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책을 별로 읽지 못한 한 달이었다. 당분간 계속 이럴 듯 해서 아쉽다.



하루에 1페이지만 읽어도 적당한 책이다. 저자가 카피라이터 출신이어서 그런지 당연한 문장 하나하나가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19세기 말 뉴욕의 빈민촌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는 르포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뉴욕은 이 당시 뉴욕과 많이 다를까?



혹여나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 읽었다. 사람의 두뇌가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며 이러한 학습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다루는 뇌과학 책이다. 하지만 제목, 내용과 다르게 알라딘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화술, 인간관계, 성공학으로 분류되어 있다.



아주 오래전 집 근처 서점에서 샀던 책이다. 다만 원서는 2006년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각 장마다 번역자들이 수록한 추천 도서목록이다. 문제는 이 책에서 2009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에서 번역자들이 추천하는 책들이 지금은 구하기 힘든 책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목록만 봐도 쉽사리 압도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



불과 몇 년 전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흐름에 비춰볼 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발달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우리가 화가에게 흔히 품는 오해, 즉 화가의 그림은 화가가 직접 그려야만 한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데 있다. 그런데 작년 미국에서는 AI로 그림을 생성해 미술 대회에 입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화가가 AI를 이용해 그림을 생성한다면 화가가 그린 것인가? AI가 생성한 것인가? 시기적으로 따져볼 때 이 책은 AI와 전혀 관련 없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역시 읽었던 책인데 다시 펼쳐 읽고 있다.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시 책을 읽고 나서는 글로 남겨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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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비해 읽은 책의 수가 많이 줄었다. 책을 더 많이 읽고는 싶지만 당분간은 무리일듯 싶다.



저자만의 책읽기 방식+서평쓰는 방식+그에 맞춘 해당 서평을 수록하고 부록으로 아주 긴 서평인 에코의『장미의 이름』서평이 수록된 책이다. 서평 관련 책들 볼때 조금 뒤늦게 빌린 책이었다.



제목은 각주의 역사이지만 제목과 달리 실제 내용은 모든 분과학문의 각주를 망라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각주는 근대 역사학의 시초로 지칭되는 랑케 이전의 역사서술에서 사용된 각주로 한정된다.  



미국의 유명한 역사가인 린 헌트의 저작. 비교적 최근 미국 내에서 역사를 둘러싼 변화와 논쟁을 짚어본 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국내에 번역된 시점이 2019년인데 올해가 2023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또 새 책이 나와야 할지도?



듄 시리즈 3번째인 듄의 아이들. 전반부의 주인공이라 할 폴 아트레이데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되고 동시에 폴의 자녀인 레토 2세가 난관을 거친 끝에 폴의 뒤를 잇는 새로운 주역으로 거듭난다. 이제 4부로 넘어가야할텐데.



16세기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어째서 서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그러지 못모했는가를 개괄적으로 탐색하는 개론서다. 개론서라서 완벽함을 찾기는 조금 힘들지 몰라도 여타 세계 경제의 역사를 다루는 다른 책들이나 이른바 '빅 히스토리'류 책과 비교했을 때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프란시스 베이컨부터 미셸 푸코까지, 유럽의 유명한 지식인들이 만들고, 의심하고, 무너뜨린 이른바 사상적 '근대성'을 우리 입장에서 바라본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서양의 모든 지식인들을 다루지는 않고 몇몇 지식인들로 한정해 다룬다는 점에서, 제목의 무게감에 비해 실제 내용은 제목 만큼 무겁지는 않다. 철학이나 사상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독자라면 왜 이 사람, 저 사람은 책에서 빠졌을까? 하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훑어보는 수준에 그쳐서 아쉽다. 



구매한 책은 아니고, 예전에 알라딘 중고 판매자에게 책을 샀을 때 선물로 같이 받은 책이다. 나중에 온라인 중고로 이 책을 검색해보니 선물로 받은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저자의 부탁대로 아주 천천히 읽고 있다. 읽으면서 이 책은 어쩌다 한 번 꺼내서 한 페이지 읽고 음미하는 식으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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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사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
로버트 C. 앨런 지음, 이강국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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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교유서가에서 출간된 로버트 C. 앨런의『세계경제사』는 교유서가의 첫단추 시리즈 서적 중 하나이다. 교유서가의 첫 단추 시리즈는 옥스퍼드의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국내 번역명이다.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는 특정 분야나 인물에 대한 입문서, 개론서다. 해당 시리즈는 현재 해당 인물이나 분야에 관한 연구 성과나 논쟁이 되는 점을 제시하면서 현재 어떤 점에서 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해당 분야를 알기 위해 더 참고할만한 서적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분량은 대충 100페이지 정도이다. 이점에서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개론서, 입문서라 지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내에서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와 비슷한 총서를 찾자면 살림지식총서를 비슷한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이야기이니 "Very Short Introduction"에 대한 소개는 이정도로 하자.


저자 소개에 따르면 로버트 C. 앨런은 경제사 전공자이다. 앞 날개에 나오는 저자 설명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사 교수로 재직중이라 한다. 


본서는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나, 다음과 같이 재구성할 수 있다.


-어째서 지금의 서구 선진국들은 일찍이 잘 살게 되었는가?

-어째서 산업 혁명은 영국에서 먼저 일어났는가?

-어떻게 나머지 서유럽 국가들과 북아메리카는 영국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었는가?

-어째서 러시아, 오스만투르크, 무굴 제국, 중국 같은 기존의 거대 제국들은 산업 혁명을 앞세운 서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는가?

-어째서 북아메리카는 서구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반면 라틴 아메리카는 그러지 못했는가?

-어째서 아프리카는 현재까지도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어떻게 일본은 예외적으로 서구를 따라잡을 수 있었는가?

-어떻게 소련,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은 서구와의 격차를 성공적으로 좁힐 수 있었는가?


말하자면 본서는 저자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영국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 전지구적인 경제사를 간략히 소개한다.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몇 가지 사안들이 있다. 첫째는 저자가 지리, 기술, 제도 같은 요인으로만 경제 성장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경제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는 점. 둘째는 노동자의 최저 생계 및 교육을 강조한다는 점, 셋째는 서유럽 국가 및 미국이 선두주자인 영국을 추월하게 만들어준 이른바 표준 모델로서 4개 정책(대중 교육 실시, 시장확대를 위한 교통 개선, 통화 안정과 신용 공급을 보장하는 국립은행,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제도)과 해당 표준 모델이 서구권 이외의 지역들(러시아, 일본,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넷째는 20세기에 이르러 표준 모델 정책을 정부 주도하에 동시에 실행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유 무역을 강조하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여 미국의 제조업을 희생시킨 대가로 급성장을 이룬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의 이른바 '빅푸시' 산업화 등이다.


이 책은 '경제적 측면에서 서구가 어떻게 앞서나갔는가?', '어째서 산업혁명은 서구에서 일어났는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다 보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예컨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나, 이메뉴얼 월러스틴의 『근대 세계 체제』,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와 같은 저작들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입문서이자 개론서에 가까운 이 책을 앞서 언급한 다른 책들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 역시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지점이 있다면 교육과 통합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사회에서 배제된 인구가 7분의 1에 불과했다. 저자는 읽고 쓸 줄 알며, 상업적 이유로 인해 계산 능력을 지닌 일반인의 숫자가 많을 수록 새로운 과학 지식에 접근하기 쉬우며 이것이 서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새로운 기술과 기계가 발명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한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 특히 멕시코는 인구의 3분의 2를 이루는 흑인과 원주민이 교육에서 배제되어 있었고 이는 소수의 인구만이 과학 지식에 접근하게 만들어, 여러 사람들이 기술 개발에 뛰어든 영국, 서유럽, 미국처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사이의 주요한 차이는 사회적으로 배제된 인구의 비중이었다. 미국에서는 흑인이 전체 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했던 반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토착민과 흑인의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였다. 미국이 전체 인구의 70퍼센트를 흑인에게 하듯 다루었다면 그 결과는 단지 더 큰 규모의 불공평만이 아니라 국가적 실패였을 것이다. 그렇게 교육이 제한적으로 제공되었다면 미국은 결코 경제 강대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143


아프리카에 대한 설명에서도 그렇다. 기존의 이론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빈곤은 아프리카 인종 특유의 인종적 문제로 볼 수 있는 요인들로 설명되거나, 아프리카에 외국인의 지도 아래 민주적 정부가 들어선다면 퇴치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 원인을 유럽의 아메리카 발견과 그로 인한 세계시장의 등장, 그 속에서 아프리카의 수출 상품이 외적 요인들에 의해 노예, 코코아, 야자기름으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세계시장과의 경쟁에서 찾는다. 


한편으로는 경제사, 그것도 '세계'를 다루는 경제사이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너무나도 넓어 특정 지역을 보다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감질맛 나게 만드는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서구에 대한 설명은 산업화 이후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에 관해서는 일본의 성장에 관한 장에서 잠깐 언급될 뿐이다. 또한 '경제사'라는 영역답게 표와 그래프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에 익숙하지 못한 다른 분야 역사 전공자들에게는 번거로운 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되었으나 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이는 본서가 2011년까지의 경제사만을 다룸을 의미한다. 바꿔 말해 2023년 현재 시점까지의 경제사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2020년대 들어 새롭게 제기된 문제들, 가령 중국의 성장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 격화, 끊임없이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서구 및 동아시아 지역의 출산율(특히 중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는 점).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변화 문제 등, 앞으로의 경제사에 새롭게 변수로 여겨질 사안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 책의 한계다. 그렇긴 하나, 그러한 전망은 개론서라고 할 이 책보다는 앞서 언급된 『총, 균, 쇠』, 『근대 세계 체제』, 『리오리엔트』같은 책들, 혹은 앞으로 출간될 그와 비슷한 유형의 책들에서 답을 찾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2011년까지의 세계경제의 역사적 흐름에 관한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개론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경제사는 사회과학의 여왕이다. 경제사의 주제는 애덤 스미스의 위대한 저작의 제목인 ‘국부의 본질과 요인(국부론)‘이다. 국부의 요인을 경제학자들은 시간을 초월하는 경제 발전 이론들에서 찾지만, 경제사가들은 역사적 변화의 동적인 과정에서 찾는다. 경제사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왜 어떤 나라는 부자이고 다른 나라는 가난한가?—이 다루는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된 이래 경제사는 특히 흥미로워졌다. 50년 전 그 질문은 ‘산업혁명은 왜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는가?‘였다. 그러나 중국, 인도, 중동에 관한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 문명들의 내재적인 동학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경제 성장이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왜 유럽에서 (p. 9) 시작되었는지 물어보아야만 한다. - P8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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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역사인가 - 린 헌트, 역사 읽기의 기술
린 헌트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국내판 제목을 보면 한 눈에 E. H. 카의 저작,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는 "History: Why It Matters"이다. 대충 "역사: 왜 중요한가" 정도?


먼저 책의 저자부터 소개해보자. 저자 린 헌트는 다양한 저작을 쓴 역사가이며 책 앞날개가 소개하는 바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 문화사, 젠더사, 역사 기록학에 정통한 역사학자이다.. 국내에 소개된 린 헌트의 저작으로는 『인권의 발명』, 『역사가 사라져 갈 때』와 같은 저작들이 있다. 특히 『인권의 발명』은 최근에 교유서가에서 재출간되었다. 그외에도 저작은 많으나 대개 품절이나 절판이다. 도서관의 힘을 빌려야 할 듯 하다.


이 책에서는 여러 질문거리를 던지고 그 질문에 답변할 방법을 살펴볼 것이다. 역사란 정의상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지 확립된 도그마가 아니기에 이 책이 모든 골칫거리를 말끔히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역사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를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 P10

 

이 책은 현재 (미국) 역사학계의 현 실태와 주요 이슈들을 짚어내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크게 '1장 역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이유', '2장 역사적 진실을 찾아서', '3장 역사의 정치', '4장 역사의 미래'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지금 시대가 거짓말이 쉽게 신빙성을 얻는 시대라 언급한다. 역사적 논란의 대상 중에는 대개 기념물이 있다.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는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역사 교과서를 놓고서도 어느 지점을 수록하고 강조할지를 두고 전쟁이 벌어진다.


2장 역사적 진실을 찾아서에서는 역사적 진실이 사실과 해석의 맞물려 이루어지는데, 이 두 축이 항상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 진실은 잠정적이라는 사실이 강조된다. 저자는 역사를 '진실한 이야기'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문학예술로 본다. '이야기'에는 사실에 관련된 일련의 해석에 의지하는 문학적 재구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차가 있다면, 과거의 진실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해석의 변동성은 역사적 진실에 의구심을 초래한다. 역사가는 자신의 관점에서 기술하므로 객관적 서술은 불가능하다. 일관성있는 서술을 통해 논리적이며 밀접한 관련 증거를 인용하고, 증거에서 비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서양의 근대 역사학은 민족주의, 유럽우월주의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중심주의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은 유럽만의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중국과 아랍의 역사 서술 전통에서도 확인되는 점이다.


3장 역사의 정치에서는 역사학이 엘리트의 역사학에서 점차 변화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1870년대 역사는 정치사 위주에 과거 엘리트의 역사 였으나 여성, 소수인종, 원주민, 서민 계층 백인이 역사학계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역사 과목의 민주화가 일어나고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져 정치사 위주에서 사회사, 경제사, 1980-90년대에는 문화사, 2000년대에는 다양한 접근법이 모색되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계는  라틴아메리카, 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한 덕분에 세계사와 국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다만 국사의 대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역사는 여전히 국민 단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역사는 독재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기억을 통제하려 할 때 역사학 교육을 받은 학자들이 돌파구를 마련해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4장 역사의 미래에서 저자는 역사의 역할이 변화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와 관련해 정체성을 지니며, 동시에 세계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역사에는 미래를 향한 의제가 있고, 오늘날의 문제를 바라볼 관점을 제공한다. 그 점에서 저자는 역사에 자체적으로 윤리가 있다고 본다. 이어서 저자는 세계사의 시간에 접근하는 관점을 두고 앞선 전형의 사례를 찾는 접근 방식, 이어서 시간의 흐름에 진보를 투영하는 방식, 지구의 역사를 모든 차원에서 살피는 전지구적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마지막은 저자가 창안한 용어이다) 저자는 지구의 역사에 관심을 두면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 서사에서 배제된 집단에 관심을 기울이면 익숙한 이야기가 해체되고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저자는 최근 역사학계의 세태에 관해 경고하는 점이 있다. 이처럼 넓은 시간을 바라보아야 함에도, 많은 역사학도들이 현재와 가까운 비교적 짧은 시간만에 관심을 기울이는 "현재주의"가 득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주의는 필요하긴 하나, 과거를 현재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는 우리 기준을 과거에 적용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역사학자들의 관심도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각과 디지털 역사 등 새로운 분야가 출현하면서 역사는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고 그 미래가 불러일으키는 변화의 혜택을 입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며, 미래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어떤 예측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반면 과거는 불완전하게라도 파악할 수 있다.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기심과 앞서 세상을 살아간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배우려는 의지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2,000년 전 활동한 로마의 정치인 키케로Cicero는 이렇게 설명했다.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무지하다면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의 삶이 역사의 기록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엮이지 않는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 P166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명백하다. 현재 역사학계는 갈등과 논란 속에 갇혀있고 저자는 이 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역사를 두고 전쟁에 가까운 진영간의 갈등이 벌어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 그 자체의 특성, 역사적 진실은 정해진 도그마가 아니라 늘 잠정적이며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미국의) 역사학계에서 일어난 변화가 가져온 접근 방식과 기존 역사 서사의 해체, 그리고 앞으로 역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낸다. 이 책은 2010년대 후반 역사학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201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간략하게 알려주는 '역사학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저자인 린 헌트가 미국의 역사가인 만큼 미국 역사학이라 지칭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어려운 주제를 다룸에도 간략히 설명하는 점에서 대가로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점도 있다.


지금 시대를 보고 있으면 저자의 말대로 역사는 언제나 중요한 문제임을 알 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런 역사학의 최전선에 서야할 전문 역사학계는 미국에서 조차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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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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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본서는 크게 4부로 구성된다. "1부 책을 어떻게 읽을까"는 '책에 접근하는 방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부 어떻게 쓸까"는 '서평의 여러 형식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3부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은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아주 긴 서평_ 《장미의 이름》읽기로 이루어진다.


각 장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1부에서 저자는 어떻게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이해할 것인가, 그 방법들을 몇 가지 설명하고 그에 중점을 맞춘 서평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서평의 종류, 형식, 책 한 권에서 특정 내용만 뽑아 쓰는 '주제 서평', 여러 권의 책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일차 문헌에 대한 해제로서 '역자 후기', 테제가 있는 '논고'에 관해 설명하고 1부처럼 각 하부 주제에 알맞은 예시로서 저자가 쓴 서평이 제시된다. 3부에서는 동양, 서양을 아우르면서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에 맞춰 저자가 쓴 서평들이 전개된다. 3부에 수록된 서평들은 근대에서 시작해 정치에 이르고 이어서 인간에 이르는 구성을 보인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서평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책 읽기의 목적은 지식 획득이다. 지식 얻기는 단순한 지식 획득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논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즉 자기화를 의미한다. 자기화를 할 수 있도록 책을 잘 읽으려면 책을 읽을 때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책을 읽어야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히 서평쓰기로 이어지며, 서평을 쓴 책에 한해서는 자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서평을 읽고 그 책을 이해하거나 읽는 계기가 된다면 책읽기가 자기화를 넘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읽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책읽기, 서평쓰기, 서평읽기는 하나로 묶이는 행위이다. 저자는 이같은 책읽기-서평쓰기-서평읽기가 반복되면서 책읽기를 통한 지식 탐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pp. 9-10.) 


이 책을 두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메타 서평집'이라 자평한다.

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 P11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책읽기의 방식이나 서평쓰기의 방식은 여타 실용적인 서평 지침서들에 비해 내용이 간결하고 압축적이다. 바꿔 말해, 저자가 생각하기에 책 읽기와 서평쓰기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으며, 저자 본인의 서평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책 읽기, 서평쓰기의 방식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 서평 지침서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책이다. 이 점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려 '메타 서평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저자가 이 책에 수록한 서평들은 마지막 부록으로 수록된 《장미의 이름》 읽기를 제외하면 모두 비문학 서적들이다. 《장미의 이름》 읽기 역시 읽다보면 문학 서평이 아닌 비문학서평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본서에 수록된 서평은 적어도 이 글을 쓰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책에 수록된 서평만을 통해 책을 접한 만큼, 수준이 높다고 느껴진 지점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 특히 《장미의 이름》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된 아주 긴 서평_《장미의 이름》 읽기를 읽으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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