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반장의 탄생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5
조경희 지음, 김다정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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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는 이제 4학년이 되었답니다. 새학기 첫날 담임선생님이 누굴까 기대하던 4학년 친구들은 절망에 빠져버렸답니다. 웬 새로운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었는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산적 같은 선생님이 되었거든요. 최강철 선생님이라는데, 아이들은 산적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최강철 선생님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찍은 대통령이 공약한 것들을 모두 실천하기 전까지는 수염을 깎지 않겠다는 의미랍니다).

 

그 산적 선생님이 반장 선거를 하겠다고 하며, 후보자는 후보 등록을 하라고 합니다. 여태껏 그렇게 정식으로 반장 선거를 한 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이에 항상 1학기 반장을 하던 병만이 혼자 후보로 등록을 합니다. 과연 병만이는 무사히 반장을 할 수 있을까요?

 

『김반장의 탄생』이란 제목의 재미난 이 동화는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아이들의 반장선거를 보여주는데, 아이들은 정말 어른들의 거울이란 말이 맞나 봐요.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아이들이 반장 선거를 치르며 모두 보여주고 있거든요.

 

<대박 맛있는 짬뽕> 집 손자인 병만은 반장 후보로서 공약도, 연설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들에게 짬뽕을 먹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게다가 후보도 혼자니, 짬뽕을 맛나게 얻어먹은 친구들이 자신을 찍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예년 반장선거에 비해 짬뽕을 더 많이 얻어먹은 친구들은 왠지 찜찜해 하고 있거든요. 병만에겐 미안하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짬뽕으로 반장이 되고자 한 병만에게 친구들은 반대표를 던지네요.

 

이렇게 해서 다시 시작된 반장 투표에서는 드디어 여자 후보다 나옵니다. 규리라는 친구인데, 규리를 중심으로 여자아이들은 똘똘 뭉치네요.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큰 일 났네요. 병만이가 또 나왔고, 준서도 나왔거든요. 남자 아이들은 준서를 밀었거요. 그래봐야 표가 갈리니 어떻게 하면 좋죠? 남자 후보 단일화를 외치기도 하네요.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네요. 그런데, 그저 같은 남자란 이유만으로, 또 같은 여자란 이유만으로 후보자를 지지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네요. 마치 우리 어른들의 선거에 여전히 알음의 법칙이 우선되는 것처럼 말이죠.

 

4학년 아이들의 두 번째 입후보와 선거운동 가운데서도 여전히 온갖 부정적 모습이 가득합니다. 규리는 가짜 생일파티를 열어 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기도 하네요. 병만은 여학생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가짜 애정공세를 펼치기도 하고요. 공약이 있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는 모두 실천할 수도 없는 공약들을 남발하기도 한답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하고요.

 

이처럼 동화는 학급 반장을 뽑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전개하며, 아이들로 하여금 어떤 선거가 바람직한 선거인지를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한답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어른들의 못된 모습들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음도 반성해보게 되네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옷깃을 여며야 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이 나라의 일꾼들을 뽑을 때엔 모두가 멋진 모습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정정당당한 경쟁과 진짜 일꾼, 인격적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능력으로 잘 이끌어갈 리더들을 뽑을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진 어른들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선거에 대해 바르게 접근하게 하면서도 재미까지 있는 참 좋은 동화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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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아이 바다로 간 달팽이 16
김미승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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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닮은 여자 아이 고례. 사내아이들보다 훨씬 큰 몸집과 엄청난 힘을 가진 고례는 태어날 때부터 괴기스러울 만큼 컸다. 그랬기에 불길한 징조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어졌고, 결국 관아에서 사람이 나와 이 아이를 본 후엔 13살이 되면 궁궐 액막이로 보내야 함을 통보받은 아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긴 커녕, 아이들의 멸시와 조롱의 놀잇감이 되어야 했던 아이. 아버지의 사랑 가운데 자라기보다는 큰 덩치와 힘으로 인해 그저 노동력으로 취급받아야만 했던 아이.

 

이 아이, ‘고례’는 어느 날 한 도령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해주게 된다. 이 도령은 바로 뒤처진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개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도련님이었다(물론 소설 속에서는 김옥윤으로 등장하지만, 갑신정변의 주동자인 김옥균을 가리킨다). 고례는 난생 처음 자신을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봐준 이 젊은 도령에게 자신의 액막이로서의 운명을 막아 달라 부탁하기 위해 도령이 산다는 한양 북촌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는데. 과연 ‘고례’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는 13세에 6척 장신인 거구의 소녀, ‘고례’가 자신을 향한 세상의 편견을 딛고 세상을 향해 용기 내어 발을 띄게 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여전히 힘겨운 순간들이 있고, 세상의 편견의 시선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나아감으로 전설의 고대수라 불리게 된 고례. 고례는 갑신정변에 가담한 유일한 여성 혁명가인 궁녀 고대수를 소설 속에 투영한 인물이다.

 

작가는 갑신정변에 얽힌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갑신정변이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를 목적하기보다는 ‘고례’의 용기 있는 도전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편견과 남들과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용기 내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세상을 꿈꾸며 나아간 고례의 그 용기를 오늘 우리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다르게 생긴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151쪽)”라고 말이다.

 

또한 청나라 상인들의 마차에 치어 죽은 덕이, 그 사건을 대하는 양반 민대감의 반응을 통해, 개화건, 쇄국이건, 중도건 간에 진정한 정치의 기본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고례는 민 대감 댁 솟을대문을 뚫어져라 쏘아 보았다. 이건 아니었다. 뭔가 잘못 되었다. 나랏일을 하는 양반이 제 나라 죄 없는 백성에겐 곤장을 치면서 죄 지은 남의 나라 사람을 비호하다니. 아, 이런 세상은 싫다.(104쪽)

 

오늘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덕이와 같은 희생자를 여전히 만들고 있는 세상은 아닌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 이제는 더 이상 결코, ‘아, 이런 세상은 싫다.’라는 고백을 끌어내지 않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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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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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면 우린 어떤 결정,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피노자의 말처럼, 사과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여기 자신들만의 사과나무를 심은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의 저자는 부부다. 이들은 신혼 2개월째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내의 허리가 아파 간 병원에서 척추종양이 발견 된 것. 그것도 직경 7cm나 되는 악성종양.

 

수술을 마친 후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두 부부는 자신들만의 사과나무를 심기 위한 결정을 한다. 부부가 함께 그렸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이렇게 떠난 여행을 통해, 부부는 또 다른 삶의 열매를 거두게 되는데, 바로 그러한 여정을 써내려간 책이, 이 책,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이다.

 

이들 부부가 슬픔과 고통의 한 복판에서 선택한 여행은 때론 힘겨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커다란 선물로 다가왔음을 책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그 선물은 물론 사과는 아니지만, 어쩌면 사과보다 더 달콤하고, 맛난 선물이 아닌가 싶다. 그 선물은 뭘까?

 

그건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 인연의 시간들이다. 람빵에서 만난 사케 아저씨, 그리고 체리를 따기 위해 캐나다까지 함께 한 좋은 사람들과 그 외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의 시간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이를 통해, 여행이란 문화유적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멋진 풍광을 통해 힐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큰 선물임을 알게 한다.

 

또한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여행하는 가운데 불편함과 부족함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을 통해, 이미 자신들이 행복을 누리고 있음도 발견하게 된다. 이 또한 여행이 주는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아울러 두 부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아갈 용기를 선물받기도 한다.

 

더 가지려 하지 않고 가진 것으로 아껴 쓰며 경쟁보단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내가 희망하던 삶이었다. 그리고 먼 땅의 조그만 동네에서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내게 이런 삶은 희망으로 꾸는 꿈일 뿐이었다. ... 그러나 이제 확신이 생겼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한 그림이 조금 더 완성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용기가 생겼다.(224쪽)

 

이러한 용기 가운데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도 포함 될 것이다. 이들은 자꾸만 무거워져 가는 배낭의 무게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아울러 이런 버림을 통해, 이들의 삶 속엔 멋진 그들만의 나무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계속 비워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배낭이 비워질수록 마음은 채워지는 것 같았다.(154쪽)

우리가 여행을 하는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했다 싶은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것. 그리고 미련의 무게를 줄이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288쪽)

 

여행을 통해 좋은 만남들을 갖게 되고, 여행의 힘겨운 순간순간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며, 짐을 줄여야 할 상황 앞에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그리고 여행지에서 엿보는 타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이제 내 삶 속에서 나 역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것. 이것이 이들 부부가 여행을 통해 얻은 맛난 사과열매일 것이다. 바라기는 이들이 심어가는 삶의 나무들이 책의 제목처럼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길 소망해본다.

 

이들 부부와 함께 책을 통해 여행한 독자들 역시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자각하며, 또 다시 삶의 자리에서 부딪쳐 나갈 용기를 선물 받게 되며, 아울러 그 선물이 나의 것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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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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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 “여러분, 부~자 되세요~”란 카피의 CF가 인기 있던 때가 있었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유행어가 되기까지 한 이 축복(?)의 문장. 물론 한 쪽에서는 이 문구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솔직히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다 있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인 사람과 부자가 되길 원하는 가난한 사람 말이다(물론, 이는 지극히 단순화한 것이며, 부자가 됨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을 테지만).

 

그럼, 부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이 책, 『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말한다. 부자는 3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축적, 증식, 그리고 분배가 그것이다. 우린 대부분 축적과 증식만을 부자의 요소로 생각하지만, 분배라는 요소야말로 부의 완성을 가져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분배가 되지 않고, 그저 축적과 증식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참된 부자가 아닌, 전충(錢蟲) 즉 돈벌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분배야 말로 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으로 조선시대의 부자들 16명(개인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가문을 드는 경우도 있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가 아닌,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팩션이기 때문이다. 역사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들이 있다는 게다. 그러니 조선 시대의 부자들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하여 더욱 흥미롭고 풍성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이들 16명의 이야기들이 모두 바람직한 분배의 예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어느 경우는 왠지 바람직한 분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경우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부를 이루어가기 위해 보인 삶의 자세들을 살펴본다면, 이 책의 작업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 되리라 싶다.

 

어떤 분들은 철저한 근검절약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상도의 길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악착 같이 일하고 절약하는 모습, 정보가 돈이 됨을 알고 들려오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부를 쌓아가는 모습, 신용과 정직이 커다란 부로 되돌아오는 모습, 땅이 정직함을 믿고 그 땅에 땀 흘리기를 즐거워하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어느 경우는 다소 엽기적인 모습으로 부를 쌓는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멋진 분배를 통해, 부의 완성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쌓은 부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 모습. 국가를 위해, 독립을 위해 자신의 부를 내놓는 모습. 자신의 부의 힘을 가지고 부정을 억제하는 모습 등 참 멋스러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대단히 세속적인 재화가 더럽기보다는 오히려 얼마나 아름답고 선하게 사용될 수 있는 지를 깨닫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분들이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잘 알려진 경주 최부자 가문의 이야기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경주 최부자 가문에는 이런 가훈이 있다고 한다.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하지 마라

- 재산을 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최씨가의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

 

이런 멋진 가훈을 정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며 살던 그들이기에 그 부가 아름답게 유지된 것이 아닐까? 이들은 그 가르침 그대로 흉년이 들자, 쌀을 빌려간 사람들의 문서를 태워버렸다고 하며, 더 나아가 흉년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제함에 힘썼다고 한다. 소작으로 받은 쌀의 1/3은 반드시 가난한 이웃을 구제하는 데 사용하였다는 경주 최부자 가문. 얼마나 멋진 가문인가!

 

이 가문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어느 스님이 툭 던진 이 말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물은 거름이다. 거름은 나누면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지만 쌓아두면 악취가 풍긴다.” (300쪽)

 

그렇다. 오늘 부자들의 갑(甲)질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이유는 그저 자신들을 위해서만 쌓아두고, 그 힘을 자신들만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그런 갑질에서는 악취가 날 수밖에. 하지만, 진정한 갑질은 나눔에 있을 것이다.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이웃의 삶을 더욱 잘 자라게 만들어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거름으로서의 나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갑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멋진 갑질이 세상에 가득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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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미즈노 케이야 지음, 신준모 옮김, 텟켄(철권) 그림 / 살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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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낵컬처북’이다. 마치 스낵을 먹듯, 가벼운 마음으로 쓱쓱 페이지를 넘기며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정도다. 하지만, 그 울림은 가슴 속에 오래 남게 된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지금 나의 삶이 축복을 누리는 순간임을 깨닫게 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붙잡게 하는 묘한 힘이 담겨 있는 책이다.

 

 

꿈이 언제나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 있다. 가고 싶던 대학에는 떨어지고,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을 돌아봐 주지도 않는다. 직장에선 하고 싶은 일을 맡을 수 없었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했지만, 결국 마음대로, 뜻대로 되는 것이 없자, 이젠 꿈을 꾸는 것이 도리어 괴로울 뿐이라며 꿈을 잊고 늙어간 사내. 그는 결국 죽음 직전에 다시 헤어졌던 꿈을 만난다. 꿈도 이젠 노인처럼 함께 늙었지만, 그 꿈이 내민 펜으로 글을 쓴다.

 

그렇게 써 나아간 글 안에 이런 내용이 있다.

 

꿈을 꾸고 싶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아요. 좀 창피한 생각이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싶습니다.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시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알 수 있지요. 그렇게 시시한 인생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산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었다는 것을요. 나는 지금까지 줄곧 꿈을 이루었을 때에만 자신의 인생이 찬란히 빛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지 못하면 내 인생은 아무 보람도 없는 보잘것없는 삶이라고 생각해 왔지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산다는 건 그 자체로 빛나는 일이었습니다. 삶, 그 자체가 빛이었던 거예요. 당신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너무나 눈부시답니다.

 

평생 꿈을 잊고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노인의 편지가 마음을 울린다. 그렇다. 우린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부시다. 그리고 꿈을 이루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몸부림이 행복한 것이다. 그렇기에 꿈을 간직하고, 그 꿈을 향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이라면 이미 행복 가득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

 

우리 이렇게 살아가자.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순간이 바로 행복한 순간이요, 축복의 순간임을 기억하고 결코 내 꿈이 그저 늙어가게 방치하지 말자. 워렌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부자이기 때문에 행복한 적은 없었다고. 하지만, 부자가 되어 가는 과정은 너무 행복했다고. 그렇다. 우리가 꿈을 이루어서 행복한 것보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눈부신 순간, 가장 아름답고, 멋진 시간이 아닐까? 오늘 우리가 그 행복을 붙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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