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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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삶 사이사이를 채우는 아일랜드 작가 존 밴빌의 탐구와 상상력을 따라 가고 싶었습니다! 이제 책이 도착했고, 이제 저는 호기심의 문을 열기만 하면 됩니다!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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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이자 1세대 모더니스트라고도 불리는 장욱진 화백의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에 다녀왔다.


전시된 작품이 많아 꼼꼼하게 관람하지 못했는데도 3시간이 걸렸다. 

현재 알려진 그의 작품들만 보아도, 유화730여 점, 먹그림 300여점이나 된다.  


장욱진 화백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역시나 책을 통해서였는데, 그 책이 바로강가의 아틀리에였다. 화백이 쓴 산문집이었다. 화가는 그림으로만 말해야 한다고 언급한 그 역시 자신의 산문을 줄곧 대단하지 않은 글이라고 줄곧 낮추지만, 나는 한 마디 한 마디 귀를 쫑끗 새우고 듣는 학생처럼 조심스레 읽었다. 



















회고전 입구를 처음 들어가면 관람객을 맞는 그림이 바로 댄디한 검은 양복을 입고 붉은 황톳길을 터벅터벅 걸어온 듯한 화백의 자화상이었다. 그는 액자의 그림 속 반대편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관찰하는 듯 나를 맞았다. 이 초상 작업을 한 해가 1951년이었다. 전쟁 중이던 조국의 황금들판을 가로질러 화백은 어디로 향하고 있던 것일까?



독립서점이면서 책을 만들기 시작한 청계천의 소요서가에서 두 번째로 만든 책이 도착했다. 바로 이 초상화의 그림이 담긴 엽서와 함께! 이 책은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정영목이 집필한 《단순한 그림 단순한 삶 장욱진이다. 



책을 처음 받아 처음 펼쳐보고 감탄했던 것은 단순히 광택이 덜한 고급지를 사용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완전히 펼칠 수 있게 제본되어 두 지면에 걸친 그림을 보기에 좋다. 양쪽 지면에 그림이 배치되어 있는 경우도 각 지면이 활짝 펴져 각각의 그림이 작은 벽에 걸린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에 수록된 자화상을 전시회장을 들어서자마자 만나 반가웠다. 화백은 붉은 황톳길을 걸어 어디로 향하고자 했던 걸까. 그 실마리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싶어 조바심이 난다. 이 그림이 책에 수록된 그림 크기 정도보다 작아보여서 놀라기도 했다. 


문외한의 눈으로 본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는 반복되는 주제가 있었다. 

사람(가족), 새(주로 까치), 황소, 강아지(특히 검은 강아지)와 같은 동물들, 나무와 화분 등의 식물들, 그리고 해와 달이 반복적인 주제를 이루는 듯 했다. 이 '흔해보이는' 대상으로 그토록 다양하게 그림의 방법을 실험하며 이들 주제에 천착했던 이력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이 모든 구성원들이야말로 세계를 이루며 그의 가족이 된 존재들이었다. 동시에 이 '가족'들은 고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집에 와서 다시 《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을 펼쳐 전시장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떠올리고, 그 때의 감흥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의 발색이 꽤나 좋은 것 같다. 다만 몇몇 이미지는 확대와 크롭을 해서 그런지 해상도가 다소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무엇보다 그림에서 전해지는 화백의 따뜻하고 때론 천진난만한 시선이 작은 아쉬움을 무마해주는 듯 하다. 또 대부분 유화 작품인데도, 물감을 유기용매에 상당히 희석해서 사용해서인지 수채화 내지는 수묵화의 농담을 구현한 듯한 느낌을 처음 보았던 부분도 인상깊다. 


여기에 책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 말고도 전시회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림을 담고 있는 액자다. 아마도 화백이 그림을 완성한 후 당시에 만든 액자들이 꽤 있는 듯한데, 많은 작품이 캔버스에 직접 그렸기 때문인지 작은 액자를 보다 큰 액자에 넣은, 2중의 액자 형식을 취한다. 그러니까 큰 액자 속에 작은 액자 전체가 하나의 입체작품처럼 통째로 끼워져 있다는 말이다. 말만으로 이해하면 꽤나 둔해보이기도 할 것 같은데, 의외로 이런 액자가 독특하고 참 아름다웠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전시회에서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도록이나 책에는 잘 나오지 않는, 아름다운 액자의 모습, 그리고 그림과 조화된 액자의 선택과 관련한 사항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 그러니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전시장을 직접 찾아 보시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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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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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는 애도하기, 그리고 인간이길 다짐하는 일


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책읽는고양이] (2023) 




인간은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 종이지만 동시에 취약하고 어두운 존재이기도 하다. 올해 100주기를 맞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하 간토학살)은 인간이 지닌 어두운 면을 일깨워주는 역사다. 백년 동안의 증언을 읽으며 그 시각, 그 공간에 내가 있었다면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간토학살을 목격한 유학생들이 느꼈을, 아찔한 감각이 느껴지는 듯했다. ‘1550이라는 일본어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나 역시 아라카와 강변의 땅속 어디엔가 묻혀 흙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간토학살은 국가의 비호아래 자행된 국가 폭력이다. 당시 학살에 참여했던 나라시노 기병 연대의 한 병사가 증언했던 것처럼, 이 사건은 조선인 사냥에 다름 아니었다. ‘불령선인에 대한 단속과 조선인 보호라는 명목은 오히려 조선인 학살을 허가 하는 국가 공인 살인 면허였던 셈이다. 여기에 더하여 같은 일본인임에도 사회주의자나 노동조합원을 탄압하고 학살한 행위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자국의 장애인과 불순분자들을 잡아들여 수용소로 보냈던 나치독일의 만행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20년 넘게 관련 자료를 모으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간토학살을 경험한 조선인과 일본인들의 증언이나 시 또는 소설 등을 통해 사건을 기억해온 노력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여기에 간토학살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희생자들을 추모해온 후손들의 노력도 담겨 있다. 내겐 이 책이 저자가 마음을 다해 치르는 애도 의식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해야만 한다는 말을 뻔한 물음에 구태의연한 답변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토학살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야카와 야스히코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추도비를 세우고, 50년 동안 매년 추도식을 하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간토학살과 희생자를 기억해온 일본인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왜 이토록 집요하게 기억하려 했을까? 이제 간토학살 이후 한 세기가 지났다. 여전히 변함없는 일본 지배층과 한일 양국 정부의 태도를 보며 깨닫게 된 것 한 가지는, 우리의 냉소와 망각이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는 비극을 조장하고, 심지어 동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전망이다.



간토학살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 총구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한다. 조선인도 일본인도 체온을 가진 것처럼,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165)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간토학살은 소수 집단을 대상화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함으로써 가능했다. 인간을 사물화 하는 행위는 행위 주체의 인간성도 파괴하고야 만다. 나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비국민이라는 문제의식과 변호사 후세 다쓰지가 남긴 유산에서도 발견한다. 그가 설립한 자유법조단이 여전히 인권 변호사들의 모임으로 남아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저자는 간토학살에 관한 증언과 기억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무엇보다 양국의 화해를 추구한다.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일은 혐오나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억하기야말로 화해를 위한 첫 걸음인 까닭이다. 이런 의미에서 목숨을 걸고 간토학살의 진상을 조사하고 조선인들을 변호한 후세 다쓰지나 오야마 레이지 목사의 부단한 사죄 운동에 주목한다. 남아 있는 자들에게 기억하기,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할 시공간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가 간 화해 전망이 암울하기만한 지금,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애도를 양국의 시민들이 함께 이어가길 희망한다.



간토학살은 일본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축소·은폐되고 왜곡되어 왔다. 한국과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저항했다. 이들의 모든 노력이 비록 희미해 보이더라도, 나는 여기에서 작은 희망의 빛 조각들을 발견한다. 물론 과거를 기억하는 일만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와 고통을 다 벌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억함으로써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애도해야 한다. 잊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위한 애도는 우리가 같은 인간임을 애써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책은 일본 시민들이 꾸준히 이어온 화해의 요청을 보여준다. 한국 독자로서 나 역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답하고 싶다. 한국과 일본에서 빛을 내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과거와 우리 안의 어둠을 환하게 밝힐 수 있도록. 그리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도록 말이다




[책 속으로]


[1] "발음 하나를 듣고 사람의 목숨을 따진다는 것은 희극적 비극이요, 광기의 오락이었다."(70)

[2] "서사시적 정신이란, 어떤 현실적인 어둠에 압도되지 않고, 아울러 어떤 어둠도 밝혀내는 광원을, 현실과 서로 관련지어, 그것과 격투하면서, 시인 자신을 주체로서 창조하여, 장치하는 정신이다."(72)
- 간토학살을 다룬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평론 「두 가지 조선 서사시에 대하여」중에서

[3] "(조선인 ‘보호’ 수용 방침과) ‘후테이센징(불령선인)’에 대한 ‘단속과 보호’라는 이중적인 지시는 사실 학살령과 다름없었다."(89)

[4] "어른들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간에게 진정한 어둠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상상도 못할 텐데, 그 공포는 인간의 정기를 빼앗는다."(97)
- 세계적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가 13세 때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자신에게 죽창을 쥐어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한 생각

[5] "비극의 역사를 삭제한다면, 그 비극의 결과를 모르는 이들에 의해 비슷한 집단적 폭력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104)

[6] "불순한 무정부주의자들이 대지진으로 혼란한 틈을 타서 정부를 전복시키려 하기에 살해했습니다."(137)
- 아나키스트 오스기 사카에를 살해한 용의자 아마카스 마사히코 헌병 대위의 재판 증언

[7] "그래도 이놈은 조선 사람인걸요.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조선 사람도 같은 인간이야. (...) 남자의 체온이 류타의 손에 따뜻하게 느껴졌다. (...) 역시 부모도 형제도 있겠지. 세이다로오가 말한 ‘같은 인간이다’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류타의 가슴에 와닿았다."(164)
-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총구》의 문장 재인용

[8] "어떤 말로 추모하더라도 조선 동포 6000명의 유령은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184)
- 변호사 후세 다쓰지가 1923년 12월 간토학살 조사 후 결과 보고로 쓴 문장

"일본인으로서 전 조선 형제에게 사죄합니다."(185)
- 후세 다쓰지가 1926년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보낸 사과문

[9] "일본이 어느 정도 사죄한다 해도 충분하지 않은 큰 범죄를 한국에 범했습니다. 게다가 아직 한국인에게 일본은 충분히 사죄하지 않고 있습니다."(196)
- 오에 겐자부로가 2015년에 한 말

[10] "일본국 안에 들어오지 못한 오키나와인과 재일조선인은 차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 오키나와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많은 조선인이 미국의 스파이라는 명목으로 학살당했다."(205)

[11] "쉽게 한국에 사과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정치가처럼 혀로 사과한다고 하지 말고, 그 시간이 있으면 한국을 공부하세요. 한국을 공부하는 것이 사과하는 태도입니다."(223)
- 오무라 마스오 교수가 한국 문화 기행을 함께 한 와세다 대학생들에게 한 말

[12] "이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민족 차별을 없애고, 인권을 존중하며, 선린우호와 평화의 큰 길을 개척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228)
- 일조협회를 세운 미야카와 야스히코의 말

[13] "우리들 일본인은, (...) 우선 국모를 죽이고, 토지를 빼앗고, 아름다움을 빼앗았고, 이름을 빼앗고, 언어를 빼앗고, 사람을 빼앗고, 생명을 빼앗았습니다. 나아가 여성을 일본군의 위안부로서 징용해,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신사 참배를 강요해,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투옥해, 고문을 가했습니다. 이 사실을 많은 일본인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며, 저희 일본인은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247)
- ‘사죄 운동’을 했던 오야마 레이지 목사의 말

[14] "사회와 화해를 통해 우리는 더 자유를 느끼고 건강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국가와 국가 사이만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남편과 아내, 사장과 노동자가 끊임없이 사과하고 용서하고 화해해야 합니다."(257)

[15] "사회의 삼각형 제일 위에 천황이 있고 가장 아래는 천민이 위치하는 등 수직적 관계가 견고히 형성되어 있다. 이 종속적 구조를 따르지 않는 거주자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262)
- 일본의 종사회(다테사회)의 특징을 설명하는 말

[16] "무라카미 하루키는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라고 했다. 백년을 제대로 기억하려면, 호주 총리나 독일 총리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법적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277)

[17] "한일 사이의 백년을 기억하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기회다.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 강제 징용,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은 인류의 문제다. 백년을 기억하는 것은 피해 의식이나 자학적 태도가 아니다. 구원의 방법은 이미 과거에 있으며, 진정한 희망은 과거의 기억에서 나온다."(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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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증언>

: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김응교 지음 [책읽는고양이] (2023)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인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에 간토대지진이 발생했다. 이어지는 나날들은 지옥이었다. 내가 이 때 일본에 있었다면, 그래서 ‘15엔 50전’을 의미하는 일본어 ‘쥬우고센 고주센’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면, 나는 죽창에 찔려 죽거나 일본도에 베어 죽었을 것이다.

 

 

 

시인이자 비교문학 연구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교수가 20년 넘게 모은 자료와 발표한 글을 모아 써낸 <백년 동안의 증언>은 일본의 군부가 퍼뜨린 유언비어와 학살로 얼룩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하 간토학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이 책은 주로 일본의 시민들에 어떻게 이 사건을 조사하고 기억해왔는지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13살이던 소년에게 조선인을 죽이라고 건넨 죽창을 들고 인간에 대해 회의했던 구로자외 아키라의 증언, 조선인을 학살하는데 앞장섰던 자경단 딘원이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학살 현장을 보고 이와 손절하고 이들을 비판하고 풍자했던 정황, 간토대학살을 기록하는 시를 썼던 시인이자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이야기, 비국민으로서 일본 정부를 비판했던 오에 겐자부로 등등의 사례가 나온다. 또 변호사 후세 다쓰지는 목숨을 걸고 간토학살을 조사하고 조선인들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왜 그렇게 행동했고 그럴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무엇보다 한일 양국의 화해를 바라는 책이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알아야하고 기억해야만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한다. 올해 100주기를 맞은 간토학살에 관한 도서 한 권을 해가 바뀌기 전에 읽어보고자 했다.

 

 

 

 

 

 

[책 속으로]

[1] “서사시적 정신이란, 어떤 현실적인 어둠에 압도되지 않고, 아울러 어떤 어둠도 밝혀내는 광원을, 현실과 서로 관련지어, 그것과 격투하면서, 시인 자신을 주체로서 창조하여, 장치하는 정신이다.”(72)

- 간토학살을 다룬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평론 중에서

 

 

 

[2] “어른들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단에게 진정한 어둠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상상도 못할 텐데, 그 공포는 인간의 정기를 빼앗는다.”(97)

-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가 13세 때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자신에게 조선인이 보이면 죽이라고 죽창을 쥐어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한 생각

 

 

 

[3] “일본이 어느 정도 사죄한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은 큰 범죄를 한국에 범했습니다. 게다가 아직 한국인에게 일본은 충분히 사죄하지 않고 있습니다.”(196)

-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2015년에 한 말

 

 

 

[4] “무라카미 하루키는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라고 했다. 백년을 제대로 기억하려면, 호주 총리나 독일 총리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법적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277)

 

 

 

[5] “백년을 기억하는 것은 피해 의식이나 자학적 태도가 아니다. 구원의 방법은 이미 과거에 있으며, 진정한 희망은 과거의 기억에서 나온다.”(279)




[1] "서사시적 정신이란, 어떤 현실적인 어둠에 압도되지 않고, 아울러 어떤 어둠도 밝혀내는 광원을, 현실과 서로 관련지어, 그것과 격투하면서, 시인 자신을 주체로서 창조하여, 장치하는 정신이다."(72)

- 간토학살을 다룬 시인 쓰보이 시게지의 평론 중에서

[2] "어른들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단에게 진정한 어둠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상상도 못할 텐데, 그 공포는 인간의 정기를 빼앗는다."(97)

-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가 13세 때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자신에게 조선인이 보이면 죽이라고 죽창을 쥐어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한 생각

[3] "일본이 어느 정도 사죄한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은 큰 범죄를 한국에 범했습니다. 게다가 아직 한국인에게 일본은 충분히 사죄하지 않고 있습니다."(196)

-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2015년에 한 말

[4] "무라카미 하루키는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라고 했다. 백년을 제대로 기억하려면, 호주 총리나 독일 총리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법적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277)

[5] "백년을 기억하는 것은 피해 의식이나 자학적 태도가 아니다. 구원의 방법은 이미 과거에 있으며, 진정한 희망은 과거의 기억에서 나온다."(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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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마리아 투마킨 지음

서제인 옮김 [을유문화사] (2023)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는데, 표지와 디자인부터 남다르다. 다섯 개로 구분된 장(chapter)의 제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이런 문구, 혹은 문장을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은가 짐작해본다.



첫 번째 이야기는 청소년 자살을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자살한 이들보다는 당사자를 상실한, 사건 후 남은 자들에게 몰아닥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애도의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는 ‘죽음’이 기피되어버린 사회다. 죽음의 ‘뒤처리’까지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아니라 외주화되어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자살’이라면, 단순한 기피가 아니라 ‘금기어’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자들은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억압받는다. 애도의 장소와 시간, 그리고 애도의 언어는 이들에게 관대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환경이 황폐해져가고, 나의 삶이 망가져감을 알 때,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을 안고 두 번째 장을 펼친다.


























[책 속의 문장들]

“인간의 삶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전성기에는 샐러드의 나날들이 있고, 삶의 끝에는 캐서롤의 나날들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떠나면서 뒤에 남겨 둔 이들에게는 캐서롤 이후의 영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22)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런 태도가, 이런 두려움의 부재가, 너무도 새로워서 금방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날 지경이라는 것이다."(62)


"조앤 디디온은 말한다. ‘애도는 사실 하나의 장소다. 우리 중 누구도 거게 도착할 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장소.’"(73)


“멜라니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썼다. ’우울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하나의 언어다.‘”(80)






#도서협찬 #고통을말하지않는법 #마리아투마킨 #서제인번역가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인문 #사회문화 #도서추천



[1] "인간의 삶을 이렇게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전성기에는 샐러드의 나날들이 있고, 삶의 끝에는 캐서롤의 나날들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떠나면서 뒤에 남겨 둔 이들에게는 캐서롤 이후의 영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22)

[2]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해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이런 태도가, 이런 두려움의 부재가, 너무도 새로워서 금방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날 지경이라는 것이다."(62)

[3] "조앤 디디온은 말한다. ‘애도는 사실 하나의 장소다. 우리 중 누구도 거게 도착할 때까지는 알지 못하는 장소.’"(73)

[4] "멜라니는 자신의 책 서문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썼다. ’우울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하나의 언어다.‘"(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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