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비룡소 클래식 39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 비룡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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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어 온 러디어드 키플링의 <<정글북>>이 이번에는 어린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원작을 충실하게 옮긴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의 <<정글북>>으로 찾아 왔습니다. 6월에 영화 <정글북>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 책의 출간이 더없이 반갑네요. 늑대 굴에서 자란 늑대 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정글북>>을 모글리 이야기로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 <<정글북>>은 키플링의 단편집이랍니다. 이 책 <<정글북>>에서는 모글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세 편 [모글리의 형제들][카아의 사냥][호랑이다!호랑이야] 그 외 [하얀 물개]["리키티키타비"][코끼리들의 투마이][여왕 폐하의 신하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키플링의 교훈은 바로 모글리가 갈색 곰 발루에게서 배우는 '정글의 법칙'에 담겨 있는 윤리적인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 어른에 대한 존중, 절제, 강인함, 생존을 위한 인내, 자만심에 대한 경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생존을 위한 인내 등이 바로 그런 가들이다. 또한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당신과 나, 우리는 한 핏줄"이라는 형제애와 동료애의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중략) 따라서 아무리 잘난 존재라도 겸손함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키플리의 생각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본문 341, 342p)

 

 

지금까지 읽어왔던 모글리의 이야기는 늑대 굴에서 자라게 된 늑대 소년 모글리가 정글에서 성장하게 되는 모험을 담은 성장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는데, 이 작품에서 만난 모글리의 이야기는 그동안 흥미, 재미 위주의 모글리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늘 유쾌한 이야기로만 접했던 탓인지 이 작품에서 만나는 모글리의 이야기는 제국주적인 맹목적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커플링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좀더 두각되어, 유쾌함보다는 인간세상을 비판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지요. 특히 약육강식의 냉혹한 정글의 세계와 나와 다른 이에 대한 편견이 모글리를 통해서 강하게 표현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글리를 사랑하는 늑대형제와 발루, 바기라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이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가가 강하게 전달되어 지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간 사회로 돌아간 모글리가 인간들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다시 정글로 쫓겨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잘못된 사고가 얼마나 비정한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덧붙히자면, 인간들 속에서 태어났지만 인간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쳐 나온 바기라를 통해서 현재 불거지고 있는 돌고래쇼 사건과 맞물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기에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는 아닐까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횡포를 피해 꿈의 섬을 찾아 떠나는 하얀 물개 코틱의 이야기를 담은 <하얀 물개>, '검은 뱀'이라는 뜻을 가진 칼라나그 코끼리와 조련사 작은 투마이와의 우정을 다룬 <코끼리들의 투마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지요.

 

 

<<정글 북>>은 이처럼 의인화 기법을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데, 모글리 이야기는 인간 세상의 비정하고도 비열한 약육강식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그동안 접해왔던 <<정글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낯설기는 하지만, 작품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가 이 작품 속에 잘 묻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는 키플링의 정치적 논란을 떠나 '늑대들과 함께 자란 모글리가 온갖 모험을 겪은 뒤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하얀 물개가 타성과 관습에 젖은 종족을 일깨우기 위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행위, 홍수로 떠내려 와 홀로 남게 된 몽구스 리키티키타비가 코브라 나그와의 목숨을 건 싸움 끝에 사람이 사는 집에 정학하게 되는 과정(본문 343p)' 등은 성장의 과정,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정글북>>은 이렇게 성장과 정체성, 인간과 자연의 조화 더 나아가 정치와 사회 비판 등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정글북>>은 이처럼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완역본이기에 키플링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생 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하는 과정이 키플링 자신에게는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경험과 생각,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들려줬던 키플링이 앞으로 험한 세상에 진입하게 될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정글북』을 포함한 이야기책이 아닐까 싶다. (본문 344p)

 

(이미지출처: '정글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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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김밥의 맛]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궁무진한 김밥의 맛 레시피팩토리 라이브러리 시리즈 2
레시피팩토리 라이브러리 엮음 / 레시피팩토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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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소풍을 갈 때마다 저는 김밥을 손수 만들어서 싸줍니다. 김밥을 잘 만들어서가 결코 아니라 소풍날만이라도 아이를 위한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랍니다. 소풍날 아침이면 집앞 김밥집 앞에는 엄마나 아빠가 도시락통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나 시간적인 면에서 그리고 맛에서도 어쩌면 김밥을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어느 집에서 산 맛있는 김밥' 보다는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이 더 의미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새벽부터 일어나 고집을 피우는 것이지요. 며칠 전에도 작은 아이가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김밥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싸주고 출근하느라 하루가 정말 피곤했지만, 제가 직접 김밥을 싸서 소풍을 보냈다는 마음에 뿌듯했답니다. 헌데 여기에 김밥이 아주 맛있고, 예쁘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그렇다면 아이의 소풍날이 두 배는 더 즐거워질텐데 말입니다.

 

 

레시피팩토리 <<무궁무진한 김밥의 맛>>은 김밥 만들기의 기본 과정을 완전 정복하고 다양한 김밥을 맛볼 수 있는 레시피&응용 아이디어를 소개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소풍, 나들이를 위한 아이가 좋아하는 맛과 남편, 남친 도시락을 위한 중독적인 맛, 냉장고를 털어서 즐기는 소박한 맛과 주말에 즐기는 색다른 맛으로 나누어 39가지의 다양한 김밥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동안 늘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맛의 김밥만을 싸왔던 저에게 이 책은 정말 신세계였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김밥의 종류를 소개하기보다는 단계별로 차근차근! 기본 김밥 완전 정복을 통해 초보자도 김밥을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더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SOS! 실패했을 땐 여기를 주목하세요!]편이랍니다. 가끔 밥이 질게 될 때가 있고, 옆구리가 터져서 고민일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은 걱정스러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고 있어요. 요 팁만 알아도 김밥이 지금보다는 두 배는 더 맛있어 질 거에요.

 

 

 

 

[단계별로 배우는 김밥 완전 정복]편은 김&김발 준비하기, 고슬고슬하게 밥 짓기, 밥 양념하기, 속재료 조합하기, 속재료 맛있게 준비하기, 돌돌~말기, 깔끔하기 썰기, 예쁘게 담기 등을 통해 김밥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상세하게 짚어주고 있어요. 쌀 종류에 따라 밥 짓는 법이나 다양하게 김밥을 마는 법 등은 김밥을 더 맛있게, 다양하게 만들 수 있게 도와준 답니다. 소풍가는 날에 엄마가 김밥을 만들고 있으면 아이도 덩달아 좀 설레어 하지만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의 불만이 늘 있었답니다. 김밥을 먹을 때만이라도 야채를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의 불만접수를 모른 체 했었는데, 이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의 김밥으로 아이 마음에 쏙 드는 김밥을 준비해줘야겠어요. 냉장고 속 재료&반찬 2~3가지로 만드는 [소박한 맛] 김밥 소개도 눈길을 끕니다. 무말랭이, 진미채, 두부, 묵은지 등도 김밥 재료가 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네요.

 

 

 

<<무궁무진한 김밥의 맛>>은 이렇게 상세한 팁, 왕초보도 만들 수 있는 꼼꼼한 기본과정 설명, 용도에 따른 다양한 레시피와 다양한 재료의 활용 등으로 활용도가 높은 책이에요. 김밥은 재료 준비가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 아이들 소풍 갈때나 만들어 먹곤 했는데, 이 책은 손쉽게 김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며, 다양한 레시피를 수록해주고 있어 김밥을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 같아요. 이제는 식구들 입맛에 맞는 김밥을 만들 수 있으며 냉장고 남은 반찬을 정리할 수도 있어서 김밥을 자주 만들어 먹게 될 거 같습니다. 저녁 메뉴가 걱정인 날에도 정말 제격인 거 같아요. 간단하지만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을테니까요. 다양할 꿀팁이 정말 마음에 드는 <<무궁무진한 김밥의 맛>>, 강추입니다. 이제 사먹는 김밥보다 더 맛있는 김밥을 만드실 수 있을 거에요.

 

 

(이미지출처: '무궁무진한 김밥의 맛'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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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속담
강민숙 지음, 구연산 그림 / 미래주니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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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이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 오는 쉬운 격언을 말합니다. 대개 비유적인 표현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속담을 통하여 큰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강민숙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속담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속담은 가장 짧게 줄인 교훈이라고 하지요. 때문에 긴 설명보다는 짧은 속담을 통해서 간략하지만 깊이 있고 인상 깊게 뜻을 전달할 수 있어 대화 속에서 자주 사용하게 되지요. 이렇게 속담을 사용하다보면 대화가 더욱 풍부해지고 깊이 생각하는 방법과 어휘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답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래 내려오면서 생활 풍습과 생활 속 지혜도 배울 수 있게 되지요. 이에 미래주니어에서는 아이들이 속담의 바로뜻과 깊은뜻을 배울 수 있는 <<처음 만나는 속담>>을 선보였습니다.

 

 

<<처음 만나는 속담>>에는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속담 89개가 수록되어 있어요. 정확한 속담 원문을 넣고, '바로뜻'과 '깊은뜻'으로 속담의 뜻을 자세하게 풀어 설명하고 있지요. 또한 동화와 유쾌한 그림으로 속담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답니다. 속담은 ㄱㄴㄷ… 순서에 의해 차례대로 구성해놓았기 때문에 나중에 찾아보기도 쉽겠네요.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한 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지와 잎이 흔들린다는 뜻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속담은 '재미 많은 형제'들이라는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통해 그 의미를 배울 수 있고,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했을 때 쓰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동화'왕이 된 백수' 를 통해 그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다소 걱정이 되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는 '호랑이 무서워 산에 못 갈까'라는 동화로 속담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사냥을 간 장자''연이와 버들잎 소년''훈장님을 따라 한 죄''김삿갓이 떠돌이가 된 이유''호박씨를 깐 영감''도깨비의 기억력''독장수 구구''부자에게 돈을 빌려간 두 사람''까치와 황새' 등의 동화로 속담을 배워볼 수 있어요.

 

 

이 책의 특징은 속담의 뜻과 그 안에 담긴 깊은 내용을 해석한 '바로뜻'과 '깊은뜻'으로 풀이함으로써 속담의 뜻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또한 [깊이 생각해 보기] 코너를 통해 속담에서 주는 교훈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속담과 동화 거기에 유쾌한 삽화까지, 그야말로 재미와 유익함이 공존하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속담 하나에 1~2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라 조금씩 나눠 읽을 수 있어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속담을 통해 깊이 생각하는 방법과 어휘력을 키우고 더불어 우리 조상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_글쓴이 강민숙

 

(이미지출처: '처음 만나는 속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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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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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오베라는 남자>로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기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이지만 어쩐지 귀여운(?) 면이 있는 할아버지의 성향이 소설에서는 개성만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적합한 탓이리라. 이 두 소설에 이어 이번에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다. 이 책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예요>>는 오렐리 발로뉴 작가의 첫 소설로 주인공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앞선 두 할아버지와 많이 닮아 있다. 하늘색 표지와 할아버지의 얼굴을 담아낸 표지는 어쩐지 <오베라는 남자>를 연상케하고 있어 독창적인 면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들었지만,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어떤 개성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괴팍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여타의 소설과 달리 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어머니가 몇 시간 더 뒤에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끝까지 버텼지만 14일이 되기 20분 전에 태어난 페르디낭 브룅은 자신의 삶은 이렇게 시작부터 잘못 되었기에 운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여든세 살의 페르디낭은 가족이 없고 친구도 없이 칩거생활을 해왔으며, 자신의 약점들이나 실수들, 감정 따위들을 언제나 자신 안에 가둬두는 고집불통 숫염소였다. 이사를 싫어하고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하는 그가 지금 야반도주를 해야하는 상황에 온 것은 3년 전 아파트에 도착한 것부터였고, 정확히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의 적대감은 제2의 천성, 처세술, 나아가 생존법이 되었다. 그렇다, 생존법이다. 페르디낭은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고독, 육체의 노쇠, 이 모든 게 그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 권태를 잊기 위해 페르디낭이 찾아낸 유일한 활동은 못되게 구는 것이다. 이것은 일단 발동하면 누구도 예외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본문 53p)

 

인생의 쓴맛을 보게 했던 부인의 바람으로 인한 이혼 이후 페르디낭은 이 아파트로 이사오게 되었고, 마치 함께 살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서로 잘 맞았던 아파트의 모든 사람들의 평화는 이로써 깨지게 되었다. 알 수 없는 과거와 이상한 비행들로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 페르디낭은 누구에게나 공포감을 안겼고, 페르디낭의 이혼한 전 부인이며 아파트의 진짜 주인인 루이즈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속도록 악화되었기에 마을 사람들에게 노인에 대한 전쟁이 선포되었다. 이 모든 것을 꾸미고 이끄는 이는 30년도 더 전부터 이 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강철같이 힘센 주먹을 가진 루이즈의 친구인 쉬아레 부인이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그녀는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했고 패거리들의 도움을 받아 페르디낭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치게 할 계획을 짜냈다.

 

그가 결코 계산하지 않고 퍼주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 데이지다. 데이지는 그의 암캐, 그에게 가장 충실한 암캐다. 데이지와는 모든 게 단순하다. 교활함이 없다. 속박이 없다. 애정을 미끼로 하는 협박 따위도 없다. 소소한 배려든 부드러운 말이든 찔끔찔끔 인색하게 굴 필요가 없다. 어찌 되었든 그는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히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본문 23p)

 

페르디낭은 인생을 쉽게 사는 무난한 성격이 아닌데다 누구와도 맞지 않는 전압 볼트 같다. 그는 물질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아끼는 사람인데, 그가 결코 계산하지 않고 퍼주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의 암캐인 데이지였다. 그런 데이지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죽게 되자 페르디낭은 실의에 빠지게 되고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운 좋게도 약간의 찰과상과 치아가 하나 빠진 것 외에는 다친 곳이 없자 페르디낭은 자신의 삶을 다시 살기로 결심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딸 마리옹은 페르디낭을 양로원으로 보내기로 하지만 페르디낭이 완강하게 거절하자 관리인인 쉬아레 부인의 감독을 받는 조건으로 유예기간을 두게 된다. 이렇게 데이지의 죽음과 양로원에 가야하는 위기에 닥친 페르디낭에게 윗집에 새로 이사온 꼬마 줄리엣과 이웃집 노파 베아트리스가 다가오면서 페리디낭은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쉬아레 부인의 죽음으로 페르디낭은 쉬아레 부인 살해범으로 고발되어 유치장에 갇히게 되는 더 큰 위기에 닥친다.

 

"내가 할아버지 집에 오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이 아파트 건물에서 유일한 할아버지이고, 나는 학교 식당에 가기 싫어서예요. 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가 좋아요. 할아버지는 재밌고 웃겨요." (본문 109p)

 

등 뒤로 문이 닫힐 때도 페르디낭은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클로델 부인의 마지막 말을 되뇌었다. '친절한 이웃집 할아버지.' 그의 특징을 말하기 위해 이 단어가 합쳐진 것은 그야말로 처음 있는 일이다. (본문 125p)

 

 

가족, 친구, 이웃과 소통하지 않은 채 온전히 혼자 살아가던 페르디낭 할아버지에게 위기가 닥치는 순간 이웃이 다가왔고,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걸 보면서 독자들은 가족, 이웃과의 소통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꼬마 줄리엣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줄리엣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괴팍하고 까칠한 할아버지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또 하나의 오해가 생기게 되지만 말이다. 읽는내내 <오베라는 남자>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지만 '웃기지 않는데 어쩐지 웃긴' 페르디낭 할아버지만이 주는 개성과 웃음과 슬픔이 있기에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가끔 우리는 할아버지들의 꽉 막히고 괴팍한 부분에 대해 이러쿵 저렁쿵 말을 하곤 하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그것은 우리들의 그릇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들도 이웃의 관심이 필요했으리라. 이 책을 읽다보니 점점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서 이웃과의 소통이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된다.

 

(이미지출처: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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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의 신 - 처음으로 밝히는 자전적인 교육 이야기
이정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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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이정숙은 「조승연처럼 7개 국어 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좋은 엄마로 생각 리셋」「자녀의 성공지수를 높여주는 부모의 대화법」「부모와 자녀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등의 많은 육아서를 써온 베테랑이다. 저자의 큰아들은 미시간 대학교 건축과 및 동 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세계적인 건축기업 겐슬러에서 세계 주요 도시의 건축을 3D로 디자인하고 있으며, 작은 아들은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 천재이자 통섭적 지식인으로 유명한 조승연으로 뉴욕대 비지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 야간 과정을 동시에 다닌 후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최고의 미술사 학교인 에콜 뒤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하였으며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책임져 두 명의 변호사와 한 명의 대학교수로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한 교육철학을 세웠다고 말한다. 이쯤되면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이 그녀의 교육철학을 궁금해할 것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본능이다. 식욕, 소유욕, 성욕과 같은 레벨의 원초적 본능이다. 그러나 다른 본능들은 인간다워지려면 자제해야 한다며 억제하는 훈련을 받는다. 그렇지만 부모의 사랑만은 오히려 권장한다. 그러다 보니 자식 사랑의 본능릉 못 이겨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기 쉽다. 나 역시 본능적인 자식 사랑을 억제할 능력이 없었다. 수많은 아픔과 경험 끝에 생겼을 뿐이다. (본문 9p)

 

저자의 부모님은 아들 셋, 딸 둘을 두었는데 첫째 남동생이 공부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갈등을 빚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저자가 본능적인 자식 사랑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이런 아픈 경험 때문이라고 말한다. 1장 [아픔 없이 깨달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는 이러한 저자의 가족사를 통해 아버지가 장남 영재 만들기 프로젝트에 집착한 것은 자식 사랑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며 자격지심 때문에 자기 몫까지 해주길 바라는 욕심이 아니었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아버지의 훈육 방법을 그대로 배운 저자 역시 아버지와 비슷한 폭군으로 변했는데 막냇동생과의 일을 통해 저자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책을 읽자니, 폭군은 아니지만 권력을 앞세우고 있는 나의 양육 태도가 심히 걱정되었다. 물론 이러한 나의 양육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무조건적 자율보다는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요즘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부모는 과거 자기가 공부하던 시절에 이미 검증된 분야의 공부에 많이 의존하기 쉽다. 그래서 자식의 미래도 자신이 경험한 바에 따라 결정해야 안심한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변화된 사회라는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경쟁의 장이 열린다는 것은 의미한다. (본문 57p)

 

2장 [직장생활와 양육 사이에서 직장생활을 선택하다] 편에서는 직장 생활로 인해 계모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던 저자의 일화를 수록했다. 계모냐는 물음에도 직장 생활을 그만둘 결심을 하지 않았다는 저자는 '사소한 것은 자식들의 의견을 받아주지만, 엄마가 세운 원칙은 아이가 죽을힘을 다해 떼를 써도 절대 흔들리지 말라'는 부모 자식 간 대화의 원칙을 갖게 되었고, 계모 소리지 들어가며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던 중에 자식에게 등대가 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얻었으며 이는 두 아들의 도덕관과 가치과 형성에 튼튼한 주춧돌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직장맘인 탓에 자식 뒷바라지에 미흡해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나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었으며, 다른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함도 떨쳐낼 수 있었다.

 

자식 공부에 목숨을 거는 엄마들에게 자식의 미래를 밝혀주려면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물 컵을 나르든 창고에서 뚝딱거리며 뭔가 만들든 말리지 말고 지켜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본문 88p)

 

자식이 아무리 귀해도 사춘기 이후로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놔두고, 자식이 요청할 경우에만 개입하는 것이 진짜로 자식을 위하는 길임을 명심하자. (본문 139p)

 

우리 자식들 세대에 선진국으로 넘어가려면 지금의 부모는 자식을 위한 희생보다 동반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자식들에게 옷 하나도 제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게 하는 편협한 태도로는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선진 국민의 자질을 갖출 수 없을 것이다. (본문 171p)

 

3장 [부모가 자식에 대해 모두 알 수는 없다]편에서는 내가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 많이 알려고 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특히 고3 큰아이에게 이러한 성향을 많이 보이는데 이것이 요즘 우리 모녀의 잦은 다툼의 원인이 되는 거 같다. 저자 역시 나날이 치열해졌던 모자간의 싸움이 있었고, 자녀와의 대화법을 발견하고 실행하지 못했다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말하며 자녀들과 대화하는 법만 제대로 배워서 실천해도 육아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6장 [자식의 공부, 인성, 성공을 모두 잡는 10가지 대화법]에서는 그 방법을 수록하고 있다.

 

자녀와 대화를 잘하려면 자녀가 부모의 말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자녀의 취향과 놀이 문화, 취미, 중요시하는 것, 교우 관계, 또래 집단의 심리 등을 공부해야 한다. 부모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무조건 공부하라고만 외치면 자식은 '공부'를 '지긋지긋함' 또는 '지겨움'의 대명사로 인지한다. (중략) 자녀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자식을 원망하지 말고, 부모가 직접 자식의 취미와 흥미 분야, 문화 등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만 공부해도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될 것이다. (본문 268p)

 

고백하자면, 처음 책에 흥미를 끌게 된 것은 두 아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낸 교육법을 공개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 동하여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던 탓이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달은 듯 하다. 물론 그동안 수많은 육아서를 읽어왔기에 나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아픔을 겪은 후 알게 된 깨달음과 두 아들과의 일화 그리고 다양한 예화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는 그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 듯 싶다. 어쩌면 요즘 예민한 고3 수험생 딸과의 잦은 다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로서의 나는 자식의 행복이라는 목적보다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목적이 되어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전적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실로 많은 교훈을 얻은 듯 싶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공부, 인성, 미래의 성공을 모두 가능하게 한 주요 대화법 10가지를 차근차근 실천하다보면 부모로서 내가 궁극적으로 바래야만 하는 아이의 행복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내게 찾아온 뜻싶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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