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조마조마 - 학교 통합교과 그림책 1
어린이 통합교과 연구회 글, 홍미혜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12월
구판절판



상상의 집 출판사에서 <통합교과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구성의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통합교과 그림책이란, 개정 통합교과의 방향에 맞춰 저학년 발달 단계의 특성을 살려 생활에서 뽑아 낸 주제를 통해 어린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광범위한 교과연계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구성한 그림책으로. 구체성 있는 이야기와 통합적인 주제를 통해 어린이 개인의 삶의 경험을 확장하고 맥락을 통한 학습이 가능(책 소개 中)하도록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학교와 나' 대주제를 통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학교'를 주제로 풀어내고 있어요.



어느 덧 2012년 한 해가 하루를 남겨두고 있네요. 3월 떨리고,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새학년이 된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한 학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 새로운 교과에 대한 걱정과 설레임이 가득했던 3월이었는데,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무사히 1년을 맞쳤네요. 하지만 또 3월이 되면 새로움에 대한 걱정과 설레임으로 조마조마하는 마음을 갖겠지요? 그래도 그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1학년 첫 입학할 때와는 조금 달라진 듯 합니다.

2년 전 입학식을 앞두고 많이 떨리고 걱정했던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런 탓에 2013년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지 십분 이해가 가지요. 그 떨리는 마음이 <<학교 가기 조마조마>> 통합교과 그림책으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 가는 서연이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잠이 오질 않아요.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잘 챙겼는지 걱정이 되나봅니다. 엄마는 마음속에 사는 망아지 조마조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자라며 미소 지으며 말씀하십니다. 침대에 누운 서연이는 마음속에서 연보라색 망아지가 폴짝 뛰어나오자 조마조마와 함께 잠이 들었어요.

옷매무새가 자꾸 마음에 걸리지만 학교에 늦을까 조마조마가 발을 구르네요.



서연이는 학교 앞에 오니 덜컥 겁이 났어요. 그냥 돌아가고 싶지만 조마조마가 머리로 등을 밀었지요. 엄마와 헤어지자 심장이 더 쿵쿵 뛰는 것 같았답니다. 교실로 가는 길, 서연이는 학교의 규칙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서연이는 짝꿍 유리와 인사를 나누고 유리 옆에도 조마조마 한 마리가 있음을 알게되요. 그렇게 서연이와 유리는 친구가 되고 조마조마한 마음에 위안을 받네요. 이제 서연이는 조마조마 대신 유리와 학교에 갈 거에요. 벌써 학교 가는 길이 기다려질 정도랍니다.


입학을 앞둔 떨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책 속에 담뿍 담겨져 있습니다. 조마조마 망아지를 한 마리씩 키우는 아이들은 서연이로 인해 조마조마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서연이를 따라 학교 생활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살펴보고, 학교의 규칙과 친구를 사귀는 법, 용기 내어 자기소개 하는 법, 친구와 잘 지내는 법, 알림장을 쓰는 법도 알게 되지요. 조마조마한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거 같지 않나요?



<통합교과 그림책>은 교과서보다 먼저 보는 책, 교과서를 보고 나서 다시 보는 책이랍니다. 해당 교과 단원을 자연스럽게 담아 낸 이야기를 먼저 읽고 전체적인 주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지요. 어린이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통해서 교과 내용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학과 수업에 대한 조마조마한 마음도 덜어낼 수 있답니다.



엄마 곁을 떠나 혼자 생활해야 하는 초등학교 입학이 아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지요.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일들로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도 많이 있답니다. 초등학교 입학이 두려움이 아닌 설레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교 가기 조마조마>>는 학교에 가는 즐거움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니까요.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조마조마 망아지 대신 즐거움을 선물해주세요.

(사진출처: '학교 가기 조마조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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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생물법정 5 - 식물,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23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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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생물법정> 시리즈와 만나면서 과학에 대한 즐거움, 일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학을 다소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읽어보기 시작한 책인데,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반응이 생겨난 것에 대해 좋은 책을 선택했다는 나름대로의 뿌듯함을 갖는다. 우리 생활 속에서 배우는 과학 이야기가 과학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었고, 과학이 우리 일상 생활과 아주 밀접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일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게 되면서 새로운 것을 알고 깨달아가는 재미가 너무도 크다.



과학공화국 국민들의 생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생물에 대한 관한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자, 생물에 의해 판결을 내리는 새로운 법정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생물법정'이 탄생되었다. 초대 생물법정 판사는 생물짱 박사가 맡았으며, 두 명의 변호사는 생물에 대해 그리 깊게 알지 못하는 생치와 생물경시대회에서 항상 대상을 받았던 생물 천재 비오가 선발되다.

이렇게 해서 과학공화국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물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생물법정의 판결을 통해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싱싱 꽃집에서 일하게 된 부티풀은 식물의 잎들이 전부 초록색인 것에 단순함을 느껴 여러 가지 색의 비닐을 사 와 잎 하나하나에 코팅하여 형형색색 예쁜 잎으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손님들이 사 간 후 식물이 시들해지다가 결국 죽었다며 변상을 요구하여 고소를 당하게 되었는데, 부티풀의 주장처럼 손님이 관리를 잘못한 탓이었는지를 통해서 잎에 있는 기공을 통해 식물들이 호흡을 하는 원리를 배운다.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란 김천재 군은 이번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주관식 문제에서 당황하게 된다.

'모든 식물은 ( )과 줄기와 뿌리를 가지고 있다.' (본문 5p) 의 문제를 맞추지 못해 95점을 맞은 김천재 군은 자신의 창가에 놓인 선인장을 보고 시험 문제를 잘못 낸 선생님을 고소하게 되는데,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잎들이 가시로 변한 선인장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꽃시계를 만들기로 한 플랜트 시는 시계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는데, 이 법정다툼을 통해 식물의 꽃은 빛의 세기와 양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귤 농장에서 귤만 먹고 일을 하다 온통 피부가 누렇게 뜨게 된 사람들은 악덕 주인 나두쇠 씨를 고소하게 되는데, 귤 속에 있는 카로틴 성분은 몸에 필요한 양만 장에 흡수되고 남은 것은 피부 밑 지방에 쌓이게 됨을 알 수 있다. 소개팅을 가지 전에 친구가 차려준 상추쌈을 먹고 잠을 자게 되는 바람에 소개팅을 못가게 된 늘우울 씨는 친구 김칙칙 씨가 밥에 약을 탄 것이라며 고소하게 되는데, 상추의 멜로토닌이 잠을 자게 하는 물질이 있으며, 이 밖에도 귀리, 쌀, 생강, 토마토, 호박씨, 바나나 등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산호초로 유명한 과학공화국의 환상 천국은 관광지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산호초가 동물인지, 식물인지에 대한 다툼이 일었다. 바다 생물인 폴립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 속 화학 물질인 석회질로 만든 단단한 보호 껍질인 산호는 동물이나 산호초는 바위와 비슷한 암초임이 판결된다.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다섯 번째 이야기 <<식물>>에서는,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을 법한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26가지 사건을 통해서 꽃과 잎, 과일, 채소 그리고 파리 지옥, 도깨비바늘 등 여러 가지 식물에 관한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과학성적 끌어올리기] 코너에서는 교과와 연계하여 과학 성적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과학공화국 생물법정>시리즈는 과학이야말로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과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라는 점을 일깨워주는데 안성맞춤인 구성을 갖고 있다.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 시리즈는 과학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호기심을 갖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진출처: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5_식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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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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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선뜻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손을 놓지 못하고 말았다. 책을 읽다가 문득 여행 서적 중 유일하게 좋아했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책을 떠올렸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여행을 통한 여행자만의 느낌 위주로 담아냈던 그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와 암실 이론에 끌려 중고카메라 Canon AE-1을 산 뒤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는 저자에 대한 설명이 왠지 마음에 든다.
어떤 것에 이끌려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보지 않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끌리는대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사진 작업을 하고, 여행을 하는 그의 모습에 제목처럼 끌리고 있는 것인가? 그의 사진 하나하나를 유심히 본다. 여행지의 유명한 건축물이 아니지만, 그 나라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마음에 든다.
오랫만에 여행에 끌리고 있다. 여행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말이다.


이 책은 주제도, 여행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는 저자는 그렇게 순서없이 그날그날의 느낌을 적은 듯 하다. 여행을 통해 깨달아가는 것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복잡한 자신만의 심경 등이 감성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일기처럼 혹은 시처럼 혹은 소설처럼....
나는 이런 여행이 좋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끌리는대로 따라가고, 마음에 드는 그 곳에서 머물러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렇게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라가는 여행이 좋다.
시인 이병률의 끌림처럼 나 역시도 끌림이 있는 여행이 좋다.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테니까요.』
도장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여덟. 거북이 한 마리 中)

여행을 하다보면 순간순간의 감정을 여행 후에는 잊게 된다. 그 여행지에서 남겨 온 사진만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증거로 남듯이.
여행 에세이는 다르다. 여행을 통해서 느꼈던 기쁨 혹은 눈물과 안타까움 그리고 행복이 담겨져 있다.
결코 사진만이 여행의 증거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글 구절구절에서 느껴본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이야기.열하나. 어쩌면 탱고 中)

사랑에 대한 상처를 가진 저자의 마음이 글 속에서 드러난다. 사랑의 상처로 아프지만, 사랑에 행복해하는 듯한 저자의 마음이 여행과 닮아 있는 듯 하다. 여행이 주는 끌림을 좋아하는 그는 여행 속에서 또다른 안타까움을 느끼는 듯 하다.
50여 개국을 정처 없이 떠돌았던 그는 여행 속에서 인생을 본 듯 하다. 그의 인생을 엿보면서 나 역시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사랑, 꿈, 열정 그리고 수많은 감정을 배워가는 여행 속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그려본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이야기. 열아홉. 사랑해라 中)

그의 감성적인 글이 좋다. 그의 평범하지만 마음이 담겨진 사진이 좋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기존의 여행 서적이 아닌 마음을 담은 여행 에세이라 좋다. 끌림이 있는 그래서 쉽사리 책을 놓을 수 없는 이 이끌림이 좋다.

(사진출처: ’끌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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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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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의 대표작가였던 박완서 작가의 타계 소식은 책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너무도 슬픈 소식이었다. 그 시절, 작가의 책 <아주 오래된 농담>은 아직 읽혀지지 않은 책 책장에 꽂혀있었는데 타계 소식을 접한 뒤 서둘러 읽은 것은 박완서 작가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예의였던 거 같다. 저자의 작품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제 그녀가 풀어놓는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접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쉽기만 했다. 헌데 너무도 반갑게도 그 아쉬움을 달래 줄 작가의 신작 <<세상에 예쁜 것>>이 출간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책상 서랍에서 어떤 산문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글을 잘 정리하여 모아놓은 묶음이 딸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늙은이를 너무 부려먹는다니까" 하며 짜증을 내시다가도 글을 쓸 때에는 작가로서의 자존심과 엄격성을 잃지 않았고 시대를 살아온 어른으로서 세상에 좋은 기운을 남겨주시려고 애썼던 노력과 사랑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본문 278p) 딸 호원숙님의 말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아직도 글에 대한 열정으로 글을 쓰시고 계실 것만 같은 여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문득 느껴지는 커다란 공백에 가슴 한 켠이 시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예쁜 것>>은 작가가 살아온 날들의 에피소드를 그녀만의 감수성을 풀어낸 작품이다. [나는 왜 소설가인가]에서는 작가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가정환경과 역사를 되돌아 보았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고, 전쟁으로 인해 빨갱이로 몰렸다가 반동으로 몰렸다가 하면서 온갖 수모와 박해를 당할 때는 언젠가는 저자들을 등장시켜 이 상황을 소설로 쓸 것 같은 예감, 마음에 섬광처럼 번득이는 게 있었기에 지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시골 출신이었던 자신이 서울의 비싼 학교에 다니면서 적응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수록했는데, 몇 해전 처음주니어에서 출간된 동화책 <나 어릴적에>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풀어내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설화가 풍부한 고장에서 태어나서 옛날이야기를 잘하는 가족과 이야기책을 많은 읽고 심심할 때마다 그것을 풀어내기를 즐긴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이야기가 지닌 위안과 치유의 능력에 대해 (본문 21p) 알게 되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여성문학의 대표작가가 되었고, <환각의 나비>처럼 여자들이 받아야했던 상처와 설움을 치유해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은 신이었을까]는 작가의 일상 속의 깨달음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남편이 세상을 뜨고 혼자된 슬픔을 잘 극복하지 못했던 자신이 시간에 의해서 고통이 순하게 치유된 것을 느끼게 되면서,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야말로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본문 80p)

표제작인 '세상에 예쁜 것'은 고통스럽던 병자의 얼굴이 잠든 아기의 발바닥을 보면서 은은한 미소를 띄우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기의 생명력은 임종의 자리에도 희망을 불어넣는(본문 84p) 형용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지갑이 없어 남영역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면서 지금 잃은 건 지갑도, 길도 아니라, 명함만한 주민증이나 카드에 불과한 자신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하게 된 일이나, 묵은 사진첩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내 기억의 창고' 등에 관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나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 자아성찰을 이끌어내고 독자로 하여금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 저자가 그동안 우리에게 기꺼이 보여주었던 선물은 아니었나 싶다.

 

[세상을 지탱하는 힘]에서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외국에 비해 형편없는 우리의 기부 문화에 대해, 심한 흉년이나 수탈이 극에 달했던 식민지 말기, 6.25 등 극심하게 식량이 부족했을 때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웃이 십시일반으로 가난한 이를 돌보았던 쌀 문화 덕이었으며 이것이 바로 밥주걱을 쥔 여자들로부터 우러난 기부였음을 일깨운다. 목적이 봉사인지 권력인지 의심하게 되는 기관들에 대한 씁쓸한 환멸에 대한 뼈아픈 한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전원생활은 고요한가]는 지나친 과소비나 무분별한 개발 등을 접할 때마다 하늘 무서운 생각이 든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일 게다.

만일 자연의 조화를 관장하는 어떤 큰 힘이 있어 인간의 독주와 오만에 분노하여 인간을 멸하고자 한다면, 인간의 지혜를 앞지르는 극미소한 세균을 퍼뜨리면 인간 세상은 간단하게 멸할 수 있지 않을까. (본문 158p)

고양이로 인해 평화롭기만한 건 아닌 전원생활의 푸념이 귀엽게(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느껴졌는데,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도 살짝 엿보았던 작가의 전원 생활의 이야기에서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함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특히 K시인과 꽃이름때문에 옥신각신한 후에 신문 기사에서 그 꽃에 대해 써놓은 것을 보고 속이 다 시원하였다는 글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예전에도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적이 있지만 정말 귀여우신 부분이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는 저자가 피천득, 박경리 선생님이나 손자 등 그리운 사람들에게 써 내려간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글 속에 그들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뿍 담겨져있는데, 작가를 꿈꾸는 누군가는 박완서 작가를 그리워하면 이런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글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오롯히 작가였던 박완서님에 대한 독자의 그리움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총 5장으로 나뉘어진 <<세상에 예쁜 것>>은 편지, 질문에 대한 답, 독자와의 대담과 강연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위안이 되고, 좌절한 사람에게는 현재의 곤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절망한 사람에게는 꿈을, 심심한 사람에게는 남은 어떻게 사나 엿보는 재미를 주었으면 하는 게 작가의 바람(본문 69p)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녀의 작품은 우리에게 늘 그러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런지.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띄울 수 있었던 것은 아기의 생명력이었다는 앞선 이야기처럼 박완서 작가의 빈자리에 그녀의 신작 <<세상에 예쁜 것>>은 그 생명력은 아닐까.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그러기에 한 없이 반가우면서도 그녀의 빈자리가 더 한 없이 안타까워지는 <<세상에 예쁜 것>>이었다.

 

선생님의 천국 또한 그러하리라 믿는다. (본문 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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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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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으레 올해도 내게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무의미하게 보냈구나...라는 생각에 한없이 울적해진다. 새해가 되면 올 한해는 열심히 보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보지만 어김없이 반복되는 연말의 악몽을 맞이한다.

그렇게 훌쩍 보내버린 시간이 벌써 38년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딸에게 시간에 대한 나의 후회스러움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나처럼 시간을 놓치고 있는 딸아이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느 날은 24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지고, 어느 날은 24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진다. 어느 날은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고 또 어느 날은 시간이 훌쩍 흘러 10년 후의 미래였으면 싶은 날도 있다.

시간 은행이라도 있다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저축해놓았다가, 부족한 날에 꺼내 쓸 수 있기라도 할텐데, 책 제목 <<시간을 파는 상점>>처럼,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다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을텐데...시간 앞에 괜한 투정을 해 본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지만 흘러간 시간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시간의 힘. 분명한 것은 시간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절망의 시간을 우리는 희망을 속삭이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책 소개글 中)

 

 

 

책을 선택할 때, 괜시리 수상작에는 더 눈길을 주게 된다. 그렇게 관심을 둔 책에 적힌 소개글, 시간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끌렸다. 연말마다 자책하는 나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딸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내용일 듯 싶어 선택한 작품이다.

시간을 어떻게 사고 팔수 있을까? 호기심이 묻어나는 제목이다. 이 작품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청소년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디딤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시간의 양면성을 재미있게 엮어낸 소설이라고 하니 책을 받은 후의 궁금증과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본문 39p)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카페 상점을 연 온조는 첫 번째 의뢰인 '네곁에'로부터 도난당한 PMP를 다시 주인의 자리에 놓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1년 전 MP3를 훔치고 들통이 나자 자살을 한 친구와 같은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의뢰였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조는 일을 무사히 처리한다.

 

주인공 온조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빠의 성격을 빼다 박았았으며, 옳지 못한 일을 보면 우르륵 끓어넘치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졌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5주기를 맞이한 온조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 곱상하게 생긴 정이현을 짝사랑하는 단짝 친구 난주가 있고, 난주를 믿고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 온조는 소방관이었던 아빠의 못다 이룬 뜻을 되새김질하면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설계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 임무를 무사히 마친 후 행과 불행을 가르는 기회의 신으로 시간 너무, 의미를 관장하는 뜻을 가진 카이로스의 두 번째 의뢰를 맡게 된다.

의뢰인 대신 할아버지와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임무였는데, 온조는 할아버지를 통해 시간, 속도로 인해 범한 오류를 듣게 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헤치며 왔을까 싶네. 그러다가도 꿈결처럼 아스라한 옛일이 되어 현실감이 나지 않기도 해. 요즘은 속도가 너무 빨라. 왜 이리 빠른지 모르겠어. 빠르다고 해서 더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오히려 속도 때문에 사고가 나는 데도 말이야. 기계든 사람의 관계든 지나치게 빠르면 꼭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어. 온조 양도 명심하게." (본문 62p)

 

정이현을 짝사랑하는 난주 때문에 온조를 두 사이를 중개하려다, 정이현이 1학년 가을 체육대회 날, 잠깐 스친 온조와의 과거에 시간을 묶어 두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온조는 시간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되는데,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온조는 시간에 대한 또다른 갈등을 맞이한다.

 

"엄마는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 시간은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렸어. 늘 바쁘다고 하면서 필요 없는 시간들을 너무 많이 소비하면서 시간 없다고 한 거라는 것을 알았어. 엄마는 다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엄마는 소중한 사람드로가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그게 결국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어.......엄마 옆에 새로운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아빠와의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본문 15p)

 

PMP 사건이 다시 문제가 되면서 온조와 네곁에는 한바탕 소란을 겪게 되는데, PMP를 훔친 범인 역시 과거의 시간에 묶여 힘겨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과거라는 시간에 스스로를 묶어 둘때가 있다. 절망적이었던 시간들은 오랜 시간동안 스스로를 옭아매고 미래의 시간까지도 과거에 묶어둔다. PMP를 훔친 아이는 이 시간의 모습을 너무도 잘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말처럼 시간은 생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과거의 시간에 후회를 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나름대로의 시간을 만들었고, 과거의 불행했던 시간을  결국 행복이라는 시간으로 변화시켰으니 말이다.

온조, 의뢰인들을 비롯해 우리는 모두 시간의 굴레에 묶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때가 있고, 때로는 묶여진 과거의 시간에서 나와야 할 때도 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의뢰인들의 문제를 풀어가면서 우리는 시간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과거, 지금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생각해보는, 꼭 필요했지만 해보지 않았던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게 된다.

 

시간이라는 것이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궁금하다.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이 바람은 또 어딘가로 내달릴 것이고 그 자리에는 난생처음 맛보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이 늘 처음인 것처럼. (본문 219,220p)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늘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희망을 갖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행복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지금의 시간을 과거에 붙잡아두지 않는다면, 지금의 시간은 다른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온조가 보여주는 시간의 여러가지 모습을 통해서 '지금'이라 이름 붙혀진 시간에 새로움을 담아보게 되었다. 올 연말에는 똑같았던 연말과는 조금 다른 시간을 맞이하게 될 듯 싶다.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해 시간이 가진 마법의 비밀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되었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환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본문 43p)

 

그 해답은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출처: '시간을 파는 상점'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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