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겸비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커다란 화제를 불러 모으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카린 지에벨 작가가 2011년 발표한 <<빅 마운틴 스캔들>>은 코냑추리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리스릴러로 산악가이드와 여성 군인경찰이 국립공원관리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싹튼 사랑과 모험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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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원제목은 <<매발톱꽃>>이었다. 산악지방에 서식하며 아름답지만 치명적이고도 우아한 독을 품은 꽃, 쳐다볼 수는 있지만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되는 꽃…….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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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들이 안전하게 산을 오르내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산악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뱅상에게는 5년 전 파리에서 온 남자를 따라 떠난 로르를 잃은 아픔이 존재한다. 그로인해 그에게 여자는 하룻밤 잠자리 상대일 뿐으로 로르가 치뤄야 할 복수의 대가를 아무런 죄도 없는 여자들이 대신 치루고 있는 셈이었다. 이러한 그에게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인 삶이 선물해준 단짝 친구이며 국립공원관리인인 피에르와 산이 있을 뿐이었다. 뱅상은 여행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는데, 성수기를 대비해 새로 입사하게 된 미리암은 뱅상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지만 뱅상은 미리암 역시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룻밤 잠자리 상대로 대한다. 하지만 미리암은 뱅상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 한편, 세르반 브라이텐바흐는 일주일 전 콜마르 군인경찰대에 처음으로 배치된 여자대원으로 근무지 주변 환경에 빨리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에 뱅상을 찾아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 가이드를 요청하게 되면서 뱅상과 친분을 쌓게 되는데, 미리암의 자살로 인한 소동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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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이 미리암의 자살로 인한 죄책감에 빠져있을 무렵 친구 피에르가 산에서 실족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산을 사랑하며 살아온 피에르가 산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뱅상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허망한 일었다. 뱅상은 무쇠처럼 튼튼하고 사냥개처럼 민첩한 다리를 가진 피에르가 발을 헛디뎌 사망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뱅상은 피에르가 몇 주 전부터 밀렵꾼을 추적해왔던 것을 고려해 피에르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밀렵꾼이거나 혹은 국립공원관리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단서를 찾기 위해 세르반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기로 한다. 뱅상은 피에르가 죽은 사고지점 가까이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샤무아의 사체를 발견하게 되고, 샤무아 사냥을 하다가 피에르에게 발각된 밀렵꾼들이 후환이 두려워 살해당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그렇게 뱅상과 세르만은 피에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어가기 위해 수사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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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 소설은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 경이로움이 자주 표현되고 있는데, 이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은 저자 카린 지에벨이 실제로 국립공원관리인으로 일했던 곳이기 때문인 듯 싶다. 이 소설은 자연의 묘사 뿐 아니라 인물의 심리묘사 역시 눈에 띄는 작품이다. 독특한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대체로 평범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뱅상이 여자를 하룻밤 잠자리 상대로 여기는 것이나 친구 피에르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세르반은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의 혼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누구하나 평범하지 못한 인물들로 인해 작품의 전반적인 부분이 어둡게 느껴지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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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과 그 인간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는다. 사회의 어둡고 폐쇄적인 폭력성은 우리가 알고 있고, 겪어본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일부이다. 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내게 영감을 주는 인간과 사회를 작품마다 다른 각도로 바라볼 뿐이다.' (본문 5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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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마운틴 스캔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으로 배경으로 은폐된 진실을 감추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의 치열한 게임이 속도감있게 담겨진 이 소설은 5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스토리임에도 몰입도를 선사한다. 자연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빅 마운틴 스캔들>>로 처음 카린 지에벨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경험을 글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가가 건네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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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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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오베라는 남자>, 그리고 최근에 읽은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까지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기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이지만 어쩐지 귀여운(?) 면이 있는 할아버지의 성향이 소설에서는 개성만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적합한 탓이리라. 이번에도 할아버지 이야기인가? 라며 잠시 식상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소설은 여타 할아버지들과 차별화 되어 있었다. 고집불통에 괴팍함이 있는 할아버지라기보다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삶을 이야기하는 귀여운 투덜거림이 있는 지혜로운 할아버지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이 소설은 핀란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작가 투오마스 퀴뢰에게 스무 편의 ‘조금 웃기는 대본’을 의뢰했고, 그것이 그럼프 노인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는데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까칠한 괴짜 노인 그럼프에 대한 이야기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인구 560만 명인 핀란드에서 35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으며 오디오북은 골든디스크를 2회나 수상했을 뿐만아니라 연극으로 각색되어 핀란드 전역에서 공연되었고, 2014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그해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이것은 핀란드 영화사상 흥행기록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라고 하니 이 소설이 보여줄 재미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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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쯤 되면 긴 세월도, 느리게만 돌아가는 것 같은 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고 만다. 때가 되면 빈손으로 떠나게 되고 이 세상에 별달리 남겨둘 것도 없게 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떠나고 싶은데, 내 뜻을 알아줄 이가 있을까? (본문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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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간 개나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슬퍼한다. 세상에 남겨진 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는 일들을 수시로 겪지만 일부러 그들을 떠올리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훌륭하고 깜짝 놀랄 만한 유언장을 쓰기로 했다. (본문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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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그럼프 노인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아내가 있는 요양병원을 매일 찾아가며 병원에서 통제하는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아내에게 먹여주고,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건넨다. 잠시 TV 시청실에 앉아 신문을 보던 그럼프는 한때 이 지역의 중요한 납세자였던 리스토 립포넨이 들어와 흔들의자에 앉는 것을 보며 삶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생각하며 두뇌에 병이 오거나 다른 위험에 처하기 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아들이 돌보는 것도 원하지 않고, 기저귀는 용납할 수 없기에 노인은 아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뜻을 분명히 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는 다가올 죽음을 대비하기 시작한다. 관을 짜고, 나무 묘비를 만들고 유언장을 준비해야 한다. 그럼프 노인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양질의 종이에,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으신 팁펜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잉크가 말라서 아들과 함께 잉크를 사러 마을로 나간다. 그럼프는 아들에게 자신이 쓴 추도문을 읽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아들은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추도문을 들은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글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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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흐마이넨 부인의 도움으로 양복준비도 마친 그럼프는 관에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지, 좀 특이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고 나무 의자를 작업대 옆에 놓고 계단 삼아 올라가 관을 카약이라고 생각하고 중간쯤에 앉았다가 수제품 관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생각해보다 잠이 들었다. 그러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마당에 나가보려다 마치 카약이 전복된 것처럼 콘크리트 바닥에 몸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그럼프 노인에게 아들과 며느리는 서로를 위해 요양원에 가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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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발달돼서 오래 사는 늙은이들이 많다 보니 이제 도우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요양원이란 돌봄과 보살핌을 받는 곳이 아니라 그저 생명을 유지시키는 곳일 뿐이다.

자식들은 근심과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늙어가는 부모를 눈앞에서 치워버리려고 한다. 아이들하가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어디에 머리를 부딪히기라도 할까 두려워서 헬멧을 씌운다. 부딪혀봐야 부딪히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인데도 말이다. (본문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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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프는 '성격이 나쁜 사람', '투덜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노인은 현재 사회에 대해 투덜거리곤 하는데, 그 투덜거림은 괴팍한 노인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한 세대를 살아오면서 깨달은 통찰이자 지혜로 보여졌다. 그럼프 노인의 모습은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여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대비한다. 노인은 자신만의 고집으로 자신만의 삶을 구축해 살아온 것이다. 이것이 그럼프 노인의 모습이 괴짜스럽기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일 게다. 그동안 보여졌던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작품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고, 나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될 것이며, 내 자식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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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다 선택을 해야 한다. 나도 예전에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맛있는 밥을 먹고 싶었고 공사판을 찾아 집을 떠나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식구들이 밥을 먹으려면 내가 일을 해야 했고, 공사판에서 먹고 자는 것에는 곧 익숙해졌다. 집과 식구들을 항상 기억하려 애썼다. (본문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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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기쁘고 슬픈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왜 기쁜 것인지 왜 슬픈 것인지 이유를 알아야 하는가? 별것도 아닌, 남들도 다 하는 고만고만한 걱정거리를 가지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떠든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커피에 크림을 타서 마시면 그만이다.

슬픈 일이 있으면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면 그만이다.

세상은 그래도 돌아간다. (본문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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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6-07-1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의소중함 너무많은물건보다 검소함의가치를 이야기하는데 그게맞는내용이라 자신이벌어장만한숲과아파트 자식이하는게못마땅하겠죠게다가며느린임신했는데 낳는것가지고아들하고저러니 꼬장꼬장한모습 하지만읽다보면귀엽기도한
 
위험한 강물 마음이 자라는 나무 38
가일 E. 헤드릭 지음, 김경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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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협회(CBC)와 미국과학교사협회(NSTA)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된 <<위험한 강물>>은 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 15번째 이야기로 주인공 에밀리가 주변의 무관심과 편견에 맞서며 물고기 떼죽음이라는 사건을 용감하고 집요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랍니다. 책 제목이나 표지 삽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는 환경이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달라진 변화에 적응해하는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소설에서 늘 그렇듯 이 책의 결말이 분명 해피엔딩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그 과정이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가슴을 졸이며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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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출장길에 가족이 모두 함께해 주기를 바랐던 아빠를 따라 갔던 에밀리네 가족은 여름 내내 다른 지역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그런 에밀리네 가족을 맞이한 것은 히그돈 강을 뒤덮고 있는 퉁퉁 불어 오른 배를 허옇게 드러낸 물고기 떼와 지독한 악취였습니다. 강가에도 죽은 농어와 붕어, 배스가 가득했지요. 외숙모는 여름에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생겨났고, 곧바로 시청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번 쓱 쳐다보았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고 있어서 물과 거름말고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 외삼촌을 공격했지요. 달라진 것은 또 있었습니다. 연례 행사처럼 개학하기 전에 학용품 쇼핑을 했던 단짝 리앤이 예쁘고 돈 많은 신시아와 쇼핑 간다며 에밀리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입니다. 신시아 아빠는 '카옌'이라는 섬유 회사를 운영했고, 전 세계에 '운동복의 수도'로 알려진 이 도시에 살면서 카옌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요. 리앤이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에 신시아가 나타났고 리앤은 신시아 덕분에 골프 레슨을 받았으며 신시아 아빠는 테니스 선수복 견본품도 손수 챙겨 주었다네요. 그런 신시아에게 에밀리는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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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의 배신으로 씹다 버린 껌 신세가 된 에밀리에게 국어 담당 치켈리 선생님은 학교 신문반에서 기자를 해보라는 권유합니다. 리앤과 자주 어울리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기자가 되기로 했고, 첫 번재 기사로 물고기 떼죽음 사건에 대해 조사해보기로 합니다. 이 조사는 과학 축제 때 주제로도 안성맞춤이었어요. 첫 모임에서 에밀리는 부편집장이 되었고, 리앤에게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리앤은 거절하지요. 하지만 다행이 그림 실력이 뛰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못 유명했던 매리와 신시아의 남자 친구이자 신문반의 편집장인 샘의 도움으로 강 주변의 공장들을 조사해 나가지요. 그러나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라는 경솔한 행동으로 리앤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제 정말 물고기가 죽게 된 이유를 분명히 해줄 물증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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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고작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것에 왜 이 난리를 떠냐고 말해요. 그런데 엄마, 이상하지 않아요? 물고기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면서, 사람들은 왜 제가 몇 마디 했다고 이 난리법석을 피우는 거죠?" (본문 126,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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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가 물고기의 떼죽음을 조사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권력자들, 그리고 일자리, 경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숨겨놓았네요.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물고기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에밀리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낸 듯 싶었습니다. 이렇게 대기업을 둘러싼 의혹은 중학생인 에밀리의 끈기가 없었다면 결코 풀어내지 못했을 거에요.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에밀리와 같은 호기심과 끈기가 있다면 언젠가는 그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밀리는 변화에 당당히 맞서라고 말합니다. 리앤의 배신에 힘들어하던 에밀리에게 새로운 친구 매리가 등장한 것처럼 변화는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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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삶이란 거대한 퀴즈 쇼 같다. 모든 답을 맞혔다고 생각한 순간, 보너스 질문이 날아오니까. (본문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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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강물>>은 중학생이 된 에밀리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건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위기에 놓은 에밀리, 그녀의 인내와 끈기가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 봅니다. 가슴 쫄깃해지는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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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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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읽기에 무기력해져 있었는데, 불과 며칠전 인간의 본성을 너무도 잘 표현한 스릴러 소설로 인해 그 무기력함에서 조금은 벗어나는가 싶더니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을 읽으면서 무기력함에서 완전 탈피하게 되었다. 그동안 추리소설은 살인을 소재로 펼쳐지곤 했는데 미카미 엔의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사진'을 매개체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추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처음 접하는 미카미 엔 작가였지만 이 소설은 신선하게 다가왔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니 하니 이 소설 또한 더불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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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잘라낸 것이잖아요. 누군가 죽어도 그 사람의 사진은 오래도록 남고요." (본문 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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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이자 추리를 풀어가는 가쓰라기 마유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에노시마 섬에 오게 된다. 후지코 외할머니는 에노시마에서 나고 자랐으며 작년 가을 폐암 진단 말기 진단으로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에노시마 니시우라 사지관'을 운영했는데, 이 사진관은 100년 동안 영업했고 그 마지막 주인이 외할머니가 되었다. 마유는 어린시절 방학 때마다 이 섬에 왔었고 할머니가 건넨 낡은 일안 레플리카 필름 카메라를 통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4년 전 사건이 있기까지. 함께 유품을 정리하기로 한 소설가인 엄마가 마감을 핑계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마유는 혼자 유품을 정리하게 된다. 사진관 스튜디오를 정리하던 중 마유는 '미수령 사진'이라고 적힌 상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상자 안에는 '니시우라 사진관'이라고 인쇄된 봉투가 여러 개 들어 있었고 각각의 봉투 뒷면에는 '님'자를 붙인 성명이 적혀 있었다. 고민 끝에 가장 위에 있는 봉투를 연 마유는 시대는 다르지만 모두 한 사람 같은 느낌을 주는 네 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 사진 속 남자가 사진을 찾기 위해 오게 된다. 그는 마도리 아키타카로 한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들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것이었는데, 마유는 마침 사진관에 들른 할머니의 이야기와 사진 뒷장에 적힌 인화, 촬영 날짜에서 사진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마유는 사진의 미스터리를 풀게 되고, 사진관과 인연이 있다는 마도리는 마유를 도와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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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령 사진 중에는 대학 선배인 '고사카 아키호'의 사진이 있었는데, 아키호가 찍은 사진에는 마유의 어린시절부터 친구이자 연예인이었던 나가노 루이의 사진이 담겨져 있었다. 그 사진은 스스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카메라를 놓게 했던 자신이 찍은 마유의 사진과 닮아 있었다. 마유가 찍은 그 사진으로 인해 루이는 실종되었고 그 사건 이후로 마유의 인생도 크게 달라졌으며 가까운 이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추잡한 과거였지만 마유는 아키타카에게 4년 전 사건을 이야기하게 된다. 마유는 아키호의 권유로 가입한 단지 서클의 비공개 계정 SNS에 루이의 사진을 올리게 되고 이것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드러내서는 안되는 루이의 과거가 포착되어 연예계를 은퇴하게 된다. 마유 말고 연극영화과 학생 네 명이 속한 서클에서 사진을 유포한 유력한 용의자는 아키호 뿐이었다. 그런 아키호가 마유가 찍은 사진과 똑같은 루이의 사진을 찍은 것이다. 미수령 사진을 건네기 위해 아키호와 연락을 취하게 된 마유는 그 사건의 진상을 4년이 지난 뒤에 비로서 제대로 유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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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의 외아들인 다치카와 겐지는 말 못할 비밀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겐지 자신이 5년 전에 직접 만든 투박한 결혼반지였다. 사실 이 결혼반지는 결혼을 하기 위해 삼촌 다치카와 오사무에게 돈을 빌리러 갔다가 삼촌과 함께 사진관 2층 스튜디오 구석의 캐비닛에서 차용증을 쓰고 몰래 가져온 은 한 덩이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겐지는 삼촌이 작성한 그 차용증을 마유가 발견하기 전에 몰래 없애버리기 위해 사진관에 가게 된다. 차용증을 몰래 훔치는데 성공하지만 마유는 암실로 썼던 캐비닛 속 빛을 차단하는 암막인 커튼을 통해 그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그리고 겐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라 짐작했던 사실과 달리 그것을 알고 있었던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상자 바닥에 하얀 종이 밑에 깔려진 미수령 사진을 통해 마유는 아키타카에 관한 또 하나의 사건을 풀어내게 되고 그를 통해 그동안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집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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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잘라냈던 사진, 그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리고 잊으려했던 과거가 담겨져 있다. 미수령 사진을 통해 4년 전 사건에 갇힌 마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가진 겐지, 그리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키타카는 비로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과거에 갇혀있던 이들은 사진 속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면서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각자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들은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외면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의 일부분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주고 있다. 우리가 그 용기를 가질 때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삶을 오롯이 채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는 할머니가 마유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메시지였다. 그동안 강한 임펙트가 담긴 추리소설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따뜻함이 있는 이 추리 소설은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기에, '미카미 엔'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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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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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책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는 나에게 모처럼 집중하며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인데다 <미션 임파서블로>로 유명한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하니 요즘 무기력한 나에게 가장 안성맞춤이다. 뿐만 아니라 더위와 장마로부터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기 손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늦은 밤까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만큼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들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이 책은 스릴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너무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결말이 아니기에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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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헨리 하이든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내연녀인 베티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집에 가서 아내 마르타에게 다 말하겠다는 말로 베티를 놀라게 하지만 속으로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자신의 오버를 책망한다. 베티와의 불륜관계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 모리아니 출판사의 편집장인 베티가 실습생으로 일을 할 때 편집자 책상의 원고 더미에서 헨리의 타자 원고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베스트셀러 작가 헨리는 없었을 것이다. 베티 덕분에 헨리의 처녀작 『프랭크 앨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 부가 팔려나갔고,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헨리는 자신의 책이 20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팔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많은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헨리가 그 소설 중 단 한 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마르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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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를 만나지 않았다면 헨리는 밑바닥 인생을 살았을 것이며 지금처럼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헨리는 여느 때와 같이 낯선 집에서 하루를 보낸 뒤 조용히 사라지려했다. 침대 옆자리에 누워 있던 여자는 전날 처음 본 여자였고 통성명을 할 생각 같은 것도 없었지만, 왼쪽 양말을 찾으려다 발견한 마르타의 원고를 읽게 되면서 헨리는 마르타와 함께 살자고 제안하게 된다. 헨리는 마르타가 원고를 전혀 읽지 않으며 원고에 대해 말하는 법도 없었고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하창고에는 원고가 가득 든 여행가방이 있었는데, 조용히 썩어가다가 어느 추운 날 난로 속에서 던져져 잠시 온기를 주고 사라지는 신세가 되었을지 모를 『프랭크 앨리스』를 찾게 된다. 문학에는 관심 없고, 그저 글 쓰는 게 좋다는 마르타는 원고를 쓴 사람이 누군지 절대 발설하지 않으며, 헨리의 이름으로 책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것을 수락하고자야 헨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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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에게는 마르타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겠다고 하지만 헨리는 베티와의 약속 장소에서 사고사로 위장하여 베티를 살해한다. 하지만 그것은 베티가 아닌 마르타였다. 마르타의 죽음을 시작으로 헨리는 진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을 감행하게 되고 베티 역시 살해하게 된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살인을 감행하는 헨리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생선을 사기 위해 가는 가게주인 오브라딘에게는 의리있는 친구였다. 아무런 댓가없이 그를 돕기도 했는데 헨리의 가장 알 수 없는 행동은 기스베르트 파시에 대한 그의 행동이다. 어린 시절, 함께 보육원에 살았던 파시에게 헨리는 괴물의 복사판 같은 존재였다. 헨리는 자기가 2층에서 자고 싶다는 이유로 파시의 앞니 두 개를 부러뜨렸다. 기스베르트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날 밤을 절대 잊을 수 없었는데,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뒤 신문의 문학특집란에서 하이든을 접했을 때 기스베르트는 보육원에서 도망친 후 바로 잠수를 탔고 수십 년간 죽은 듯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학계의 혜성으로 떠오른 하이든의 비밀을 파헤치기로 했다. 문득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 헨리는 파시와 추격전을 벌이게 되고 그 결과 파시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게 되는데, 헨리는 그런 파시를 구해주고 그가 보육원에서 함께 했던 파시임을 알고 병실을 특인실로 옮겨주는 선의를 베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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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헨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단 한 줄의 글도 써 본 적 없었고, 다정한 남편이지만 다른 여자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이고, 의리있는 친구이지만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이기도 하다. 헨리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거짓을 만들어냈고,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다. 내연녀를 죽이려했지만 아내를 살해하게 된 헨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슬픔이나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헨리가 어떻게 파시에게 친절을 베풀고, 오브라딘에게는 사려 깊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와는 좀 다른 느낌을 주는 인물이기에 헨리는 어떤 인물이라고 단정짓기 힘든 인물이었다. 문득문득 등장하는 헨리의 선의는 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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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단연 마르타가 아닐까 싶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르타가 소설의 결말 대신 남긴 "여보, 어떻게 끝날지 알겠어?"라는 문구는 소설을 읽는내내 끊임없이 되새기게 되는 부분이었는데, 이로 인해 마르타의 존재여부에 대해 많은 의혹을 갖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소설에 대한 흥미는 더욱 커졌던 듯 싶다. 심리묘사가 압권인 이 소설은 무자비한 살인자가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살인이 주는 공포보다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한 섬뜩함이 주는 공포가 더욱 컸던 작품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헨리와 같은 인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금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알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간만에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무섭게 비가 내리는 날이기에 이 소설은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올 여름, 이 소설이 더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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