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가 글을 읽는 원리를 토대로 글쓰기를 설명한다. 어떤 문장은 의미가 응축되어 모호하게 느껴지고, 어떤 문장은 명확하게 느껴지고 단박에 이해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를 알면, 별다른 깊이도 없이 난해하기만 한 문장을 가려내는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 P27

복잡한 글을 진단할 때는 가장 먼저 주어를 살펴본다. 주요행위자가 핵심주어로 나오지 않는다면, 주요행위자를 찾아야 한다. 행위자는 대개 전치사의 목적어, 소유격 대명사, 형용사 속에 숨어 있다. 행위자를 찾으면 그들의 행위가 무엇인지 찾는다. 행위자를 주어로, 그들의 행위를 동사로 놓아 문장을 수정한다. 난해한 글을 읽을 때에도 행위자와 그들의 행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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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우리는 소설의 주장을 거짓으로 여기지 않으며, 호메로스나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독자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저자와 암묵적인 규약을 맺는다. 저자는 정말로 일어난 일을 얘기하는 〈척하고〉, 우리는 그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척한다는 규약 말이다. - P210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인물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안다는 것이다. 보바리 부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보바리 부인은 자살했다>라는 주장이 반박 불가능한 진리의 모델이라는 위안 어린 확신을 더 이상 갖지 못할 것이다. 소설의 가능한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영원히,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이 닿지 않게, 일은 다 일어났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 좌절을 받아들이고 그로써 숙명에 전율해야 한다.
나는 이 <운명 fatum>에 대한 교육이 문학의 주요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교육이 허구 속의 인물들, 속세의 성인들과 신자들의 성인들이 지닌 패러다임적인 가치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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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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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바슐라르라는 한 개인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입문서로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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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비딕을 생각나게 만드는 이야기긴 하지만 시기 상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모비딕에 앞선다


모비딕에서 거대한 고래가 인간이 정복할 없는 자연을 나타내는 듯했는데, 이야기에서 핌은 반란을 일으키는 선원, 망망 대해의 바다에서 시체들로 가득한 유령선, 극한의 상황에서 저지르는 식인, 정체를 없는 섬에서 마주하는 속내를 감춘 미지의 원주민들을 마주하는 내내 위험과 극한의 악몽같은 상황을 겪은 끝에, 마지막에는 하얀 거인의 모습을 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원주민 섬에서 협곡의 모습과 협곡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피터스의 추측이 말도 안된다고 부정하였는데 후기에서 포는 핌이 남긴 그림을 각각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이집트어라며 추측한다. 같은 추측은 핌에게 이입하던 독자에게 핌이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 미지의 영역이 있음을 섬뜩하게 제시하는 듯하다. 후반부에 '테켈릴리' 언급되는 점도 포인트


핌에게 내내 몰입한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면 '여기서 ?'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찝찝함이 몰려온다. 불쾌한 꿈을 꾼 느낌이다.


하지만 결핍과 공포를 너무나 오래 겪어온 끝이라 우리의 지력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그 시기의 우리를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167

순풍과 순조로운 날씨를 꾸준히 유지하며 남동쪽을 향해 가던 약 15일 동안 피터스와 나는 둘 다 굶주림과 끔찍한 고생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지난 일들이 실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겪은 것이라기 보다는 다소 끔찍한 꿈이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깨어난 것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후로 이런 식의 부분적인 망각이 갑작스러운 변화—기쁨에서 슬픔으로건, 그 역이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망각의 정도는 변화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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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우리는 폭포의 품 안으로 달려들어가고 있었는데 틈이 그 안에서 열리면서 우리를 맞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는 길에서 수의를 입은 한 인간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그는 인간 세상에 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그리고 그의 피부색은 눈처럼 완벽한 하얀색이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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