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는 사회과학의 여왕이다. 경제사의 주제는 애덤 스미스의 위대한 저작의 제목인 ‘국부의 본질과 요인(국부론)‘이다. 국부의 요인을 경제학자들은 시간을 초월하는 경제 발전 이론들에서 찾지만, 경제사가들은 역사적 변화의 동적인 과정에서 찾는다. 경제사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왜 어떤 나라는 부자이고 다른 나라는 가난한가?—이 다루는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된 이래 경제사는 특히 흥미로워졌다. 50년 전 그 질문은 ‘산업혁명은 왜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는가?‘였다. 그러나 중국, 인도, 중동에 관한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 문명들의 내재적인 동학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경제 성장이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왜 유럽에서 (p. 9) 시작되었는지 물어보아야만 한다. - P8

오랜 과거의 소득에 관한 데이터는 정확하지 않지만, 1500년경까지 국가 간 번영의 차이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차이는 주로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로 항해하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래 나타났다. - P9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교육을 확대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역설적으로, 최저생계 수준은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경제적 동기를 제거한다. 하루의 노동으로부터 더 많은 산출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이 경우 노동이 너무 값싸서 기업들이 굳이 생산성을 높일 기계를 개발하거나 도입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생계 수준은 빈곤의 덫이다. 산업혁명은 바로 높은 임금의 결과였다. 산업혁명은 높은 임금의 원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 P24

세계는 왜 점점 더 불평등하게 되었을까? 지리, 제도, 문화 같은 ‘근본적 요인‘과 ‘역사의 우연‘ 모두가 역할을 했다. - P26

제도, 문화, 지리는 언제나 경제성장의 배경에 숨은 요인이었던 반면, 기술 변화, 세계화, 경제정책은 불균등 발전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 P29

산업혁명(대략 1760년부터 1850년까지)은 세계사의 전환점이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급격한 단절이 아니라 앞장에서 논의한 초기 근대 경제의 전환의 결과였다. - P44

기술 변화가 산업혁명의 동력이었다. 증기기관, 면방적기와 면방직기 그리고 나무 연료 대신 석탄을 사용하여 철강을 제련하는 새로운 과정 같은 유명한 발명들이 나타났다. 또 모자, 핀, 못 등 그다지 첨단은 아닌 산업에서도 노동생산성을 상승시킨 갖가지 단순한 기계가 등장했다. - P45

제국주의는 고임금 경제의 기초였고, 고임금은 다시 노동을 절약하는기술 변화를 촉진하여 경제 성장을 가져왔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제국주의로부터 이득을 얻었다. - P47

가장 강력한 변화는 도시화와 상업의 발전이었다. 이로써 읽고 쓰는 능력과 계산력이 더욱 중요해져 대중의 지식이 발전했다. 18세기에는 장인, 기능공, 상점주인, 농부의 아들 대부분과 노동자의 아들 일부가 몇 년 동안의 기초교육을 받았다. 그 결과 전례가 없을 만큼 대중들이 신문을 읽고 정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 P49

결국 노동이 비싸고 자본이 싼 곳에서 기계를 사용하면 이익이었는데, 영국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기계가 이익이 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이다. - P54

산업혁명의 최대 업적은 18세기의 발명들이 이전 세기의 발명들처럼 일시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18세기의 발명들은 계속되는 혁신의 물결을 촉발했다. - P59

증기력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일컫는 범용 기술의 사례였다. 다른 범용 기술은 전기와 컴퓨터 등이다. 범용 기술의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술은 발명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야 경제 성장에 기여를 할 수 있다. 증기력도 마찬가지였다. 뉴커먼의 발명 이후 100년 가까이 지난 1800년이 되어서야 증기력은 영국 경제에 아주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이 되면서 교통과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결국 그 잠재력이 실현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 노동생산성 상승의 절반은 증기기관 덕이었다. 이러한 장기적인 이득이 경제 성장이 100년동안 지속된 중요한 원인이었다. 또다른 원인은 여러 산업 분야에 과학이 더 많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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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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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본서는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 책을 어떻게 읽을까"는 '책에 접근하는 방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부 어떻게 쓸까"는 '서평의 여러 형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3부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은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아주 긴 서평_ 《장미의 이름》읽기로 이루어진다.


각 장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1부에서 저자는 어떻게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이해할 것인가, 그 방법들을 몇 가지 설명하고 그에 중점을 맞춘 서평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서평의 종류, 형식, 책 한 권에서 특정 내용만 뽑아 쓰는 '주제 서평', 여러 권의 책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일차 문헌에 대한 해제로서 '역자 후기', 테제가 있는 '논고'에 관해 설명하고 1부처럼 각 하부 주제에 알맞은 예시로서 저자가 쓴 서평이 제시된다. 3부에서는 동양, 서양을 아우르면서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에 맞춰 저자가 쓴 서평들이 전개된다. 3부에 수록된 서평들은 근대에서 시작해 정치에 이르고 이어서 인간에 이르는 구성을 보인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서평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책 읽기의 목적은 지식 획득이다. 지식 얻기는 단순한 지식 획득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논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즉 자기화를 의미한다. 자기화를 할 수 있도록 책을 잘 읽으려면 책을 읽을 때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책을 읽어야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히 서평쓰기로 이어지며, 서평을 쓴 책에 한해서는 자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서평을 읽고 그 책을 이해하거나 읽는 계기가 된다면 책읽기가 자기화를 넘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책읽기, 서평쓰기, 서평읽기는 하나로 묶이는 행위이다. 저자는 이같은 책읽기-서평쓰기-서평읽기가 반복되면서 책읽기를 통한 지식 탐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pp. 9-10.) 


이 책을 두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메타 서평집'이라 자평한다.

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 P11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책읽기의 방식이나 서평쓰기의 방식은 여타 실용적인 서평 지침서들에 비해 내용이 간결하고 압축적이다. 바꿔 말해, 저자가 생각하기에 책 읽기와 서평쓰기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으며, 저자 본인의 서평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책 읽기, 서평쓰기의 방식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 서평 지침서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책이다. 이 점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려 '메타 서평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저자가 이 책에 수록한 서평들은 마지막 부록으로 수록된 《장미의 이름》 읽기를 제외하면 모두 비문학 서적들이다. 《장미의 이름》 읽기 역시 읽다보면 문학 서평이 아닌 비문학서평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본서에 수록된 서평은 적어도 이 글을 쓰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책에 수록된 서평만을 통해 책을 접한 만큼, 수준이 높다고 느껴진 지점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 특히 《장미의 이름》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된 아주 긴 서평_《장미의 이름》 읽기를 읽으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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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역사 - 각주는 어떻게 역사의 증인이 되었는가
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김지혜 옮김 / 테오리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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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역사』(Les Origines Tragiques de L'érudition)는 미국의 역사가 앤서니 그래프턴의 저작으로, 전문서적을 읽다보면 본문 아래 깨알같이 놓인(어떤 때는 본문 절반 가까이 잡아먹기도 하는) 각주의 역사를 다루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저자인 앤서니 그래프턴에 관해 간략히 알아보자. 역자 후기에 따르면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프린스턴 대학 역사학과에 현재까지도 재직중이다. 프린스턴 역사학과는 "신문화사"를 주도한 주역들, 로렌스 스톤, 내털리 데이비스, 로버트 단턴이 머물던 곳이었다. 역자에 따르면 이 같은 신문화사의 주된 흐름이 '아래로부터의 역사'라고 간략히 소개한다. 앤서니 그래프턴은 이런 흐름에서 다소간 거리가 있었으나, 역사서를 밑에서 받쳐주는 각주의 역사를 다루면서 '밑'을 포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문을 설명하기에 앞서 본서의 독특한 이력을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원래 "독일 각주의 비극적 기원"으로 독일에서 먼저 출간된 후 영어판, 프랑스어판으로 번역되었다. 


이제 이 책의 본문을 살펴보자면, 크게 7장의 본문과 1장의 에필로그로 이루어진다. 1장에서는 역사학자가 과학자만큼 연구를 충분히 했다는 근거로서의 각주에 관해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지며 저자는 각주를 기점으로 고대/근대의 역사가 구분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대의 산문은 기억에 의거해 자료를 언급하지 않은 반면 근대 역사학에서 각주는 권위와 진실성을 주장하는 수단이다. 2장부터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서 랑케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랑케는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고 새로운 연구 관행을 창조하며 1차 사료의 수색과 이용을 연구지침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 랑케가 근대 역사학의 기초라고 할 각주에 관해서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저자는 거꾸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랑케 이전에 각주를 활용한 지적 시조들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랑케의 지적 시조라 할만한 이들은 적지 않다. 여기에는 계몽사상가, 교회사가, 호고가가 있으며, 특히 17세기에는 역사학과 인문학을 폄하한 데카르트에 맞선 피에르 벨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같이 거꾸로 거슬러가는 역사적 여정 속에서 저자는 랑케 이전 기나긴 근대적인 비판적 역사적 흐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랑케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신화가 벗겨지고 각주와 비판적 부록을 도입한 인물로 새롭게 재조명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역사학'에서 각주의 역할과 의미를 추적하여, 랑케가 근대 역사학의 효시라는 신화를 깨뜨리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아포리즘을 하나 빌려오자면 할아버지(랑케 이전 각주를 다양하게 활용한 역사가들)에 기대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랑케)를 살해하는 아들(앤서니 그래프턴)이라는 구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랑케를 폄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랑케에게서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신화를 벗겨내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 혼동을 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각주의 역사』라는 제목은 첫눈에 보기에 마치 이 책이 모든 분과학문에서 사용되는 각주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책의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으며, 책을 펼쳐 목차를 살펴보면 랑케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가는 '역사학'에서의 각주만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좋은 제목을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지점이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된, "독일 각주의 비극적 기원"은 오해를 피하기에는 좋겠지만, 이 책을 집어들게 할 만큼 매력적인 제목처럼은 느껴지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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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는 법 -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 유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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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이자 편집자 가와사키 쇼헤이가 쓴『리뷰 쓰는 법』은 제목 그대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는가 그 방향성을 다루는 책이다. 원서는 2016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8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이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글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고 느낀다면, 나이 든 사람들의 임무는 그들 앞에 길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용기를 내어 주장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쓰고, 어떤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열쇠로서 앞서 말한 "상호간의 가치 차이를 명료히 하고, 서로가 새로운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비평의 속성이 유용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비평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도구이고, 비평 쓰기는 상대에게 가치를 전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앞으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발언할 수 있도록, 세상의 시류에 기죽지 않고 새로운 가치관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항대립이나 수치화된 가치 기준에 함몰되지 않고, 저마다 다른 관점이나 사고를 활용해 가치를 전달하는 사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 P15


책의 본문은 크게 1. 비평의 의미, 2. 비평을 위한 준비, 3. 비평을 쓰다, 4. 비평을 단련하다, 5. 비평을 꿰뚫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장은 분량이 평균 3페이지 정도인 여러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기 전 목차만 간단히 훑어봐도 이 책의 내용과 지향하는 바가 바로 파악 가능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1부 비평의 의미에서 저자는 비평을 두고 가치관의 변화 도구이자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리뷰의 본질이라 말한다. 가치를 전하는 글은 곧 비평이며, 가치를 전달하는 글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독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글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4. 비평을 단련하다 장은 원서가 일본어임에도 한국어로 글을 쓸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는 지 잘 알려주는 장이다. 예를 들어 "-하는 것'을 쓰지 않는다", "''재미없다'고 쓰지 않는다" "전달하는 은/는'과 나아가는 '이/가'"와 같은 항목이 그에 해당한다.


이 책은 비평 전체를 다루는 책이다. 단, 여기서 '비평'은 저자가 정의 내린 비평이다. 그렇긴 하나 책의 각 장들이 말해주듯이 비평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본문에서 언급되듯이 원서는 각 장의 항목이 2페이지로 구성된 반면 한국어판은 그런지 각 항목이 3페이지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여러 항목이 할애되어 있는데, 각 항목을 2페이지 내로 구성했으면 읽기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의 부제가 말하듯 각자가 체험한 '모든 것'을 의 가치를 전달하는 글을 쓸 때 한번 쯤 참고해볼만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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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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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리자면 다른 서평 지침서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실용적이고 친절한 서평 지침서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을 두고 쉽게 서평을 쓰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목차를 보자. 목차를 보면 크게 '1부 서평 체급 정하기', '2부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저자는 서평을 쓰고 싶어하는 예비 서평가들을 서평러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부록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부터 보자. 1부에서는 서평의 유형을 크게 단형서평(한줄~한두문단), 중형서평(A4 1~2장), 장형서평(A4 3장 이상)으로 구분한다. 그러면서 서평자의 수준을 제시한 뒤, 수준에 맞는 서평을 쓸 것을 강조한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서평 탐방기가 이어진다. 다른 서평책들 처럼 이 책 역시도 독후감과 서평을 비교하는데, 결론 역시 비슷하다. 독후감이 개인적 감상이라면 서평은 비평의 일부이며 비평은 대상 콘텐츠를 평가하는 작업으로, 어떤 비평이든 콘텐츠의 '가치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평에 맞춘 독서법도 따로 있다. 저자는 독서의 1단계는 감상을 위한 서평, 2단계는 비판적 독서, 3단계는 학문적 독서로 구분지으며 여기서 2단계가 서평에 해당하고 3단계는 논문이 되는 단계라고 구분짓는다. 서평을 쓰면서 저자가 '왜'와 '어떻게'로 질문을 던질 것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2부에서는 단형서평, 중형서평, 장형서평에 맞추어 어떻게 구체적으로 서평을 써야할 지 제시된다. 대표적인 단형서평으로는 인터넷 서점의 100자 리뷰를 들 수 있다. 중형서평은 블로그에 쓰는 서평이 해당된다. 소통을 위한 서평이며 가독성이 중요하다. 너무 길거나 어렵지 않아야 하며 내용 중에 핵심적인 한 방이 요구된다. 블로그 서평의 분량은 1~2문단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서 분석과 판단이 없는 서평은 서평이라 할 수 없으므로,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텍스트의 핵심을 파악하고 '어떻게'라는 질문을 통해 텍스트의 방법론을 파악라고 조언한다. 


장형서평은 아카데믹한 학술서평으로 공식적이며, 딱딱하고 정형화된 서평이다. 여기서는 전체 구성을 나누어야 하며, 앞부분에는 텍스트 정보, 저자 소개, 책 전체에 대한 인상, 책에 대한 정보, 텍스트 정보를 정확히 소개해준다. 첫 번째 중반부에는 줄거리를 강약있게 요약해 배치하고, 두 번째 중반부에는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한다. 이때 뭘 분석할 지 스스로에게 묻고, 분석할 요소를 선별에 텍스트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책 분석에서 고려가능한 요소로는 저자와 관련해 저자의 세계관/이론, 생애, 공부한 점, 저자가 살았던 시대와 관련해 시대적 배경이나 의의, 역사적 배경이나 의의가 고려될 수 있으며 기타 필요하다면 작가의 전작, 작가의 라이벌 등도 넣을 수는 있다. 


저자는 책을 꽃에 비유하며, 저자의 사상(씨앗)이 발아한 결과라고 말한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의 행간을, 저자의 마음을, 책의 계보적 의미를 파악할 것을 강조한다. 책을 읽거나 조사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끝부분은 서평에서 평가가 들어가는 지점이다. 평가는 서평 끝 부분에 위치한다. 저자는 지나치게 전문가인척 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 성실히, 다각도로 읽고 조사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어서 부록에는 분야 별로 서평을 쓸 때 어떤 점을 다뤄야 하는가, 서평 제목은 어떻게 짓는 게 좋은가, 쓸 말이 없을 때 비교와 유형화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실제 서평의 사례, 어려운 책을 읽을 때 적용가능한 일명 '햄버거 독서법' 등을 다루고 있다. 


다른 서평 관련서들과 비교하자면, 서평을 쓰는 방법 보다는 서평의 의의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거나, 또는 서평에 관해 세세하게 알려주면서 글쓰기도 개관하는 관련서도 있다. 그런 반면, 이 책은 서평과 아울러 비평을 포괄하여 설명하며 서평을 각각 단형서평, 중형서평, 장형서평으로 유형화하여 해당 유형에 맞춰 어떻게 서평을 써야하는 지 구체적인 팁과 예시를 제시해준다. 특히 중형서평 파트에서는 블로그 서평을 어떻게 작성하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 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지점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용서적을 지향하는 서평 지침서 중에서도 특히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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