아빠는 뿌리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쿤타 킨테처럼 서아프리카에서 끌려와 노예가 되었던 가문의 후예였다. 백인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와 이름마저 바꾸도록 강요받았던 쿤타 킨테의 삶이 책을 통해 저자와 연결되었다. 빈민가의 한 어린이에게 책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으며, 이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저자는 우연히 백과사전까지 읽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마주쳤던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설명은 분명히 그의 삶을 크게 흔들어 놓았던 모양이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이제 내가 괴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대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암호를 주고받는 어떤 비밀단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87)


 

한 독자가 책읽기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이와 연결되는 경험을 말한다. 그 중에서 저자가 백과사전에 나온 상대성이론 부분을 읽고 거리의 갱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 장면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된 흥분과 기쁨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집 밖의 거리는 안전한 적이 없었고, 남들에게는 나쁜 놈처럼 행동해야 했지만 이미 희망의 씨앗이 그의 안에 심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씨앗이 싹을 틔우는데 씨앗을 심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싹이 트고 자라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워본 이들이라면 규칙적으로 물만 잘 준다고 성장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초보 재배가들은 식물에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식물이 썩게 만들기도 한다. 식물에는 햇빛뿐만 아니라 통풍도 매우 중요한 것처럼, 하나의 씨앗이 온전한 식물로 성장하려면 여러 조건이 적절히 잘 갖추어져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빈민가 흑인 아이의 곁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폭력과 마약에 노출되어 있고 갱스터 흉내를 내야 했지만,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지해주었던 학교 선생님들이 있었다. 저자에게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던 교장 선생과 크로스 선생님, 과학전람회에 나갈 수 있게 값비싼 컴퓨터마저 집으로 가져가게 허락했던 과학교사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 뿐인가. 핵엔지니어를 제안 받아 입대했던 해군에서는 자신을 열정적으로 격려해주고 지지해주었던 게이지 상사도 있었다. 대학원시절에는 양자역학을 11로 지도해주었던 틸 박사나 박사학위 자격시험을 준비할 때 도와주었던 다비드 같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인물은 대학원 시절의 지도교수 아서였다. 아서 역시 흑인이었다. 그는 유색인들의 능력이 뛰어나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적 능력에 의심을 제기하는 백인들의 편견 및 인종차별적인 유산과 평생 싸웠던 사람이었다. 저자에게 아서는 격려와 질책으로 큰 스승이 되어주었고 나아가 학교 밖의 더 큰 세계와 연결해주었던 스승이었다.


 

유색인이었던 저자는 자신의 길을 찾게 되기까지 마약중독과 유색인들에 대한 편견, 제도적인 인종차별이라는 벽과 씨름해야했다. 비록 암울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는 결국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곁에서 그가 자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었다. 재능이 있는 한 사람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데에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주목해볼만하다. 물론 저자의 삶은 희망이라는 씨앗이 있다면 아주 미약한 가능성이라도 싹을 틔우고 자라날 수 있으며, 여기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분명히 알려 준다. 그건 바로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지지, 돌봄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양자역학의 한 현상과 비교했다. 하나의 입자가 아주 드문 가능성의 벽이라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터널링 현상에 빗댄 것이다. “나는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15)라고 말한다. 여기에 양자역학의 원리처럼 우리의 운명이 결코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책의 제목을 통해서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바로 자신이 그 증거라고 말이다. 저자의 삶은 영화나 소설만큼이나 극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들(책과 사람들)이 있었음에 다시 주목해본다. 이 책에는 한 인물이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방벽을 극복한 성공스토리가 담겨있다.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라는 이름을 하킴 올루세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면서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자기 결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성공스토리는 한 사람이 온전히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준 주변의 모든 이들이 함께 이루어낸 이야기이기도 하다



 

[1] "나는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15)

"나 자신이 바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삶은 이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15)

[2] "집 안의 가전제품들은 마치 누군가가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면서 두고 간 쿠키 점시와도 같았다. 나는 그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너무나 알고 싶었다."(36)

[3] "《뿌리》를 다 읽자마자 당장 다른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책을 실제로 다 읽은 사람을 주변에서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86)

[4] "그렇게 힘든 나날 동안, 학교 선생님들만이 나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131)

[5] "그(해군의 게이지 상사)는 마치 황금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대했다. 또 그는 나의 ‘고결한 인품’에 대해서 끊임없이 칭찬했다."(194)

[6] "나는 너무 힘들고 너무 중요한 시기를 너무 많이 흘려 보내고 있었다. 나는 마냥 중독자가 되거나 살해될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었다. (...) 그러나 날이 갈수록 나와 거래하던 마약 중독자의 눈동자에서, 그들과 똑같아지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252)

[7] "나는 난생처음으로 앞으로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를 고민했다."(270)

"나는 안전하다고, 그리고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꼈다."(271)

[8] "나는 나의 의지와 자기 결정의 의미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406)

"유년기를 극복하기까지는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 나는 서른 살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들을 위협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에게도 위협을 가하지 않을 만큼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 그때부터 나는 미래가 나의 손에 달린 삶을 살게 되었다."(406)

[9] "그들(아빠와 지도교수 아서)은 내가 그들의 길을 따르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나만의 여정을 마쳐야 했다. (...) 이제 미래로 향하는 길을 나 스스로 구축할 때가 되었다."(414)

[10] "나는 과학분야에서 나만의 능력을 발견하고자 했고, 사회가 나에게 계속 투영했던 부정적인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고 나서야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었다."(415)

[11] "아이들이 꿈을 구는 한 한계는 없다. 수천억조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우리 우주는 매우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다. 유한하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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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1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7-11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재밌을 거 같아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역시 사람을 키우는 건 책과 사람들이군요!!!

[3] 글 너무 공감가네요.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그 경험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데 아무도 없는 현실ㅠㅠ 그래서 다들 온라인으로 소통하나봐요.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 멋진 글입니다!!!

초란공 2022-07-11 14:30   좋아요 2 | URL
마치 영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일까 하면서 말이에요. 그래도 아무 것도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책 재미있습니다!

scott 2022-08-10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이달의 당선 추카!
이 책 작가님이 배우급이네요 !
이 책 찜 ^^

초란공 2022-08-14 21:27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시원한 연휴 보내세요!!

mini74 2022-08-10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디 초란공님 *^^*

초란공 2022-08-14 21:57   좋아요 1 | URL
mini74님 감사합니다! mini74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10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우리가 사는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게 감동이예요!

초란공 2022-08-14 21:05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며칠 간 로그인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야 들어와서 서재글을 보고 있어요. ^^;;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인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8-10 17: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역시 멋진 리뷰는 당선되는거 같아요 ^^

초란공 2022-08-14 21:4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지난 달에는 몇 편밖에 쓰지 못했는데, 뽑아주신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ㅋ

이하라 2022-08-10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초란공 2022-08-14 21:29   좋아요 3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이하라님도 축하드리구요! 남은 연휴 시원하게!!

thkang1001 2022-08-11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초란공 2022-08-14 21:35   좋아요 2 | URL
thkang1001님 감사합니다. 내일 부터 또 비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건강한 연휴 보내시길요!

고양이라디오 2022-08-12 04: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당선 축하드려요^^
덕분에 책 재밌게 읽었습니다ㅎ

초란공 2022-08-14 21:47   좋아요 3 | URL
고양이라디오님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보람이 있네요^^ ㅋㅋ 고양이라디오님의 ‘스포일러‘... 계속 기다립니다.^^

thkang1001 2022-08-16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우리 숨바꼭질할까 - 꿀샘의 오순도순 학교 이야기
김향숙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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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교장 선생님

- 우리 숨바꼭질할까

 김향숙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2021)




학교에 대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좋아하는 선생님 몇 분이 있긴 했지만, 교사의 폭력적인 언어와 체벌도 흔하던 시절이었다. 책상에 올라가서 주먹과 발로 학생들을 내려찍던 수학 선생, 커다란 주먹으로 얼굴을 날리거나 나무 분필통을 학생들 얼굴에 집어 던지던 체육 선생, 테잎을 감은 각목으로 한 시간 내내 돌아가며 반 전체 학생을 400대나 때렸던 불어 선생도 여전히 기억난다. 지금쯤 은퇴했거나 은퇴할 나이가 다 되었을 것이다. 또 나보고 지진아라고 했던 여자 선생(심지어 도덕 선생님!)도 기억난다. 당시에 나이가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 아니었을까 싶은데, 모든 남자 아이들에 대한 적개심을 분출하던 분이었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의 입장이 반대가 된 상황이라 학교 교실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다.

 


주말에 도서관에서 발견한 에세이집 우리 숨바꼭질할까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한 분이었다. 읽는 글마다 뭉클한 감동이 느껴졌다. 저자는 500명이 넘는 전교생을 매일 아침마다 등교시간에 맞아주고 이름을 외우는 교장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이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놓는 교장선생님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교장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표정만 보고도 아이들의 심리 변화나 형편을 읽어내는 일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는 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은 학교의 실태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32)


아이들 이름을 알기 전의 학교와 이름을 알고 난 이후의 학교는 나에게 전혀 다른 세계였다.”(33)

 


아이들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른인 나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음을 자주 잊곤 한다. 엉뚱해 보이고 때론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아이들에게 내 선택을 종용하고 있지나 않은가 점검해본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에게 아이들의 질문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기도 하고, 아이가 직접 쓴 하나 뿐인 동화책을 선물로 받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저자로부터 감화를 받고, 저자의 상냥한 말투를 따라하며 성장해가고 있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교장 선생님을 상상한 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니 나는 그런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겐 그게 당연하게 보였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예상과 편견을 뒤집는다.


 

저자의 에세이를 읽는 내내 어른인 내가 아이들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말마따나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유함을 지닌 존재’(113)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단지 덜 발달된 사람 혹은 더 배워야하는 사람으로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를 지키려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던 한 아이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저자는 아이의 집을 찾아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당장 도와줄 수 없어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책에는 5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오일장 책 나들이행사도 소개되어 있다. 이는 저자가 재직하던 초등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5학년 아이들은 후배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보다 진지하게 책을 이해하게 되고, 후배를 챙기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책임감을 배운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에 익숙해져 갈 것이다. 저자가 있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만으로 스스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여기에 더하여 이런 경험을 마련해준 저자와 교사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교사 업무 가운데에도 전교생과 손편지를 수시로 주고받는 저자의 모습을 보고 학창 시절에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그 시절이 누군들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에 실린 에세이 중에서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던 어느 1학년 아이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저자를 비롯해서 다른 교직원이 이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산책하기를 한 학기 내내 했던 것 같다. 방학이 지나고 다시 개학날이 되자 이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교실에 많은 걸 보고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한 아이와 함께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저자와 교직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 경험을 한 이후 저자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한 아이를 위해 모두 함께 손을 잡는 것이 아닐까.”(107)하고 말이다. 어쩌면 교사는 아이가 집을 떠나 사회(학교)로 나왔을 때 돌보아주는 부모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조카나 아이들에게 나의 견해를 이해시키려고 조급하게 떠밀었던 내 모습이 생각나 당황스럽기도 했다.


 

가히 폭력 교실의 시대를 거쳐 온 내게 40년 동안 저자가 몸소 실천해낸 교육 현장의 모습이 때론 생소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모든 노력에는 무엇보다 아이들에 대한 인정과 사랑이 우선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나름의 세계가 있었다. 책 중간 중간에 아이들이 저자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아이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각이 깊다. 또 아이들은 각자 고유한 이름을 가진 존엄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아이들로부터 배워야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인내심을 가지고 더 배워야하는 어른이었다.

 

[1] "아이들 이름을 알기 전의 학교와 이름을 알고 난 이후의 학교는 나에게 전혀 다른 세계였다."(33)

[2] "아이들은 하나의 숫자나 번호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존엄한 존재이다. 이름부르기는 서로를 환대하고 존중하는 일이다."(33)

[3] "우리는 자신의 선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종종 착각한다. 어떤 일이든 아이들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언제나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리."(36)

[4] "우리 교직원이 경서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고 경서와 함께 산책했다. 그것이 전부이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한 아이를 위해 모두 함께 손을 잡는 것이 아닐까."(107)

[5] "아이들은 내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단지 호칭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 ‘너‘와 ‘내‘가 인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123)

[6] "저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132)

[7] "나는 왜 굳이 손편지를 쓰는가? 나는 손편지를 쓰는 동안 오직 편지를 받는 대상에게 빠져든다. 한 획, 한 글자를 꼭꼭 눌러 쓰면서 그를 불러온다. 그가 나의 펜 끝에 닿으면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즉 우리의 세상이 된다. 손편지는 이렇듯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이 있다. 이것이 내가 한 아이도 빠뜨리지 않고 해마다 손편지를 쓰는 이유이다."(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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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거나 말거나 - 쉼보르스카 서평집 봄날의책 세계산문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봄날의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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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의 시와 장미허브

- 쉼보르스카의 읽거나 말거나

 



새로운 일을 하게 되어 책읽기가 쉽지 않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겠지만, 일이 끝나면 거의 탈진 상태로 집에 돌아와 책을 펼치면 10분이 안되어 책상에 머리를 박고는 한다. 무언가를 읽는 게 힘들어졌다. 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요새는 여러 블로그나 서재의 좋은 글들을 읽을 기력도 나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수입은 줄어들어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려나 했건만, 내 몫의 삶을 살아내는 일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매일 아침 흔들흔들 언덕을 오르내리는 마을버스 안에서 잠시 펼쳐보는 책읽기가 꿀맛이다.


 

최근에 아내가 직장에서 장미허브 하나를 받아왔다. 톡톡 건드리고 쓰다듬으면 기분 좋은 향이 공기에 가득해지고, 못생긴 내 손에서도 향기가 난다. 햇빛이 잘 안 드는 집이건만 그래도 거실 창가에 가까이 해놓고 통풍을 신경써주어서 그런지 잘 자라고 있다. 조금 웃자란 부분을 끊어서 빈 화분에 장미허브를 옮겨 심었다. 아내가 장미허브는 이렇게 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며칠간 시들지 않고 상태를 유지하는 걸 보면 생존의 기로에서 한창 사투를 벌이는 모양이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매일 지켜보고 있다. 새로 심은 녀석도 톡톡 건드리고 쓰다듬어 보면 여전히 향이 퍼진다. 제약이 있긴 하지만 식물의 경우 본체로부터 나누어진 일부가 살아내는 모습을 보면 늘 감탄하게 된다.


 

장미허브를 톡톡 건드리다가 쉼보르스카의 서평집 읽거나 말거나에 눈이 가서 펼쳐보았는데, 마침 사포의 시집에 대해 짧게 리뷰를 남긴 페이지가 나왔다. 쉼보르스카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었던 사포가 남긴 시는 1만 여 편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 전해지는 시는 550편이고, 다시 이 가운데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불과 몇 편이란다. 규모로만 보자면 빈약한 파편만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쉼보르스카는 그의 시대에도 여전한 사포 열풍을 깎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했던 시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여기에서 시인은 머리와 팔, 발이 소실된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언급한다. 니케 상 주변에 떨어져 있는 손과 발 일부 조각들을 가리키면서 만약 니케상에서 단지 몇 개의 발가락만 남았더라면, 과연 감탄할 사람이 있겠는가”(44)라면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간결하면서도 절제되고 정곡을 찌르는 언어를 사용하기로 유명했던 시인, 자신이 쓴 시를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던 시인 쉼보르스카가 생각하는 시의 본연은 뺄 단어가 보이지 않는 그런 완전체에 가깝다.


 

몇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는 단어 하나만 사라져도 시 전체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44)

 


하지만 시인은 비록 사포의 시가 대부분 잘게 부서진 조각 같긴 하지만 란 돌을 깎아내어 만드는 조각품이 아니다”(44)라고 말한다. 오히려 파편처럼 남아 있는 시와 시어를 통해, 시인의 숙련된 경험과 직관을 통해, 오히려 위대한 시인을 상상했다. 사포의 시집에 대한 아주 짧은 리뷰이지만, 나는 사포의 시들이 오히려 이 장미허브를 닮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조각처럼 몇 개의 이파리만 남은 생명이 빈 화분을 만나 다시 살아내듯이, 단어만 남은 시어, 빈약한 파편들로 이루어진 사포의 시를 통해 고대의 시인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곁에 있는 셈이다.


흐린듯하지만 바람이 살살 부는 주말, 2000년 넘게 단어 몇 개가 살아남아 전해지고 여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해지는 시와 시인의 삶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혹독한 전쟁을 겪으면서도 이 시를 읽었거나 시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또 다른 시인의 삶도 떠올려본다. 모처럼 새로 심어 놓은 장미허브 앞에 앉아 잎을 톡톡 건드려보기도 하고 쓰다듬으며 향기를 맡아 보는 아침이다.

 



 


 

[1] "시詩란 돌을 깎아내어 만드는 조각품이 아니다" (44)

[2] "몇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는 단어 하나만 사라져도 시 전체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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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5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쁠때 잠깐 시간 내어 읽은 책들이 더 기억에도 많이 남는거 같아요. 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요~!! 허브향과 함께 좋은 연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초란공 2022-06-06 09: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기도 하구요^^ 평안한 연휴 보내세요~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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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옷자락을 내어줄 수 있다면

-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




20년 가까이 피우던 담배를 8년 전 즈음 끊었다. 지인들은 나를 독한 놈이라며 별종으로 취급했다.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염치때문이었다. 지인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담배 끊는 비결은 사실 간단했다.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던 담배를 살 돈이 없어서였다. 직장을 그만 두기 전에 다른 일자리를 구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지 않고, 막연히 일자리를 금방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주변머리가 없어도 이정도 일 수 있을까. 구직기간 동안 저축해둔 자금은 금방 바닥이 났다. 돈 버는 재주도, 주변머리도 없던 흡연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우선 담배를 끊는 수밖에. 마음 편히 부모님의 도움을 계속 받을 만큼 느긋하지도 못했고, 또 타인이 준 도움으로 담배를 사 피울 염치도 없었다. 경험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이지만, 가난한 상황이 수반하는 구차함의 생생한 경험을 나는 이렇게 맛본 적이 있다.


 

내가 잠시 경험했던 이런 삶의 순간들을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의 저자 강이랑은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당장 여유 자금 없이 삶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지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는 도시 생활자로서 나는 책에서 아프면 큰일이다라고 한 저자의 한마디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더 물러설 공간 없는 마지노선 위의 삶. 그럼에도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싶다는 저자의 말이 더 뚜렷하게 각인되어 남는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것을 나누는 일은 부유한 이가 나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넉넉하지 못한 이에게는 그의 실존적인 결단이 개입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가난하지만 타인과 나눔으로써 더 넉넉해질 수 있었던 저자의 일상이 투명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에서 글쓰기 강사를 하던 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어를 할 줄 알았기에 일본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위를 받고 국내에 돌아온 저자는 국내 대학에 자리를 얻고 평범해 보이는 연구자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찾아온 공황장애 증상으로 소속이 있는 직장을 떠나기로 했고, 대신 독립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다. 이 정도가 책에서 이해한 저자의 간단한 이력이다. 이 중에서 그가 유학 시절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클럽에 가입하여 일본 아이들과 만난 경험을 이야기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외국인인 그를 편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독립 연구자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도 삶에 매몰되지 않고 당당히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그림책을 사랑한다”(62)고 고백하는 그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유학 시절 아이들과 만나면서 아이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저자가 산책하는 들판에 자라던 풀을 누군가가 베어냈다. 하지만 다시 자라나는 들풀처럼 아이는 모두 성장하는 힘을 지니고 태어난다”(74)라는 믿음이 그에게 남아있었다. 이처럼 저자가 아이들과 만나고 스스로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그림책이 주는 힘이 컸던 것 같다. 그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림책이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143)라고 하는 점이었다. 타국에서 외국인이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 계속 만나며 삶을 나눌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림책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한편 그림책뿐만 아니라 아동문학과 동화를 연구하는 저자에게 글쓰기는 삶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중학교 입학식 때 어머니와 있었던 일을 써서 동화책을 만든 적이 있었다. 물론 이 동화책은 출판되지 않았으므로 그에게는 유일무이한 책이었다. 성인이 되어 동화책을 발견한 뒤 이 책을 함께 읽고 저자가 노모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다. 물론 노모는 그 책 읽었다정도의 반응만을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자와 노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책을 통해 서로가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굳이 말이 없어도 교감할 수 있었는 것은 가족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두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키티 크라우더의 그림책 메두사 엄마에 나오는 이야기도 떠올려 보았다. 메두사 엄마와 딸의 관계처럼 엄마와 아이는 서로를 성장시키며 삶을 나누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간결하게 적어 낸 저자의 에세이가 토대를 두는 삶은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글을 마치면서 가난한 지금을 오롯이 살아 내며 고개를 돌리지 않았더니 이 책에 실을 글들을 얻을 수 있었다”(163)라고 담담히 말한다. 하지만 그의 글에선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싶다는 바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공황장애 증상을 겪었을 때, 그가 잠시 붙들 수 있게 옷자락을 내어주었던 사람을 결코 잊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 주저앉으려는 사람에게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마음들이 저자를 통해 나에게 이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이 우리의 지난한 삶을 또다시 견디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돈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오히려 재화의 쓰임새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죠리퐁도 주변과 나누는 사람,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싶다는 그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나누어도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까지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1] "한 마디로 나는 돈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쓸 수 있는지 도통 모른다. 이렇다 보니, 아프면 큰일이다."(38)

[2] "아이들은 자신의 말에 성의껏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말을 건넨다."(53)



[3] "아이는 모두 성정하는 힘을 지니고 태어난다. 자신 안에 갇혀 불평만 하는 어른은 타고난 강점마저 잃은 것이다."(74)

[4] "‘여주‘같은 무언가를 건네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소박한 채소 하나가 여름 보양식이 되듯,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싶기에."(116)

[5] "나는 그림책을 사랑한다."(62)

"그림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장 간결하게 이야기한다."(136)

"그림책은 함께 읽어야 제맛이고, 다른 사람에게 읽어줄 때 빛을 발한다. (...) 그림책은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다."(143)

[6] "엄마와 아이는 서로를 성장시키는 존재인 것이다."(159)

[7] "아이가 건강하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하다. (...) 어머니가 아버지의 존재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아버지의 이름‘을 가질 수 없게 된다."(160)

[8] "가난한 지금을 오롯이 살아 내며 고개를 돌리지 않았더니 이 책에 실을 글들을 얻을 수 있었다."(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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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30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재미있네요
개인적으로 조리퐁 우유에 타먹는거 안 좋아하는데...^^

초란공 2022-05-30 11:47   좋아요 1 | URL
저도 우유는 몸에 뭐가 많이 나서 안먹고 두유로 ㅋㅋ 죠리퐁은 두유에 타먹는것 보다 뿌려먹는결 좋아하지요 ㅋ
 



시간의 강물에 소용돌이가 생길 때


-  미치오 가쿠의단 하나의 방정식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집에서 전자석을 처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못을 커다란 펜치로 잡고 가스레인지의 불에 한참을 달군 다음 천천히 조심스럽게 식혔다. 지금의 부모들이 알면 불장난 한다고 경악을 했을 텐데, 그 때는 부모님이 모두 일하시는 동안 집에서 놀 거리를 이렇게 혼자 찾았던 모양이다. 이후 식은 못을 기름종이와 같은 얇은 종이로 한 번 싼 다음 구리선을 촘촘히 감는다. 못대가리를 기역자로 구부린 함석판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나무판에 고정시킨 후 배터리를 연결하면 전자석이 완성 된다. 여기에 스위치를 하나 달면 일종의 모스 송신기처럼 전원을 연결할 때마다 전자석이 된 못대가리에 함석판이 들러붙었다. 선행학습이란 것을 해본 적 없는 나에게는 집에서 했던 이런 놀이가 사물의 이치를 경험으로 이해하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런데 내가 하던 이런 과학 체험활동은 일본계 미국 물리학자 미치오 가쿠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동네 전파상과 고물상에서 중고 부품을 수집하여 소형 입자가속기 베타트론을 혼자서 만들었다고 한다. 베타트론은 전자를 가속시키는 장치다. 따라서 전자를 만들어 쏠 수 있는 전자총(electron gun)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전자총이 장착되어 있던 장치는 바로 브라운관식 텔레비전이었다. 여기에 전자총에서 방출 된 전자를 가속시키기 위해 전기장을 걸어둘 고전압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가쿠와 같은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거의 틀림없이 이렇게 과학 실험을 직접 하며 시행착오를 거쳤던 선체험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아쉽지만 이런 기회를 수많은 학원을 다니느라 박탈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자연과 사물에 대한 감각이 상당히 둔화되어 있는 것이다. 어렵고 기나긴 수련을 거쳐야하는 과학의 길에는 미치오 가쿠와 같은 괴짜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


단 하나의 방정식의 저자 미치오 가쿠는 아인슈타인 키드이기도 하다. 그가 1947년생이므로 아인슈타인이 사망했을 때인 1955년에 8살이었을 것이다. 8살이면 당대의 아인슈타인이 과학계의 세계적인 거물이었다는 정도도 알았을 것이다. 어린 가쿠는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완성하지 못했던 통일장 이론을 자신이 완성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만물의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 통일장 이론은 결국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힘(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물리학에서 우주의 시작과 끝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방정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처럼 큰 뜻을 세웠던 어린 과학자는 훗날 끈이론이라는 분야를 일구어낸 인물이 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과학자들 중에 (내가 현재까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끈이론의 선구자 혹은 지지자 계보에는 미치오 가쿠와 레너드 서스킨드(블랙홀 전쟁, 우주의 풍경, 물리의 정석 등 저술), 그리고 브라이언 그린(엔드 오브 타임, 엘리건트 유니버스,우주의 구조 등 저술)이 포함된다. 반면 끈이론의 지지자들의 대척점에는 고리양자중력이론의 선구자 카를로 로벨리(모든 순간의 물리학,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등 저술)가 있다. 이들은 모두 우주 혹은 존재의 근본 원리를 설명하고, 그 시작과 끝을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물론 지나친 일반화가 되겠지만, 이 구도만 보면 우주의 시작과 끝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미국 학계와 유럽 학계의 경쟁구도가 이루어져 있는 모양새다.


 

저자가 소개하는 바에 따르면, 인간의 먼 조상은 이미 우주의 시작과 끝에 대한 상상을 펼쳐보곤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우주가 나일강에 떠 있는 우주 알(cosmic egg)’에서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어쩌면 이런 믿음이 인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전파되어 세계 여러 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신화가 되었을 것 같다. 새끼를 낳는 사례보다, 알에서 생명이 나올 때 감각되는 탄생의 장면이 더욱 극적이고 생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대에 이르면 우주의 시작은 빅뱅으로 설명된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무에서 일어난 양자요동이라고 말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빅뱅 직전의 우주는 불확정성원리에 따라 에너지가 0인 상태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우주는 마치 물이 끊기 직전에 공기방울이 표면에 올라오며 일으키는 표면의 요동과 같은 상태에 있다. 여기에 우연의 요소가 가미되어 방울 하나가 급격히 계속 팽창하고, 이것이 결국 우주로 자라난다는 것이다.


 

시작이 있다면 모든 존재에 최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인간의 조상도 다르지 않았다. 고대 바이킹족은 세상의 최후를 라그나로크(Ragnarok)’, 신들의 황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영원히 산다고 믿었던 신들에게도 마지막이 오고야 말 것이라고 인식했던 것일까. 라그나로크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이 가져와 사용하기도 했다. 히틀러가 자신들의 마지막을 지칭할 때 썼던 표현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맞이할 수 있는 종말을 빅프리즈(Big Freeze), 빅크런치(Big Crunch), 빅립(Big Rip) 세 가지로 정리한다. 현대 물리학계는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한다고 본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와 역할 정도에 따라 여러 가능성을 예측한다. 현재의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얼어붙듯 멈추게 되거나(빅프리즈), 다시 수축하여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며 으깨지거나(빅크런치), 아니면 계속 팽창하여 파열하듯 종말을 맞이할 것(빅립)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모든 가능성들은 현재 우주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암흑 물질(우주의 총 에너지 중 26% 차지)과 암흑 에너지(우주의 총 에너지 중 68% 차지)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한다. 우리가 여태껏 살아오고 관측하며 이해한 일반 물질의 질량에너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전체 양의 5%에 불과할 뿐이다.


 

과학의 중요한 특징 중에는 검증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우주의 시작과 끝, 끈이론의 전제가 되는 우주의 10차원 혹은 11차원에 대한 이야기들을 증명할 길은 없다. 아마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학창시절에 아인슈타인이 이루지 못한 과업, 곧 만물의 이론을 정립하려는 포부를 갖고 평생 연구했다. 저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우주를 기술하는 방정식은 하나뿐이라고 단언한다. 방정식이 낳는 해, 그러니까 우주의 존재 양식은 무수히 많을 수 있지만 말이다. 아인슈타인도 하나의 방정식이 주는 심미적인 집착이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만물의 이론은 아름다운 수학 이론을 넘어 최후의 순간에 인류의 유일한 생존수단이 될 것이다”(261)라고 언급한다. ‘최후의 순간이 온다면, 인류가 손을 쓸 도리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저자는 물리학자로서 심미적인 이유 너머를 통찰한다.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시작과 끝에 대해 말하고, 시간과 공간의 정체에 대해 탐구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다. 과연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이를 테면 현재에서 과거로 갈 수 있을까하는 문제다. 역시 직접적인 검증은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이지만 20세기 후반에 일군의 물리학자들은 시간 여행이 이론적으로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앞에서 우주의 시작인 빅뱅이 생겨난 원인이 무에서 일어난 양자요동이라고 한 것과 비슷한 논리다. ‘시간의 강물에 소용돌이가 생길 때과거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이 시간의 강물에 생기는 소용돌이는 순간순간 열리며 과거로 갈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저자가 만물의 이론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정식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물론 이 방정식을 찾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물리학 법칙에 근거하여 우주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결국 철학자가 되는 모양이다. 저자 역시 자신을 신의 존재에 관한한 불가지론자라고 밝힌다. 사변적인 이유만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과학자들이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내면 우주에 대한 예측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궁금해진다. 과거로 갈 수 있는 시간의 소용돌이의 존재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끈이론의 선구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물리학이 나아가는 방향을 대중 독자에게 친숙한 언어로 이야기해 주었다. 미치오 가쿠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내에 잘 알려진 브라이언 그린의 책은 때론 설명이 너무 자상하여장황한 인상을 줄 때가 있다. 반면 가쿠의 책은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것 같다. 또 설명이 간결하지만 때론 너무 함축적인 경우가 있어 설명의 비약이 느껴지기도 하는 카를로 로벨리의 책보다는 구체적이고 설명이 매끄럽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끈이론의 선구자가 평생 추구해온 자신의 학문적인 길을 정리하고 독자에게 자상하게 안내하는 지도 같은 책이다.


 




[1]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 흥미로운 문제는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를 확립하고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245)
- 이 표현에 있는 사고방식(‘인간의 위치 확립‘)은 해석에 따라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당대의 서양 지식인들이 갖고 있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 "우주의 최종 방정식은 하나밖에 없다. 방정식의 해는 무수히 많을 수도 있지만, 방정식 자체는 단 하나뿐이다."(255)

[3] "에너지가 0인 상태는 불확정성이 없는 상태여서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256)

[4]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그 원인은 무에서 일어난 양자요동일 가능성이 높다. 무의 상태에서 입자-반입자 쌍이 수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 이것이 바로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비결이다. 호킹은 이를 시공간 거품 spacetime foam이라고 불렀다."(256)

[5]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 의미는 우리가 부여하는 것이다."(258)

[6] "만물의 이론은 아름다운 수학 이론을 넘어 최후의 순간에 인류의 유일한 생존수단이 될 것이다."(261)

[7] "만물의 이론은 결국 우주의 대칭을 통일하는 문제로 귀결되었다."(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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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0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소개된 책 중에 두 권 읽었네요 ㅎㅎ 어려운데 왜 읽고싶어지는건지 ㅠㅠ ㅎㅎ 당선 축하드립니다 ~

초란공 2022-06-10 09: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과학 서평집도 읽으시는데 과학에 너무 진심 아니세요? ^^ㅎㅎ

새파랑 2022-06-10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물리는 어렵지만...이 어려운걸로 당선이라니~!! 초란공님 당선 축하드려요~!!

초란공 2022-06-27 21:25   좋아요 1 | URL
방문해주신지 2주가 넘어서 컴터로 로그인했어요. ㅋㅋ 새파랑 님도 당선 늦었지만ㅋㅋ 축하드려요. 습한 여름 건강하게!

이하라 2022-06-10 1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기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초란공 2022-06-27 21:26   좋아요 0 | URL
이하라님도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기쁜 주말 보내셨길요. 또 한 주 건강하게!

얄라알라 2022-06-14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 자주 못 놀러와서 죄송해여~~

반가운 소식,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초란공 2022-06-27 21:29   좋아요 1 | URL
얄라님 무슨 말씀을. ^^ 요새 제가 다른 분들 서재 방문도 잘 못해서 아쉽네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길 바랄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