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없는 동화책 창비아동문고 265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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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책 표지에서 풍기는 쓸쓸함, 오묘한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창작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동화가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동화에서 보여주는 밝음, 아름다움, 순수함, 재미, 상상력을 과감히 배제시키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랬다. 현 우리의 어두운 사회 속에도 어린이들이 있었다. 사회의 모순 속에 아이들은 고통받고 상처입고 있었으며, 어두운 현실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동화 없는 동화책>>은 차가운 현실 속에 내몰린 아이들을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는데, 저자는 괴로운 세상 속에서 어디가 아픈지, 누가 슬픈지, 왜 그런지를 알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에 이런 글을 쓴다고 했다.

동화는 생각보다 힘이 세요. 밝고 따뜻한 이야기만 동화는 아니에요. 밝고 따뜻한 곳을 향해 뻗어 가는 이야기가 동화라고 생각해요. (본문 197p)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동화 없는 동화책>>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기철이는 어려운 수학 문제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면 결국 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을 좋아한다. 영어는 혼자서 공부하기 힘들지만, 선생님 설명만 잘 듣기만 하면 혼자 공부해도 그리 어렵지 않아 수학이 좋은 이유다. 헌데 수학을 잘하는 기철이가 수학경시대회 대표에서 빠졌다. 이유인 즉, 경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중학생 실력이 되어야하고,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란다. 기철이는 학원에 다닐테니 경시대회에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기철이네 집은 학원을 보낼 수 있을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기철이와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진 [수학왕 기철이] 이야기에서는 찌릿한 아픔이 느껴진다.

[날아라 장수풍뎅이]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빠의 실직으로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지지만, 아이들은 해야할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곤충채집 숙제로 마트에서 파는 장수풍뎅이가 갖고 싶었던 강건이에게 아빠는 숲 속에서 장수풍뎅이를 잡아주신다. 직접 채집했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강건이는 4천원에 팔라는 친구의 꾀임에 아빠가 잡아주신 곤충을 팔아 군것질을 한다. 다음 날 학교 앞에는 산에서 직접 채집한 풍뎅이를 파는 아저씨가 나타나는데, 생일날 아빠에게 받은 만원으로 풍뎅이를 사기 위해 아저씨를 기다리던 강건이는 슬픈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마지막 손님]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생계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미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기름이 밀려오기 전에 잡은 고기를 판매하고 싶은 어린 선미의 안쓰러운 마음과 다시 일어서기 위해 기름을 닦아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혼자가 아니야]는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랑이네 가족은 겨울이 되자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그나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공공 근로 일자리도 얻지 못해 힘들어하던 할아버지는 산불 감시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합격하기 위해 농약 통을 메고 달리기 연습을 한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랑이와 살아가기 위한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림같은 집]은 재개발로 갈 곳을 잃은 세 들어사는 식당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영산이네 가족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경찰을 보며 영산이는 자신이 나쁜 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찰 아저씨들은 정의의 편이다. 나쁜 쪽이 아니라면 경찰 아저씨들이 도와주지 않을리 없다. 그렇다면 식당 사람들이 믿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식당 사람들은 약하지만 나쁜 쪽이었다. 돈과 힘이 없어서 나쁜 건지, 나빠서 돈과 힘이 없는지 아무도 몰랐다. 영산이는 좋은 쪽이 되고 싶지 않았다. (본문 151p)

 

 

마지막 이야기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는 아빠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남매 단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너무 슬픈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빠 엄마가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리라 믿는 누나는 동생을 다독인다. 크로마뇽인으로 살고 있다는 상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아리고, 슬펐다. 동화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주인공 아이들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사회의 모순, 처참한 현실에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사회에 내몰리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내 아이에게는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알아야 바꿀 수 있음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동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슬프고 암담하고 아팠던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 없는 동화책>>과 같은 이야기가 있기에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돈과 힘이 없어서 나쁜 사람이 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사라지기를 바래본다.

 

(사진출처: '동화 없는 동화책'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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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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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가 주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폭력을 이기지 못해 엄마를 살해하고 8개월을 방치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범죄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현 입시제도, 경쟁사회구조에 따른 엄마의 과열된 욕심으로 인한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예전에 우연히 보게 된 조사에 따르면, 맞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의 수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하는 법 대신 폭력을 행사하는 법을 배운 탓일 게다. 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청소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왕따, 학원폭력,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살해와 성매매까지...청소년들에 의해 행해지는 이런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소통의 부재탓이다. 대화가 아닌 강압적인 훈육, 사랑의 매를 위장한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의 폭력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아이, 그것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 아이의 이야기를 여기 <<개 같은 날은 없다>>에서 볼 수 있다. 가족의 폭력은 한 집안의 일로 치부되면서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에, 아이들은 더 큰 상처로 곪아가고 있다. 이제 그 아픔을 드러내고 어루만져 줄 때가 된 것 같다.

 

<<개 같은 날은 없다>>는 가족폭력,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어두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암울하지 않게 진행되는 저자의 필력에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해보곤 했다.

이 책은 고등학생 남강민과 스물셋의 지역 정보 신문 전화상담사인 최미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반복적인 구조로 진행되는데, 상처뿐인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공유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녀석이 죽었다! (본문 7p)

첫 줄부터 먼가 심상치않다. 자신에게 덤비는 찡코를 죽여버린 강민,

포식증에 걸려 자신을 원망하던 차에 외삼촌의 권유로 삼촌의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미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나흘 전, 강민이 강아지 찡코를 학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옆집에 사는 강민이 찡코를 학대할 때마다 미나는 우연히 그 사실을 목격하게 되고, 강민이 숨기고 싶어하는 아버지와 형 강수의 폭력까지 목격하게 된다.

아버지와 형의 폭력 속에서 피해있던 강민은 그 분노를 찡코에게 풀고 있었던 것인데, 미나는 외삼촌의 권유와 폭식증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다니게 된 오 정신과 의원에서 결국 강민의 폭력에 의해 찡코가 죽었음을 알게 되고, 찡코의 사진을 통해 강아지와 교감을 하게 된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찡코의 마음을 미나는 강민에게 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미나는 자신이 '선택적 기억 상실증'에 의해서 잊고 있었던 강아지 머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아토피로 고생중인 강민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편애를 받았고,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탓에 아버지가 없을 때 형은 강민을 돌봐야했다. 그 과정 속에 아버지는 형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형은 아버지에게 맞은 분노를 고스란히 강민에게 폭력으로 풀었다. 한편 미나는 친구를 잘 못 사귄 오빠가 휘두른 폭력과 그런 자신을 돌봐주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오 원장은 여기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내 생각에는 부모님과 오빠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상처가 좀 치유될 것 같은데.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오빠를 미워만 하지 말고 이해하려고도 해 보고. 어쨌든 가장 좋은 방법은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는 거야....이때껏 그 일에 대해서 기억을 잊고 살다가 다시 찾았으니까 오래 두면 둘수록 점점 상처가 커져요. 용기를 내 봐요. 미나 씨 자신을 위해서 아니, 미나 씨의 결단이 필요해요. 가족이잖아요." (본문 224,225p)

 

강민의 아버지는 오 원장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고, 강민은 형의 마음을 그리고 형은 강민의 상처를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다. 강민이네 가족을 보면서 미나 역시 소통하려는 용기를 갖게 된다. 가족의 폭력으로 인해 골이 깊어진 만큼 그들이 치유하는 시간도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민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쳐보겠다는 용기있는 결단이 큰 힘이 되고 있기에, 이들의 상처를 쉽게 아물 것이다.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중 상당수는 가족의 관계에서 비롯된 부분들이 많다.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들의 문제를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그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아이들의 문제점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상처는 점점 더 곪게된다.

가족은 가장 포근하고 편안해야 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는 소통의 부재로 오는 갈등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책은 강민과 미나를 통해서 소통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나는 보았어요. 강수의 주먹 쥔 두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과 강민 아빠의 넋이 나간 모습, 강수의 굵은 눈물방울! 나는 그때 문득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가 생각났어요. 아, 저게 가족이구나! 내가 이런 일을 당하면 우리 가족도 저럴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싸우고도 심장을 찢어 내듯 아파하는 그 모습을 무어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어요. (본문 187p)

 

<<개 같은 날은 없다>>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사춘기 딸을 두고 있는 탓에 성장 소설에 관심을 두고 딸과의 벽을 쌓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다 아이와 삐걱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이 책이 주는 감동은 더없이 뭉클하게 한다. 강민 아버지의 노력, 아직은 어색하지만 희망이 보여지는 형제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나는 어떤 소재이든 해피엔딩을 사랑한다. 그 해피엔딩에서 그리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는 것이 즐겁다. 어느 가족이든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게다. 그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가족은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간다.

이 작품은 소통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통해서 소통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었고, 강민이네 가족의 변화를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잔잔함 속에 우리 가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공감과 눈물 글썽이는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개 같은 날은 없다>>가 주는 희망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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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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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은 흔히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낭만적인 조각가로 묘사되지만, 실은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려는 독재자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표지 中)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는 누군가에게 대한 사랑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말하는데,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상대방은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면서 기대에 충족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으로 흔히 아이들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자주 드러나는 현상이다. 사실 긍정의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현 교육현실에 빗대어 볼때, 피그말리온 효과는 오히려 자신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대로 살게 되는 아이들을 훈육하는 씁쓸한 자화상처럼 보여진다.

여기에 <<피그말리온 아이들>>의 모습이 덧대어져 이 사회의 고름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들도 부모라는 독재 앞에 나약한 피그말리온 아이들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상대를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아닌, 꼭 해야만 한다는 무언의 업악은 아니었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로젠탈 스쿨은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의 이름에서 타온 껏이다. 한 인간에게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기대하면 언젠가 그 결과가 재능의 발현과 목표 달성으로 나타난다는 로젤탈 효과 이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는, 그 이론 자체만으로는 일반적인 교육 현장과 다를 바가 없다. (본문 42p)

낙인도의 로젠탈 스쿨은 지난 십육 년 동안 방송이나 신문을 막론하고 외부 취재를 일절 거절해 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청소년 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 온 프리랜서 피디인 마는 업체 선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지의 영역을 언급하게 되고, 결국 그 어떤 정보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채 학교측의 요청대로 촬영 감독인 곽과 단 둘이서 낙인도에 들어서게 된다. 핸드폰 반납은 물론 학교 촬영을 허가받은 상태에서 학생 식당에 가 보는 일까지 교장에게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학교 교육 방침에 의심을 품게 된다.

범죄자 자녀들과 고아들이 대부분인 이 학교는 사회 하층민으로 규정되는 이들을 모아 놓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향상시켜 부모와 같은 길로 이탈하지 않게 도우며 올바른 도덕관념을 장착시키고 이 사회에서 한몫할 수 있는 일꾼으로 키운다는 일차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하여 특수한 환경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의 재생산과 대물림을 가능한 한 막고 궁극적으로 사회 안정을 꾀한다(본문 42p)는 이차 목표를 가진다.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는 듯 하지만, 식사 끝나고 나면 아이들이 의무처럼 알약을 하나씩 먹는 것을 포착하게 된 마는 더욱 의심을 품게 되는데, 경험을 통한 다양성보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보다는 '사실'인지에 중점을 두고, 정서적 혼란을 겪지 않기위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 사이트만 접근 통로를 열어 놓은 점, 개인 메일을 하나 가질 수 없다는 점 즉,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간과하고 있는 위험한 발상에 마는 무언지 모를 찜찜함을 갖는다.

그런 와중에, 학생이자 교장의 비서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은휘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서-달-아-나'라는 의도 불명의 암호를 확인하게 되고, 설상가상 학생들의 폭력에 관여한 곽과 마는 점점 좁혀져오는 포위망에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금지구역에 접근하게 된 곽은 이들에게 감금당하게 되고, 마는 은휘를 통해서 얻게 된 이 학교의 기밀문서가 든 USB를 쥔 채 달아나게 되는데, 섬이라는 한정된 구역에서 마는 의도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은휘의 메시지에 매달려야 했다.

 

사라진 곽, 그리고 뒤에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마는 교장과의 학교 방칙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한다. 여기서 아이들을 조각하고자 하는 교장의 속내가 드러나게 되는데, 마를 돕고 있는 은휘의 행각이 들통나면서 은휘를 향한 교장의 한마디에는 상아로 조각한 여신상을 사랑하여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자신 역시 그들을 조각하고 있음이 여실이 드러난다.

아아, 저 애도 결국은 실패작인가. 그렇게 오랫동안 믿고 곁에 그늘러 왔어도 소용이 없나. 하찮은 출신 성분의 아이를 순결하고 정직하며 고상하게 만들기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일까. (본문 191,192p)

그럴싸한 포장으로 사회 하층민의 아이들을 구제한다는 미명하여 억압과 폭행으로 자신의 조각상으로 만들고 있었던 교장은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시하려는 독재자의 다른 모습이기도 한 '피그말리온'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교장의 모습은 바로 믿음과 기대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자신만의 생각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현 교육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딸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겉으로는 네가 원하는 꿈을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 라고 그럴싸하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가야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어른들이, 현 사회가 만들어놓은 조각상이 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길로만 인도하고 있는 셈이다. 교장을 보며 경악한 것은 그저 가상의 이야기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내 안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 학교 곳곳에 존재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아이는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또 하나의 피그말리온인걸까? 스스로의 욕망이 아닌 부모의 욕망에 이끌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도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 순간부터 피그말리온을 조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문득 섬뜩해지는 느낌이든다.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라는 점에 한없이 움츠러든다.

여기에 더해지는 사회의 비리가 더욱 환멸을 느끼게 했는데, 결국 나는 이 사회에 대한 문제점으로 나 자신을 또 포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다.

 

<위저드 베이커리>로 구병모 작가는 내가 기억할 또 한 명의 작가가 되었다. <<피그말리온 아이들>> 책 제목에서 오는 호기심도 있었지만,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가진 필력을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내내 추리소설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역시 구병모 작가다, 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사실 자칫 피그말리온 아이들이 결국 자신의 의지와 욕망대로 행동하지 못했다는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가질 뻔 했다.

-도와달라고 한마디만 해. 왜 말을 못 해? 안 하는 거야? 여기서 데리고 나가 달라고!...너는 왜! 여기서 뭘 더 기대할 게 있어서!

-아저씨, 이제 걱정하지 말고 가세요. (본문 240,242p)

희망이 아닌 안타까움으로 남겨진 결말이 아쉽다고 느껴졌지만, 사실 결국 작가는 마가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을 통해 어른들에게 달라지라는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도 달라질 수 있다고. 희망은 바로 기성세대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됨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

 

결국 조각상으로 남기를 각오한 아이들, 이들은 또 다른 사회에서 또다시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세상은 독재자들에 의해 길들여지고 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에게, 학교에서는 교사에게, 사회에서는 또다른 권력자에 의해....우리는 그렇게 조각상이 되어왔고, 또다른 조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뼈아픈 현실을 구병모 작가는 꼬집고 있다. 그렇게 달라져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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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아저씨네 축구단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3
김하은 지음, 유준재 그림, 조광제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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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아저씨네 빵가게>로 처음 시작된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성인은 바로 '산파술에 의한 대화법'을 통해 가르침을 전하는 '소크라테스'다. 전문적인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물어 스스로 진리를 깨우쳤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이 이 동화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동연이는 축구 선수들의 기술이나 노력보다는 그 선수들이 신은 축구화와 유니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축구는 무조건 이겨야한다고 생각하는 동연이는 방과후 축구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자신을 그리스에서 태어난 소크라테스라고 소개한 축구 선생님은 첫 수업 시간 '축구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동연이는 자기처럼 운동복과 축구화를 멋지게 차려입지 않은 아이들이 가소로웠고, 낡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감독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이런 뜬금없는 질문이라니.

방과후 축구단 아이들의 답변에 감독은

"나는 궁금해. 축구를 운동이라고만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게 진짜 아는 걸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본문 15p) 라는 물음을 던졌다. 동연이는 이런 감독을 믿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동연이는 축구선수처럼 제대로 갖춰입지 않은 아이들을 무시했고, 축구가 뭔가에 대한 답변보다는 골을 하나라도 더 넣어야 했다.

못하는 친구들을 비웃고, 이기기 위해 반칙을 쓰는 동연은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축구가 되지 않자 무언가 잘 못 되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동연이는 혼자서만 연습했고, 다른 아이들의 패스를 받지 못했고, 골을 성공시켜도 축하 받지 못했다. 골만 넣으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동연이는 축구공을 꼭 끌어안았다. 사고 싶은 축구화와 축구공을 다 가졌는데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본문 86,87p)

 

 

독불장군이었던 동연이는 감독님에 의해 그동안 무시했던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축구를 못한다고 무시하며 울렸던 아영이가 '축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음으로써 자신 또한 조금씩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제 동연이는 축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소크라테스 감독님한테 배운 축구를 평생 기억하고 싶었다. 그 가르침은 자신을 지켜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옛 성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어떻게 해야 진짜 사는 것인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진짜 산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소크라테스 아저씨네 축구단>>에서는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그저 달리고, 골을 넣고, 골을 막는 것이 축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축구가 무엇이니?'라는 질문을 통해서 준영이를 비롯 아영이와 준혁이 등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에 대해서 생각하고 해답을 얻어가고 있다.

준영이의 말대로 어른들은 '이렇게 해'라는 지시를 할 뿐 아이들에게 생각을 던져주지 못했는데, 이 동화책은 어른들이 이끌어주지 못했던 스스로 자문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듯 하다. 동화 내용을 이해하고, 동화 속에서 느낀 점을 자신의 경험과 맞물려 표현해보고, 더 나아가 소트라테스의 사상이 현대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끄는 [독후활동지]는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고 바른 인성으로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생이 모두 철학이래.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는 게 바로 철학이라고 하셨어. 어떻게 해야 진짜 사는 걸까 고민하는 게 철학이라니, 참 멋지지 않니?" (본문 118p)

 

 

따분하게만 느껴졌던 철학, 인문이야기를 이렇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형식을 빌어 쓰여진 '인문동화'로 접하니 철학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특히 우리 아이들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공감을 많이 느낄 수 있어 더 큰 효과를 가져온 듯 싶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아가는 이야기 <<소크라테스 아저씨네 축구단>>은 '과연 정말로 올바르고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소크라테스 아저씨네 축구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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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김선남 글.그림 / 보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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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출판사의 <솔거나라 전통문화그림책> 시리즈는 늘 관심을 두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아이들 추천도서목록에 수록되는 작품도 많은 시리즈인데다 '우리 문화'을 보여주는데 이 그림책만한 것도 없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바로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이곳 서울의 이야기다. 체험학습이나 여행을 위해 적합한 장소를 떠올리면 늘 먼 지역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서울만큼 유적이나 역사적 흔적이 많은 곳도 없는 듯하다. 높다란 빌딩, 빠르게 달리는 차, 번쩍번쩍 네온사인에 감추어진 서울 곳곳에 담겨진 역사가 <<서울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고려 왕조가 기운을 다하자 새 왕조 조선이 생겨났습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먼저 도읍을 옮기기로 했지요.
산이 있어 바람을 피할 수 있고, 물이 있어 그 물을 얻을 수 있고, 가운데 너른 땅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바로 여기 '한양'입니다. (본문 中)


한양을 둘러싼 네 개의 산인 '내사산', 한양을 밖에서 둘러싼 네 개의 산 '외사산'은 나쁜 기운을 막아 한양을 지켜 주었기에 도읍지로 적합했다.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임금이 머물려 나라를 다스리는 궁궐 '경복궁'을 지었다. 도성을 쌓고 도성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큰 문, '사대문'을 내고 사대문 사이사이로 작은 문인 '사소문'을 내었다.


경북궁 정문 앞으로 백성과 왕과 신하가 하나 되는 마당 같은 큰길을 내었고, 그 길가에 여섯 개의 관아가 있었으며, 다시 숭례문으로 길을 내어 길가로 행랑을 짓고 시전을 세웠다.

민가가 들어서고 마을이 생겨나고, 물길 따라 골짜기 따라 마을을 가르는 넓은 길, 좁은 길을 내어 전국 팔도로 이어지게 했다.

처음 한양에는 법궁인 경복궁과 이궁인 창덕궁만 있었으나 100년쯤 지나고 창덕궁 옆에 왕실의 웃어른들을 모시기 위한 '창경궁'이라는 이궁을 더 지었는데, 한양은 조선의 도읍지로서의 모습을 갖추며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임진왜란으로 종묘와 사직, 궁궐과 관아, 시전이며 민가까지 불에 타고 무너지면서 7년 만에 끝난 난리로 한양은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다시 제일 먼저 종묘와 사직을 다시 세우고, 전쟁으로 불에 탄 경복궁은 다시 짓지 못하고 창덕궁을 고쳐 법궁으로 하였다. 이후 인왕산 아래 '경덕궁(경희궁)'이라는 새 궁을 지어 다시 한양의 모습을 갖춰 갔으며, 무너진 도성을 고쳐 쌓고 큰 나리를 겪고 대비하는 마음으로 도읍 뒤에 있는 큰 산인 삼각산(북한산)에 '북한산성'을 쌓았으며, 북한산성과 도성을 잇는 '탕춘대성'도 쌓아 더욱 굳건히 하였다. 나라에서 세운 시전 말고도 크고 작은 시장이 들어서 '이현시장''칠패시장' 등으로 한강의 나루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게 되었다.


한양은 이렇듯 500년이 넘도록 조선의 도읍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본문 中)

조선 왕조가 기울고 '대한 제국'으로 바꾸었을 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한양은 '경성'이 되었으며, 그들은 한양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다. 35년 만에 나라를 되찾으며서 이제 한양이란 이름은 '서울'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5년 만에 6.25 한국 전쟁의 아픔을 겪었지만, 서울은 새 집을 짓고, 새 길을 내는 등 점점 커지고 빠르게 달라져 도읍이 아닌 도시가 되었다.


500년 도읍의 옛것을 간직한 이곳 '서울'에서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본문 中)


한양에서 서울이 되기까지 500년 도읍의 옛것을 간직한 이곳 서울, 태평성대를 이루기도 하고,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을 간직한 서울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채 굳건히 서 있다. 서울을 흐르고 있는 한강은 그 역사의 이모저모를 다 보고 간직한 채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북한산성은 여전히 성을 지키려는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그림책은 한양의 변천사를 그림과 함께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한양의 변천하는 모습이 총 14장의 삽화를 통해 옛그림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어 그 변화모습을 이해하기도 수월하다.
500년 도읍의 옛건을 간직한 서울에서 살고 있는 우리, 그 역사의 흔적이 우리를 지탱해준 힘은 아니었을까?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이나 겨울방학 틈틈이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다녀봐야겠다.

(사진출처: '서울 이야기'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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