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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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Animal Weapons)>

 

더글러스 엠린(Douglas J. Emlen) 지음  |   데이비드 터스(David Tuss) 그림

   승영조 옮김  |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조선의 명문장가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를 다녀온 <열하일기> 남겼다. 여기에 연암이 열하에서 코끼리를 처음 보고, 비정상적인 코와 어금니(상아) 대해 이유를 따지는 대목이 나온다.

 

어금니를 길게 만들어 놓고 코에 의지하여 덕을 보라고 바엔, 차라리 어금니를 없애 버리고 코를 짧게 하는 낫지 않겠는가?”(김혈조 옮김, 돌베개)

말하기 좋아하는 자는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하여 조물주가 물건을 만들 무슨 결함이나 있게 만든 것처럼 말한다. 이는 망발이다.” (김혈조 옮김, 돌베개)

 

     연암의 시대에는 조물주가 코끼리 종에 의도한(?) 이치를 설명할만한 실마리가 없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더글러스 엠린의 <동물의 무기> 읽고나면 누구나 연암이 당시(1780년대) 궁금해하던 코끼리의 어금니를 둘러싼 의문들을 간결하고 우아하게 설명할 있게될 것이다.

 

     우선 책의 저자 더글러스 엠린 교수에 주목해보자면, 엠린 교수의 배경은 남다르다. 평화스러운 퀘이커 집안의 전통 속에서 저명한 생물학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을 접하며 자랐다. 흥미로운 것은 엠린 교수가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커다란 무기 꽂혀 지냈다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동물의 (대형)무기에 대한 어린 시절의 관심이 평생동안 지속하게 학문 활동의 가지 주제로 자리잡았다. 책의 앞부분에선 감수자인 최재천 교수와의 학문적 인연으로 저자를 독자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있도록 해준다.

 

      <동물의 무기> 동물의 무기 진화에 대한 책이다. 저자가 간결히 정의하는 진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는 점진적 교체 과정’(25)이다. 여기서 점진적이라는 표현에서 이미 진화를 바라보는 가지 틀을 기반으로 한다. 보다 오랜 시간의 틀에서 연속적으로 동물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주류 생물학의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책은 무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동물 세계에서 유독 거추장스러워 보일 정도로 무기를 가진 생물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생물들이 지불해야하는 대가와 속임수 그리고 균형의 문제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다만 저자의 관심은 동물의 세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행동양식과 비교하여 유사성을 밝히는 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분이 책의 독특한 색을 더해주고 있다.

 

     엠린 교수는 책의 전반부를 통해 동물이 거대한 무기를 지니기 위한 조건을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개체끼리의 치열한 경쟁 전제가 되어야하는데, 저자는 다윈이 제시했던 개념인 성선택 관점에서 동물들의 무기 경쟁을 설명한다. 수컷들이 암컷에 접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바로 성선택으로 설명될 있다. 번째 조건으로 생태환경의 조건이 있다. 바로 이용가능한 자원이 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존재하여 경제적인 방어가 가능한 환경이어야 하는 경제논리 환경조건이다. 동물들에게 가치있는 자원을 간직한 한정된 영역을 경제적으로 방어할 경우 편익(번식의 기회) 얻을 있다면 동물들은 기꺼이 무기 경쟁에 뛰어 든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조건은 이러한 수컷 내지는 암컷 사이의 경쟁 형태가 자원을 놓고 다수의 개체들끼리 벌이는 쟁탈전 형태가 아니라 ‘11’ 대결 형태가 되어야한다는 조건이다. 다수의 쟁탈전은 자신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를 만드는 투자비용대비 이득이 모호해진다. 이러한 가지 조건이 동물 집단 내에 만족하는 경우, 경쟁을 위한 무기가 거대화될 있다고 저자는 동물들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글의 시작에 인용한 연암의 <열하일기> 코끼리의 어금니와 코에 대한 언급에 대해 이제 우리는 코끼리의 어금니가 길어진 정황을 성선택개념으로 이해할 있다. 엠린 교수가 제시한 무기 거대화의 가지 조건과 비교해보자. 우선 암컷 코끼리의 임신기간이 2, 육아를 전담하는 기간이 대략 2, 4년의 임신·육아기간 동안 5 가량의 가임 기간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 수컷들은 자신의 자손을 낳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극심한 경쟁을 하여 승리해야한다. 암컷과 수컷이 자손을 낳을 있는 기회가 극도로 비대칭적이다. 여기서 수컷의 어금니가 가장 길고, 덩치도 크다면 암컷 무리 영역 지켜내어 자신의 새끼를 있다는 강력한 편익을 얻을 있는 추동 조건을 찾아볼 있다. 수컷 코끼리는 11 겨루기를 통해 승리 여부를 가리므로, 코끼리의 무기인 어금니가 거대화되는 조건에 아주 부합한다. 거추장스럽고 막대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필요로하는 신체의 일부를 만들어내어 번식의 기회를 독차지할 있다면, 수컷 코끼리가 지불해야하는 대가에 충분히 보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무기 경쟁을 추동하는 성선택 개념은 책의 핵심을 이룬다. 성선택 의한 진화기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연선택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기작은 동물이 주위 환경에서 생존하는데에 최적화될 때까지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엠린 교수에 의하면, 환경이란 조건은 언제든 변할 있으며 환경이 변하면 새로운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크기와 색깔 등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바다 큰가시고기가 민물에 고립되자 몸에 가시와 갑옷 판의 수가 변화되고, 이들이 환경에 최적화 상태에 이르러 무기에 변화가 멈춘 사례가 이러한 자연선택 의한 진화 기작으로 이해할 있다.

 

    반면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성선택은 조건만 충족하면 환경에 민감하게 좌우되는 자연선택보다 일관성을 가지고 유전 형질을 극한까지 발현하도록 추동한다. 앞서 제시한 코끼리의 성선택진화 기작의 사례와 같이, 소수의 승리자에게 돌아가는 성공의 대가가 충분히 크다면, 무기는 크기가 증가하는 쪽으로 진화해나갈 있다는 것이다. 성선택은 환경조건이 아닌 사회적 기능 진화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추동 기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는 코끼리의 무기 경쟁만을 언급했지만, 저자는 암컷이 오히려 격렬한 경쟁을 하는 조류인 자카나, 뿔이 있는 장수풍뎅이, 농게, 대눈파리 앞장다리하늘소 등의 풍부한 예를 통해 성선택의 관점에서 이해할 있는 무기의 거대화 기작을 풍부한 예로 소개하고 있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의 개념을 조금 다른 언어로 정리하여 이해해본다면, 자연선택은 환경에 의한 진동조건을 통해 양쪽 방향에 제약을 가하는 경계값을 갖는 음의 피드백구조와 유사하다고 있다. 환경에 최적화되기위해 변화 가능성의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의 어느 국면에서 조정되고 정착하기 때문이다. 반면, 성선택은 (특정 조건경쟁/경제적 방어 가능성/11대결 충족한다면) 사회적 기능에 의해 무기가 방향으로 증가하도록 추동을 받는 양의 피드백구조와 닮은 진화 메커니즘이라고 이해해볼 있을 것이다. 방향으로 일관성있게 추동되는 성선택은 진동하는 자연선택보다 강력한 변화를 초래할 있다  

 

      후반부에서는 동물들이 무기 경쟁을 하게 다음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코기리의 사례처럼 일반적으로 동물의 무기는 인간의 무기(신체와 별개) 달리, 신체의 일부이다. 따라서 거대한 동물의 무기를 만들어내려면 그에 따르는 비용은 개체가 감수해야한 한다. 저자는 동물의 무기가 거대화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무조건 무기가 거대화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에서 제한을 가해주는 변수를 언급한다. 쇠똥구리의 사례를 보면 보다 이해가 쉽다. 대부분 뿔이 없는 곤충에도 유독 뿔이 크게 자라는 종이 있는데, 종은 무기 경쟁이 가속화될 있는 가지 조건에 부합한다. 쟁탈전을 벌이는 대부분의 수컷 쇠똥구리와 달리, 뿔을 갖는 종들은 11 대결을 하여 번식의 기회를 차지하거나, 암컷이 있는 굴을 지킴으로써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뿔이 무작정 커지지 않는 것은 뿔있는 쇠똥구리 종이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뿔을 가진 개체 일수록 다른 신체의 발육이 더디다. 예를 들어 뿔이 클수록 눈의 발육이 부진하여 크기가 작거나, 날개, 촉수, 생식기, 정소 등의 성장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열하일기> 돌아가서 말하기 좋아하는 자는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하여 조물주가 물건을 만들 무슨 결함이나 있게 만든 것처럼 말한다. 이는 망발이다.”라는 대목을 주목해보자. 연암은 뿔이 있는 놈에게는 이빨을 주지 않았다 말을 듣고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뿔이 있는 개체에게 이빨을 주지 않았다 진술이 옳지 않음을 있으나, 조상들은 그래도 뿔이 있는 동물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에 대한 상관관계를 희미하게나마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있다. 엠린 교수가 제시한 다마사슴이나 북미 순록의 사례를 보자. 수컷 사슴은 거대한 뿔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절성 골다공증에 시달릴 정도로 상당한 뼈의 성분을 동원하는 반면 수컷끼리의 극심한 전투로 부상을 입거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다음 봄까지 생존가능한 개체가 대폭 감소한다. 연암 박지원은 동물의 뿔과 이빨 사이의 관계가 무관하다는 점은 옳게 판단한 것으로 있다. 다만, 동물이 뿔을 가짐으로써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연암이 이해했다면, 뿔을 가진 동물에게 나타나는 결함 조물주가 의도한 결함 아닌, 생물들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존하는 가지 방식임을 이해했을 것이다.

 

      무기의 거대화 국면에 변화를 줄만한 다른 요건으로, 저자는 동물들이 경쟁을 회피하는  기작과 속임수 작전을 지적한다. 무기를 가진 수컷끼리 만나 대결을 하는 일은 대결을 하는 개체들에게 대가를 요구함은 물론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면 패배를 하는 개체는 영원히 자신의 자손을 나을 가능성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수컷끼리 만나 상대를 파악하고 불리한 조건을 회피하는 것은 무기가 갖는 억제력의 효과를 가져온다. 대신 물러난 수컷은 생존을 유지하여 보다 만만한 다른 수컷과 경쟁을 하거나 훗날을 기약할 있게 된다. 다른 수컷의 전략은 우량 수컷의 눈을 피해 우량 수컷의 암컷과 밀통하는 방법을 구하거나, 아예 자신을 암컷과 비슷하게 외모를 가꾸어 암컷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속임수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구사하여 자신의 자손을 낳을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거대한 무기를 만들 이유가 무색해진다.

 

     <동물의 무기> 다른 진화생물학 서적과 다른 독특한 점은, 엠린 교수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갖던 동물의 무기 진화에서 나아가 인간이 만들어온 무기 경쟁에 대한 유사성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 사회에서 무기의 발달과 무기 경쟁의 양상은 동물 세계의 경쟁과 진화 기작과 매우 닮아 있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들어 동물의 무기 경쟁과 인간의 무기 경쟁의 유사성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 갤리선은 1500 넘게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청동 주조 기술의 발달로 청동 공성추가 배에 도입되자 점차 배에도 근접해전의 11 격돌 조건이 가능해지게되고, 이어서 배의 거대화 경쟁이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혹은 책의 핵심 개념인 성선택 관점에서 남자들의 행동을 이해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중세의 마상창경기 바로 그러한 예이다. 기사들의 용맹을 시험하는 실제 전투가 많지 않으므로 창경기를 통해 이들은 자신의 용맹을 귀족여인들 앞에서 뽐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동물의 11 대결과 마찬가지로 기사들의 기본조건, 좋은 , 튼튼하고 좋은 갑옷과 , 훌륭한 선생 등의 조건을 갖춘 기사가 마상창경기 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높음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무기 경쟁을 무색하게 하는 변수들이 존재하면 무기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을 억제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무기를 무력화하거나 속임수 내지는 대결 회피와 같은 방식을 취함으로써 무기의 거대화에 제동을 가하는 효과가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세 기사들의 사례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석궁, 장궁이 도입되고 널리 사용되면서부터 기사들이 우수한 수컷 신호로 사용한 값비싼 값옷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현대 사회로 돌아와 현재 우리가 생각할 있는 가장 극단의 무기로 핵무기를 생각할 있다. 엠린 교수에 의하면 핵무기의 경우 치열한 무기 경쟁을 위한 조건은 냉전시대에 이미 충족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 중심의 세계 강대국이 핵을 보유하고 핵무기 경쟁을 하던 대결구도의 시대에 제동을 것은 핵무기 제조단가의 하락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와 같은 변수로 설명할 있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강대국이 가공할만한 무기를 독점적으로 보유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분명한 억제력 효과를 갖고 있었다. 반면, 탈냉전 시대인 오늘날 우리의 운명은 억제력의 근본 논리를 무색하게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엠린 교수는 진단한다. 이미 냉전 시대에 인류는 최소한 번의 핵전쟁 발발 위기를 겪었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핵무기를 비롯하여 화약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쉽게 보유하게 되어 인류의 운명은 더욱 취약해졌다. 대량살상무기는 동물의 세계와 비교하여 유사성을 찾아볼 수도 없고, 인류의 역사에 견주어 보아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최종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량살상무기는 전투의 이해관계와 논리를 변화시킨다. 또다시 무기 경쟁을 하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311)

 

   책을 마무리하며 전하는 엠린 교수의 메시지는 매우 직설적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다시 책의 페이지를 열어보니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저자의 의도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게된다. 3 대전은 인류의 종말 의미한다. 그리고 지구에는 오랜 공백기를 가진 다시 새로운 생명의 발현을 반복하고, 인류와 유사한 종족이 등장하게 된다면 인류는 또다시 역사가 반복하여 돌멩이로 전쟁을 하며 인류의 역사를 반복하게될 것이다.

 

    <동물의 무기> 읽으며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인간의 무기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인 무기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미국 군대의 무기체계 위주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항공모함이 무기와 억제력으로 기능함을 설명하면서 분쟁지역을 안정화시키는 군사력의 휴대용 신호로 기능한다 함으로써 팍스아메리카나 대한 정당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대목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유는 저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러한 논리는 국가가 전쟁 억제력을 가지기 위해 막강한 군사력을 추구해야한다는 논리로도 이용될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류의 각인현상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의 시조 콘라트 로렌츠를 떠올려본다. 그는 인간의 공격성을 본능으로 간주함으로써 억압을 수단으로 삼는 권위적 사회를 정당화한다라는 논리로 인문·사회학자들로 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동물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내린 이들의 질서에 대한 결론을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오해와 악용의 소지가 있을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정치인들이 대의를 위한 차악의 선택으로서 핵무기 혹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보유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엠린 교수는 <동물의 무기>에서 동물의 무기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생물들의 진화 전략을 쉽고도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인간의 무기 경쟁을 동물들의 무기 경쟁과 결부지어 유사성을 찾아낸 데에서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우리에게 억제력이 있다고 해도 무기가 절대 사용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308)라고 경고하는 대목이다. 지구상의 여러 나라들이 대량살상무기를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간에 어떠한 대립도 고조시켜서는 안된다’(309)라고 말하는 대목도 우리는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다. 엠린 교수가 고찰한 동물과 인간이 보여준 극한 무기의 진화사는 결국 우리 인류가 현재 어디에 서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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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철학자의 유쾌한 만남 감성과 이성
고명수.강응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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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철학자의 유쾌한 만남

고명수/강응섭 지음 | 세창출판사

 

 

결국, 우리의 사명은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기

 

시인과 철학자가 텍스트를 통해 2 시간 동안 소통한 흔적이 여기 있다. <시인과 철학자의 유쾌한 만남> 라는 대상을 중심으로 철학자같은 시인과, 시인같은 철학자가 서로의 글을 꼭꼭 씹어 읽으면서 사색하고 화답한 기록이다. 시인이면서 시를 통한 치료효과에 주목하여 이러한 신념을 사람들과 나누는 고명수 교수와 라캉을 전공한 시쓰는 철학자 강응섭 교수가 시를 매개로 조우한 것이다.

우선 내가 파악한 책의 흐름은 저자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는 점이다. 시의 본질은 무엇이며, 무엇을 노래하는가. 그리고 시에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시인이 이야기를 풀면, 철학자는 시의 특징과 인간의 정신을 탐구하는 심리철학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며 화답한다.

시란 명명 행위입니다. 사물의 이름을 불러 주는 행위이지요.”(81)

 

편이 눈에 보이는 이면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 언어 이면에 있는 언어 이전의 것과의 관계에서 나온다니, 편의 시는 인간의 정신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언어활동처럼 짜인 무의식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26)

 

 

 

시라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체계로 사물/대상에 의미를 재부여(다르게 바라보기)하여 이를 다시 구성하는 행위이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정리해보고 이해할 있을 같다. 특히 철학자가 언급한 바대로 시란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그림, 조셉 코수스의 의자그림과 같이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좀더 나아가 시의 본질적인 기능을 거울 이라는 사물에 비추어 이해해볼 수도  있을 같다. ‘거울 자기 자신을 비추어주어 자기를 바라볼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함의한다. 반면, ‘ 시라는 틀을 통해 외부 혹은 내부를 들여다보는 , 시인이 언급한 말로 마음의 물꼬를 틔우는 관계한다고 해석해볼 있겠다. 특히 시인은 시가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치료의 기능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철학자는 정신분석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내담자’, 피분석가와의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 잃어버렸던 의미 다시 되찾게 해주는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사람 모두가 시의 본질적인 기능, ‘거울 역할에 깊이 관심을 갖고 숙고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편 책에서 주목하는 다른 흐름은 시인 대한 것이다. 책의 저자인 시인과 철학자는 모두 시인 역할, 보다 폭넓게 예술가 역할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가파른 삶의 벼랑 위에서도 기꺼이 목숨을 지켜 싹을 틔워 내는 존재가 시인을 비롯한 모든 예술가가 아닐는지요?”(33 

 

 

경제의 불안, 정치의 혼란, 부조리한 삶의 모든 것들을 조용히 감싸 안아 주는 말고는 제가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같습니다.”(64)

 

 

(라캉) 말을 들으면, 오래전부터 선각자들은 채워진 마음을 비우고자 했고, 예술가들은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간격을 보고서는 괴로워하고 아픔을 승화하는 에술적 삶을 살았고”(125)

 

이와같이 시인, 보다 폭넓게 예술가는 예민한 촉수로 사회의 부조리에 주목하고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들여다보며 포옹하는 존재라고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몸을 담고 살아가는 사회에 유용해보이지 않은 일들 시인은 예민하게 반응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과 철학자는 모두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묻고 이를 찾아가는 수행자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시인과 철학자 사람이 2 주고 받은 대화의 과정은 시를 매개로 시작되었으나 사람의 작업은 결국 불완전하고 삐걱거리는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 어느 곳에서인가 잃어버린 우리 자신을 되찾는 일을 시를 읽고, 시를 쓰는 행위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를 쓰고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일을 하는 시인과 정신분석학을 통해 잃어버린 우리 되찾는 일을 도와주는 철학자의 유쾌한 만남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어쩌면 시인의 마음으로 각자의 삶에서 잃어버렸던 균형 되찾아갈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한다. 다시 정리하면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선 각자가 자기 자신을 면밀이 들여다보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 내면의 결핍을 찾아내어 우리의 삶과 관계 등을 온전히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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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철학자의 유쾌한 만남 감성과 이성
고명수.강응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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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시인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들을 할까요? 이들의 대화가 과연 유쾌할 수 있을지? ^^
어쩌면 이들은 한 사람의 다른 이름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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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bada.com/221299906879

https://blog.naver.com/foto3570/221299906879


흑백 아날로그 인화작업을 하는 현대사진연구회(이하 포토이즘 PhotoISM)의 회원인 김은정 양의 개인사진전 소식을 전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사진 전공자가 아닌 일반 직장인으로서 수준있는 사진 내용과 아날로그 인화 결과물을 가지고 10년 가까운 김은정 양의 작업을 정리하는 성격을 갖습니다.

나아가 일반 RC 실버프린트 인화가 아니라 좀더 결과물이 아름다운 톤을 보여주고 오래가는 화이버베이스 인화지에 작업한 결과물이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컬러가 아닌 흑백사진의 톤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됩니다.


이번 전시에는 저도 준비과정에 일부 참여하여 전시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전시는 이대역 주변의 동호회 모임 장소의 갤러리에서 준비했습니다.
사진(아날로그&흑백사진)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전시기간: 2018.06.23-07.21
Gallery ISM


자세한 내용은 위 아래 링크 참조해주세요.



http://photobada.com/22129990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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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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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끄적여본다. 정말로 오랜만에...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베르크는 ‘유럽인의 편견’이 담긴 이 책을 너그럽게 봐달라고 양해를 구하며 짐짓 솔직하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세계사를 서술해 보았노라 이야기한다. 나아가 빅히스토리 역사가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절친’임을 여러번 강조하며 책에서 인용하고 있다.

동양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에드워드 사이드가 1978년 내놓은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에서 우리에게 새롭게 환기해주고 있듯이, 서양이 만들어낸 동양에 대한 ‘허구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불편했다. 다시말하면, 서양을 대표하는 유럽 문명이 분명 동양의 문명에 비해 우월하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론 저자 자신이 인정하고 있듯이 ‘유럽인의 편견’을 솔직하게 드러낸 점에서 아직도 이 허구적 이미지는 사실 ‘현재진행형’임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절친’ 유발 하라리와 서면 이메일 인터뷰를 했던 박민영 문화평론가가 유발 하라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문화제국주의자인가’라고 물었던 대목을 떠올려보게 된다. [경향신문 2017년 7월 13일자 기사 참조] 박민영 선생의 이 질문은 역시 ‘아름다운 성(castle)’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는 저자 자신의 이름(쇤베르크)를 보여주며 ‘von’이라는 이름(귀족 계급 출신임을 드러냄) 또한 보여주고 싶어하는 저자에게도 물어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거대기업의 총수였던 빌 게이츠가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빅히스토리’ 운동의 선구자 유발 하라리와 매우 친한 친구임을 누누히 강조하는 저자의 적극적인 마케팅 기술이 책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물론 저자는 책을 많이 본 사람이고, 매우 지적이고 글을 잘 쓰는 저널리스트이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던바대로 스티븐 핑커의 인간 본성에 대한 견해를 너무 맹신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다. 스티븐 핑커는 MIT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저술가로서 거대한 책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류의 폭력성은 점점 감소했다는 주장을 엄청난 통계와 경제학자들의 자료를 제시하며 해내었다. 그리고 <사피엔스의 미래>에서 보여주듯 매트 리들리와 ‘과학자’팀을 꾸려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이 한팀이 된 ‘인문주의 팀’과의 토론에서 이들을 상대로 이겼다. 이 토론 과정을 자세히 따라가보면 매트 리들리와 스티븐 핑커는 승리하기 위한 토론 전략을 잘 구사했다. 상대방의 질문 회피/자신의 주장 반벅과 보다 다양한 증거와 통계 제시로 설득하기 등등. 이는 과학으로 대변되는 이성의 힘을 과시하고 서양인의 관점이 보다 더 우월함을 인정해준 결과였을까. 아뭏든 이 ‘세계사 농담책’의 저자 쇤베르크는 인간의 역사를 볼 때 폭력성은 단연코 감소해왔으며, 그러므로 인류는 진보하고 있고,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믿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도 대표되는 전세계적인 ‘사피엔스’ 열풍은 곧 마이크로소프트사로 대표되는 글로벌 초거대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영향력에 우리가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겠다. 이것은 유발 하라리의 국내 펜들이 보면 싫어하겠지만, 하라리의 절친임을 스스럼없이 그것도 여러 차례 밝히는 저자의 이 빅히스토리 저작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빅히스토리는 분명 학문적인 구분이나 유행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는 빅데이터와 함께 거대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에 작용하기 좋은 역사 관점이 빅히스토리가 아닐까 질문을 던져본다. 빅히스토리는 인류의 큰 역사를 일목요연하고 매우 흥미있는 주제아래 잘 정리해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히려 인간 개개인에 대한 고민이 제외되기 싶다. 인간 개개인은 결국 상품소비의 주체이자 대상일 뿐,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된 표현 및 관점은 빅히스토리의 관심사가 아닐 것이다.

예를들어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유럽인이 신대륙에 도착하여 미국의 기원이 되었다는 서술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유럽인들이 북미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과 충돌하기도 했으나 서부로 진출하여 미합중국이라는 성취를 이루어 내었다.라는 문장으로 역사를 정리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수천만명의 인디언들이 유럽에서 온 백인에 의해 죽어갔다는 이야기는 등장하지않는다. 빅히스토리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가치가 희미해지거나 대상화되기 쉽다. 나는 이런 점에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우려는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서나 나오는 희귀한 양식이 되어버렸다. 빅히스토리 열풍은 이러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멀리하게 만들지 않을까.

이 책이 주는 ‘세계사 읽는 재미’에도 불구하고, 내 후손들이 인간 자체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하기 이전에 빅히스토리가 말끔히 정리해주는 인간의 성취와 간결한 사건의 흐름 그리고 인류의 희망적 미래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같이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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