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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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지식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Ernst Peter Fischer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

 

 

지식은 금지가 아니라 통제되어야 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괴테의 파우스트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구약 성서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이 모든 캐릭터의 공통점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나는 이들이 앎 또는 지식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는 점이라고 답하겠다물론 이 관점은 과학저술가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금지된 지식에서 제시한 것을 기반으로 종합해본 것이다저자는 오디세우스가 지식에 중독된 자이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어 하여항해를 통해 모든 경계를 넘어서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 말한다파우스트는 이 세상의 온갖 지식을 섭렵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결국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기면서까지 감각적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추구하려 한다또 저자는 신화 속의 오이디푸스를 지식과 진실을 향한 인간의 욕망’(302)을 드러내는 인물로 해석한다신탁이 예언한 금지된 지식을 얻자어머니이자 아내는 자살하고오이디푸스 자신은 핀으로 눈을 찌른다구약 성서에서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금단의 열매를 먹는다그 결과 분별을 얻는 대신 에덴에서 영원히 추방당한다.

 

이처럼 문화사에서 묘사되는 인간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식에 목말라 한다는 점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 추구가 모든 인간의 본성이다’(9)라고 언급했는데고대인들도 이미 알고자하는 충동호기심을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간주했음을 알 수 있다이 본능이 얼마나 강렬한지는 문학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이야기 문학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천일야화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화자인 셰에라자드 공주는 인간의 강한 호기심을 이용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제한하고 스스로의 목숨까지도 지켜낸다이 이야기를 지어낸 이들은 분명히 호기심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이들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 속의 이야기와 작품의 구성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바로 이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앎에 대한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특히 인간이 만들어낸 지식이 인간 사회에서 어떻게 금지되어 왔는지를 폭넓은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식의 위상에 대해 먼저 검토를 한다저자는 지식이 무엇인지 묻는데그에 따르면 지식이란 인간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상’(21)이다나아가 지식과 정보’, ‘데이터를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한다정보는 이해될 수 있는 어떤 것이다곧 1차적으로 우리에게 접수된 것으로신체에 감지된 감각 정보를 떠올릴 수 있겠다이에 반해데이터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다이렇게 데이터정보지식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위계구조를 갖는데지식을 의미 있게 사용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따라서 지혜는 단지 인지 작용이 대상에 개입된 것을 넘어 어떤 가치를 내포하게 된다한편 지식에는 인간의 인지작용이 개입하기 때문에 각각의 인식 주체에 따라 지식 도출과정과 그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따라서 인간이 타인과 겪게 되는 충돌과 불화는 어떤 면에서는 앎에 대한 강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앎에 이르는 과정그리고 앎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에 따르면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지식과 성의 긴밀한 유착관계다뱀의 유혹을 통해 이브가 획득한 금지된 지식은 금지된 사랑’ 곧 성적 결합을 의미한다철학자 미셸 푸코는 성의 역사에서 사회 권력이 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규정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57)한다그는 인류사에서 지식과 성에 권력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을 보여주었다이렇게 권력이 지식과 성에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은 우리의 문화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한편 서양 사회에서 이러한 특징을 예비했던 인물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아닐까한다그는 어느 시기에 계시를 받고 회개한 후,고백록을 쓴다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방탕했던 젊은 시절을 반성하는데중요한 것은 그가 원죄’ 개념을 생각하고 종교 철학에 도입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이 개념은 곧바로 지식에 대한 금지로 이어지게 되었다피셔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억누르고 금지했던 인물로 평가한다그의 원죄 개념이 종교라는 권위와 결합하여 도출한 금지된 지식은 인류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무엇보다 유럽 지식인의 관점에서 지식 금지의 역사를 방대하게 다룬다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에 큰 영향력을 지니는 미국문화 중심 사례가 아니라 유럽 중심의 사례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한국인 독자로서 비교적 신선하게 다가왔다또한 저자는 구체적이고 수많은 지식 금지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금지된 지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이미 우리는 전 세계가 팬데믹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곡되고 비밀스럽게 유지된 정보가 얼마나 위태로운가를 경험했다발병 초기에 (COVID-19의 시작이 정말로 중국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중국 정부 당국이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숨기기만 급급했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또 국내 모 종교집단의 방역지침 무시와 비협조정보의 은폐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도 분명히 보았다저자는 정보지식 사회에서 지식의 은폐가 권력에 의해 이루어질 때 사생활의 권리가 어려움에 처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예를 들면저자는 정보 권력에 의해 개발된 알고리즘으로 인간이 감시받게 될 때를 제시한다손글씨나 얼굴 분석만으로도 해당 사람의 성별이나 성적 지향을 알아내는 사례는 독자를 왠지 오싹하게 만든다이제 우리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은 보다 더 공개되고 투명해질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은폐된 지식이 공개되어 왜곡되어온 진실을 바로잡고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지식의 투명성이 모든 경우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최종적인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제안된 근거 기록에 대한 열람 금지 기간이 지나 공개되었을 때저자는 실망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수상자를 결정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무지와 오판을 알게 된 저자는 오히려 투명성이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모든 마술에 대해 비밀스러운 진실을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술사의 침묵을 바란다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저자가 지식에 대해 갖는 양가적인 태도다다시 말해저자는 지식을 금지하기 전에 지식을 책임감 있게 대하는 일”(244)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아울러 고객을 착취하고 이들의 정보를 대가 없이 빼앗는’ 정보 권력 페이스북의 사례와 인간유전자 정보와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결국 저자가 지식에 대해 갖는 태도는 (지식이금지되어서는 안 되지만 통제되어야 한다’(364)는 입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결국 저자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사항은인간의 지식을 향한 충동은 기본적인 본능이라는 점이다따라서 인간의 호기심을 인정하고이를 강제로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이런 본능은 유전자 조작이나 권력으로도 금지시킬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저자의 관점은 인간이 지혜를 모아 이런 지식에 대해 제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에 더 가깝다금지되지 않은 것은 인간을 급속히 지루하게 만든다하지만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한 시인의 말처럼 인간은 진실을 향한 열망과 환상에서 느끼는 기쁨으로 충분하다’(311)고 느끼는 역설적인 존재인지 모른다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금지된 지식과 관련한 과거 사례를 검토하여점점 강력해지는 정보 권력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나아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의 조건을 우리가 다시 인식하길 요구하고우리의 호기심그리고 지식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갖추길 바란다그래야 비로소 지식 그 자체가 또다시 만들어내는 비밀에 인간은 계속해서 호기심과 감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리뷰의 마무리는 이 책에서 줄곧 언급 된 파우스트의 한 구절로 마무리해본다.

 

그걸 인식한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어리석어서충만한 마음을 혼자 간직하지 못하고

몽매한 무리에게 자신이 느낀 것본 것을 발설했던 사람들,

그런 이들은 자고로 십자가에 매달리고 불태워졌지.

자아이보게밤이 깊었네,

이제는 그만해야겠네."

(파우스트 I, 정영애 역, 123)



"지식 추구가 모든 인간의 본성이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에서 언급한 말 - P9

"금지된 지식은 우리를 뜨겁게 만든다."
: 볼프 비어만의 말 - P15

"지식을 향한 갈망은 성적인 호기심과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P65

"(태양 중심 체제에 대한 로마 카톨릭 교회의 저주는) 맹목적인 배척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우주론에 담긴 종교적, 정치적 함의가 불러올 막연한 공포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역사가(미시사 전공)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언급 - P145

"핵시대에 확실한 안전 보장의 근본 전제는 개방성과 공개성뿐이다."
"(인류는) 대중적 이해와 비밀 정치 및 권력 정치의 추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1945년 이후 ‘원자력과 인간의 자유‘에 대해 숙고하고 한 말. - P171

"인간은 지금까지 지성(Verstand)에 붙잡혀 있었고, 그 도움으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성(Vernunft)을 생각해야 하며, 이성의 도움으로 지구 위에서 인류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 칼 야스퍼스의 말 - P205

"지식이란 인간이 관찰 감각을 통해 모으고 시각적 인지를 통해 인식한 경험적 재료를 개념이나 생각과 연결한 다음, 이 연결을 자신의 관점으로 표현하여 외부에 전달하는 일을 뜻한다." - P207

"진정 중요한 건, 지식을 금지하기 전에 지식을 책임감 있게 대하는 일이다." - P244

"진실은 인간에게 요구될 수 있다."
: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1959년 연설 인사말(진실과 작가의 역할에 대한 언급) - P274

"칼 포퍼에 따르면, 과학은 잠정 지식만을 전달할 수 있고 또 다른 실험에서 반박당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고려해야 한다. 이런 고려와 의심은 오로지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활동이다." - P292

"금지되지 않은 것은 인간을 급속하게 지루하게 만든다." - P319

"국가의 정보 권력이 강해짐에 따라 ‘사생활의 권리‘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조세제도는 개인 정보에 대한 개입을 요구했다." - P328

"오늘날 절대적으로 사적인 것은 점점 더 공적인 것이 된다." - P348

"공적 영역 어디에나 존재하는 성의 편재성 때문에 사적 에로스는 사멸한다."
: 사회학자 라이너 그로네마이어의 언급 - P355

"인간은 삶에 드리운 장막에 오히려 감탄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가 그에게 비밀을 준다. 인간은 이에 대해 진정으로, 계속해서 감탄할 수 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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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대표 저서 <Guns, Germs, And Steel>(원서)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영어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시도했는데, 벌써 6개월 넘게 읽고 있네요(다시 따져보니 10개월 째입니다 -,-;; 1년에 원서 1권 읽는 속도라니...). 틈나는 대로 읽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제 17장을 읽고 있으니, 나머지 두 장만 읽으면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어제는 17장을 읽다가 발견한 한 단어를 발견했는데요, '암양'을 의미하는 ewe라는 단어의 발음[ju:]이 재미있어서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잡다하게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참고로 숫양을 의미하는 단어는 ram이네요.


우선 <총,균,쇠>에서 단어 ewe가 나온 문장은 이렇습니다.



For instance, the words meaning "sheep" in many languages of the Indo-European language family, distributed from Ireland to India, are quite similar:

"avis," "avis," "ovis," "oveja," "ovtsa," "owis," and "oi" in Lithuanian, Sanskrit, Latin, Spanish, Russian, Greek, and Irish, respectively. (The English "sheep" is obviously from a different root, but English retains the original root in the word "ewe.") Comparison of the sound shitfs that the various modern Indo-European languasges have undergone during their histories suggests that the original form was "owis" in the ancestral Indo-European language spoken around 6,000 years ago. That unwritten ancestral language is termed Proto-Indo-European.

 <Guns, Germs, and Steel> 1997 ed., 343p



일반적인 양 sheep이란 단어의 인도-유럽어족에 관한 설명을 하는 대목입니다.

 

ewe의 발음[ju:]이 재미있는데요, 더 재미었었던 것은 

셰익스피어의 <The Merchant of Venice> 1막 3장에서 

ewe단어로 언어유희하는 장면을 '발견(?)'해서 여기에 모아봤습니다. 




<The Merchant of Venice> 1막 3장에서 ewe가 나오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Antonio(안토니오): (...)

                     Was this inserted to make interest good? 

               (이자를 정당화하려고 그 얘기가 성경에 쓰였다는 거요?)

                     Or is your gold and silver ewes and rams

               (아니면 당신의 금화와 은화가 암양과 숫양이라는 거요?)


Shylock(샤일록): I cannot tell. I make it breed as fast. 

                 (그건 모르지만, 내 돈도 그만큼 빠르게 새끼 치지요.)

                  (...)

                              [번역은 펭귄클래식버전, 강석주 역]



여기서 this는 <창세기>  30장 25-43절에 보면 야곱이 장인 라반으로부터 검은 양을 자기 몫으로 달라고 해서 재산을 불리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다시 보니 야곱이 이렇게 의도적으로 검은 양을 낳도록 구별해서 사육한 이야기는 성경에서 '사육에 의한 변이 생산'을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기록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다윈은 <종의 기원> 1장에서 바로 '인간의 사육에 의한 변이'를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변이'에 대해 이야기 한 다음 '자연선택' 개념을 도입합니다. 그러니까 야곱은 성경에서 생물학 지식을 이용하여 재산을 불린 최초의 인물이라고 이해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재미있는 것은 위의 대사에서 셰익스피어가 암양의 복수인 ewes[ju:s]의 발음과 샤일록이 유대인(jews)인 것, '사용하다'는 의미의 use를 떠올리게 하면서 셰익스피어의 특징적인 동음이의어식 언어유희(pun)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견해는 미국 노트르담 대학 방송연극영화과 교수 피터 홀랜드의 작품 해설(펭귄클래식 버전 <베니스의 상인>, 181p)에서 참고했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암양을 통해 새끼를 치는 것과 이자로 재산을 불리는 현상을 기가막히게 병치시키고 있다는 부분이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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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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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Terra Incognita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고고학은 현재 진행형이다’ - 테라 인코그니타를 읽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고고학이란 학문이 단순히 새로운 유물을 발굴하고, 기록되어 있는 역사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우리의 역사, 인류의 역사에 대한 나의 편견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자기계발과 기업인문학이 활발히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화된 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의 본질은 외면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내 고고학자가 써내려간 테라 인코그니타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고고학이란 학문 자체에 대한 나의 무지와 만나는 과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고고학이란 학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새롭게 환기시켜 주었다. 이 책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저자가 국내 일간지에 최신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연재했던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고찰하는 시도를 한다. 우선 1부에서는 강자의 역사가 어떻게 차별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통해 편견을 심어 놓았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식인 풍습에 관한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2부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보다 구체적인 진실에 접근한다. 온돌이나 고조선의 모피, 그리고 흉노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최근에 드러난 유물과 연구 결과를 통해 교과서에서 배운 우리 역사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열어준다. 3부에서는 역사 속에서 상상과 신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계문명사적인 관점에서 고찰한다. 아틀란티스의 신화를 비롯하여 근대의 히틀러가 남긴 편견의 틀을 보여준다. 여기에선 인류의 무지가 어떻게 신화와 결합되어 당대의 삶을 규정했으며,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4부에서는 3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고학이란 학문이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어떻게 이용되어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사례가 모두 흥미로웠지만, 과거의 국가들이 차별과 배제의 장치를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지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로빈 던바 교수가 언급했던 것처럼, ‘정치적인 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신화와 종교의 의식을 통해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타심과 이기심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둘은 하나의 쌍으로 언제나 공존하는 듯하다. 개인 혹은 집단이라는 경계를 기준으로 이들의 관심이 그 경계의 안에 머물면 이타심일 수 있는 반면, 경계 밖의 존재에게 경계 안에 있는 존재의 행위는 이기적 행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개체가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희생함으로써 공동체의 생존가능성을 늘릴 수 있다면, 공동체 전체에 있어 이득일 것이다. 이런 공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차별과 배제의 원리를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오리엔탈리즘으로 정의되는 서양인의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비하의 시각뿐만 아니라 카니발리즘이란 표현은 저자의 지적대로 지극히 악의적인 왜곡에 기반 한다. 문제는 이런 편견이 오랜 시간동안 고착되어 후대의 삶에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식인풍습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흥미로운 대목을 읽다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렸다. 소설에서 화자 이슈메일은 여인숙에서 작살잡이 퀴퀘그와 같은 침대를 쓰게 된 상황이었다. 한 침대를 쓰게 된 문명인이슈메일은 식인종이자 야만인귀퀘그를 관찰하면서 저 남자도 나와 같은 인간이다. (...) 술 취한 기독교인과 같은 침대를 쓰느니 정신 멀쩡한 식인종이랑 자는 게 낫지라고 말한다. 지금이야 충격이 덜 할지 모르나, 1850년대 미국의 백인이 이 말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상당히 도발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모비 딕의 발췌문에 나온 것처럼 허먼 멜빌은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었을 것이 분명하다. 놀라운 것은 몽테뉴가 이미 500년 전에 식인종과 직접 대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에세이에 식인 풍습에 대해 편견을 걷어 내고 기록해놓았다는 점이다. 몽테뉴는 자신이 속한 문명인들이 보여주는 우리 자신의 야만 행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고고학자의 역할이란 결국은 500년 전의 몽테뉴처럼 편견을 줄이기 위해 경계의 안과 밖을 공평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 강인욱 역시 식인 풍습은 미개한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식인 풍습이 드물긴 하지만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고, 증오심에서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가 자신에게 체화되길 바라는 사랑의 발로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식인 풍습이 점차 문명이 형성되고 신화와 종교라는 이데올로기가 더해져서 적대감으로 인간을 죽이게 되고, 나아가 대량학살에 이르게 되는 인류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카니발리즘이란 표현은 실제 식인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을 비하하여 붙여진 이름”(70)이라고 일러준다. 루쉰은 중국 역사에서 발견되는 식인 풍습에 대해 인육의 잔치는 지금도 베풀어지고 있다라고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카니발리즘이 타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기작에 활용되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루쉰의 관점은 자신의 역사에 대한 비하까지도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는 이 주제에 관한 한, 다소 편협했거나 무지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식인 풍습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소재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줄곧 고고학이란 학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는 고고학이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문화재를 강탈하면서 발달한 근대 이후의 학문”(278)이라는 고고학의 태생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대 국가 사이의 분쟁과 약탈의 행보를 살펴보면 고고학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우리의 고고학은 서양이 규정해 놓은 차별과 배제의 프레임을 벗어나 이에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아울러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이 만들어 놓은 왜곡되고 자기모순적인(나는 엽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역사관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저자의 당부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오래된 유물과 유적을 발굴해내는 작업이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역사란 이미 상당히 검증을 거쳐 정립된 분야가 아닌가하고 말이다. ‘역사라는 무대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여지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단정해버렸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강대국이 규정해버린 편견과 역사관을 어떤 의심이나 비판적인 검토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제는 고고학이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학문이라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또 고고학은 우리의 편견을 깨부수는 도끼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고학은 이 땅 위에 살다간 수많은 세대, 겹겹이 쌓인 삶의 흔적을 한 겹 씩 들어내어 인간의 삶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작업일 것이다. 절대 다수가 문자로 기록된 역사보다도 유물과 유적이라는 물성으로서만 남아 그 안에 수많은 진실을 간직하고 있으며 더 폭넓은 인류의 역사를 비쳐줄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후대인의 목적에 맞게 왜곡되어 해석되고 이용될 여지도 다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테라 인코그니타에서 고고학은 우리의 역사가 고립된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서로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연결되어 있던 역사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존의 고고학적 자료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고고학의 방향과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풍부한 사료와 함께 보여주었다. 나아가 자국 중심의 역사를 넘어 보편성에 근거하여 세계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일러주었다. 이를 위해 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타자를 배제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선입견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과 새로운 자료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저자의 당부를 기억해두기로 한다.


 

"4대 문명론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가 전세계를 활보할 때 만들어졌다." - P22

"카니발리즘은 실제 식인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을 비하하며 붙여진 이름이었다." (70)

"식인 풍습은 미개함과 관련이 없다." (72)
- P70

"문명을 유지하고 번성하는 가장 큰 관건은 외모의 차이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었다." - P155

"고대에 사람들이 교류하고 공존했던 사실을 현대 국가의 영토로 치환하여 논하는 것은 오히려 고대 한국 문화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본군국주의 논리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일이다." - P298

"실제로 형제국가라는 표현은 터키 건국 직후 일본이 세운 ‘만주국‘과 친선관계를 수립하면서 등장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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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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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Paul Nurse)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생명을 다시 쓰는 시시포스의 과업


대학 시절에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What is Life?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물리학의 관점에서 생명의 본질적인 특성을 설명해보려는 시도였다물론 슈뢰딩거가 활용하는 다양한 물리학 개념을 따라가기엔 벅찼지만생명 또는 생명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에 대한 슈뢰딩거의 신념이 인상적이었다그의 신념은 종교적 신념과는 달랐다그 대신 열역학법칙이나볼츠만의 통계적 관점에 토대를 두고 타당한 논리를 구성하여 설명해보고자 했다물론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한 물리학자의 대담한 제언이 얼마나 많은 자연과학도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떠올려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양한 학자들이 동일한 제목을 걸고 생명현상을 이해하고자 했다후대의 우리는 많은 이들이 생명 현상에 대해 설명하려고 고심했던 흔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작업을 요구하는지는 지금까지 나온 책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 다시 한 생물학자가 이 커다란 주제를 건드린 셈이다이번에는 영국 유전학자 폴 너스가 집필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현대 생물학이 바라보는 생명 현상을 살펴본다그는 세포 분열의 조절에 관한 주제를 오래 연구했고암치료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인물이다이 책에서 여러 번 등장하지만 그는 효모균을 주요 실험 대상으로 하여 세포 분열 주기에 관한 메커니즘을 연구했고여기에서 결실을 맺었다.

 

이 책을 읽은 후의 인상은저자가 슈뢰딩거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시각을 반영했던 기획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점이다대신 저자가 생명 현상을 정의하는 여러 측면을 일관되고 통합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정리하고자 고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특히 부단히 발전하고 있는 최신 생물학의 이해에 바탕을 둔 설명이기에 새롭게 배운 부분은 상당하다이 책에서 저자는 복잡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생명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생명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밝혀진 세부 사항과 지식들을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를 했다.

 

이 책은 생물학 서적이지만 보통 등장하는 세포 혹은 유전자를 설명하는 그림은 단 한 점도 나오지 않는다저자는 물 흐르듯 다섯 가지 키워드를 따라 생명 현상을 설명하지만어떤 문장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마 몇 시간의 수업과 책을 읽어야 하는 밀도 있는 내용들이 나오기도 한다저자가 핵심적인 사항들만을 뽑아서 설명해 나가기 때문에 책이 빨리 읽히진 않는다는 말이다이런 책의 성격상 저자가 설명하고자 했던 생명 현상의 특징적인 다섯 가지 측면에 대해그리고 내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간추려 각각 두 문장 정도로 요약해보았다.

 

(1) 세포세포는 모든 생물의 구조적/기능적 기본 단위로서이 세포의 분열은 생물이 성장 및 발달하는 토대가 된다우리는 엄청난 수의 신체 세포와 그 외의 세포가 모여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하는 존재다.

(2) 유전자유전자는 생명의 설계도로서생명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하는 명령문이다이중 나선 구조로 이루어진 유전자는 생물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며오랜 시간을 견딘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3)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자연선택은 다윈이 제안한 모든 생물의 진화 메커니즘이다유전학적 관점에서 생명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가 이루어지려면개체가 번식할 수 있어야 하고유전 체계를 지녀야 하며이 체계에 다양성이 존재하여 변이를 허용해야 한다.

(4) 화학으로서의 생명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화학적 관점(특히 생명을 물리·화학적 기계로 바라봄)에서 설명한다선형 단백질 중합체 사슬이 3차원 구조를 갖추며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게 되어생명활동에 토대가 되는 촉매 역할을 비롯한 모든 화학 반응을 수행하게 되었다.

(5) 정보로서의 생명전체로서 기능하는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정보의 이동과 저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세포막으로 구분하는 생명 내부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생명은 외부 세계와 내부 상태의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하여 이에 대응한다.

 

저자는 이렇게 생명현상을 몇 가지 주요 키워드에 입각하여 설명했는데각각이 사실상 따로 떨어진 내용이 아니라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그는 단지 관점을 옮겨 생명의 다른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저자 폴 너스는 오랜 시간 (효모)균의 세포 분열을 기반으로그 중에서도 세포 주기를 제어하고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고 그 메커니즘을 연구했다그러므로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분열하는 현상 그리고 외부 세계와 분리하는 세포 막 내부의 모든 화학 반응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그가 발견한 연구 결과는 암세포에 대한 이해와치료에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책에서 줄곧 드러나듯이 그는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더할수록 우리가 생명 활동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입장을 취한다.

 

자연선택’ 개념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생명의 진화 기작이다이번 독서는 유전학의 발전 이후 세포 혹은 분자 수준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적 측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자신과 동일한 대상으로 분열하는 원핵생물과 달리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들은 진핵생물로서유성생식을 통해 유전 체계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곧 진화의 관점에서 어떤 생물 집단의 유전 체계에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은변이의 가능성이 높고 이를 대물림할 수 있다면 그 집단이 살아남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이는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저자가 언급한 사항 세 가지 중 마지막 항목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생물이 경쟁에 유리한 유전자 변이체를 지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생물이 죽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경쟁에 유리한 유전자 변이체를 지닐 가능성이 있는 다음 세대가 그들을 대체할 수 있게”(79)되기 때문이다모든 생물이 격어야만 하는 현상인 죽음이 내겐 새롭게 다가왔다다시 말해 자연은 각 개체가 소멸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매번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변이를 도입하거나 발현하여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물론 중요한 것은 자연이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생명체에게 요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오랜 시간 동안 우연에 의한 자연선택의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다이전에는 죽음이란 현상을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생물학을 이해하게 되면 오히려 스토아 학파나 몽테뉴처럼 죽음에 초연해지는 인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생명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계(세포막밖의 세계에 대응하여 경계 안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생존해야 하는 입장에서생명의 소멸죽음 역시 생명 활동의 일부라는 점에 비로소 수긍이 간다.

 

저자는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다섯 단계를 지나 생물학 연구의 의미와 역할을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전체적인 인상은 생명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과학자로서과학자가 적극적으로 세계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생명의 화학적정보적 토대를 더 깊이 이해할수록 생명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생명 활동에 개입하는 능력도 늘어난다.”(165) 그는 앞선 장에서 시도한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새로운 장에서 새로운 기술 가능성과 그 기대를 이야기하고이와 관련한 윤리적 문제들도 언급한다다만 유전학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인지황금벼와 같은 유전자 변형(GM)작물과 합성생물학에 대해 낙관으로 일관하는 인상을 받았다이 부분은 아직 보다 공정하고 지속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활용 가능성과 우려 사항가능한 부작용 등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에 의한 인위적 선택으로 품종을 개량해온 이야기로 시작하지만현대 생물학에서 유전자 편집 등을 통해 생물체에 변이를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그 결과가 인간이 자연에 주고 있는 스트레스에 한 가지 더 추가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 우려는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 준 사례들을 고려할 때 타당하며그래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 모두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유전자 변형 작물이나 새롭게 만들어낸 생명체가 인간과 함께 사는 모든 생물과 환경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닐지는 분명히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이 부분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저자의 주장대로 이런 사항들은 사회 전체가 주도하여 공공의 논의와 다양한 관점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요구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생명 현상에 대한 개별적이고 세세한 지식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을 넘어 생명을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그래서 생명을 이해하는 다섯 단계의 개념 중에서도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 현상을 보다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본인이 언급한 바에 비추어 이해해보면생명은 복잡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계라는 시각에서 더 나아가 목적을 가지고 전체로서 작동하는 살아 있는 화학적/물리적 정보 기계이다곧 생명은 외부와 내부의 정보를 관리하고 조정하며 제어하는 존재로서 바라보고 있다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가능해진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은 유전자나 촉매 반응에 주로 의존하는 효소가 일종의 스위치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겠다그리고 이 스위치 제어는 생명이 존속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을 유지하고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은 다른 생물학 관련 서적과 달리 단 한 점의 그림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저자의 의도는 무엇보다 세세한 지식 보다는 생명 현상에 대한 맥을 하나의 호흡으로 설명해보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싶다다만 밀도 있고 핵심적인 내용을쉬지 않고 들려주는 것 같아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이 군데군데 있었고 다소 지치는 지점이 있었다이런 부분은 저자의 설명이나 옮긴이의 주석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정리하면이 책은 아주 간결한 언어로 담백하게 생명 현상에 대한 특징들을 담아 낸 책이다물론 간결한 언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쉽거나 가벼운 것은 아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유전학자이자 암 연구에 오래 매진해온 대가 나름의 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생명 현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맥을 짚어준다고도 정리할 수 있겠다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자들이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어쩌면 이 작업은 결코 도달하기 힘든 목표인지도 모르겠다그럼에도 생명 현상을 다시 쓰는 이러한 작업은 인류가 생명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깊게 하면서 끊임없이 다시 시도해야할 시시포스의 과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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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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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The Gospel of Eels: Sons, Fathers, and the World's Most Mysterious Fish)

패트릭 스벤손(Patrik Svensson) 지음 |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뱀장어와 인간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자로서 현대 생물학의 아버지라고 여겨진다. 그는 터키 연안의 큰 섬 레스보스에서 머무는 동안 동물과 자연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에 그는 자신이 저술한 동물의 역사17세기 까지 자연 과학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상황을 다르게 보면, 인간의 자연과학 탐구 방법론이 2,000년 넘게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 특히 생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뱀장어 연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뱀장어의 내부 장기 배치와 아가미 구조에 대한 글을 방대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연구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혁신했던 프로이트 역시 젊은 시절 뱀장어 연구로 연구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청년 프로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적 관찰 기법에 따라 아드리아해 뱀장어를 연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트 사이에는 2,000년의 시간 격차가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뱀장어를 매우 진지하게 연구했다.


스웨덴의 신문 기자 패트릭 스벤손은 자신의 책 ,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에서 줄곧 유럽 뱀장어의 생태에 초점을 맞추고, 이 뱀장어가 얼마나 신비에 싸인 존재인지 설명한다. 이 책의 뚜렷한 특징은 저자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교대로 전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책의 홀수 장에서 뱀장어에 대한 연구와 역사적 자료를 소개한다. 이어서 짝수 장에서는 가족과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와 추억을 뱀장어를 매개로 회상하고 있다. 평생 도로포장 인부로 일했던 아버지와 보육원을 운영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노동자 계층의 자녀였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뱀장어 낚시를 했던 기억을 돌아보며 뱀장어가 자신과 아버지 사이를 이어준 연결고리였음을 깨닫는다. 나아가 뱀장어가 우리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통찰하게 해주는 존재임을 이야기하며 두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여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뱀장어는 우리에게 식당 메뉴에서 흔히 보는 존재이지만, 의외로 뱀장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특히 이들은 비밀스럽고 독특한 본성 때문에 오랫동안 산란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비로소 소설 제목처럼 대서양에 위치한 광막한사르가소 바다가 유럽 뱀장어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정도다. 그렇다면 알에서 깨어난 조그만 뱀장어들은 저자의 고향까지 6,000 km가 넘는 대장정을 거쳐 왔다는 의미가 된다. 도대체 몇 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뱀장어들이 대서양의 서쪽 한복판에서 어떻게 북유럽 해안까지 이동할 수 있었을까. 이 사실만으로도 신기하지만 뱀장어가 여러 번 변신을 하고, 바닷물과 민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알게 되면 뱀장어가 얼마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동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뱀장어의 비밀스러운 기원과 생태를 알아내고자 했던 많은 사람들의 탐구와 그 여정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뱀장어는 알에서 부화한 후 네 번의 변태를 거쳐 다시 태어난 산란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뱀장어의 엄청난 이동거리를 고려한다면 이 작고 평범해 보이는 뱀장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인간은 뱀장어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 긴 여정을 따라 이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저자는 아마도 인간이 이 질문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뱀장어는 멀리 떨어진 강과 웅덩이가 있는 민물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살아도 어느 시기에 알을 낳기로 결정하면 자신의 갈 길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뱀장어의 특성을 보고 사람도 뱀장어처럼 자신이 선택한 길에 그토록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49)라고 묻기도 한다. 인간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뱀장어의 관점에서 이 존재를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의 해양 생물학자 요하네스 슈미트의 집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뱀장어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슈미트는 뱀장어의 유생 상태를 찾아 그 산란지를 밝히기 위해 대서양에서 20년 가까이 뱀장어를 추적했던 인물이었다.


저자는 요하네스 슈미트의 경이로운 행적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세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넓어졌다면, 분명 슈미트와 같이 분명한 목표를 가졌던 사람덕분일 것이다. 이 인물이 보여준 삶의 행적은, 자신이 태어난 장소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는 뱀장어의 본능과 숱한 실수와 방황을 겪으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교차되어 내게 다가왔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뱀장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모른 채 태어나 나이가 먹고, 자손을 낳으며 소멸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는 슈미트의 삶을 보고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마침내 의미를 찾을 수 있다”(96)라고 평가한다. 내게는 저자의 언급이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조물주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고 말하는 유명한 대목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좌충우돌하고 방황하는 존재이지만, 뜻하는 바가 있는 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게다가 슈미트는 오랜 방랑 끝에 인류에게 뱀장어에 관한 많은 중요한 사실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 책에서 뱀장어는 아마도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오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저자와 아버지를 단단히 붙들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뱀장어에 대해 탐구해왔던 사람들을 염두에 두면서 저자는 무언가의 근원을 찾는 사람은 또한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92)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단지 뱀장어의 기원만을 염두에 둔 언급이 아닐 것이다. 회고적인 성격의 글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근원 또한 탐색한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정은 악성 종양 때문에 소멸(죽음)로 나아간 아버지의 삶을 되짚어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은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의 산란지로 되돌아가는 뱀장어들의 여정과도 닮아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뱀장어는 자신이 부화한 곳에 이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다. 좌절된 열망이 어쩌면 방황하는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뱀장어와 인간 모두는 자신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을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뱀장어의 신비로운 생태에 더하여 이들 앞에 큰 시련이 놓여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다양한 요인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영향으로 뱀장어가 바이러스와 기생충에 감염되고, 확산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만든 산업용 독성 물질을 비롯하여 발전소의 수문과 둑 같은 물리적 장애물이 개체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오랫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뱀장어 포획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가 뱀장어의 멸종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뱀장어의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뱀장어의 멸종 위기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뱀장어는 그 생태적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멸종 위기종의 판정처럼 번식개체수로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뱀장어가 정확히 얼마만큼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뱀장어 낚시를 하며, 생물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배워온 저자는 독자에게 뱀장어의 소멸에 대한 경각심을 마지막으로 일깨워 준다.


정리해본다. 이 책은 뱀장어에 대해 알고자 했던 사람들의 탐색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저자의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저자는 뱀장어가 매력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아마도 이 대상이 지식과 믿음 사이의 교차점이기 때문’(37)이라고 언급한다. 이건 존재를 이해하는 일에 틈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 탐색 과정으로 남게 되는 일인지 모른다. 유럽 뱀장어에게 사르가소해는 세상의 끝이지만 한편으로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물론 개체 대부분은 이 근원에 도달하지 못하고 소멸된다. 인간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뱀장어가 모두 같은 목적지를 지향하지만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정확히 같지도 않다고 전한다. 뱀장어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밟아가는 삶의 여정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그 근원인 죽음으로 반드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이와 같이 동일한 목적지를 향하지만, 여기에 이르는 여정은 각자가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여정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담긴 뱀장어의 이야기는 놀라운 지식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은유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통찰을 믿기로 한다. 저자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뱀장어와 아버지와 얽힌 이야기들은 내게 줄곧 이런 삶의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이 책은 지금 내 삶의 여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런 세상에 대한 이해는 뿌리가 끊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을 언급하며 - P27

"나는 왜 뱀장어가 매혹의 원천으로 여겨지는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지식과 믿음 사이의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의 성격, 본질을 언급하며 - P37

"뱀장어가 물고기와 다른 모든 동물을 예외로 만드는 점은 유생단계에서 하는 엄청난 규모의 장거리 이동이다." - P90

"무언가의 근원을 찾는 사람은 또한 자신의 근원을 찾는다." - P92

"사르가소해는 세상의 끝이지만,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 - P94

"세상은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부조리한 곳이다.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마침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P96

"모든 문이 당신에게 열려 있지는 않으며, 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족하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 P102

"너는 뱀장어이니 뱀장어로 돌아갈 것이다."
- 창세기에 나오는 표현 - P142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 어쨌든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존중이 필요한 책임이었다. 동물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존중은 물론이고 우리 책임에 대한 존중이." - P158

"뱀장어는 좀처럼 으스대지 않는다. (...) 뱀장어는 환경이 제공하는 것을 먹는다. 뱀장어는 멀찍이서 방관하며, 어떤 관심과 인정도 바라지 않는다. (...) 뱀장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유난을 떨지 않는다." - P165

"최초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생을 시작했듯이, 우리 하나하나가 바다의 축소판인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동일한 삶을 시작한다." - P171

"출생지로 돌아가는 긴 여정은 여전히 대부분의 뱀장어에게 좌절된 열망이었다." - P217

"간단히 말해 어쩌면 뱀장어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목표 달성에 대해 저마다 다른 의미와 방법을 가진 개체일 수 있다." - P219

"인간이 뱀장어에 가까워질수록, 뱀장어가 우리 생활에 노출될수록, 뱀장어는 빠르게 죽어간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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