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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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화제의 데뷔작이자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화가 결정된 초베스트셀러 <<레드 퀸 : 적혈의 여왕>>을 만나보게 되었다. 38개국이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리며 전 세계 로맨스 팬들을 열광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하고 읽어보고 싶어할 작품은 아닐까 싶다. 또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표지 삽화가 눈길을 끈다. 엠보싱 처리가 된 왕관이 도드라져 보여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붉은 색 피를 가진 피지배층인 적혈, 은색 피로 태어나 초능력을 가진 지배층인 은혈로 이루어진 계급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배경만으로도 책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지 대략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엔 꽤 독창적인 소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면 타 소설과 이미지가 조금씩 겹쳐지는 걸 느끼게 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그렇지만 이 소설만의 매력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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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은혈들만이 경기장에서 싸울 수 있다. 왜냐하면 오직 은혈만이 경기장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과 능력을 우리에게 보여 주며 싸운다. 너희들은 우리에게 상대도 안 돼. 우리는 너희들의 진화종이야. 우리는 신이다. 챔피언들의 땅 위로 그들이 날리는 모든 초인적인 한 방마다 그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본문 19p)

신들은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별들로부터 내려 왔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친절하지 않다. (본문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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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초능력을 부여받은 은혈과 피지배층인 적혈인 계급사회에서 주인공 메어 배로우는 적혈로 곧 군대로 끌려가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운명에 처해 있는 인물이다. 이 사회에서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면 군대에 가야하는데 메어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불구가 되어 돌아왔고 세 오빠 역시 군대로 보내졌다. 메어는 군대를 간 오빠들이 해 왔던 것처럼 여동생 지사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소매치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어부의 견습생으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었던 소꿉친구 킬런이 어부의 사고로 인해 직업을 잃게 되면서 징용될 위기에 처하자, 메어는 지금껏 모든 것을 잃어왔던 전쟁고아인 킬런이 징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손수건이나 옷을 만드는 지사의 손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메어는 절망에 빠진다. 절망에 빠져 헤매이던 메어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왕궁에서 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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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비를 뽑는 퀸스트라이어 의식에서 귀족의 시중을 들던 메어는 우연찮게 초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왕은 적혈인 그녀가 초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메어가 원래는 은혈이었다는 거짓말과 함께 둘째 왕자 메이븐과 약혼시킨다. 그렇게 메어는 적혈이 아닌 거짓 은혈인 왕자비가 되어 메리어나 타이타노스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피지배층으로서 억압당하며 살았던 적혈의 복수를 위해 적혈 반란 군단인 '진홍의 군대'의 일원으로 활동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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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은 피지배층이었던 메어가 은혈이 되고 왕자비가 되며 신분이 바뀌어 신데렐라가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계급 사회에서는 늘 그렇듯 이 책에서도 신분, 계급에 맞서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고 메어가 그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몰입을 주는 것은 판타지 속에 적절하게 배합된 로맨스가 아닐까 싶다. 거짓말처럼 메어 앞에 나타난 왕세자, 그리고 약혼자인 메이븐보다 칼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 메어. 계급 사회와 반란, 신분상승이라는 신데렐라 이야기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스토리가 판타지를 통해 스펙타클하게 진행되어 간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이야기가 절정에 이를 2권은 어떻게 진행될지 사뭇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메어에게서 헝거게임의 '캣니스'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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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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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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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책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성격상 늘 크고 작은, 그리고 필요없는 고민까지 껴안고 살아가는 탓일 게다. 더욱이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등 뒤의 기억>, <기억 깨물기> 등으로 여러차례 접한 바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 아닌가. 지금까지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아 온 에쿠니 가오리이며, 책 제목에서 풍기는 긍정적인 느낌이 좋아 선뜻 읽어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는데 스토리는 처음 느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 자매의 이야기는 나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아 기대만큼의 작품은 아니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여러 남자와 쉽게 관계를 맺는 자매들의 이야기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민하지 말고 즐겁게 살자는 의미를 왜곡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그녀들은 내게 무엇을 이야기해주려는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하는 뜻의 가훈을 신조 삼아 살고 있는 이누야마 집안의 세 자매는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이다. 첫째 아사코는 결혼 후 2년쯤부터 시작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 남편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사코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그 폭력에도 아사코는 외려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남편의 폭력을 힘들어하면서도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그 안에서 위안을 찾는다. 사랑한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사코는 하루코와 이쿠코가 도움을 주려하지만 별일 아닌 일이라며 도움의 손길을 거절한다. 그러다 슈퍼마켓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듯 보이는 여자 유키에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함께 가출을 감행하지만 곧 남편의 품으로 돌아간다.

몇 시간 후면 구니카즈가 돌아온다, 하는 생각만 해도 기뻐졌다. 자신은 구니카즈가 필요하다. 구니카즈가 없으면 청소를 하고 반찬을 만들고 꽃을 사들고 와도, 아무도 기뻐해주지 않는다. 아사코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거의 없어진 것처럼. (본문 96p)

둘째 하루코는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백수나 다름없는 작가인 구마키를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사랑함에도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는 이유로 구마키의 청혼은 매번 거절한다. 그러던 중 뉴욕에서 알게 된 기아노와 재회하여 하룻밤을 보내게 된 사실을 구마키가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구마키를 그리워하지만 하루코는 냉철하게 구마키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나는 연애 같은 거 안 믿는 사람이고, 아사코 언니는 사랑이 전부인 거나 다름없는 사람이니까, 우리 둘은 나름 일관성이 있는데 하루코 언니는 안 그래. 분열돼 있어." (본문 77p)

막내 이쿠코는 스물아홉 살로 운전면허학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쿠노는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는 평범하고 착한 딸인 듯 보이지만 연애에 관해서는 너무도 복잡한 인물이다. 고등학교 때 사랑을 알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과 스스럼없이 관계를 맺는다. 이쿠코에게 사랑 따위는 필요없다. 친구의 남자 친구와도 쉽게 잠자리를 하고, 운전면허 학원의 학생들과도 쉽게 잠자리를 하면서 스스로를 '서부영화 속 창부' 같다고 느낀다. 그런 이쿠코는 옆집에 사는 야무지고 부지런한 가정주부를 동경하는데 우연한 계기로 옆집 주부와 만나게 되고 그녀의 아들을 소개받으면서 그동안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인생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거야." (본문 39p)

세 자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유키에는 이 세 자매를 보면서 강인하다고 말한다. 하루코가 구마키에게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당당하게 나가는 것이,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두 사람의 문제일 뿐이라며 대처하는 것이 강인해보이기는 했다. 아니, 뻔뻔하다고 해야 옳겠지. 책을 읽다보면 나의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했는데, 책 뒷면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뻔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그들에게는 솔직함이라는 무기였음을.

그녀들은 이 모순을 자신들의 솔직함과 강함으로 견지하는 동시에 깨뜨리고 있다. 이쿠코에게 기시 마사아키라는 충족재가, 하루코에게 가와노라는 옛 남자가, 아사코에게 유키에라는 같은 아픔을 안고 있는 여자가 등장했을 때 그녀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그녀들의 무기인 '솔직함과 강함'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녀들은 언젠가 죽을 날을 위해 고민하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아닌 나'를 살게 되면 고민하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서 살기 위해 분노한다.

그녀들은 '나인 나'로 살 때가 가장 즐겁다. 그러기 위해 전전긍긍 고민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고 또 당당하게 마주한다. (본문 328,359p)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는 이렇듯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즐겁게 살자는 것은 곧 '나'로서 살아가자는 것인데, 세 자매의 강인함, 솔직함, 모순 등이 '나'로 연결되어지는 것이 좀 난해하지 않았나 싶다.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삶이었지만, 그들이 나답게 살아가려는 행보를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는 되어준 듯 싶다. 어쩌면 가장 강인한 인물은 주인공이 아닌 유키에가 아니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나의 정서와는 달라서 읽는동안 몰입하기 쉽지 않았던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모순과 대적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그들의 강인함은 기억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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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비룡소 클래식 40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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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1726)는 영미권 풍자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스위프트가 번득이는 재치와 날카로운 아이러니로 풍자하는 대상은 근본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스위프트는 총 4부에 걸친 걸리버의 기나긴 여행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인간을 손바닥만 하게 줄여 보기도 하고, 교회 첨탑만큼 키워 보기도 하고, 인간에게서 상식을 없애 보기도 하고, 아예 이성을 없애 버리기도 하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작품이 탄생한 맥락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또한 스위프트가 살던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문 489p)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소인국과 거인국을 넘나드는 기이한 여행을 담은 모험 소설이라는 것일 겝니다. 어린 시절에 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걸리버의 신 나는 모험을 얼마나 재미있게 봤던지 지금도 그 당시의 장면들이 생생하지요. 이렇듯 어린시절 모험 소설로 우리에게 강인한 인상을 준 작품이기에 우리는 저자가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이야기하려했던 작품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지요. 사실 이 작품은 1726년 처음 발표될 당시 작가가 감옥에 갇힐 것을 각오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굉장한 화제작이었다고 하네요. 출판 당시부터 삭제와 왜곡이 반복되었고, 금서로 취급되는 등 온갖 수난을 겪었다고 하니 얼마나 위험했던 풍자문학이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에 간 걸리버의 모험을 담은 소설로 알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은 세계 문학 사상 가장 잘못 알려진 작품으로도 꼽힌다고 하네요.

<<걸리버 여행기>>는 키가 1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사람들이 사는 소인국에 가게 된 제1부 릴리펏 여행기, 키가 20미터에 가까운 큰 사람들이 사는 거인국에 가게 된 제2부 브롭딩낵 여행기, 하늘을 나는 섬나라와 죽은 이들을 불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섬 등 제3부 라뷰타, 발니바비, 러그내그, 글럽더드립, 일본 여행기와 '휘님'이라는 말 종족이 '야후'라 불리는 인간 종족을 다스리는 말들이 주인인 나라인 제4부 휘늠 나라 여행기 등 총 4부에 걸친 18세기 영국 의사였던 걸리버의 16년 7개월이라는 기나긴 여행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비룡소 클래식 마흔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무삭제 완역본'으로 걸리버의 긴 여행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를 잘 살려내고 있어요.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작품의 재미가 반감되는 건 아닌 듯 싶네요. 이야기 자체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테니 말이에요. 더군다나 [옮긴이의 말]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숨은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몇 가지만 들어 보겠습니다. 때로는 야심 많은 군주가 다스릴 땅이나 백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부패한 대신들이 자신들의 악랄한 통치에 불만을 품은 백성들을 억누르거나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주군을 부추겨 전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의견 차이 때문에 몇 백만이나 되는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중략) 때로는 두 군주가 본인들은 아무 권리도 없는 제삼자의 영토를 서로 빼앗으려고 싸우기도 합니다. 때로는 상대방이 싸움을 걸까 봐 먼저 싸움을 걸기도 하고요. 전쟁은 적이 너무 강해도 일어나고, 적이 너무 약해도 일어납니다 .때로는 우리 나라에 있는 것이 이웃 나라에 없거나 우리 나라에 없는 것이 이웃 나라에 있기도 한데, 그러면 이웃 나라가 우리 것을 차지하거나 자기 것을 우리한테 줄 때까지 서로 싸우게 됩니다. 어떤 나라의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돌림병으로 죽거나 내부의 당파 싸움에 휘말려 있다면, 그것은 그 나라를 아주 정당하게 침략할 수 있는 명분이 됩니다." (본문 401,402,403p)

너무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줄거리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싶네요. 다만 걸리버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그린 여행기 속에서 걸리버가 놀라운 세상을 경험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문학 작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삭제 완역본'이라는 점에서 <비룡소 클래식>을 추천하고 싶어요.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은 것은 기이한 모험이 주는 흥미로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어른들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걸리버 여행기>>는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받을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을 어른이 되어 읽으면서 작품이 가진 오롯한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이미지출처: '걸리버 여행기'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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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내 엄마가 됐어? 단비어린이 문학
백승권 지음, 이영림 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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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화하면서 가족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혼 가정이 늘어나고, 입양 가족도 늘어나면서 혈연관계에서 비롯되던 가족의 개념이 변했지요. 이제 가족의 개념은 핏줄이 아니라 '사랑'이 되어가고 있어요. 여기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동화책이 있습니다. 바로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단비어린이 <<엄마는 내 엄마가 됐어?>>이지요. 이 동화책은 잠든 딸 우주를 바라보며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읽다보면 가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는 감동이 몇 번씩 밀려오는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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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가난한 집안에서 한쪽 발이 짧은 장애인으로 태어났고 그런 외할머니는 엄마를 보며 혼자서도 서럽지 않게 평생 살 수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엄마는 외할머니의 바람대로 공무원이 됐고 아빠를 만났고 오빠 우원이를 낳았어요. 엄마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간직한 한 가지 꿈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그 꿈을 까먹고 있었는데, 10주년 결혼 기념일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하고 돌아온 날 엄마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꿈이 떠올랐고 아빠에게 조심스레 입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희한하게도 아빠 역시 입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입양을 준비하게 됩니다. 엄마는 자신처럼 장애가 있는 여자애를 바랐고 미숙아로 태어나서 눈에 이상이 있는 한 여자아이를 입양하게 됩니다. 처음에 엄마는 아주 눈매가 사납고 날카로운 여자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스스럼없이 아빠의 품에 안긴 여자아이를 아빠는 품어 안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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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외롭지 말라는 뜻을 가진 우주가 엄마에게 오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장애가 없는 줄 알고 입양이 된 적 있던 우주는 시력장애가 있음을 알게 된데다 우주를 좋아하는 아빠 때문에 질투가 난 엄마가 우주를 마구 때렸었다고 해요. 이런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진 우주는 독살 스럽고 우악스러워 오빠 우원이와 다투기 일쑤였고 유치원에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지요. 하지만 한쪽 발이 불편해 늘 몸 전체 근육이 뭉치는 일이 많은 엄마에게 야문 작은 손으로 안마를 해주는 우주를 보며 엄마는 딸 키우는 보람을 느끼고 힘들었던 시간도 잊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주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우주는 엄마에게 입양에 대해 물어왔고 엄마는 우주에게 입양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입양 캠프에 참여하게 되지요. 하지만 입양을 엄마가 둘이라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우주는 우연히 친구가 우주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되고 놀림을 받으면서 시련을 겪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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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아보려 했지만 입양에 대해 부정적이 시선을 갖고 있는 선생님으로 인해 엄마는 도리어 화가 났습니다. 전학을 결심했던 엄마였지마 아빠의 조언으로 우주의 반에서 반편견 입양 교육을 하게 되지요. 엄마는 이 교육을 통해 일이 순조롭게 풀리길 바랐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이 틀어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엄마 아빠 그리고 한 때 우주를 내보내기를 바랐던 우원이까지,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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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보세요. 엄마 아빠는 처음부터 가족이었나요?"

"아뇨."

"서로 전혀 모르던 남남이었죠. 그런데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고 자꾸 만나다 보니 사랑이 생긴 거죠? 그래서 가족이 된 거죠?"

"예."

"서로 핏줄이 다르더라도 함께 살면서 사랑을 나누면 가족이 되는 거죠?"

"예."

"여러분, 그런데 우리 가운데엔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거나 많이 아프거나 도저히 사정이 안 돼 함께 살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어른들이 데려와야 해요."

"이 아이들을 엄마 아빠가 직접 낳은 건 아지미나 함께 살면서 사랑으로 키워요. 그러면 가족인가요?, 아닌가요?"

"가족이에요."

"그래요 이게 가족이 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걸 입양이라고 부르는 거죠." (본문 103,1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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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에서 입양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진 우리의 모습을 담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담임 선생님, 그리고 입양이 뭔지 잘 모르는 아이들이죠. 입양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지만 이제 사회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선생님처럼 입양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이들도 아직 있기에 세상은 더 많이 변화해야해요. 우리 아이들은 이 이야기에서처럼 입양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아닌 가족이 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입양을 알게 했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서로 방문을 사이로 그 어떤 소통도 하지 않는 가족이 있습니다. 핏줄로 맺어졌지만 이들에게는 참다운 가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요. 하지만 우주네 가족은 달랐습니다.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시련은 있었지만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에서 참다운 가족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지요. 그렇습니다. 가족은 이제 핏줄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이 동화책은 입양 가족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있네요. 장애, 학대와 파양으로 트라우마를 겪게 된 우주가 가족과 소통해가는 과정이 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입양의 대한 올바른 사고를 배울 수 있는 동화책이었습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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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돼 줘서 고마워." (본문 1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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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엄마는 왜 내 엄마가 됐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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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
전윤호 지음, 유남영 그림 / 세종주니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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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는 고조선을 시작으로 광복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왔지요. 역사를 어렵고 힘들게 느끼는 아이들도 많은데, 우리 역사를 이룩해온 사람들을 만나 살펴보다보면 우리 역사가 좀 더 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지혜와 올바른 인성을 배우고 깨닫기도 하지요. 이에 세종주니어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에서는 우리 역사를 이룩해온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담아냄으로써 아이들에게 역사와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애썼고, 지금까지 이루어진 한국사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잘못 알고 있는 역사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역사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온 기록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이 중심이 되겠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긴 세월 동안 이 땅에서 활약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이룩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 역사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머리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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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153명의 역사 인물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역사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어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지요. 또한 고조선~발해, 고려, 조선 초기, 조건 중기, 조선 후기~광복 순으로 시대를 분류하고, 각 시대가 시작되는 첫 장에 연표를 실어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답니다. 또한 역사 인물들의 중요한 삶과 업적을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꾸며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했고, 책 뒤쪽에는 [찾아보기]를 두고 어린이들이 만나고 싶은 역사 인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마무시한 구성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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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은 나쁜 임금이라 하여 왕의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정치적으로는 나라를 잘 다르시고,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외교를 잘해 조선을 보호하려 한 임금입니다. 광해군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인조는 수도를 몇 번이나 버리고 도망치다가 결국 청나라의 황제에게 무릎을 굻고 항복을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흥선 대원군은 세도 정치를 끝내고 왕권을 강화했지만 쇄국 정책을 펴서 발전하는 서양의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머리말 中)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에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인물은 바로 우리 민족의 첫 번째 나라인 고전을 건국한 단군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군 신화는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이라 여기는 무리가 곰을 조상신으로 섬기는 부족과 결합하여 호랑이를 섬기는 부족을 물리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렇게 단군을 시작으로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 삼국 통일을 이룬 신라의 왕 문무왕, 고려의 황금기를 이끈 문종, 고려의 정치가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성리학을 들여온 안향,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조선의 장군으로 대마도를 정벌한 이종무, 조선의 대표적인 폭군인 연산군,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을 이끈 장군 권율, 조선의 청렴한 정치가로 다섯 차례나 영의정을 지냈지만 집은 두어 칸짜리 오막살이 초가였으며 벼슬을 그만 둔 뒤에는 끼니를 이을 양식도 없을 정도로 재산이 없었던 이원익, 고종의 아버지로 권력을 잡고 쇄국 정책을 펼친 흥성 대원군,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 김대건, 천연두를 예방하는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친일 매국노로 일본이 조선을 합병하는 데 앞장선 이완용, 개화파로 우리나라 국기를 제작한 박영효, 일제의 탄압에 맞서 한글을 지킨 한글 학자 주시경, 해외로 반출되는 문화재를 보호하고 민족정기를 지킨 전형필 등을 만날 수 있답니다. 이 인물들 중에는 폭군도 있고, 잘못을 저지른 인물들도 있지만 우리는 이들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고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지요.

이렇게 시대의 역사적인 상황을 연결해서 인물을 소개하니 우리의 역사가 조금은 쉽게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특히 인물에 대한 기록을 존중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록했다는 특징을 통해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역사적 배경과 함께 보는 인물들의 생애는 생동감이 느껴져서 좋았고, 역사의 순서대로 수록하고 있어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학습을 넘어 역사 인물을 통해 우리가 지혜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살아 쉼 쉬는 인물들의 숨결을 통해 우리의 역사가 실감 나게 펼쳐지는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역사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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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인물 사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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