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1 1)에 나오는 오*탈자 수정 권고 및 번역에 관한 메모를 모았다.

사이언스 북스 측에 이 메모들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다음 2쇄에서는 오*탈자가 수정되길 바라며, 한편으로는 번역 및 우리말과 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14) 위험(lisk) → risk

 

(62) 상스 상스

 

(591) (후주) 파인만 파인만

 

(164) ‘전기 띠다→ ‘전하 띠다.

 

(165) 전기장 자기장 (?) 

(초전도 전자석을 이용하여 하전입자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자기장만이 할 수 있다. 전기장은 하전입자의 직선 방향으로만 가속시킬 수 있다. 따라서 회전시키는 것은 자기장이 맞을 것이다.)

 

(170) 양전기 양전하

              음전기 음전하

('전하'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민했었으나 양전기, 음전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문제는 없어 보인다.)

 

 

(202) (그림25) [3]

양성자 싱크로트론(PS)’ 경우 26기가전자볼트라고 나와 있는데, 본문에는 28기가전자볼트라고 나와 있다. 28기가전자볼트가 맞지 않을까한다.

 

(207) (그림26) 초전도 코일 빔가림막 같은 대상을 지시하고. 혹시 빔가림막 빔파이프를 둘러싸는 폐곡선을 가리키는게 아닐지?

 

(260)

오제 실험이 못하리라는 알게 ,’ 

 → ‘ 알게 ,’

 

(280) (페이지 밑에서 네번 )

이런 종류의 논리 과학에서 다루는…’

→ ‘이런 종류의 논리 과학에서 다루는…’

 

 

(280) (페이지 밑에서 두번 )

이익과 위험이 동조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 상태에서 사람들은 누군가 유효한 보증을 주지 않으면 감수하지 것보다 위험을 감수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문장은 여러 읽어봐도 어딘가 이상한데 좀더 명확하게 다듬는 것이 좋지 않을까?

 

(282)

신중하게 만들어진 적확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 ‘신중하게 만들어진 정확 질문을…’

 

: 사전적으로 적확하다 말은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다.’라고 나와 있다. 표현이 적확하다고 하면 수긍이 가지만, ‘질문 맞다혹은 틀리다라고 있을까? 다시 말하면 질문이라는 단어와 적확한이라는 용어가 서로 어울리게 쓰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282)(밑에서 여섯 )

하지만 이런 이익은 정량화 하기 어렵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일들의 가치를 평가해 내고 확고한 안정성을 만들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어부와 서술부(때문이다) 호응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298) (밑에서 세번 )

가능성과 함으 폭이 

→ ‘가능성과 함의 폭이

 

(300) (페이지 중간 부분)

계통적 불확실성이 측정의 정확도 좌우하는 반면 통계적 불확실성은 정밀도 영향을 준다.’

 계통적 불확실성 측정 도구 자체의 특징을 반영하므로 정밀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통계적 불확실성 정밀한 장치로 측정해도 반복측정하게 되면 참값에 값들이 많이 나타날 있는 정확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본문의 정확도와 정밀도가 서로 바뀐 것은 아닐지 확인이 필요함. 

(362) (주석56) 설명은 362면에 붙어있는 주석의 부분과 내용이 맞지 않는 같다. (주석 56) 오히려 362면의 마지막 단락과 관련되는 같다. 따라서 362면의 마지막 문장에 (주석56) 붙어야 같다.

(388)

모형이라는 용어에서 전시나 사전 쓰이기 위해

→ ‘사전

(393) ( 단락 에서)

‘LHC에너지에서 조사할 있는 가장 작은 거리 스케일에서도, 기초가 되는 이론을 지배하는 규칙이 아주 단순해서, 관계되는 물리 법칙의 영향을 추론하고 계산할 있었으면 좋겠다.’

문장은 뒤의 호응이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문장을 명확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431) (파울리 배타 원리 용어 다음 문장) ‘페르미온의 이러한 성질은 주기율표의 구조를 설명해 주는데, 만약 어떤 양자수에 따라 구분되어 있지 않으면, 전자는 원자핵 주위를 서로 다른 궤도로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장의 호응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좀더 명확하게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

(505) (위에서 번째 )

관측 우주의 역사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 ‘관측 우주의 역사를…’

 

(513) (밑에서 번째 )

물리학

→ ‘물리학

 

 

(518) (밑에서 여덟 번째 )

암흑 에너지 존재한다고…’

→ ‘암흑 에너지 존재한다고…’

 

(541) (그림79)

그래프의 세로축(잔차?) 어떤 물리량을 의미하는지 의미를 밝혀주었더라면좋았을 것이다.어떤 신호 의미하는 것인지?

 

(551) 예술가 필립 (Philippe Petit)

→ ‘필립 아닐지

최근에는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같으니 쁘띠라기 보다는 프티 표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555) 조르주루이 르클레(Georges-Louis Leclerc)

프랑스어에서 단어의 마지막에 c 오는 경우는 발음을 해주는 것이 아니었나? 예를 들면 avec 아베크 같이 읽는 예가 있다.

 

(595) (후주74)

마지막에 닫는 괄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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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1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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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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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19-10-15 16:21   좋아요 1 | URL
필독서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겠지요. 번역 문화에 관한 이해는 박상익 선생님의 <번역은 반역인가>부터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번역의 탄생>도 많이 거론되는 책이구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으나, <갈등하는 번역>과 <여백을 번역하라>등도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이 책들에도 몇 권씩 다른 번역관련 서적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하나씩 관심사에 따라 찾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19-11-05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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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눔의 세계> 알베르 카뮈의 여정

카트린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알베르 카뮈의 카트린 카뮈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남긴 글이라 한다. 카뮈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온 가족으로서 딸의 시선에서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얼핏 보아도 상당히 많은 카뮈의 사진들과 카뮈가 주고 받은 내밀한 서신들이 사진 자료로 보인다.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 번역했던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만난다. <서한집>에서는 사제간의 오랜 신뢰와 존경의 모습을 엿볼 있다면, <나눔의 세계>에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가족의 시선에서 카뮈의 인간적인 면모를 딸의 어께 너머로 엿볼 있을 같다. 책과 <서한집> 겹쳐 읽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2.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손기태 지음 | 글항아리

- 출판사의 책소개를 훑어본다. 이미 스피노자에 관한 수십 권이 나와있을 터인데도 내가 관심을 더욱 가지게 구절은 저자는 오로지 스피노자를 읽는다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엄격한 유대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드물게 의심하는 자유 누린 사람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고향과 본인이 소속된 유대교로부터 거부당한 이단아로서 스피노자의 삶은 절대 평범해보이지 않는다. 책은 스피노자의 어려운 철학을 해설하기보다는 철학자의 삶을 따라가며 그러한 철학이 잉태된배경을 조명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상당히 궁금했다. 과연 스피노자란 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린 스피노자가 어떤 절대성 의심할 있도록 만든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을 만났을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은 어느 수도원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사람들에게 읽히고 근대의 시작을 견인했다는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같은 책을 만났던 것은 아닐까. 고난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 스피노자의 운명애 어떤 모습일지 책에서 고스란히 엿볼 있을 것같다.

 

 

 

 

 

 

 

 

 

 

 

 

 

3. <미래의 나라, 브라질>

(원제 Brasilien: Ein Land der Zukunft)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김창민 옮김 | 후마니타스

- 슈테판 츠바이크란 사람은 그가 저작만 보더라도 매우 독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항상 받게 된다. 특히나 그토록 다양한 위인들(발자크, 에라스무스, 몽테뉴, 톨스토이, 마리 앙투아네트 ) 대한 평전시리즈를 엿보게 되면 사람의 폭넓은 관심과 호기심을 느끼곤 한다. 20세기 초반 인류가 경험했던 가장 암울한 세계 대전을 몸으로 겪은 인물이 어떻게 남아메리카로 닿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나치 하에서 일하던 독일 장교들이 바티칸의 공공연한 도움을 받아 남아메리카로 도피를 했던 사실들을 떠올려보면, 나치에 쫒겨 브라질에 당도한 츠바이크가 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은 어떠했을지도 자뭇 궁금하다. 아마도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와 닮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책은 완전히 새로운 , 낯선 곳에 정착하게 츠바이크가 절망을 느꼈던 유럽과 달리 브라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고 희망을 느끼게 되었는지, 이방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브라질의 모습이 닮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볍고 원자화된 정보가 넘쳐나는 브라질에 대한 여행책들과는 달리 20세기 최고의 지성인 명이라 불리는 츠바이크가 소개하는 브라질의 모습에 기대가 된다.

 

 

[과학]

 

 

 

 

 

 

 

 

 

 

 

4.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중력파를 찾는 LIGO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기록

오정근 지음 | 동아시아

- 지난 12 과학계는 하나의 놀라운 결과를 발표하였다.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중력파검출에 관한 기사였다. 지난 인문분야의 신간 평가 도서였던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아인슈타인이 남긴 여러 유산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닿아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에서 예견된 중력파의 존재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실험으로 관찰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주가 보내오는 미약한 신호를 포착해낼 있을 정도로 정밀한 관찰 도구를 만들어내기 까지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을 노력했다고 있겠다.

   우리 일반인들은 이런 기사가 나오면 사실 피부에 닿지 않는다. 가끔씩 이러한 실험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궁금해지긴 한다. 중력파의 발견과 검출이 가지는 의의를 일반 상대론과 블랙홀을 전공한 국내 물리학자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주의 통찰>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원제 The Inflationary Universe: Quest for a New Theory of Cosmic Origins (1998) )

앨런 구스 지음 | 브록만 엮음 | 김성훈 옮김 | 이명현 감수 | 와이즈베리

- 우리가 흔히 빅뱅이론으로 알고 있는 팽창하는 우주중에서도 MIT교수 앨런 구스가 제안한 이론을 급팽창이론이라고 한다. 책에서 말하는 바에 따르면 우주가 매우 빠르게팽창함으로써 우주가 불균질하게되었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는 매우 거칠게 비유하자면 화산에서 용암이 튀어나와 매우 급하게 식을 암석의 입자가 불균일하고 작은 입자로 굳어지는 점과 비교해볼 있을 같다. 매우 천천히 식는다면 암석 내부는 보다 안정적인 결정의 형태를 띠게 것이다.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도 우주론을 다루는 부분에 연구실에 있던 앨런 구스 교수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리사 랜들 또한 책의 21명의 저자로서 본인의 대표 연구인 브레인() 이론에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지난 2 중력파의 발견으로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우주의 실체, 나아가 우주의 기원에 대해 좀더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있을 것이다.

 

 

 

 

 

 

 

 

 

 

 

 

 

5. <마르크스의 『자본』 탄생의 역사>

마르크스 40 경제 이론 작업의 전모를 밝히다

비탈리 비고츠키 (지은이) | 강신준 (옮긴이) | | 2016-02-22 

- 많은 독서인들이 언젠가 번은 만나게 되는 중의 하나가 마르크스의 저작들이다. 단순히 경제의 원론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관련한 보다 내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조명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일찍부터 그래왔듯이, 우리 사회도 앞으로는 더욱 이런 방향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 고전으로 받아들여지는(익히 이름은 알려져있으나 아무도 읽지 않은) 책들의 저자들. 이들이 그러한 성취를 이루어낼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고, 어떤 배경에서 자라왔으며, 누구와 만났을까 하는 그런 점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인간이란 언제나 앞선 인류가 겹겹이 쌓아온 역사의 최종 산물이며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슈테판 츠바이크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옮겨다니고, 새로운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사회를 관찰해온 사람이라 있다. 낯선 곳에서 우리의 무의식은 더욱 활발히 기존의 익숙한 삶의 패턴과 비교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책은 흔히 <자본론>으로 알려져있는 그의 두터운 3권짜리 저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포괄적으로 알려주고있다. 출판사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아직 국내에 마르크스 저작 전집(114) 완역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게된다. 아직 마르크스 사상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  동아대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 총서 시리즈의 권으로서 앞으로 계속 나오게 마르크스 관련 저작들에  기대를 해본다.

 

 

 

 

 

 

6.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개정판]

(원제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 반성완, 백낙청, 염무웅 옮김 | 창비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올해 국내에 소개 된지 5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전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의 수많은 지성인들에게 예술사회학의 고전이 되어왔다는 반증이겠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예술과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언젠가 한번쯤 만나게 되고 도전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책을 읽지 못하고 발췌해서 읽어보긴 했는데, 예컨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읽으면서 기사도에 관한 기사도의 패배부분을 읽으며 작품의 이해를 높이는 방식으로 겹쳐읽기를 해본 적이 있다. 나처럼 끈기가 부족한 독자에게는 번에 도전하기보다, 생활하면서 언제든 찾아와 살펴보고 관련된 내용을 찾아 읽고하는 그런 책이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이 필요없다.  새로 개정된 이번에 장만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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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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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Knocking on Heaven’s Door)

리사 랜들 (Lisa Randall) |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 북스

 

 

 

   우리는 흔히 나노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 나노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고려하게 되는 길이의 척도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한 달에 나의 머리카락이 1 센티미터가 자란다고 가정하면, 대략적으로 내 머리카락은 1초에 4 나노미터가 자란다는 계산이 나온다. DNA의 염기 하나의 크기가 대략 0.1 나노미터라고 한다면 그만큼 내 몸안에서 매 순간 격렬하게 단백질이 수 나노의 길이만큼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나에게 나노미터의 과학하면 바로 이런 크기 수준에서 물리적 현상을 탐구하는 과학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이보다 훨씬 작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의 크기에서부터 우주적인 크기의 광대한 영역에 걸친 물리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 리사 랜들은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 교수로서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바꿔말하면 물질로 이루어진 가장 작은 영역과 가장 큰 영역을 모두 탐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특히나 여성 과학자로서 그녀의 이력은 돋보인다. 여성 과학자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성이 더 많이 있는 과학, 특히 물리학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과학자이다. 번역자가 책의 후반에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리사 랜들은 미국에서 가장 엘리트적인 교육을 받은 과학자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에 유럽에서 이주했던 뛰어난 유럽 과학자가 아니라 리처드 파인만처럼 미국에서 성장한 전형적인 엘리트인 셈이다.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되었는데,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대형 하드론 충돌기(Large Hardron Collider: LHC)로 하는 거대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 거대한 실험 장치는 2008년에 완성되었으나 초기의 사고로 1년에 가까운 수리과정을 거쳐 2009년에 다시 가동을 시작하고 2010년 첫 실험이 성공을 하고 있다. 2012년에 LHC과학자들이 찾는 입자 중의 하나인 힉스입자를 발견하게되고, 그 결과 기존에 이 힉스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이론 물리학자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것이 그 이듬해인 2013년이다. 따라서 이 책은LHC이 양성자 충돌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던 흥분된 분위기(아직 힉스 입자가 발견되기 전이긴 하지만)와 기대를 가진 상태에서 저술되고 출판되었을 것이다.

 

   우선 책의 내용을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은 상당한 양과 수준높은 물리학적 개념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미 대중에게도 유명한E=mc^2이외의 수식은 보이지 않을정도로 수식이 없는 물리학 대중서를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역히 보인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입자물리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모든 상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세한 물리학적, 기술적 지식이 없거나 이해하기 힘들어도 최신의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분야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연구의 최전선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책으로는 손색이 없다.

 

   저자 리사 랜들이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강조한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라라는 강령을 받아들인다면 우선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보아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같다.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을 가장 크게 그린다는 사실처럼 저자에게 가장 중요한 첫 부분이 가장 크다. 곧 리사 랜들의 주요 연구 분야의 하나인 입자물리학 분야는 1부에서 4부까지에 이르는 (1-18) 영역에 걸쳐있다. 앞부분에서는 스케일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시작으로 입자탐색에 필요한 거대 장치인 LHC연구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LHC 건설하는 지난한 과정 장치에 대한 상세 설명, 측정과정과 예측 모형에 대한 이야기, 결과와 데이터 해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번 째 영역은 저자의 다른 연구 분야인 우주론 분야를 5 (19-21)에서 다루고 있다. 입자 물리학과의 관련성을 언급하며 서로 다른 대상을 연구하는 영역이 어떻게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우주와 물질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6부에서 저자는 창조성과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책은 크게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연구의 최전선을 대중에게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이 연구의 방법론과 과학적 사고의 가치에 관하여 세계정상급 과학자가 솔직하고 세심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에서 가장 큰 영역인 입자물리학 연구와 관련한 1-4부에서는 일반적으로 크기 척도라고 이해할 수 있는 스케일(scale)에대한 이해를 출발로 하고 있다. 상세한 물리학적 지식을 떠나 스케일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기가 다른 관심 영역에서 다른 물리학적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점이다. 뉴턴 역학으로 대변되는 고전물리학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폭넓은 범위에서 관찰되는 물리현상에 두루 적용할 수 있다. 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우주탐사및 우주선 개발(물론 우주선에 사용된 반도체 칩은 양자역학을 적용한 것이지만)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전히 유효하다. 반면 보다 작은 스케일 예컨대 앞에서 언급했던 나노미터의 스케일만 하더라도 뉴턴 역학으로 예측할 수 있는 현상말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작은 크기의 영역에서는 양자 물리학에서 적용하는 물리학의 규칙을 적용해야한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다른 스케일, 즉 크기 영역에서 다른 물리학의 규칙을 적용해야한다는 점이다. 이는 어느 한 쪽의 물리학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야구와 농구라는 다른 스포츠의 영역에서 다른 규칙을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논의가 좀더 확장되면 뉴턴 물리학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우주에서도 좀더 다른 추가적인 규칙이 필요할 때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적인 속도가 아닌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물체를 다룰 때, 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하여 물리적 현상을 이용할 것이며, 일반적인 우주 공간에서의 밀도와 달리 극적으로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물리적 현상을 이용할 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물리 현상에 적용하게 된다는 식이다. 결국 물리학에서의 연구 방법은 여러 가지 길이 있겠으나 이론에 합당한 가장 단순한 모형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조건을 덧붙이고 새로운 조건에서 물리적 현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따져간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간단한 모형부터 검증해나가며 복잡해져가는 상황을 추가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따라서 실험이 점점 더 고도화되고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하기에 이 책의 1부와 2부에서 다루는 스케일에 관한 요점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나서 저자 본인의 연구분야인 입자물리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은 스케일을 관찰하기위한 도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본다라는 행위는 가시광선이라는 극히 제한되고 좁은 전자기파의 영역이라면 원자보다도 작은 입자들을 관찰해내기 위해 새로운 도구의 필요성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 입자들을 관찰해내기 위해서는 이 원자들을 깨뜨리고 이를 검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는 고정된 표적에 가속시킨 입자를 충돌시키는 방식과 두 입자를 가속시켜 이 둘을 충돌시키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고정된 표적에 가속 입자를 충돌시키는 방식은 보다 쉽지만 물리학적인 이유로 인하여 여러 가지 한계와 결과 분석에 어려운 점이 있으나 두 가속 입자를 충돌시키면 더 높은 에너지를 얻고 보다 풍부한 충돌 사건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두 입자를 가속시키는 방식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려우므로 입자 빔(beam)을 잘 통제하고 조절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3부와 4부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입자물리학 연구의 최전선을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완성된 거대 과학 시설인 대형 하드론 충돌기(Large Hardron Collider: LHC)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장치들, 그리고 지난한 건설과정과 문제해결과정, 관련 연구자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소개되어있다. 이 시설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보다 큰 에너지를 가진 가속 입자를 얻기위해 인류가 만든 가장 큰 과학 시설로서 두 가속 입자를 반대 방향으로 가속시켜 충돌시키는 실험 장치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저자인 리사 랜들은 2부에서 이미 LHC 언급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 도대체 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얻기위해 LHC와 같은 거대하고 값비싼 장비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이 부분이 불만스러웠는데, 2 5장에 이르러서야 저자는 그 이유를 처음으로 설명하고 있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보다 작은 세계를 탐구하려면 보다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145) 여기서 답을 간단히 얻었다고 해도 저자의 연구 분야인 입자물리학에서 그토록 작은 스케일을 탐구하는데 왜 이렇게 큰 장비가 필요한지는 충분히 납득이 가진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저자는 그 다음 장인 2부의 6장에서 또 다시 비밀스럽게 답을 내놓고 있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짧은 파장은 높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 양자 역학은 이렇게 높은 에너지와 짧은 거리를 연관시킴으로써 물질의 내부 구조와 상호 작용을 알아내려면 고에너지에서 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가르쳐 준다. 이것이 물질의 기초를 이루는 핵심을 탐사하는 데 입자를 고에너지로 가속하는 가속기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이다. () 양자 역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짧은 거리를 큰 운동량과 연결시켜 주고, 다시 특수 상대성 이론이 에너지, 질량, 그리고 운동량을 관계지어 주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다. (154)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입자물리학에서 기본 입자를 탐색하기위해서는 양자 역학적 원리에 의하여 아주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기 위해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충돌시켜야하고, 이를 위해 거대한 LHC같은 장비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리사 랜들이 이야기하듯 결국 LHC 아주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초고성능의 현미경인 셈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파동, 짧은 파장을 갖는 파동과 분해능과의 관계를 저자는 그물 대한 비유로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부분은 이해가 되는 좋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잡동사니 더미 속에 묻혀 있는 여러분의 지갑을 그물로 걸러 찾는 일과 비슷하다. 그물의 (파장의 크기) 충분히 촘촘해 지갑(탐색 입자)보다 작아야 지갑을 찾을 있는 것처럼 아주 작은 스케일 내부를 보려면 그것을 분간해 만큼의 분해능을 가져야 한다. ” (153)

   완벽하진 않지만 정도를 이해하고 나면 이제 입자 가속기가 역사적으로 계속 규모가 커져왔는지를 비로소 이해할 있다. 따라서 기존에 검출이 어려웠던 입자들을 검출할 있다는 기대가  LHC처럼 새롭고 규모가 시설이 생겨남에 따라 더 커지리라 것에도 수긍이 간다. 다만 스케일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장비를 통한 간접 측정의 필요성과 LHC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앞부분에 배치되었다면 부분이 좀더 부드럽게 논리가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 거대한 LHC시설을 보면서 그토록 작은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이토록 장비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면서 세상엔 공짜가 없다.’ 말은 이런 경우에 (물리학적으로) 적절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LHC 구조와 연구 방식 관해 내가 이해한 바로는 우선 가속기를 운영하는 준비 단계로서 초전도 자석을 냉각시키는 단계, 입자 가속 단계, 검출 데이터 기록 단계, 데이터로부터 물리적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가 것이다. 우선 준비 단계로 입자 빔이 통과하는 튜브 주위의 초전도 자석을 냉각시키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도를 1.9 켈빈(K), 대략 섭씨 영하 271 정도로 낮추어야 자석이 초전도 상태가 되고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게되며, 가속하는 하전 입자들을 원형 링의 튜브에 부딪히지 않도록하고 방향을 조절할 수 있으며, 입자들의 뭉치 작은 영역에 고도로 집중시킬 있다는 말이되겠다. 일단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초전도 자석의 링을 1.9 켈빈으로 냉각시키고 나면 입자 빔을 낮은 에너지 상태로 가속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에너지 수준에 이르면 링으로 입자 빔을 보내 높은 에너지 상태로 가속시킨다. 여러 단계를 거쳐 가장 링에서 반대방향으로 회전시켜 가장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입자들의 뭉치들을 충돌시키면, 수많은 충돌 사건이 일어나고,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때로는 새로운 입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 모든 입자들의 궤적은 거대한 검출기에서 검출된다.  LHC 설치된 검출기의 이름은 CMS ATLAS라는 검출기이다. 검출기들은 무게가 최소 7000 톤이 넘고 길이가 20-40미터에 이르는 거대하고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검출기가 된다. 기본적으로 검출기는 충돌 사건을 통해 나타난 입자들의 궤적을 검출하는데, 전하를 입자와 중성인 입자, 상호작용의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입자를 추적할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발생하는 , 이를 무리없이 기록하고, 대부분의 쓸모없는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솎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가려낸 데이터를 다시 실험 이론 물리학자들은 데이터를 구성하여 의미를 파악해내기위해 데이터와 씨름하게 된다.

 

   한편 저자는 LHC건설 과정에서 생긴 기술적인 어려움 외에 예기치 못했던 현실의 문제들과 과학적인 사고와 연구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군데 군데 많이 하고 있다. 물리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 부족이 두려움으로 변하여  LHC연구에 대해 일반인이 소송을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가속이 내부에서 고에너지 입자들을 가속시켜 충돌시키는 실험을 하면 순간적으로 매우 강력한 블랙홀이 생길 있는데,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 삼킬지도 모른다는 것이 소송 내용의 주요 골자이다. 에피소드의 결말은 소송자의 패소로 결정이 났지만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과학 연구의 내막을 알리고 소통하는 또한 중요한 일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바로 과학자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리사 랜들은 또한 입자물리학과 같은 기초 물리학 연구의 중요성을 여러 곳에서 역설하고 있는데, 유럽의 입자 가속기 연구소에서 연구원끼리 데이터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려는 용도로 만든 내부 네트워크가 현재의 월드와이드웹으로 발전하게 기초 기술을 제공해주었다고 말한다. 한편 대부분의 자동차에 부착되거나 모바일 기기에 내장되어 있는 GPS장치에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나 의료분야에서 사용되는 양전자단층 촬영 장비(PET) MRI장비를 기초과학의 연구로 우리에게 주어진 혜택이라고 말한다. 이런 부분은 기초과학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되기도 하면서 향후 가속기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할 것이다. 실용주의자로서 리사 랜들은 한편으로 모형만들기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LHC같은 시설에서 검증을 하려는 과학자이다. 저자는 과학에서의 모형이라는 것이 이론과는 다르다고 특징을 부연한다. 모형 외삽의 방법으로서 파워포인트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모형 이론 멋지게 구분하고 있다. 이론을 파워포인트의 템플릿이라고 한다면, 모형이란  여러분이 만드는 프리젠테이션 자료이다. 이론에는 파워포인트의 모든 애니메이션 효과가 포함될 있지만 모형에는 발표의 요점을 전달하는데 필요한 애니메이션 효과만 들어있다.”  (388) 또한 저자는 연구 방법으로서 가지 다른 접근 방식을 하향식 방법(간단하고 기본적인 원리로부터 구체적인 현상을 설명한다, 플라톤적 방법) 상향식 방법(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근본적인 의미를 파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적 방법)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론을 세우고 현상을 설명하려 , 미학적 기준에 상당히 제한을 받는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리사 랜들은 아름다움이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진리에 대해 신뢰할 만한 심판자가 없는 주관적인 기준일 뿐이다.”(372)라고 미학적인 기준에 경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모형을 만들어 설명하려는 저자의 연구에 대해 생각할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고민하여 모형을 만들어가면서 열린 마음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열린 마음은 사람의 지위가 높아지고 권위를 가지려면 견지하기 매우 힘든 자세이다. 하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인 저자가 이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동료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는 모습은 그녀가 최고의 과학자가 있었는지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있다.

 

   지금까지는 리사 랜들의 주요 관심 분야인 입자물리학, 매우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했다. 5부에서는 저자의 다른 관심분야인 우주론에 대해 간단히 다루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주론은 물리학에서 생각할 있는 가장 영역, 가장 스케일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을 다룬다. 어떻게 저자는 전혀 달라보이는 극단의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나같은 문외한의 경우, 영역은 그다지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리사 랜들은 극단의 영역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다른 스케일에서 다른 물리법칙을 적용한다는 앞에서의 언급처럼 작은 입자들의 세계에서는 중력은 너무나도 미미해서 무시되고, 입자 사이의 핵력과 전자기력이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반면 우주적인 스케일에서는 짧은 거리에서만 유효한 핵력과 전자기력보다는 중력이 매우 중요해진다고 한다. 우주론을 연구하는 동료 과학자 앨런 구스(Alan Guth) 소개하면서 저자는 분야(우주론과 입자물리학) 관심사가 접근함으로서 우주에대한 비밀을 밝혀내고 있으며 의미있는 고찰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허블 상수에대한 보다 정확한 측정으로 우주의 나이를 137.5년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나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WMAP) 실험을 통해 우주는 실제로 평평하다 사실을 이야기할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파이같은 우주라니!) 더욱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검증하는 데는 최고의 정밀도와 정확도가 필요하다.’라는 대목을 읽은 공교롭게도 나는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검출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어떤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닐텐데 여전히 세계 어딘가의 연구실에서는 우주를 바라보고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자연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식이었다. 특히 여전히 정체를 모르고 있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탐색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은 연구분야인 같다.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암흑 물질 탐사 현황을 언급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암흑물질 탐사를 하고 있다. 실험은 지하 깊숙히 들어가야하므로 강원도 양양의 폐광에 검출기를 설치하여 암흑 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기억이 있다. 이러한 기초과학 분야는 빠른 시일에 결과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과 일반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 평가 방식이 분명 달라야 것이다. 그렇지 않고 논문 수로만 연구 능력을 검증하는 일은 분명 훌륭한 연구자들이 있어도 지반이 아직 튼튼하지 못한 국내 기초과학의 토양마저 황폐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특히나 기초과학의 연구 분야에 있어서는 효율성과 다산성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리사 랜들 역시 기초과학 연구의 이익이나 포기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기는 매우 어럽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국인이 노벨 과학상을 받는 일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장기간의 투자와 튼튼한 인프라 구축(인적, 물적, 문화적 측면에서)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벨상을 타기위해 마치 올림픽에서 메달 따듯 선수를 길러내려는 자세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프라와 연구에 대한 투자가 진정성있고 내실이 있어야만 LHC연구와 같이 성공적이고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갈 있겠다는 생각을 책을 덮고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리사 랜들은 창조성과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당부를 하며 짧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천재의 자질을 이야기하는데, 어떤 유전적이고 선천적인 영향보다도 눈앞의 문제에 인내심을 가지고 집념해내는 자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공 줄타기 예술가 필립 프티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필립이 실제로 줄타기 전에 수많은 건물의 도면과 계산을 통해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재료의 특성 등을 연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집념을 가지고 예상할 있는 모든 세부적인 사항을 고려하고 몰두해내는 능력이 천재의 자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라는 표현처럼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우리에게도 권하고 있다. 문학에서 흔히 얘기하듯 낯설게 보기 바로 이러한 접근 방식이 아닐까 한다. 상자의 밖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하면 새로운 인식을 통해 새로운 질문하기가 가능해진다. 리사 랜들은 이러한 방식을 커다란 전망과 디테일에의 집중이라는 멋지고 간결한 표현으로 결론짓고 있다. 다시 말하면 넓은 시야를 갖고 전체를 조말할 것과 현재 하는 일의 의미,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라는 이야기에 덧붙여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끊임없이 검증해나가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천국의 문을 두르리며> 읽으면서 생각은 책의 세부적인 사항이 어렵고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다. 나만 이해하기 힘들었을까. 아무래도 독서 경험이 짧은 나로서는 이해하는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속에 너무나 많은 물리학적 개념들이 담겨 있어서 개별적인 의미를 일일이 파악하기 전에는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점이다. 책은 최신 입자 물리학 연구의 현황을 보여주는 대중서라고 있지만, 다만 대상 독자(target reader) 일반적인 대중은 아닐 같다는 것이 생각이다. 입자 물리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 혹은 물리학과 학생들이 입자 물리학의 최신 연구를 살펴보는데 적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씌여진 것이라면 대상 독자를 예상하는데 있어 어긋난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논의하고 결의하는 교토의정서에 반대한 것에대해 비판하는 대목(279) 신자유주의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에대해 비판하는 대목(288)에서는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를 소개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첨언: 번역에 관해)

   우리 글의 문장 구조에 콤마(,)가 상당히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영문 텍스트의 문장에 사용된 콤마를 충실히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리 문장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이 아닐까 생가하는데, 문장 부호가 영문에서 보이는 것처럼 발달되지 않은 언어에서 과연 일률적으로 문장부호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울러 접속사 although내지는 though를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이 표현은 일본에서 많이 쓰는 방식으로 알고 있는데, 이수열 선생은 <우리말 바로 쓰기>에서 많은 사람이 필요없이 상투적, 확일적으로 써서 말과 글의 세련미를 해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언어라는 것이 유동적이고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으므로 많이 사용하게 되면 이것을 잘못되었다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에 나오는 글에서는 보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부분이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극히 작은 물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를 발견해 온 과정의 총합이다." (19면)

"전제하고 있는 가정의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면, 위험이 적다는 예측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예측이 가치를 가지려면 불확실성을 완전히 고려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268면, 11장 물리학과 위험관리)

"이론을 파워포인트의 템플릿이라고 한다면, 모형이란 여러분이 만드는 프리젠테이션 자료이다. 이론에는 모든 애니메이션 효과가 포함될 수 있지만 모형에는 발표의 요점을 전달하는데 필요한 애니메이션 효과만 들어있다."
(390면, 15장 진리, 아름다움 그리고 그밖의 과학적 오해들)
‘이론’과 ‘모형’의 차이에 관해 설명한 부분


"이러한 이유로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479면)
"지금 우리는 미학적 기준을 가지고 어떤 모형을 다른 것보다 더 좋아하고 있을 뿐이다." (480면)
- 솔직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저자의 면면을 볼 수 있다.

"모든 창조적인 사람에게 필수적인 능력은 옳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다. (…) 가장 훌륭한 과학은 대개의 경우 광범위하고 중요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몇몇 사람들만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명백히 작은 문제나 세부 사항에 집중하는 것 모두를 필요로 한다." (557면)
- 과학적 태도. 왜라고 질문하고 의심하라.

이 말은 리차드 파인만이 한 다음의말을 떠올리게 한다.

"Of all its many values, the greatest must be the freedom to doubt."

곧 의심할 수 있는 자유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일게다.

"예비 조사와 기술적인 재능, 집중력과 인내력, 올바른 질문, 자신의 상상력에 대한 주의 깊은 신뢰 모두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법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568면)

"이 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의 다른 주요한 요소는 스케일, 불확실성, 창조성, 그리고 이성적인 비판적 추론 등의 과학적 사고에 대해 말해주는 개념들이다."
(571면) 이 책의 핵심을 저자 자신이 잘 요약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비판적인 과학적 사고야말로 우주의 구조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데 있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방법이다." (571면)

"과학적 사고는 불확실성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것은 위험을 적절히 평가하고 단기간과 장기간의 영향을 설명한다. 또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창조적인 생각을 허용한다." (576면)
- 과학은 무조건적으로 `정확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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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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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사회 無業社會>

구도 게이 & 니시다 료스케 지음 | 곽유나, 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한 회사의 여러 자리를 지원한 것을 포함하여 200군데 넘는 곳에 지원했으나 면접은 10군데 정도 봄. 대부분은 연락도 없이 낙방. 겨우 한 군데 취직하여 1년 남짓 일하고 관둔 후 1년 정도 히키코모리 생활 경험 있음.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이 보잘것 없는 구직 이력은 바로 나의 것이다. 그렇다. 한 때 나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은둔형 인사였다. 심각한 외톨이는 아니었으나 친구를 보는 것마저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부담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다. 따라서 히키코모리, 니트족,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어떤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는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 나는 어느 정도 알고있다. <무업사회>를 읽으며 나는 나의 가까운 과거의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나의 모습들을 또한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예는 어느 정도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며, 따라서 내 경험이 곧 나만의 것이 아님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으로,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소다테아게넷(길러내는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구도 게이와 젊은 사회학자 니시다 료스케이다. 이들은 청년의 취업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사회학적 접근 방식으로 여러 가지 통계적 자료를 통해 사회에 드러난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한 사람은 현장에서 직접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나간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실제적인 자료를 통해 현상에대한 보편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서로가 아주 적절한 보완 관계를 이루고 있다. 한 사람은 구체적인 사례, 실제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며, 통계적인 자료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하며, 다른 한 사람은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객관화된 시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들은 2010년대의 일본사회가 무업사회라고 규정한다. 이들이 정의하는 무업사회란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 또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의 무식 상태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이제는 내가 어렸을 때 접했던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에 수긍이 가는 사회가 아닌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안락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교훈은 이제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노력하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사회는 일본이 패전 후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의 이야기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제는 잃어버린 10, 잃어버린 20이란 말처럼 일본의 장기 침체기로 그 회복을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에대한 강한 회의감과 피해의식이 팽배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경제 가치가 도입되고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이 시점에서는 이러한 무업 상태에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논리로 포장되고 비판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이 무업사회의 현상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끄럼틀 사회, 도미노 현상과 같이 한 번 추락하면 멈출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은 단순히 어느 개인의 게으름에 기인하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큰 전체의 문제, 구조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의 핵가족화, 가족해체, 나아가 개개인으로의 원자화 현상과 함께 더욱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어버리는 구조에 기인한다.

 

   서경식 교수가 흔히 쓰는 표현대로라면 나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노동 시장의 외부로 밀려나 유동하는 이들을 새로운 형태의 디아스포라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상은 이미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개인들은 다시 이 노동시장 카르텔에 진입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상당수가 결국 사회에서 탈락하게 된다. 곧 이들은 한 사회 내에서 정당한 시민권을 가지고 한 국가의 정당한 국민임에도 보이지 않는 무한 경쟁의 전장(battle field)에서 밀려나 유동하는 인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유동하는  난민들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기반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개개인이 직장을 잃고 고립이 되기 쉬운 무업사회는 인간관계마저 파괴한다. 책에 언급된 실제 사례를 보면 상당수가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일단 취직이 어려워지면 경제적인 사정도 안좋아지게되고, 그러면 결국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게 된다. 사실 이런 경우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이 곁에서 말없이 도와주고 지원해주고 할 수 있는 운이 좋은 경우에만 해당할 것이다. 내가 힘든 상황일 때 곁에서 격려와 실질적인 도움을 줄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당장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일단 집 밖을 나간다는 것은 차비 및 식비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친한 친구라도 만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것마저 부담이 된다면 결국 한 무업 청년이 머물게 될 곳은 대부분 가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업사회>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상당 기간을 집에서, 자신의 방에서 고립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집 밖을 나간다면 주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나는 나스스로 고립이 되지 않기 위하여 아침마다 헌책방을 다니며 구경하고 앉아서 책을 읽곤 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마련하는 무료 강연회에 나가기도 하면서 나 스스로를 지켜나가도록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경우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기본적인 인간 관계마저 어긋나게 마련이다. 나아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자신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기도 하는 등 자존감마저 잃기가 쉽다. 결국 장황하게 이야기 했으나 무업사회라는 현상의 기저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으며 언론과 미디어에서 표명하기도 하듯 게으른 청년들로 치부하고 비난하기 보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청년들을 품어주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저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무업사회>는 일본 사람에의해 일본 사회의 모습들에 기반하여 지어진 책이지만 우리가 이 책을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조금 먼저 경험한 것들이 많이 있다. 곧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면, 가까운 미래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일본형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들의 특징들은 곧 우리 사회가 많이 닮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주로 대기업 위주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일본은 신규졸업자의 일괄적인 채용, 종신 고용(평생 직장), 연공서열형 임금(직장 내 호봉) 등의 모습을 최근까지도 유지하였으며, 이는 가까운 과거가 간직하던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본형 시스템은 점점 급변하는 세계화의 추세로 요구되는 변화와 충돌이 일어나고 있으며, 기존의 가치들은 이미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새로운 형태의 구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일본 사회에서 저출산/고령화가 일찍부터 예견되었으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개혁을 미루어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이미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으므로 서둘러서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실정이다.

 

   <무업사회>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는 무업사회의 개념과 현상에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청년 무업자들에 대한 언론과 미디어의 오해를 언급하며 청년 무업자를 지원하는 일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리고나서 청년 무업자 문제의 구조적 조건과 역사적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 구도 게이가 설립한 소다테아게넷과 같은 NPO의 역할에 대해 정리하면서 1부를 마무리하고 있다.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첫 째,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 어서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며, 둘 째, 오로지 현장에서 축적이 가능한 작은 데이터들을 지속적으로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러한 데이터들은 여러 종류의 가치로 변모될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코 시스템을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 곧 해결하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생태계(에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알리는 일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다. 이는 사회의 청년 무업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도록 하는데 중요한 일일 것이다. <무업사회> 1부가 대략 이런 이론적이고 원리적인 내용을 여러 통계적인 자료와 함께 담겨 있다면, 2부에서는 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실제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경험해 본 6명의 사연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1부에서 저자는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2부에서는 실제로 짧게는 6개월 정도에서 길게는 15년 정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 청년들의 사례가 나온다. 6명의 청년들의 경험으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점은 모두 일하기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작할 수 있는 계기와 적절한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인지는 몰라도 인간 관계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상당한 부담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직장 내에서 경험한 부정적인 대인관계의 기억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동료, 상사, 후배 등에 대한 작은 배려가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 청년 무업자들에게는 다시 일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잡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손님 뿐 아니라 동료에 대한 배려를 현장에서 배워나가는 과정에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좋은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진 취업 서비스 프로그램이 명목상의 무미 건조한 지원 사항을 열거하는 일보다도 인간으로서 심리적인 고민과 일할 수 있도록 의미를 찾아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청년 무업자들은 자신들이 존중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신뢰를 받는 다는 것의 기쁨, 감사와 기쁨을 느끼는 경험들이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잡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일을 경험하며 작은 성취를 쌓아가고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나자신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본적이 없다. 다만 상당수는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성취를 해내는 양상이 사람마다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에대한 지식이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요소는 사람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심리적 요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어떤 대상에 대한 태도나 자세는 분명히 이러한 내적 요인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례에 등장하는 6명의 청년들은 자신감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자존감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함을 말해준다. 자신에 대한 긍정이 곧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 과정인 것이다. 더욱 주목해보게 되는 것은 상당수의 히키코모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일하고 싶다라는 열망보다도 현재의 상태로부터 변하고 싶다라는 심정이 더 본질적이고 강하다는 점이었다. 어느 청년이 내가 사는 이유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일한다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살아가는 이유. 좀더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아우슈비츠 집단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가 경험했던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를 견디게 해준 것은 살아야할 의미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은 분명 기계가 아니므로 혹은 기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음에도 사람은 그 이상의 창발적인 생명현상을 가지는 존재이다. 이 부분은 청년 취업 서비스 혹은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고려해야할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커리어 상담과 교육을 주로 관여하고 있는 마츠오 사아키 교수와 함께 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게 되는 두 가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과 부모의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6명의 청년들을 통해 보아도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돌이켜보아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일과 관련하여 나 자신의 진실한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겠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에대해 안다는 것은 아마도 인류가 이성적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쭉 지속되고있는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한편 마츠오 교수는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대화하면서 부모의 청년 시절의 경험과 커리어 결정을 어떻게 했는지 자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부분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모로부터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방법이 아니다. 6명의 청년들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게 되면 사실상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도 어울리는 일에 부담을 느끼게되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나아가 자신의 방에서 보내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친구로부터도 고립되는 경우가 흔하게 된다. 이럴때 부모는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자 멘토가 될 수 있는데, 이런 여건마저 없는 청년들에게는 (특히 핵가족화, 가족의 해체를 많이 겪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회마저 얻기 힘들므로 이는 청년 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고려해봐야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청년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곧 하나의 납세자로서 의무를 다하며 사회를 지탱하고, 소비자로서 경제를 움직이며 지역사회를 짊어진 청년이 우리 사회에 한 사람 더 늘었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되짚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납세자로서 사회 구성원이 한 사람 더 늘었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청년 취업 프로그램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人間)이라는 개념적인 단어가 의미하듯, 사람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이 단어에는 사회학적 의미에서의 인간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한 청년이 사회의 한 몫을 담당한다는 것은 곧 이들이 맺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작게는 가족들에게) 보다 중요하고 큰 사회적 파급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에 주목하게된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나는 스스로 고립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노력을 한 셈인데, 우선 나는 나자신을 비하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자세를 견지했기에 고립된 기간 동안 나 자신에대해 존중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무업사회>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볼 수 있었으며, 내가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아가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던 것 같다.

  

   끝으로 내가 고립된 생활을 할 때 큰 힘이되었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 하겠다.

 

   어떤 사물의 속성이 고귀할수록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여기 있는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모두 실패한 자들이 아닌가?

   용기를 내라. 그게 어쨌단 말인가! 아직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한가! 사람들이 웃지 않을 수 없도록 그대 자신을 비웃는 법을 배워라!

   그대들이 실패했고 아직 반밖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그게 뭐가 이상한가. 그대들 반쯤 부서진 자들이여! 그대들 속에서 서로 밀치며 부딪치지 않는가 인간의 미래가!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 클래식, 442)

 

 

 

(첨언)

<무업사회>에는 꽤 많은 자료들이 그래프의 형태로 나오고 있는데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연령대별로 데이터를 표시한 자료에서 연령대의 구별이 흑백의 명암으로만 나와있어서 여러 대상들을 한 눈에 쉽게 알아보기 힘들었다. 명암 뿐 아니라 무늬 같은 것을 추가하여 눈으로 보다 쉽게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 책은 주로 청년 무업자(주로 15-39)를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아마도 저자가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에 저자가 경험한 사항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주제가 한정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업사회를 언급하면서 청년 무업자의 증가, 장기화로인한 이들 세대의 고령화는 곧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연령을 한정하는 일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저자들은 인정하고 언급하면서도 이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업 사회의 본질적은 특징 중의 하나가 누구나 무업상태가 될 수 있다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장년층, 노년층의 무업 상황도 다루었으면 더 온전한 보고서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책의 제목이 청년 무업 사회라 되어야하지 않았을까. 물론 연령대를 폭넓게 고려했다면 아마도 세대별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책의 분량이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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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느릿 느릿 읽기 [2]

 

 

 

 

 

 

 

 

 

 

 

 

   청년 레빈은 여전히 키티에게 청혼을 주저하고 있다. 1부에 보면 레빈이 키티를 만나기위해 스케이트장에 가는 장면이 있다.

   네시에 레빈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면서 동물원 입구에서 세낸 썰매를 세우고 스케이트장으로 가는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갔다. 입구에서 쉬체르바쓰키네의 사륜 여행마차를 보았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틀림없이 그녀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 그는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환희와 두려움으로 그녀가 거기 있음을 알아챘던 것이다. 그녀는 한 부인과 이야기를 하면서 스케이트장 건너편 끝에 서 있었다. 그녀의 복장이나 자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레빈에게는 이러한 군중 속에서 그녀를 찾아내는 것이 쐐기풀 속에서 장미를 찾아내는 것처럼 손쉬웠다. 모든 것이 그녀로 인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의 온갖 것을 환하게 밝히는 미소와 같았다. (1 62-63)

   흔히 내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으로부터 같은 아우라가 퍼져나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130년도 전에 톨스토이는 우리가 이야기하듯 그런 빛이나는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키티의 사촌오빠가 레빈을 알아보고 러시아 제일의 스케이터!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대목을 통해 레빈은 스케이트를 매우 잘 타는 것으로 나온다.

   역시나 오늘은 처음부터 삼천포로 빠지자면,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문득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즈음 기숙학교에서 쫒겨난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여자 친구 샐리를 만나기전 뉴욕 맨하탄을 배회하면서 스케이트장에 이르는 장면이 나왔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사건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찾아낼 길은 없지만, <샐린저 평전>(케니스 슬라웬스키 지음)을 보면 꽤 젊은 나이에 단편 소설로 데뷔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1941 12월 일본군이 진주만을 폭격한 이후 군에 입대하게 되는데, 군 복무 중(1943년 즈음으로 보인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책을 열심히 읽어댔다(104)라고 적힌 대목이 보인다. 샐린저는 실제로 맨하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실제로도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콜필드가 나도 어렸을 때 똑같은 장소에서 스케이트 타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라고 혼자 생각하는 대목이 나온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혹은 무의식 중에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레빈이 스케이트장에서 키티를 만나는 장면이 <호밀밭의 파수꾼>과 연결되었을 뿐이다.

  

   딸의 운명은 부모가 결정지어주어야 한다는 프랑스의 관습은 배척당하고 비난받았다. 딸에게 완전한 자유를 줘야 한다는 영국의 관습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러시아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중매쟁이를 고용한다는 러시아식 관습은 뭔가 상스러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남들처럼 부인 자신도 그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어떻게 시집을 가야 하고 시집을 보내야 하는가는 아무도 몰랐다. 부인이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던 사람들은 모두 부인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생각해봐요, 이제는 그 낡은 관십을 버려야 할 때예요. 결혼하는 건 젊은 사람들이지 부모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게끔 내버려둬야 해요. 딸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부인으로서는 딸이 사내들을 가까이하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것도 결혼할 의사가 없는 사내나 혹은 남편감이 되지 못하는 사내를 연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95-6)

   결혼 적령기가 된 키티의 어머니인 부인의 입장에서 톨스토이가 써내려나간 이 대목을 보면 작가가 인식하는 당시 결혼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톨스토이의 표현에 의하면 프랑스의 결혼은 과거 우리처럼 부모가 정해준 결혼이 대세였을 듯하고, 영국은 자유연애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반면 러시아의 결혼문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배우자를 선택하기도하는(물론 자유연애와 부모의 주선에의한 결혼도 혼재해있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문화는 특히나 프랑스 문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교계 모임에서 러시아어 대신 프랑스어를 쓰기도하고, 하인이 있는 자리에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나 껄끄러운 이야기를 할 때 프랑스어를 쓰는 장면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롤리타>의 작가)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연애소설로 꼽은 이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특정 한 사람이 주요 인물이 아니고 바로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과 운명을 대립시키고 있다. 한 쪽은 유부녀인 안나 카레니나와 사랑을 하게되는 브론스키 백작(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이 있고, 그 대척점에 키티(카테리나 알렉산드로브나)와 레빈(콘스탄틴 드리트리치 레빈)이 있다. 따라서 이 두 커플이 조우하고 고백을 하는 시점이 비슷하게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레빈이 키티에게 처음 고백하고 청혼을 했을 때 처음에는 키티에게 거절당하게 되는데, 반면 브론스키와 안나는 기차역에서 서로 첫 눈에 반하게 된다. 이 두 커플의 시작은 이후 이들이 맞게되는 운명과 반대로 레빈은 청혼을 거절당하는 쓰라림으로 시작하며, 브론스키는 무난하고 좋은 분위기로 두 사람사이의 관계가 시작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브론스키와 안나가 처음 만나는 곳이 기차역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처음 만난 날 기차역에서 한 남자가 열차에 치여 죽는 사건을 맞게 되는데, 안나가 불길한 징조예요.라고 하는 말은 아무 의미없이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기차역은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불행을 잉태하는 장소로서 톨스토이가 사용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톨스토이가 말년에 집을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영면한 곳도 어느 기차역이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에게 있어 기차역은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을 기억하라는 톨스토이 말년의 잠언집을 읽다보면 인생이 갖는 은유적 의미(지나가는 곳으로서의 인생)또한 떠올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톨스토이에게는 기차역과 부합하는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한다.

  

   여기서 잠깐 안나 카레니나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인 브론스키 백작에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브론스키는 좋은 집안 배경 출신이며,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손에서 성장하는데, 초반에는 마마보이처럼 보이는 착한 아들로서 등장한다. 그러나 어머니와의 관계가 썩 좋지는 않으며, 그림을 잘 그리는 것으로 나온다. 브론스키는 유부녀인 안나 카레니나와 첫 눈에 반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열정적인 사랑을향해 나아가지만 사교계의 냉담한 시선과 사회의 관습에 고통을 받는다. 좋은 집안에 학식은 있지만 20세 연상인 남자(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와 결혼 후 무덤덤한 결혼생활을 하던 안나는 브론스키를 만나 새로운 삶에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든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촛불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사랑하는 아들마저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한 듯하다. 이런 사건을 내 주변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언제나 타인의 행동을 비난하기는 쉬운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내게도 일어났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타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의 입장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타인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퍼부으며 복수와 응징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합리적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을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당시( 130여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억압적이고 배타적인 사회의 분문율에 톨스토이는 소설에서 질문을 던지고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안나는 단순히 자신의 쾌락을 쫒는 여자일까? 그리고 어쩌면 쾌락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쾌락을 구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일일까하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갖고있는 도덕적인 기준이야말로 모호하고 자의적이며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도덕적인 문제에 있어 정답이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문제는 생각해볼 일이다.  

 

"인생의 온갖 변화와 매력과 아름다움은 모두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는 거니까."
(91면)

"All the variety, all the charm, all the beauty of life are made up of light and shade." (펭귄 북스, 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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