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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ㅣ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평점 :
2.5
270페이지, 25줄, 25자.
주석(주로 역자의 주석이고 가끔 원저자의 주석도 있습니다)이 상당히 방해되네요. 거의 신성시 하는 상태에서 글자 하나 문장 하나, 문단 하나에 고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지루한 글들. 뭐든지 처음 접하는 것은 신기하고 가치가 절상되지만 자주 접하면 식상하기 때문에 평가가 절하되는 것과 같습니다. 소설이니 실재인물을 끌어들여 가공의 일을 만들 수도 있지만 주석에는 여지없이 가공이라든지 허구라든지 하는 말이 붙어있습니다. 글을 그냥 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가 봅니다. 이쯤 되는 것들은 종교의 경전밖에 없을 텐데 말이지요.
제가 단편 싫어하는 것을 아시는 분도 계실 텐데, 이것은 여러 개의 단편들이기 때문에, 거기에 더하여 판타지 풍이기 때문에 시들합니다. 앞으로 남은 3권을 언제 다 보나 싶습니다.
1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 (34), 알모따심에로의 접근 (16), 삐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23), 원형의 폐허들 (12), 바빌로니아의 복권 (14), 허버트 쾌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13), 바벨의 도서관 (16), 끝없이 두 갈래롤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12)
2부 기교들
기억의 천재 푸네스 (17), 칼의 형상 (10), 배신자와 영웅에 대한 논고 (9), 죽음과 나침반 (22), 비밀의 기적 (13), 유다에 대한 세 가지 다른 이야기 (13), 끝 (8), 불사조 교파 (8), 남부 (12)
몇 가지 주석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듭니다. 모르는 것은 빼고요. 이름은 언어가 바뀔 때 무한히 따라서 바꿀 수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마오쩌뚱을 우리 한자식으로 모택동이라고 쓴 다음 일본식으로 모타쿠돈이라고 읽으면 곤란한 것이지요.(일본인이 이렇게 읽는다는게 아닙니다. 혹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까 봐.) 로마식 이름 몇이 나왔는데 그걸 이상하게 옮겨놓았네요. 압권은 플리니입니다. 플라니우스가 이렇게 변한 것인데 아는 사람이 아니면 전혀 짐작도 못할 노릇입니다. 'C'를 'ㅅ'으로 옮긴 것도 꽤 되는데 대부분 'ㅋ'으로 사용되지 않던가요? 셀트족과 켈트족, 어느 쪽이 귀에 익습니까? Passionflower도 패션이 보통은 열정을 의미하지만 고난도 뜻하니 앞의 뜻을 따라 열정의 꽃이라고 하면 좀 곤란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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