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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인간에 의한 과잉 살육과 멸종의 연대기,
그리고 오래된 인류의 미래 - 《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 지음 |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쌤앤파커스] | (2022)
“우리가 바로 그들에게 닥친 불운이었다.”
이 말은 독일 쾰른의 어느 박물관 연구원이 《여섯 번째 대멸종》의 저자 엘리자베스 콜버트에게 건넨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를 가리키고, ‘그들’은 네안데르탈인을 가리킨다. 인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에 등장하면 으레 네안데르탈인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현대 연구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는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절시켰다는 것이다.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고유전학의 창시자 스반테 페보도 인류의 DNA가운데 몇%정도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들이 함께 자손을 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우리의 DNA 안에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참으로 놀라운 면모를 지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로 사라져간 존재는 네안데르탈인만이 아닌 듯하다. 인류가 존재한 흔적이 있는 곳에서는 으레 대형 동물이 비슷한 시기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 주목하기 전에는 ‘생물 종의 멸종’이라는 생각이 인류의 지성사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종의 기원》이 출간된 시기에 지식인들이 생물의 멸종에 대해 가정하고 있는 지배적인 관점은 종교적인 영향을 받아 멸종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나마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멸종은 매우 느린 속도로 일어난다는 ‘점진적인 멸종’ 개념이었다.
한 가지 예로, 찰스 다윈과 공동으로 진화 개념을 정립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당시의 많은 지식인들처럼 생물의 멸종이 기후 변동에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이 ‘기후 변동설’을 지지한 인물에는 다윈에게 큰 영향을 미친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월리스는 자신의 마지막 저서에서 생물(특히 고대 생물)의 멸종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바꾸게 된다.
“이 주제를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때, (...) 나는 그렇게 많은 대형 포유동물이 급격히 절멸한 것이 사실 인간이라는 행위자 때문이었다고 확신한다.”(322)
점점 드러나는 화석의 증거들로 ‘생물이 멸종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힘을 잃게 되었지만, 이후 멸종에 관한 개념은 고대 생물이 ‘점진적으로 멸종했다’는 견해와 ‘급격한 절멸’로 대립하게 되었다. 여기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이 해부학자로 알려진 조르주 퀴비에다. 그는 탁월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마스토돈이라고 부른 동물이 다른 대륙에서 발견된 전혀 다른 종의 ‘코끼리’였음을, 그리고 이 오래 전의 생물이 빠른 시기에 멸종했음을 주장했다. 조르주 퀴비에는 (급격한) 멸종이 사실임을 입증했던 셈이다. 반면 라마르크는 ‘대격변 이론’으로 불리던 퀴비에의 멸종 개념에 단호히 반대했다고 한다. 다윈 역시 ‘점진적인 진화와 멸종’을 지지한 덕에 퀴비에의 멸종 개념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종의 기원》에서 “종의 멸절이라는 주제는 불필요한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었다.”라고 써두었겠는가. 여기에는 퀴비에에 대한 다윈의 암묵적인 조롱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퀴비에의 급격한 멸종 개념은 당시에 급진적인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증거가 쌓이면서, 연구자들은 수많은 동물, 특히 거대 동물이 절멸한 까닭이 바로 ‘인류의 도래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대자가 많이 있던 시기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대형 동물의 급격한 절멸의 이유가 인간 때문이라는 결론이 다시 힘을 얻은 셈이다. 또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왜 수천만 년 동안의 숱한 가뭄에도 살아남았던 호주의 거대 동물이 공교롭게도 정확히 최초의 인류가 도착하자 거의 동시-수백만 년을 단위로 하는 지질사적 의미에서-에 죽음을 선택했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324) (《총, 균, 쇠》에서 재인용)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저자가 보다 문제시한 사항은, 지구 역사상 지금까지 발생했던 ‘다섯 번의 대멸종’이 아니다. 이런 대멸종은 우연에 의해, 혹은 불가피한 우주의 현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이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 절멸의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가 이 책의 강력한 메시지다. 여기에 더하여 전 지구적인 멸절 문제가 제기하는 우려 사항의 핵심은 멸종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변화의 속도’다. 여기에 인간이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백악기 말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을 비롯한 생물종의 대량 멸종을 처음 설명한 월터 앨버레즈의 말처럼, 우리는 바로 “인간이 대량 멸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369)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날지 않는 새’ 모아의 멸종을 한 사례로 생각해볼 수 있다. 모아는 단테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까지 살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상륙한 마오리족이 모아 사냥을 시작한 이후 몇 세기가 채 지나지 않아 멸종했다. 1800년대 초에 뉴질랜드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거대한 모아 뼈가 쌓여 있는 무덤만 보았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약 100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에 100만 마리 가까이 있던 검은코뿔소는 이제 약 5000마리 남짓 남아있다. 이마저도 고가에 팔리는 뿔 때문에 다시 밀렵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인간의 손이 닿은 곳에서 어김없이 거대 동물이 멸종한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는 사례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도 ‘고래는 멸종할 것인가?’라는 장을 통해 동물의 멸종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거대 포유류의 멸종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40년(인간에게 반평생의 시간)전만 해도, 일리노이주에서 버팔로의 개체 수는 현재 런던의 인구수를 앞섰으나, 지금 그 지역에서는 버팔로의 뿔이나 발굽을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다. 그 충격적인 멸종의 원인은 인간의 창이었다.”(561쪽, 《모비 딕》,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2022)
이 소설이 다윈의 《종의 기원》보다 8년 앞서 출간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구자는 아니지만 지식인으로서 멜빌은 실제 자신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과잉 살육’ 행위를 면밀히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어느 생물 종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멸종’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다면, 이제는 무엇보다 인간의 활동 때문이다. 이 상황을 우려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생물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침입종’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생 인류가 침입종이 된 시기는 우리의 조상이 약 12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주한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이 설명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하는 ‘단일기원설’(343)에 근거한 추정이다.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고유전학의 창시자 스반테 페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생 인류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작은 인구집단의 후손이라고 보는 단일 기원설에 배치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가설이건,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교잡하여 아이들을 낳고, 유럽, 아시아, 신대륙의 인구를 구성하는데 기여했지만, 결국 네안데르탈인을 멸절시킨 장본인으로 여겨진다.
정리해보면 침입종으로서의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거대 포유류의 멸종을 초래했다. 다만 이 경향을 더욱 가속한 계기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도착 사건이다. 이로부터 아프리카인의 노예 매매를 비롯하여 각종 동물의 대륙 간 이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저자 콜버트는 콜럼버스 시기 이후 초래된 방대한 생물학적 스와핑을 ‘콜럼버스 교환(Columbus Exchange)'라고 부른다. 콜럼버스의 시대에 지구 반대편으로 항해하려면 1-2년이 걸리던 것이 이제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치명적인 감염병 보균자가 하루 만에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적인 콜럼버스 교환은 더욱 큰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많아졌다.
저자가 언급하는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면 특히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파나마에서 희귀종인 황금개구리와 청독화살개구리가 항아리 곰팡이 때문에 사라지고, 이 곰팡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저자의 책 출간(2014) 직전인 2013년에 호낭성 균류(곰팡이)가 박쥐에게 일으키는 흰코증후군으로 몇 년 사이 북미 대륙에서만 박쥐 600만 마리가 사라져버린 일은 연구자들에게 심각한 위기의식을 주었다. 이 모든 결과가 인간의 부단한 이동 때문에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외래종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여 침입종이 되는 사례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즉각적으로는 지역의 종 다양성에 기여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침입종이 고유종을 멸절시키는 사례도 많다. 결국 전 지구적인 다양성은 결국 감소하게 된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멸종의 쓰나미’ 사례는 큰 포유동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곰팡이, 바이러스에 이르는 침입종의 유입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299). 여기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주체가 바로 인간이다. 이제 지구상에는 야생이라는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인간은 지리적인 경계를 허물고 이를 넘어버렸다. 저자는 이 현상을 ‘신판게아’라고 부른다. 판게아는 3억 3500만 년 전 즈음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초대륙은 부단한 지구의 움직임 때문에 갈라지고 이동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지질학적으로 오랜 시간 분리된 대륙이 이제는 인간의 행위로 지질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판게아’는 지구의 생태환경을 극적인 속도로 재편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제는 이 ‘변화의 속도’다. 한 침입종은 생태계에 유입되어도 대개는 살아남지 못하거나 지배종으로 될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조건이 주어질 때, 지역에 적응하여 하나의 고유종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상징적인 초대륙 환경을 급속히 재편하며 지구를 혹사시키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수많은 멸종 사례 및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언급하며 인간이 야기하는 ‘여섯 번째의 대멸종’을 경고한다. 이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 역시 생태계에서 홀로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생물들과 부단히 연결된 상태로 살아나갈 수밖에 없기에, 사람이 야기한 파괴의 끝은 결국 우리 인간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수많은 다른 생태계 구성원들을 멸종에 몰아넣고도 아무런 영향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지구 생명체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강인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발휘했지만, 저자는 이들의 회복력이 무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페이지마다 일러주는 듯하다. 그리하여 인류는 이제 대답해야 한다. 글 앞에서 독일의 어느 연구원이 저자에게 했던 말을 조금 바꾸어보면 우리가 대답해야하는 질문은 이거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닥친 불운이 될 것인가?”
[1] "모든 개구리의 가치가 저에게는 코끼리만하게 다가옵니다."(35) - 백악기 대멸종에도 살아남은 양서류가 사라지는 상황을 보고 한 양서류보전센터 책임자가 한 말
[2] "종들이 사라지는 데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지만, 그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다 보면 늘 동일한 범인인 ‘일개의 나약한 종(인간)‘을 만나게 된다."(45)
[3] "18세기 말까지는 멸종이라는 범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146) - 멸종은 해부학자 조르주 퀴비에에 의해 입증되었다.
[4] "생물다양성 감소가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는 확실하다." "해양 산성화라는 거대하고 끔찍한 놈이 곧 다가올 겁니다."(181) - 환경연구가들의 경고
[5] "인류는 땅속의 석탄과 석유를 꺼내 태움으로써 수천만 년 이상 - 대개는 수억 년 동안 - 격리되어 있던 탄소를 대기 중에 되돌려 놓고 있다. 그것은 지질사를 거꾸로, 그것도 초고속으로 되돌리는 일이다."(186)
[6] "여러 세대에 걸친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산호의 방식은 인간이 해온 방식과도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인간은 그 과정에서 다른 생물들을 쫓아내지만, 산호는 다른 생물들을 돕는다."(193)
"산호는 생태계의 건축가입니다. 그러니 산호가 사라지면 그 생태계 전체가 사라지는 건 자명한 일이지요."(207)
[7] "관건은 속도다. 오늘날의 온난화는 마지막 빙기를 비롯하여 이전의 모든 빙기말에 일어났던 것보다 최소 10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235)
[8] "무척추동물은 윌슨이 말한 대로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생명체‘일 수 있지만, 작다는 이유로 간과되기 쉽다."(269)
[9] "인간 활동은 기후 변화 - 자연적인 기후 변화를 포함하여 - 에 따라 생물다양성이 확산할 수 있는 길에 장애물을 만들어 왔다. (이 결과는) 역사상 생물에게 닥친 그 어떤 위기보다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271) - 환경운동가 톰 러브조이의 말
[10] "먼 미래를 내다보자면, 생물계는 궁극적으로 더 복잡해지기보다는 더 단순하고 빈곤한 상태가 될 것이다."(300)
[11] "나는 그렇게 많은 대형 포유동물이 급격히 절멸한 것이 사실 인간이라는 행위자 때문이었다고 확신한다."(322) - 진화론의 창시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마지막 저서에 언급한 말
[12] "유전체적으로 말하자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미학적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결여되어 있었다."(358)
"기호와 상징으로 세계를 재현하는 능력은 세계를 변화시킬 능력을 수반하며, 그것은 곧 세계를 파괴할 능력이 된다."(359)
"인류는 기호와 상징을 사용하여 자연 세계를 표상하기 시작하자마자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370)
[13] "멸종 현상의 문제는 멸종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다."(369)
[14]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쓰고, 그리고 건설한 모든 것이 먼지가 되고, 초대형 쥐 혹은 다른 어떤 생물이 지구를 물려받은 후에도 오랫도안 생명이 가는 길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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