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se who trust us educate us. 

오래 전 읽은 어떤 책 저자 서문에서 

저자가 자길 가르친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 전한 다음, 쓰던 문장. 

굉장히 와닿았기 때문에 짧지만 기록을 남겼는데, 책에 대해선 서지 정보를 쓰지 않고 

책 이미지만 복사+붙이기. 지금 그게 액박이 되어서 어떤 책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모더니즘 시기 20세기 전반 유럽에 관한 책이지 않았나 정도 희미하게 기억. 공부하고 싶은 범위가 방대해서 대학원 시절 오랜 시간을 좌절 속에서 보냈는데, 그 시절 내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거둔 적이 없는 샘들이셨다... 투였던 것같다. 남겨둔 기록에 따르면, 이 말은 저자 자신의 말이 아니고 조지 엘리엇의 인용이라고 저자가 밝히고 있다고. 
















(*Middlemarch와 Middlemarch 트리븃). 





나에게 믿음을 갖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 덕분에 

내가 더 좋은, 뛰어난 사람이 되는 일. 


실은 이게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니체가 말하는 "정신의 고고함"의 시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자기 경험으로 알고 있거나 

그렇진 않다 해도 그게 어떤 것일지 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거나. 


위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경험으로 모르며, 무슨 뜻인지 피상적으로는 이해하더라도 자기 존재, 자기 본질.. 뭐 이런 것에 가닿는 방식으로는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을 '헬'이게 하는 작지 않은 부분이 실은 이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Trust nobody. 이것이 모두의 mo. 

타인에게 믿음을 가짐. 이것을 살면서 한 번도 안해본 것같은 사람들도 나는 ;; (... 나만이 아니겠지만 물론. "나"를 말함은 이미 오만이다.. 같은 말을 아도르노가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하기도 한다. 굉장히 맞는 말이겠지) 보아왔다. 나의 선의가 상대의 선의에 닿을 것이고 그래서 불신과 미움, 공격은 입장 차단될 것이다..... 같은 상태라면, 나도 이것을 더 이상 체험하지 않는다. 아주 빠르게 판단되기도 한다. 이 사람은, 믿음의 암시 정도만 있어도 등칠 생각부터 하는구나.. 같은. 


*"정신의 고고함" 니체 기준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는 한 기준으로 이걸 기억해두고 있으면 좋을지 몰라서, 적어둠. 이 포스트가 쓰여진 방식에 의해, 나는 자동으로 고고한 사람..... 되고 마는 건 보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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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 season 5 static Six Feet Under nate fisher Peter Krause


gif season 5 static Six Feet Under nate fisher Peter Krause







"인생은 단 한 번. 신도 없고 규칙도 없고 판단도 없어. 네가 인정하거나 널 위해 만드는 게 다야. 

끝나는 순간 돌이킬 수 없어. 영원히 꿈 없는 잠이 널 기다려. 그러니 살아 있을 때 행복해야지 않겠어?" 


이건 식스핏언더 마지막 5시즌에서 네이트가 죽고 나서 

브렌다의 생각 속에 나타나는 네이트의, 조언. 당부. 과부 된 그녀에게. 

이 말 하기 전에 한국 드라마라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절대 나오지 못할 말을 한다. 

그들 관계의 시작부터, 브렌다가 남동생 빌리와 적어도 언젠가 잤던 적이 있으며 그런 관계가 어쩌면 지속 중이다.... 같은 의심이 네이트에게 있는데 (이게 미친 의심이 아니고 타당한 의심. 브렌다-빌리 남매가 하도 이상해서) 드라마 역사에서 최고의 break-up scene에 꼽힐 네이트-브렌다의 격렬한 말싸움 장면에서 (2시즌) 네이트가 이 점을 추궁하기도 한다. Did you fuck your brother? 그 후 3년 동안, 그 사이에 빌리가 처남이 되고 빌리도 자주 보았으면서, 한 번도 다시 말로 한 적 없는 그 의심을 죽은 다음, 아주 그냥 그 동안 별러왔다는 듯이 쏟아냄. 


"너 캐나다로 빌리랑 도망쳐. 

아무도 너희를 모를 작은 동네로 가서 이름 바꾸고 결혼해서 부부로 살아". : 이런 요지. 그러고 하는 말이 저것이다. 인생은 한 번이거든. 행복하게 살기 바래. 


처음 볼 때 식스핏언더는 강력한 주먹을 내게 날려 내 안의 편견을 박살냈다거나, 

편견의 박살은 아니라도 어쨌든 속박의 사슬을 끊었다거나... 그런 힘을 가졌던 드라마다. 

그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보고 나면, 해방감에 몸이 가볍고 날렵해지는 느낌. 빌리-브렌다 관계 (브렌다가 빌리와 섹스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빌리는 브렌다에게 성적인 키스를 하려다 쫓겨나는 장면도 있고 하여간 그래서 이들 관계에 성적인 요소가 있음은 분명히 하는데 그러나 네이트를 고문했던 그 의심은 없었다면 좋았을 의심) 이것도 날 무엇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와 비슷한 경험이 내게 있어서.. 는 아니고 (....) 음 그런 것이 있다. 말해보려니 조금 복잡해서 여기선 패스.  


규칙과 판단.  

네가 인정하고 네가 만드는 게 다야. 

꿈 없는 잠이 널 기다려. 살아 있을 때 행복해. 

이 말도 진부하고 텅텅 빈 말이지 않고 묘하게도 위로(?)와 진정을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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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inner with Andre. 

이 영화 시작할 때, 월리는 지하철로 가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이전의 뉴욕 어느 허름한 골목을 걷고 있고 

몇 년만에 처음 보면서 저녁 먹기로 한 앙드레와의 옛 관계에 대해 말한다. 그의 독백에 따르면, 몇 년전까지 앙드레는 그의 가까운 친구이며 연극하는 동료들 중 가장 소중한 동료였다. 무명 극작가던 자신을 처음 알아본 사람이고 자기 작품을 전문 극단과 공연한 사람. 두 사람이 알기 시작하던 무렵, 앙드레는 맨하탄 프로젝트라는 자기 극단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엔드게임> 등을 성공시키며 연극감독 커리어의 정상에 있었다. (*각본 책 꺼내와서 옆에 두고 보면서 정리....) 


자기와 앙드레의 예전 관계, 

앙드레와 소원하게 지낸 몇 년 동안 앙드레에게 있은 일로 자기가 들었던 소문, 

이런 것들을 남 얘기하듯이 한다. 사실을 사심 없이 충실히 기록하듯이. 


이런 오프닝에 이어 두 남자가 (둘 다 서로에게 몰입하면서) 두 시간 동안 대화하는 거고 

그러면서 위와 같은 월리의 명대사도 나옴. "삶에서 내가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내 친구들에게도 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건지 몹시도 궁금할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린 이런 얘긴 하지 못해." 삶이 연극적으로 되면서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게 된 우리는 배역을 던지고 너를 내게 보여주는 일은 하지 못한다.... 뭐 이런 얘기 하던 중 나오는 말. 친구에게 내가 가장 궁금한 것, 그것을 알고 싶어함은 친구에게 배역을 던지라 요구하는 일. 감히, 할 수 없는 일. 


내가 지옥을 통과할 때, 친구가 같은 지옥을 통과했을지 알고 싶다. 

이 말이, 내 불행은 남의 불행을 원한다 (misery loves company) 같은 말로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에도 이 영화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런 대사가 강력한 의미를 갖게 하는 이 영화의 힘. 


지옥을 말하는 방법. 이게 필요하다면, 바로 이 영화에서 중요한 힌트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남 얘기 하듯이 한다. 이게 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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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8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갑질'이란 걸 할 수 있는 처지고 그걸 즐기기도 하는 사람이면 

일관되게 보여주는 특징 하나가 이것 아닌가? 모르겠다는 의지? 

심지어 그것이 자기 이해와 직접 연결될 때도? 모르겠다(모름으로 널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관철하느라 순간 깜박하면서? 그래서, 자기 이득의 추구가 그의 제2의 본성이고 본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권력의 증거로 모름/모르기를 행사함. 

한국에 다시 와서 참으로 신기했던 현상이 이것이었다. 




*나중 이에 대해 길고 좋은 얘길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쨌든 귀국하고 몇 년 동안 놀라웠던 일들 생각하면서 

이것도 다시 회고하자니, 참으로 이것이 한국적인 (지금 한국적 상황에 맞고, 거기서 나오는) 정신의 후진성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위 앙드레 그레고리 인터뷰는, 노인과 청년이 (거의 다가 연출이라 해도)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에서만 정신은 산다...;;; 같은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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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무능하고 부패했는데 (알량하나마) 권력이 있는 인간이면 
애초부터 그랬는지 (그랬겠지) 그들도 두고 온 푸른 시절이 있긴 한 건지 몰라도 

반드시 그 (무능 부패 권력) 면에서 전형인 인물들과 말투도, 정신도, 하여간 MO에서 하나. 이지 않나? 

내가 뭐라 그랬죠? : 이것까지 똑같은 분들도 계시다. 그거, 이거, 그렇게 해서 이래 가지고.. 가 담화의 반이기도 하고. 그런 분, 어디든 계시는 건가. 생은 다른곳에가 아니라 어디에도 없는 건가. 


유툽엔 저런 동영상도 많다. 

집안에 climbing wall을 설치하기도 하고 

집 바깥 벽을 climbing wall로 만들기도 하고. 

아니면 저기서처럼 아예 climbing gym을 만들기도 하고. 

영국 작가 Will Self가 몽테뉴에 대해 강연하면서, 자기가 몽테뉴를 처음 읽은 건 

좀 늦은 나이인 삼십대 초반, 중반이었다면서 그때까지 보고 들은 건 있었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가 

그 나이 즈음 어떤 머나먼 섬에 가서 고립되어 살아야 했는데 그때 가져간 책 중에 몽테뉴의 에세이가 있었다.... 이런 얘길 한다. 그 얘길 들으면서, 아아아아 나도 그러고 싶다, 내게도 삼십대에 그런 일이 있어야 했는데. 나는 칠십대에 그러는 건가. 지금 그러지 못하는 건 왜냐. 그리고 순간 소원했던 게 이것이었다. home climbing gym + 몽테뉴 + 타인이라는 고통에서 면제되기. 아 이건 행복의 공식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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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16-07-2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ictator`s daughter의 내가 뭐라 그랬죠?
는 자기가 앞에 한 말을 잊고 당황하며 했던 말이던가.
여하튼, 너희가 나 대신 기억해라. 나는 개떡같이 말하겠고
너희가 찰떡같이 해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