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궁금하다. - P42

"우리 문화는 일반적으로 질문을 경험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 P43

철학은 결국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보트를 뒤흔드는 것이다. 선장은 보통 자기 보트를 뒤흔들지 않는다.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자는 아니다. 철학자는 열외자다. 외계인이다. - P46

철학은 삶,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에 관한 것이다. 철학은 실용적이다. 필수적이다. - P50

이 세상에 ‘소크라테스의 사상‘ 같은 것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사고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에게는 수단만 있을 뿐, 그 끝은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테네의 잔소리꾼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알았던 지식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 지식을 알게 된 방식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식보다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식은 곱게 늙지 못한다. 하지만 방법은 그럴 수 있다. - P51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대화는 사실상 동의어였다. - P51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는 대화를 그저 자신이 가진 도구 중 하나로 본 것 같다. 이 모든 현명한 훈수질에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웠다. - P52

질문은 일방향이 아니다. 질문은 (최소)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질문은 의미를 구하고 또 전달한다. 적절한 때 친구에게 적절한 질문을 묻는 것은 연민과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질문을 무기로 사용한다. 상대를 저격하고(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자신을 저격한다(왜 난 제대로 하는 게 없지?). 질문으로 변명을 삼고(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중에는 정당화한다(내가 뭘 더 할 수 있었겠어?). 마음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창문은 눈이 아니라 질문이다. 볼테르가 말했듯,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대답이 아닌 질문을 보는 것이다. - P54

진지한 질문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진지한 질문에는 위험이 따른다.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성냥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불빛이 방을 비췄을 때 괴물이 보일지, 경이로운 광경이 보일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성냥에 불을 붙인다. 그렇기에 진지한 질문은 자신감이 아닌, 10대와 같은 머쓱함과 어색함으로 머뭇머뭇 서투르게 발화되는 것이다. - P61

니들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문화에는 궁극적인 질문이 질문으로 존중받는 공간이 없어요. 우리가 가진 모든 제도와 사회 양식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만 최선을 다합니다." - P63

마음의 대답에 도착하려면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기꺼이 자신의 무지와 한자리에 앉으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끝없는 해야 할 일 목록에서 또 하나를 지우려고 성급히 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의혹과 수수께끼의 곁에 머무는 것. 여기에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조롱할 것이다. 내버려두라고, 제이컵 니들먼과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비웃음은 지혜의 대가다. - P69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할 뿐만아니라 해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 - P71

바로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일으키고자 했던 것이었다. 관점의 근본적 변화가 나타나리라는 희망에서, 내가 아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인정사정없는 자기 심문. - P72

걷기는 루소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루소는 수줍음이 많았다. 근시가 심했고, 마르쿠스처럼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평생 비뇨기 질환 때문에 (결국 전립성 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수시로 화장실에 가야 했던 루소는 사회적 만남을 최대한 피했다. 루소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 P85

루소의 철학은 다음 네 어절로 요약할 수 있다. 자연은 좋고 사회는 나쁘다. 루소는 "인간의 자연적 선함"을 믿었다. - P89

루소는 우리가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많은 것이 사실은 사회적 관습이라고 믿는다. - P90

루소의 야만인은 스스로를 향한 사랑을 자주 경험하는데, 루소는 이를 자기 사랑amour-de-soi이라고 부른다. 이런 건강한 감정은 더 이기적인 종류의 사랑과는 다르며, 루소는 이런 이기적인 사랑을 자기 편애amour-propre라고 부른다. 전자는 인간 본성에서, 후자는 사회에서 비롯된다. 자기 사랑은 혼자 샤워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기쁨이다. 자기 편애는 뉴욕 록펠러센터에 있는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기쁨이다. - P90

이제 우리는 루소가 왜 걸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걷는 데에는 인류 문명의 인위적 요소가 전혀 필요치 않다. 가축도, 사륜마차도, 길도 필요 없다. 산책자는 자유롭고 아무런 구애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자기 사랑이다. - P91

루소는 철학의 가장 큰 통념 중 하나가 거짓임을 잘 보여준다. 바로, 정신 활동은 신체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는 통념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친 순간부터 데카르트의 걸출한 펜싱 실력과 사르트르의 성적 모험에 이르기까지, 철학에는 신체와 관련된 조류가 흐른다. 신체와 분리된 철학자, 신체와 분리된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니체는 "철학보다 몸에 더 많은 지혜가 있다"고 말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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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9-21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엄청 밑줄긋기하며 읽었어요. 나는 궁금하다. 그렇네요. 그렇게 시작😄

Heath 2023-09-21 21:26   좋아요 1 | URL
한 번 읽어보고 밑줄을 많이 긋겠구나 예감이 들었고 실제로 많이 긋게 되네요 :)
 

배가 고프다. 먹고 먹고 또 먹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다. 더 많이 먹을수록 더욱더 배고파진다. - P6

우리는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혜를 원한다. - P6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다.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는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지혜를 운으로 얻으려는 것은 바이올린을 운으로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지혜의 부스러기를 줍기를 바라면서 비틀비틀 인생을 살아나간다. 그러면서 혼동한다. 시급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 많은 것을 생각이 깊은 것으로 착각하며, 인기가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 한 현대 철학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 - P7

영어의 ‘철학자philosopher‘라는 단어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필로소포스philosophos에서 왔다. 하지만 미국 독립선언문이 행복을 손에 넣는 것에 관한 글이 아니듯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 역시 지혜를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내가 소유하지 않은 것,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도 사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다. - P8

철학과 기차는 서로 잘 어울린다. 기차 안에서 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버스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 아주 조금도 불가능하다. - P9

하지만 철학과 기차에는 퀴퀴한 느낌이 있다. 둘 다 한때는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였으나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유물이 되었다. 오늘날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도 일부러 기차를 타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부모님이 말리는데도 일부러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철학은 기차 타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뭘 모르던 시절에나 하던 것이다. - P10

우리 동네 서점에는 ‘철학‘ 섹션과 ‘자기계발‘ 섹션이 붙어 있다. 고대 아테네의 ‘반스앤노블‘에서는 이 두 섹션이 하나였을 것이다. 그때는 철학이 곧 자기계발이었다. 그때는 철학이 실용적이었고, 철학이 곧 심리 치료였다.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었다.
철학은 치유 효과가 있지만 핫스톤 마사지의 치유 효과와는 그 방식이 다르다. 철학은 쉽지 않다. 철학은 멋지지 않고, 일시적이지 않다. 철학은 스파보다는 헬스장에 더 가깝다. - P11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에 대해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은 다른 과목과는 다르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 P12

마르쿠스는 늦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평생 늦잠을 잤다. - P23

아침은 변화의 시간이며,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의식이 있는 상태를 떠나 잠이 들었다가 다시 각성 상태로 진입한다. 지리학적 용어로 말해보자면 아침은 의식의 국경 도시다. - P25

《명상록》을 읽는 것은 곧 철학하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것과 같다. 마르쿠스는 자신의 생각을 검열 없이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고대 철학 연구자인 피에르 아도의 말처럼, 지금 나는 "인간이 되고자 단련 중인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일하고 - P33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 P35

"지금처럼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불 아래 남아있는 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깨달음이 마르쿠스를 움직이게 한다. 마르쿠스에게는 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사명‘이지, ‘의무‘가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르다. 사명은 내부에서, 의무는 외부에서 온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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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여성들은 탐색의 여행을 하고 있다. 이 여행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그리고 여성성에 난 깊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여성적 본성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다. 온전하게 통합되고 균형 잡힌 전인(全人)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내면으로의 여정이다. 대부분의 여행처럼 여성 영웅의 행로도 쉬운 길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이정표도 없고 알아보기 쉽게 설명한 여행 책자나 지도도 없다. 몇 살에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이 여정은 절대로 곧게 뻗은 일직선 도로를 따라가지도 않는다. 외부 세계는 이 여정을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방해하거나 간섭한다. - P26

여성 영웅의 여정이라는 모델은 어느 정도 조지프 캠벨이 제시한 영웅의 탐색 모델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각 단계별 용어는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 P28

가부장제 사회에서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실은 그 사회가 많은 것이 결핍되어 있고 지독히도 파괴적이라는 것을 나를 비롯한 나와 같은 세대의 많은 여성들이 알게 되었다. 이 여정은 바로 그런 나와 또래 여성들의 관점에서 그려진 것이다. 우리는 서구의 우위를 되찾기 위해 남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자란 포스트 스푸트니크 세대였다. - P29

이 여정은 우리 여성 영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소명‘이 들리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낡은 자아‘가 더는 맞지 않을 때 여성 영웅은 자기 정체성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 P31

오늘날 여성적 영성이 중요한 관심사가 된 이유는 아주 많은 여성들이 남성 영웅의 여정을 따랐지만 결국 개인적으로도 공허하고 인류에게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따를 만한 다른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 영웅의 여정을 모방했다. 여성의 삶은 남성중심적인 문화에서 여성으로서 ‘성공‘하거나 남성에게 지배당하고 의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오늘날 서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신화와 여성 영웅을 찾아야만 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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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사 연구의 핵심은 역사 속의 행위자가 남긴 발화와 주장을 진지하게 탐구함으로써 과거를 조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P6

지성사 연구를 통해 언제나 우리는 과거의 행위를, 왜 누군가가 특정한 기획 또는 실천을 옹호했는가를, 왜 누군가가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를, 그리고 우리의 선조들에게 어떤 선택들이 가능했는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P7

지성사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숨겨져 있는 것, 즉 후대인들이 폐기하거나 거부해 역사에서 잊힌 과거의 관념과 사상을 찾아 읽어낸다. 지성사가는 사라진 세계를 복원하고 과거의 폐허로부터 여러 관점과 관념을 다시 찾아내며 과거의 베일을 걷어내 어떻게 그런 관념들이 당시에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옹호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관념과 그것이 만들어낸 문화와 실천은 과거를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에서 꼭 필요한 토대가 된다. 뛰어난 철학자들, 예컨대 자유, 정의, 평등 같은 개념을 그들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명료하게 풀어내 이해해야 하는 탁월한 이들이 철학적 행위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관념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문화적으로 중요한 인물들, 그리고 형식을 불문하고 대중문화를 해설하는 이들의 작업이 어떤 행위인지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관념이다. - P30

비록 경기 순환이나 인구 변천 단계, 수확고 등등을 연구하는 경우에서처럼 인류의 역사에서 관념의 역할을 생략하는 게 가능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인간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관념의 존재와 역할은 결코 도외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고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특정한 관념을 이야기할 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념이 자신을 빚어낸 더 넓은 이데올로기적 문화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역사적 상황을 섬세하게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관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내는 과제는 오직 역사적 해석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 P34

지성사가에게 관념은 그 자체로 사회현상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이며, 관념을 통하지 않고는 기술될 수 없는 우리의 세계에 관한 여러 사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관념은 그 자체로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힘이다. 다른 요인에 의해 관념이 형성되는 예도 있으나, 반대로 그런 관념이 우리의 세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사항을 제외하고는 지성사가들 사이에 별다른 방법론적 합의점이 있지는 않다. - P38

지성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먼저 현재 스스로를 지성사가로 부르거나 지성사에 관심을 표명하는 학자들이 어떤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지 훑어보자. 정치이론과 국제관계학처럼 전통적으로 지성사와 연결되어 있던 분야 외에도, 정체성, 시간과 공간, 제국과 인종, 성 sex과 젠더, 학술적·대중적 과학, 몸과 몸의 기능, 식문화, 동물, 환경과 자연세계, 민중운동과 관념의 전파 등에 대한 역사적 탐구와 함께, 출판의 역사, 사물objects의 역사, 예술사, 서책사history of the book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지성사 연구가 수행되는 중이다. 이처럼 엄청난 다양성을 고려하면 지성사가 무엇인지 규정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P45

그중에는 거의 모든 역사학은 대체로 과거에 작성된 문헌을 연구하면서 과거의 관념을 다루니 만큼 독립된 학문영역으로서의 지성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역사가도 있다. 물론 이는 오해다. 역사 연구에 관념을 다루는 과정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관념의 내용, 전파, 번역, 확산, 수용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지성사는 하나의 고유한 분과 영역이 된다. - P48

루소의 정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그가 《사회계약론》 전후에 썼던 저술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루소는 특히 서신을 통해 끝없이 밀려오는 조언 요청뿐 아니라 많은 비판자들에게도 답변했다. 만약 《사회계약론》만을 읽고 정작 루소가 쓴 다른 저술들 혹은 그가 논쟁을 벌였던 다른 (이들의) 문헌들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과는 전혀 다른 루소를 만들어내게 된다. 더 나쁜 사실은 우리가 그의 주장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 P54

또 다른 사례로는 애덤 스미스를 꼽을 수 있다. 그의 《국부론Wealth of Nations》(1776)은 종종 근대 경제학과 신자유주의의 기원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스미스는 자신의 저작 전체에 걸쳐 상업사회에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영국의 중상주의적 체제가 탄생시킨 세력, 즉 지나치게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있는 무역귀족trading aristocracy으로부터 당시 유럽의 부패한 상업이 비롯된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시대적 변화를 거부하지도,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지도 않았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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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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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를 보면 실루엣에 가려진, 지휘봉을 든 캐릭터가 무언가를 지휘하고 있다. 〈토이 스토리〉를 봤으면 이 캐릭터의 정체를 한눈에 알 것이다. 제목에 어울리는 표지다.


2010년대에 디즈니 계열사 영화들을 많이 봤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까지. 물론 그 이전에도 디즈니 · 픽사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았고, 그 경험이 디즈니 계열사들에서 나온 영화에 더 끌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샀던 이유는 픽사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였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번 읽다가 무슨 이유인 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덮었다. 2023년, 다시 이 책을 꺼내 읽게 되었다. 


픽사의 유명세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업〉, 〈라따뚜이〉, 〈월-E〉등등. 만드는 영화마다 하나 같이 극찬받는 영화사는 드물다. 헐리우드의 많은 영화사들이 툭하면 실패작을 내곤 한다. 그런데 픽사는? 1990년대 말부터 2010년 이전까지 픽사는 감독으로 치면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제임스 카메론 같은 영화제작사다.(물론 픽사도 간혹 실수는 한다. 저자 캣멀의 표현을 빌리자면 '멍청한 짓'을 저지르곤 한다. 다만 2010년대 이후로 그 빈도가 좀 늘어난 것 같다.)


이 책은 1986년 픽사를 창립하고 2018년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수 십년간 픽사를 경영한 픽사의 前 사장 에드 캣멀의 회고록이다. 이 책의 독자는 누구일까?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픽사 직원이나 애니메이터, 엔터테인먼트 기업 경영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p. 14) 그렇긴 하지만 픽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울 책이다. 픽사의 경영 방침, 픽사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식, 픽사나 픽사의 작품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싶은 사람, 픽사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모두 이 책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책은 총 4파트로 구성된다. 첫째는 저자 에드 캣멀이〈토이 스토리〉를 만들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두번째 파트는 〈토이 스토리〉의 성공 이후 경영자로서 캣멀이 픽사에서 마주하고 극복한 경영상의 문제과 해결책들. 세번째는 픽사를 경영한 끝에 도달한 나름의 경영 지침들, 네번째는 여전히 계속되는 도전으로서 픽사에서 획득한 경영 노하우를 디즈니 애니메이션 부서에 적용하는 동시에 픽사를 픽사답게 유지하려는 저자의 계속되는 노력. 마지막에는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한 창의적인 기업 관리법을 간단히 요약하여 수록해놓았다.


알라딘에서는 책 분류를 자기 계발/경제경영으로 분류해놓았다. 그렇긴 하지만 애드 캣멀의 회고록이며 이 책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격인 인물이 세 사람있다. 첫째는 책의 저자로서 주인공이면서 서술자라할 수 있는 에드 캣멀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스토리는 에드 캣멀이 픽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픽사에서 〈토이 스토리〉로 성공을 거둔 후 픽사를 어떻게 경영해 나갈지 고민하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비전과 열정을 안고 실리콘 밸리와 할리우드 사이에서 조지 루카스, 스티브 잡스, 존 래스터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마침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픽사에 이르러 〈토이 스토리〉를 만들면서 1부가 끝난다. 이어서 2부가 시작된다. 2부는 〈토이 스토리〉이후 꿈을 이룬 저자가 다른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이 몰락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픽사는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을 것인가 고민한 끝에 그 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픽사의 여러 대표작들이 탄생하고, 동시에 시행착오를 겪는다.  


서술자로서 저자는 경영자로서 마주한 시련과 경험을 돌이켜보고, 그로부터 얻었던 깨달음을 책 곳곳에서 꾸준히 독자에게 전해준다. 가끔은 저자 자신이, 때로는 픽사에서 저자와 함께 작품을 만든 동료들의 표현을 빌려 이런 깨달음을 전해준다. 이 책에 보이는 저자의 노력들은 모두 픽사를 지속가능한 창의적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바로 알게 된다. 캣멀은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다(이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으나 재능도 없고 정보도 부족해 과학자가 되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럼에도 월트 디즈니처럼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비전과 열정은 고이 간직하여 컴퓨터 그래픽 기술 개발에 매진한 끝에 마침내 픽사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캣멀이 픽사까지에 이르는 과정이 재미있다. 우선 캣멀은 유타 대학 출신이다. 이 대학은 무려 인터넷의 원형이 된 아르파넷(ARPANET)이 최초로 연결된 미국의 4개 대학 중 하나다. 이어서 캣멀이 경영자로서 두 번째로 경영을 경험한 회사는 다름아닌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루카스 필름의 그래픽스 그룹이다. 그리고 이 회사를 인수, 픽사라는 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도와준 사람은 세상에 아이폰을 내놓은 사람,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는 이 책에서 캣멀만큼 중요한 또 다른 등장인물이다. 이 책을 펼쳐 속표지를 넘기다보면 저자의 헌정사가 나오는데 그 헌정사를 통해 이 책에서 잡스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잡스는 에드 캣멀이라는 사람이 수 십년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잡스다. 잡스는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픽사가 되기 전까지 픽사에 자금을 대주고 픽사를 외부의 온갖 부침에서 지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픽사가 제작한 작품들의 성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물로 등장한다(물론 갈등도 많이 빚는다).


픽사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세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픽사에서 잡스의 역할은 계속 진화했다. 초기에는 픽사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후원자였고, 나중에는 픽사의 보호자(픽사 내에서는 건설적인 비평가, 밖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옹호자)가 됐다. 우리는 함께 힘든 시기를 보냈고, 이 과정에서 보기 드문 유대감을 형성했다. 나는 언제나 픽사를 잡스에게 사랑받는 양자라고 생각했다. 픽사는 잡스가 개입하기 전부터 존재했지만, 그가 오랜 세월 정성 들여 키운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인생 막바지 10년간 그가 픽사를 바꾸고 픽사가 그를 바꾸는 과정을 지켜봤다. - P415


처음 잡스가 픽사를 인수할 때 잡스의 대리인으로 온 변호사는 캣멀과 동료들에게 "잡스가 운행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각오해야할 것"이라 말한다.(p. 76) 한편 책의 마지막에서 캣멀은 잡스와 함께한 시간을 두고 "롤러코스터가 종점에 도착하고 좋은 친구가 롤러코스터에서 내렸지만, 참으로 굉장한 체험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엄청난 여정을 함께했던가.(p. 423) 저자의 잡스에 대한 감정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 점에서 스티브 잡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스티브 잡스의 또 다른 면모를 조금이나마 엿보게 될 것이다. 건방지고, 참을성 없어보이고, 독단적인 것 같지만 자신에게 논리적이며 합당한 이유를 들면서 자신에게 반박하는 직원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다.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롤러코스터를 몰아대는 인물이라는 표현이 참 어울린다.


이 책에서 캣멀, 잡스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제 3의 등장인물은 디즈니 출신의 애니메이터, 존 래스터다. 존 래스터는 디즈니에서 해고된 후 픽사에 합류, 초창기부터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진두지휘하였다. 이 책에서 잡스, 캣멀, 래스터의 역할 분담을 보면 마치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을 연상시킨다.(세 인물이 조직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로마 공화정 말기의 삼두정을 연상할 수도 있겠다.)


픽사의 이점 중 하나는, 픽사가 처음부터 기술, 예술,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경영진의 지휘 아래 성장했다는 점이다. 픽사에서 나는 기술 부문을, 존 래스터는 창작 부문을,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 부문을 총괄했다. 픽사는 세 경영자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픽사의 비즈니스 모델, 영화 제작 방식. 기술은 계속 변했지만 예술, 기술, 비즈니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덕분에 어느 한 부문도 엇나가지 않고 세발 의자의 다리처럼 픽사를 지탱했다. 픽사에서 예술, 기술, 비즈니스는 서로 혁신시키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 P280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보자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캣멀이 시간순서에 따라 자신의 발자취를 돌이켜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나 픽사의 성공이나 실수를 떠올리고 어떻게 피드백하였는지 말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토이 스토리 2〉제작 과정에서 하마터면 소중한 작업물이 모두 날아갈 뻔한 해프닝을 돌이켜본다거나, 역시〈토이 스토리 2〉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너무 혹사시켜 하마터면 한 직원의 자녀가 생명을 잃을 뻔한 사건까지도 들춰보면서 그로부터 어떻게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것인지 고민한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1980년대 태동기 당시 실리콘 밸리(픽사의 원형이 된 루카스필름의 그래픽스 그룹은 실리콘 밸리와 할리우드의 중간 지점에 위치했다. 실리콘 밸리도, 할리우드도 모두 캘리포니아에 위치한다는 점을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캘리포니아에 관해 브루스 커밍스가 지은 벽돌책『미국 패권의 역사』가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절판되었다 중고로 구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대출을 추천한다.), 스티브 잡스, 주지 루카스 같은 유명 인물들의 조금 다른 면모들, 픽사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경영 방침, 픽사의 창의성과 직원들의 자유롭고 원활한 소통 환경을 위해 항상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저자와 존 래스터, 〈토이 스토리〉시리즈를 비롯한 유명한 픽사 작품들의 제작 비하인드, 디즈니와의 합병 과정 속에서 픽사를 계속 해서 창의적인 제작사로 지속가능하게 만드려는 노력 등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점 중 하나는 저자인 캣멀이 직원을 보호하고, 직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 환경을 만드려는 노력들이다. 처음에 제시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회의실의 테이블과 명함이야기다. 테이블 좌석 배치와 직급을 나타내는 명함이 놓인 탓에 회의실 내부에 보이지 않는 역학 관계가 형성되어 직원들이 중역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저자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테이블을 바꾸었고 다른 사람이 명함도 치워버린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캣멀은 '노트 데이'라는 것을 기획하여 근무일 하루 동안 픽사 직원들이 일하는 대신 만남과 토론의 장을 가져 현재 픽사라는 조직이 가진 문제의 해결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직원들 간의 교류를 증진하는 기획을 시도하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저자가 책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본 받을만 하다. 부끄러울 수 있는, 자신이 저지른 멍청하고 한심한 짓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놓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여 픽사를 개선시켰는가라는 결론으로 이어간다. 캣멀이 책에서 보여주는 끊임없는 자문, 자성, 자기쇄신은 읽는 독자를 반성하게 만든다.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통찰은 어느 독자에게나 유용하다. 크게 실패에 대처하는 방식, 무작위성과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실패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우선 캣멀이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어보자.


실패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패에 적절하게 접근하면,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이 이 같은 주장을 ‘실패는 필요악‘이라고 해석한다. 실패는 필요악이 아니다. 실패는 전혀 ‘악하지‘ 않다. 실패는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그리고 실패는 가치 있다. 실패 없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학습 기회이지만, 이런 진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패는 고통스러운 경험이기에, 실패에 대한 감정이 실패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패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하기 위해선 고통스러운 현실과 그 결과 달성하는 성장의 혜택을 둘 다 인식해야 한다. - P160


실패는 분명 고통스럽고, 머리로는 실패를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 해도 가슴으로는 실패를 받아들이기 힘든 법이다. 캣멀은 이 같은 실패 혐오 문화를 조직에서 추방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영자가 솔선수범하여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영자가 자신의 실수, 자신이 실패에 기여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직원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영자는 실패에서 도망치거나,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지 말아야한다. 이 때문에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난관에 부딪쳤을 때 숨기지말고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에서 교훈을 얻는 과정의 첫걸음이다. - P163


그렇다면 이처럼 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로부터 얻는 혜택은 무엇이 있을까?


실패를 (인간 본성이 허락하는 한)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조성할 경우, 직원들은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가지 않은 길을 찾아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행위를 훨씬 덜 꺼리게 된다. 또한 과감한 행동의 좋은 면을 인식하게 된다. 막다른 길에 당도했을 때, 자신이 제대로 된 길로 왔는지 되돌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만 해도 큰 이득이다.

길을 선택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선택한 길로 가야 한다. 그렇게해야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쓸모 없을 수도 있고, 혼란만 더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몰랐던 곳을 탐색해봤다‘는 의미는 있다. 잘못된 곳을 헤맸다고 뒤늦게 깨달았어도 올바른 길로 되돌아갈 시간이 여전히 존재한다. 잘못된 곳을 헤매는 동안 경험한 일들은 헛된 것이 아니다. 당장 업무에 도움되지는 않지만 솔깃한 아이디어를 탐색했다면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활용할 수도 있다. - P164


실패를 겪으면 흔히 정신적,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실패를 혐오하는 문화에서는 실패가 가져다주는 이득마저 가져갈 수 없게 만든다. 이 점에서 저자에게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어떤 일을 실패했다는 것은 당장은 시간이나 돈처럼 소중한 자원을 허비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실패가 나중에 성공의 밑바탕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은가?


진짜 피해야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회피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캣멀 역시 그리 생각하는 듯 하다. 단기적으로는 작은 실패들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실패로 어이질 수밖에 없다.


픽사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독려하는 ‘시행착오 반복‘은 최대한 빨리 틀려 학습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접근법이다. 모든 가능성과 결과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접근법을 쓰는 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에서 모든 문제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영자는 자기기만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집착하면, 과거에 성공한 제품이나 방식을 복제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세밀하고 완벽하게 계획을 세운 뒤에 일을 추진하려는 경영자는 독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할 확률이 높다. 아니, 무엇보다도 문제해결 방법을 미리 계획하기란 불가능하다. - P167


저자는 어떻게 하든 실패는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저자의 말은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대인관계에서도 중요한 통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접근 방식을 오래 고민하고 선뜻 행동에 나서길 주저하는 사람이 오류를 저지를 확률은 빨리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과 비슷했다. 지나치게 계획하는 사람은 실패 확률을 낮추지 못한다. 실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투입한 시간이 증가하는 만큼 실패할 때 느끼는 좌절감은 더 커진다). 더군다나 계획에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하기 십상이다. 현재의 접근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두뇌가 다른 접근 방식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행동은 바로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려는 기업이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실패를 부르게 마련이다. - P168


저자가 보여주는 또 다른 통찰은 변화와 무작위성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이다.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인생에서는 무슨 일이든 겪게 된다. 저자는 브레드 버드 감독의 말을 인용한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건 음반사건 간에 모든 창조적 조직은 하나의 생태계라고 말한다. "모든 창조적 조직에는 계절이 필요합니다. 폭풍우도 필요하고요. 생태계와 똑같아요. 충돌이 없는 상태를 최적의 상태라고 보는 것은 화창한 날을 최적의 상태라고 보는 것과 같아요. 화창한 날은 태양이 비구름을 몰아낸 날입니다. 이때는 충돌이 없고, 승자가 명백하죠. 하지만 매일 화창하기만 할 뿐, 비가 오지 않으면 생물이 자랄 수 없습니다. 밤도 없이 항상 햇볕만 내리쬐면 지구가 말라붙고 모든 생물이 멸종할 겁니다. 충돌은 기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충돌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검증받기 때문이죠. 화창한 날만 있으면 생태계가 존재할 수 없듯, 충돌이 없으면 창조적 조직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P199


이 책의 통찰들이 다 그렇지만, 브레드 버드 감독의 말은 창조적 조직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등 인생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낮과 밤이 있는 것처럼, 맑은 날과 어두운 날이 있는 것처럼, 여름과 겨울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는 좋은 시절도 있고 나쁜 시절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게 인생을 이룬다는 점이라고 할까.


변화는 좋든 싫든 다가오는 것이다. 저자는 무작위성을 인생의 묘미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변화를 반기든 거부하든 상관없이 변화는 일어난다는 사실뿐이다. 많은 사람이 예측할 수 없고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 무작위성은 피할 수 없는 게 분명하지만, 이는 인생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 점을 인식하고 인정하면 뜻하지 않은 상황이 닥쳐도 건설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짓눌려 확실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확실한 것,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안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나는 다르게 접근한다. 나는 무작위성을 두려워하는 대신 인생에서 무작위성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무작위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창의성의 산실이다. - P211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오히려 창의성을 낳기 때문이다. 마감 기한 직전에 오히려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무작위성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인간이 인식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건이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사고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여기서 주장하려는 바를 리더의 겸손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독자도 있겠지만, 리더가 진정으로 겸손해지려면 먼저 자신의 삶과 기업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이해해야 한다. - P248


사람의 두뇌가 아무리 뛰어나다지만, 세계의 모든 외부 요인을 계산해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컴퓨터와는 거리가 있다(그리고 그런 컴퓨터가 존재하더라도 아주 먼 미래에나 존재할 것이다). 사람이 머무는 집이라는 한정되고 통제된 공간에서 조차도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려서 찾지 못하거나, 집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어디서 기어들어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집밖의 공간에서는 더 말할 것도 있을까. 이 점에서 겸손해지라는 캣멀의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이와 관련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넘어가보자. 캣멀은 인간의 두뇌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간의 두뇌는 실로 어려운 일을 수행한다. 인간은 안구의 뒷면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인 망막 중 상의 초점이 맺히는 부분인 중심와를 통해 눈앞에 펼쳐진 지극히 방대한 시각 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받아들인다. 쉽게 말해 인간은 눈앞에 보이는 정보를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부족한 세부 정보를 즉시 보충해 넣는다. 이것이 인간 두뇌의 심성모형mental model(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마음의 표상. 사람들은 경험이나 훈련을 통해 심성모형을 형성한다-옮긴이)이다. - P251


심성모형이라는 전문용어가 등장한다. 바꿔 말하자면,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을 자기 나름의 관점대로 이해해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더 들어보자.


사람들은 자신이 현실을 온전히 인식하고 있다고 굳게 믿지만, 사실은 현실의 일부분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기 두뇌가 처리한 ‘결과‘는 인식하지만, 두뇌의 정보 처리 과정‘은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보통 의식을 두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인식 이론을 연구한 알바 노에Alva Noe UC버클리 철학 교수는 의식을 인간이 주변 세계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거나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의식이란 문맥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알바 노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사는 환경 속(p. 253)에서 구현된 삶을 살아간다. 인간은 외부의 영향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발휘한 영향력에 영향을 받도록 태어난 존재다. 인간은 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알바 노에 교수는 돈을 예로 들었다. 돈은 상호연결된 방대한 경제사회 시스템 안에서만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비록 사람들은 화폐 표면에 찍힌 숫자에 신경을 쓰지만, 사람들의 돈에 대한 관념은 훨씬 복잡한 심성모형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심성모형은 인생관, 자기이익,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지위, 타인과 자신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한다. - PP. 252-253.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나 경영지침서를 넘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는 책이라고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심성모형'이라는 정신의 감옥 속에 갇힌 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비유를 든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타인의 인식과 경험이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중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누구나 나름의 독특한 심성모형을 가지고 있기에,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은 제각기 다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관점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가 아는 관점이라고는 자기 자신의 관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을 오해하는 일을 겪으면서 자기 현실 인식의 한계를 저절로 자각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절로 자각할 수는 없다. 타인의 인식이나 경험은 자신의 인식이나 경험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부하고 거듭 복습해야만 한다. 창조적 기업 환경에서 이런 차이들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이 같은 차이는 창조적 업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된다. - P253


저자는 심성모형을 도구에 비유한다.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다. 우리는 이 도구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구와 주인의 관계가 뒤바뀌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의 심성모형은 현실이 아니다. 인간두뇌의 심성모형은 기상학자가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형같은 것, 즉 도구다. 기상학자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는 화창한 날이 많듯, 도구는 현실이 아니다. 도구와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 P256


이상의 세 가지 통찰은 기업경영이라는 영역을 넘어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삶의 태도, 혹은 지혜라고 생각된다. 어떻게보면 기업경영 자체가 인간의 여러 행위들 중 하나에 속하니, 저자가 기업경영에서 얻은 교훈이 인간사에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은 당연한 말을 쓸데없이 중언부언하는 것일 수 있겠다.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픽사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피식 웃기도 하고, 저자가 보여주는 통찰에 감탄하기도 하고, 픽사 영화들을 보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글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을 가장 시급하게 읽어야할 독자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내 생각에는 현 픽사 경영진이 아닐까 한다. 


픽사 사장으로서 내 목표는 언제나 픽사가 창업자들(스티브 잡스 회장, 존 래스터John Lasseter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그리고 나)보다 오래 생존할 수 있게 픽사에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예술과 상업이라는 상호충돌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동력을 관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경영자들과 창의적 기업문화에 관한 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내 목표다. 이 책은 픽사를 지탱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이 책은 픽사 직원이나 애니메이터, 엔터테인먼트 기업 경영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 P14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2023년이다. 이 책에서 픽사를 이끈 3인방 중 스티브 잡스는 2011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 에드 캣멀은 2018년에 은퇴했다. 존 래스터는 2018년 성추문으로 인해 해고되었다. 픽사의 창업자 세 사람 모두 픽사를 떠났다. 2020년대 픽사는 창업자  세 사람이 픽사에 불어넣은 창의적 기업문화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픽사로 남을 수 있을지, 그런 기업문화를 상실하고 그저 그런 할리우드의 흔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전락할지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듯해서다. 


나는 (이들이 "넉넉한 여유, 발칙한 상상력, 엉뚱한 이탈")이라고 표현하는 픽사의 기업문화야말로 픽사가 성공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따로 있다.
그것은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그중 상당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인정한다는 점이다. 픽사 직원들은 자신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문제들을 찾아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다소 불편해도 노력을 중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면 모든 에너지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즐겁게 출근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나는 미지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직원들도 이 같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이것이 내가 픽사에서 일하는 동기이자, 내가 느끼는 사명감이다. - P8

만약 픽사가 성공적인 기업이 된다면 우리도 멍청한 짓을 저지를까? - P13

앤드루 스탠튼은 설명한다. "항해하면서 궂은 날씨와 파도를 피하는 것이 목표인 선장은 애초에 배에 타지 말았어야 합니다. 항해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직면해야 하는 일입니다. 항해하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습니다. 어떤 날씨라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항해의 목표는 결국 맞은편 육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통제할 순 없습니다. 항해란 이런 일입니다. 편하고 간단하게 가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배를 타면 안 됩니다."
- P312

예컨대, 나는 사람들이 기업을 기차에 비유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늘 궁금했다. 기차는 선로를 따라 산을 넘고 평야를 가로지르고 짙은 안개와 어두운 밤을 뚫고 달려간다. 기업의 상황이 나빠질 때 사람들은 기업이 ‘탈선했다‘, ‘기차가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라고 말한다. 픽사 제작팀을 정교한 기관차에 비유하며, 이 기차를 운전해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이 기차를 운전할 능력이 있는 기관사라고 믿고, 기관사가 기업의 미래를 창조할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관사는 기차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다. 기업의 미래를 창조하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은 기관사가 아니라, 선로를 놓는 사람이다. - P320

‘현재를 충실히 살라‘는 동양 철학의 가르침을 들어본 미국인이 많을 것이다. 현재 마주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해법을 찾으면, 과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낼 수 있다. 그러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 즉, ‘모든 것은 변화한다‘라는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막을 수 없다. 막으려고 시도하다간 험한 꼴을 당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계속 변화를 막아보려고 한다. 더 나쁜 것은 변화에 저항하다가 초심자의 마음(새로운 것에 열린 마음가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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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16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정성껏 요약하고 소개해주신 책을, Heath님 덕분에 날름 엑기스만 받아가는 미안함도 있네요.

어떻게 잘 나갈까?가 아니라, 다른 반짝스타 기업들 왜 망할까? 어떻게 하면 몰락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는 지점이 특히 확 들어왔습니다. 도움이 될 내용이 가득하네요.

Heath 2023-09-17 09:18   좋아요 1 | URL
읽으면서 저자가 고민하는 지점들에 저도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