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올컬러 특별판)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 년사 메디치 WEA 총서 4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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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공간적 배경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일부를 포괄하는 유라시아 동쪽 지방이고, 시간적 배경에 해당하는 것은 일본의 전국시대 종식에서 시작해 태평양 전쟁의 종식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에 걸친 시기다. 


책의 구성은 크게 16-17세기를 다루는 1부, 17-19세기 초를 다루는 2부,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를 다루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우리가 잘 아는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까지의 시기다. 다만 저자는 그 시간적,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여 일본의 전국시대가 종식되는 시점부터 시작하고 일반적인 한국사나 동아시아 역사책이면 잘 다루지 않고 넘어갈 타이완 섬까지도 서술 범위에 포함시킨다. 


이를 염두에 두면 1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전국시대가 종식된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전후 명과 조선의 만주 지역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소홀해지면서 여진족이 급부상하기 시작하였다. 여진족은 후금에서 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조선을 복속시키고 멸망한 명나라를 대신하여 중원을 차지하게 된다. 전국시대가 끝나면서 시작된 동아시아의 대변동은 타이완 섬이 청나라에 점령당하면서 끝나게 된다. 1부의 마지막은 이러한 대변동 속에서 국제적인 노예무역을 통해 동북아시아에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유럽세력, 그리고 동남아시아 곳곳을 오간 조선인과 일본인으로 마무리된다.


2부는 한반도로 표류해온 네덜란드인(박연, 하멜) 및 한반도 밖으로 표류한 문순득과 같은 표류민들에게서 시작해, 가톨릭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신교도 세력인 네덜란드와 일본의 교류, 북쪽 시베리아에서부터 점차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러시아, 그런 러시아를 두고 외교적 접촉 및 국지적인 무력 충돌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중국과 일본. 임진왜란을 두고 복수를 외치는 조선과 임진왜란의 보복이 러시아와 연계될 것을 우려하는 일본, 서로에 대한 심리전을 펼치는 조선과 일본 사이의 통신사 외교. 1부에서 언급되었으나 본격적으로 부상하여 조선과 일본에서 불평등한 신분사회를 당연하게 여기는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키는,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가톨릭 교인들과 그런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신교도 네덜란드 세력까지. 기존의 범주를 대입하자면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 외교사, 종교사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이 2부다.


마지막으로 3부는 1부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낸 서구 열강들이 제국주의 열강으로서 동북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손길을 뻗치기 시작하고 중국과 일본, 조선은 각각 다른 운명에 처하게 된다. 청나라는 서구 열강 세력의 압박 앞에 무너지기 시작하고, 일본은 청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기존의 네덜란드, 러시아와의 접점, 소속 번들이 서양 세력에게 패배한 경험 덕분에 상황을 넘기는데 성공한다. 일본은 조선에서 일어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이용하면서 청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곧이어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우위를 점한다. 이때 조선은 잠시나마 러시아와의 밀월관계를 통해 안보를 보장받으려하나 일본의 집요한 공격 아래 러시아도 패배하고 조선은 멸망하고 만다. 이때 조선인들은 조지 워싱턴과 같은 이를 영웅으로 여긴 반면 일본은 나폴레옹 같은 이를 영웅으로 여겼다. 조선은 멸망했으나 조선인은 만주를 비롯해 각지로 흩어져 대일항전에 나선다. 연해주와 만주에서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 국가를 수립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으나 단명했다. 일본에서는 대동아공영권을 앞세워 제국주의적 착취 구조를 정당화하려 한다. 한편 일본의 전쟁은 인도의 찬드라 보스에게는 조국 독립을 위한 가능성으로 보였다. 결국 일본은 패망하나 그 직후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일본은 한편으로는 평화헌법이, 다른 한편으로는 전범들이 반공주의의 흐름 속에 올라타는 모순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책의 특징과 장점을 들자면, 첫째는 저자가 이 책에서 해양세력(일본)이 대륙과 충돌하면서 일으킨 파란을 중심으로 서술을 전개하고, 서태평양 연안에 인접한 동북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조망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활약한 인물이나 사건에 관한 새로운 역사적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문순득과 같이 동남아시아까지 표류한 조선인의 사례, 임진왜란부터 일찍이 그 종교적 영향력을 발휘한 가톨릭교도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두 번째 장점은 흔히 일국사의 역사서술을 중심으로 삼는 역사서와 달리, 본서에서 저자는 서태평양 연안과 동유라시아 대륙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축을 수 차례 교차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나선정벌, 통신사 파견,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러일전쟁과 같은 근현대사의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역사학에서 늘 추구해야하는 미덕이자 역사학이 가지는 미덕이라할 '관점(혹은 사관)의 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번째 장점에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본서에서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 같은 《삼국지》적 세계관에서 탈피할 것을 반복해가며 강조하는 점은 독자들에게 기존의 역사관을 탈피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덧붙여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장에서 《삼국지》적 세계관의 탈피 뿐만 아니라, 전근대 한반도 주민의 역사적, 지리적 활동 영역이 예상보다 더 넓었으며, 한반도가 항상 지정학적 요충지이지도 않았고, 한반도 바깥의 영토를 회복하려는 순진한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역시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국제 사회의 정세를 바라볼 때 일국사적 관점을 취하는 것 보다 더 도움이 되는 중요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지점은 3부의 근현대사 파트가 급전개된다는 점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해양과 대륙이 맞서는 동아시아를 그리는 과정이 주를 이루다보니, 세계사적으로 크고 중요한 사건이더라도 이 책의 내용 상으로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어서 생략된 지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찍이 2부에서 부터 진작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와 달리, 서태평양으로 한창 세력을 뻗쳐나가던 미국이 동아시아에 갑작스럽게 등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서양사의 '대서양사(Atlantic History)'처럼, 동아시아라는 공간적 배경을 넘어 태평양이 중심이 되는 '태평양사(Pacific History)'를 다루는 책도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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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을 시작한 것이 올해 4월 4일부터고, 매달 평균적으로 10여권이 넘는 책(많으면 30권 근처까지 갔다)을 읽었다. 여러 책을 읽다보면 나만의 독서법이 싫어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 처음에는 '문학은 2번 읽는다.'에서 시작했다. 또한 책을 사서 읽기 보다는 빌려 읽다 보니 이어서는 '중요하다 싶은 구절이 보이면 북플의 밑줄 긋기 기능으로 남겨둔다.'(그 전에는 일일히 타이핑했다)에 이르렀다. 점차 독서법도 변화해서, 지금은 '이해가 안 가는 책이 있다면 반복해 읽는다.' 비교적 최근에는 '정말 중요하다 싶은 책은 포스트잇으로 메모해두고 읽을 동안 벽에 붙여두고 한 번씩 저자의 주장과 책의 내용을 정리해둔다'에 이르게 되었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반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잇에 메모하며 읽는 수준에 도달한 것은 12월 들어서였다. 그전까지는 눈에 띄는 문장이 있으면 북플이나 메모앱에 발췌해두고 넘어갔다. 책을 읽고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어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쥐고 나면 모래는 손틈새로 모조리 새어나가고 손을 펼치면 남는 거라곤 한줌의 모래를 쥐는 상황이었다. 책의 내용은 순전히 기억력에 의존해 기억했고, 조금만 지나면 휘발되기 마련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처음 서재에 남긴 게 11월 19일이다. 거의 반 년만에 겨우 도달한 경지(?)라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전환점이 된 책이다. 언제 샀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산 지는 꽤 된 책이다. 책이 출간된 시점이 2015년이니 아마 그 시점에 혹해서 샀을 것이다. 북플에서 스탬프가 발간되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알라딘에서 구매했을테고. 읽기는 몇 번 읽었는데 실질적으로 '읽고 나서 뭐든 남기자'는 생각할 하게 된 것은 올해 11월달에 이르러서였다. 


읽어보면 분량이 그리 길지 않고 폰트도 크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아주 쉽게 쉽게 읽힌다. 한 번은 하루만에 다 읽은 정도니 더 설명이 필요할까.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써야 하는 이유와 서평 쓰기의 장점, 서평을 쓰기에 앞서 독서를 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 서평은 어떻게 쓰는지 그 실제 사례 분석, 다른 서평가들이 왜 서평을 쓰는 가에 관한 인터뷰 등을 수록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이 책이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서평 글쓰기 특강은 책을 읽고 난 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서로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할까.


아무튼 책을 읽고 실천해보자는 입장에서, 이 책으로 시험 삼아 서평인지 리뷰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글을 한 번 작성해보았는데 느낀 바가 많았다. 가장 크게 느낀 바가 있다면 뭐든 간에 기억에 의존해서는 쓰기 힘들다는 것이다. 메모는 필수. 그렇긴 하지만 소유권이 내게 있는 책이라면 필기든 포스트잇을 붙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그러지 못하니 조금 난처하긴 하다. 따로 포스트잇이나 공책을 활용해야 한다. 밑줄도 좀 더 체계적으로 그어둬야할 필요가 있다. 아무거나 중요해보인다고 마구 그었다간 막상 글 쓸 때 봐야할 게 늘어나 곤란해진다. 지금 읽고 다른 책도 빌린 책이라 책에 따로 메모는 못하고 북플로 밑줄을 남기고 있으나, 밑줄이 마구 늘어나고 있으니 고민이 많다. 되도록 올해가 가기 전에 서평이든 리뷰든 그냥 잡문이든 그 책에 관해 글을 남기고 싶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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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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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다보면 늘 이런 유혹에 시달릴 때가 있다. '책의 내용 전부를 모조리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물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렇긴 하지만 독서라는 활동도 시간과 정신력을 투자해가며 읽는 능동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책을 읽고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올해 4월부터 북플을 시작한 이래 많은 책을 읽었고, 책을 읽을 때마다 머리 속에 집어 넣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잊고 마는 단어, 문장, 문단, 그리고 저자의 견해가 너무 많아서 아쉬웠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책을 읽는 독서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독서의 기술'이라는 책을 전해 들은 게 계기였다. 곧 바로 이 책이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반 도렌이 지은 'How to Read a Book'의 번역본임을 알게 되었고, 국내에는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교사 없는 독서법으로 개정), '논리적 독서법'과 같은 번역본이 있음을 확인했다. 일단은 학교 도서관에 '독서의 기술'과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이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서 범우사에서 나온 '독서의 기술'은 일부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완역본이라 할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책의 구성은 크게 4부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독서의 의의가 무엇인가 설명하면서 나머지 파트에서 무엇을 소개할지 설명하는 장이다. 저자들은 독서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자연히 독서의 수준 1단계와 2단계를 설명하고, 이어서 능동적인 독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제2부, 분석하며 읽기로 넘어간다. 독서의 제1단계는 흔히 초등학교 과정을 거치며 배우는 평범한 읽기이고, 제2단계는 책을 훑어보는 단계다. 1, 2단계는 책을 왠만큼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도달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나 조차도 몰랐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기 전 2단계는 실천하고 있었을 정도니까.


제2부 분석하며 읽기는 독서의 제3수준으로, 크게 4가지 질문을 던져가며 '능동적으로 읽는' 단계에 해당한다.


  1.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2.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3.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4. 의의는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상의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분석하며 읽을 때 저자들은 우선 책을 분류하고, 이어서 책의 전체 구성을 살펴보면서 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저자가 중요한 핵심 키워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면서,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라고 말한다. 덧붙여 이 과정에서 저자를 비판하려는 목적에서 읽어서는 안 되며 저자의 의견을 완전히 파악한 이후 그에 알맞게 공정한 비판을 하라는 첨언도 덧붙인다. 제2부 분석하며 읽기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분석하며 읽어야 하는지 여러 원칙을 제시한다.


제3부에서는 보다 실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제2부에서 제시한 분석하며 읽기 방식을 세부적인 장르별로 어떻게 적용해야할 것인가가 제시된다. 저자들은 크게 실용서적, 문학작품-소설, 시, 희곡, 이어서 역사/과학/수학/철학으로 나누고 마지막에는 사회과학 서적이 차지한다. 각각의 분야별로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읽는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소설, 시, 희곡 같은 문학은 감상이 더 중요하고, 역사는 소설과 과학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사회과학은 다양한 분야가 뒤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신간이 나오기 때문에 한 주제를 두고 여러 권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저자들은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4부, 통합적 읽기로 넘어간다.


독서의 수준 제3단계인 분석하며 읽기가 한 저서에 관한 면밀하고 능동적인 읽기이자, 독자가 저자를 따라가는 복종하며 읽기라면, 독서의 수준 제4단계인 통합적인 읽기는 독자가 주체가 되는 읽기다. 분석하며 읽기에서는 독자가 저자가 사용하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지만 통합적인 읽기에서는 독자가 용어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 여러 권의 책들에서 필요한 문단을 읽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서의 제2단계인 살펴보기가 적극 동원된다. 여러 권의 책을 최대한 빠르게 훑어보면서 읽어야할 책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통합적인 읽기에 관한 설명이 끝난 후, 저자들은 좋은 책은 우리보다 한 수위이며, 다시 읽더라도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책이 독자의 정신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록에서는 저자들이 추천하는 서양의 명저들과 책에서 배운 독서의 제2단계, 제3단계, 제4단계를 어떻게 적용할지 알아보는 시험문제가 담겨있다. 서양의 명저로 무엇을 읽을지 고민 중인 독자에게 부록이 꽤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이 책은 '실용서적'이다.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독서에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책을 몇 번 읽었지만 아직 독서를 할 때 질문을 던지는 능동적인 읽기, 독서의 제3수준이라 할 분석하며 읽기를 완전히 실천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쉽게 이루어질 일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독서를 하면서 차차 고쳐나가야할 지점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독서의 제3단계인 분석하며 읽기의 수준에 이르고, 나중에 독서의 제4단계인 통합적인 읽기 까지에 이른다면 정신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독서를 시작할 때든, 이미 독서를 하고 있든 간에 한번 쯤 이 책을 접하여 스스로의 독서법이나 독서와 관련된 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최소 한 번 이상은 읽을 가치가 있다. 


번역과 관련해서는 크게 이상한 문장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인물명을 표기할 때 영어식으로 표기한 점은 의아한 지점이다.(ex: 호메로스->호머). 덧붙여 베르길리우스는 본문에는 버질이라 표기되어 있다가 부록에서는 베르질리우스로 표기되어 있다. 인물 명칭 표기 문제니 읽는데 크게 문제는 없지만 조금 거슬리는 지점이다.

이 책은 ‘책을 잘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 P13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어 보는 것‘ 이 중요하다! 이는 문장에 있는 명제를 이해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정한 문장에서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별다른 내용 없이 순서만 약간 바꾸어 이야기한다면 저자의 의도를 바르게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완전히 다른 단어로 같은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 물론 저자의 생각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사용한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떤 ‘사고나 지식‘ 이 아니라 그저 ‘말‘만 습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저자가 한 말은 알지만 저자의 생각은 알지 못하는 것, 저자는 지식을 전달했는데 독자는 말만 받아들인 셈이다. - P133

좋은 책은 열심히 읽으면 그 대가가 있다. 가장 좋은 책이 가장 좋은 것을 줄 것이다. 책으로부터 받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어렵고 좋은 책을 붙잡고 씨름한 대가로 책을 읽는 기술을 향상시켜 준다. 둘째, 좋은 책은 이 세상과 독자 자신에 대해 가르쳐 준다. 이것이 훨씬 중요한 대가일 것이다. 인생을 배우는 것, 즉 더 지혜로워진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만 제공해 주는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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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딩의 작품은 파리대왕에 이어 두 번째이다. 파리대왕도 읽기 힘들었지만 상속자들도 참 읽기 힘든 소설이었다. 



과거 한 철학자가 '문학은 2번 읽어야 한다'고 말한 바에 감명받아, 문학은 두꺼운 책이라도 되도록 2번 읽으려 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파리대왕도 처음 읽을 때 지금의 독자 입장에서는 어색한 단어들을 맞닥뜨리다보니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간 부분이 많았다. 전체적인 플롯과 스토리의 전개는 이해가 갔지만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2번째 재독할 때는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까지도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속자들은 재독할 때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파리대왕처럼 플롯과 스토리는 얼추 감을 잡으면서 읽어갔는데, 로크 무리의 대화도, 로크 무리의 시선에서 묘사하는 세계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한국어를 읽고 있음에도, 한국어를 읽는 것인지, 외국어를 읽는 것인지, 그동안 나의 읽기 능력이 허상이었던 것인지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뒤로 갈수록 나아지긴 했지만. 책 뒷부분에 마련된 해설에 따르면 로크를 비롯한 주인공 무리는 네안데르탈인 무리이고 네안데르탈인스럽게 의사소통하며, 네안데르탈인스럽게 세상을 바라본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 마지막 호모 사피엔스들의 대화와 묘사는 호모 사피엔스 스러워서 잘 이해가 갔던 건가? 


읽기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의 작품답게 생각할 거리는 던져줬다고 생각한다. 2022년이 마무리되어가는 요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변한 것인가? 세상이 변한 것인가? 아마 정답은 둘 다 변했다일 것이다. 유튜브로 옛날 예능이나 보면서 낄낄 거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미 유행이 끝난 추억거리를 되새김질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시간의 흐름에서 저 멀리 흘러가고 만 셈이다. 같은 인간, 같은 호모 사피엔스이지만 나보다 어린 세대가 즐기는 문화가 이상해 보이고 뭐 저런걸 즐기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알게 모르게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서 이미 멸종해버린 네안데르탈인, 상속자들에서 호모 사피엔스 앞에 몰락이 예정된 주인공 로크 무리와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번 달에 같이 읽은 달과 6펜스에도 초반부에 비슷한 언급이 나온다. 알렉산더 포프 휘하에서 2행 압운의 교훈시를 썼으나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이 터져 시대에 뒤처지고 만 조지 크랩 이야기다. 


때로 어떤 사람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를 넘어서 전혀 낯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살아남는 수가 있다. 그러면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인간 희극 가운데에서 가장 기이한 광경 하나를 목격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오늘날 누가 조지 크랩을 기억하겠는가? 그는 자기 시대에 유명한 시인이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천재성을 인정했었다. 현대인의 삶이 훨씬 복잡다단해져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일은 이제 아주 드물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는 앨릭잔더 포프의 문하(門下)에서 시 작법을 배워 2행씩 압운(押韻)시키는 형식으로 교훈시를 썼다. 그러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이 터졌고 시인들은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크랩 씨는 계속해서 2행 압운의 교훈시를 썼다. - P18

달과 6펜스의 화자의 말을 빌려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2행 압운의 교훈시를 쓰겠다. 내가 나 자신의 즐거움 아닌 어떤 것을 위해 글을 쓴다면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아니겠는가.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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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뒤에 수록된 해설에도 오듯이 제목의 달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을, 6펜스는 인간이 마주하는 현실을 상징한다. 6펜스를 손에 달을 바라보고 있을 스트릭랜드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은 6펜스 따위는 내팽개치고 몸으로라도 하늘을 기어올라 기어이 달에 올라설 인간이다. 아마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소설에서 스트릭랜드는 부인과 자녀들을 어느날 돌연 내팽개치고, 나중에는 스트로브 부부에게 제멋대로 굴다가 떠나버린다. '' 스트릭랜드가 무언가에게 매혹되었다고 추측한다.

 

276페이지에서 브뤼노 선장의 말은 스트릭랜드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鄕愁)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고, 꿈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처럼 현실은 내팽개치고 무작정 꿈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스트릭랜드는 마흔에서야 그림을 그리겠다고 훌쩍 떠나버린다.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 없어 보인다. 보통 그런 경우,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거나 조롱당하기 마련이다. 이런 조롱이나 비난은 '현실적 조언'으로 둔갑한다. '너의 현실을 봐라,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같은 식으로 말이다. 스트릭랜드는 그런 '현실적 조언' 따위는 간단히 무시해버리며 아무리 곤궁해도 그저 자기 길로만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길의 끝까지 갔다. 그가 꿈을 이루자 주변의 태도가 돌변한다

 

스트릭랜드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독자들에게 꿈과 현실이라는 이중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호감이 가기 힘든 인물이지만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한 그는 손에 쥔 6펜스를 던져 버리고 달에 올라간 인물이다. 스트릭랜드가 주는 묘한 여운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 같다는 인상을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 그림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렬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09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事實)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P212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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