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논쟁들이 이런 양상을 띠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현실과 무관한 순수한 주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듯하나 그것을 보는 이는 항상 논쟁의 당사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처지에 서 있는가, 그들이 현실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라고 하는 이른바 ‘토대의 문제‘까지 함께 파악해야만 한다. 그것까지 파악할 때 비로소 ‘담론‘이라는 술어가 제대로 이해된다. 담론은 순수한 학적 언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언설이 은닉하고 있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권력관계까지도 담고 있다. 이 권력관계에는 발언자의 사회적 위치와 배경, 발언 시점, 발언이 전달되는 매체 등도 중요한 요소로서 포함된다. 이러한 맥락이 고려될 때 담론 분석은 권력 분석이 되는 것이다. - P4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논리적인 사유 태도를 가지고 읽어야 할 텍스트이다. 이렇게 읽는 것만이 《장미의 이름》을 신비주의의 주문이 아닌, 합리적인 상식과 그것을 추구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교적 텍스트로 자리잡게 하는 방편이다.
텍스트를 재미삼아 뜯어서 아무데나 붙이고 제멋대로 읽어 대는 일을 대단한 학문적 행위로 간주하는 요즘, 제대로 된 텍스트 읽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P345

여기서 시도하는 것은 ‘텍스트 읽기‘이다. ‘텍스트 읽기‘라는 말은 두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는 텍스트가 무엇인가 하는 텍스트의 정의를 규정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읽기‘의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밝히는 것이 이 텍스트 전체의 목적이므로, 이에 대한 답은 이 텍스트를 다 읽은 다음에야 얻어질 수 있을 것이나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정이 필요할 것이다. - P352

‘텍스트‘를 가장 일반적으로 규정하자면 그것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말과 글)로 이루어진 것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것 등도 포함한다. 아무리 무심코 말을 하고 뭔가를 그렸다 해도 그것이 사람 집단에서 말해지고 그려진 것이라면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 간주할 수 있다. - P3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자들은 각주의 탄생을 12세기, 17세기, 18세기, 19세기로 잡는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연구의 한 가지 목표는 꽤 간단한 것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의 가닥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또 다른 목표는 이런 가닥들을 한데 엮으면 한 편의 이야기, 지성사의 더 유명한 여러 일화만큼이나 예기치 않게 인간적이고 지적 재미가 넘치는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P10

근대 세계에서—논문 작성자를 위한 지침서가 설명하듯이—역사가는 두 가지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사료를 모두 검토해야 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와 주장을 구성해 내야 한다. 각주는 두 가지 임무가 모두 완수되었음을 증명한다. 각주는 1차 증거와 2차 저작을 모두 보여 준다. - P19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이 글에서 나는 언제 어디서, 왜 역사가들이 명확히 구별되는 근대적 형태의 서사 구조를 채택했는지—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귀족의 층"이라는 말로 이층 건물의 위층을 일컫는다 옮긴이)가 있고 탁 트인 1층엔 유혹적인 물품이 수없이 진열된 이 진기한 아케이드를 누가 처음 지었는지—알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대답은 개략적이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주에는 우리가 흔히 믿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계보가 있음을 그리고 각주라는 그 야수의 기원 자체가 그 본성, 기능, 문제를 스스로 부각시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 ‘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평이란 기본적으로 "책을 읽은 사람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책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함께 주관적 평가를 제공하는 글이다. 만일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서평을 대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또 다른 견해를 통해 그 책에 대한 이해(理解)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서평은 어떤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그 책에 대한 배경 지식을 제공해 줌으로써 편안한 독서로 안내한다. 나아가 해당 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독자로 하여금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한다. - P113

서평은 대개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책을 소개하는 부분과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책을 평가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먼저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주로 저자를 비롯하여 줄거리, 글의 구성 방식, 표지와 삽화 및 사진을 포함한 편집 디자인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책을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책 내용이 다루는 주제가 무엇이며 어떤 점이 매력적이거나 문제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타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서평을 쓰는 사람에 따라 책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 P114

이상과 같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서평이란 특정 도서에 대한 주관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평가와 의견 개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과 독자들의 선입견을 자극하거나 독서에 간섭할 정도로 깊이 있는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평은 기본적으로 "비평인 동시에 책에 대한 소개"라는 하나의 길로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평으로만 일관하거나 줄거리 등 책에 대한 소개로만 이루어진 것은 진정한 의미의 서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곧 비평과 소개가 적절히 어우러진 글쓰기야말로 서평의 경지에 한 걸음 다가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잘 쓴 서평은 결코 ‘개인의 소감‘으로 끝나지 않고 서평자가 경험한 책 읽기의 진수를 통해 독자들을 독서의 세계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곤 한다. - P116

"서평이란 서평자의 전문지식 및 학문 수준과 경향을 바탕으로 특정 도서에 대한 가치 평가와 비평을 도모할 목적으로 서술, 비판, 해설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독서 욕구를 자극하는 한편, 바람직한 독서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문화성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글쓰기로서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 P117

서평은 보통 서술적(敍述的) 서평, 비판적(批判的) 서평, 해설적(解說的) 서평으로 나눌 수 있다. 서술적 서평은 책의 내용과 구성 등에 대해 비평 없이 저자의 주장을 사실 그대로 서술하는 서평이다. 비판적 서평은 서평자가 자신의 학문적 판단이나 경향, 전문지식에 근거하여 책의 내용과 구성에 나타나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주저 없이 비판하는 서평이다. 해설적 서평은 책에 대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정확한 의미 파악을 전제로 어려운 내용이나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어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理解)를 돕는 서평을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분이 서평마다 명확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이러한 세 가지 성격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다만 어느 하나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것을 중심으로 나눈 분류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 P1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