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성 영웅은 스스로 자신이 강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능력을 알 뿐만 아니라, 자신이 찾던 보물을 발견한다. - P132

1980년대의 슈퍼우먼 숭배 문화는 젊은 여성들에게 높은 임금과 개인적 성취감을 주는 직업, 애정이 넘치고 동등하며 안정적인 결혼 생활, 어머니로서 느끼는 환희,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고 약속했다. 현대의 많은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들이 1950년대에 견디거나 혹은 즐겼던 ‘여성의 신비"에 대한 반작용으로 슈퍼우먼이 되었다. 그들의 어머니들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경쟁을 할 선택권도 없었고 자녀 출산 선택권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과 자녀를 부양하는 남자들에게 의존했다. 외부의 ‘남성적‘ 세계에서 얻을 수 없는 권력을 가족 내에서 휘두르는 권력으로 보상받았다. - P134

많은 여성 영웅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아버지가 원했고 또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자신을 보살펴주는 누군가의 존재이다. 사랑과 힘을 주고, 고충을 들어주고, 전투에 지친 몸을 마사지로 풀어주고, 성공을 인정해주고, 상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여성 영웅은 여성성과 관계 맺기를 원한다. 내려놓고 싶어 하고, 보살핌받기를 원하고,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라 바로 그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그리워하지만 정작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이럴 때 여성 영웅들은 외부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고통을 달랜다. - P138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취를 의존했던 어머니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 영웅은 어떤 것이라도 성취할 수 있도록 어떤 남자보다 독립적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탈진하기 직전까지 자기 몸을 혹사한다. 거절하는 법을 잊어버린 여성 영웅은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 들면서, 보살핌받고 사랑받고 싶은 자신의 욕구는 무시한다. 통제불능이다. 내면의 남성과의 관계는 뒤틀리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내면의 남성은 절대로 여성 영웅이 쉬지 못하게 한다. 그녀는 억눌린다고 느끼지만 이 괴로움의 근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 P139

무의식의 남성에 붙들려 있을 때 여성은 자신이 무엇을 하건, 어떻게 하건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그가 계속해서 또 다른 것을 추구하도록 몰아대기 때문에 한 가지 과업을 완성 - P142

하는 것으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가치가 없다. 무의식 속의 남성은 미래를 생각하라고 다그친다. 여성은 비난받았다고 느끼지만 내면의 결핍된 부분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맞아. 어떤 걸 좀 더 해야 해. 이걸로 충분하지 않아." - P143

대부분의 영웅 이야기는 인생 전반부를 다룬다. 그 전반부에서 영웅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세운다. 이 과업에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기술을 습득하고, 탁월하게 성취해내는 일들이 포함된다. 이 과업은 그녀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그 일이 무엇이건 간에 의식적으로 선택했다면, 그 일은 ‘영혼을 빚어내는(soul-making)‘ 과정이 된다. - P144

여성들이 완전한 존재가 되려면 먼저 자율성을 찾아야 한다. 자율의 의미를 엄밀히 따지다 보면 성공에 관한 진부한 생각을 버리게 된다. 많은 여성이 성취라는 이름으로 영혼의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 외부로 향하는 모험의 보상은 유혹적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깨어난 여성 영웅은 자아의 영웅적 행위에 ‘아니오‘라고 말한다. 그 영웅적 행위는 이제까지 큰 대가를 치러 왔다. - P144

내면의 성취를 이루려면 영웅성에 관한 잘못된 관념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여성 영웅은 진정한 보물을 발견한다. 이제 여성은 자아의 변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근원이자 더 깊은 힘에 닿을 수 있으며, "나는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 없어. 그리고 난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현실적이고 솔직해지며, 약점을 인정하고 진정한 의미의 영적 각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P145

겉도는 내면의 남성성에 자신의 인생을 맡긴 여성은 남성들이 세운 기준에 맞추어 성공하려는 욕구에 휘둘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려면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영웅적 여정의 보상에 관한 여성 영웅의 예상은 틀렸다. 물론 그녀는 성공과 독립과 자율 따위의 보상을 얻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이나 영혼의 한 조각을 잃었을 것이다.
이러한 여성은, 목표 지향적인 남성적 사고를 신뢰하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문화적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고방식에도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착한‘ 딸이 되어라, 그러면 ‘아버지‘가 널 돌봐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위로받지 못하고 철저히 혼자라고 느낀다. 그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녀의 질서정연한 세계에 금이 간다. - P154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녀들은 필사적으로 남성 신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냉담하고 비판적인 아버지라 할지라도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딸이 세상의 다른 남성들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맺은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결정하는 힘이 있다.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이 첫 번째 남성이 끼치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깨닫는다면, 남성성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을 버릴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녀는 ‘아니오‘라고 거절할 수 있다. - P159

지난 5천 년 동안 대체로 생산 지향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관점과 지배-피지배의 방식으로 삶에 접근한 남자들이 우리 문화를 규정해 왔다. 삶에 경의를 표하는 것, 그리고 자연의 순환과 한계, 그 산물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 P164

여성이 자신을 지배하는 내면의 목소리, "그가 옳아. 네 경력에 손해가 될 거고 결국 되돌아오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거부할 때,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공허감, 혹은 어쩐지 확실한 출세의 길을 밟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한 그들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아니오‘라고 말하고,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내면의 폭군을 침묵시키면서 우리는 강해진다. - P168

여성이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멈추었을 때는 그저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존재함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신선놀음이 아니다. 존재함은 훈련이 필요한 행위이다. 여성 영웅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진짜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이 일은 그녀에게 무엇이든 하라고 말하고 싶어 안달하는 목소리들을 침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형태가 분명히 떠오를 때까지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설익은 것은 성장을 멈추고, 변화를 거부하고, 변형을 번복하게 한다. 그저 존재하는 일에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 - P170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낡은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비록 이러한 행위가 외부 세계에서 받은 갈채의 상실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여성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직위를 거절하기 시작해야 한다. 물론 대개는 갈채를 잃는다. 또한 새로운 길이 분명해지기 전에는 치유가 필요한 커다란 상처가 남는다. - P170

가부장제를 거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남성성과 새로운 관계를 발달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간을 우리 내면에 창조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새롭게 관계를 맺을 남성은, 우리 문화에서 많은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세기에 걸쳐 여성성과 분리되어 있던 남성적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를 위대한 어머니에게 데려다 줄 창조적인 남성이다. 위대한 어머니를 만남으로써 우리는 여성적 본성에서 분리된 상태를 치유할 수 있다. 가부장제를 거부하면서 우리는 "5천 년 동안 추방된 여성성의 힘과 열정이 잠들어 있는 땅속 깊숙한 곳, 여신의 정신을 향해 하강"을 시작한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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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초월주의자로 간주된다. 철학 사조 중 하나인 초월주의는 다음 다섯 어절로 요약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하지만 소로는 보이는 것을 더욱 굳게 믿었다. 실재의 본성보다는 자연의 실재에 더 관심이 있었다.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그럴 수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도 상당히 경이로우니,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자. 소로는 지식보다 시력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겼다. 지식은 언제나 잠정적이고 불완전하다. 오늘의 확신은 내일의 헛소리다. "그게 무엇인지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뿐이다." - P119

본다는 것은 사진보다는 언어에 더 가깝다. 우리는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세상과 대화를 나눈다. 저게 뭐지? 머그컵처럼 보이지 않아? 내가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해본 다음에 알려줄게. 맞네. 머그컵이 맞아.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머그컵을 보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앞에 머그컵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한다. 머그컵은 그저 우리의 눈과 뇌에 전자기파를 보낼 뿐이다. 이 미가공 데이터로부터 우리는 정보를, 그다음엔 의미를(앞서 말한 경우엔 우리 앞에 있는 물체가 ‘머그컵‘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창출해낸다. - P120

가끔 우리는 의미를 너무 빨리 창출한다. 어쩌면 머그컵처럼 보이는 저 물체는 완전히 다른 것일 수 있다. 물건과 사람을 너무 빨리 정의 내리면 그것들의 유일무이함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소로는 그러한 경향을 경계했다.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 소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특수한 사례를 더 명확하게 들여다볼 것."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바로 규정하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소로는 그 속도를 엉금엉금 기어가는 수준으로 낮추었다. 추측과 결론 사이의 틈, 보는 것과 본 것 사이의 틈을 최대한 길게 늘였다. 소로는 더 오래 머무르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상기시킨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 오랜 시간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다." - P120

소로에게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소로는 느끼지 않고는 보지 못했다. 어떻게 느끼느냐가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결정했다. 소로에게 보는 것은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상호적인 행위였다. 예를 들어 장미를 보면 소로는 장미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협력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다소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안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떤 대상을 볼 때 그 대상도 자신을 쳐다본다고 느낀다. 이들 모두가 미친 것일 리는 없다. - P121

차가 꽉 막히면 우리는 "차가 왜 이렇게 막히냐"고 불평을 해대면서 나 또한 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 나 또한 문제의 일부라는 사실은 무시한다. - P131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있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있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자신의 시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보는 것의 역학은 양쪽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무엇을 보는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는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베다》에서 말하듯, "당신이 보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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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논변은 텍스트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방법과 관련한 기존의 두 가지 접근 방식을 공격하면서 시작한다. 첫 번째 공격 대상은 대상 텍스트의 논변을 그것이 집필되었을 때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맥락에 결부시키고 그런 요소들에 의존해 텍스트의 사상을 설명하려는 접근법이다. 그런 접근법의 옹호자로 지목된 이는 학술지 《비평론집Esays in Criticism》의 편집자였던 문학연구자 F. W. 베이트슨이었다. 스키너는 그런 접근법이 역사 속의 관념들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는 데 무용하다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요점은 텍스트의 맥락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그 자체로는 연구자로 하여금 해당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맥락은 어디까지나 이차적으로만 도움이 될 수 있다. - P109

두 번째 오류는 텍스트 자체가 그 의미를 풀어내는 열쇠가 된다는 관점에 입각한 접근법으로, 이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저 언제든 텍스트를 읽고 또 읽어야만 한다. 스키너는 이런 접근법 때문에 ‘불후의 지혜‘로 이루어진 보편적 관념들을 찾아내려는 잘못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P109

스키너는 이들이 공유하는 방법, 즉 텍스트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따르다보면 필연적으로 텍스트의 저자들이 했을 리 없는 주장들을 그 저자들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역사학적 부조리들’과 ‘신화들‘을 낳게 된다고 서술했다. 이런 저자들은 엄밀한 학적 토대에 기초해 도달할 수 있는 검증 가능한 사실들이 아닌 신화들을 유포할 뿐이었다. - P110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문제는 스키너가 ‘가르침의 신화mythology of doctrines‘ 라 부른 것이다. 〔이런 신화에 빠진〕 역사가들과 철학자들은 과거의 다양한 텍스트에서 현재에 통용되는 관념을 발굴하고 이와 연관된 교의들을 찾아내는 일로까지 나아갔다. - P112

스키너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방금 언급된 저자들이 자신들이 옹호했다고들 하는 가르침을 실제로 옹호한다고 썼을 리는 없다. 왜냐하면 해당 교의를 구성하는 관념들은 그 시대 이후의 지적 발전에 따른 산물이며, 따라서 저자들이 해당 관념들을 활용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시기에서도 비슷비슷한 주장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서로 다른 시공간에 속한〕 위대한 저자들이 서로 연결된 논쟁을 주고받는다는 주장이다. - P113

이 주장은 다시금 과거의 텍스트에서 후대에나 중요해지는 논변들을 예견하는 맹아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과거의 저자가 현대의 관점에서 중요한 특정한 관념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낳는다. 이제 아직 열등한 과거의 맹아적 형태에서부터 우월한 현재의 완성된 형태에 이르는사상의 점진적인 발전 과정을 측정하는 일이 가능한 것처럼 전제된다. 동시에 과거의 저자들은 (후대의 계승자들이 좀 더 명확히 개진하게 될) 사상을 충분히 명료화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비판받게 된다. 예를 들어 플라톤은 공공 여론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며, 로크는 보통선거권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아서, 홉스의 경우 기독교에 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게 잘못이다. - P113

텍스트만을 따로 연구하고 서로 다른 텍스트를 시대를 뛰어넘어 연결하는 연구 방법이 초래하는 또 다른 결과로는 스키너가 ‘정합성의 신화mythology of coherence‘라 부르는 것이 있다. 이런 전제에 따르면 위대한 저자들의 저작을 평가할 때, 저자가 다른 뛰어난 사상가들과 공유했을 중요한 개념적 쟁점들을 다룰 때 해당 저작들이 어떤 정합성과 깊이를 보여주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는 어느 저자의 사유를 항상 전체적으로, 즉 오랜 시간에 걸쳐 각기 다른 환경에서 출판된 작업을 서로 이어진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는 하나의 정합적인 전체와 같은 것으로 전제하여 읽으려는 충동이 존재한다. - P114

그처럼 잘못된 방법론에서 ‘예기의 신화mythology of prolepsis‘가 비롯되는데, 이는 어떤 행위가 획득한 사후적인 의미와 해당 행위의 원래 의미를 혼동하는 것을 뜻한다. - P115

스키너에 따르면 이런 논리는 마찬가지로 허황하다. 플라톤이든 루소든 자신들의 사상이 이후의 역사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알 리 없었을뿐더러, 자신들의 사상이 본인들이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인다 해도 그것이 전혀 그들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15

스키너가 ‘편협함의 신화mythology of parochialism‘라 명명한 또 다른 난관이 있다. 이는 텍스트가 시대를 넘나들며 다른 텍스트와 대화하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영향을 준다고 전제한다. - P116

이와 같은 신화들을 나열하며 스키너가 말하고자 했던 요점은, 텍스트의 저자들이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 속한 특정한 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직 텍스트에만 기초해 사상을 연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언어는 행위이며 언어의 의미는 현실의 용법에 따라 좌우되었다. 따라서 언어의 의미는 언어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사용될 때마다 바뀌었다. 어떤 텍스트도 그 자체만을 보아서는 저자가, 가령 홉스나 피에르 벨이 모호하게 혹은 아이러니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입증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텍스트 자체만 놓고는 어떤 주제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동일한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인 의미든 구체적인 의미든 관념의 의미는 불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사상사는 잘못되었다. 언어를 통해 표현된 관념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서로 다른 것들을 의미했다. - P117

스키너의 방법은 텍스트 내의 발화가 의미하는 바와 해당 발화의 발화수반적 힘illocutionary force을 구별 지어 이해하는 데 기초하고 있었다. 스키너의 주장에 따르면, 저자의 진술 배후에 있는 의도를 이해할 때는 후자를 고려해야만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 P118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논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논변이 어떤 의미로 발화된 것이었는지, 그리하여 (설령 넓은 의미 - P119

에서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다양하고 상이한 형태의 진술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달리 말해, 어떤 발화가 가진 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다른) 텍스트들(혹은 이후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당 발화의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반드시 참고해야만 했다. - P120

스키너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작업의 핵심이 저자가 텍스트를 쓰면서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데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발화의 배경에 있는 언어가 어디까지 의미할 수 있는지" 재구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적 맥락이 ‘의미가 가진 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절대로 그것이 의미 자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 - P120

사유의 역사가 "시대를 초월한 진리 또는 절대적 기준들을 향해 진화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알게 될 때, 연구자는 ‘스스로에 대한 앎‘을 획득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깨달음은 현재의 사상들이 반드시 과거의 사상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역사적 행위자들이 표명한 모든 견해는 필연적으로 지역적·우발적이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 P120

스키너의 방법에는 저자들의 의도와 그 배후에 있는 이데올로기에 관해 생각하는 일 또한 포함된다. 이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내에서 특정한 논리가 형성되고, 그런 논리가 다른 대안적인 이데올로기들을 논박하는 줄거리를 구성하는 작업까지 수반한다. 해당 이데올로기가 저자의 논변 위에서 이후에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추적하고, 그것이 동시대의 논쟁적 지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읽어내는 일은 필수적이다. - P122

스키너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의 중요한 저자들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지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작업은 인간 사회가 어느 때에 어떤 문제들을 마주해왔는지, 그리고 당대의 철학적 언어들이 어떻게 그 문제들의 해법을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사고하도록 제약했는지 등에 관한 지식을 생성해낼 수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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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에서는 남성이 규정한 기준이 리더십, 개인의 자율성,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이 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의 역량이나 지성, 힘이 떨어진다고 여겨 왔다.
여자아이는 자라면서 이러한 점을 관찰하고 남성들이 규정한 매력, 명성, 권위, 독립, 돈 따위의 가치를 추구하고 싶어 한다. 큰 성공을 이룬 많은 여성이 아버지의 딸로 여겨진다. - P75

아버지와 어린 여자아이의 관계는 아이가 아버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아버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아버지의 인정과 수용을 구하면서 딸은 자신의 능력, 지성, 가치를 아버지나 다른 남성들과 비교하여 평가한다. 어린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받는 인정과 격려는 긍정적인 자아 발달을 이끈다. - P78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고 느낀 여성들은 세상도 자신을 인정해줄 거라고 확신한다. 또한 자신의 남성적 본성과 자신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 이 여성들의 내면에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남성적 인물이 있다. 이 긍정적인 내면의 남성 혹은 아니무스 인물은 수용적이고 심판하지 않는 태도로 그들의 창조적인 노력을 지지한다. - P79

아테나는 번쩍이는 황금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고 벽력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이 극적인 탄생으로 아테나는 자신이 제우스의 분신이라고 생각했고, 제우스를 유일한 부모로 인식했다. 아테나는 한 번도 자신의 어머니인 메티스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실은 자신에게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 같다. - P82

‘아테나 유형 여성‘은 아버지의 딸이다. 즉 어머니를 경시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아버지의 딸‘은 총명하고 야심만만하며 일을 척척 해낸다. 정서적인 관계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딸은 상처 입기 쉬운 약한 존재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하다. 만일 그녀가 어머니의 강점을 발견하고 모성적 유대와 강한 결속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끝내 여성성 분리를 치유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메티스는 남성 자아에게 삼켜진 마지막 어머니가 아니었고 아테나는 아버지를 편애하여 어머니를 버린 마지막 딸이 아니었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분리를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 P84

동화 속 여주인공들에게 하나같이 반복되는 오랜 주제처럼 나는 어머니를 악당이라 생각했고 아버지가 나를 구해주기를 바랐다. 나는 아버지를 우상화했고 구원자로 보았다. 나는 왕자님이 와주기를 기다리는 예쁘고 똑똑한 딸의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나를 구해내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중요한 일을 하려고 나와 어머니를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 P87

여성 영웅의 여정 중 두 번째 단계에서 여성은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하거나 남성에게 구조되기를 바란다. 여성이 기존의 여성의 이미지들과 결별하기로 결심할 때 부득이하게 전통적인 남성 영웅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녀는 갑옷을 입고 현재라는 이름의 준마에 올라타 사랑하는 것들을 뒤로한 채 황금의 보물을 찾아 - P87

떠난다. 이성(logos)의 기술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성공을 향한 길이라고 명확하게 정의된 길을 찾는다. 그녀는 남성들의 세계는 건강하고 재미있고 행동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모습은 그녀의 야망에 불을 지핀다.
이 시기는 여성의 자아 발달에서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의 여성 영웅은 자신이 한 단계 한 단계 뒤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줄 역할 모델을 찾는다. 역할 모델이 되는 남성 조력자들은 아버지, 연인, 교사, 매니저, 코치일 수도 있고 그녀가 얻고자 하는 학위를 주는 교육 기관이나 원하는 급여를 주는 직장일 수도 있다. 또는 목사, 랍비, 사제, 신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한 여성일 수도 있고, 어쩌면 딸린 아이가 없어서 일에만 전념한 덕에 성공의 정상에 오른 선배 여성일 수도 있다. - P88

아버지나 아버지를 대체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인정과 격려는 대개 여성의 긍정적인 자아 발달을 이끈다. 하지만 아버지, 계부, 삼촌, 할아버지로부터 인정과 격려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오히려 용기를 꺾는 말을 듣는 경우에는 자아감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또한 과잉 보상 문제나 완벽주의를 야기하거나 아니면 여성의 발달을 거의 마비시킬 수도 있다. - P90

많은 젊은 여성이 자신이 남성들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성이 열등하다는 태생적 공포 때문에 열등감을 메우려고 과잉 보상, 과로, 완벽함에 중독된다. - P96

어떤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생각하고, 남성들과 경쟁하고, 남성들의 게임에서 남성을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여성들은 영웅적인 성취를 이룬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결코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 신경을 갉아먹히는 듯한 괴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남성들과 같아지고 싶어 점점 더 많은 일을 한다. - P97

아버지의 따뜻함, 장난스러움, 사랑은 여자아이의 건강한 성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에게 일차적으로 중요한 사랑의 대상은 계속 최초의 애착 대상인 어머니일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지배욕, 소유욕, 비판은 여자아이의 이성애적 발달을 훼손하고 파괴한다. - P99

세상에서 자신의 일을 찾는 것은 여성 영웅의 탐색 중 한 부분이다. 자신의 일을 찾는 과정에서 여성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영혼을 표현할 수 있으려면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 P101

중요하다. 이 영웅적 탐색의 첫 단계에서 배운 것들은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여성의 능력을 확실하게 길러준다. - P102

여성 영웅은 문턱을 넘어 부모님이 있는 안전한 집을 떠나 자기를 찾아 길을 나선다. 언덕을 넘고 계곡을 지나고, 강물과 개울을 건너고, 메마른 사막과 어두운 숲을 가로질러 자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을 찾으려고 미궁 속으로 들어간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여성 영웅들은 막다른 길에 부딪치도록 속임수를 쓰는 괴물들, 그녀의 교묘한 꾀와 결연한 의지에 도전하는 적들, 피하고 우회하고 극복해야만 하는 장애물들을 만난다. 여성 영웅이 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어둠을 밝힐 등잔과 미궁을 빠져나가게 해줄 실타래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 여성 영웅은 왜 한밤중에 저 바깥에서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가? 그녀가 찾는 보물은 무엇이며, 보물을 지키는 용은 누구인가? - P105

여성 영웅의 임무는 자기 안에서 진실의 칼을 꺼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 운명의 행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찾던 보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106

여성 영웅은 내적 정신 세계의 길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세계의 길에서도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외적인 시련의 길은 그녀를 예상되는 장애물 코스로 데려갈 것이다. 연속되는 그 장애물들을 통과해야 학위, 승진, 명망 있는 직함, 결혼, 경제적 성공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보물을 지키는 용들은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절대로 이 일에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게다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실은 별로 없다고. 그리고 네 앞에는 너보다 훨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 P106

괴물들은 여성 영웅의 길을 막고 그녀의 참을성, 결단력, 한계를 시험할 것이다. 동료들은 그녀를 짜증나게 할 것이고, 심의 위원회는 요구 조건을 바꿀 것이고, 사랑하는 이들은 애초에 그녀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고 선언할 것이다. 권력과 성공과 사랑을 얻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위장된 섹스와 조종의 게임이 그녀를 유혹할 것이다. 성공을 부르는 이 부적을 받아들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권력과 독립의 땅에 도착했다는 착각에 빠져 우쭐해할 것이다.
내면의 여정에서 여성 영웅은 예기치 않게 자기 의심, 자기 혐오, 우유부단, 무력감, 공포의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외부 세계는 그녀가 해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자기 마음속 악마와 전쟁을 치른다. "난 해낼 수 없어. 난 사기꾼이야."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면 절대로 날 신뢰하지 않을 거야." "난 튀고 싶지 않아. 성공하면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야." "누군가 날 돌봐주던 때가 훨씬 더 좋았어." "난 이럴 자격이 없어." "내가 정말 여자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을 거야." - P107

여성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려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지나친 요구를 한다거나 애정에 굶주려 있다거나 의존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은 단지 배우자, 연인, 친구, 자녀들이 채워주지 않은 정상적인 욕구일 뿐이다. 이 정상적인 욕구에는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 자신만의 공간,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애정 어린 포옹, 자신의 재능을 살릴 기회가 포함될 수 있다. 정상적인 욕구가 거부당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채우는 활동을 할 권리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왠지 자신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여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 P109

여성은 자기 혐오를 내면화하고 자기 증오의 목소리를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내면의 비평가는 남성인 괴물 폭군이나 사악한 마녀 중 하나로 의인화되어 드러나기도 한다. 그것들은 살해당해야 할 것들이다. 여성들은 자기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하게끔 사회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경멸하는 첫 번째 표적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 동화에서 어머니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들은 모두 비명에 가거나 섬뜩한 죽음을 맞는다. - P118

여성이 열등함의 신화를 부수려면 분별의 숫돌에 칼날을 갈아 자신만의 진실의 칼을 지닐 필요가 있다. 여성에 관한 아주 많은 진실이 가부장적 신화 속에서 흐려졌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앎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 P120

대부분 동화에서 여주인공은 기다림의 상태, 무의식의 상태에서 꺼내어진다. 그리고 즉시 더 멋진 상태로 극적으로 탈바꿈한다. 이 마법 같은 변화의 촉매는 대개 남성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첼, 잠자는 숲속의 미녀까지, 모두가 같은 왕자에 의한 약간씩 다른 변주곡을 공유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변화는 실제로 외부로부터 구조를 받은 결과가 아니라 오랫동안 내면에서 피나는 성장과 발달을 할 때 일어난다. - P123

여성 영웅은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신화성을 없애고 자신의 인생에서 책임감을 되찾는 용기를 내야 한다. 스스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가 연인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여성이 자유로워지거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때, 진정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동등한 동반자를 찾을 수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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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성사가 리처드 왓모어가 쓴『지성사란 무엇인가』는 지성사에 관한 입문서다. 이 책은 Polity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What is History?" 시리즈 중 하나다. 국내 번역본은 2020년에 발간되었지만 원서는 2015년에 발간되었다. 시기를 따져보면 원서는 슬슬 개정판이 나올 때가 아닌가 싶다.


 



"What is History?" 시리즈 중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피터 버크의 『문화사란 무엇인가?』와 도널드 휴즈의 『환경사란 무엇인가?』가 있다. 이 중 『문화사란 무엇인가?』는 2005년 국내에 번역된 만큼 2018년에 발간된 3판은 아니고 그 이전의 구판 번역이다. 게다가 현재 품절 상태다.


 


반면 『환경사란 무엇인가?』는 2022년에 번역된 만큼 최신판이다.


 



이외에도 polity 출판사의 "What is History?" 시리즈 중에는 흥미로울 입문서가 많다. 국내에 모두 소개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비슷한 입문서 시리즈로는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소개되는 Oxford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가 있다. 

 


가장 최근 번역된 기후변화 편이 시리즈 50권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가 아닌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책도 하나 있긴 하다(해당 번역본은 현재 절판되었다).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가 목록을 확인해보니 Oxford very short introduction은 현재 출간된 시리즈 목록만 해도 770권. 남은 책들이 국내에 모두 소개 될려면 얼마나 걸릴까? 게다가 새로 나오는 권 수도 고려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지금 이 글에 등장한 책들은 모두 '입문서'다. 입문서라고 해서 깊이가 얕지 않다. 오히려 입문서는 깊고 넓은 학문 세계의 출발점이다. 입문서를 통해서 다시 학문의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입문서를 한번씩 다시 읽을 때마다 출발점에 다시 서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디까지 얼마나 나아갔는지, 덧붙여 아직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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