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강좌
박윤덕 외 지음 / 아카넷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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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6년에 출간된 『서양사강좌』는 총 2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서양사 개론서이다. 1-8장까지는 고대에서 중세, 9장부터 25장까지는 근현대를 다룬다. 2022년 출간된 개정증보판은 "헬레니즘," "민족주의," "러시아 혁명"이 추가되어 총 28개의 장으로 늘어났다. 『서양사강좌』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출신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집필하였다. 저자들이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이 책의 대상 독자는 대학의 교양 및 전공 과정에서 서양사에 입문하려는 학생들 혹은 서양사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이다. 


『서양사강좌』 이외에도 여러 서양사 개설서가 출간되었다. 해외 저자가 쓴 저작의 경우 『새로 쓴 서양 문명의 역사』가 있으며 국내 저자가 집필한 경우로는 『서양사총론』(1976), 『서양사개론』(1983), 『서양사강의』(1992)가 있다. 『서양사강좌』의 저자들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서양사 개설서가 요구되었으며 이에 맞춰 『서양사강좌』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그 의도를 밝히고 있다.


특히 저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지점은 서양 중심의 유럽중심주의를 탈피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유럽사 외부의 요소들을 고려하고 유럽과 서양을 지구상의 여러 문명과 지역 중 하나로서 바라보려 했다고 밝힌다. 나아가 정치사 뿐 아니라 사회사, 문화사의 성과들도 적극 반영하려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실제로 각 장의 주제나 구성에서 잘 드러난다. 각각의 장은 먼저 해당 장에서 다루는 몇 가지 주제이나 사건들을 개괄한 후, 구체적으로 설명에 들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먼저 고대에서 중세까지에 해당하는 1-8장을 보자. 3장 '기독교의 형성과 고대 세계'는 기독교가 형성되어 로마 제국에서 국교로 성립되고 교리를 정립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4장 '중세 유럽의 탄생과 세 문명권의 성립'은 서유럽, 비잔티움, 이슬람 3개 문화권의 형성 과정을 다룬다. 6장 '중세 유럽 사회: 농민과 귀족, 성직자'는 3계급으로 구성된 중세의 사회문화사적 측면을 설명한다. 7장 '중세 유럽의 문화와 타 문명과의 교류'은 십자군을 필두로 서유럽과 타문명권 사이의 교류 과정을 밝힌다.


근현대 파트를 다루는 9-25장은 이런 점이 더더욱 부각된다. 예컨대 9장 '대항해 시대와 세계 체제'는 근대 유럽에서 각 국가들이 보여준 국가들 간의 관계 혹은 '체제'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다룬다. 15장 '19세기 전반기 대서양 양안 세계의 변화'에서는 서술 대상이 유럽을 벗어나 대서양 양안의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포괄하기에 이른다. 16장 '산업사회의 등장과 노동운동'은 노동자 계급이 근대 유럽 사회에서 주도적인 정치세력으로 부각되는 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상 및 정치적 운동을 다룬다. 17장 '도시화와 근대 문화의 성장'은 근대 유럽 사회에서 이전 시대와는 양적, 질적 측면에서 현저히 달라진 도시를 개괄한다. 18장 '제국주의의 시대(1870-1914), 19장 '이주의 물결과 이동의 확대'는 유럽이 타 지역과 맺은 관계, 그리고 서양 열강들이 만들어낸 국제 질서 속에서 유럽인들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인구가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잘 드러내는 장들이기도 하다. 근현대 파트에 해당하는 장들은 '서양'에만 국한되지 않는, 세계사 혹은 지구사로서 전세계가 뒤얽힌 복잡한 사건들의 전개 과정을 간략하면서도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70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이다. 2022년 개정판은 100페이지 가량 더 늘어 800페이지에 가까운 더 두꺼운 벽돌책이 되었다. 그렇긴 하지만 분량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각 장은 별 개의 장이며 마음에 드는 장부터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중세, 종교개혁, 제국주의,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68운동, 소련의 붕괴 과정과 같은 커다란 주제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개론서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다른 문학, 인문학, 역사학 서적을 읽을 때 배경 삼아 참고하기에도 좋다. 


한 가지 짚고 갈 점은 이 책이 1장 '고대 그리스 세계'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개정증보판에서 헬레니즘 세계가 추가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시작점은 같다. 이 지점은 어떻게 보면 고대-중세-근현대로 넘어가면서 서술의 지평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해 유럽 전반,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로 넓혀가는 기존의 서양사 서술 구조를 답습하는 지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향후 또다른 개정판이 나온다면 유럽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은 중근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 관해 별개의 장을 할애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점을 짚고 가자면, 이 책에서의 서양사는 20세기 말, 동구권 소련의 붕괴로 끝난다.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지역의 현대사는 사실상 68운동 시점에서 종결된다. 소련 붕괴 이후의 현대사는 23장 '냉전 체제의 전개와 제3세계의 대두' 끝에서 살짝 다루어지는 데 그친다. 21세기의 사반세기에 거의 다다른 현 시점에서 21세기도 이제 하나의 장으로 서술하기에 충분한 시점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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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19세기 이래 국민국가를 기본적인 구분선으로 하는 국가 단위의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영국사, 한국사, 중국사 등과 같은 일국사적 서술 경향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있다. 일국사적인 접근은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고 현재적 정체성의 기원을 재확인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가치와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국사적 서술은 대상이 되는 공간을 미리 구분하는 탓에, 국민국가가 등장하기 이전의 유동성이나 국가보다 작은 단위 내지 초국가적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국가라는, 정착을 염두에 둔 일정한 공간은 안정성 내지 고정성이라는 관점을 전제하는탓에, 특히 국가 간 체제가 등장하는 17세기 중반 이전의 혼돈된 유럽을 특징짓는 유동성과 불안정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불안정성은 공간적으로 피난, 반란, 전쟁, 강제 이주 등의 인구 이동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며, 인구 이동이 영향을 미치는 경계는 국경과 무관한 미시적인 지역일 수도, 아니면 국경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영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또한 국민의 범주에 들지 못한 노예, 포로 등의 강제적 이동이나 유대인, 집시등 소수자들의 존재도 오랫동안 외면되었다.
최근 들어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일국적 단위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게 된 세계화라는 새로운 현실 앞에서 초국적인 접근이 주목받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교통과 통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국경을 넘나드는 빈번한 인구 이동이일상화되면서, 이주가 인류사에서 예외적이 아닌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문제의식도 생겨났다. 그런 점에서 인류사를 ‘정주=지속안정‘이라는 측면 외에 이제껏 소홀히 해온 ‘이주=변화/불안정‘이라는 시각에서 역사적으로 추적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기존의 역사 서술에 비교해서 이런 관점의 전환은 아직은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이동하는 인간들에 주목할수록 역사 해석의 폭과 깊이는 훨씬 더 확장될 것이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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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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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마시는 드립백 커피인데 마시고 난 후의 뒷맛이 독특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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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귀족 연감
이혜진 옮김, 디브렛 원작 / 루아르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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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 귀족들에 관해 잘 알려주는 자료입니다. 이 시기 문화사를 다룰 때 유용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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