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더다의 이 책, 서문 제목이 "At Home in the World"인데
이게 서문의 핵심 구절이기도 하고 책 전체의 주제를 요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서문 도입부의 한 문단에서 이렇게 다시 쓰인다. (*나중에 여러 군데서 재등장할 것이다).
"A normal enough life, then. Yet even as a kid back in working-class Lorain, Ohio, I decided that what I wanted most of all was -- how shall I put this? -- to feel at home in the world, which meant to know something of the best that has been thought, believed, and created by the great minds of the past and present."
더다는 진보적 학풍으로 유명한 오하이오의 오벌린 칼리지를,
장학금 받고 다녔다. (고액 장학금 - 학비 면제, 생활비 약간 지급 같은 - 이었고 그런 장학금 없인 오벌린처럼 비싼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다니지 못했을 환경 출신이기도 하다. 그가 말하듯 오하이오 촌구석의 워킹 클래스 출신). 오벌린에서 학부 마친 다음 코넬 대학원에서 비교 문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도 받았다. 이 문단은, 출신 성분에 비해 너무 많이, 너무 정신적인 교육을 받은 그가 자기 교육에서 원한 게 뭐였나 꼭 집어 말하는 문단. 이 앞에선 자신이 지독한 애서가, 탐서가 시절을 거쳐 이젠 직업 독서가이고 동시에 건실한 생활인이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평범하다고, "A normal enough life, then" 이렇게 그 다음 문단을 시작함.
대학원 시절 어느 날 더다의 책 영어판으로 읽고 있다가 "at home in the world" 이 구절 거의 번역불가 아닌가? 나라면 "세계를 내 집처럼" 일단 이렇게 하고 고민하겠다.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궁금해서 한국어판 알라딘 미리보기로 찾아본 적 있다. 찾아보면, 서문의 제목으로는 "세상을 내 품에"로 번역되었고 위의 문단은 이렇게 되어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삶이었다. 그러나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자랄 때부터 내가 가장 원한 것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서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과거와 현재의 위대한 인물들이 생각해 냈고 믿었으며 창조해 낸 최고의 것에서 뭔가를 배우고 싶었다."
찾아본 다음 당시 내가 남겼던 노트:
사실 무엇보다 "at home in the world"를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본 것이었는데,
저렇게 번역된 걸 보니, 딱히 실망이라기보다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신기하고, 뭐랄까 생각을 자극한다. 내겐 저 대목이, 한편 학교 인문학 교육의 (특히 '교양' 인문학 교육의) 목표를 간명하게 전해주는 말이면서, 다른 한편 정신적 자수성가를 원하는 촌놈의 의지, 이것의 노골적으로 정직한 표현으로 보이기도 했다. 내 부지런히 주인의 언어를 배워 주인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내 집을 짓겠다?
저런 욕망은 대개는 음험하거나 촌스럽게 보일 것인데,
더다가 고백할 때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건 그 자신 정신적으로도 무산계급 출신이며 (그렇다는 사실을 참 자주 말햇던 거 같다), 그가 짓는 집이 뭐 크고 위압적이고 웅장하고 약탈적이고 .. 등등이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일급의 집이지만 작고 소박한 집. 누구라도 그런 집을 짓고 거기서 주인이기 때문에 "feel at home" 하면 좋겠을 집.
어쨌든 더다가 고백하는 "feel at home"의 욕망은,
"내 집처럼 편안하게"의 뜻인진 몰라도 "마음 편하게"는 아니지 않은가, 생각했다. 강주헌씨가 혹시, 더다가 고백하는 이런 욕망을 전혀 이해 못할 환경에서 자랐던 걸까? 그렇다면 의도치 않게 역자의 계급을 반영한 번역인가? 이런 한가한 생각을 잠깐 하다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에피그래프로 쓴 다음 유명해진, 정신이 가장 성숙한 사람은 어딜 가든 타향을 보는 사람이라는 내용의 인용문이 있었음을 기억했다. <오리엔탈리즘>의 에피그래프로 쓰인 걸로 기억하는데, 책을 찾아서 보려니 보이지 않아 구글에게 부탁.
"자신의 고향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부드러운 초보자이다. 모든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보는 사람은 이미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전세계를 하나의 타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완벽하다"
*지금 나라면 뭐라고 할 건진 나중 다른 포스트로..... (이거 너무 좋음. to be continued.........)