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 P259

「선생도 아시겠죠.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걸. 그런 사람은 갤리선의 노 젓는 나무 의자에 쇠사슬로 묶인 노예처럼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해요. 스트릭랜드를 굴레지어 놓았던 그 열정도 사랑처럼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죠」 - P276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鄕愁)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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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세 번째 책의 제목은 『대서울의 길』입니다. 제목대로, 이번 책의 주인공은 <길>입니다. 이 길에는 도로, 철도, 강, 항공이포함됩니다.
이 책에서 저는 길을 따라 대서울의 중심에서 경계 지역까지갑니다. 서북쪽으로는 파주, 북쪽으로는 철원, 동쪽으로는 춘천과 원주, 동남쪽으로는 안성, 남쪽으로는 천안, 서남쪽으로는 아산 신창, 그리고 서쪽으로는 화성 남양반도와 강화도까지, 대서울 구석구석을 걸으며 발견하고 생각한 갈등 도시의 현재 상황을기록했습니다. - P5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과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지역을 잇는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리고 길은 당연히 지자체의 경계를 뛰어넘습니다. 길을 통해 이어지는서울과 그 너머의 지역은, 마치 둥그런 피자에서 떼어 낸 한 조각의 피자와 같이 길쭉하지만 단단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조각의 피자가 다른 피자 조각들에서 쉽게 떨어지듯이, 각각 길을 통해 결합되어 있는 서울과 그 너머 지역들의 덩어리는 다른 지역 덩어리들과 별개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보다는 이 길의 주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정체성은, 습관적으로 말하곤 하는 <어느 지역 사람>이기보다 오히려 <어느 길의 사람으로서 형성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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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몰입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잊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머리로는 알지 모르나—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해 준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보다 더 사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더 이상 한 (p. 160)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사물, 말하자면 자기 자아에게는 낯선,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되고 만다. (pp. 159-160.) - P159

「세상은 참 매정해.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지. 조용하게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사는 삶이나마 그냥 만족하면서 조용하게, 그 사람들처럼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 - P184

여자들이란 사랑밖에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사랑을 터무니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단말야. 그래서 우리더러 그게 인생의 전부인 양 믿게 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그건 하찮은 부분이야. 나도 관능은 알지. 그건 정상적이고 건강해요. 하지만 사랑은 병이야. 내게 여자들이란 쾌락을 충족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아. 나는 여자들이 인생의 내조자니, 동반자니, 반려자니 하는 식으로 우기는 것을 보면참을 수가 없소」 - P203

남자의 정신은 우주의 저 머나먼 곳에서 방황하는데 여자는 그걸 자기 가계부 안에다 가둬두려고 하는 거요. - P204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추구하는 혼을 언뜻 보았던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내, 남루한 옷차림에 코는 커다랗고 눈은 번쩍이며 수염은 붉고 머리칼은 더부룩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건 겉껍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하나의 혼과 대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07

한 가지 분명한 것은—하기야 그것도 상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그는 지금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힘이며, 어떤 방식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인지는 불투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 P211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事實)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것이다. - P212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것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그는 자신뿐만아니라 남들까지 희생시켰다(자기 희생쯤이야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스트릭랜드는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가 위대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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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아야 하는가where to live 뿐만 아니라 어디를 사야 하는가where to buy까지 알려주는 실용 서적이다.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단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말해준다. '대서울'(저자가 '수도권' 대신 사용하는 표현)에 살고 있다면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고, '대서울'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살(live/buy) 집을 찾고자 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을 간결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외국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다른 부동산 관련 저작은 안 봐서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눈길이 간 이유는 인문학자인 저자가 경제 관련 실용서적을 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점 몇 가지를 나열하고자 한다. 구글맵과 국내 지도 어플의 차이, (짧게는 일제, 길게는 고려나 조선시대 까지 거슬러가는)행정의 연속성 혹은 행정의 관성, 해당 지역의 특징, 나아가 재해의 가능성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지명', 역세권이나 숲세권과 같은 단어가 현실을 가려버리는 지점(예컨대, 걸어서 5분 거리라는 역세권이 알고 보니 전력질주로 5분 달려야 하는 거리라는 식), 기획 부동산의 그럴듯한 마케팅 등이 있겠다. 책을 읽어보면 더 많지만 지금 나로서는 이 정도가 한계.


하지만, 역시 실제로 현장에 가보십시오. 자가용으로 휙 둘러보지 말고, 실제로 걸으면서 땅의 높낮이를 확인하십시오. 그곳의 공기에서 냄새도 맡아보십시오. 맑은 공기인지, 아니면 주변의 공장이나 축산단지에서 매연과 폐수가 흘러내리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직접 버스와 열차를 타보십시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또 본인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떨지 확인해보십시오. 이 방법은 살 곳where to live을 찾을 때뿐 아니라, 살 곳where to buy을 찾을 때에도 참고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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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가지 설명밖에 없어요. 이제 예전의 그이가 아니라는거예요. 어떤 여자가 꼭 쥐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여자 때문에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꽤 오래된 사이일 거예요」 - P52

「이혼은 절대 안 해요」 부인은 갑자기 거칠게 대답했다. 「그이에게 그렇게 전해 주세요. 그 여자와는 절대로 결혼 못 할 거라고요. 제 고집도 그이 못지않아요. 이혼은 절대로 안 할 거예요. 아이들 생각도 해야죠」 - P53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 P69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어떤 창조의 본능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창조 본능은 그 동안 삶의 여러 정황 때문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치 암이 생체 조직 속에서 자라듯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서 마침내 존재 모두를 정복하여 급기야는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까지 몰아간것이 아니었을까. - P74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채 한가운데 숨어 있는 스파이이다.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敵)을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 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77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 그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09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 P112

방 안은 캄캄했다. 천장이 경사진 지붕 밑 다락방이라는 것만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어슴푸레한 빛이, 아니 빛이라기보다 덜 짙은 어둠이, 채광창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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