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논변은 텍스트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방법과 관련한 기존의 두 가지 접근 방식을 공격하면서 시작한다. 첫 번째 공격 대상은 대상 텍스트의 논변을 그것이 집필되었을 때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맥락에 결부시키고 그런 요소들에 의존해 텍스트의 사상을 설명하려는 접근법이다. 그런 접근법의 옹호자로 지목된 이는 학술지 《비평론집Esays in Criticism》의 편집자였던 문학연구자 F. W. 베이트슨이었다. 스키너는 그런 접근법이 역사 속의 관념들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는 데 무용하다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요점은 텍스트의 맥락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그 자체로는 연구자로 하여금 해당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맥락은 어디까지나 이차적으로만 도움이 될 수 있다. - P109

두 번째 오류는 텍스트 자체가 그 의미를 풀어내는 열쇠가 된다는 관점에 입각한 접근법으로, 이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저 언제든 텍스트를 읽고 또 읽어야만 한다. 스키너는 이런 접근법 때문에 ‘불후의 지혜‘로 이루어진 보편적 관념들을 찾아내려는 잘못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P109

스키너는 이들이 공유하는 방법, 즉 텍스트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따르다보면 필연적으로 텍스트의 저자들이 했을 리 없는 주장들을 그 저자들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역사학적 부조리들’과 ‘신화들‘을 낳게 된다고 서술했다. 이런 저자들은 엄밀한 학적 토대에 기초해 도달할 수 있는 검증 가능한 사실들이 아닌 신화들을 유포할 뿐이었다. - P110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문제는 스키너가 ‘가르침의 신화mythology of doctrines‘ 라 부른 것이다. 〔이런 신화에 빠진〕 역사가들과 철학자들은 과거의 다양한 텍스트에서 현재에 통용되는 관념을 발굴하고 이와 연관된 교의들을 찾아내는 일로까지 나아갔다. - P112

스키너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방금 언급된 저자들이 자신들이 옹호했다고들 하는 가르침을 실제로 옹호한다고 썼을 리는 없다. 왜냐하면 해당 교의를 구성하는 관념들은 그 시대 이후의 지적 발전에 따른 산물이며, 따라서 저자들이 해당 관념들을 활용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시기에서도 비슷비슷한 주장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서로 다른 시공간에 속한〕 위대한 저자들이 서로 연결된 논쟁을 주고받는다는 주장이다. - P113

이 주장은 다시금 과거의 텍스트에서 후대에나 중요해지는 논변들을 예견하는 맹아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과거의 저자가 현대의 관점에서 중요한 특정한 관념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낳는다. 이제 아직 열등한 과거의 맹아적 형태에서부터 우월한 현재의 완성된 형태에 이르는사상의 점진적인 발전 과정을 측정하는 일이 가능한 것처럼 전제된다. 동시에 과거의 저자들은 (후대의 계승자들이 좀 더 명확히 개진하게 될) 사상을 충분히 명료화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비판받게 된다. 예를 들어 플라톤은 공공 여론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며, 로크는 보통선거권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아서, 홉스의 경우 기독교에 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게 잘못이다. - P113

텍스트만을 따로 연구하고 서로 다른 텍스트를 시대를 뛰어넘어 연결하는 연구 방법이 초래하는 또 다른 결과로는 스키너가 ‘정합성의 신화mythology of coherence‘라 부르는 것이 있다. 이런 전제에 따르면 위대한 저자들의 저작을 평가할 때, 저자가 다른 뛰어난 사상가들과 공유했을 중요한 개념적 쟁점들을 다룰 때 해당 저작들이 어떤 정합성과 깊이를 보여주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는 어느 저자의 사유를 항상 전체적으로, 즉 오랜 시간에 걸쳐 각기 다른 환경에서 출판된 작업을 서로 이어진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는 하나의 정합적인 전체와 같은 것으로 전제하여 읽으려는 충동이 존재한다. - P114

그처럼 잘못된 방법론에서 ‘예기의 신화mythology of prolepsis‘가 비롯되는데, 이는 어떤 행위가 획득한 사후적인 의미와 해당 행위의 원래 의미를 혼동하는 것을 뜻한다. - P115

스키너에 따르면 이런 논리는 마찬가지로 허황하다. 플라톤이든 루소든 자신들의 사상이 이후의 역사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알 리 없었을뿐더러, 자신들의 사상이 본인들이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인다 해도 그것이 전혀 그들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15

스키너가 ‘편협함의 신화mythology of parochialism‘라 명명한 또 다른 난관이 있다. 이는 텍스트가 시대를 넘나들며 다른 텍스트와 대화하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영향을 준다고 전제한다. - P116

이와 같은 신화들을 나열하며 스키너가 말하고자 했던 요점은, 텍스트의 저자들이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 속한 특정한 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직 텍스트에만 기초해 사상을 연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언어는 행위이며 언어의 의미는 현실의 용법에 따라 좌우되었다. 따라서 언어의 의미는 언어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사용될 때마다 바뀌었다. 어떤 텍스트도 그 자체만을 보아서는 저자가, 가령 홉스나 피에르 벨이 모호하게 혹은 아이러니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입증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텍스트 자체만 놓고는 어떤 주제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동일한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인 의미든 구체적인 의미든 관념의 의미는 불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사상사는 잘못되었다. 언어를 통해 표현된 관념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서로 다른 것들을 의미했다. - P117

스키너의 방법은 텍스트 내의 발화가 의미하는 바와 해당 발화의 발화수반적 힘illocutionary force을 구별 지어 이해하는 데 기초하고 있었다. 스키너의 주장에 따르면, 저자의 진술 배후에 있는 의도를 이해할 때는 후자를 고려해야만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 P118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논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논변이 어떤 의미로 발화된 것이었는지, 그리하여 (설령 넓은 의미 - P119

에서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다양하고 상이한 형태의 진술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달리 말해, 어떤 발화가 가진 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다른) 텍스트들(혹은 이후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당 발화의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반드시 참고해야만 했다. - P120

스키너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작업의 핵심이 저자가 텍스트를 쓰면서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데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발화의 배경에 있는 언어가 어디까지 의미할 수 있는지" 재구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적 맥락이 ‘의미가 가진 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절대로 그것이 의미 자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 - P120

사유의 역사가 "시대를 초월한 진리 또는 절대적 기준들을 향해 진화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알게 될 때, 연구자는 ‘스스로에 대한 앎‘을 획득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깨달음은 현재의 사상들이 반드시 과거의 사상들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역사적 행위자들이 표명한 모든 견해는 필연적으로 지역적·우발적이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 P120

스키너의 방법에는 저자들의 의도와 그 배후에 있는 이데올로기에 관해 생각하는 일 또한 포함된다. 이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내에서 특정한 논리가 형성되고, 그런 논리가 다른 대안적인 이데올로기들을 논박하는 줄거리를 구성하는 작업까지 수반한다. 해당 이데올로기가 저자의 논변 위에서 이후에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추적하고, 그것이 동시대의 논쟁적 지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읽어내는 일은 필수적이다. - P122

스키너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의 중요한 저자들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지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작업은 인간 사회가 어느 때에 어떤 문제들을 마주해왔는지, 그리고 당대의 철학적 언어들이 어떻게 그 문제들의 해법을 특정한 범위 내에서만 사고하도록 제약했는지 등에 관한 지식을 생성해낼 수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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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에서는 남성이 규정한 기준이 리더십, 개인의 자율성,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이 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의 역량이나 지성, 힘이 떨어진다고 여겨 왔다.
여자아이는 자라면서 이러한 점을 관찰하고 남성들이 규정한 매력, 명성, 권위, 독립, 돈 따위의 가치를 추구하고 싶어 한다. 큰 성공을 이룬 많은 여성이 아버지의 딸로 여겨진다. - P75

아버지와 어린 여자아이의 관계는 아이가 아버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아버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아버지의 인정과 수용을 구하면서 딸은 자신의 능력, 지성, 가치를 아버지나 다른 남성들과 비교하여 평가한다. 어린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받는 인정과 격려는 긍정적인 자아 발달을 이끈다. - P78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고 느낀 여성들은 세상도 자신을 인정해줄 거라고 확신한다. 또한 자신의 남성적 본성과 자신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 이 여성들의 내면에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남성적 인물이 있다. 이 긍정적인 내면의 남성 혹은 아니무스 인물은 수용적이고 심판하지 않는 태도로 그들의 창조적인 노력을 지지한다. - P79

아테나는 번쩍이는 황금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고 벽력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이 극적인 탄생으로 아테나는 자신이 제우스의 분신이라고 생각했고, 제우스를 유일한 부모로 인식했다. 아테나는 한 번도 자신의 어머니인 메티스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실은 자신에게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 같다. - P82

‘아테나 유형 여성‘은 아버지의 딸이다. 즉 어머니를 경시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아버지의 딸‘은 총명하고 야심만만하며 일을 척척 해낸다. 정서적인 관계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딸은 상처 입기 쉬운 약한 존재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하다. 만일 그녀가 어머니의 강점을 발견하고 모성적 유대와 강한 결속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끝내 여성성 분리를 치유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메티스는 남성 자아에게 삼켜진 마지막 어머니가 아니었고 아테나는 아버지를 편애하여 어머니를 버린 마지막 딸이 아니었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분리를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 P84

동화 속 여주인공들에게 하나같이 반복되는 오랜 주제처럼 나는 어머니를 악당이라 생각했고 아버지가 나를 구해주기를 바랐다. 나는 아버지를 우상화했고 구원자로 보았다. 나는 왕자님이 와주기를 기다리는 예쁘고 똑똑한 딸의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나를 구해내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중요한 일을 하려고 나와 어머니를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 P87

여성 영웅의 여정 중 두 번째 단계에서 여성은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하거나 남성에게 구조되기를 바란다. 여성이 기존의 여성의 이미지들과 결별하기로 결심할 때 부득이하게 전통적인 남성 영웅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녀는 갑옷을 입고 현재라는 이름의 준마에 올라타 사랑하는 것들을 뒤로한 채 황금의 보물을 찾아 - P87

떠난다. 이성(logos)의 기술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성공을 향한 길이라고 명확하게 정의된 길을 찾는다. 그녀는 남성들의 세계는 건강하고 재미있고 행동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모습은 그녀의 야망에 불을 지핀다.
이 시기는 여성의 자아 발달에서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의 여성 영웅은 자신이 한 단계 한 단계 뒤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줄 역할 모델을 찾는다. 역할 모델이 되는 남성 조력자들은 아버지, 연인, 교사, 매니저, 코치일 수도 있고 그녀가 얻고자 하는 학위를 주는 교육 기관이나 원하는 급여를 주는 직장일 수도 있다. 또는 목사, 랍비, 사제, 신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한 여성일 수도 있고, 어쩌면 딸린 아이가 없어서 일에만 전념한 덕에 성공의 정상에 오른 선배 여성일 수도 있다. - P88

아버지나 아버지를 대체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인정과 격려는 대개 여성의 긍정적인 자아 발달을 이끈다. 하지만 아버지, 계부, 삼촌, 할아버지로부터 인정과 격려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오히려 용기를 꺾는 말을 듣는 경우에는 자아감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또한 과잉 보상 문제나 완벽주의를 야기하거나 아니면 여성의 발달을 거의 마비시킬 수도 있다. - P90

많은 젊은 여성이 자신이 남성들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성이 열등하다는 태생적 공포 때문에 열등감을 메우려고 과잉 보상, 과로, 완벽함에 중독된다. - P96

어떤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생각하고, 남성들과 경쟁하고, 남성들의 게임에서 남성을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여성들은 영웅적인 성취를 이룬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결코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 신경을 갉아먹히는 듯한 괴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남성들과 같아지고 싶어 점점 더 많은 일을 한다. - P97

아버지의 따뜻함, 장난스러움, 사랑은 여자아이의 건강한 성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에게 일차적으로 중요한 사랑의 대상은 계속 최초의 애착 대상인 어머니일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지배욕, 소유욕, 비판은 여자아이의 이성애적 발달을 훼손하고 파괴한다. - P99

세상에서 자신의 일을 찾는 것은 여성 영웅의 탐색 중 한 부분이다. 자신의 일을 찾는 과정에서 여성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영혼을 표현할 수 있으려면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 P101

중요하다. 이 영웅적 탐색의 첫 단계에서 배운 것들은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여성의 능력을 확실하게 길러준다. - P102

여성 영웅은 문턱을 넘어 부모님이 있는 안전한 집을 떠나 자기를 찾아 길을 나선다. 언덕을 넘고 계곡을 지나고, 강물과 개울을 건너고, 메마른 사막과 어두운 숲을 가로질러 자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을 찾으려고 미궁 속으로 들어간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여성 영웅들은 막다른 길에 부딪치도록 속임수를 쓰는 괴물들, 그녀의 교묘한 꾀와 결연한 의지에 도전하는 적들, 피하고 우회하고 극복해야만 하는 장애물들을 만난다. 여성 영웅이 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어둠을 밝힐 등잔과 미궁을 빠져나가게 해줄 실타래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 여성 영웅은 왜 한밤중에 저 바깥에서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가? 그녀가 찾는 보물은 무엇이며, 보물을 지키는 용은 누구인가? - P105

여성 영웅의 임무는 자기 안에서 진실의 칼을 꺼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 운명의 행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찾던 보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P106

여성 영웅은 내적 정신 세계의 길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세계의 길에서도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외적인 시련의 길은 그녀를 예상되는 장애물 코스로 데려갈 것이다. 연속되는 그 장애물들을 통과해야 학위, 승진, 명망 있는 직함, 결혼, 경제적 성공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보물을 지키는 용들은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절대로 이 일에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게다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실은 별로 없다고. 그리고 네 앞에는 너보다 훨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 P106

괴물들은 여성 영웅의 길을 막고 그녀의 참을성, 결단력, 한계를 시험할 것이다. 동료들은 그녀를 짜증나게 할 것이고, 심의 위원회는 요구 조건을 바꿀 것이고, 사랑하는 이들은 애초에 그녀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고 선언할 것이다. 권력과 성공과 사랑을 얻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위장된 섹스와 조종의 게임이 그녀를 유혹할 것이다. 성공을 부르는 이 부적을 받아들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권력과 독립의 땅에 도착했다는 착각에 빠져 우쭐해할 것이다.
내면의 여정에서 여성 영웅은 예기치 않게 자기 의심, 자기 혐오, 우유부단, 무력감, 공포의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외부 세계는 그녀가 해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자기 마음속 악마와 전쟁을 치른다. "난 해낼 수 없어. 난 사기꾼이야."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면 절대로 날 신뢰하지 않을 거야." "난 튀고 싶지 않아. 성공하면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야." "누군가 날 돌봐주던 때가 훨씬 더 좋았어." "난 이럴 자격이 없어." "내가 정말 여자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을 거야." - P107

여성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려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지나친 요구를 한다거나 애정에 굶주려 있다거나 의존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은 단지 배우자, 연인, 친구, 자녀들이 채워주지 않은 정상적인 욕구일 뿐이다. 이 정상적인 욕구에는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 자신만의 공간,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애정 어린 포옹, 자신의 재능을 살릴 기회가 포함될 수 있다. 정상적인 욕구가 거부당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필요나 욕구를 채우는 활동을 할 권리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왠지 자신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여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 P109

여성은 자기 혐오를 내면화하고 자기 증오의 목소리를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내면의 비평가는 남성인 괴물 폭군이나 사악한 마녀 중 하나로 의인화되어 드러나기도 한다. 그것들은 살해당해야 할 것들이다. 여성들은 자기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하게끔 사회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경멸하는 첫 번째 표적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 동화에서 어머니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들은 모두 비명에 가거나 섬뜩한 죽음을 맞는다. - P118

여성이 열등함의 신화를 부수려면 분별의 숫돌에 칼날을 갈아 자신만의 진실의 칼을 지닐 필요가 있다. 여성에 관한 아주 많은 진실이 가부장적 신화 속에서 흐려졌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앎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 P120

대부분 동화에서 여주인공은 기다림의 상태, 무의식의 상태에서 꺼내어진다. 그리고 즉시 더 멋진 상태로 극적으로 탈바꿈한다. 이 마법 같은 변화의 촉매는 대개 남성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첼, 잠자는 숲속의 미녀까지, 모두가 같은 왕자에 의한 약간씩 다른 변주곡을 공유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변화는 실제로 외부로부터 구조를 받은 결과가 아니라 오랫동안 내면에서 피나는 성장과 발달을 할 때 일어난다. - P123

여성 영웅은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신화성을 없애고 자신의 인생에서 책임감을 되찾는 용기를 내야 한다. 스스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가 연인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여성이 자유로워지거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때, 진정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동등한 동반자를 찾을 수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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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적이다. 남성 중심적이라는 말은 남성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남성들은 자신의 지성, 추진력, 신뢰성을 지위, 권위, 경제적 이익이라는 결과물로 보상받는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받지만 평등하지는 않다. 만일 여성이 남성의 눈으로 자신을 보고 남성들이 규정한 문화의 잣대로 끊임없이 자기를 평가한다면, 자신에게 결함이 있거나 남성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여성은 결코 남성이 아니다. ‘남성처럼 훌륭해지려고‘ 애쓰는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훼손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자신이 지니고 있지 않거나 성취하지 못한 것들의 측면에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부터 여성으로서 자신을 평가 절하하고 감추기 시작한다. 여성들의 이러한 평가 절하는 어머니에 대한 평가절하에서부터 시작한다. - P48

캠벨에 따르면, 진정한 영웅의 과업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남성 영웅/여성 영웅은 현상 유지라는 괴물과 걸쇠를 단단히 걸어 잠근 낡은 질서라는 이름의 용, 즉 과거의 수호자를 처단한다. - P48

오늘날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가부장적인 경제, 정치, 사회, 종교, 교육 구조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언어와 사고에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보자면 ‘어머니‘가 낡은 질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므로 개성화‘를 위한 여성 영웅의 첫 번째 과업은 어머니에게서 분리되는 것이다. - P49

이 여정은 여성 영웅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의 실제 어머니로부터, 그리고 훨씬 더 강력하게 이어져 있는 어머니 원형으로부터 분리되려고 분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P53

어머니로부터 분리를 이루어내려고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거부해야 할 존재, 복수심과 소유욕이 강하고 탐욕스러운 원형적 여성의 이미지로 만든다. 실제 어머니가 이런 특질을 지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딸들은 이런 특질을 자기 내면의 어머니에게 덧씌운다. 융에 따르면, 이 내면의 어머니는 자아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의식적 이미지인 그림자 원형으로 우리 안에서 작용하기 시작한다. - P55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물론이고 어머니에게서 분리되는 일은 아주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문학과 동화에서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부재하는 상태이고, 있다 하더라도 사악한 존재로 표현된다. - P56

어머니 원형은 양 극단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무한한 애정으로 자식을 돌보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며 보호해주는 존재를 상징하는 ‘위대한 어머니(Great Mother)‘와 정체, 질식, 죽음을 상징하는 ‘공포의 어머니(Terrible Mother)‘가 그 두 모습이다. 이 두 원형적 모델은 유아기와 아동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인간의 의존성에 대응하며 형성된 인간 심리의 구성 요소들이다. - P56

많은 여성이 여성적(feminine)이라는 말을 두려워한다. 이 단어는 오염되었다. 어떤 이들은 ‘여성적‘이라는 단어의 의미 속에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 사회는 여성들이 자신의 성취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도록 조장해 왔다. - P64

여성성을 거부할 경우 자신의 어머니가 보인 부정적인 여성성의 측면은 물론이고 쾌활하고, 심미적이고, 열정적이고, 돌봄에 소질 있고,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자신의 긍정적인 여성적 본성까지 거부하게 될 위험이 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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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우리는 과거의 역사가 여러 관념 간의 경쟁을 통해 구성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바로 그때 지성사 연구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지성사는 인간들이 경험했던 혹은 경험하고자 하는 대안적인 미래에 관한 사변까지도 포함하는 분과가 되었다. 달리 말해, 인간의 삶에 정해진 본질 같은 것은 없으며 구체적인 경험들이 구체적인 관념들을 발생시켰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이 살아낸 경험 및 그 경험에 뒤따라 나오는 것들을 형성하는 데 관념들이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기 시작했을 때 지성사는 하나의 고유한 분과가 되었던 것이다. - P64

포콕, 던, 스키너는 모두 텍스트를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의 산물로 읽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때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이란 언어적 실천을 통해 형성된 여러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의미했다. 텍스트의 의미라는 게 무엇인지를 숙고하면서, 던과 스키너는 저자의 의도가 텍스트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길잡이라고 보았다. 비록 저자의 의도라는 것이 지적 대상으로서 문제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며, 어떤 저자의 저작을 이해하기 위해 의도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여기서 포콕은 다른 둘과 달리 의도보다 패러다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키너는 역사가의 목표란 특정 텍스트의 저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저자가 ‘하고 있는‘ 일의 범위에는 저자가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무엇을 달성했는지가 포함되는데, 이는 다른 저자들이 그에 보이는 반응을 통해 해석할 수 있었다. - P100

포콕과 던, 스키너의 가장 중요한 주장들 중에서 특히 포콕이 자신의 모든 방법론적 저술을 통해 강조한 바는 다음과 같았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채택하고 활용하는 일련의 전제를 언어 혹은 담론이라고 할 때, 저자가 활용하는 언어 혹은 담론이 저자의 주장 자체에 제한을 가한다는 것이다. 언어 또는 담론은 문법과 수사, 그리고 관념의 용법과 함의에 관한 일련의 전제로 구성되어 마치 복잡한 구조물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언어 사용자들이 공동체를 구성한다고 할 때, 그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저자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언어들을 혁신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언어라는 복잡한 구조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인 현재 및 물질적 현재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콕, 스키너, 던은 모두 인간 본성에 관한 메타이론적 전제나, 불투명한 혹은 비역사적인 이론적 어휘, 그리고 역사를 분석할 때 고정된 개념 등을 당연하게 전제하는 접근법들에 반대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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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궁금하다. - P42

"우리 문화는 일반적으로 질문을 경험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 P43

철학은 결국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보트를 뒤흔드는 것이다. 선장은 보통 자기 보트를 뒤흔들지 않는다.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자는 아니다. 철학자는 열외자다. 외계인이다. - P46

철학은 삶,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에 관한 것이다. 철학은 실용적이다. 필수적이다. - P50

이 세상에 ‘소크라테스의 사상‘ 같은 것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사고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에게는 수단만 있을 뿐, 그 끝은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테네의 잔소리꾼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알았던 지식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 지식을 알게 된 방식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식보다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식은 곱게 늙지 못한다. 하지만 방법은 그럴 수 있다. - P51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대화는 사실상 동의어였다. - P51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는 대화를 그저 자신이 가진 도구 중 하나로 본 것 같다. 이 모든 현명한 훈수질에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웠다. - P52

질문은 일방향이 아니다. 질문은 (최소)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질문은 의미를 구하고 또 전달한다. 적절한 때 친구에게 적절한 질문을 묻는 것은 연민과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질문을 무기로 사용한다. 상대를 저격하고(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자신을 저격한다(왜 난 제대로 하는 게 없지?). 질문으로 변명을 삼고(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중에는 정당화한다(내가 뭘 더 할 수 있었겠어?). 마음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창문은 눈이 아니라 질문이다. 볼테르가 말했듯,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대답이 아닌 질문을 보는 것이다. - P54

진지한 질문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진지한 질문에는 위험이 따른다.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성냥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불빛이 방을 비췄을 때 괴물이 보일지, 경이로운 광경이 보일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성냥에 불을 붙인다. 그렇기에 진지한 질문은 자신감이 아닌, 10대와 같은 머쓱함과 어색함으로 머뭇머뭇 서투르게 발화되는 것이다. - P61

니들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문화에는 궁극적인 질문이 질문으로 존중받는 공간이 없어요. 우리가 가진 모든 제도와 사회 양식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만 최선을 다합니다." - P63

마음의 대답에 도착하려면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기꺼이 자신의 무지와 한자리에 앉으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끝없는 해야 할 일 목록에서 또 하나를 지우려고 성급히 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의혹과 수수께끼의 곁에 머무는 것. 여기에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조롱할 것이다. 내버려두라고, 제이컵 니들먼과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비웃음은 지혜의 대가다. - P69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할 뿐만아니라 해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 - P71

바로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일으키고자 했던 것이었다. 관점의 근본적 변화가 나타나리라는 희망에서, 내가 아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인정사정없는 자기 심문. - P72

걷기는 루소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루소는 수줍음이 많았다. 근시가 심했고, 마르쿠스처럼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평생 비뇨기 질환 때문에 (결국 전립성 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수시로 화장실에 가야 했던 루소는 사회적 만남을 최대한 피했다. 루소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 P85

루소의 철학은 다음 네 어절로 요약할 수 있다. 자연은 좋고 사회는 나쁘다. 루소는 "인간의 자연적 선함"을 믿었다. - P89

루소는 우리가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많은 것이 사실은 사회적 관습이라고 믿는다. - P90

루소의 야만인은 스스로를 향한 사랑을 자주 경험하는데, 루소는 이를 자기 사랑amour-de-soi이라고 부른다. 이런 건강한 감정은 더 이기적인 종류의 사랑과는 다르며, 루소는 이런 이기적인 사랑을 자기 편애amour-propre라고 부른다. 전자는 인간 본성에서, 후자는 사회에서 비롯된다. 자기 사랑은 혼자 샤워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기쁨이다. 자기 편애는 뉴욕 록펠러센터에 있는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기쁨이다. - P90

이제 우리는 루소가 왜 걸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걷는 데에는 인류 문명의 인위적 요소가 전혀 필요치 않다. 가축도, 사륜마차도, 길도 필요 없다. 산책자는 자유롭고 아무런 구애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자기 사랑이다. - P91

루소는 철학의 가장 큰 통념 중 하나가 거짓임을 잘 보여준다. 바로, 정신 활동은 신체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는 통념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친 순간부터 데카르트의 걸출한 펜싱 실력과 사르트르의 성적 모험에 이르기까지, 철학에는 신체와 관련된 조류가 흐른다. 신체와 분리된 철학자, 신체와 분리된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니체는 "철학보다 몸에 더 많은 지혜가 있다"고 말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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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3-09-21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엄청 밑줄긋기하며 읽었어요. 나는 궁금하다. 그렇네요. 그렇게 시작😄

Heath 2023-09-21 21:26   좋아요 1 | URL
한 번 읽어보고 밑줄을 많이 긋겠구나 예감이 들었고 실제로 많이 긋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