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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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출간된, 김대식 교수가 지은 『메타버스 사피엔스』는 7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장을 잇는 일관된 흐름 3가지를 짚어낼 수 있다.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다루는 1장, 두 번째는 뇌가 현실을 창조한다는 2장과 3장, 세 번째는 AI에서 시작해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가상현실의 발달사를 이루는 4장에서 7장까지.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장 거대한 탈현실화의 시작은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탈세계화, 신냉전, 정체성 위기, 기후 위기와 같은 변화가 가속화되었고 그러한 변화들 중에는 현실을 도피해 가상현실로 들어가려는 메타버스의 등장을 소개한다. 


2장 꿈 그리고 시뮬레이션과 3장 뇌가 만들어 내는 현실들은 현실을 '본다'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이 보는 현실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뇌가 만든 착시이며, 인간이 뇌손상, 마약, 꿈을 통해 현실을 다르게 인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닐 보스트롬의 글을 인용하여 현실이 사실은 미래 세대의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보다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뇌는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하여 현실을 보며, 이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 현실을 왜곡해 보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2, 3장의 내용은 '현실은 뇌에서 만들어진다'로 요약될 수 있다. 


4장부터 마지막 7장까지는 AI의 등장에서 시작해, 30만년에 걸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 인터넷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무너뜨린 인터넷의 실태 및 아날로그 현실을 대체하는 디지털 현실의 가속화, 결정적 시기를 디지털 현실로 겪은 Z세대의 등장과 역사의 새로운 장을 펼칠 메타버스로 요약할 수 있다. 


4장 기계가 만들어 내는 현실들은 고유한 현실을 만들어내는 데 도달한 인공지능의 발달사를 간략히 다루고 있다. AI는 1950년대부터 등장하였으나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꾼 것이 바로 인터넷의 등장이었다. 인터넷 덕분에 AI에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고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규칙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장 30만 년 동안의 고독은, 비록 그 시작은 로지 같은 디지털 휴먼을 소개하면서 시작하긴 하나, 알맹이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다. 처음에는 이주, 유목 생활을 하던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고 마침내 인터넷을 개발하기에 이른 과정을 아주 짧고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마무리된다.


6장 몸을 가진 인터넷은 인터넷이 실제 가져온 현실이 낙관적 전망과는 크게 달랐음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가짜정보가 범람하고, 사람들은 필터버블에 갖혀 나와 의견이 다르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를 만큼 이른바 '공론장'이 와해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현실이 가속화되며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가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날로그 현실에서 우리의 경험은 국지적이었으나 메타버스에서는 공간을 초월해 하나의 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7장 21세기 대항해시대에서 저자는 현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가 결정적 시기를 다름 아닌 디지털 현실에서 보낸 세대, 디지털 현실이 고향이나 다름없는 세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 아메리카를 비롯해 유럽인들이 지구 곳곳을 '발견'한 15,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21세기 메타버스의 발견을 빗댄다. 그러면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는 서술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이제 요약은 이쯤 하고, 가장 어려운 일, 이 책을 비평하는 일을 해보자. 우선은 장점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접하는데 있어서, 나아가 21세기 인류의 현재 위치를 돌이켜 보는데 있어서 아주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책의 분량이 160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책자에 더 가깝다. 


저자가 뇌과학, 인류학, 의학, 역사학, 정보과학, 동물학, 사회과학, AI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주장과 설명을 개진함에도, 독자들은 크게 무리 없이 저자가 개진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과 가독성이다.


보다 범위를 넓혀보자면, 지금까지의 인간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아우르는 서술을 통해 지금까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거나 확장시킬 여지를 제공해준다.  독자의 관점과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아울러, 4장은 AI의 발달사와 AI의 현재 위치에 관해 개략적으로 알려준다.


물론 장점의 이면이 곧 단점이다. 이 책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그리고 21세기 지금 현실에 일어나는 변화가 뭔지 어렴풋하게나마 감을 잡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바꿔 말해 해당 분야의 '초보자'들용 책으로 적절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과 관련해 이보다 더 어려운 책을 무난히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드는 것이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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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저번 달보다 양도 줄고 책도 가벼워진 듯 하다.



저번 달에 이어 이번 달 초까지 읽었다. 어려운 책이지만 서평이든 리뷰든 잡문이든 뭐든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새해에도 한 번 더 읽게 될 듯 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샀던 책이다. 막상 사놓고 나니 언제 보게 될지 조금 막막한 감이 있다. 돈주고 산 책은 언젠가 보게 된다고는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도 한 번 읽었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나 자신을 바꾼 계기로 삼은 책이다. 새해에는 다른 서평 관련 책들도 읽으면서 할 수 있는 한 통합적인 독서를 한 번 해볼까 한다.



마침 도서관에 1권이 있길래 빌려 읽기 시작했다. 빌리고 나서보니 2021년에 새로 나온 신장판 6권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긴 했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구판으로 1-18권 다 읽은 후 신장판으로 다시 읽기다. 


영화로 먼저 접하고 그 다음 원작을 접한 탓에 읽는 동안 영화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조금 고생했다.



살면서 처음 읽은 부동산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비교적 읽기 쉽게 쓰인 책이긴 하지만 더 읽기 쉬운 책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단이 이 책에서 제일 핵심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읽은 책 두 번째. 짧게 나마 관련해서 글도 하나 써두고 임시저장중이긴 한데 언제 완성할지는 모르겠다.



과제 때문에 읽은 책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에서 활동한 예일대의 사회학자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William Graham Sumner)의 관점과 사상을 담은 33편의 글을 한데 모은 책이다. 섬너는 흔히 사회진화론자로 자주 언급되는 사람이긴 한데, 책을 읽다 보면 '사회진화론자'로만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세기 말의 영어치고 쉽게 읽혀서 의외였다. 한 가지 더 의외인 사실은 알라딘에서 이 책을 팔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선언 시리즈 세 번째. 이번에는 대서울의 길을 중심으로 대서울 및 인접하는 충청도 지역을 살핀다. 들어가는 글에서 사람들의 생활권 구분을 쉽게 떼어낼 수 있는 피자 조각에 비유한 게 인상적이다.




1권을 읽고 뒤이어 읽은 2권. 2권 역시도 영화화된 분량이어서 영화와 이미지가 겹쳐지는 점이 많았다. 




평범한 삶을 내다버리고 예술가로서의 삶에 홀린 듯 끌려가는 찰스 스트릭랜드를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브뤼노 선장은 스트릭랜드가 그림으로 한 것을 자신은 인생으로 했다고 말한다. 인생은 예술일까?  




파리대왕을 집필한 윌리엄 골딩의 소설이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비극적인 조우를 그린 소설. 네안데르탈인 시점에서 쓰인 소설인데 독자인 나는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여서 그런지 참 안 읽혔다.



독서법의 바이블이라는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민한다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나름대로 리뷰를 쓰고 나서 다른 리뷰를 봤는데 번역에 대한 악평이 많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원서를 직접 읽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같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더라도, 서술자의 관점이 달라지면 역사적 사실의 무게도, 의미도 달라짐을 아주 잘 보여주는 책이다. 15세기 일본 전국시대의 종식에서 20세기 중반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끝나는 데, 책을 읽다보면 종래 한국사의 여러 사건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짐을 체감하게 된다.



올해 마지막을 장식한 책. 덧붙여 3권부터는 영화에서 각색하여 담은 내용이 꽤 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미 영화를 봤으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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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울선언 시리즈 중 세 번째. 이 책에서 저자는 길(도로, 철도, 지하철, 항공)을 중심으로 확장되기도 하고 수축되기도 하는 대서울 곳곳을 누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방문하는 지역은 크게 대서울의 서부지역(김포, 신촌, 양천, 통진, 강화도, 시흥, 광명, 군포, 안산, 고양, 파주), 대서울의 동부지역(철원, 구리, 남양주, 양평, 춘천, 원주, 하남) 그리고 대서울 너머의 지역들(수원과 경기도 남부, 천안, 아산, 안성 등 충청지역과의 경계까지)으로 나뉜다.


서울선언 시리즈를 읽다보면 느끼는 바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행정구역상 구분과 현지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생활권역 사이의 괴리 혹은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대학 시절에 강원도 원주 출신이지만 자신은 수도권 주민이라 주장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럴때면 주변에서는 강원도 주민이라고 반박하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두 번째는 저자가 강조하는 지점 중 하나다. 한국인들이 과거 역사로부터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만을 찾아 대외적으로 내세우려 하다보니 정작 매일 살아가는 장소, 매일 지나쳐가는 공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서울선언인지 갈등도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민간신앙과 관련해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과거에는 매우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은 실전되고 현재의 언어나 문화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역사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돌이켜볼 때, 지금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미래에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지금 우리가 필사적으로 복원하려는 역사가 실제와 동떨어진 신화일수도 있다. 현재 우리 주변의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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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올컬러 특별판)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 년사 메디치 WEA 총서 4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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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공간적 배경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일부를 포괄하는 유라시아 동쪽 지방이고, 시간적 배경에 해당하는 것은 일본의 전국시대 종식에서 시작해 태평양 전쟁의 종식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에 걸친 시기다. 


책의 구성은 크게 16-17세기를 다루는 1부, 17-19세기 초를 다루는 2부,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를 다루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우리가 잘 아는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까지의 시기다. 다만 저자는 그 시간적,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여 일본의 전국시대가 종식되는 시점부터 시작하고 일반적인 한국사나 동아시아 역사책이면 잘 다루지 않고 넘어갈 타이완 섬까지도 서술 범위에 포함시킨다. 


이를 염두에 두면 1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전국시대가 종식된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전후 명과 조선의 만주 지역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소홀해지면서 여진족이 급부상하기 시작하였다. 여진족은 후금에서 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조선을 복속시키고 멸망한 명나라를 대신하여 중원을 차지하게 된다. 전국시대가 끝나면서 시작된 동아시아의 대변동은 타이완 섬이 청나라에 점령당하면서 끝나게 된다. 1부의 마지막은 이러한 대변동 속에서 국제적인 노예무역을 통해 동북아시아에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유럽세력, 그리고 동남아시아 곳곳을 오간 조선인과 일본인으로 마무리된다.


2부는 한반도로 표류해온 네덜란드인(박연, 하멜) 및 한반도 밖으로 표류한 문순득과 같은 표류민들에게서 시작해, 가톨릭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신교도 세력인 네덜란드와 일본의 교류, 북쪽 시베리아에서부터 점차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러시아, 그런 러시아를 두고 외교적 접촉 및 국지적인 무력 충돌을 벌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중국과 일본. 임진왜란을 두고 복수를 외치는 조선과 임진왜란의 보복이 러시아와 연계될 것을 우려하는 일본, 서로에 대한 심리전을 펼치는 조선과 일본 사이의 통신사 외교. 1부에서 언급되었으나 본격적으로 부상하여 조선과 일본에서 불평등한 신분사회를 당연하게 여기는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키는,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가톨릭 교인들과 그런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신교도 네덜란드 세력까지. 기존의 범주를 대입하자면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 외교사, 종교사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이 2부다.


마지막으로 3부는 1부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낸 서구 열강들이 제국주의 열강으로서 동북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손길을 뻗치기 시작하고 중국과 일본, 조선은 각각 다른 운명에 처하게 된다. 청나라는 서구 열강 세력의 압박 앞에 무너지기 시작하고, 일본은 청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기존의 네덜란드, 러시아와의 접점, 소속 번들이 서양 세력에게 패배한 경험 덕분에 상황을 넘기는데 성공한다. 일본은 조선에서 일어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이용하면서 청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곧이어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우위를 점한다. 이때 조선은 잠시나마 러시아와의 밀월관계를 통해 안보를 보장받으려하나 일본의 집요한 공격 아래 러시아도 패배하고 조선은 멸망하고 만다. 이때 조선인들은 조지 워싱턴과 같은 이를 영웅으로 여긴 반면 일본은 나폴레옹 같은 이를 영웅으로 여겼다. 조선은 멸망했으나 조선인은 만주를 비롯해 각지로 흩어져 대일항전에 나선다. 연해주와 만주에서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 국가를 수립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으나 단명했다. 일본에서는 대동아공영권을 앞세워 제국주의적 착취 구조를 정당화하려 한다. 한편 일본의 전쟁은 인도의 찬드라 보스에게는 조국 독립을 위한 가능성으로 보였다. 결국 일본은 패망하나 그 직후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일본은 한편으로는 평화헌법이, 다른 한편으로는 전범들이 반공주의의 흐름 속에 올라타는 모순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책의 특징과 장점을 들자면, 첫째는 저자가 이 책에서 해양세력(일본)이 대륙과 충돌하면서 일으킨 파란을 중심으로 서술을 전개하고, 서태평양 연안에 인접한 동북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조망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활약한 인물이나 사건에 관한 새로운 역사적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문순득과 같이 동남아시아까지 표류한 조선인의 사례, 임진왜란부터 일찍이 그 종교적 영향력을 발휘한 가톨릭교도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두 번째 장점은 흔히 일국사의 역사서술을 중심으로 삼는 역사서와 달리, 본서에서 저자는 서태평양 연안과 동유라시아 대륙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축을 수 차례 교차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나선정벌, 통신사 파견,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러일전쟁과 같은 근현대사의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역사학에서 늘 추구해야하는 미덕이자 역사학이 가지는 미덕이라할 '관점(혹은 사관)의 전환'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번째 장점에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본서에서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 같은 《삼국지》적 세계관에서 탈피할 것을 반복해가며 강조하는 점은 독자들에게 기존의 역사관을 탈피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덧붙여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장에서 《삼국지》적 세계관의 탈피 뿐만 아니라, 전근대 한반도 주민의 역사적, 지리적 활동 영역이 예상보다 더 넓었으며, 한반도가 항상 지정학적 요충지이지도 않았고, 한반도 바깥의 영토를 회복하려는 순진한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역시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국제 사회의 정세를 바라볼 때 일국사적 관점을 취하는 것 보다 더 도움이 되는 중요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지점은 3부의 근현대사 파트가 급전개된다는 점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해양과 대륙이 맞서는 동아시아를 그리는 과정이 주를 이루다보니, 세계사적으로 크고 중요한 사건이더라도 이 책의 내용 상으로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어서 생략된 지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찍이 2부에서 부터 진작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와 달리, 서태평양으로 한창 세력을 뻗쳐나가던 미국이 동아시아에 갑작스럽게 등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서양사의 '대서양사(Atlantic History)'처럼, 동아시아라는 공간적 배경을 넘어 태평양이 중심이 되는 '태평양사(Pacific History)'를 다루는 책도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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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을 시작한 것이 올해 4월 4일부터고, 매달 평균적으로 10여권이 넘는 책(많으면 30권 근처까지 갔다)을 읽었다. 여러 책을 읽다보면 나만의 독서법이 싫어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 처음에는 '문학은 2번 읽는다.'에서 시작했다. 또한 책을 사서 읽기 보다는 빌려 읽다 보니 이어서는 '중요하다 싶은 구절이 보이면 북플의 밑줄 긋기 기능으로 남겨둔다.'(그 전에는 일일히 타이핑했다)에 이르렀다. 점차 독서법도 변화해서, 지금은 '이해가 안 가는 책이 있다면 반복해 읽는다.' 비교적 최근에는 '정말 중요하다 싶은 책은 포스트잇으로 메모해두고 읽을 동안 벽에 붙여두고 한 번씩 저자의 주장과 책의 내용을 정리해둔다'에 이르게 되었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반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잇에 메모하며 읽는 수준에 도달한 것은 12월 들어서였다. 그전까지는 눈에 띄는 문장이 있으면 북플이나 메모앱에 발췌해두고 넘어갔다. 책을 읽고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어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쥐고 나면 모래는 손틈새로 모조리 새어나가고 손을 펼치면 남는 거라곤 한줌의 모래를 쥐는 상황이었다. 책의 내용은 순전히 기억력에 의존해 기억했고, 조금만 지나면 휘발되기 마련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처음 서재에 남긴 게 11월 19일이다. 거의 반 년만에 겨우 도달한 경지(?)라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전환점이 된 책이다. 언제 샀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산 지는 꽤 된 책이다. 책이 출간된 시점이 2015년이니 아마 그 시점에 혹해서 샀을 것이다. 북플에서 스탬프가 발간되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알라딘에서 구매했을테고. 읽기는 몇 번 읽었는데 실질적으로 '읽고 나서 뭐든 남기자'는 생각할 하게 된 것은 올해 11월달에 이르러서였다. 


읽어보면 분량이 그리 길지 않고 폰트도 크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아주 쉽게 쉽게 읽힌다. 한 번은 하루만에 다 읽은 정도니 더 설명이 필요할까.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써야 하는 이유와 서평 쓰기의 장점, 서평을 쓰기에 앞서 독서를 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 서평은 어떻게 쓰는지 그 실제 사례 분석, 다른 서평가들이 왜 서평을 쓰는 가에 관한 인터뷰 등을 수록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이 책이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서평 글쓰기 특강은 책을 읽고 난 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서로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할까.


아무튼 책을 읽고 실천해보자는 입장에서, 이 책으로 시험 삼아 서평인지 리뷰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글을 한 번 작성해보았는데 느낀 바가 많았다. 가장 크게 느낀 바가 있다면 뭐든 간에 기억에 의존해서는 쓰기 힘들다는 것이다. 메모는 필수. 그렇긴 하지만 소유권이 내게 있는 책이라면 필기든 포스트잇을 붙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그러지 못하니 조금 난처하긴 하다. 따로 포스트잇이나 공책을 활용해야 한다. 밑줄도 좀 더 체계적으로 그어둬야할 필요가 있다. 아무거나 중요해보인다고 마구 그었다간 막상 글 쓸 때 봐야할 게 늘어나 곤란해진다. 지금 읽고 다른 책도 빌린 책이라 책에 따로 메모는 못하고 북플로 밑줄을 남기고 있으나, 밑줄이 마구 늘어나고 있으니 고민이 많다. 되도록 올해가 가기 전에 서평이든 리뷰든 그냥 잡문이든 그 책에 관해 글을 남기고 싶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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