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역사인가 - 린 헌트, 역사 읽기의 기술
린 헌트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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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판 제목을 보면 한 눈에 E. H. 카의 저작,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는 "History: Why It Matters"이다. 대충 "역사: 왜 중요한가" 정도?


먼저 책의 저자부터 소개해보자. 저자 린 헌트는 다양한 저작을 쓴 역사가이며 책 앞날개가 소개하는 바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 문화사, 젠더사, 역사 기록학에 정통한 역사학자이다.. 국내에 소개된 린 헌트의 저작으로는 『인권의 발명』, 『역사가 사라져 갈 때』와 같은 저작들이 있다. 특히 『인권의 발명』은 최근에 교유서가에서 재출간되었다. 그외에도 저작은 많으나 대개 품절이나 절판이다. 도서관의 힘을 빌려야 할 듯 하다.


이 책에서는 여러 질문거리를 던지고 그 질문에 답변할 방법을 살펴볼 것이다. 역사란 정의상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지 확립된 도그마가 아니기에 이 책이 모든 골칫거리를 말끔히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역사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를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 P10

 

이 책은 현재 (미국) 역사학계의 현 실태와 주요 이슈들을 짚어내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크게 '1장 역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이유', '2장 역사적 진실을 찾아서', '3장 역사의 정치', '4장 역사의 미래'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지금 시대가 거짓말이 쉽게 신빙성을 얻는 시대라 언급한다. 역사적 논란의 대상 중에는 대개 기념물이 있다.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는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역사 교과서를 놓고서도 어느 지점을 수록하고 강조할지를 두고 전쟁이 벌어진다.


2장 역사적 진실을 찾아서에서는 역사적 진실이 사실과 해석의 맞물려 이루어지는데, 이 두 축이 항상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 진실은 잠정적이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저자는 역사를 '진실한 이야기'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문학예술로 본다. '이야기'에는 사실에 관련된 일련의 해석에 의지하는 문학적 재구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차가 있다면, 과거의 진실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해석의 변동성은 역사적 진실에 의구심을 초래한다. 역사가는 자신의 관점에서 기술하므로 객관적 서술은 불가능하다. 일관성있는 서술을 통해 논리적이며 밀접한 관련 증거를 인용하고, 증거에서 비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서양의 근대 역사학은 민족주의, 유럽우월주의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중심주의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은 유럽만의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중국과 아랍의 역사 서술 전통에서도 확인되는 점이다.


3장 역사의 정치에서는 역사학이 엘리트의 역사학에서 점차 변화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1870년대 역사는 정치사 위주에 과거 엘리트의 역사 였으나 여성, 소수인종, 원주민, 서민 계층 백인이 역사학계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역사 과목의 민주화가 일어나고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져 정치사 위주에서 사회사, 경제사, 1980-90년대에는 문화사, 2000년대에는 다양한 접근법이 모색되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계는  라틴아메리카, 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한 덕분에 세계사와 국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다만 국사의 대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역사는 여전히 국민 단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역사는 독재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기억을 통제하려 할 때 역사학 교육을 받은 학자들이 돌파구를 마련해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4장 역사의 미래에서 저자는 역사의 역할이 변화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와 관련해 정체성을 지니며, 동시에 세계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역사에는 미래를 향한 의제가 있고, 오늘날의 문제를 바라볼 관점을 제공한다. 그 점에서 저자는 역사에 자체적으로 윤리가 있다고 본다. 이어서 저자는 세계사의 시간에 접근하는 관점을 두고 앞선 전형의 사례를 찾는 접근 방식, 이어서 시간의 흐름에 진보를 투영하는 방식, 지구의 역사를 모든 차원에서 살피는 전지구적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마지막은 저자가 창안한 용어이다) 저자는 지구의 역사에 관심을 두면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 서사에서 배제된 집단에 관심을 기울이면 익숙한 이야기가 해체되고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저자는 최근 역사학계의 세태에 관해 경고하는 점이 있다. 이처럼 넓은 시간을 바라보아야 함에도, 많은 역사학도들이 현재와 가까운 비교적 짧은 시간만에 관심을 기울이는 "현재주의"가 득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주의는 필요하긴 하나, 과거를 현재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는 우리 기준을 과거에 적용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역사학자들의 관심도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각과 디지털 역사 등 새로운 분야가 출현하면서 역사는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고 그 미래가 불러일으키는 변화의 혜택을 입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며, 미래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어떤 예측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반면 과거는 불완전하게라도 파악할 수 있다.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기심과 앞서 세상을 살아간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배우려는 의지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2,000년 전 활동한 로마의 정치인 키케로Cicero는 이렇게 설명했다.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무지하다면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의 삶이 역사의 기록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엮이지 않는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 P166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명백하다. 현재 역사학계는 갈등과 논란 속에 갇혀있고 저자는 이 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역사를 두고 전쟁에 가까운 진영간의 갈등이 벌어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 그 자체의 특성, 역사적 진실은 정해진 도그마가 아니라 늘 잠정적이며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계에서 일어난 변화가 가져온 접근 방식과 기존 역사 서사의 해체, 그리고 앞으로 역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낸다. 이 책은 2010년대 후반 역사학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201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간략하게 알려주는 '역사학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저자인 린 헌트가 미국의 역사가인 만큼 미국 역사학이라 지칭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어려운 주제를 다룸에도 간략히 설명하는 점에서 대가로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점도 있다.


지금 시대를 보고 있으면 저자의 말대로 역사는 언제나 중요한 문제임을 알 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역사학의 최전선에 서야할 전문 역사학계는 미국에서 조차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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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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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본서는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 책을 어떻게 읽을까"는 '책에 접근하는 방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부 어떻게 쓸까"는 '서평의 여러 형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3부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은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아주 긴 서평_ 《장미의 이름》읽기로 이루어진다.


각 장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1부에서 저자는 어떻게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이해할 것인가, 그 방법들을 몇 가지 설명하고 그에 중점을 맞춘 서평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서평의 종류, 형식, 책 한 권에서 특정 내용만 뽑아 쓰는 '주제 서평', 여러 권의 책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일차 문헌에 대한 해제로서 '역자 후기', 테제가 있는 '논고'에 관해 설명하고 1부처럼 각 하부 주제에 알맞은 예시로서 저자가 쓴 서평이 제시된다. 3부에서는 동양, 서양을 아우르면서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에 맞춰 저자가 쓴 서평들이 전개된다. 3부에 수록된 서평들은 근대에서 시작해 정치에 이르고 이어서 인간에 이르는 구성을 보인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서평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책 읽기의 목적은 지식 획득이다. 지식 얻기는 단순한 지식 획득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논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즉 자기화를 의미한다. 자기화를 할 수 있도록 책을 잘 읽으려면 책을 읽을 때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책을 읽어야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히 서평쓰기로 이어지며, 서평을 쓴 책에 한해서는 자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서평을 읽고 그 책을 이해하거나 읽는 계기가 된다면 책읽기가 자기화를 넘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책읽기, 서평쓰기, 서평읽기는 하나로 묶이는 행위이다. 저자는 이같은 책읽기-서평쓰기-서평읽기가 반복되면서 책읽기를 통한 지식 탐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pp. 9-10.) 


이 책을 두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메타 서평집'이라 자평한다.

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 P11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책읽기의 방식이나 서평쓰기의 방식은 여타 실용적인 서평 지침서들에 비해 내용이 간결하고 압축적이다. 바꿔 말해, 저자가 생각하기에 책 읽기와 서평쓰기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으며, 저자 본인의 서평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책 읽기, 서평쓰기의 방식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 서평 지침서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책이다. 이 점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려 '메타 서평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저자가 이 책에 수록한 서평들은 마지막 부록으로 수록된 《장미의 이름》 읽기를 제외하면 모두 비문학 서적들이다. 《장미의 이름》 읽기 역시 읽다보면 문학 서평이 아닌 비문학서평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본서에 수록된 서평은 적어도 이 글을 쓰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책에 수록된 서평만을 통해 책을 접한 만큼, 수준이 높다고 느껴진 지점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 특히 《장미의 이름》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된 아주 긴 서평_《장미의 이름》 읽기를 읽으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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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역사 - 각주는 어떻게 역사의 증인이 되었는가
앤서니 그래프턴 지음, 김지혜 옮김 / 테오리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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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역사』(Les Origines Tragiques de L'érudition)는 미국의 역사가 앤서니 그래프턴의 저작으로, 전문서적을 읽다보면 본문 아래 깨알같이 놓인(어떤 때는 본문 절반 가까이 잡아먹기도 하는) 각주의 역사를 다루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저자인 앤서니 그래프턴에 관해 간략히 알아보자. 역자 후기에 따르면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프린스턴 대학 역사학과에 현재까지도 재직중이다. 프린스턴 역사학과는 "신문화사"를 주도한 주역들, 로렌스 스톤, 내털리 데이비스, 로버트 단턴이 머물던 곳이었다. 역자에 따르면 이 같은 신문화사의 주된 흐름이 '아래로부터의 역사'라고 간략히 소개한다. 앤서니 그래프턴은 이런 흐름에서 다소간 거리가 있었으나, 역사서를 밑에서 받쳐주는 각주의 역사를 다루면서 '밑'을 포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문을 설명하기에 앞서 본서의 독특한 이력을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원래 "독일 각주의 비극적 기원"으로 독일에서 먼저 출간된 후 영어판, 프랑스어판으로 번역되었다. 


이제 이 책의 본문을 살펴보자면, 크게 7장의 본문과 1장의 에필로그로 이루어진다. 1장에서는 역사학자가 과학자만큼 연구를 충분히 했다는 근거로서의 각주에 관해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지며 저자는 각주를 기점으로 고대/근대의 역사가 구분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고대의 산문은 기억에 의거해 자료를 언급하지 않은 반면 근대 역사학에서 각주는 권위와 진실성을 주장하는 수단이다. 2장부터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서 랑케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랑케는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고 새로운 연구 관행을 창조하며 1차 사료의 수색과 이용을 연구지침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 랑케가 근대 역사학의 기초라고 할 각주에 관해서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저자는 거꾸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랑케 이전에 각주를 활용한 지적 시조들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랑케의 지적 시조라 할만한 이들은 적지 않다. 여기에는 계몽사상가, 교회사가, 호고가가 있으며, 특히 17세기에는 역사학과 인문학을 폄하한 데카르트에 맞선 피에르 벨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같이 거꾸로 거슬러가는 역사적 여정 속에서 저자는 랑케 이전 기나긴 근대적인 비판적 역사적 흐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랑케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신화가 벗겨지고 각주와 비판적 부록을 도입한 인물로 새롭게 재조명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역사학'에서 각주의 역할과 의미를 추적하여, 랑케가 근대 역사학의 효시라는 신화를 깨뜨리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아포리즘을 하나 빌려오자면 할아버지(랑케 이전 각주를 다양하게 활용한 역사가들)에 기대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랑케)를 살해하는 아들(앤서니 그래프턴)이라는 구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랑케를 폄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랑케에게서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는 신화를 벗겨내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 혼동을 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각주의 역사』라는 제목은 첫눈에 보기에 마치 이 책이 모든 분과학문에서 사용되는 각주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책의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으며, 책을 펼쳐 목차를 살펴보면 랑케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가는 '역사학'에서의 각주만을 다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 좋은 제목을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지점이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된, "독일 각주의 비극적 기원"은 오해를 피하기에는 좋겠지만, 이 책을 집어들게 할 만큼 매력적인 제목처럼은 느껴지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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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는 법 -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 유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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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이자 편집자 가와사키 쇼헤이가 쓴『리뷰 쓰는 법』은 제목 그대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는가 그 방향성을 다루는 책이다. 원서는 2016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8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이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글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고 느낀다면, 나이 든 사람들의 임무는 그들 앞에 길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용기를 내어 주장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쓰고, 어떤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열쇠로서 앞서 말한 "상호간의 가치 차이를 명료히 하고, 서로가 새로운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비평의 속성이 유용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비평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도구이고, 비평 쓰기는 상대에게 가치를 전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앞으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발언할 수 있도록, 세상의 시류에 기죽지 않고 새로운 가치관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항대립이나 수치화된 가치 기준에 함몰되지 않고, 저마다 다른 관점이나 사고를 활용해 가치를 전달하는 사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 P15


책의 본문은 크게 1. 비평의 의미, 2. 비평을 위한 준비, 3. 비평을 쓰다, 4. 비평을 단련하다, 5. 비평을 꿰뚫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장은 분량이 평균 3페이지 정도인 여러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기 전 목차만 간단히 훑어봐도 이 책의 내용과 지향하는 바가 바로 파악 가능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1부 비평의 의미에서 저자는 비평을 두고 가치관의 변화 도구이자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리뷰의 본질이라 말한다. 가치를 전하는 글은 곧 비평이며, 가치를 전달하는 글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독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글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4. 비평을 단련하다 장은 원서가 일본어임에도 한국어로 글을 쓸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하는 지 잘 알려주는 장이다. 예를 들어 "-하는 것'을 쓰지 않는다", "''재미없다'고 쓰지 않는다" "전달하는 은/는'과 나아가는 '이/가'"와 같은 항목이 그에 해당한다.


이 책은 비평 전체를 다루는 책이다. 단, 여기서 '비평'은 저자가 정의 내린 비평이다. 그렇긴 하나 책의 각 장들이 말해주듯이 비평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본문에서 언급되듯이 원서는 각 장의 항목이 2페이지로 구성된 반면 한국어판은 그런지 각 항목이 3페이지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여러 항목이 할애되어 있는데, 각 항목을 2페이지 내로 구성했으면 읽기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의 부제가 말하듯 각자가 체험한 '모든 것'을 의 가치를 전달하는 글을 쓸 때 한번 쯤 참고해볼만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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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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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리자면 다른 서평 지침서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실용적이고 친절한 서평 지침서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을 두고 쉽게 서평을 쓰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목차를 보자. 목차를 보면 크게 '1부 서평 체급 정하기', '2부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저자는 서평을 쓰고 싶어하는 예비 서평가들을 서평러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부록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부터 보자. 1부에서는 서평의 유형을 크게 단형서평(한줄~한두문단), 중형서평(A4 1~2장), 장형서평(A4 3장 이상)으로 구분한다. 그러면서 서평자의 수준을 제시한 뒤, 수준에 맞는 서평을 쓸 것을 강조한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서평 탐방기가 이어진다. 다른 서평책들 처럼 이 책 역시도 독후감과 서평을 비교하는데, 결론 역시 비슷하다. 독후감이 개인적 감상이라면 서평은 비평의 일부이며 비평은 대상 콘텐츠를 평가하는 작업으로, 어떤 비평이든 콘텐츠의 '가치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평에 맞춘 독서법도 따로 있다. 저자는 독서의 1단계는 감상을 위한 서평, 2단계는 비판적 독서, 3단계는 학문적 독서로 구분지으며 여기서 2단계가 서평에 해당하고 3단계는 논문이 되는 단계라고 구분짓는다. 서평을 쓰면서 저자가 '왜'와 '어떻게'로 질문을 던질 것을 명심하라고 말한다. 


2부에서는 단형서평, 중형서평, 장형서평에 맞추어 어떻게 구체적으로 서평을 써야할 지 제시된다. 대표적인 단형서평으로는 인터넷 서점의 100자 리뷰를 들 수 있다. 중형서평은 블로그에 쓰는 서평이 해당된다. 소통을 위한 서평이며 가독성이 중요하다. 너무 길거나 어렵지 않아야 하며 내용 중에 핵심적인 한 방이 요구된다. 블로그 서평의 분량은 1~2문단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서 분석과 판단이 없는 서평은 서평이라 할 수 없으므로, 저자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텍스트의 핵심을 파악하고 '어떻게'라는 질문을 통해 텍스트의 방법론을 파악라고 조언한다. 


장형서평은 아카데믹한 학술서평으로 공식적이며, 딱딱하고 정형화된 서평이다. 여기서는 전체 구성을 나누어야 하며, 앞부분에는 텍스트 정보, 저자 소개, 책 전체에 대한 인상, 책에 대한 정보, 텍스트 정보를 정확히 소개해준다. 첫 번째 중반부에는 줄거리를 강약있게 요약해 배치하고, 두 번째 중반부에는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한다. 이때 뭘 분석할 지 스스로에게 묻고, 분석할 요소를 선별에 텍스트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책 분석에서 고려가능한 요소로는 저자와 관련해 저자의 세계관/이론, 생애, 공부한 점, 저자가 살았던 시대와 관련해 시대적 배경이나 의의, 역사적 배경이나 의의가 고려될 수 있으며 기타 필요하다면 작가의 전작, 작가의 라이벌 등도 넣을 수는 있다. 


저자는 책을 꽃에 비유하며, 저자의 사상(씨앗)이 발아한 결과라고 말한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의 행간을, 저자의 마음을, 책의 계보적 의미를 파악할 것을 강조한다. 책을 읽거나 조사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끝부분은 서평에서 평가가 들어가는 지점이다. 평가는 서평 끝 부분에 위치한다. 저자는 지나치게 전문가인척 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 성실히, 다각도로 읽고 조사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어서 부록에는 분야 별로 서평을 쓸 때 어떤 점을 다뤄야 하는가, 서평 제목은 어떻게 짓는 게 좋은가, 쓸 말이 없을 때 비교와 유형화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실제 서평의 사례, 어려운 책을 읽을 때 적용가능한 일명 '햄버거 독서법' 등을 다루고 있다. 


다른 서평 관련서들과 비교하자면, 서평을 쓰는 방법 보다는 서평의 의의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거나, 또는 서평에 관해 세세하게 알려주면서 글쓰기도 개관하는 관련서도 있다. 그런 반면, 이 책은 서평과 아울러 비평을 포괄하여 설명하며 서평을 각각 단형서평, 중형서평, 장형서평으로 유형화하여 해당 유형에 맞춰 어떻게 서평을 써야하는 지 구체적인 팁과 예시를 제시해준다. 특히 중형서평 파트에서는 블로그 서평을 어떻게 작성하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 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지점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용서적을 지향하는 서평 지침서 중에서도 특히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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